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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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leeping Murder, 1976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아가일 때 뉴질랜드로 건너가서 성장한 그웬다. 남편 가일스와 영국에서 살 집을 구하는데, 마침 눈에 들어오는 해변 저택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곳을 수리하니 잠긴 문이 나오고, 이 방에는 어떤 무늬가 어울릴 거라 생각하고 벽을 뜯으니 자신이 생각한 무늬의 벽지가 붙어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친구들과 연극을 구경하러 간 날, 그녀는 봉인되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 집에서 아기였던 그웬다는 살인을 목격했다. 그 곳은 바로 아주 오래전에 그녀와 아빠, 그리고 새어머니가 살았던 집이었다. 물론 그녀는 너무 어려서 아무 기억도 못하지만 말이다. 그웬다는 가일스와 함께 자신이 본 기억이 진실인지, 행방불명되었다는 새어머니와 병으로 죽어간 아버지에 얽힌 비밀을 풀어보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집필한 때와 발표한 시기가 다르다. 이 책은 1976년, 그러니까 애거서 크리스티가 사망한 다음에 출판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그녀가 집필한 것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깨어진 거울 The Mirror Crack'd from Side to Side, 1962’에서는 몇 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나온 밴트리 대령이 아직 살아있다고 나온다. 그녀가 왜 이 작품을 숨기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놓기엔 마음에 안 들어서 계속 고치느라 그랬는지, 아니면 너무 잘 썼다는 느낌에 마지막까지 아끼느라 그랬는지는 아마 며느리도 모를 것이다.

 

  크리스티의 시리즈를 읽다보면, 그녀가 창조한 탐정에 대해 이런저런 표현을 적어놓은 걸 볼 수 있다. 포와로에 대해서는 너무 나이가 많다거나 자아도취에 빠져있다는 평이 나온다. 미스 마플 역시 동네의 소문을 몰고 다니는 늙은 고양이라는 평이 있는데, 이번 책에서 나온 말이 재미있었다. “적어도 세 군의 경찰서장을 손 안에 쥐고 좌지우지한답니다. 우리 서장이야 아직 그런 꼴이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그 서장이 누군지 모르지만, 사건을 척척 해결해주는 지원군을 얻은 것이니까 운이 좋다고 해야겠다.

 

  19년 전, 다른 남자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 여인, 불륜을 저지른 부인을 자기가 죽였다는 망상에 빠져 자살한 남자.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시기했던, 악의로 똘똘 뭉친 한 남자. 와, 읽으면서 열 받아 죽는 줄 알았다. 개XX라고 욕하고 싶었지만, 그건 개한테도 욕이 될 거 같아서 겨우 참았다. 개가 무슨 죄가 있어서 그딴 놈과 동급이 되야 한단 말인가! 이건 개에 대한 모욕이다. 집착과 사랑은 한끝차이라고 하지만, 이놈은 거기에 ‘미친’을 더해야한다. 아주 그냥 계획적으로 한 가정을 파멸로 이끄는데 와 진짜, 내가 욕을 못 배운 게 이렇게 한이 될 줄 몰랐다. 음, 욕을 좀 배워놓아야겠다. 그래야 이런 상황에서 아주 그냥 죽여주게 해줄 수 있을 테니까.

 

  그웬다가 사건을 처음 파헤치기로 결심했을 때, 미스 마플은 그리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건 그녀의 친구인 헤이독 의사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잠자는 살인은 내버려두라.’ 이게 두 사람의 의견이었다. 헤이독 의사는 몰라도, 미스 마플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의외였다. 범죄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 아니었던가? 하지만 젊은 커플이 여기저기 들쑤시는 바람에 범인이 불안함을 느껴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걸 보니, 미스 마플의 생각도 옳은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이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애꿎은 사람이 살해당할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마치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과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충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나쁜 미친놈이 죗값을 치르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누명을 씌운 채 편하게 살아가는 건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 그런 놈은 잡혀서 사형대에 세워져야한다. 미스 마플이 그놈을 잡아서 다행이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나야하는 법이다. 그게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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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난다 - 치사해서 말하지 못한 사소한 것들을 향해 이단옆차기
김보라 지음, 스폰지 그림 / 돋을새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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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치사해서 말하지 못한 사소한 것들을 향해 이단옆차기

  저자 - 김보라

 

 

 

 

  책을 읽으면서 ‘맞아 맞아, 이럴 때 진짜 짜증나!’라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저자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여러 화가 나고 불쾌했던 에피소드들이 어쩌면 내 경험과 비슷한지, 어쩐지 얼굴 한 번 안 본 사이지만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버스나 지하철 문 앞에 가로막은 사람 때문에 자칫하면 내리지 못할 뻔 한 일이라든지, 버스나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초록불인데도 쌩하고 지나가는 자동차나 괜히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 블록버스터 위주로 상영관을 잡아놓아 선택의 폭을 줄이는 영화관 등등 저자가 적은 거의 모든 사례는 내 경험과 99% 일치했다.

 

  그런데 내가 자주 가는 포털 사이트에도 책에서 다루었던 것과 비슷한 문제들이 올라왔던 것을 기억났다. 저런 일을 겪는 것이 꽤 있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문제에 대해 짜증을 내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화를 토해내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왜 비슷한 일이 끝없이 일어나는 걸까?

 

  어쩌면 내 생각만 하고 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거나, 기본 예의가 없는 사람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초록불인데도 횡당보도를 지나가는 차를 보면, 그냥 넘어져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디 한 번 당해보라는 심술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장소도 넓은데 꼭 버스 문 앞에 몸을 기대어 비켜주지 않는 사람을 보면 그냥 밀어버리고 싶을 때도 여러 번이다. 제일 황당한 건 버스 카드 대는 곳에 몸을 기대서서 다른 사람들이 카드를 찍지도 못하게 하는 사람이다. 적반하장 격으로 비켜달라고 하면 괜히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진짜 몸도 마음도 다 지쳐서 너덜너덜해진 날에 그런 일이 생기면, 한 판 붙고 싶을 때도 있다. 무조건 남을 우선시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기본 예의만 지켜달라는 것이 그렇게 큰 부탁인걸까?

 

  어떤 팟 캐스트에서였더라? 거기 진행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엉겁결에 봉변을 당하는 바람에 아무 말도 못하고 집에 와서 후회하지 말고, 언제나 화를 낼 준비를 하고 다니라고. 그때는 무슨 저런 말을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백번 맞는 말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던져버리라는 누군가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남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나에게 무례하게 나오면,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 물론 그러면서 내가 같이 예의 없이 행동하면 안 될 것이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어른들이 요즘 애들 버릇없다고 하시는데, 그 애들이 자라서 예의 없는 어른이 되고, 자식을 낳아서 역시 예의를 가르치지 않아 그 아이들은 또 영수만 잘하는 버릇없는 꼬꼬마들이 되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면, 미래는 어떤 세상이 될까?

 

  이 책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저자가 겪은 불유쾌한 일에 대한 기록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로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으니, 서로서로 조심해달라는 부탁의 책일 수도 있다. 별 시답잖은 걸로 까칠하게 군다고 여기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나에게는 시시한 일이지만, 남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게 뭐 큰일이라고 유난이람?’이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혹시 무례함에 익숙해있어서, 기본 예의라는 걸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상대가 가만히 있다고 그 사람이 가마니일 리는 없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연애에서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내가 속한 우리가 하면 정당하고 타인이 하면 부당하다는 생각이 팽배하면, 그건 차별이 이루어지는 첫 단계가 될 테니까 말이다. 예전에 방송에서 한 여자가 말했다. ‘남자 키가 180이하면 루저죠.’ 그 한마디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문자 그대로 벌떼처럼 일어난 남자들이 그 여자를 매장시켜버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남자들도 여자를 부위별로 등급을 매기지 않았던가? ‘누워서 침 뱉기’라는 속담이 있다. 조심하자. 그리고 예의를 지키자. 이 세상은 돌도 도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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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타주 (1disc)
정근섭 감독, 김상경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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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Montage , 2013

  감독 - 정근섭

  출연 - 엄정화, 김상경, 송영창, 조희봉

 

 

 

 

  한 소녀가 납치당한다. 유괴범이 원하는 돈을 건네주었지만, 소녀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그녀의 어머니는 범인이 잡힐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살았고,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가슴 한쪽에 응어리를 가진 채로 지내왔다.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범인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형사는 죽을힘을 다해 그를 쫓지만,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공소 시효는 만료되었다.

 

  그런데 그 사건과 똑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소녀가 사라진다. 놈이 돌아온 것인가? 형사는 이번에는 꼭 잡겠다는 일념으로 뒤를 쫓는다. 그런데 사건은 예상 밖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아, 엄정화씨의 연기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물론 예전에 보았던 영화 ‘오로라 공주, 2005’에서 맡았던 배역과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그때보다 더 애절하고 한을 품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영화는 그게 다였다.

 

  영화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딸을 잃어버린 두 엄마의 절규와 기필코 범인을 잡겠다는 형사의 추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아프게 하고 긴장하게 만들었다. 중간에 숨을 쉴 여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감독은 중간에 관객들에게 긴장을 풀 여지를 주려고 했는데, 그게 영 아니었다. 그래, 아이를 잃은 엄마가 코미디를 할 수는 없다. 그 두 사람은 마음을 졸이면서 딸의 귀환과 범인의 체포를 기다려야하니까. 주인공인 형사? 그는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마음에 칼을 품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긴장을 풀어줄 개그 캐릭터를 누구로 하면 좋을까 감독은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 당첨된 사람은 다른 형사들이었다. 하아, 진짜 영화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났다. 형사들을 적절한 개그 캐릭터로 설정해 유머러스한 대사를 치거나 행동을 보여주면 되는 것을, 그들을 아주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단체로! 한자를 잘 못 읽는 건 그렇다고 쳐도, 한글 띄어 읽기도 제대로 못하는 형사를 보면서 과연 웃음이 나올 거라 감독은 생각한 걸까? 마치 이 부분에서는 웃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걸린 것처럼 덜떨어진 형사들을 우르르 등장시키면 먹힐 거라 믿은 걸까?

 

  설마 그런 멍청한 형사들을 등장시킨 것이 막판 반전을 위한 복선이었을까? 제대로 하는 것이 없으니 진범의 의도대로 증거란 증거는 다 놓치고, 평범한 엄마도 생각하는 것을 따라가지 못해서 진범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거였나 보다. 아니, 어쩌면 평범한 엄마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사실은 알고 보니 IQ 180에 멘사 회원이었고, 형사들이 평범한 거였을지도. 그래서 그랬나보다. 현장 검증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범인이 두고 간 우산도 놓치고, 발견된 증거는 조작인지 아닌지 일말의 의심 없이 철석같이 믿고, 잡은 범인이 진범인지 아닌지 따질 것 없이 사건 조기 해결했다고 자화자찬하고 말이다. 멍청한 것도 어느 정도여야 긴장을 풀고 웃지, 이건 뭐…….

 

  그래서 주연을 맡은 세 배우의 연기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특히 엄정화씨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설정이나 복선 같은 전반적인 구성이 무척이나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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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AR MINI 마이 카, 미니 - 나를 보여 주는 워너비카의 모든 것
최진석 지음 / 이지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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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나를 보여 주는 워너비카의 모든 것

  저자 - 최진석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이라 솔직히 당황했다. 미니라는 것이 차의 브랜드네임이라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였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자동차라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이 아닌, 미니라는 한 종류의 차를 다루고 있어서 ‘설마 이거 고도의 상품 안내 책자인가?’하는 거부감도 들었다. 어쩌면 내가 차에 관심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에 사고가 날 뻔 한 이후, 운전면허를 따지 않았기에 바퀴달린 것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차라는 존재에 대해 그리 애착을 갖지 않았다. 하여간 이런저런 이유로, 이 책에 대해서는 별로 호기심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입에서는 ‘오호!’같은 감탄사가 여러 번 나왔다. 단순히 상품이 왜 좋은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안내책자일거라 생각한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그 차가 탄생한 배경에서 이후 다른 여러 분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회사의 모습까지, 다양한 사진과 함께 이야기되고 있었다.

 

  미니라는 이름답게 작은 자동차이지만 경주에 참가해 다른 차에 못지않은 속도와 안정감을 자랑했다는 부분에서는 약간 놀라웠다. 우리나라에도 소형차가 있지만, 간혹 친구 차를 얻어 타면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들곤 했다. 게다가 다양한 종류로,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는 개성을 살린 시리즈를 만든다는 대목에서도 역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드는 사람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영화에서도 꽤 나왔다는데, 차에 관심이 없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책의 앞부분은 미니라는 차의 탄생과 여러 가지 변화 그리고 여러 종류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나에게 자동차는 거의 다 비슷비슷하게만 보여서…….

 

  그리고 후반에는 국내외에 존재하는 여러 미니 동호회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니를 주제로 열리는 각양각색의 대회라든지 행사가 소개되어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직접 정비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이 사진과 함께 들어있다. 이 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에게는 꽤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았다.

 

  그나저나 책을 다 읽고 애인님에게 ‘나중에 우리 같이 살 때, 차를 사게 되면 이걸로 사자.’라고 했다. 그러자 애인님이 그러면 우리 둘 다 살을 빼야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하아, 이런……. 미니,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그냥 걸어 다니자고 해야겠다. 요즘 버스 노선도 괜찮으니까.

 

 

 

  열두 살 난 막내 조카가 내가 무슨 책을 읽나 슬쩍 보더니 ‘이거 미니 어쩌구 하는 차잖아!’하고 아는 척을 한다. 아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음, 역시 남자아이라서 그런가? 하긴 길을 가다보면 이건 무슨 차이고 저건 또 무슨 차라고 줄줄 꿰긴 한다. 잘 뒀다가 녀석이 좀 크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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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어디로 갔지? 두레아이들 교양서 7
베른트 M. 베이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두레아이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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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r verschwundene Wald (1983년)

  작가 - 베른트 M. 베이어

 

 

 

 

  독일의 유명한 환경 교육 책이라고 한다. 첫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독일 학교에서는 토론 교재로 이 책을 읽힌다고 한다.

 

  『숲은 어디로 갔지?』,『인내심 많은 돌』,『고물 자동차들의 탈출』,『초콜릿 토끼 인형들의 꿈』,『바람에 날아간 장군의 모자』,『고슴도치는 왜 가시가 생겼을까?』,『강아지, 고양이와 결혼하다』,『하얀 까마귀』,『참새가 더 나은 세상을 알게 된 이야기』와 같은 총 아홉 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있다. 이야기들의 결말은 어떤 것은 나름 행복하기도 하고, 또 다른 것은 어딘지 모르게 뒷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열린 결말?

 

  아, 그래서 토론에 적합한 걸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후 사건의 진행이 어떤 방식으로 될 지, 앞으로 어떤 대책을 세워야하는지 그리고 느낀 것은 무엇인지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 같다. 그렇다고 집에서 아이한테 대답을 강요하는 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다. 입 밖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가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건 아니니까.

 

  첫 번째 이야기 『숲은 어디로 갔지?』에서는 개발을 피해 스스로 마을을 버린 숲이라는 발상이 신선했다. 흔히 자연 보호하면 나무만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숲의 이사를 통해서 나무뿐만이 아니라 많은 구성원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풀과 들꽃, 크고 작은 나무들, 여러 곤충들, 새, 여러 동물들 그리고 심지어 지렁이까지! 그들이 힘을 합쳐 강을 건너 이동하는 장면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인간의 개발욕심을 위해 그 많은 생명체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하게 한다. 개발이 시작된 후, 한쪽 구석에서 울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인내심 많은 돌』과 『고물 자동차들의 탈출』는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갑자기 날아와 자신을 덮어버린 비닐봉지 때문에 돌은 더 이상 햇빛을 볼 수 없었고, 그 밑에 있던 작은 식물들은 시들시들해지더니 급기야 죽어버렸다. 하지만 비닐봉지는 아무런 변화 없이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쓸 만한 부품들이 많지만 단 한군데가 고장 났다는 이유로, 새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습성 때문에 폐차장에 온 자동차들은 자신들이 압축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에 항의를 하기로 다짐한다. 대충 만들어서 팔아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제대로 오래 쓸 수 있는 차를 만들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이 두 이야기는 읽으면서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비닐봉지와 자동차에 해당하는 게 아니었다. 한 번 쓰고 버리면 인간에게는 끝이지만,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되는 썩지 않은 수많은 플라스틱 제품들과 단지 유행이 지났다거나 신상이 나왔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가전제품들. 아,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주변 생명체들에게도 참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 고양이와 결혼하다』 역시 무척이나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이야기였다. 이웃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던 강아지와 고양이.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두 종의 결합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애완용으로 자란 개와 고양이들은 절대로 허락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인간의 힘을 빌어서라도 둘의 사이를 갈라놓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저자는 떠돌이개의 입을 빌어, 개와 고양이 원래의 색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손에서 자란 동물들에 대해,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인간에 대해 비판한다. 인간의 향수 냄새를 풍기고, 서로 도우며 살았던 예전과 달리 인간의 손에서 자라 자기들을 인간으로 알고 다른 동물을 배척하는 종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하긴 요즘 보면 애완동물들에게 성대 수술이나 중성화 수술은 기본이다. 자신의 외로움 때문에 동물들을 하루 종일 집에 가둬두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러다가 커지면 귀찮다고 길에다 버리기나 하고……. 사람이 사람을 납치감금하거나 나이든 가족을 길에다 버리면 중죄가 된다. 그러면 애완동물을 집에다 가둬두는 건? 집에서 못 키울 정도로 컸다고 고속도로에다가 버리는 건? 아, 갑자기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인간이 진화를 한 것이 아니라, 개나 고양이가 진화를 했다면? 그들이 외롭다고 인간 아가를 하나 입양해서는 성대를 끊어놓고 고추를 떼버린 다음 방에만 가뒀다가, 마의 16세를 넘겨서 못 생겨졌거나 너무 커졌다고 길에 버린다면?

 

  진짜 인간은 반성해야한다. 자기들이 얼마나 이기적이며 탐욕스럽고 몰상식한지 깨닫고 반성해야한다. 그게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은 1983년도에 독일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에 번역되었으며, 이 글을 읽고 나서 이주일 이내에 책을 읽지 않거나 읽고도 다른 이에게 추천을 하지 않으면…….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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