[블루레이] 본 콜렉터 - 아웃케이스 없음
필립 노이스 감독, 덴젤 워싱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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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Bone Collector , 1999

  감독 - 필립 노이스

  출연 - 덴젤 워싱턴, 안젤리나 졸리, 퀸 라티파, 마이클 루커

 

 

 

 

  예전에 비디오테이프로 동생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본 영화가 있었다. 그 당시 한창 유명했던 덴젤 워싱턴과 처음 보는 입술 두꺼운 여배우가 나오는, 범죄 수사물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동생은 장가가기 전에 나와 무척 많은 영화를 같이 봐주었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분가하면서 그 녀석과 같이 본 영화는……음……생각이 잘 안 난다. 동생이 부부 싸움했을 때, 작은 올케를 달래주기 위해 나랑 작은 올케 둘이서만 극장에 간 기억은 난다.

 

  하여간 예전에 동생과 보면서,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보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잊고 있었다. 서점에서 ‘링컨 라임’이라는 이름을 우연히 접하기 전까지 말이다. 나중에야 그 영화가 소설이 원작이었고, 많은 시리즈가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시리즈를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드디어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우선은 셜록 홈즈 시리즈를 끝내고, 요코미조 세이시 시리즈를 어느 정도 진행한 다음에……. 으음, 내년에 가능하겠지?

 

  링컨 라임은 아주 유능한 범죄학자이자 법의학자이다. 불의의 사고로 온 몸이 마비가 되었지만, 여전히 범죄 수사를 돕고 있다. 우연히 발견한 사건 현장에 대한 과감하고 재빠른 대처 때문에 링컨에게 발탁된 경찰 아멜리아. 그녀는 링컨의 손과 발이 되어 범인을 뒤쫓는다. 범죄현장에 은밀하게 배치된 증거를 알아차린 링컨과 그의 팀원들은, 범인의 손에서 시간 내에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데…….

 

  후반부까지는 긴장하고 영화를 보았다. 이리저리 늘어놓은 단서를 빨리 포착해 사람들을 구해야하기에, 혹시나 늦어서 인질들이 다 죽을까봐 조마조마했다. 경찰보다 한발 앞선 범인에게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고, 그 와중에 공적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경찰의 행태에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은 뭐랄까, 손만 대도 펑하고 터질 것처럼 빵빵하게 바람을 넣은 풍선이 한순간의 실수로 ‘슈욱’하고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아니, 범인은 겨우 그게 목표였다면, 굳이 뭐 하러 그런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작업을 한 거지?

 

  문득 작동원리는 아주 복잡하고 거창한데 정작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한 기계를 뜻하는 ‘골드버그 장치 Rube Goldberg Machines’가 떠올랐다. 범인은 목표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난 이런 것도 할 줄 안다’고 자랑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전반부와 중반부의 그 거대하고 조직적인 범죄에 비해서, 결말은 좀 아쉬웠다. 영화의 범인은 마무리를 잘 못하는 모양이다. 어쩌면 실패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기에, 마무리를 그따위로 계획했는지도 모르겠다. 난 범인, 실패를 모르는 사람이지. 이런 마인드였을까?

 

  소설은 또 어떤 분위기일지 기대된다. 대개 소설을 영화화하면, 내용이 많이 빠지고 변형되곤 하니까. 책 두께도 만만치 않던데……. 내년이 되어 한 살 더 먹는 건 마음에 안 들고 슬프지만, 이 시리즈를 읽을 생각을 하니 두근거린다. 하지만 역시 한 살 더 먹는 건……. 아, 벌써 12월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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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역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5
버지니아 리 버튼 글, 그림 | 임종태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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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ife Story

  저자 - 버지니아 리 버튼

  그림 - 버지니아 리 버튼

 

 

 

 


  분류상으로는 유아 그림책으로 되어있지만, 초등학생에게도 어울리는 책이다. 그림이 많아서 그림책이지만, 글도 만만치 않게 많다.

 


  아마 어릴 적에 조카에게 사줬다면 내가 일일이 다 읽어줘야 했을 것이다. 음, 그 때 사주지 않은 게 다행이다. 어릴 적에 동화책을 수십 번 읽어줘도 ‘또! 또! 한 번만 더!’를 외치던 조카였으니까 말이다. 내가 실감나게 음성 변조를 해가면서 읽어준 보람이 있긴 했다. 자장가를 열 번 정도 불러주고, 옛날이야기를 대여섯 번은 해줘야 잠이 겨우 들었던 막내 조카. 물론 지금 얘기하면 ‘내가 그런 적이 있었어?’라고 잡아뗀다. 그 때 내가 목이 얼마나 아팠는데, 나쁜…….

 


  물론 굳이 글자를 자세히 읽어주지 않고, 그림만 봐도 아이들은 받아들였을 것 같다. 그 정도로 그림이 섬세하고 각 생명체들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은 그림과 글을 함께 볼 수 있으니까, 더 자세히 알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표지만 봐도 생명체가 어떻게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졌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첫 페이지에는 동물과 식물이 어떻게 진화를 이루었는지 각 시대별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 태양의 생성에서부터 지구를 비롯한 각 행성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얘기한다. 이후 지구가 단단해지면서 생겨난 암석들에 대한 설명과 고대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림을 보면 왼쪽 아래쪽에 한 사람이 다양한 복장과 동작을 보여준다. 마치 극장에서 쇼를 소개하는 사회자 같다.

 




  책은 빙하기가 끝나고 인간이 어떻게 번성해왔는지도 보여준다. 동굴 속에서 살다가 배를 만들어 이동을 하고, 작물을 경작하고, 가축을 기르며 살아온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낸다. 산업화와 도시화까지는 다루지 않고, 농경 생활을 하는 단계에서 마무리한다. 아마 그렇게 하면 너무 분량이 길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저자가 1968년도에 사망했기에 이후 급격한 현대화가 된 도시까지 그리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재미나게 읽는 모습을 보니, 좀 더 일찍 사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 그림으로라도 접하게 하고, 좀 더 커서 글로 이해할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조카야, 이런 괜찮은 책을 늦게 사줘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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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Den , 2013

  감독 - 재커리 도노휴

  출연 - 멜라니 파파리아, 데이빗 스츨라츠텐하우픈, 아담 샤피로, 안나 마가렛 홀리먼

 

 

 

 

 

  엘리자베스는 랜덤 화상 채팅을 통해 인간의 행동이나 심리를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다. 24시간 내내 웹캠을 켜놓고 사람들과 대화한 내용을 녹화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웹캠이 저절로 작동하여 남자친구와 관계하는 장면이 녹화되질 않나, 심지어 한 소녀가 살해당하는 장면이 웹캠으로 전송된다.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를 비롯해 친구들이 하나둘 실종되고 급기야 임신한 언니가 괴한의 습격을 받는 장면까지 실시간 중계가 된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영화의 상영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결말은 충격적이었다. 영화 '호스텔 Hostel , 2005'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놀라움과 비슷했다. 아니, 더 컸다. 호스텔을 봤을 때는 애초에 외국에 배낭여행을 갈 계획도 생각도 없기에, 나에게 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이 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이건 웹캠이다. 거의 모든 집 컴퓨터 모니터 위에 달려있는 자그마한 웹캠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다. 그것을 통해 컴퓨터를 해킹하고, 해킹한 사람의 지인을 메신저로 불러내서 유인하고, 습격하고, 납치까지 한다.

 

  영화적 소재라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웹캠을 통한 해킹이 뉴스를 통해 나온 적이 있다. 주로 여자들의 사생활을 웹캠을 통해 몰래 훔쳐본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는 훔쳐보기 수준이었지만, 조금만 더 진화하면 영화에서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유출도 모자라서, 이제는 조금만 방심하면 지인은 물론이거니와 본인의 생명까지 위협당할 수준이다. 집 주소와 과거 행적 같은 신상은 기본적으로 털리고, 합성의 달인들이 온갖 이상한 합성을 다해서 포털 사이트에 올리고, 그걸 본 기자들이 신난다고 기사화하면서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웹캠으로 사생활이 동영상으로 유포되고, 은행 계좌도 털리고 그러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영화에서처럼…….

 

  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우울하다. 인간관계라는 게 어렵고 골치 아파서, 온라인으로만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영화의 설정은 충분히 지옥 그 자체였다. 그리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었다. 하아, 사람이 마음을 악하게 먹으면 가능하다. 아, 그런데 그런 짓을 하는 건 인간이나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렇다고 개XX라고 하자니 개에게 미안하고, 뭐라고 해야 할까?

 

  영화는 영화로 끝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사악한 심성과 만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런데 영화의 거의 모든 진행이 엘리자베스가 찍고 있는 웹캠으로 진행이 되기에, 산만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게다가 나 역시 모니터를 통해 이 모든 상황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보는 사람을 본격 공범으로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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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vs 학부모
SBS 스페셜 부모 vs 학부모 제작팀 지음 / 예담Friend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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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SBS 스페셜 ‘부모 vs 학부모’ 제작팀

 

 

 


 

  이 감상문은 쓰기가 참 힘들었다. 책을 읽을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생각을 정리하고 막상 한글 창을 켜니까 자꾸 눈물이 나왔다. 한 줄 쓰고 눈물 닦고, 또 한 문단 쓰고 훌쩍이고. 그냥 이 나라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위주의 경쟁에 내몰리고,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시간도 없이 대학이라는 간판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처음에 제목을 봤을 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부모와 그렇지 않은 부모의 차이에 대해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학부모’의 ‘학’은 ‘배울 학 學’이 아니라 ‘가혹할 학 虐’이었다. 아이에게 가혹하다는 말을 들으면, 혹시 신체적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가혹함은, 정신적 언어적 폭력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폭언을 퍼붓는 부모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이 책에서 말하는 가혹한 부모란 어떤 부류일까?

 

  바로 공부에 관한 문제로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스트레스와 상처를 주는 부모를 말하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입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도록 뒷바라지를 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그것이 엄청난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아이들은 좌절하고 방황하고 반항을 하게 되고, 그런 아이들의 반응에 부모는 상처받고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 부모들은 강압적인 태도로 아이들을 대하게 되고, 점점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는 멀어지게 된다.

 

  이 책은 SBS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글로 옮긴 것이다. 점차 심화되어가는 경쟁 위주의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그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제작진은 경쟁 위주의 교육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주체로 바로 ‘부모’를 지목했다. 그리고 몇 명의 가정을 선정해서, 달라진 부모의 태도에 아이들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관찰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성적을 올리라고 ‘좀 더 열심히’를 강요하는 부모와 ‘쉴 시간도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 양 쪽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괴롭히려고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부모는 없다. 또한 심성이 악해서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아이도 없다. 이 세상에서 서로 믿고 의지해야할 가족인데, 어쩌다가 화만 내고 대화가 아닌 잔소리와 반항만이 소통의 대부분인 관계가 되었을까? 얼마 전에도 성적 때문에 갈등을 빚는 경우를 본 적이 있어서, 안타까움은 더해졌다.

 

  올해도 아이들은 수능을 치렀다. 물시험이라느니 변별력이 없었다느니 하는 얘기가 계속 들린다. 어떤 문제는 중복 답 오류까지 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본 시험에서 중복 답이 이제야 인정이 되어, 피해 학생들에 대한 구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까지 있다. 올해는 제발 수능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들에 대한 기사를 보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지만, 벌써 자살 예고까지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겨우 수능 시험 망쳤다고 자살 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나라는 수능 시험 본다고 비행기 착륙까지 미루는 곳이다. ‘겨우 수능’이라고 말하기엔 그 무게감이 엄청나다.

 

   주위의 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읽기가 어려우면 다시보기라도 보시라고 말해야겠다. 내가 아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아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아는 아이들이 또 아는 아이들 중에서는 수능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가 없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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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 정규 8집 신발장 [2CD] - 가사집(100p) + 아트북
에픽하이 (Epik High) 노래 / YG 엔터테인먼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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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 에픽 하이

 

 

 

 

  어머니가 즐겨보시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요일 오후에 하는 것인데, 본방사수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일주일 내내 재방송까지 챙겨보신다. 바로 모 방송국에서 하는, 아빠가 48시간동안 자기 아이를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오며가며 내지는 밥 먹을 때 자연스럽게 조금 보게 되었다. 뜬금없이 왜 앨범 리뷰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냐면, 저 방송에서 무척이나 어리바리하게 나오는 아빠가 있다. 딸의 한마디 행동 하나에 쩔쩔매고, 어딘지 모르게 의기소침해 보였다.

 

  그 아빠의 이름은 타블로, 지금 리뷰를 쓰는 앨범 ‘신발장’을 낸 그룹 ‘에픽 하이’의 멤버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방송에서 보였던 딸에게 쩔쩔매는 아빠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고 있다. 어떨 때는 너무도 애잔하고 슬픈 감성을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딸에게는 절대로 못 들려주겠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침없이 얘기한다. 하긴 ‘에미넴 Eminem’도 자기 딸에게는 더없이 다정하다니까…….

 

  이 앨범의 노래들은 거의 극에서 극을 달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조울증에 걸린 앨범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몇몇 노래에서는 우수에 찬 목소리로 애절한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또 다른 노래에서는 갑자기 배짱을 튕기면서 다른 어조로 세상에 반항한다.

 

  어쩌면 알아서 골라들으라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밤에는 멀어져가는 사랑에 대한 노래, 예를 들면 ‘헤픈 엔딩’이나 ‘스포일러’를, 낮에는 ‘AMOR FATI’나 ‘부르즈 할리파’처럼 세상에 외치는 노래를 말이다.

 

  피처링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가수들의 참여가 꽤 있다. 그 가수의 개성이나 음색이 곡의 분위기에 잘 어울려서 듣기에 좋았다. 하긴 그러니까 피처링을 맡긴 거겠지.

 

  처음에는 제목도 보지 않고 노래만 들었는데, 갑자기 익숙한 멜로디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태양’의 노래 ‘눈코입’을 영어 가사로 바꿔서 부르는 것이었다. ‘악동 뮤지션’도 전에 불렀었다. 내 생각으로는 아마 ‘눈코입’의 멜로디가 좋아서 여러 가수들이 부르는 모양이다.

 

  간혹 앨범을 구입하면 한두 곡만 괜찮고 나머지는 영 아닌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에픽 하이의 앨범은 한두 곡만 별로고 나머지는 다 괜찮았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도 별로 욕먹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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