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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콜
브래드 앤더슨 감독, 모리스 체스트넛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Call,
2013
감독 - 브래드 앤더슨
출연 - 할리 베리, 아비게일 브레스린, 모리스 체스트넛, 마이클
에크런드
911센터에서 전화응답을 맡고 있는 조던. 어느 날 누군가 집에 침입했다는 리아의 전화를 받는다.
911 요원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그녀와 통화를 하던 조던은 결국 리아가 범인에게 살해당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6개월이 지난 후 그 충격으로
조던은 현장이 아닌 업무교육을 맡고 있는데, 케이시가 납치를 당해 트렁크에 갇혔다고 연락을 해온다. 범인에게 들키지 않게 어떻게든 케이시가
납치당한 차종과 방향을 알아내는 것은 이제 조던의 판단에 달려있다. 그리고 우연히 듣게 된 범인의 목소리로, 그녀는 그자가 6개월 전 리아를
살해한 놈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초반에 리아가 집에서 공격을 당하는 장면부터 영화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누군가 전화선 너머에서
공격을 받고 살해당하는 것이 들리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은 물론이고, 너무도 적나라한 비명소리가 조던이 느꼈을 공포감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했다.
그리고 케이시가 납치당했을 때의 상황 역시, 보면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트렁크에 갇혀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녀의 불안감과 그녀를 구하고 말겠다는 조던의 비장함이 여유 있는 범인의 태도와 맞물리면서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아마 자리에서 두어 번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고, '어떡해!' 내지는 '젠장!'이라는 소리를 내질렀던 것
같다.
특히 조던이 시키는 대로 케이시가 자동차 후미등을 깨서 바깥을 보는데, 그 장면이 무척이나
공포스러웠다. 게다가 페인트를 그 구멍으로 쏟아 부어 경찰들에게 위치를 알리려는데, 지나가던 다른 운전자가 범인에게 차가 이상하다고 알려주는
장면에서는 한탄이 절로 나왔다. 그 사람은 선한 의도로 알려주었지만, 그게 조던과 경찰의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남을 돕는 건 좋은 일이니까. 하여간 영화의 그런 장면을 보면서, 납치당해 트렁크에 갇혔을 때 써먹을 수 있는 몇 가지
대처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영화는 그런 식으로 긴장감을 조였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딱
중반부까지만.
초반과 중반의 진행은 너무도 좋았다. 두 배우, 조던 역할을 맡은 할리 베리와 케이시로 나온
아비게일 브레스린의 호흡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갇힌 자와 구하려는 자의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감도 잘 느껴졌고, 그와 동시에 구하겠다는 의지는
물론이고 살아남겠다는 강한 생명력도 보여줬다.
하지만 후반에 가면서는 그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감독은 주인공을 어떤 여전사로 만들고 싶었던
걸까? 주인공이 직접 현장으로 가서 범인을 후려패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러니까 물리적인 접촉을 가해서 범인을 굴복시켜야 진정한 여전사라고
생각했던 걸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나도 여전사를 떠올리면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니까.
하지만 이건 뭐랄까, 주인공을 여전사로 만들기 위한 설정이 너무도 많은 우연의 남발이라 반발감만
들었다. 왜 수많은 911요원들이 쥐 잡듯이 현장을 뒤지면서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곳을, 조던이 밤중에 혼자 가서 딱 알아챘을까? 그 장면에서
'에이,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전까지 영화를 이끌어오던 좋은 분위기들이 싹 사라졌다. 게다가 범인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알려주는데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했다. 이건 범인도 사실 알고 보면 불쌍한 사정이 있었다며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일본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
같은 설정이었다. 아니,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렇다고 다 사람을 잡아다가 죽이지는 않잖아?
후반부는 감독이 대충 찍은 느낌이었다. 레드 불 한 박스를 다 마셔가면서 앞부분을 하얗게 불태우는
바람에, 후반을 이끌어갈 에너지가 없었나보다. 아깝다. 감독의 필모를 보니, 미국 드라마 '프린지 Fringe, 2008'의 연출을 맡았었다고
나온다. 그 시리즈도 초반은 무척이나 좋았었는데, 갈수록 이야기가 산으로 갔었다. 후반 뒷심 부족이 감독의
특징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