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교과서 읽는 리스닝 & 스피킹 PreK 준비편 1 (Student Book + Workbook) - 초등생용 미교 읽는 리스닝&스피킹 PreK 코스 1
Michael A. Putlack 외 지음 / 키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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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Michael A. Putlack, e-Creative Contents




  Preschool 단계는 곧잘 하던 조카가 이번 책을 처음 접하고는 놀라움 반 안도 반의 표정을 내보였다. 반반무많이 치킨도 아니고 말이다. 사실 놀랄 법도 하다. 구성이 좀 바뀌었는데, 그게 부담이었나보다. 


  우선 단원의 분량이 많아졌고, 단원 수도 늘어났다. 지난 단계에서는 8단원까지였는데, 이번부터 10단원이 되었다. 거기다 듣기 문제 수도 늘어났고, 유형도 바뀌었다. 앞부분에서 배운 것을 반 페이지 복습을 하고, 새로 배울 부분이 나온다. 




  그런데 그림을 보고 맞는 설명을 고른다든지, 대화를 듣고 이어질 대답을 생각해보라는 문제는 처음엔 조금 버거운 것 같았다. 게다가 뒤를 이어 여러 문장으로 이어진 이야기를 따라 읽고 패턴을 배우고 총정리 문제를 풀어야한다니까 얼굴이 좋지 않다. 다행히 색감이라든지 그림이 재미있어서, 그건 마음에 들어했다.




 앞단계는 별다른 공부, 그러니까 복습이 없어도 쉽게 쉽게 진도를 나갔는데 이번 권부터는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 패턴도 다양해지고, 이야기도 있고, 노는 분위기로 나갔다가는 나중에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물스물 들었다. 




 본편의 분량이 늘어난 만큼, 연습문제 풀이도 늘어났다. 반 페이지 정도. 그런데 우리에게는 겨우 반페이지이지만, 아이는 문제집 한 권이 늘어난 느낌이 들었나보다. 이거 왜 이렇게 문제가 많아!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렇지만 처음에만 투덜거렸지, 조금 지나서는 쉽게 풀었다. 역시 처음에만 엄살을 부렸나보다. 익숙해지니까 다른 것들도 잘 보이는지, 그림이 어떻다고 태클도 걸고, 사진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도 했다. 


  그럭저럭 유쾌한 분위기에서 한 권을 끝마쳤다. 책장을 보면서 자기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한다. 한글이 하나도 없는 책을 공부했다고. 잘난척쟁이 같으니라고.


  문제는 2권이 아직 안 나왔다는 것이다. 언제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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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7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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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한동안 만화책을 읽지 않았다. 빌리러 가기도 귀찮았고…….


  첫 번째 이야기는 ‘Serial John Doe’ 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우울한 오후’이다.

‘John Doe’라는 용어는 미드에서 신원미상 남자 사체에 붙이는 걸 봤다. 여자는 ‘Jane Doe’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용지 작성하는 예로 주로 나오는 홍길동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아니면 김 아무개 이런 식?


  MIT 각 과의 톱이었던 사람들이 차례로 상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들의 관련성이라면, 동기라는 것이고 그들이 죽은 방법을 수학적인 의미가 있는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로키는 토마에게 조심하라고 경고를 한다. 수학과의 톱은 로키가 아니라 토마였으니까 말이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이번 편은 그 이름을 남기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불행히도 만화가 끝이 날 때까지 그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와, 작가 진짜 못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막 웃겼다. 자기 이름을 남기고 싶어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남자의 이름을 끝까지 알려주지 않다니. 작가 나름대로 범인에게 응징을 하는 것 같았다.


  문득 로알드 달의 책 ‘마녀를 찾아라 The Witches’가 떠올랐다. 그 소설의 주인공 역시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명색이 주인공인데! 불쌍한 아인데!


  두 번째 이야기는 꽃집에서 일어난 절도 사건에 휘말린 가나와 토마 이야기이다. 꽃 이름을 두고 서로 자기가 옳다고 우겨서라지만 사실은 가나가 우겨서, 이름을 물어보려고 꽃집에 들어갔다가 엮이게 되었다. 빈 사장실에서 사라진 5만엔. 누가 언제 가져갔을까? 문제는 세 종업원이 다 한 번씩 사장실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것이다. 다들 기회가 있었다. 동기? 물론 있다. 다들 이번 달에는 가불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동기도 있고 기회도 있고.


  사장을 비롯해 종업원들의 몸수색을 해도 돈이 나오지 않자, 토마가 집에 가고 싶었는지 끼어들기 귀찮았다고 중얼거리면서 해결을 한다. 아니, 처음부터 범인을 알았으면 빨리 밝혔어야지! 하여간 귀차니즘에 푹 절여진 토마였다.


  흐음, 왜 그 장면이 클로즈업되어 그려졌나 했더니 사건 해결에 중요한 실마리를 주고 있었다. 역시 이 작가, 쓸데없는 컷은 넣지 않는다. 사소한 것 같지만 다 필요하고 힌트가 된다. 그래서 아주 마음에 든다.


  거기다 그림체가 갈수록 귀여워지고 있다. 다들 1권과 비교하면 더 어려지고 동글동글 귀여워졌다. 노화가 아니라 동안이 되가는 느낌이다. 나도 노화가 아니라 동안이 되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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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 한의사 엄마가 깐깐하게 고른 최고의 양육처방 : 태어나서 열 살까지
방성혜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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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태어나서 열 살까지 한의사 엄마가 깐깐하게 고른 최고의 양육처방

  저자 - 방성혜




  막내 조카가 아토피가 심하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보면 속옷이나 이불, 요에 피가 묻어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밤새 자면서 자기도 모르게 긁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그래서 과자나 햄버거 같은 거 안 먹이고 싶지만, 먹지 말라고 하면 거기에 더 집착하기 마련인가보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가끔 과자 파티를 하고, 친구 생일 파티에 가면 으레 그런 것을 먹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손을 번쩍 들었다. 동의보감에 아토피에 관련된 부분이 당연히 있을 테니까 말이다.


  부제를 보고, ‘아차!’했다. 열 살까지라니! 막내 조카는 열한 살인데! 한 살 차이지만,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책을 읽었다. 사실 나보다 어머니가 더 꼼꼼히 읽으셨다. 손자를 돌보는 책임을 맡고 계시기에, 아토피 부분은 특히 더 자세히 보셨다.


  그리고 ‘이런 책은 한 권 정도 집에 있으면 좋겠네.’라고 말씀을 하셨다. 와, 어머니가 내 책에 대해서 이런 긍정적인 발언을 하신 건 거의 처음이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있다.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은 저자가 기질이 너무도 다른 두 아들과 한의사를 하면서 만난 다양한 아이들의 예를 들면서, 동의보감에는 어떻게 대처하라고 나와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1장 동의보감에서 배우는 양육의 지혜’에서는 동의보감에 나온 육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반적인 것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이는 어른과 다르니 엄마가 조바심을 내면 좋지 않다고 하고, 뭐든지 빨리 성장하기 바라는 것은 어른의 욕심으로 아이에게는 좋지 않다고 말한다. 전에 읽은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거기서 읽은 육아법과 동의보감에서 다룬 육아법이 비슷한 부분이 보였다. 아이를 잘 기르는 방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모양이다.


  ‘2장 느리게 자라는 아이가 건강하다’는 아이들에게 항생제를 자주 주는 것이 좋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이의 몸이 면역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단지 아이가 아픈 것을 보는 엄마 마음이 불편해서 약을 주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충고한다. 감기와 체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하고, 밥을 잘 먹지 않은 아이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3장 늘 웃는 아이로 키우려면’은 아이의 성격에 따라, 그러니까 소심하다거나 내성적이거나 활동적인 아이들을 각각 어떻게 대처를 하면 좋을지 말하고 있다. 엄마가 자신의 아이에 대해 확실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4장 엄마가 곧 식의(食醫)’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다루고 있다. 할머니 입맛이 좋은 것이라 하는데, 가슴이 덜컥하고 내려앉았다. 할머니 입맛이 결국은 된장이나 고추장 같은 슬로우 푸드와 나물 같은 채소와 제철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인데, 나중에 내가 할머니가 되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이 앞섰다. 난 아직도 햄, 소시지, 햄버거를 좋아하는 애들 입맛이니 말이다. 나 같은 사람이 할머니가 되면 애들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 손자를 안보는 길을 택해야 하나 고민에 휩싸였다.




  책의 두 번째 부분은 별책부록으로 ‘엄마가 알아야 할 음식 처방’이다. 여기서는 아이들이 자주 걸리는 감기나 아토피, 비만 등에 좋은 재료를 넣은 조리법에 대해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아토피에는 우엉이나 황기, 국화 같은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 것을 아이들이 별 부담감 없이 먹도록 우엉밥이나 황기 사탕, 황기밥, 그리고 국화 주스나 국화 샤베트등을 만드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런 거라면 아이들이 맛있다고 먹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큰올케랑 이 책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황기 얘기가 나왔는데, 큰올케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둘째는 몸에 열이 많다고, 한의사 선생님이 아토피라도 절대 황기 먹이지 말라던데?’ 음, 우선 아이가 어떤 체질인지 알아보고 먹여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당장 우엉밥이나 황기밥이 밥상에 올라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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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 -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여자들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최광현 지음 / 부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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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여자들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저자 - 최광현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남자를 버리고 싶다니, 왜일까? 부제를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이 책을 보고, 옆에 남자가 있어봐야 버리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냐고 외칠 솔로들도 있을 것이다.


  즐겨가는 D포탈 카페에 고민 상담 게시판이 있다. 진학이나 취업 같은 고민상담도 많지만, 반 이상은 사랑이 차지한다. 특이하게도 남자가 여자 친구와의 문제로 상담을 하는 건 그렇게 많지 않다. 대개 여자가 올린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이다. 또한 D포탈이나 N포탈에는 남녀 연애 상담을 해주는 블로그도 꽤 많이 있다. 그 정도로 이성간의 문제는 사람들 고민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이성간, 특히 남자 친구나 남편 때문에 속병을 앓고 있는 여자들을 위한 것이다. 저자가 10년 동안 상담을 하면서 받아온 고민들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그러니까 제일 많이 질문을 받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한 대목이 많았다.


  나쁘면서 좋은 남자는 없다는 대목에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타인에겐 나쁘지만 자기 여자에게만 좋은 남자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여자에게 좋은 남자는 남에게도 좋은 사람이다. 소설이 사람을 많이 배려 놨다.


  또한 남자를 늑대라고 욕할 것이 아니라, 개 같은 남자와 늑대 같은 남자를 구별하라고 충고하는 부분에서는 ‘맞아!’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개는 주인에게 아양을 떨고 의존적이지만, 늑대는 자주적이다. 같은 개과라서 비슷하게 보이지만, 그 다름을 잘 파악하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말에서는 저자가 나와 뭔가 통하는 게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화는 친구나 사업 대상과 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끼리도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 말이 없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요즘 어떤 일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초코파이를 먹을 때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초코파이를 먹을 때도 잘 모른다. 음, 내가 한 개 더 먹어야지라는 생각만 서로 한다는 걸알까?


  그래서 책에 나온 니체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결혼하고 싶다면 이렇게 자문해보라. ‘나는 이 사람과 늙어서도 대화를 즐길 수 있는가?’ 결혼 생활의 다른 모든 것은 순간적이지만 함께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대화를 하게 된다. -p.62


  제목에 나오는 남자를 버린다는 말은, 결국 자기 자신을 되찾으라는 말이다. 남자에 의존하는 습성을 버리고, 자기를 사랑하고 자신을 믿고, 주체적인 삶을 살라는 의미이다.


  내가 있어야 남이 있는 것이다. 나를 버리고 남에게 헌신하다가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헌신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집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남자 친구에게, 남편에게, 자식에게. 하지만 그들이 나를 온전히 채워주고 완성시켜줄 수는 없다. 그들이 나는 아니니까.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있을 미래에 대한 양분으로 생각해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완벽한 인생이란 없기에, 실수와 실패, 노력과 감동 등이 삶에 감동을 더해준다고 말한다.


  그렇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고, 그것을 다른 사람이 이루어주지 않는다. 남자를 버리자. 솔로로 살다가 죽으라는 게 아니라, 남자에게 의존하는 삶을 버리자. 누군가의 삶에 덤으로 묻어가는 딸을 낳으려고 일억 분의 일 확률로 부모님의 난자와 정자가 결합을 한 것도 아니고,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딸을 기르려고 부모님이 그 고생을 해 돈을 벌어 공부시킨 것도 아니다.


  그러니…….


  힘내요, 여성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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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단단하게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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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堅硬如水 (2001년)

  작가 - 옌롄커 (閻連科)


  책을 처음 보고는 '두껍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650쪽에 달하는 소설이라니! 간만에 며칠 잡고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책을 한 번 잡자,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중간에 긴장이 되거나 식사 시간이라 몇 번 눈을 뗀 적은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하루 종일 꼬박 앉아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제목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물이 단단하던가? 단단한 건 금속이나 돌이 아닌가? 이런 의문을 품고 책을 펼쳤다.


  책은 주인공인 가오아이쥔이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일까? 어떤 부분에서는 표현이 반복되기도 하고, 같은 말을 다른 형식으로 되풀이하기도 한다. 특히 그가 사랑하는 여인에 대해 얘기할 때나 그녀와 사랑을 속삭일 때는 더욱 더 심하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인 남자이고, 또 다르게 보면 상당히 말 많은 남자일 수도 있고 또는 표현력이 풍부한 감수성이 예민한 문학청년일지도 모른다.


  야망 있는 남자인 가오아이쥔은 자신의 딸과 결혼하면 간부를 시켜주겠다는 지부 서기의 말에 혹해서, 좋아하지도 않는 구이즈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 군에 입대한다. 부부라고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그냥 필요에 의한 것일 뿐 애정 따위는 없었다.


  제대를 앞둔 그는 길에서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난다.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관계를 맺기 바로 직전에 정신을 차린 두 사람. 서로에 대한 깊은 인상만 간직하고 이름도 모르고 헤어진다. 하지만 그에게 그 여인은 첫사랑과 같았다.


  제대 후, 고향 마을에 혁명 사상을 퍼트려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가오아이쥔. 하지만 장인은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그에게 간부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게다가 부인 구이즈는 그의 어머니를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고, 집안의 실권을 쥐고 흔든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는 두 아이는 그를 처음에는 무서워할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더욱 더 혁명을 해서 간부를 해야겠다는 욕망을 불태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음에 간직했던 그 여인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샤홍메이로, 그의 동창과 결혼한 몸이었다. 얘기를 나눠보니 그녀 역시 혁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은 혁명 동지로 몸과 마음을 합쳐, 마을을 개혁하기로 마음먹는다. 비록 그들이 제거해야 할 대상이 장인이나 시아버지이지만, 거리끼지 않았다. 두 사람은 혁명으로 맺어진 동지였으니까.


  주인공의 부인이 목을 매어 자살한 이후, 둘의 사이는 갈수록 깊어진다. 그리고 마을을 바꾸려는 혁명에도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언제나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생기는 법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건 불륜의 미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마음에도 없는 결혼이었고, 서로를 만나고 나서야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다고 하지만…….


  그들도 떳떳하지 못한 것을 알기에 남몰래 만나지 않았던가. 지하에 굴을 파서 방을 만든 둘은, 그곳에서 마음껏 쾌락을 즐겼다. 밖에서는 혁명 동지였지만, 안에서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연인이었다. 시련이 있어야 사랑이 더 빛난다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이 두 사람은 현실 도피적인 관계라고도 보이니까. 어쩌면 그 당시는 이혼이라는 게 절대로 허용이 안 되던 때였을지도 모른다.


  문득 두 사람이 혁명에 열성적으로 모든 것을 바쳤던 이유가 진짜로 혁명이 일생일대 최대의 목표여서였는지, 아니면 분위기에 들뜬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그는 그녀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폼을 잡았고, 그녀는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좋아 보이고 같이 있고 싶어서 동참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두 사람의 감정은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강렬해지고 열성적으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혁명에 둘 다 관심은 있었다. 책을 보면 두 사람 다 혁명에 관한 책에 나오는 구절을 줄줄 외우면서 게임까지 할 정도니까. 그들에게 그것은 섹스를 하기 위한 전희와도 같았다. 마오 주석의 사진 앞에서 혁명가를 들으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그들에게 혁명은 섹스와 비슷한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섹스 그 자체가 혁명일지도 몰랐다. 기존의 것을 뒤엎는 것을 혁명이라고 본다면, 강압에 의한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를 부정하는 두 사람의 관계도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직 자손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성관계를 인정한 그 시대의 풍조를 거부하고, 서로의 몸을 탐닉하고 즐기기 위한 성관계를 추구한 것도 혁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결말은 인과응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들이 타인에게 했던 짓을 고스란히 되받았으니 말이다. 남에게 쳤던 올가미가 고스란히 자기들의 발목을 잡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어이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그렇다면 혁명이란 얼마나 덧없는 열병과도 같고, 한번 잘못 디디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모래 지옥 같은지…….


  제목에 대해 생각해봤다. 물이라고 했지만, 단어의 뜻 그대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대개 물은 생명의 원천을 뜻한다. 또한 사람의 희망 내지는 꿈도 역시 살아갈 힘을 준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감정 역시 살아갈 계기를 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혁명은 두 사람이 꿈꾸는 이상향을 건설하는 목표였고, 두 사람이 나눈 사랑은 끝까지 버티고 살아갈 힘을 주었다.


  물은 그런 의미로 쓰였을지도 모르겠다. 물처럼 단단하게라는 말은, 사랑과 목표를 갖고 흔들리지 않는 인생을 뜻하는 걸지도 모른다. 자신의 신념과 꿈에 확신을 갖고 살아가는 그런 인생.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불륜은 불륜이다. 이건 어쩌면 숲을 보라고 했더니 손가락만 보는 격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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