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Ward , 2010

  감독 - 존 카펜터

  출연 - 엠버 허드, 린지 폰세카, 마미 검머, 야레드 해리스

 

 

 

  한 소녀가 농장에 불을 지르고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틴, 불행히도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자신은 정상이라고,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항변하는 크리스틴.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자꾸만 발생한다. 샤워실에서 본 흉측한 모양의 유령부터 시작해서, 사라지는 환자들까지. 크리스틴은 더 이상 병원에 있을 수가 없어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유령의 정체는 앨리스라는 소녀로, 같이 입원해있는 다른 소녀들을 괴롭히다가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앨리스의 유령이 병원을 배회하면서 자신을 죽인 소녀들을 차례로 잔인하게 죽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크리스틴은 다른 소녀들과 힘을 합쳐서 병원에서 탈출하고 동시에 앨리스에게서도 벗어나야한다.

 

  이렇게 흘러가면 영화는 평범한 귀신 나오는 정신병원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감독은 마지막에 한 번 더 비틀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음. 그게 너무 식상한 비틀기여서 좀 실망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바로 ‘존 카펜터’이다. 유명한 살인마 마이클을 만들어 낸 ‘할로윈 Halloween, 1978’ 시리즈를 비롯해서 보는 내내는 물론이고 본 다음에도 기분 찝찝하게 만든 ‘매드니스 In The Mouth Of Madness, 1995’, ‘괴물 The Thing, 1982’ 그리고 풍자 쩔던 ‘화성인 지구 침공 They Live, 1988’ 등등 그의 작품 목록을 적으면 몇 페이지가 나올 정도로 수많은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아, ‘저주받은 도시 Village Of The Damned, 1995’도 빼먹으면 안 된다.

 

  보기 전에 기대치가 일정 수준까지 올라가는 영화가 있다. 감독의 전작들이 내 마음에 들었다거나 배우가 평소에 영화를 잘 고른다거나 하는 경우에 그렇다.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들 때문에 기대치가 기본 이상이었다. 비록 한 물 갔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TV 드라마 ‘마스터즈 오브 호러 Masters of Horror’에서 보여준 단편은 그런 말들을 거짓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하아……. 감독의 이름을 보지 않을 걸 그랬다. 그랬다면 기대치가 낮았을 것이고, 실망감도 적었을 것이다. 신인 감독이 이 정도면 뭐, 그럭저럭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존 카펜터인데! 바로 그 존 카펜터인데!

 

   결말까지의 긴장감은 좋았다.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기괴한 환상들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마지막 비틀기는, 하아……. 그거 없이 앞부분부터 이어온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결말을 내도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 때문에 감독의 특색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예전 작품들처럼 세태 풍자적인 면도 없고, 그렇다고 다 본 다음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든지 찝찝함이 없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뭔가의 아류작 같다는 느낌만이 남았다. 용두사미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감독의 뒷심이 부족했다고 해야 할까? 끝까지 초반의 긴장감을 유지했으면 진짜 좋았을 텐데,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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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무어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장말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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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ittaford Mystery, 1931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어느 눈 내리는 겨울밤, 외딴 저택에 모인 사람들이 테이블 터닝을 시도한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서 손을 잡고 귀신을 불러내는 것이라 한다. 처음에는 그냥 따분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는데, 그들이 잘 아는 트레블리언 대령이 죽을 거라는 경고를 내리는 것에 경악한다. 누군가의 질 나쁜 장난일수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령의 절친인 버너비 소령이 눈보라를 뚫고 찾아가보기로 한다. 그런데 진짜로 그가 죽어있는 게 아닌가? 경찰의 수사 끝에 대령의 조카인 짐이 범인으로 체포된다. 하지만 그의 약혼녀인 에밀리는 진범이 따로 있다고 믿고, 사건이 벌어진 마을로 내려간다. 직접 범인을 찾아보겠다는 속셈이었다. 기자인 찰스는 특종을 위해서 그녀와 동행하기로 하는데…….

 

  이 책에서 주된 사건은 트레블리언 대령의 살인 사건이지만, 그 외에도 자잘한 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대령의 저택을 겨울 동안 빌린 모녀의 비밀이라든지, 대령의 큰조카와 그녀의 남편에 관한 미스터리 등등이 마치 두더지 잡기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중의 하나는 내가 보기엔 풀리지 않은 것 같다. 흐음, 어쩌면 내가 못 알아차린 걸지도 모르겠다. 명확히 어떻다고 언급이 없어서 그런가?

 

  약혼자가 비록 멍청하지만 살인을 할 사람은 못 된다고 굳게 믿는 에밀리의 행동력과 결단력에 놀랐다. 사실 그런 멍청한 남자와 왜 사귀는지 이해할 수가 없지만, 제 눈에 콩깍지라니까 뭐. 어쩌면 그녀는 평강 공주 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 우유부단하고 어리석은 남자를 잘 이끌어서 대성하게 만드는 여장부. 하긴 그런 성격이니까 약혼자의 누명을 벗기겠다고 살인 사건 수사에 뛰어들어 동분서주했겠지. 그 와중에 여러 청년들 마음에 불을 붙이고 말이다. 책의 후반부를 보면 커티스 부인이 자기 고모님을 언급하면서 에밀리를 여장부라고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남긴다.

 

  에밀리는 사랑 때문에 수사에 뛰어들었고, 범인은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 언젠가도 언급한 기억이 나는데, 역시 돈과 사랑이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그래도 돈 때문에, 후우……. 범인을 밝힐 뻔 했다. 하여간 돈 때문에 그런 짓을 하다니,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책을 읽은 후에 케이블 방송에서 다시보기로 해주는 BBC 드라마 ‘미스 마플’ 시리즈도 보았다. 원래 이야기에서는 미스 마플도 포와로도 안 나오지만,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집어넣었다. 그 시리즈는 그런 식으로 없던 탐정을 넣기도 하고, 이야기를 약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이번에는 범인도 바꾸고 결말도 다르게 했다. 원래 원작 바꾸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것은 마음에 들었다. 말하면 재미가 없어지니까 밝히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조금 황당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최선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와 원작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시간이 나는대로 그렇게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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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기억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순홍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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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lephants Can Remember, 1972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문인 오찬회에 참석한 올리버 부인에게 한 여인이 다가온다. 버튼콕스라 이름을 밝힌 그 여인은 올리버 부인의 대녀였던 어린 실리아의 부모를 언급하며, 두 사람의 죽음에 얽힌 진상이 뭔지 아냐고 질문한다. 이에 신경이 쓰인 올리버 부인은 포와로에게 사건을 파헤쳐보자고 제의한다. 과연 부인이 남편을 죽이고 자살했는지, 아니면 남편이 부인을 죽이고 자살했는지, 금슬 좋기로 유명한 그들이 어린 두 아이를 놔두고 왜 그런 죽음을 택했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물론 버튼콕스 부인에 대한 찜찜함도 한몫 거들기도 했을 것이다. 올리버 부인은 예전에 그 부부를 알던 사람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포와로 역시 나름대로 조사를 하면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들이 밝혀낸 진실은 과연?

 

  이번 이야기에서 올리버 부인은 사건 맡기를 내켜하지 않은 포와로에게 예전 사건을 들먹이면서 용기를 북돋워준다. 그러니까 ‘회상 속의 살인 Murder in Retrospect, 1943’을 말하는 것이다. 경찰청 사람들도 포와로의 부탁을 받자 그 사건을 언급한다. 아무래도 오래내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만한 놀랄 일이었나 보다. 하긴 포와로가 좀 많이 유능하고 똑똑하긴 하다.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가족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 채우려는 사람, 돈 때문에 자식의 앞길을 막으려는 사람 그리고 가족의 명예를 지키려는 사람 등등. 읽으면서 명치를 세게 때려주고 싶은 인물도 있고,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경우도 있었다.

 

  그 중에서 자기 욕망만 채우려는 인물 때문에 화가 났다. 아마 이 감상문을 쓰기 직전에 자식이 사고로 죽은 다음에 보험금을 내놓으라며 찾아온 친부모에 관한 글을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자식이 어릴 적에 나 몰라라 하고 떠나버린 주제에! 연락도 한 번 없었으면서! 음,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은 돈 때문에 자식 앞길을 막으려는 인물과 통할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자기 좋다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인간이라는 말인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그런 인간들 때문에 애꿎은 선량한 사람들만 피해를 입었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두 아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야했던 부부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그런 식으로 부모를 잃고 홀로 남아 세상을 살아야했던 아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만약에 내가 실리아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봤다. 엄마 아빠가 서로를 죽이고 자살했다면, 세월이 흘러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을까 아니면 덮어두려고 할까? 책에서 그녀는 진실을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진실이 무조건 달달한 사탕이 아닐 수도 있다. 매콤한 고추일수도 있고 씁쓸한 블랙 커피일수도 있다. 위안을 주는 자장가가 아니라 두려움을 주는 귀에 거슬리는 이상한 소음에 불과할 수도 있고 말이다. 덮어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까? 난 겁쟁이라서, 열어볼 생각을 못할 거 같다.

 

  코끼리는 기억한다. 진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코끼리의 기억력이 뛰어나서 붙인 말이라고 한다. 책의 마지막 대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코끼리는 기억할 수 있어요.” 올리버 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우린 인간이에요. 자비롭게도 우리 인간은 잊어버릴 수가 있죠.” -p.206

 

 

  그러고 보니 어제 본 영화 ‘오큘러스’와 이 책은, 시간이 흘러 부모가 숨긴 진실을 자식들이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용기 있는 아이들이었지만, 그 결과는 많이 달랐다. 그래서 마음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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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Oculus , 2013

  감독 - 마이크 플래너건

  출연 - 카렌 길리언, 브렌튼 스웨이츠, 케이티 색호프, 로리 코크레인

 

 

 

 

  애인님과 같이 본 영화. 언젠가 말했지만, 같이 봤다고 해서 나란히 손 붙잡고 가서 다정스레 옆에 앉아서 봤다는 의미는 아니다. 애인님은 지난 주말에 혼자 극장에 가서 봤고, 나도 현충일을 맞아 혼자 가서 봤다. 장거리 연애 커플의 비애라고 해야 하나?

 

  게다가 상암 CGV가 집에서 걸어 20분 거리에 있지만, 거기서는 상영을 하지 않아 지하철을 타고 불광 CGV까지 가야했다. 그것도 하루에 딱 한 번만 상영해서, 그 시간에 맞춰 부지런을 떨어야했다. 하루에 딱 한 번 상영하는 영화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상영관에 가득 찼다. 이럴 수가, 지금까지 호러 영화를 보러 다니면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다. CGV의 노련한 상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좀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기서라도 상영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굽신굽신.

 

  어느 날, 아버지가 어머니를 잔혹하게 고문하고 죽였다. 그리고 어린 남매마저 죽이려고 했다. 결국 열 살 난 남동생이 총으로 아버지를 쏴 죽였고, 어린 소년은 정신병동으로 이송되었다. 하지만 이건 세상 사람들이 겉으로만 아는 사실이고, 아이들이 말하지 않은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바로 이사 오면서 새로 산 거울 때문에 아빠가 미치고 엄마마저 이상하게 변했다는 것이다. 두 남매는 언젠가 어른이 되면 거울을 찾아내 부숴버리자고 약속한다.

 

  11년 후 정신병원에서 정상 판정을 받고 동생 팀이 퇴원하는 날, 누나 케일리는 모든 준비가 다되었다고 말한다. 경매회사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자신의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거울에 얽힌 비극적인 사례를 조사하고, 사건 이후 사라졌던 거울도 찾아낸다. 그리고 모든 사건들이 거울에 조종당한 사람들이 저질렀다는 것을 밝혀내겠노라 장담한다. 그녀의 바람은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온 팀은 누나의 기억력이 잘못되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곧이어 드러난 거울의 마력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4세기에 걸쳐 45명의 사람을 죽인 거울이라. 왜 아무도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파는 사람은 장사를 못 할까봐 숨겼고, 거울을 가졌던 사람 중에는 살아남은 자가 없기 때문일까? 게다가 옛날에는 기록 보관이라든지 소문이 퍼지기 어려웠기에 아무도 연관시킬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마구 뒤섞이면서 진행이 된다. 거기다 지금 이 상황이 거울이 만들어낸 환상인지 아니면 진짜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그래서 한눈팔지 말고 집중을 하고 봐야한다. 중간에 팝콘이나 콜라 먹겠다고 잠깐 시선을 돌렸다가는……. 그래서 난 팝콘도 콜라도 사지 않았다. 게다가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결말에 대한 암시를 주고 있다. 그것을 보면서 설마 그대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대로 되지 않을까 추측했었다. 그런데 감독은 그대로 만들어버렸다. 아니, 이런!

 

  포스터를 보면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에서 튀어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저런 미녀가 등장하지 않는다. 음, 환각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그런 미녀는 없었다.

영화는 '왜?'보다는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었다. 왜 거울이 사람들을 환상에 빠뜨리고 죽이는지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그냥 거울이 있었고, 그러면 사람들이 죽어나갔다고만 말한다.

 

  그래서 어떻게 과거에 아빠와 엄마가 거울에 홀려서 이상하게 변했고,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에서는 두 남매가 어떻게 거울의 저주를 풀려고 노력하고, 거울은 어떻게 그들에게 환각을 보여주면서 파멸로 이끄는지 나타내면서 관객마저 홀려버린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저게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헷갈린다. 특히 케일리가 전구를 갈면서 사과 먹는 장면은 소리만으로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화면에 잡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상태가 어떨 것이라 추측하게 한다. 그게 더 끔찍했다. 그 전에 예전 사건의 사진을 보여줬기에, 비슷하리라 짐작한다. 아니, 더 끔찍한 걸 상상하게 된다.

 

  결말을 보면서 문득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내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남은 평생을 어떤 기억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그게 더 가혹한 형벌이 될지도 모르겠다.

 

 

 

 덤. 미국 드라마나 영국 드라마를 본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인물들이 나온다. 케일리 역을 맡은 배우는 '닥터 후 Doctor Who' 시리즈에서 에이미 폰드를 연기한 배우였고, 거울에 홀려 미쳐버린 엄마는 '배틀스타 갈락티카 Battlestar Galactica'에서 스타벅 역할을 맡은 배우였다. 역시 거울의 환각에 빠져버린 아빠는 'CSI 마이아미 CSI: Miami'에서 스피들로 나왔었고, 팀의 치료를 맡았던 의사는 '미디엄 Medium'에서 검사로 나왔던 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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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 슬픈 살인의 기록
프랑크 칼푼, 엘리야 우드 외 / 브레이브브라더스 컨텐츠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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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aniac , 2012

  감독 - 프랭크 칼폰

  출연 - 일라이저 우드, 노라 아르네제데, 아메리카 올리보, 메건 더피

 

 

 

  가끔 영화를 보다보면 안타까운 배우들이 있다. 영화에서 맡은 배역이 관객들에게 준 인상이 너무 깊어서 다른 작품에서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는 배우들이 그런 류이다. 물론 안소니 홉킨스처럼 그 역할을 더 발전시켜서 성공적으로 명성을 이어간 경우도 있지만, 그건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연기 내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한 배우들은 그 배역에 묻혀서,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본명보다는 그 캐릭터의 이름이 더 익숙하다. 예를 들면, ‘나 홀로 집에’에서 케빈역을 맡았던 맥컬리 컬킨이나 ‘해리 포터’의 해리였던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있다. 이번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인 일라이저 우드도 마찬가지였다.

 

  변신을 꾀한다고 수염을 기르고 몸집을 불렸으며 정신분열이 의심되는 연쇄 살인마로 나왔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순진한 눈망울을 가진 귀여운 프로도였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골룸에게 먹혔네.’ 내지는 ‘샘이 없어서 저러는 걸 거야.’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 제목이 ‘슬픈 살인의 기록’이라는데, 뭐가 슬프다는 건지 모르겠다. 희생된 여자들과 그 가족에게는 슬픈 사건이겠지만, 그런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영화가 거의 주인공인 살인자의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의 입장에서 슬픈 살인 어쩌고 하는 것 같다.

 

  문제는 전혀 슬프지 않다는 점이다. 그가 왜 그렇게 살인을 하고 다니는지 이유는 영화에서 나온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의 회상이나 환각을 통해 추측가능하게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살인을 하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몸을 마구 굴렸던 엄마 때문에, 여자에 대한 환멸과 공포를 느끼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것에 대한 집착이 그를 살인으로 몰고 갔다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 여성의 머리 가죽을 산채로 벗겨내 자신이 만드는 마네킹에 씌워 환상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다른 범죄 수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뤘던 유형이다. 그래서 저럴 수가 있을 거라고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하지만 공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질문이 나왔다.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모두가 다 살인자가 되는 건 아니다. 물론 살인자 중에 그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좀 많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그에게 동정표를 주려면, 좀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동정할 수 있는 계기를 줘야했다. 단지 엄마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섹스 하는 걸 봤다고 해서 살인자가 된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마치 동성애자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고 동성애자가 될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아쉬웠다.

 

  좀 더 미친놈으로 만들거나, 과거에 엄청난 사건이 있어서 애가 정상으로 자랄 수 없었다고 해야 했다. 확실하게 다중인격으로 보여주거나, 환각과 현실을 좀 더 뭉뚱그려서 나타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어설프고 어정쩡하게 약간 정상인 그와 맛 간 그를 번갈아 보여주느라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들었다.

 

  산 채로 여자들의 머리 가죽을 벗겨내는 장면은, 좀 많이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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