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의 사건수첩 1 - 궁 넘고 담 넘는 추리활극
허윤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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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제 - 궁 넘고 담 넘는 추리활극

  작가 - 허윤미

 

 

 

 

  이웃 블로그에서 평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책이었다. 추리라는 것이 우선 눈에 들어왔고 만화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한국 만화라니! 그것도 궁을 배경으로! 무엇보다 4권 완결이라는 것에 마음이 마구 흔들렸다. 어머, 이건 사야해! 그래서 결국 질렀다…….

 

  순정만화답게 눈 크고 턱 갸름하고 팔다리는 길쭉길쭉하고 키가 크고 여리여리하며 예쁘장하게 생긴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외 인물은 두 주인공보다는 예쁘지 않다. 다만 조연급 몇 명은 주름이라든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있었어도 어딘지 모르게 꽃중년이나 꽃노년일 거라는 확신을 풀풀 주고 있다.

 

  만화의 주인공은 조선의 8대 임금인 예종(睿宗)이다. 세조의 뒤를 이어 왕위를 이었지만, 즉위한 지 14개월 만에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죽고 만다. 여기서 그는 장난치기 좋아하고 활동적이며 호기심이 많고 신권을 적절하게 견제하는 현명한 왕으로 나온다. 다만 문제는 자기가 직접 뛰어들어서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 하며, 걸핏하면 담을 넘어 궁을 빠져나가기 일쑤라서 부하들이 힘들어한다. 부인을 무척이나 사랑하며 취미는 사관 놀려먹기이다.

 

  또 하나의 주인공은 사관 윤이서이다.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하게 기록해야하는 사관이라는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자신을 ‘붕어똥’이라 부르며 놀리는 예종을 보고 어린 시절 공부를 하며 꿈꿨던 공무원의 삶이 박살나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의지가 곧고 순수하며 강직하지만, 체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1권에는 두 개의 사건이 해결되고, 마지막 하나의 사건은 2권으로 연결이 된다. 첫 번째 사건은 얼음을 밀매하는 무리를 소탕하는 내용이고, 두 번째 사건은 궁녀들에게 미약을 파는 일당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얼음이 귀했기에 사용할 수 있는 계층이 한정적이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얼음을 빼돌려 비싸게 팔아넘기는 무리가 있었다. 예종은 그런 자들을 잡아들이고 진짜로 필요한 곳에 얼음을 배정하기 위해 변복을 하고 거리로 나선다. 윤 사관 역시 그런 왕의 뒤를 따라 궁을 벗어난다. 물론 이런 일에 전혀 경험이 없는 그는 왕이 시키는 대로 간신 역할을 하기도 하고 술주정뱅이 흉내까지 내야했다.

 

  오직 왕만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궁녀들. 바깥출입도 자유롭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갇혀 살아야 하는 신세이다. 그 때문에 생활이 지루하고 의미가 없다고 느껴져 그들은 약에 의존을 하게 된다. 우연히 불상을 이용한 미약의 거래를 알아차린 예종은 직접 사건에 뛰어들기로 하는데……. 이번에는 옥에 갇히기도 하고 탈옥수 신세가 되기도 한다. 그의 옆에 윤 사관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왕이 궁녀들을 측은히 여겨 놀이 도구를 선물로 주는데, 그 부분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요즘 쓰는 보드 게임들을 조선시대에 맞게 바꾼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블루 마블은 땅투기 놀이라는 이름으로 되어있었고, 장난감 칼을 꽂으면 해적이 퐁 튀어나오는 게임은 장난감 화살을 꽂는 것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만화 곳곳에 작가의 개그감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적절하게 숨어있어서, 심각하지 않게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추리라는 면으로 보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같이 증거를 모으고 찾아가는 것이 아닌, 왕이 모든 것을 알고 흐름을 조절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뜬금없는 증거가 튀어나온다거나 괜히 반전의 묘미를 주기위해 억지를 주지는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3,4권은 다음 달에 사야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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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라이징 - 아웃케이스 없음
피터 웨버 감독, 가스파르 울리엘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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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nnibal Rising , 2007

  감독 - 피터 웨버

  출연 - 가스파르 울리엘, 공리, 리차드 브레이크, 리스 이반스

 

 

 

 

  이번 영화는 제작 순서로 보면 제일 늦게 만들어졌지만, 극의 진행 순으로 보면 첫 번째 이야기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한니발 렉터 박사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다루고 있다.

 

  2차 대전이 한창인 동부 전선. 숲에서 어린 남매가 발견된다. 공습으로 어른들을 다 잃고 겨우 살아남은 한니발과 미샤. 하지만 둘을 발견한 사람들은 약탈을 일삼으며 도주 중이던 독일군이었다. 추위와 굶주림이 만연하던 시절, 그들은 마침내 어린 미샤를 잡아먹기에 이른다. 그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한니발은 이후 고아원에 수용되었다가, 탈출한다. 그리고 숙부가 살고 있는 파리에 도착하여, 숙모의 보살핌으로 차츰 건강을 회복한다. 이후 의대에 진학한 그는 어린 시절 동생을 죽였던 놈들을 하나둘씩 찾아내 복수를 시작하는데…….

 

  어떻게 숙부가 일본인, 그러니까 적대국 사람인 숙모와 결혼했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한니발은 숙모에게서 사무라이 정신과 검도 등등을 배운다. 어쩌면 동생의 죽음 이후 몸속에 내재되어있던 광기나 살의를 다잡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상대를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마음가짐 같은 거 말이다.

 

  그의 첫 살인은 일본인인 숙모에게 모욕을 준 동네 푸줏간 주인이었다. 너무도 차분하게 증거 하나 남기지 않고 완전 범죄를 만들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경찰도 어쩔 수가 없었다. 동생을 죽인 자들에게 복수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어 약간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킨 다음, 서서히 그들을 옭죄어갔다.

 

  생각해보자. 예전에 죽은 줄 알았던 소년이 청년이 되어 자기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자기 어린 딸의 통통한 볼을 만지면서 미소를 짓는다. 마치 자신이 소년의 어린 여동생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잊고 싶었던 기억, 그 어린 소녀를 잡아먹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쩌면 그 청년이 자기 딸을 그렇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아니면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퍼트릴지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들 것이다.

 

  청년이 된 한니발의 복수는 참으로 잔혹했다.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그 식사에 자신도 끼어있었다는 죄책감 때문이라고 보기엔 음. 어쩌면 눈앞에서 폭격으로 부모님이 죽어가는 모습과 어린 여동생이 죽어서 요리가 되는 것을 봐야했던 충격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고통과 공포에 무감각하고 남이 두려워하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는 성격으로 바뀐 것이다. 복수가 반이라면 자신의 살의를 표현하는 것이 반으로 보였다.

 

  한니발이 그들을 죽이면서 그 중 한 명의 볼 살로 요리를 해먹었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걸로 그의 인육을 즐겨하는 식습관이 형성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난 아니라고 본다. 그건 아마 그들에게 똑같은 짓을 하겠다는 복수심과 적의 일부를 먹음으로 뭔가 얻는다는 옛날 풍습을 따라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특히 동생이 살해당해 요리가 되는 과정을 봐야했고 그 식사에 참여해야했던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 인육을 즐겨 먹을 리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면 이후 식인 살인마라는 칭호는 어떻게 받게 되는 걸까? 그게 의문이다. 지금 방송하는 미국 드라마 '한니발 Hannibal'은 영화 삼부작보다 앞선 내용이지만, 한니발 박사는 이미 완성되어있는 저명한 인육 요리가로 나온다. 만약 한니발 시리즈를 완성시키려면, 중간에 한 편 정도 영화가 더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공리,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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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톤 키 - 할인행사
이아인 소프틀리 감독, 케이트 허드슨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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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keleton Key , 2005

  감독 - 이안 소프틀리

  출연 - 케이트 허드슨, 지나 롤랜즈, 존 허트, 피터 사스가드

 

 

 

 

  캐롤라인은 호스피스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를 돈벌이로만 보는 병원의 몰인정한 정책에 환멸을 느껴 개인 간병인 자리를 구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마침내 대저택에서 머무르며 근무를 하기로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커다란 집에서 단 둘이 사는 노부부. 뇌졸중에 전신마비로 말도 못하는 남편 벤은 뭔가 그녀에게 말을 하려는 듯하고, 부인을 무서워한다. 반면에 부인 바이올렛은 솔직한 것 같으면서 뭔가를 숨기는 기색이다. 거기다 마을 사람들 역시 후두의 저주 운운하면서 외부인인 그녀를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벤이 쓰러졌다는 다락방에서 열리지 않는 문을 발견한 캐롤라인. 호기심을 가지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벤이 갑자기 쓰러졌는지, 이 집에는 왜 거울이 없는지 알아내고자 한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저택의 비밀은 참으로 무시무시했다.

 

  영화를 보면서 참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포우의 단편소설인 ‘도둑맞은 편지’가 떠올랐다. 거기서 사람을 속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나온다. 소중하다고 깊이 숨기는 게 아니라, 의외로 눈에 잘 보이는 곳이 사각지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비슷한 방법이 나온다. 무조건 100% 솔직하게 말하면 사람이 더 의심을 할 수 있으니까, 은근슬쩍 아니라고 말하면서 호기심을 갖게 한다. 그러면 흔히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애써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일수록 더 진실일 거라고 믿게 된다. 물론 그와 동시에 조금씩 거짓과 진실을 섞어서 말하는 건 기본이다. 이러면 당연히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캐롤라인은 함정에 조금씩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믿게 되었다.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맞서기엔 상대가 너무 교활했으니까. 그녀에게는 꽤나 벅찬 상대였다.

믿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강요가 아니라 조금씩 서서히 물들어가듯이,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그렇게 캐롤라인은 후두를 믿게 되었다. 마침내 저주는 실현되었고,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결말까지 다 보고나니, 앞부분에 감독이 얼마나 많은 복선과 암시를 숨겨두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래, 그 장면이 그래서 그랬구나. 아, 아까 그 부분! 그래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 거였구나. 어쩐지 그 대목이 꺼림칙하더라니! 마지막 장면을 위해 앞부분이 존재하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두 번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한번은 그냥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두 번째는 감독이 숨겨둔 여러 장치를 찾아내는 재미로. 전반적으로 깜짝 놀라게 하거나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생각하면 충분히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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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크닝
닉 머피 감독, 도미닉 웨스트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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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Awakening , 2011

  감독 - 닉 머피

  출연 - 레베카 홀, 도미닉 웨스트, 이멜다 스턴톤, 루시 코후

 

 

 

  1차 대전이후 영국에서는 강령술이 유행했다. 아무래도 전쟁과 질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들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플로렌스는 가짜 강령술사를 찾아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경찰과 함께 사기꾼들을 잡아들이는 일을 하던 그녀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한 소년 기숙학교에 귀신이 나타났고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학교에 도착한 그녀는 조사를 시작한다. 마침내 귀신이 아닌 사람이 저지른 짓이라는 증거를 찾아내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예전에 그곳이 학교가 되기 전, 부유한 집안의 대저택일 때 있었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소년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전반부와 유령의 정체를 밝혀가는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가 약간의 스릴이 있는 범인 찾기가 주된 내용이라면, 후반부는 한 가족의 비극이 빚은 살인과 그 결과 생겨난 아픔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극의 호흡도 약간 차이가 났다. 범인 찾기는 빠른 느낌으로 후다닥 지나갔고, 가족의 비극이 밝혀지는 부분은 서서히 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으로 느릿하게 진행되었다. 조금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들이 튀어나왔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당할 수가 있다.

 

  가장 긴장했던 부분 중의 하나는, 주인공 플로렌스가 커다란 인형의 집을 들여다볼 때이다. 각각의 방에는 그녀가 이 학교에 와서 겪은 일들이 작은 인형과 학교 비품과 비슷하게 생긴 세트로 정교하게 만들어져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인형의 집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만들어진 세트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의 뒤에 소년 인형이 서 있는 게 아닌가? 바로 유령 소년이었다. 그 때 참 놀랐다.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단순히 귀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숨기고 싶은 비밀이나 아픔이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플로렌스는 그녀 나름대로, 로버트 선생 역시 그 나름대로 죄책감으로 뒤범벅이 된 비밀을 간직하고 자신을 자책하다가 심지어 자해까지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들은 평생 그 괴로움의 무게에 억눌린 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그 무게에 먹혀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양호 교사인 모드나 톰처럼 말이다. 두 사람은 죄책감이 지나쳐 자책을 하다가 결국 그것에 먹혀버렸다. 그래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머무르기만 했다. 그러니 다른 길이 보일 리가 없다. 그들에게 세상이란 결국 학교뿐이었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집착하고 자책하다가 결국 미쳐버렸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크게 적혀있다. 그러니까 감독이 화면 속에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함정이 있지는 않은지 또는 감독이 의도적으로 화면을 왜곡시키지는 않았는지 잘 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이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마지막 부분이었다. 애인님과 이 영화를 보고, 결말 부분을 두고 의견이 서로 달랐다. 그래서 혹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고,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게 영화가 준 교훈이었다.

 

  아, 또 하나. 너무 아들 아들하지 말자. 딸도 자식이다. 그 놈의 남아 선호 사상은 한국이건 서양이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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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Parent Trap , 1998

  감독 - 낸시 마이어스

  출연 - 린제이 로한, 데니스 퀘이드, 나타샤 리차드슨, 일레인 헨드릭스

 

 

 

 

  얼마 전에 케이블 방송에서 해주는 영화를 보던 막내조카가 숨이 넘어갈 듯이 자지러지게 웃은 적이 있었다. 대개 그런 경우에는 코미디 영화를 볼 때가 많다. 도대체 뭘 보기에 저러나 싶어 가봤더니, 똑같이 생긴 두 꼬마 아가씨들이 캠프장에서 서로를 골탕 먹이고 있었다. 내용을 보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 그렇다! 에리히 게스트너의 소설 ‘로테와 루이제’와 내용이 비슷했다.

 

  미국에서 포도 농장을 하는 아빠와 자유분방하게 살던 할리. 영국에서 유명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엄마와 살던 애니. 여름 캠프에서 만난 둘은 너무도 똑같은 서로의 얼굴에 깜짝 놀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서로를 괴롭히던 두 사람. 하지만 얘기를 나누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둘은 쌍둥이였는데 엄마아빠가 이혼하면서 헤어지게 된 것이다. 엄마아빠를 보고 싶은 둘은 캠프가 끝나자, 할리는 애니처럼 꾸미고 영국으로 가고 반대로 애니는 할리인 척하며 미국으로 떠난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엄마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둘에게 아빠의 재혼이라는 청천 벽력같은 소식이 닥친다. 아빠와 엄마를 다시 재결합시킨다는 목표로 두 꼬마는 계획을 꾸미는데…….

 

  일인이역을 맡은 주인공이 무척이나 귀여운 영화였다. 물론 지금은 많이 컸고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쉽기만 하다.

 

  영화를 보니, 여름 캠프라는 곳이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단체 생활과 게임을 하며 두 달을 보낸다니, 어쩐지 재미있는 일이 마구마구 생길 것 같다. 물론 인터넷이 없어서 나에겐 많이 불편하겠지만.

 

  디즈니에서 만든 작품답게 영화는 아이들 감성이 철철 넘치고, 가족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말하면서 끝난다. 게다가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 그러니까 아빠는 미국에서 농장을 경영하고 엄마는 영국에서 잘 나가는 디자이너이다. 네 가족이 함께 살려면 조금 많이 복잡할 것이다. 아빠가 농장에 대리인을 두고 왔다 갔다 한다거나, 엄마나 영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얼버무려진다. 무조건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명분 앞에서는 아빠와 엄마의 일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아무래도 영화니까 가능한 것 같다.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니까. 사랑만으로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 말이다.

 

  아! 그래서 이런 로멘틱 코미디나 가족 영화를 보나보다. 현실과 다른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고, 내가 주인공이 된 듯 한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왜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새어머니나 새어머니 후보는 다들 그렇게 외모는 예쁘데 머리가 비었거나 성격이 나쁜 걸까? 물론 그녀가 나쁜 년이어야 애들이 엄마를 응원해서 재결합하는 설정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새엄마나 아빠 애인은 무조건 다 나쁜 X로 나오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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