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타 미스터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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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Regatta Mystery and Other Stories, 1939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 단편집은 어딘지 모르게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책이었다. 포와로, 미스 마플 그리고 파커 파인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7개이고 나머지 3개는 뭐라고 정의해야할 지 미묘한 이야기이다.

 

  우선 포와로가 나오는 4개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리가타 미스터리』는 간단한 손재주를 이용한 보석 도난 사건을 포와로가 해결하는 내용이다. 사람이 얼마나 겉모습에 속기 쉬운지 보여주고 있다.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는 어쩐지 ‘핼로윈 파티 Hallowe'en Party, 1969’가 떠오르는 설정이었다. 부유한 여자가 돈이 많으면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돈에 쪼들리는 조카가 있으면…….

 

  『노란 붓꽃』는 딱 보자마자 ‘잊을 수 없는 죽음 Remembered Death, 1945’이 생각났다. 사건의 전개라든지 설정, 인물의 구도가 그 책과 똑같았다. 단편을 먼저 만들어 보고 마음에 들어서 장편으로 발전시킨 예인가보다.

 

  『해상의 비극』은 ‘나일 강의 죽음 Death on the Nile, 1937’과 흡사했다. 돈 많은 여인과 그녀에게 쩔쩔매는 남편. 장편과는 인물의 성격이 좀 달라졌지만, 분위기가 그랬다. 하지만 이 단편이 더 늦게 나왔다. 흐음, 장편을 줄여본 걸까?

 

  『클래펌 요리사의 모험』는 음, 어디선가 비슷한 설정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감상문을 작성하기 전에 읽은 책인가 보다. 으음, 기억을 더듬어 봐도 도저히 생각이 안 난다. 짜증난다.

 

  『마플 양, 이야기를 하다』는 제목 그대로 미스 마플이 자신이 해결한 사건을 얘기하는 단편이다. 한 여자가 살해당한다. 그런데 생전에 너무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뻥을 쳐놓아서 아무도 그녀가 왜 죽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핼로윈 파티 Hallowe'en Party, 1969’에서 살해당한 소녀가 떠오르는 성격이다.

 

  『폴렌사 만의 사건』은 파커 파인의 단편집을 읽었다면 어떻게 전개가 되는지 추측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래서일까?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사람은 참 단순하다는 생각이 드는 단편이다.

 

  『어두운 거울 속에』와『날개가 부르는 소리』 그리고 『마지막 심령술 모임』은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이라기보다는, ‘앗! 세상에 이렇게 기묘한 일이’같은 시리즈를 보는 기분이었다. 심령술이라든지 예언이라든지 예지몽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그런 걸 교묘히 꾸며서 트릭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신비롭게 마무리를 지었다. 아마 크리스티가 다른 분위기의 글을 써보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난 별로…….

 

  오타 발견!

 

  그 얼 그리고 날쌔게 아이를 안았다. -p.257

 

  ‘그 얼’ 다음에 도대체 어떤 글자나 문장이 들어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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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한 개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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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Under Dog, 1929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크리스티 전집 후반부에는 신기하게도 단편집이 몰려있다. 얼마 전에 읽은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Christmas Pudding, 1960’, 조만간 읽을 ‘리가타 미스터리 The Regatta Mystery, 1939’ 그리고 이 책까지 합해서 세 권이나 이달에 읽을 목록에 들어있는 단편집이다. 총 8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고, 모두 다 포와로가 나온다.

 


  『패배한 개』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포와로의 고찰이 잘 드러나 있다. 사람들의 불안함을 이용해서 범인을 자극하는데, 어쩐지 그 방법이 엘러리 퀸의 단편 ‘미친 티 파티’를 연상시킨다. 그래도 ‘미친 티 파티’의 엘러리 퀸은 진짜 얄미웠지만, 포와로는 그에 비하면 귀여운 편이었다.

 


  여기서 애스트웰 부인이 이런 말을 한다. “항상 짖는 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 법이죠.” 하긴 애견 카페에서 들었는데,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짖는 개는 사실 사람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만히 참고 있다가 열 받아서 공격하는 놈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플리머스 급행열차』는 장편 ‘푸른 열차의 죽음 The Mystery of the Blue Train, 1928’과 너무 흡사하다. 마치 이 단편에 여러 가지 살을 덧붙여서 장편으로 만든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출판된 연도가……흐음. 보석과 사랑이 절묘하게 결합된 이야기이다.

 


  『승전무도회 사건』은 사람의 시각이 얼마나 부적합한 증인인지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시각적 착각으로 완전 범죄를 꿈꾸던 범인이 나온다. 물론 포와로는 그런 것에 넘어가지 않는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애꿎은 커플을 죽인 범죄자에게 무척 화가 난 단편이었다.

 


  『마켓 베이징의 수수께끼』는 예전에 읽은 크리스티의 단편과 수법이 비슷했다. 뭔지 제목을 말하면 범인의 정체를 밝히면 범인의 정체가 금방 드러나니까 패스. 사소한 것 하나, 심지어 냄새 하나도 놓치지 않는 포와로가 무서워졌다.

 


  『르미서리어 가문의 상속』은 장남은 가문을 잇기 전에 죽어버리는 저주에 걸린 가문이 나온다. 그리고 그 저주대로 어린 소년의 목숨이 위협을 받는다. 진짜로 20세기에 저주가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재산을 노린 누군가의 범행인지, 포와로가 나선다.

 


  『콘월의 수수께끼』는 독살당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진 중년 부인이 의뢰를 해온다. 하지만 포와로가 수사를 시작하려고 도착하는 순간, 그녀는 이미 죽은 뒤였다. 그녀에게 매일 조금씩 독을 먹인 사람은 누구일까? 돈 때문에 냉혹하게 사람을 죽이는 진짜 나쁜 인간이 등장한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클럽의 킹』은 살인 사건에 얽힌 아름다운 아가씨에 관한 이야기다. 진짜로 그녀가 사람을 죽인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주장대로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인지. 포와로는 어느 나라 왕자의 의뢰로 사건에 뛰어든다. 여기서 유전에 대해 약간 언급이 나오는데, 좀 웃겼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하는 행동 같은 것으로도 상류계급 출신인 것이 증명되고 있소.”라니. 아, 진짜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잠수함의 설계도』에서 영국 해군은 국가 기밀 서류를 잃어버린다. 저번에는 수상도 잃어버리더니! 나라 기강이 좀 엉망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도 국기 기말 서류를 도난당한 적이 있다. 이 나라, 상습적으로 서류를 잃어버린다. 유능한 탐정이 있다고 방심한 모양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런 것이다. 고위 공직자의 스캔들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과거야 어떻든 현재 그 사람이 잘 하고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과거의 일을 문제 삼아 잘하고 있는 사람을 쫓아내야 하는 걸까?

 


  크리스티나 포와로, 그리고 미스 마플은 유전의 힘을 믿고 있다. 그런데 과거는? 어쩐지 모순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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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X TAPE , 2012

  감독 - 버나드 로즈

  출연 - 케이틀린 폴리, 이안 던칸, 크리스 코이, 디아나 가르시아

 

 

  



 

  광고 카피가 '마지막 1분까지 무서운 영화'라고 되어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에게는 마지막 1분까지도 무섭지 않은 영화였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질과 그녀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기록하는 아담. 초반은 두 사람의 섹스와 민폐 쩌는 엽기 행각으로 가득하다. 그러다 둘은 버려진 병원으로 몰래 들어간다. 아담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질은 누군가의 공격을 받는다. 하지만 아담이 돌아오자, 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며, 친구 커플까지 부른다. 그리고 뭔지 모를 존재가 그들을 혼란에 빠트리는데…….

 

  아담의 눈에는 확실히 콩깍지가 씌어서, 질이 무슨 미친 짓을 해도 예쁘게만 보이나보다. 하긴 그도 성향이 똑같으니까 같이 다니는 거겠지. 초반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질이 올 누드로 등장해도 영화는 흥미가 없다. 섹스 장면을 보여주려면 화끈하게 보여주던지 할 것이지, 영화는 그냥 뜸만 들이다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민폐 엽기 행각. '저것들 미친 거 아냐?'라는 중얼거림이 절로 나왔다. 미국은 총기 소유가 자유라는데, 저러다가 둘이 총 맞으면서 영화가 끝나는 게 아닐까하는 황당한 상상까지 할 정도였다.

 

  이 작품이 19금인 이유가 무서워서라기보다는 질과 아담이 꼴리지 않는 섹스 장면을 남발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는 질과 아담을 비롯해 친구 커플의 암수한몸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게다가 언제나 카메라를 들고 있는 건 아담인지라, 마치 야동을 보는 것 같은 화면 구도가 만들어진다. 야동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절대로 남자의 얼굴은 나오지 않는다. 카메라의 시선이 남자의 시선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기에, 화면에 나오는 것은 대개 여자뿐이다. 이 영화도 비슷한 시선을 보여준다. 아담은 화가 나서 말싸움을 하거나 급박한 일이 있어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마치 그의 존재 의미는 카메라를 통해서만 가치를 지니는 것 같다.

 

  하여간 영화는 아담의 카메라와 CCTV를 통해서 사건을 보여준다. 그런데 공포영화를 좀 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다. 화면에 비추는 모든 것이나 눈에 보이는 것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영화는 초반에 질과 아담의 돌아이짓을 보여주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정작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리 분량이 많지 않았다. 처음 병원에서 질이 공격당하는 장면을 빼면, 영화가 시작하고 50분은 되어야 긴장감을 처음으로 느끼게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도 다른 영화에서 흔히 보던 상황이라 이러이러하겠네 하고 생각하면 비슷하게 일어나서, 그렇게 집중되지는 않았다. 단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다.

 

  마지막 1분은 무섭다기보다는 역겨웠다. 고기를 먹고 싶었다면 마트에 가면 될 것이지, 왜 굳이 그 고기를……. 하긴 그녀면 그 부분에 한이 맺혔을 테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병원의 그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어서 별로 공감이 가진 않았다. 초반을 줄이고, 병원에 더 시간을 할애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그냥 공포 영화를 패러디한 에로 영화를 보는 게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랬다면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건질 수 있을 테니까.

 

  영화에서 이상한 점. 관리도 안하는 버려진 병원인데, 어떻게 CCTV는 작동하고 있는 걸까? 전원이 어디선가 들어온다는 얘긴가? 아니 그보다, 누군가 그걸 보고 있다는 뜻인가? 누가?

 

  아, 오늘 저녁 반찬이 마트에서 사온 수제 소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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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nnabelle, 2014

  감독 - 존 R. 레오네티

  출연 -애나벨 월리스, 워드 호튼, 알프레 우다드, 에릭 라딘

 

 

 

  언젠가도 말했지만 애인님과 내가 같이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고 하면, 각자 표 끊어서 같은 영화를 보는 것을 뜻한다. 이번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쪽이 먼저 영화가 시작하기에, 끝나자마자 애인님에게 스포일러를 문자로 보내 주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쪽이 끝나기 전에 애인님 쪽에서 영화가 시작하는 바람에 그 계획은 불발이 되었다. 진짜 아까웠다.

 

  하지만 상암 CGV님이 어쩐 일로 하루에 두 번이나 이 영화를 상영해주시니, 집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 감지덕지할 따름이다. 영화 '오큘러스 Oculus,2013' 때는 무려 한 시간이나 걸리는 다른 구로 가야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CGV님.

 

  이 영화의 감독은 제임스 완의 전작들, 예를 들면 '데드 사일런스 Dead Silence, 2007',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Insidious: Chapter 2, 2013'에서 촬영을 담당했다. 그런 인연으로 이 작품 '애나벨'의 감독을 맡았나보다. 그 전에 '나비 효과 2 The Butterfly Effect 2, 2006'라든지 '모탈 컴뱃 2 Mortal Kombat: Annihilation, 1997'도 감독했다고 한다. 아,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영화는 '컨저링 The Conjuring , 2013'에 등장해서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한 인형 애나벨의 탄생과 활동에 대해 다루고 있다. '컨저링' 시작 부분에 워렌 부부가 귀신들린 인형에 대해 얘기를 듣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워렌 부부에게 애나벨을 준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 전 주인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의사인 존과 인형 수집과 옷 만들기가 취미인 미아 부부. 임신한 미아를 위해 존은 그녀가 찾아 헤매던 인형을 하나 구입한다. 세트를 완성했다고 좋아하던 미아. 그런데 어느 날, 옆집 중년 부부가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딸 애나벨과 그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급기야 그 둘은 존과 미아 부부를 공격한다. 미아는 칼에 찔리고, 옆집 딸은 존이 선물한 인형을 안고 자살한다. 그녀의 피가 인형에게 흘러 들어가고, 그 날 이후 존과 미아 부부의 주변에서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꺼림칙한 기분에 인형을 버리고 이사했지만, 놀랍게도 이삿짐 속에서 다시 발견된다. 그리고 인형의 몸에 깃든 악령은 부부의 아가 레아를 노리는데…….

 

  영화는 음, 강약 조절이 약간 실패한 기분이었다. 배경 설명을 너무 자세히 하느라, 초반은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죽은 애나벨의 피가 인형 눈으로 들어가면서부터는 앞으로 뭔가 일어날 것 같다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이후 모든 장면이 예사롭지 않았다. 남편이 팝콘을 오븐 위에 올려놓으면 불이 저절로 켜지면서 타버릴 것이라 상상을 하고, 문이 열려있으면 저절로 닫힐 거라는 추측을 하며 혼자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인형이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무슨 불길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느낌이었다. 계속 그런 생각을 해서, 나중에는 아무 죄도 없는 인형을 나쁘게 보는 건 아닐까하는 미안함마저 들었다. 인형이 나쁜 게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악마를 불러오려했던 인간이 나쁜 거였으니까.

 

  영화는 궁금함만 잔뜩 남겨두고 끝이 났다. 매일 쿵쾅거리던 위층엔 누가 살고 있는지, 레아가 사고당할 것을 예측한 그림을 그린 것이 누구인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 위층 꼬마가 그린 것 같은데, 그러면 그 아이의 정체는 뭘까? 그리고 위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걸 보고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1973'에서 악마가 어린 리건을 공략할 때, 위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런 현상일까?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게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제일 황당했던 부분은, 후반부에 나오는 신부님의 대사였다. 인형이 사라졌다는 얘기에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다음 주인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말을 한다. 아니, 신부님! 신부님 관할 교구 내에서만 아무 일이 안 생기면 끝나는 건가요? 악마 들린 인형이라면서요? 신부님도 공격받아서 병원 신세까지 졌잖아요! 걱정 안 되시나요? 다른 교구에라도 비상 연락망 돌려서 대비를 해야죠! 악마가 인형의 몸을 빌려 나오는 거라면서요! 악마요, 악마! 인간의 영혼을 빼앗아가는 악마! 긴장 안 해요? 왜 그렇게 해맑아요? 걱정하는 표정이라도 지어야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빈티지에 레어 아이템이라고 해도, 그 인형처럼 흉측하게 생긴 것을 선물로 구입한다는 게 특이했다. 원래 인형은 귀엽고 폭신폭신 안아주고 싶게 생겼는데, 영화의 인형은 구입하는 사람의 취향을 의심할 정도로 무섭게 생겼다.


 



왼쪽이 영화에서의 인형, 오른쪽이 실제 애나벨 인형

 

 

  영화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너무도 귀여운 아가 레아였다.

 

 

 

 

  그나저나 내 옆에 앉아서 두 번이나 전화 받던 아줌마, 영화 재미없다고 그랬죠? 계속 팝콘 먹고, 전화 받고, 나갔다 오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당연히 재미가 없죠. 진짜 짜증이 나서 욕하고 싶은 거 참았어요. 영화 봐야하니까요. 아줌마 같은 사람은 차라리 극장 안 가는 게 도와주는 거 같아요. 왜 내가 첨보는 아줌마 전화 내용을 알아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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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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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Adventure of the Christmas Pudding and a Selection of Entrees, 1960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원래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6개의 단편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책에 중복되어 수록된 두 개는 빼버렸다고 한다.

 

  특이하게 이 작품에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머리말이 첫 장을 장식하고 있다. 그녀는 이 책을 크리스마스 요리책으로 생각했고, 각각의 단편들을 요리로 상상했다. 주된 요리로는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과 '스페인 궤짝의 비밀', 앙트레로는 '꿈'과 '그린쇼의 아방궁'을 넣었다. 소르베(셔벗)에 해당하는 작품은 아쉽게도 들어있지 않다.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은 어느 미개국의 왕위 계승자가 도난당한 보석을 되찾아달라고 포와로에게 의뢰하면서 시작한다. 보석을 가져간 여자가 영국 어느 교외에 있는 저택에 머물 것이라는 첩보에, 포와로는 그곳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에게 푸딩을 먹지 말라는 경고의 쪽지가 날아온다.

 

  거의 3분의 1 이상이 영국의 크리스마스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인터넷에서는 영국 요리가 맛이 없고 형편없다는 글들이 가끔 올라오는데, 이 책을 보면 그렇지만도 아닌 것 같다. 범인을 찾아내는 것보다, 요리를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가득한 책이었다. 다만 밤에 배고플 때 읽으면 곤란하다.

 

 

  『스페인 궤짝의 비밀』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인이 등장한다. 너무도 아름다워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추종자들을 거느리게 된 여인.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남자들의 시선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녀에게 남자들의 구애는 산소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문득 예전에 읽은 엘러리 퀸의 단편과 동기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범행 수법은 확연히 다르지만,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면서 노린 것이 비슷했다.

 

 

  『꿈』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야기였다. 감히 포와로를 이용해서 완전 범죄를 성립시키려고 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범죄자였다. 포와로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런 짓을 하겠다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멍청한 범인 같으니라고. 늙었다고 추리력까지 감퇴된 것은 아닌데.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던 단편이었다.

 

 

  『그린쇼의 아방궁』은 얼마 전에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 보았었다. 물론 단편을 1시간 30분이 넘는 드라마로 만들었기에, 책과는 많이 달랐다. 기본 설정을 많이 바꾸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잘한 다른 소재들이 여러 개 들어가 있었다. 미스 마플의 조카이자 작가인 레이먼드 웨스트가 등장한다. 다른 단편집인 '화요일 클럽의 살인'에서처럼 그는 범인에게 이용당할 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현명한 아주머니인 미스 마플 덕분에 위기를 넘긴다.

 

  나도 조카들에게 미스 마플처럼은 아니어도, 0.0001%라도 닮은 현명한 고모가 되어야 할 텐데…….

 

  조카인 레이먼드가 살인 사건에 대해 가볍게 얘기하자, 미스 마플이 꾸짖는 장면이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게 다 전쟁 탓이야. 장례식도 하나의 농담거리에 지나지 않으니."-p.191

 

  흐음, 그래서 한국도 타인의 죽음이나 희생에 무덤덤한 걸까? 자기가 관련되지 않으면 관심도 주지 않고, 자신의 기준으로 남의 슬픔의 깊이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걸까? 하지만 누군가의 슬픔의 깊이는 그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인데?

 

  어쩐지 마음이 아픈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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