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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사이 1 ㅣ 밤과 낮 사이 1
마이클 코넬리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평점 :
원제 - Between The Dark And
The Daylight: And 27 More Of The Best Crime And Mystery Stories Of The Year
(2009년)
작가 - 마이클 코넬리, 조이스 캐롤 오츠, 제레미아 힐리, T. 제퍼슨 파커, 샬레인 해리스, 톰 피치릴리, 마틴 에드워즈, 빌 크라이더,
낸시 피커드, 매건 애보트, 스티브 호켄스미스, 숀 셰코버, 패트리샤 애보트, 피터 로빈슨, 스콧 필립스, 개리 필립스
작가를 몇 명만 쓰고 그 외 등등으로 적을까 했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다 적었다. 왜 이렇게 작가들이 많으냐면, 이 책은 2009년도에
나온 단편집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해외 추리 걸작 단편집 같은 류의 책을 읽을 때 수록되어있던 작가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앨런 포나 체스터튼 내지는 루스 렌들 같은 작가들은 이미 고전이 된 지 오래인 모양이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장르소설가들의 단편을 모았다고 적혀있다. 하긴 추리 소설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작품이 몇 개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
모양이다.
어떤 이야기, 예를 들면 ‘그들 욕망의 도구’는 가슴이 아프면서 먹먹하기도 했다. 미리 대화를 나눴다면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서먹하게 지내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세월이 지났으니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가정 내의 폭력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니 그냥
한숨만 나왔다.
또 다른 이야기 ‘아버지 날’은 참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아, 현대 사회는 가족 간의 정이 사라져가는 삭막한 시대가 맞나보다. 내가 만약에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떠오른다.
‘첫 남편’ 같은 이야기는 읽으면서 속이 답답했다. ‘아 그게 아니라고! 혼자 지레짐작하거나 끙끙대지 말라고, 이 XX야!’라는 욕이 절로
나왔다. 주인공이 옆에 있었다면 멱살을 쥐고 흔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저런 남자를 만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개 산책시키기’는 읽으면서 혹시나 했던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예전에 비슷한 구성을 가진 단편을 읽은 기억이 났다. 이번 이야기는 그것보다 조금
더 복잡해지긴 했다.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까?
‘심술 생크스 여사 유감’이나 ‘스킨헤드 샌트럴’ 그리고 ‘악마의 땅’은 읽으면서 조금은 웃음이 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아, 그런 전개와
마무리라니! 기발하면서 한편으로는 찜찜했다.
‘즐거운 응원단’은 읽으면서 화가 났다. 아니, 뭐 저런 선생이 다 있담! 마지막은 확실히 드러나 있지 않았지만, 되갚아주길 절실하게
바랬다.
‘죽음과도 깊은 잠’은 결말이 마음이 아팠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주인공의 회상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역시 요즘
애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버릇이 없다.
‘운이 좋아’는 미국 드라마 ‘트루 블러드’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울 인물들이 나왔다. 수키가 마을에서 생긴 이상한 일을 해결하러 다니는
얘기이다. 드라마보다 훨씬 밝고 명랑하게 표현되었다.
‘책 제본가의 도제’는 오싹했다. 전개는 느릿하니 약간 진부했지만, 마지막 결말이 의미하는 것을 알아차리면 섬뜩하다. 책 제본가가 도대체 언제
나오나 했더니…….
이 책의 제목인 ‘밤과 낮사이’는 뜬금없이 사건에 휘말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도움을 받았지만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선의로 도움을 주었다가 피해를 당한
이야기를 접하면, 남을 과연 도와야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세상이 삭막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착한 마음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너무 싫다. 하아, 어떡하면 좋을까?
단편집을 읽을 때면 언제나 뷔페에 간 느낌이 든다. 뷔페에는 간혹 입맛에 안 맞는 음식도 있고, 여러 번 갖다 먹게 되는 요리도 있다. 또는
처음 맛보는, 실험정신과 도전 그리고 용기가 필요한 것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것을 접하고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이번엔 이 작가의
단편이 괜찮았으니,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까? 이런 게 바로 단편의 매력이자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