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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체스터
마이클 스피어리그 외 감독, 헬렌 미렌 출연 / 알스컴퍼니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Winchester, 2018
감독 - 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
출연 - 헬렌 미렌, 사라 스누크, 제이슨 클락, 앵거스 샘슨
‘윈체스터’라는 거대한 총기 제조 회사가 있다. 그곳의 이사회는, 회사의 운영권을 상속자에게 빼앗아오기 위해 정신과 의사인 ‘프라이스’를 윈체스터 저택으로 보낸다. 남편과 자식의 사망 후, 회사의 대주주가 된 ‘사라 윈체스터’를 정신이상자로 몰기 위함이다. 사라는 가족이 다 죽자, 대저택으로 이사하여 계속해서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고, 영매를 부르며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조카네 가족이 와서 사라를 돌보지만, 가끔 그녀는 이상한 행동을 보일 때가 있었다. 저택에 도착한 첫날, 프라이스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는데…….
고풍스러운 대저택, 어린아이, 정신과 의사, 그리고 이유 없이 계속되는 저택 증축. 이런 키워드만 보면, 대충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간다. 특히 몇 년 동안 저택을 계속해서 증축한다는 대목에서는 스티븐 킹의 소설 ‘로즈 레드 엘렌 림바우어의 일기 The Diary of Ellen Rimbauer, 2001’이 떠오른다. 거기서 집을 증축하는 이유가 바로, 아! 이건 그 작품의 스포일러가 되려나? 여기에 총기 제조 회사라는 키워드가 추가되면, 사건의 원인 또는 동기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에 어린아이가 있으면, 당연히 그 꼬마를 중심으로 위험한 사건·사고가 연달아 벌어지기 마련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이용당하는 건 대개 어린아이니까 말이다. 거기다 정신과 의사, 대개 이런 장르에서 의사가 등장하면 과거에 문제가 있어서 폐인 상태이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은 절대로 믿지 않는 깐깐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그런 몇 가지 키워드에 딱 들어맞는 인물과 흐름을 보여주는, 그러면서 가끔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렇지 않게 오다 주웠다면 뭔가 툭 내미는 무뚝뚝한 사람처럼, 이 영화는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뭔가 툭 튀어나온다. 심지어 어떤 장면은 A 장소에서 뭔가 나올 거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하더니 뜬금없이 B 지역에서 튀어나온다. 그래서 깜짝 놀라긴 하는데, 어쩐지 몰입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는 않았다.
이야기는 구성이 탄탄하고 인물들의 성격도 잘 묘사되어 있는데, 어쩐지 잔잔했다. 긴장감을 유발하는 사람이 있긴 한데, 어쩐지 그게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자꾸만 보면서 다른 곳에 눈이 가곤 했다. 내 집중력의 문제일까? 찬찬히 보면 꼼꼼하게 잘 만든 거 같은데, 어쩐지 잔잔하고 조용했다. 클라이맥스에 달해서 팡 터지는 부분도 너무 후다닥 지나간 것 같기도 하고, 인상에 남는 장면도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 작품은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쪽에서 만든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진짜 총기 제조 회사를 소유한 집안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는지도 궁금하고, 과연 그 집안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라고 허가를 내줬는지도 의아했다.
그나저나 애가 밤마다 돌아다니면, 부모가 같이 자든지 아니면 손목에 끈이라도 묶어놓든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애를 밤마다 죽을 고비를 넘게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