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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 할인행사
안병기 감독, 유지태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감독 -
안병기
출연 - 김규리, 최정윤, 하지원,
유준상
영화가 나왔던 14년 전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보면 상당히 호화 캐스팅이다. 김규리를
비롯해서 하지원, 유준상에 유지태까지.
서로 연락이 뜸해진 대학 친구들이 있다. 그 때는 ‘어 퓨 굿맨’이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우정을
다졌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도 있다. 모든 것은 2년 전에 있던, 모임 멤버
중의 하나였던 하지원의 자살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돌아온 최정윤은 하지원의 유령이 자기들을 죽일 것이라 말한다. 이후 모임의
멤버들이 하나둘씩 이상한 죽음을 맞이한다.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던 김규리는 2년 전 하지원의 자살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집착.
이 영화는 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다 뭔가 하나씩 움켜쥐고 있었다.
그것을 놓치기 싫어서 발버둥을 치고, 살아남고자 싸웠다. 그 중에 사건의 원인이 된 것은 김규리에 대한 하지원의 집착이었고, 사건을 만든 것은
유지태를 향한 최정윤의 집착이었다. 음, 후자의 경우에는 집착이라기보다는 짝사랑이라고 봐야할까? 어떻게 보면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진 네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라는 감정이 바탕에 깔려있으니까……. 사랑을 빼앗긴 질투라고 봐야할 지, 내가 갖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안 된다는
집착인지 명확히 규정짓기 어렵다.
그런데 김규리에 대한 하지원의 집착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릴 적에 한두 번 친절히
대해줬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서까지 주위를 맴돌다니……. 게다가 자신을 방해하는 다른 사람들을 처참하게 죽이면서까지 그녀의 옆에 있고 싶어 한다.
이건 우정이나 사랑을 넘어선, 병 아닐까? 왜 그렇게까지 집착을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미친년이라서 그렇다고 보기에는, 살아생전
보여줬던 행동거지가 너무도 멀쩡했다. 막말로 미친년이 어떻게 대학교에 버젓이 입학을 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그것도 대충 시험 성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김규리가 다니는 대학으로 노리고 들어왔을 정도니까.
뭔가 설명이 부족했다. 역순으로 생각해보면 그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친구들을 기괴하게 죽이는
대상이 필요했고, 그 대상이 왜 그들을 죽이는지 이유가 있어야 했고, 그래서 그 대상이 왜 그런 일을 당해야했는지 상황까지는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데, 마지막 하나가 부족했다. 왜 그 대상은 그들에게 접근했을까? 어린 시절의 인연 때문에? 어린 시절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서? 그게
제일 타당해보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얼버무렸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좀 억지스러웠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는데 말이다. 설마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일까? 어미 오리에 대한 새끼 오리의 각인도 아니고, 왜 그리 졸졸 따라다니는지 모르겠다. 그 부분에서 영화는 설득력을
잃었다.
영화를 보면서 제일 황당하고 짜증이 난 부분은 최정윤이 하는 말이었다. 2년 전에 자기가 한
행동은 생각도 못하고, 김규리에게 말한다. '너만이라도 그 애를 용서했어야 했어. 한번이라도 그 애의 마음을 알아줬어야했다고' 와, 내가
김규리였다면 당장에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어릴 적 친구라고 뒤처리까지 다 해줬더니, 사람을 아주 호구로 안다. 알아주긴 뭘 알아줘? 용서하긴
뭘? 왜 자기가 못한 용서와 이해를 남에게 강요하지? 내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놓고 연약한 척, 상처받은 척 피해자 코스프레
하기는.
영화는 다른 공포 영화나 소설에서 나왔던 여러 가지 상징이나 소품들이 잘 버무려져있었다. 검은
고양이나, 얼굴 없는 여인의 그림, 비닐이 드리워진 벽, 으슥한 다리 밑, 건물 옥상, 번개 치는 밤, 어두운 밤의 놀이터, 그리고 차 뒤에
숨은 검은 그림자 등등. 적절하게 튀어나오고 숨겨지고 그랬다. 하지만 공포와 광기에 휩싸인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보이는 유준상의 연기나, 착한
척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김규리의 연기가 조금은 어색했다.
그나저나 제발 귀신이 나올 것 같아서 무서우면, 불을 켜자. 왜 불도 안 키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비명이나 지르고 있는데? 없던 귀신도 나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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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은 너무 작다는 의견이 있어서 글자 크기를 11로 바꿔봤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