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풍전 배비장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김현양 글, 김종민 그림 / 현암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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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저자 - 김현양

  그림 - 김종민

 

 

 

 


  두 개의 우리 고전이 실려 있는데, 바로 ‘이춘풍전’과 ‘배비장전’이다. 공교롭게도 조선 시대 남자의 바람기에 대해 다룬 이야기들이다. 책으로 접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명절 때마다 방송해줬던 마당놀이극으로 본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아니 뭐 이딴 것들이 다 있어!’라고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게 있었다. 하긴 뒤표지에서 대놓고 ‘조선 시대 남성들의 삐뚜름한 성적 욕망 이야기 두 편!’이라고 적어놓을 정도니까 뭐.

 

  ‘이춘풍전’은 한마디로 주색잡기만 잘 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부모가 물려준 유산을 몽땅 다 탕진한다. 5년 동안 부인이 열심히 일해서 어느 정도 재산을 불려놓았더니 예전 습관이 살아나, 부인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으며 장사를 해보겠다고 돈을 싸들고 평양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평양 제일의 기생 추월에게 반해서 돈을 다 탕진하고 급기야는 그녀의 곁에라도 있겠다며 종살이를 한다. 한편 남편의 소식을 들은 부인은 옆집 참판의 도움으로 남장을 하고 비장이라는 직책으로 평양에 도착하는데…….

 

  ‘배비장전’은 제주로 발령받은 비장의 이야기다. 제주에 가서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지 않겠다고 부인과 단단히 약속한 배비장.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그의 행동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그들은 배비장을 유혹하라며 제주 최고의 기생 애랑을 부추기는데…….

 

  위에서도 썼지만, 읽으면서 아주 그냥 울화가 치밀었다. 이춘풍의 병신 같은 짓은 둘째 치고, 부인의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걸까? 남편에게는 겨우 곤장 열 대만 치고, 추월은 무려 오십 대나 때린다. 추월이 꽃뱀이라서? 그래, 꽃뱀이라고 치자. 그래서 오십 대나 곤장을 친다고 하자. 그러면 제 버릇 못주고 또 여자에게 넘어가 재산을 날린 춘풍은? 설마 섹스 중독에다가 알콜 중독에 걸린 환자라서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열 대만 때린 건가? 게다가 춘풍은 적반하장 격으로 부인이 자기를 구했다고 고마워하기는커녕, 가장의 볼기를 때렸다고 화를 낸다. 이건 뭐 개념도 없고 예의도 없고 뇌도 없는 건가……. 하긴 개념과 뇌가 있으면 애초에 그런 짓을 하지도 않았겠지.




  춘풍의 부인이 내 친구이거나 친척이라면, 당장에 이혼하라고 했을 것이다. 5년 동안 바느질과 여러 가지 일을 해서 돈을 제법 모은 걸 보니 손재주가 뛰어난 모양이다. 그러면 어디 가서 굶고 살지는 않을 테니까. 누가 알겠는가. 괜찮은 디자이너가 될 지. 아무리 봐도 조선시대는 여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사회였다. 저런 놈을 남편이라고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하다니…….

 

  하지만 더 화가 난 건 ‘배비장전’이었다. 아니 남이사 기생에게 한눈을 팔건 말건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 난리인지 모르겠다. 이건 뭐, 자기 혼자만 당할 수 없다고 남을 끌어들이는 물귀신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냥 기생들이랑 놀고 싶으면 자기들끼리 놀면 되는데, 굳이 안 하겠다는 사람을 함정에 빠트려서 그 망신을 줘야 할까? 다 같이 공범으로 만들어 놓아야 나중에 자기들 부인에게 고자질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혼자 고고하게 노는 사람이 아니꼬워서 꼴 보기가 싫었던 걸까? 왜 그리도 남의 일에 간섭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저런 기질들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자기 혼자가 아닌, 주위 사람들까지 여럿 끌어들여 한 여자를 집단 성폭행을 하는 마을 사람들이나 학생들의 이야기는 한두 번 나오는 게 아니니까. 아, 왜 우리나라 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는지 알 것 같다. ‘근묵자흑 近墨者黑’이라고 나쁜 무리와 어울리지 말라는 고사 성어가 있다. 양반들은 어릴 적부터 여러 가지 학자들의 책을 읽으니까 저 말을 분명히 배웠을 텐데, 하는 짓은 왜 저모양인지. 하긴 요즘도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길에서 자위행위를 하기도 하고, 불륜은 기본에 뇌물 수수, 살인 교사 그리고 난교파티까지 저지르니까.

 

  역시 학력과 인성은 비례하는 게 아니다.

 

  옛 고전을 읽으면서 느낀 게, 그 때나 요즘이나 기득권층의 난잡함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본성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미스 마플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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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Rites of Spring (블러드 스프링) (2011)(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IFC Independent Film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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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ites of Spring, 2011

  감독 - 패드레이그 레이놀즈

  출연 - 소니 마리넬리, 캐더린 랜돌프, 아네사 램지, AJ 보웬

 

 

 


 

 

  입춘 때마다 매년 5명의 여자가 실종되지만, 경찰은 그들의 흔적조차 찾지 못한다. 그리고 레이첼과 알리샤 역시 술집에서 집으로 가던 중에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납치당한다. 두 사람이 잡혀간 곳은 옥수수 밭이 넓게 펼쳐진 시골 농장. 그곳에서 알리샤는 목 잘려 살해당하고, 레이첼만 가까스로 그곳을 탈출한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그녀의 뒤를 쫓는데…….

 

  한편 벤은 자신의 실수도 아닌 일로 실직 당하는데, 그에 앙심을 품고 애인과 동생 그리고 친구를 끌어들여 사장의 딸을 납치한다. 하지만 같이 일을 하기로 한 친구가 뒤통수를 치면서 돈을 가로채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레이첼이 도망친 곳이 바로 벤 일당이 한참 돈 배분 문제로 싸우고 있는 폐건물이었다. 이제 그들은 레이첼을 쫓아온 괴생명체에게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을 보면, 그곳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설정을 보면, 자연스레 스티븐 킹의 소설 '옥수수 밭의 아이들 Children of the Corn'이 떠오른다. 다른 점은 소설에서는 아이들이 등장하지만, 여기서는 할아버지가 나온다. 그거야 어찌되었건,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와 그것에 광적으로 열광하는 광신도가 등장하는 소재는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특히 납치당한 사람이 여자라면, 그녀가 어떻게 광신도 무리에서 탈출하느냐가 제일 관건이다. 금발의 20대 초반인 미모의 여성이라면 뭐 게임 끝이다. 도망 다니다가 은근슬쩍 찢어지고 땀에 절어 착 달라붙는 의상이라면, 감사할 따름이다.

 

  거기다 납치범들이 내분을 일으켜서 싸우는 설정의 영화도 더러 있다. 제목은 생각 안 나지만, 납치한 아이를 죽이려는 사람과 보호하자는 사람이 다투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거기에 아이를 잃은 부모가 복수하려는 영화도 흔하다. 이건 부모가 복수에 성공하거나 아이가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는 간절함을 느끼게 한다. 관객이 그런 절실함을 같이 느끼고 분노하게 만든다면, 영화는 성공적이라 할 것이다. 왜 사람들이 '테이큰 Taken, 2008'에 그리 열광했겠는가? 리암 니슨 때문에? 아니다. 악당을 쳐부수는 아버지의 모습에 감정이입을 한 것이다. 네가 어디 사는 누군지 모르지만, 목 씻고 기다려라. 아, 진짜 멋진 대사였다.

 

  이 영화는 이런 매력적인 두 가지 소재를 한꺼번에 써먹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보여준다. 하지만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과 달리, 이 영화는 시작은 작지 않았지만 끝은 더 작아진다. 끝이라고 생각도 못한 부분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바람에, 무척 당황했다. 이게 뭐야? 설마 감독이 편집하다가 졸았나? 나중에야 실수를 깨달았지만, 디렉터스컷을 내놓을 만큼의 자본이나 여력이 없어서 그냥 이렇게 내버려둔 건가? 물론 이 영화처럼 결말을 마무리 지은 영화가 없는 건 아니다. '텍사스 살인마 The Texas Chainsaw Massacre. 1974'가 그나마 좀 비슷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비슷할 뿐, 느낌은 전혀 달랐다. 아, 그래서 그 영화는 시리즈가 만들어지면서 팬을 모았고, 이 영화는…….

 

  벤에게 레이첼은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레이첼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벤이 회사에서 실직 당했고, 레이첼이 벤이 있는 건물로 도망쳐왔기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니까 말이다. 친하게 지내는 것은 아닌데,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 불운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물론 그래서 레이첼이 죄책감을 갖고 벤을 도와주러 오기는 하지만……. 아, 이 여자 진짜 보는 사람 속터지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엄청난 민폐녀다. 주인공이라서 봐주지만, 옆에 있으면 은근 짜증날 스타일.

 

  영화를 정의하자면, 회 떠먹으면 맛있는 생선을 그냥 끓여버린 느낌? 국거리로 좋은 일등급 한우를 돼지고기와 함께 갈아서 햄버그를 만들어버린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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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다이어리
브래들리 파커 감독, 제시 매카트니 (Jesse McCartney)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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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hernobyl Diaries, 2012

  감독 - 브래들리 파커

  출연 - 조나단 새도스키, 데빈 켈리, 제시 맥카트니, 올리비아 더들리

 

 

 

 

  유럽 여행을 다니는 네 친구가 있다. 유리라는 현지 가이드부터 체르노빌 근처 도시 프리피야트로 익스트림 투어를 가보겠냐는 제의를 받는다. 처음에는 방사능이라든지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기에 꺼려했지만, 남이 해보지 않은 것을 한다는 호기심으로 넷은 유리를 따라 그곳으로 향한다. 그 와중에 신혼여행 중인 커플까지 동참해서, 총 일곱 명은 버려진 도시, 프리피야트에 도착한다. 사람은 고사하고 새도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 그들은 사진도 찍고 아찔한 경험도 한다. 그런데 자동차에 문제가 생겨 그들은 꼼짝없이 그곳에서 밤을 보내야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 도시는 분명히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건 이후 사람들이 한명도 없다고 했는데, 누군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은 화기애애하게 여행 다니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러다 프리피야트, 원자력 발전소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지어진 도시에 도착하여 그곳의 황량함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전에는 몇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지만, 그들이 살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채로 텅 비어버린 것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밤이 되어 밖으로 나갔던 가이드가 사라지고, 일행 중 한 명은 정체모를 것들의 습격을 받으면서 긴장감은 고조된다. 폐허가 된 건물에서 그들이 본 것은 무얼까? 설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돌연변이가 된 동물들일까?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서, 무척이나 화가 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우리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 것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거짓된 정보였다면? 근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허무맹랑하고 뜬금없는 소리였다면? 나보다 많이 안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한 말이지만, 사실 그 사람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거짓을 말한 거였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정보 조작이나 언론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안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 가짜일 수도 있고,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진짜일 수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내가 몰랐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불행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도 내 불행에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여행객들에게 닥친 일을 통해, 그런 것들을 말하고 있었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황당한 행동에 짜증도 나고, 진행이나 이야기 흐름 등등 전반적으로 그냥 그랬는데, 다 보고 난 뒤에 이것저것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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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20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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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무한의 달』은 토마가 MIT에 다닐 때 알던 친구가 등장한다. 토마를 로맨티스트라 부르고, 자신은 현실주의자라고 칭했던 후우. 그런데 그가 홍콩 마피아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고, 어떤 사건에 휘말렸다는 게 알려지면서 홍콩 경찰이 토마를 찾아온다. 하지만 후우는 이미 심장 질환으로 죽은 뒤였다. 도대체 죽은 후우와 홍콩 마피아 보스들의 죽음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아, 결말은 조금 가슴이 아팠다. 결국 현실주의자라는 그도 어떻게 보면 이상주의자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기에 자신을 현실주의자로 믿은 걸까? 그 현실이 자신을 세상에서 존재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과연 그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꿈꾸던 이상에 다다갈 수 있었던 삶이라서 행복했을까 아니면 만족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했을까?

 

 

  『다망한 에나리 씨』는 고등학교 탐정 동호회 회장인 에나리 히메코, 일명 에나리 퀸이라 불리는 여학생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녀에게는 상당히 재산이 많은 할머니가 한 분 계신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노부인에게 기묘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열린 창문, 의문의 전화, 집을 엿보는 수상한 그림자, 그리고 똑같은 인형 세 개. 결국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에나리 퀸은 토마를 납치 감금하여 강제로 수사를 맡긴다. 과장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납치 감금이다. 토마를 잡아다가 동호회 방 의자에 묶어놓으니까. 그래도 토마는 가만히 사건의 개요를 듣고 해결해준다. 진짜 착하다. 아니, 호구일까?

 

  사건은 언제나 그렇듯이 토마의 설명을 들으면, ‘아, 그렇구나!’하고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보는 시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흔히 그것이 연관되어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여러 개의 일이 각각 다른 사건이라고 금방 생각하지 못한다. 연쇄 살인, 뭐 이런 걸 좋아하는 습성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닌가? 하여간 노부인에게 생긴 일도 그러했다. 동시에 성격이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었다. 물론 토마는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마지막에 노부인이 한 말이 와 닿는다. “네게 있어, 난 할머니. 네 아버지에게 있어, 난 어머니. 죽은 남편에게 있어, 난 아내……. 하지만 말이다……. 내게 있어 난 나란다.”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인 내 동생 이야기일 때는 그냥 재미있게만 들렸는데,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부인의 이야기가 되니 느낌이 색달랐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잊었던 자아를 찾겠다는 의지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돌아오지 못 할 젊은 시절에 대한 추억일까? 예전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마술 살인 They Do It with Mirrors, 1952’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남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에 따라서 행동이 좌우된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난 나대로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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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19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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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슬슬 가을 미드가 시작할 때가 되었지만, 『맥베스의 망령』에서는 벌써 겨울이다. 하지만 계절감이 느껴지지 않을 시작을 보인다. 바로 토마가 사는 고급 맨션에 딸린 온수가 나오는 수영장에서 이야기가 출발하기 때문이다. 가나의 늘씬한 몸매가 드러나는 수영복 전신 샷은 보너스. 아, 이런 것만 눈에 보이다니 나 변탠가.

 

  수영장에서 만난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 리허설 장에 가게 된 토마와 가나. 그곳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맥베스 배우 야마자키와 그에 비해 딸리는 맥더프 역을 연기하는 배우 가와오카의 대결을 보게 된다. 열폭에 시달리던 가와오카는 결국 야마자키를 살해하는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범인이 처음부터 드러나 있어서, 그가 만들어낸 알리바이를 토마가 어떻게 깨버리는 지가 관건이었다. 물론 토마는 천재니까, 보통 사람이 만든 트릭에 넘어갈 리가 없다.

 

  누군가 자신을 꾸짖었다고 앙갚음을 하려하는 가와오카의 태도는 참……. 옆에서 무조건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것만 듣고 자란 아이가 벽에 부딪히거나 자신이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를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넘어서야하는데, 그 벽을 없애려고 하다니……. 하지만 요즘 저런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기보다 공부 잘하는 아이나 비슷한 레벨의 아이를 괴롭히고 공부를 방해하는 게 그런 단적인 예이다. 상대를 넘어뜨린다고 자기가 올라선다는 보장도 없는데, 자기가 그런 짓을 할 동안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아이들도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하고 눈앞의 일에만 급급해하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중요한 건 당장의 성공보다 미래라는 걸 깨달아야 할텐데 말이다.

 

 

  『현자의 유산』은 타임 슬립 소재를 다루고 있다. 철거를 앞둔 어떤 건물에 자료 사진을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은 토마와 가나. 물론 토마가 의뢰받은 것에 가나가 따라온 것이다. 그런데 지하실로 들어간 가나의 눈앞에 번쩍하면서 뭔가 폭발하는 가 싶더니, 갑자기 그녀 혼자 과거로 가버렸다. 1927년의 일본에서 토마와 똑같이 생긴 토바라는 소년을 만나, 현재로 돌아올 방법을 찾는 가나. 그런데 이 토바라는 소년, 하는 짓이나 말하는 투가 토마와 너무도 똑같다. 어느 부호의 유산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임무를 맡게 된 토바를 따라나선 가나는 삼남매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그녀는 무사히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어쩐지 영화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 , 1985'를 보는 기분이었다. 거기다 마지막 장면은 애틋하고 뭉클하기까지 했다. 아, 이런 게 말도 못 해보고 평생을 간직한 사랑이라는 거구나. 그래도 다른 사람이 저런 사랑을 하는 모습을 보면 멋지겠지만, 내가 하는 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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