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미술관 - 예술의 규범과 질서를 파괴한 70점의 작품 시그마북스 미술관 시리즈
엘레아 보슈롱 외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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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예술의 규범과 질서를 파괴한 70점의 작품

  원제 - The Museum of Scandals (2013년)

  저자 - 엘레아 보슈롱, 디안 루텍스

 

 

 

 

  책의 제목과 부제, 그리고 러시아 군복을 입은 두 남자가 키스를 하는 표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에 난리가 났으면 났지, 그러지 않았으면 이상했을 그림들의 모음이다. 어떤 그림은 현재 시각으로 보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그림은 지금 봐도 '어, 이건 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개 문제가 된 것은 그 표현에 있어 너무 노출이 과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은 읽는 시간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글이 어렵다거나 그래서가 아니었다. 엎드려서 편하게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데, 막내 조카가 '고모, 나 고모 스마트폰으로 게임해도 돼?'라면서 문을 열어서 책을 후다닥 덮어야할 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때 보고 있던 부분이 성추문에 관련된 그림만 모은 파트여서, 아예 책을 덮어버렸다.

 

  아니, 난 그냥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있을 뿐인데 왜 누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나 전전긍긍해야하는 거지? 그러다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아! 나에게 예술과 외설의 차이란 이런 거구나! 순전히 주관적인 깨달음이긴 하지만, 당당하게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으면 예술, 그렇지 않으면 외설! 그렇다면 이 책에 수록된 몇몇 그림들은 나에겐 아직 외설적인가보다.

 

  조카가 게임을 내 옆에서 한다기에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게임을 하던 조카가 곁눈질로 보더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건 뭘 그린거야?' 자기가 학교나 성경에서 읽은 내용이 나오자 신이 나는 모양이다. '그 내용 나 교회에서 배웠어! 와, 지옥이 진짜 이럴까? 무섭다, 그치 고모? 너무 잘 그려서 사람들이 싫어한 거야?' 얘,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은근히 수다스럽다.

 

  그러다 둘이 황당해한 부분은 자신의 변을 통조림에 담아 팔았다는 예술가 부분이었다. 무척이나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막내 조카가 물었다. '고모, 진짜 똥이 들어있을까?' '그걸 확인하고 싶어서 사람들이 산 게 아닐까?' 내 대답이 꽤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언젠가 웹서핑에서 읽은 글귀를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줬다. '일단 유명해지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무엇을 하건 좋게 봐준다잖아.' (원래는 앤디 워홀이 했다는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even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라는 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백여 년이 지난 다음, 이 책을 후손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지금 논란이 되는 몇몇 예술가들의 작품을 그 때는 뭐라고 평가할까? 내가 옛날 그림을 보면서 '뭐 이정도로?'하는 그런 생각을 할까, 아니면 내가 몇몇 그림을 보면서 '아, 이건 좀 심했네.'하는 것 같은 말을 할까? 어쩌면 예술 작품을 두고 이건 좋다고 하거나 저건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건, 그 시대 상황이나 사람들의 의식에 달려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래도 기준이 되는 뭔가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강제로 정의하는지가 관건이겠지.

 

  아, 어쩌면 예술이라는 것은 남이 정해놓은 것에 따르기도 하지만, 그것을 벗어나고픈 사람들의 행위가 아닐까싶다. 그건 단지 예술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삶 자체가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인간은 발전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 책의 서평 이벤트에 신청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뽑히지 못해서, 애인님에게 조금 징징거렸다. '읽고 싶었단 말이야, 진짜. 나 저런 거 좋아한다고.' 그러자 한참 듣고 있던 애인님이 '그래서 책 제목이 뭐라고?' 라고 물어봤다. 책을 검색하고는 '표지 때문에 읽고 싶었던 거 아냐?'하고 웃더니 '내일이면 도착한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왕 신난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다. 오홋, 내가 막 징징거리면 책을 사준단 말이지? 좋았어! 다음 책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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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수 좋은날
이림니키 지음 / 김영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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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이림니키

 

 


 

  일러스트 작가라는 저자의 이름이 독특하다. 처음에는 외국인인줄 알았다. 그런데 부모님의 성과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합친 것이란다. 독창적이다. 글과 그림은 얼마나 신선한 충격을 줄까 기대가 된다. 책장을 넘기자 저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글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가득 들어있었다.

 

  글은 저자 주변의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적었는데,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놀라움을 주었다. 그리고 어떤 문장은 ‘오! 멋져’라는 감탄이 일기도 했다. 처음 딱 보기에는 잔잔하지만, 읽다보면 그 밑에 엄청난 에너지가 잔뜩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처음 먹을 때는 ‘별로 안 맵네.’라고 생각하지만, 계속 먹으면 먹을수록 입에 불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불닭볶음면 같다고 할까?

 

  그리고 그림은 깔끔하면서 어딘지 울퉁불퉁하지만 꼼꼼하고 세밀하게 선과 색이 어우러져있었다. 또한 글이 말하지 못한 것을 그림이 표현하기도 하고, 그림에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글에서 느낄 수 있었다. 수채화 같은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과 독특하고 세밀한 펜 선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서늘한 느낌을 줄 때도 있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잘 살펴보라고! 그곳에 내가 글로 적지 않은 것들이 들어있으니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글을 한 번 읽고 그림 한 번 바라보고, 그림을 본 다음엔 다시 글을 읽으면서 처음에 미처 몰랐던 부분을 깨닫기도 했다. 모든 페이지가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각하고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세상을 내가 보는 시각과 다르게 접근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신선한 놀라움을 준다. 내가 깨닫지 못하고 보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을 알게 되는 것은 내 무지를 자각하는 부끄러움과 아직 난 부족하다는 경각심, 새로운 것을 접하는 즐거움과 놀라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러했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입가에 미소를 짓기도 했으며, 잠시 창밖의 하늘을 보면서 멍하니 있기도 했다.

 

  언젠가 이 저자의 전시회를 꼭 가보고 싶다. 그때는 또 어떤 즐거움과 깨달음을 안겨줄까?

 

 

  고민을 시작했다면 가장 깨기 쉬운 고민부터 깨고 나와야한다. -P.79

  틀렸다고 말하는 게 무서워 지금 아무 것도 못한다면 그게 더 쿨하지 못한 것이라고. 그냥 “미안! 그때는 내가 잘못 생각했네!”하면 될 것이다. - P.163

  멀리서 보기에는 자리를 잘못 잡고 엉뚱하게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삐뚤삐뚤 자란 소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훨씬 더 근사해진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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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조슈아 넬먼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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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원제 - Hot Art: Chasing Thieves and Detectives Through the Secret World of Stolen Art (2012년)

  저자 - 조슈아 넬먼

 

 

 

 

  저자는 미술품 도난에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대해 취재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예를 들면 은퇴한 미술품 도둑, 미술품 도난 사건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형사, FBI 요원, 변호사, 보안 팀장 등등, 각계각층에서 어느 정도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450쪽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에 가득 담아냈는데, 그리 지루하거나 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마 각 인물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고 현장감을 주는 흐름과 더불어 중간 중간 들어있는 미술품들의 사진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도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나 FBI요원들의 뒤를 따라가는 과정 역시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단 하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였다. 그리고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악은 부지런하다’는 말도 떠올랐다.

 

  이미 도둑들은 어떤 그림이 어떻게 보관되어 있고, 어떤 방식으로 훔칠 수 있으며, 그것을 누구에게 어떤 거래방식을 통해 팔면 얼마의 이득이 남을 지 훤히 알고,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 돈세탁용이라든지 마약 같은 것의 대금으로 미술품을 거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을 잡아야할 경찰들은 그런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책에서는 나온다. 사람이 죽어가고 죽을 위험에 처하거나 건물에서 불이 나는 와중에 그림이나 조각을 우선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건보다는 생명체, 그 중에서 동식물보다는 사람의 목숨이 먼저일 것이다. 그 때문에 각 기관사이의 교류가 거의 전무하고,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부분에서는 안타까웠다.

 

  또한 도난을 당한 미술관이나 소유자들이 신고를 꺼린다는 점에서는 혀를 찼다. 미술관은 그들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일 테고, 소유자들은 어쩌면 처음 취득을 불법적으로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아니면 탈세를 목적으로 하거나 세금을 내지 않고 상속할 대상으로 예술품을 구매했을지도 모르겠다.

 

  전직 미술품 도둑의 말을 빌면 ‘훔칠 작품을 현명하게 선택하기만 하면 미술품을 훔쳐서 먹고 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중략) 이 세계의 시스템을 잘 알기만 하면, 누구나 훔친 미술품을 세탁하는 데 합법적인 미술 산업의 세계를 이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림을 훔치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다시 미술계에 되팔 수 있다.’고 한다. (p.88)

 

  저런 부분들을 읽으면서 생각하니,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또 떠올랐다. 범죄자들은 부지런히 연구해서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고, 경찰은 몰랐기에 그들을 막지 못했다. 아주 이름난 명화가 아니어서 뉴스에 나오지 않으면, 과연 찾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한 작품을 여러 번 도난당한 미술관의 경우에는 어쩌면 관계자끼리 공모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들었다. 그런 식으로 보험금을 받거나 위조품과 진품을 바꿔치기 하는 걸지도…….

 

  언젠가 읽었던 단편이 기억난다. 제목은 잘 모르지만, 미술품을 하나 훔쳐서 복제화를 그린다. 그리고 원작에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살짝 손을 대서 위작인지 진품인지 애매하게 만든 다음, 복제화를 원작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부호들에게 파는 것이다. 부호들은 자기 혼자만 보고 즐길 것이기에, 아무도 그것이 위작인지 아닌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범인인 주인공들은 여러 개의 복제품을 팔아 엄청난 돈을 나눠가졌다는 내용인데, 문득 이 책에서 얘기하는 미술품들의 운명이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개인의 욕망, 그러니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희귀한 것을 자기가 소유하고 있다는 우월의식과 집착 그리고 남이 하지 못하는 걸 해내겠다는 성취감, 승부욕, 돈에 대한 갈망 등등이 결합해서 이런 사건들을 만드는 게 아닐까?

 

  옛날에 그 작품들을 만들었던, 그러면서 인정받지 못해 평생을 가난에 허덕이며 살았던 예술가들이 지금 자신들의 작품이 어떤 값어치가 나가는지 알면 뭐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 좋아할까 아니면 이건 아니라고 할까?

 

  우리나라의 예술품들도 여러 일을 겪으면서 많이 도난당했다. 뭐가 없어졌는지 모르는 것도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전 세계적인 데이터베이스와 협조체계가 구축되어 예술품을 개인이 아닌 모든 사람이 감상할 수 있고, 단지 화폐가치로만 취급받는 것이 없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문화재들도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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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말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순홍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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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Pale Horse, 1961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번 이야기에서는 미스 마플이나 포와로 또는 배틀 총경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추리 소설 작가인 올리버 부인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사건을 해결하는 건 아니고, 이리저리 얼굴을 내밀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힌트를 주고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방영해주는 드라마에서는 미스 마플이 나와서 사건을 추적했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서술자이며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은 남자의 이름이 ‘마크 이스터브룩’이다. 작가이고 올리버 부인과 친분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름이 익숙하다. 내가 이 이름을 어디서 읽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그거 고민하느라 이틀을 허비했다. 포기하고 좀 더 책장을 넘기니 ‘로다 디스퍼드’와 ‘디스퍼드 대령’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헐, 이 이름은! 그렇다. ‘테이블 위의 카드’에서 등장했던 조연이다. 음, 결국 둘이 결혼했구나. 하긴 그 책 후반부에 가면 대령이 그녀에게 청혼을 했으니까. 그런데 둘의 성향으로 봐서는 아프리카나 그런 곳으로 모험을 떠날 줄 알았는데, 영국의 시골에서 살고 있다니 의외다. 잠깐, 데린 캘솝 목사 부인? 어디서 읽었는데? 하지만 찾기가 귀찮다. 패스.

 

  한 여인이 죽어가면서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그걸 들은 신부는 그녀가 말한 이름을 적어두는데, 성당으로 돌아가던 중 살해당한다. 처음에는 흔한 노상강도 사건으로 여겨졌지만, 그가 적은 이름의 주인공들이 거의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 방향은 급전환한다. 우연히 술집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그 사건에 연관이 된 마크 이스터브룩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수사를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한적한 영국 시골의 ‘창백한 말’이라는 이름의 여관에서 그는 마녀라 불리는 신비한 세 명의 여인을 만난다. 제사 의식으로 저주를 내릴 수 있다는 그들과 악명이 자자한 변호사와의 관계는 무엇일까? 진짜로 그들은 의뢰를 받아서 저주를 내려 사람을 죽이는 걸까?

 

  마녀와 신비한 제사 의식, 그리고 저주라는 단어가 책 전반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더 신비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 때문일까? 그래, 내가 마크 이스터브룩에 대한 걸 기억 못하는 것은 책에 걸린 마녀의 저주일지도 몰라! 이런 황당한 상상까지 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저주나 미신 같은 걸 믿지 않는 크리스티였기에, 저런 다 ‘훼이크’였다. 아, 너무 엄청난 스포일러를 해버리는 걸까?

 

  세상은 넓고 범죄 조직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하다하다 기업체 형식으로 조직을 꾸려가다니. 그것도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들을 끌어들여서 말이다. 나쁜 놈. 재능을 그딴 식으로 발휘하다니, 진짜 나쁜 놈이다. 그 머리를 다른 곳에 썼으면 대단한 기업가가 되었을 것이다. 아, 그러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겠는 구나.

 

  책의 결말 부분에서 마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둘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결혼할 것이라 추측했던 허미아와 흐지부지한 관계가 된다. 대신, 사건 해결에 같이 참여했던 진저와 새로운 관계를 이어간다. 크리스티의 책을 읽어보면 그렇게 되리라고 추측이 가능했지만, 좀 별로였다. 주위에서 당연히 둘이 결혼할 사이라고 생각할 정도면, 허미아도 내심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결혼할 마음이 없었으면 애초에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행동을 잘해놓던가. 그 부분에서 마크에게 실망했다. 흥이다.

 

  그나저나 이 책이 나온 것이 1961년인데, 크리스티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게 될 것이고, 관리하는 사람은 기계가 대답할 질문을 만들어 낼 것이라 얘기한다. 그 부분에서 많이 놀랐다. ‘아, 크리스티가 비록 로맨스만 주구장창 넣어 소설을 쓰지만, 통찰력이나 예측도 그에 못지않게 뛰어났구나. 그런 부분을 살려서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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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사일런스
제임스 완 감독, 도니 월버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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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ad Silence , 2007

  감독 - 제임스 완

  출연 - 라이언 콴튼, 엠버 발레타, 도니 월버그, 마이클 페어먼

 

 

 

  이 영화의 감독인 제임스 완이 참여했던 작품, 그러니까 ‘쏘우 Saw, 2004’ 시리즈, ‘인시디어스 Insidious, 2010’, ‘컨져링 The Conjuring,2013’ 등을 다 보았다. 그래서 이 감독의 영화는 더 이상 볼 게 없다고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이런! 검색을 해보니 두 개가 더 있었다. 하나는 ‘데스 센텐스 Death Sentence, 2007’ 라는 작품이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이 영화, ‘데드 사일런스 Dead Silence , 2007’이다.

 

  보기에도 무섭게 생긴 인형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있는 것은, 분명 조용히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음, 제목과 연결시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감독의 전작뿐만 아니라, 최근에 본 컨져링에서도 인형이 나온다. 이 남자, 어릴 적에 인형에 뭔가 안 좋은 추억이라도 있는 걸까?

 

  한창 깨와 햄을 볶는 나날을 보내는 제이미와 리사 부부에게 택배가 하나 도착한다. 보낸 이가 누군지 모르는, 받는 사람 이름만 적혀있는 소포 안에는 커다란 인형 하나가 들어있었다. 포스터에 있는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제이미가 잠깐 물건을 사러 나간 사이, 리사는 갑작스런 공격을 받는다. 마치 택배로 온 인형처럼 턱이 벌어지고 혀가 잘려 죽은,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의심받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제이미. 택배를 보낸 곳이 자신의 고향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곳으로 향한다. 인형을 보낸 사람을 찾으면 누가 리사를 죽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형사 짐은 여전히 그를 의심하며 미행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쏘우와 컨져링의 중간 단계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내가 두 영화를 먼저 보았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러 기발하고 치명적인 함정들이 주인공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쏘우가, 저주와 괴담 그리고 귀신을 다루는 것은 컨져링이 연상되었다.

 

  극 중에서 주인공이 인형이 저주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문득 ‘사탄의 인형 Child's Play,1988’이 떠올랐다. 거기서도 주인공 앤디가 인형이 살인을 했다고 아무리 말해도, 모두들 애가 이상하다며 정신 병원에 넣으려고 했었다. 하긴 나도 호러 영화를 좋아하고 귀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조카나 누가 인형이 사람을 죽인다고 하면 ‘뻥치지 마!’라는 말이 먼저 나올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형이 참으로 무서웠다. 주인공이 잠이 들자, 천천히 인형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눈알이 힐끔 돌아가고, 창가에 있다가 빛이 번쩍하면 의자에 앉아 있고, 복화술사가 쓰던 인형답게 여러 목소리도 나오고……. 거기에 제일 놀란 건 저주를 내리고 죽은 복화술사 메리 쇼 할머니가 나올 때였다. 아, 진짜 인형하고 얼굴이 너무 흡사했다. 대체적으로 인형 같다고 하면 예쁘다는 칭찬인데, 여기서는 정반대의 뜻이다. 무섭고 소름끼친다는 의미이다.

 

  그 마을에서는 절대로 이름을 말하면 안 되는 메리 쇼에 얽힌 회상 장면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죽은 시체가……. 인형이……. 천둥번개가 치는 밤에……. 그리고 사람들이 죽은 사진 장면은 끔찍했다. 턱이 빠지고 혀가 잘린……. 그리고 상자에 넣어둔 인형들이 하나둘씩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쫙 끼쳤다.

 

  이제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 읽는 로망은 꿈꾸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사람을 닮은 인형, 특히 피에로 인형은 절대 사절이다. 엉엉엉. 왜 스티븐 킹이 피에로를 공포 소설의 소재로 썼는지 잘 알 것 같다. 참고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참 여러 의미로 놀라웠다. 덕분에 다시 처음부터 돌려봤다.

 

  하여간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하지 말라면 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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