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의 모험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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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Labours of Hercules, 1947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편집 중의 하나이다.

 

  은퇴해서 호박을 기르기로 마음먹은 포와로는, 마음에 드는 사건 몇 개만 골라서 해결하고 마무리하기로 한다. 그래서 자기와 이름 철자가 똑같은 헤라클레스가 했던 12개의 모험을 본떠서 12개의 사건을 맡기로 한다. 그러니까 신화를 현대적, 물론 크리스티가 살았던 20세기의 맞춰서 재해석하고 있다.

 


  『네메아의 사자』에서는 사자가 아닌, 발바리가 사건에 등장한다. 그런데 사건 해결보다, 포와로가 가끔 말하는 금발 비서와 결혼하기 위해 부인을 독살하려했던 비누 공장 사장이 누군지 제일 궁금했다.

 


  『레르네의 히드라』는 잘라도 잘라도 사라지지 않는 히드라의 머리를 소문으로 비유했다. 병든 부인과 의사인 남편 그리고 남편을 사랑하는 약제사 아가씨. 이정도면 뭐 굴뚝을 때지 않아도 소문이 나는 건 시간문제다. 거기에 부인이 사망하면, 굴뚝은 활활 타다 못해 집까지 태워버릴 기세다

 


  『아르카디아의 사슴』은 사슴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진 순진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포와로는 여기서 두 사람을 맺어주는 중매쟁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에리만토스의 멧돼지』는 커다란 덩치에 위험한 범죄자를 멧돼지에 대입시켰다. 오래된 친구인 경감의 부탁으로 스위스의 어느 산장에 가게 된 포와로. 그런데 그곳과 육지를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고장이 나고, 포와로를 비롯한 다른 손님들이 고립이 된다. 그곳에 악명 높은 범죄자와 그의 부하들이 숨어있다는 데, 과연 포와로는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아우게이아스 왕의 외양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편 중의 하나이다. 30년 동안 청소하지 않은 외양간을 강을 이용해 처리한 헤라클레스처럼, 포와로 역시 큰 거 한 방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치 스캔들보다 섹스 스캔들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결국 그 사람은 자신의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은 받지 않았다. 비록 은퇴를 했지만, 영향력은 남아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의 부정부패를 공개하려던 잡지사만 불쌍하게 되었다.

 

  단지 그와 그가 속한 정당이 그나마 제일 정치력이 좋았고, 그에 대항하는 당은 위험한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반격을 할 기회도 못가진다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생각하게 했다. 상대방이 악당이기 때문에, 그를 무찌르기 위해서 우리 편의 심각한 부정은 눈감아줘야 한다는 뜻인데……. 거기다 집권당이 잡지사를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려던 수단이 무척이나 익숙한 것들이어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속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미스 마플의 말이 떠올랐다.

 


  『스팀팔로스의 새』는 청동 방울을 울려 새들을 쫓아낸 헤라클레스처럼, 전보를 펴서 협박범과 사기꾼을 잡아내는 포와로의 활약이 그려지고 있다. 해외여행을 갈 때, 외국어는 꼭 할 줄 알아야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리고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크레타 섬의 황소』는 다 읽고 나면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정신병이 유전되는 집안의 후계가 미쳤다고 의심받는 중에, 포와로가 개입한다. 청년은 미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것인가? 결말이 슬펐다.

 


  『디오메데스의 말』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신화의 말을 마약에 비유했다. 여자는 젊고 예뻐야 마약에 취해도 재활을 도와줄 누군가가 짠하고 등장한다는…….

 


  『히폴리테의 띠』는 최근에 감상문을 올린 '비둘기 속의 고양이 Cat Among the Pigeons, 1959'를 연상시킨다. 명문 여학교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이라는 점과 포와로의 '무릎론'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여학생들의 사인공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포와로의 모습이 너무도 유쾌했다.

 


  그런데 내가 독해력이 떨어진 것인지, 도대체 그림을 훔친 건 누구인지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포와로는 이렇게 말한다. "위니가 진짜 이곳에 와서는 안 된다는 데 있었습니다. 당신은 진짜 위니와 안면이 있는 처지였으니 말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당신이라 불린 사람은 실종 도난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변장한 가짜가 중간에 도망쳤다고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그 다음에 당신이라 불린 사람이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하지만 왜요? 뭣 때문에 제가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는 겁니까?"


  헐, 당신이라는 사람이 진범이라는 뜻? 그럼 포와로의 대사는 뭐지? 이해할 수 없다.

 


  『게리온의 무리들』은 사이비 종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문제는 교주가 신도들을 죽여서 재산을 빼앗는다는 점이다. 포와로의 밀명을 받고 교단에 침입한 카너비 양의 용기가 대단하다.

 


  『헤스페리스의 사과』는 오래 전에 도둑맞은 물건을 찾아달라는 의뢰에서 시작한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다소 낭만적이었다. 중간에 나오는 포와로의 재치 있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아틀라스라는 이름의 남자가 포와로를 업고 힘들어하자,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지금 떠받치고 있는 건 지구 전체의 무게가 아니라고! 기껏해야 이 에르큘 포와로의 몸무게일 뿐일세!"

 


  『케르베루스를 잡아라』에서 포와로는 우연히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반대편에서 베라 로사코프 백작 부인과 마주친다. 그녀가 '지옥'에서 만나자는 말을 해서 충격을 받지만, 사실 그곳은 그 당시 유행하는 나이트클럽이었다. 이윽고 그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거래를 눈치 채는데……. '빅 포 The Big Four, 1927'에서는 어렸던 백작부인의 아들이 벌써 결혼할 때가 되었다는 대사에서 시간이 참 잘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 책이 나오고 20년이나 흘렀으니…….

 

  여전히 백작 부인은 호탕한 것이 여걸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올리버 부인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여성이었다. 그래서일까? 가끔 느끼는 것인데, 포와로에게 올리버 부인은 사고뭉치 여동생 느낌이고, 로사코프 백작 부인은 문제를 일으키긴 하지만 동지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 초반에 포와로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에 해당하는 부분을 읽고 충격 받는 장면에서 낄낄거리고 웃었다. 그 마음, 나도 잘 이해한다. 처음 그 신화를 읽었을 때 나도 그랬으니까. 이건 뭐 미친놈에, 바람둥이에, 불륜은 기본으로 강간이나 하는 놈들이 무슨 신이람?

 

  이 책에서 포와로는 은퇴하고 호박이나 기르겠다고 하지만, 난 알고 있다. 그가 호박을 기르던 동네에서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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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呪怨 -終わりの始まり- 2014

  감독 - 오치아이 마사유키

  출연 - 사사키 노조미, 아오야기 쇼, 트린들 레이나, 카나자와 미호

 

 

 

 

  지금까지 본 영화 중 뭐가 제일 무서웠냐는 질문을 받으면, 난 머뭇거리지 않고 ‘주온 Ju-on: The Grudge , 2002’이라고 대답했다. 거의 10년 전에 그 영화가 주었던 충격은, 지금도 생각하면 으스스하기만 하다. 대낮에 혼자 봤지만, 다른 방에 식구들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게 만들었다. 엘리베이터 탈 때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이 있으면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잡았고, 자기 전에 이불을 덮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었다. 안 덮고 자려니 추울 것 같았고, 덮고 자려니 영화에서처럼 이불 속에서 가야코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사다코’가 나오는 ‘링 시리즈 The Ring,リング, 1998’와 더불어 ‘토시오’가 나오는 ‘주온 시리즈’는 사골을 너무 우려먹어서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2편까지는 그래도 재미있게 보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비슷한 패턴이 계속되어 더 이상 충격을 주지 못했다.

 

  어떤 작품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할 정도였다. 뭐였더라……. 아! 미국판 그루지 시리즈. 하긴 그 영화 어떻게 보면 무섭긴 했다. 중학생 나이 정도의 남자애가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공포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공포심보다 더 많은 웃음을 주었다. 그 애가 토시오라고 나올 때마다 ‘저 변태XX’라고 낄낄대면서 봤으니까.

 

  이번 영화는 부제 ‘끝의 시작’처럼, 가야코와 토시오가 어떻게 저주를 내리게 되었는지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전혀 새롭지 않다. 이미 전에 나온 시리즈에서 자세히 설명해줬으니 말이다. 거기에 토시오가 등장하는 장면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니었다. 가야코가 계단을 기어 내려오는 장면은 그리 혐오스럽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니 피를 덜 뒤집어쓰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달라진 부분도 있긴 하다. 우선 토시오 담임선생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리즈에서는 남편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리 비중이 많지 않았다. 똑같이 의처증으로 부인을 죽이긴 했지만, 지난 시리즈에서는 그냥 미친놈이었고 이번 편에서는 뭐랄까. 아이만 끼고 도는 부인의 행동에서 혹시 다른 남자의 아이가 아닐까 의심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흉가로 소문난 토시오네 집을 탐방했던 여고생 중 한 명이 죽는 장면에서 영화 ‘Mirrors , 2008’가 떠올랐다.

 

  이번 영화 속에서의 시간은 어딘지 모르게 어긋나고 있어서, 좀 헷갈렸다. 애인님과 보고나서 여러 가지 가설을 얘기해봤는데, 뭐하나 확실한 건 없었다. 과연 어느 토시오가 지금까지의 토시오인지, 그 토시오가 우리가 아는 토시오가 맞는지, 저주를 이어받았기에 이름도 이어받았는지…….

 

  갑자기 떠오른 생각. ‘토시오, (저주를) 계승하는 자!’ 오, 어쩐지 멋져 보인다. 만화영화 ‘라이언 킹 The Lion King , 1994’같은 분위기다. 괄호를 빼고 읽으면 무슨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 같다. 하지만 괄호까지 같이 읽으면……. 그래도 판타지 소설 주인공같다. 단지 어둠의 마족 같은 분위기가 나서 그렇지.

 

  바라건대, 주온 시리즈는 더 이상 재탕에 반복은 안 했으면 좋겠다. 재탕을 하더라도 이번처럼 전작과 70% 비슷한 이야기 전개와 화면 구도로 우려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무서워했던 추억의 영화와 귀여워했던 주인공이 이런 식으로 몰락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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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속의 고양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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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at Among the Pigeons, 1959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중동의 라맛이라는 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나, 외국으로 피신하던 황태자와 그의 영국인 친구이자 비행기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 사고 현장에서는 황태자가 갖고 있다고 알려진 보석들이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영국의 명문 여자 사립학교인 메도뱅크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도둑의 소행이라 생각했지만, 연이어 또 다른 살인과 실종 사건이 일어나자 학교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메도뱅크의 학생 줄리아는 사건에 의문을 품고 포와로를 찾아가는데…….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사이에 고양이라니. 고양이가 비둘기를 잡아먹는지 안 먹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배고프면 먹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제목은 아예 대놓고 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말하고 있다. 어린 여학생들만 있는, 심지어 선생들마저 여자인 학교에 그들을 노리는 사악한 인간이 하나 숨어들었다는 말이다. 그 사악한 고양이가 비둘기들을 하나둘씩 죽이고 다니고, 그것을 잡아가두는 것은 포와로의 몫!

 

  그런데 포와로는 거의 후반에 되어서야 나타난다. 그 전까지는 학생인 줄리아와 제니퍼, 벌스트로드 교장 그리고 신입 정원사 아담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 줄리아가 포와로를 찾아간 것은 그녀가 아는 사람에게서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맥긴티 부인의 죽음 Mrs. McGinty's Dead, 1952’에서 포와로가 사건 수사를 위해 묵었던 집의 안주인에게서 말이다.

 

  여기서 포와로는 여자의 ‘무릎’에 초점을 맞춘다. 여자는 나이에 따라 무릎의 모양이 다르다면서, 그것이 바로 사건을 해결할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다. 으음, 다른 사람이 ‘여자 무릎 하악 하악’했으면 변태라고 욕했을 텐데, 포와로니까 봐준다. 그런데 여자뿐만이 아니라, 남자도 나이가 들면서 무릎 모양이 변하지 않을까? 어차피 나이 들어가는 건 여자 남자 똑같을 텐데? 문득 포와로가 무릎 페티시가 있었던 건 아닐까하는 불경스런 생각이 들었다. 오,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잠시 불경죄를 저질렀나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벌스트로드 교장과 채드윅 선생의 관계가 무척 묘했다. 젊음을 바쳐 학교를 발전시킨 두 사람이니까 동료애가 남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독신이었고, 서로를 의지하고 있고, 상대를 위해 총 맞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뭐랄까, 친구 이상으로 느껴지는 건 내 눈에 음란 마귀가 씌었기 때문일까?

 

  에필로그 부분까지 읽고 나니, 영국 드라마 ‘셜록 Sherlock’에서 나왔던 마이크로프트의 대사가 새삼 떠오른다. 자꾸만 사건을 떠넘기려고 하자 셜록이 화가 나서 그러면 형이 하라고 했던가? 그러자 마이크로프트가 대답한다. 내년에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바쁘다고. 어쩐지 영국 정보부는 자국 내의 사건을 잘 해결 못하는데, 다른 나라 일은 잘 알아내는 것 같다. 설계도라든지 심지어 수상까지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외국 내정 간섭은 기가 막히게 잘한다.

 

  포와로가 많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곤란해 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하긴 그는 여자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아주 예의바르게 잘 행동하며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도 수많은 여자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난감해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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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왁스 (1disc) - 할인행사
자우메 세라 감독, 브라이언 반 홀트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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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ouse of Wax, 2005

  감독 - 자움 콜렛-세라

  출연 - 엘리샤 커스버트, 채드 마이클 머레이, 브라이언 반 홀트, 패리스 힐튼, 제러드 파달렉키

 

 

 

 

  전에 본 영화 '밀랍 인형의 집 House of Wax, 1953'을 현대적으로 바꾼 것이다. 현대적이라고 했지만, 그냥 밀랍 인형이 배경으로 나오는 청춘 슬레셔물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풋볼 게임을 보기 위해 두 대의 자동차로 길을 떠난 여섯 명의 친구들이 있다. 숲에서 하룻밤 지내야 했는데, 누군가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안 좋은 느낌으로 자고 일어나 아침에 출발을 하려는데, 이런! 차가 고장이 나버렸다. 누군가 자동차의 전선을 잘라버린 것. 지나가는 트럭 운전수의 도움으로 주유소가 있는 마을에 도착했는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집에 물건이 있다는 주유소 주인을 따라간 주인공 커플은 위험에 빠지고, 숲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던 다른 친구들에게도 위기가 닥치는데…….

 

  한국이나 외국이나 차를 태워주겠다고 하는 친절함을 의심해야한다고 말하는 영화였다. 그리고 낯선 집에 들어가서는 신기한 거 많다고 구경하다가, 그 구경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잘 모르는 곳에 가면, 나대지 말자. 그냥 볼 일만 보고 조용히 빨리 빠져나오는 게 답이다.

 

  영화를 보면서 한심하다고 느낀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깜깜한 밤에 여자 친구를 밖에 내버려두고 태평하게 낯선 이의 집 구경을 하다니……. 친구들이 낯선 곳으로 가서 연락이 없는데 정줄 놓고 물핥빨만 하다니…….

 

  그리고 아무리 미국이 넓다지만, 한 마을이 황폐화가 되었는데 관할 관청은 진짜 몰랐을까? 전기나 가스 그리고 상하수도 시설을 사용하면 그 흔적이 남는데, 심지어 세금 징수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야 한 가정이 그랬으니 대충 얼버무렸다고 하는 게 이해가 갔지만, 이 영화는 마을 전체가 그 모양인데 몰랐다는 게……. 아무리 외딴 곳이라지만, 요즘처럼 모든 것이 전산화가 된 요즘 같은 시대에? 너무 억지스러웠다.

 

  게다가 밀랍으로 만든 벽이며 계단이 녹을 정도면 굉장히 뜨거웠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주인공 남매는 대단했다. 살려는 의지가 뜨거움을 능가한 것일까? 그 끓는 밀랍과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화상 하나 입지 않은 그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원작보다 많이 잔인했다. 원작은 시체를 사용해서 인형을 만들었지만, 이 영화는……. 그래서 친구를 구한답시고 밀랍을 벗겨내는 장면에서, 얼마나 아플지 상상하니 으, 너무 끔찍했다.

 

  속옷 자랑만 하다가 저세상으로 간 패리스 힐튼의 명복을 빈다. 그녀는 이 영화에 같이 출연한 제라드 파달렉키가 나오는 드라마 '슈퍼 내추럴 Supernatural'에서도 목이 잘려 죽는다. 그런데 그녀가 입었던 빨간 속옷,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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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씨의 위대한 여름 도란도란 마음 동화 1
안선모 글, 장경혜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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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안선모

  그림 - 장경혜

 

 

 

 

  주인공의 성은 ‘포’씨이고, 이름은 ‘클레인’이다. 포청천과 전혀 관련이 없는, 그렇다고 해서 서양 사람도 아니다. 성과 이름을 붙여서 읽으면, 그의 정체를 알 수 있다. 그렇다. 포클레인이다.

 

  포씨가 주로 하는 일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갈아엎기라든지 밀어내기이다.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갈대숲을 밀어내고, 강줄기를 곧게 하기 위해 강바닥을 파헤치고, 나무를 파내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엄청난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런데 어느 겨울날부터 그는 시름시름 앓아눕기 시직하더니, 급기야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온 몸에 녹이 슨 어느 여름날, 개개비 한 쌍이 포씨의 커다란 손에 알을 낳는다. 포씨는 행여 알들이 다칠까봐 움직이지도 않고, 새끼 새들이 나올 때까지 개개비들을 지켜준다. 그리고 마침내 개개비들이 떠나기 전날, 포씨는 엄마 개개비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을 얘기해준다. 병에 걸린 돼지들을 묻기 위해 작업을 하던 중, 죽어가는 돼지들의 눈망울을 보는 순간 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처음으로 그는 자신의 직업에 의문과 회의를 느낀 것이다. 과연 개개비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포씨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인간이 존재하면서 자연은 파헤쳐져갔다. 좋은 의미로는 개발이었고, 나쁜 의미로는 훼손이다.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단어가 달라진다. 이 동화의 주인공 포씨는, 인간의 개발에 앞장선 도구 중의 하나다. 따라서 포씨의 고민은 인간의 고민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과연 인간들이 살겠다는 명목으로, 다른 생명체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마구 죽여도 괜찮은 것인가?

 

  이 문제는 다양한 각도로 봐야할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인간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인간 한 종류만 사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고 있다. 서로 영향을 주면서 존재하는 관계기에, 하나라도 사라지거나 피해를 입으면 당연히 다른 부분에도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인간을 우선시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중용이라는 개념이 나온 모양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획일적인 공평이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적합한 공평으로.

 

  제목 ‘포씨의 위대한 여름’은, 주인공 포씨가 개개비 알을 품고 있었던 그 여름을 말하고 있다. 새들의 보금자리였던 갈대숲을 밀어버린 포씨가, 그 새의 알을 품었다는 건 어떻게 보면 무척 의미 있는 일이었다.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던 그가 살리는 일을 하게 된 거니까.

 




  하지만 이 책은 음, 개발을 너무 나쁜 것으로만 몰고 있는 느낌이다. 아! 어쩌면 난 인간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이해했으며, 작가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 관점에서 집필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차이가 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직 조카는 읽지 않았는데,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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