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35주년 특별판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 찰턴 헤스턴 출연 / 20세기폭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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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lanet of the Apes , 1968

  감독 - 프랭클린 J. 샤프너

  출연 - 찰턴 헤스턴, 로디 맥도웰, 킴 헌터, 모리스 에반스

 

 

 

 

 

  애인님이 얼마 전에 말했다. “자기,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 볼 생각 있어요?” 조만간 DVD가 나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난 그 전에 개봉했던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도 보질 않았다. 그래서 새 시리즈를 보기 전에 예전 작품을 먼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전에 만들어진 시리즈의 1편은 무척이나 유명했다. 예전에 주말의 명화 같은 프로그램에서 방영해준 적도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졸다가 마지막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서 깼던 기억이 있으니까.

 

  어릴 때는 그냥 원숭이 분장한 사람들이 마냥 웃기기만 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 느낌이 달랐다.

 

  주인공 일행이 도착한 별은, 원제목 그대로 유인원들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지구에서 인간이 동물에게 하던 짓을 인간에게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직접 당해야 하는 주인공 일행은 무자비한 행동이고 비인격적이라고 분노한다. 하지만 유인원들은 왜 그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도리어 말을 할 줄 안다고, 감정을 표현한다고 호기심을 느낄 뿐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동물 실험에 대해 떠올렸다.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제품의 효과를 실험할 수 없기에, 흔히 동물에게 그것을 한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 것이다. 전에 읽은 미셸 퓌에슈의 철학 에세이 ‘말하다’에서 만약에 동물들이 말을 할 줄 알았다면, 죽일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영화를 보면서 그 말을 떠올리니, 기분이 묘했다. 인간은 얼마나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사물을 대하고 있는 걸까라는 자괴감과 함께 부끄러움마저 느꼈다. 요즘은 다른 사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같은 인간끼리 편을 가르고 있다. 나와 다른 남이기에 차별하고, 밟고 올라서려 하며, 심지어 나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갖거나 뭐 하나라도 나와 다르면, 공격하고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유인원들은 인간이 하는 모든 추악한 짓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냥 인간들이 나오는 영화에서는, 나쁜 놈이 나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유인원들이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들보다 못한 짓을 하는 인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놈들과 같은 인간이라 불린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

 

  개만도 못하다는 말이 개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 것인지 깨달으니, 그동안 개한테 못할 짓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개야 미안해. 말을 할 줄 안다고, 도구를 만들 줄 안다고,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안다고 모든 것이 다 우월하다는 편견은 버려야겠다. 언제 어디서 어떤 존재가 나타날지 모르니까 말이다. 동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갖춰야겠다고 다짐했다.

 

  영화는 몇몇 이상한 부분들이 보이긴 했지만, 5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걸 감안하면 훌륭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포스터 자체가 스포일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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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사냥개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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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House of Death and Other Stories, 1933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 책은 다른 단편집과 분위기가 좀 달랐다. 미스 마플이나 포와로가 나오는 이야기가 들어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묘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크리스티가 쓴 기이한 이야기 모음 같았다. ‘리가타 미스터리 The Regatta Mystery and Other Stories, 1939’에서 읽었던 『어두운 거울 속에』와『날개가 부르는 소리』 그리고 『마지막 심령술 모임』이 여기에 들어가면 어울릴 것 같았다.

 

  『죽음의 사냥개』는 독일과의 전쟁때 있었던, 수녀원의 기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차원의 세상까지, 어쩌면 크리스티는 그 당시 아틀란티스의 전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집시』는 과연 징조라든지 예언, 저주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모든 것을 그쪽으로 끼워 맞추기 때문에 현실화되는 것인지를 얘기하고 있다.


 『등불』은 오래된 저택에서 일어난, 귀신 이야기이다. 어쩐지 영화 '디 아더스 The Others , 2001'가 떠올랐다.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은 빙의 현상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모든 것을 밝히지는 않고,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넌지시 일러주면서 마무리 짓는다.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인데, 난 빙의였다고 생각한다.

 

  『목련꽃』은 뭐라고 해야 할까? 진정한 사랑과 아내라는 자리를 두고 흔들렸던 여자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아내를 판 남자의 이야기다. 결국 두 사람은 모든 것을 잃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여자는 버린 사랑과 배신당한 감정으로 혼자 살아가겠지만, 남자는 다른 여자를 만날 것 같다. 그에게 아내란 그런 존재에 불과했으니까.

 

  『개 다음에』는 강아지를 너무도 사랑했던 한 여인의 재기와 사랑을 그리고 있다. 개가 맺어준 인연.

 

  『이중 범죄』는 포와로와 헤이스팅즈가 버스 여행을 가는 도중에 해결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람이 얼마나 다른 사람의 말에 좌우되고, 외모로 남을 판단하기 쉬운 존재인지 얘기하고 있다.

 

  『말벌 둥지』 역시 포와로가 등장한다. 몇 가지 정황을 보고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 짐작하고 예방한 그의 능력에 또 다시 놀랄 뿐이다.

 

  『의상 디자이너의 인형』는 음, 인형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다. 귀신들린 인형과 그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하긴 나라도 버린 인형이 다시 돌아오면 무서워서 근처에도 가기 싫을 것이다.

 

  『이중 단서』에도 포와로가 등장한다. 또한 그가 경애해마지않는 여걸 베라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등장한다. 사건보다는 그녀와 포와로의 맞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성역』에서는 미스 마플이 등장한다. 그리고 ‘예고 살인 A Murder is Announced, 1950’에서 만났던 번치와 크래독 경감이 나온다. 보석에 얽힌 살인이지만, 어쩐지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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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안 해도 심심하지 않아!
수잔 콜린스 글, 마이크 레스터 그림, 노경실 옮김 / 두레아이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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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hen Charlie McButton Lost Power, 2005

  작가 - 수잔 콜린스

  그림 - 마이크 레스터

 

 

 

 

  찰리는 게임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소년이다. 눈이 오는 겨울을 지나 산책하기 좋은 봄이 되어도, 다시 시간이 흘러 더운 여름이 되어도 그는 언제나 방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전체가 정전이 된다. 그리고 평화롭던 찰리의 일상생활이 방해를 받는다. 게임 금단 증상에 시달리던 그는 쓰던 게임기라도 사용하려고 했지만, 평소에 건전지를 준비하지 않아 그것도 할 수가 없다. 결국 동생에게 화풀이 하고 온갖 짜증을 내던 찰리는 반성 의자에 앉게 되는데…….

 

  그림이 너무너무 귀여운 책이다.

 

  첫 장을 펼치면 방에서 게임을 하는 찰리와 대조되게 신나게 밖에서 노는 여동생의 모습이 보인다. 동생이 개와 산책하고, 개와 가정용 튜브 수영장에서 놀아도 찰리는 여전히 구부정하게 앉아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 퀭한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게임을 못하게 되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장면은 그냥 그림만으로도 그가 어떤 심리인지 알 수 있었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딱 보자마자 인물의 생각과 심리를 알 수 있는 귀여운 그림이었다.

 


  벌을 받던 찰리는 컴퓨터 게임을 알기 전에 동생과 지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이 동생에게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깨닫게 된다.

 

  이야기는 정전이 된 하루 동안 동생과 시간을 보낸 오빠가 이 세상에는 게임 말고도 재미있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끝이 난다. 노는 동안 동생과 오빠, 그리고 개까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막내 조카는 진지하게 이렇게 말했다. "고모, 난 동생도 없고 강아지도 없는데?"

 

  뭐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래서 ‘같이 놀 동생이나 개가 없으니까 주인공과 처지가 다르다고? 그러니까 지금까지처럼 게임을 하겠다고? 고모가 그런 대답을 듣고 싶어서 이 책을 보여준 건 아니잖니? 글자만 읽지 말고, 숨은 뜻을 생각해보라고!’ 이렇게 큰소리를 쳤다가는 다시는 고모가 주는 책은 안 읽겠다고 할까봐 마음을 진정시켰다. 가뜩이나 요즘 게임과 케이블 방송에서 해주는 만화에 빠져서 책을 덜 읽는데…….

 

  '무조건 게임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잠시 모니터나 휴대 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고, 다른 것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네가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동안, 네 주변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게 되잖아? 넌 동생이나 개가 없지만, 고모도 있고 할머니도 있고 형도 있고 누나도 있잖아. 그리고 너희 집 근처에는 같은 반 아이도 있다면서. 게임을 해도 괜찮아. 하지만 네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잊지는 말라는 거야. 그리고 네 허리와 눈도 쉬게 해주고 말이야. 정전이 나서 컴퓨터를 못하게 되는 것처럼, 허리와 눈이 아프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될 테니까.'

 

  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이 너무 길면 안 될 것 같아서 짧게 말했다.

 

  "동생이나 개가 없으면, 친구들하고 놀면 되잖아. 그리고 너 그렇게 허리 구부정하게 하고 있으면 키 안 큰다."

 

  그러자 조카가 말했다.

 

  “고모 미워!”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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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진실
타리크 나쉬드 감독, 니엘 세구라 외 출연 / 아트비젼엔터테인먼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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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ark Medicine, 2013

  감독 - 타리크 나쉬드

  출연 - 니엘 세구라, 킴 바르가스, 코리 브라운, 러스 킹스턴

 

 

 

 

  이 세상에 악마가 존재한다면, 아니 말을 잘못했다. 인간에게 악마 성을 부여한다면, 과연 어떤 부류의 사람이 악마라고 불릴까?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태도나 말 등이 얼마나 교묘하고 계획적인지 생각하지 못하고, 단지 내가 보고 듣는 그 순간 괜찮으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거기에 원제를 보면 Medicine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약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제목들을 보면, 어떤 내용일지 추측이 가능하다. 겉으로는 건실한 제약회사가 알고 보면 나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설정일 것이다.

 

  그렇다. 영화 내용은 저 추측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내가 상상한 제약회사라기보다는, 거대 다국적 기업 내지는 정부 비밀 조직이 사건에 배후에 있었다. 영화는 시작부터 아예 누가 음모를 꾸미는지 보여준다. 못사는 동네라든지 외떨어진 마을의 학교 같은 시설에 비밀리에 약을 풀어놓아 우생학적 실험을 하는 집단이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나, 학교들을 폐쇄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아예 취소한 것이 아니라, 관리자 한두 명을 남겨두고 노숙자들이나 부랑아들을 이용해서 부작용에 대해 연구한다. 그런 중학교 중의 한 곳에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폐교 탐방을 온다. 그들은 온갖 실험으로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식인을 즐기는 실종된 사람들이었다.

 

  잘 모르는 사람이 친근하게 다가오면 경계하고 보자는 교훈을 주는 영화였다. 거기에 술김에 어떤 결정을 내리면 좋지 않다고도 알려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과 권력을 가지면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자, 단지 외떨어진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니 은폐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임자의 발언에서는 오싹함마저 느낄 정도였다. 외딴 마을에서 사는 사람은 사람이 아닌가? 다 자신과 같은 인간인데,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그걸 망각하거나 노골적으로 계층을 나누게 되는 모양이다.

 

  학생들을 공격하는 좀비 화된 노숙자들보다, 마을 사람들을 모르모토 취급하는 그들의 태도가 더 기막혔다. 인간에 대한 존중심을 되찾으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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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개뿔. 아, 보다가 지루해서 졸기까지 했다. 이건 뭐 우뢰매가 더 재미있다고 여겨질 영화였다. 특수효과도 세트도 분장도 스토리 진행도 돈 적게 들인 티가 팍팍 났다. 거기에 연기도…….

 

  그나마 영화의 장점이라면 70분 정도 되는 짧은 상영시간이라고 할까? 90분이 넘었다면 분노 게이지가 적정 수위를 넘었을지도 모른다. 아, 내 돈 3500원! 영화 포스터에 ‘잠들고 싶으면 보지마라!’고 적혀있는데, 진짜 그랬다. 중간에 졸아서인지 아니면 돈 아까워서인지 잠을 못 잤다. 어우, 왜 별점 0을 못 주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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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랍인형의 집 - [할인행사]
앙드레 드 토스 감독, 빈센트 프라이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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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House of Wax, 1953

  감독 - 앙드레 드 토스

  출연 - 빈센트 프라이스, 프랭크 러브조이, 필리스 커크, 캐롤린 존스, 폴 피세니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이다. 요즘 애인님과 미국 드라마 ‘슈퍼내추럴’을 보는데, 거기 나온 형제 중의 한 명이 영화 ‘House of Wax, 2005’에 출연한 걸 알았다. 그런데 그 영화에 원작이 있다는 게 아닌가? 이럴 경우, 애인님은 원작부터 순서대로 보자고 한다. 그래서 보게 되었다.

 

  제라드는 뛰어난 밀랍 인형 예술가이다. 그런데 보험금을 노린 동업자 버크가 작업실에 불을 내는 바람에, 끔찍한 화상을 입고 겨우 살아난다. 복수를 다짐한 그는 버크를 살해하는데 성공한다. 뒤이어 버크의 약혼녀 캐시가 살해되고 시체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의 시체도 연달아 도난당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한편 캐시의 친구 수는 밀랍인형 박물관엘 가게 된다. 바로 제라드가 새로 개장한 곳이다. 그런데 수는 박물관에 전시된 밀랍 인형 중의 하나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는다. 바로 죽은 친구 캐시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한 것이다. 수는 그 박물관에 뭔가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영화는 제라드의 복수극이라기보다는 그의 밀랍 인형 제작에 대한 열정을 주로 다루고 있다. 문득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 Psycho, 1960’가 떠올랐다. 처음에 돈을 훔친 마리온 사건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 같더니, 나중에 그건 단지 발단에 불과했다. 이 영화도 그랬다. 제라드의 복수가 주된 내용이라고 예상했는데, 그건 금방 끝나버렸다. 대신 밀랍 인형을 만들고자 하는 제라드의 열정과 전시된 인형에 얽힌 비밀이 부각되었다.

 

  아, 보면서 막 웃음이 나는 장면들도 있었고 어이없는 부분도 있었다. 강산이 여섯 번이나 바뀌는 시간동안, 사람들의 감성도 많이 변한 모양이다.

 

  제일 어이없던 부분은 버크가 죽은 후, 약혼녀 캐시의 태도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죽었는데 슬퍼하기는커녕 새로 사귄 남자와 비교한다. 돈이 누가 더 많다느니 매너는 누가 더 좋다는 등등. 그것도 웃으면서! 돈 많은 남자들을 홀릴 정도로 예쁘지도 않게 생겼는데, 자기가 진짜 예쁜 줄 안다. 뇌에 주름은커녕 빗살무늬도 없는 사람인가보다.

 

  영화를 보면서 현재와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요즘은 새로 개장한 가게 앞에서 커다란 풍선이나 예쁜 여자들이 춤을 추는데, 그 당시에는 양복을 잘 차려입은 아저씨가 술을 매단 탁구채를 치면서 떠든다. 그게 저 당시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 정도로 신기한 일이었나 보다. 그리고 소방차도 지금과 모습이 많이 달랐다. 과연 불을 잘 끌 수 있을까 의아하기만 했다. 게다가 밀랍 인형이 실제 사람과 비슷하긴 하지만, 그걸 보고 기절하는 아가씨들의 모습은 그냥 웃음만 나왔다. 겨우 그거 보고 기절하면, 요새 나오는 영화들은 어찌 보려고……

 

  영화의 내용은 예측이 가능했고, 그렇게 무서운 장면도 없었다. 아, 사람과 너무도 비슷하게 생긴 밀랍 인형들이 녹아내리는 장면은 좀 기괴하긴 했다. 그 장면만 빼면, 그냥 60년 전의 사회와 지금을 비교하는 재미로 가득했다. 영화에서 나온 여성들의 옷이 예뻐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난 몸매가 안 되니까 못 입겠지.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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