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더 자이언트 킬러
브라이언 싱어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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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Jack the Giant Slayer, 2013

  감독 - 브라이언 싱어

  출연 - 니콜라스 홀트, 이완 맥그리거, 엘리너 톰린슨, 스탠리 투치




  동화를 비틀어서 새로운 관점으로 만드는 것이 몇 년 전부터 유행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라는 건, 전해 내려오는 동안 많이 바뀌고 첨가되고 빠지는 각색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원래는 그게 아니었다는 주장도 그럴듯하긴 하다. 그런 설정의 작품을 보는 포인트는 동화의 내용을 어떻게 잘 바꾸어, 그렇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냐이다.


  잭과 콩나무 이야기는 많이 알고 있는 동화이다. 마술콩이라는 말에 혹해서 유일한 재산인 소와 바꾼 멍청한 잭. 그런데 진짜 마술콩이었고, 잭은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자란 콩줄기를 타고 구름 위에 있는 거인의 성까지 간다. 그곳에는 많은 보물들이 있다. 어떤 동화에서는 원래 잭의 아빠 것인데 거인이 빼앗아갔다고도 한다. 하여간 거인을 죽이고, 그것들을 다시 가져와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알고 보면 불법가택침입에 절도 그리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무시무시한 동화다.


  영화는 그 이야기에 여러 가지 살을 붙였다. 인간 세상에 침략한 거인들을 물리친 것은 거인의 심장을 녹인 왕관이었다. 거인들은 그 왕관을 가진 존재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사람들은 그 얘기를 그냥 전설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거인을 물리친 왕의 무덤을 도굴해서, 콩과 왕관을 훔친 귀족이 있었다. 그에게는 이를 이용해 세계 정복을 하겠다는 엄청난 꿈이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수도사가 잭에게 빼앗은 콩을 맡기며, 말을 갖고 도망친다. 말과 콩을 바꿨다고 화를 낸 잭의 삼촌은 동화에서처럼 콩을 던지는데, 마침 그 날 폭우가 쏟아진다. 밤사이에 자란 콩줄기는 하늘까지 닿았고, 그 와중에 정략결혼을 피해 도망쳤던 공주가 사라진다.


  공주를 찾기 위해 콩줄기를 타고 오르던 잭과 기사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엄청난 거인들. 지상으로 내려갈 기회만 엿보던 거인들은 드디어 인간들을 공격하기로 한다.


  솔직히 첫 장면을 보는 순간, 잭이 어떻게 거인을 처리할 지 알아버렸다. 거인의 수가 많았기에 다 죽이지는 못할 것이고, 아마 그가 왕관을 차지할 것이라 추측했다.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그것을 빼앗을까에 관심을 가졌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면서, 그 중에 하나는 맞아 떨어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도 해봤다.


  왕관을 보면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절대 반지가 떠올랐다. 가진 사람은 종족이나 성별나이를 막론하고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비슷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인들이 왜 그 반지에 복종하냐는 것이다. 아무리 거인의 심장으로 만들었다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긴 절대 반지도 그냥 이게 절대적인 힘을 가졌다고만 나오지. 어떤 작용으로 그러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왕관도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믿어야 하나보다.


  왕관을 가진 자가 나타났을 때 거인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마치 뷔페에 가서 음식의 탑을 쌓아놓고 막 먹으려는 순간, 시간이 끝났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왜 나한테만 이래라고 항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왕관이고 뭐고 다 깨부수고 싶지만 차마 그러지 못해 잔뜩 열 받은 얼굴 같기도 하고.


  인간을 위해 거인에게 너무 가혹한 핸디캡을 부여한 것 같다. 역동적이면서 위기감을 주기 위해 거인의 수를 너무 많이 설정했고, 그러다보니 그것을 어떻게 제어해야 개연성이 있을까 고민한 모양이다. 그리고 잭에게 거인 일족을 몰살시킨 자라는 호칭을 붙이기엔, 그가 너무 순진하고 착해빠졌고 말이다. 어느 정도 화면 안에서 액션 활극을 살리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거인의 수와 착하고 날렵한 잭이 해치울 수 있는 거인의 수를 고려하고, 나머지 거인을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고안한 해결책이 왕관인 모양이다.


  그래서 결말이 너무 싱거울 정도로 쉽게 끝이 난 느낌이 들었다. 하늘 끝까지 공간을 확장했으면, 육지에서도 좀 범위를 넓혔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그 많은 거인들이 작은 성 하나 점령하지 못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무를 뽑아 던지는 괴력의 소유자들이 성문 하나를 못 열어 쩔쩔 매는 것도 웃기고.


  문득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과연 지금도 거인들이 영국 하늘 저 위 어딘가에서 생존해있을까? 거인들은 꽤 오래 산다. 예전 1차 침공을 했던 이들이 그대로 살아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데 여자 거인을 보지 못했다. 어떻게 후손을 낳는 걸까? 어떤 거인은 아주 할아버지던데, 계속 늙기만 하고 죽지는 않는 걸까? 그러니까 공격을 받아 죽기는 하지만, 나이 들어서 죽는 일은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무성생식 내지는 상황에 따라 성별이 바뀌어서 2세를 얻거나 아니면 황새가 가져가주거나 설마 나무에서 열매로 따는 걸까?


  영화는 기존의 동화를 잘 비틀면서 그럴듯하게 했는데,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또한 아이들이 보기엔 좀 잔인한 장면도 있었고, 어른들이 보기엔 너무 유치했다. 관객층을 어디로 목표했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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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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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ecret Adversary, 1922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원래는 27권인 ‘부메랑 살인사건 Why Didn't They Ask Evans?, 1934’을 읽을 차례였다. 그런데 그만 착각을 해서, 이 책을 가방에 넣어버렸다. 그래서 계획표대로라면 다음 달에 읽어야 하지만, 조금 일찍 읽게 되었다.


  1922년에 출판된, 크리스티의 첫 번째 소설인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이후 2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작품이다. 1차 대전과 러시아 혁명이 끝나고 불안한 평화가 유지되던 시점이 배경이다.


  토미와 터펜스는 전쟁 때 군인과 간호사로 만났었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은 뭔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청년 모험가 회사’를 만들기로 한다. 그런 그들에게 첫 일이 들어왔는데, 수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두 사람은 즉시 일을 의뢰했던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는데,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국제적인 음모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15년 전쟁이 한창 중일 때, 극비 문서를 갖고 있던 첩보원이 탄 배가 침몰한다. 시간이 없었던 첩보원은 마침 구명선에 타는 젊은 미국 여성에게 문서를 맡겼는데, 그녀가 사라진다. 문서와 함께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문서를 찾아서 영국 정부를 협박하려는 조직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토미와 터펜스는 사자 굴로 뛰어든다.


  ‘CSI’라든지 ‘크리미날 마인드’ 같은 최첨단 기기로 수사하는 드라마나 ‘본 시리즈’나 ‘007 시리즈’같은 영화를 보다가 이 책을 읽었더니, 어딘지 모르게 김이 빠진 느낌이 든다. ‘아니, 잠깐만 여기서 그럴게 아니라 전화를 해보거나 검색을 해보……. 아, 아니구나. 그런 기술이 아직 없지’ 이런 식이다. 지문이라도 조사해야하는 게 아닐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 아직 데이터베이스 같은 건 없겠구나.’라고 아쉬워했다. 지문을 이용한 수사 기법이 그 당시 이미 사용되었다고 하지만, 요즘 같은 검색기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포와로나 미스 마플을 읽을 때는, 그들이 증거와 심리적인 부분을 위주로 수사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잘 몰랐다. 그런데, 이번 편은 추리도 추리지만 대부분이 몸으로 부딪히면서 수사하는 내용이라 자꾸 현대물과 비교하게 된다.


  그런데 그건 독서의 기본이 아닌 것 같다. 소설이란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니까, 읽는 사람의 시대와 비교해서 과학 기기가 빈약하다고 투덜거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범인을 잡아가는 묘미를 깨우쳐야한다고 본다. 그게 또 재미니까.


  어쩌면 내가 토미와 터펜스 커플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커플이라서 싫은 건가……. 아니면 겨우 한 권을 읽었기에 아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지르고 보는 터펜스와 신중한 토미, 두 사람의 상반된 성격이 나름 글에 활력을 불어넣긴 했다. 거기다 똘똘한 엘리베이터 보이 앨버트까지 등장하여, 가벼우면서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 아, 무작정 뛰어들고 보는 터펜스의 추진력이란 진짜 놀라웠다. ‘아가씨, 그러다 다칩니다.’라고 중얼거리면서 몇 번이나 고개를 저었는지 모르겠다.


  사라진 여인의 사촌이라는 줄리어스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얼굴만 밝히는 성격 같았다. 만약에 그녀가 안 예뻤으면, 과연 그렇게 난리를 피우면서 찾으려고 했을까? 죽을 위험을 넘기면서? 그 놈의 외모 지상주의, 쳇. 거의 백 년 전부터 존재한 뿌리 깊은 사상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런데 이 책은 첫 장부터 신선하게 충격을 줬다. ‘불과 열여덟 살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젊은 여인이었다.’ 헐, 요즘은 열여덟 살이면 학생 내지는 소녀라고 부르지 않나? 여인이라니! 어딘지 모르게 원숙미가 철철 넘치는 30대 여성이 떠오른다.


  두 번째 충격은 288쪽에서였다. ‘그는 제 또래의 미국 소녀들은 영국 소녀들보다 정신연령이 높다는 것을, 그리고 과학적 문제에 대한 관심도 훨씬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어요.’ 세상에나, 크리스티 여사가 자국의 소녀들을 대놓고 디스하고 있다.


  이 책은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두 사람이 나오는 책이 또 있다고 하니, 천천히 기다려봐야겠다. 그 때는 부부가 된 두 사람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어있을지 기대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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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애퍼리션
토드 링컨 감독, 톰 펠튼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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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Apparition, 2012

  감독 - 토드 링컨

  출연 - 애슐리 그린, 세바스찬 스탠, 톰 펠톤, 줄리아나 귈



  찰스 실험이라는 것이 있다. 1973년, 몇 명의 사람들이 죽은 동료를 불러내는 실험을 한 것인데, 그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뒤에 뭔가 희미한 사람 얼굴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세 명의 젊은 과학도들이 그 실험을 다시 시도한다. 최첨단 과학 기기를 사용한, 말하자면 21세기 강령술이다. 그런데 이런! 실험이 잘못되면서 그 중 한 명인 리디아가 벽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살아남은 사람 중의 하나인 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여자 친구인 켈리와 이사를 한다. 그런데 새 집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된다. 갑자기 잠긴 문이 열린다거나 옆집 개가 죽어나가고, 장식장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마구마구 피는 등등.


  그 와중에 또 다른 친구인 패트릭에게서 연락이 오는데, 얘가 바로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말포이 역할을 맡았던 배우이다. 그는 연구실에 혼자 남아서 실험을 계속했고, 그 와중에 뭔가 잘못되면서 두 차원의 균열을 더 벌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틈에서 뭔가가 나왔다고 한다. 결국 두 친구는 다시 뭉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상대하고, 틈을 막기로 하는데…….


  영화는 초반부터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을 준다. 특히 공포에 질린 켈리를 텐트에 재우고, 벤이 집 안을 조사하러 들어가는 부분은 으……. 집에 설치된 CCTV의 시점으로 보여주는데, 아니 이런! CCTV가 막 움직이면서 텐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팍 꺼지고.


  그런데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서서히 흥미를 잃어가게 만든다. 특히 자기 집에 뭔가 있다는 걸 벤이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상해졌다. 아니 그런 실험을 해본적도 없고 귀신 찾는 일도 안 해봤으면서, 무조건 화를 내고 그를 내쫓는다. 그리고 혼자서 귀신을 찾겠노라 난리를 피우는데, 그냥 웃음만 나왔다. 뭐하냐, 너?


  인물의 심리적 갈등이 드러나는 부분은 지루하고 느슨한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활약하는 부분은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방을 봉쇄하려고 밖에서 못질을 하던 여주인공이 갑자기 방안으로 이동되는 부분은 그 발상이 괜찮았다. 거기다 그 안에서 슬그머니 기어 나오던 가느다랗고 하얀 팔은 인상적이었다. 분노한 그 존재가 집안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장면도 놀라웠다. 기둥 사이에 박힌 텔레비전이라든지 계단 사이에 녹아든 소파. 문득 예전에 책에서 '필라델피아 실험'의 사진이라고 본 것이 생각났다. 꼭 그거 같았다.


  몇몇 장면들은 '헐'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아쉬운 점과 궁금점이 생겼다. 도대체 연구실에서 학생이 사라지는 일이 있었으면, 지도 교수라든지 그런 사람들은 몰랐을까? 그리고 경비업체에서는 순찰을 돌 텐데,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던 걸까? 아니면 순찰을 안도나?


  마지막 장면을 보고나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어떤 상황인지 자세하게 의문점과 내 생각을 쓰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패스하겠다. 아,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오래된 서양의 심령사진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솔직히 그게 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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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
실뱅 들루베 지음, 문신원 옮김, 니콜라스 베디 그림 / 지식채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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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ourquoi Faisons-nous Des Choses Stupides Ou Irrationnelles?

  저자 - 실벵 들루베

  그림 - 니콜라스 베디



  일본 만화 ‘데스 노트’에 나오는 사신 류크는 지상에 내려와 인간들을 지켜보다가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은 참 재미있어.’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다 그렇게 말할 것이다. ‘인간은 참 재미있어.’와 ‘에이, 설마. 난 안 그럴걸?’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이 책에 나온 상황을 접한다면, 비슷하게 행동할 것이라 생각한다. 불행히도인지 다행스럽게도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행동, 그 중에서 황당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 12개를 골라 그에 얽힌 실험이나 사례를 얘기하고 있다. 또한 관련 영화나 TV 드라마도 간략하게 소개를 해준다. 그래서 ‘아, 이게 그 얘기구나.’라면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중에는 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보지 못한 것들은 나중에 찬찬히 찾아봐야겠다.


  1.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까?

  2. 무엇이 사람들을 패닉에 빠지게 하는가?

  3. 유언비어는 어떻게 널리 퍼지는가?

  4. 틀린 줄 알면서도 왜 다수의 의견에 따를까?

  5. 우리’와 ‘그들’은 언제 하나가 될까?

  6. 왜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할까?

  7. 무엇이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게 만드는가?

  8. 완벽해 보이는 그들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는 이유

  9. 그들은 왜 피해자를 외면했을까?

  10. 왜 사람들은 권력에 쉽게 눈이 머는 걸까?

  11. 이타심은 타고나는 것일까?

  12. 무엇이 진정 군중을 움직이는가?


  문득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 책 역시 심리학계에서 행한 실험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상황에 대한 실험과 사례를 다루고 있고,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실험과 상황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삽화가 있는데, 참으로 귀엽고 깜찍한 그림체이다.


  책을 다 읽고, 사람은 결국 혼자서 살아가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그러니까 로빈슨 크루소같이 섬에서 혼자 살아가는 그런 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려는 혼자 살아가는 것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 주관을 갖고 내 의지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의미이다.


  무슨 행동을 하든지 타인의 눈을 의식하고, 곁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행동을 취하느냐 아니냐가 결정되고, 때로는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남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고…….


  요즘은 ‘착하게 행동하면 호구 내지는 호갱으로 본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뒤이어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과 ‘아는 게 힘이다’는 옛 말도 생각났다.


  저런 사실을 몰랐다면, 세상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마냥 헤헤거리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남의 의도가 어떠한 것인지,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었는지 아닌지 따질 필요 없이 말이다. 하지만 저런 걸 알면 어느 정도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주관대로 살아갈 수도 있다.


  아, 그런데 그 주관적인 생각이 진짜 내 생각이라는 보장은 어디 있을까? 갑자기 예전부터 생각해온 난제가 생각난다. 만약에 모든 사람이 좀비가 되었을 때 혼자 살아남으려고 도망치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냥 같이 좀비가 되는 게 더 편할까?


  이 책에서 공감을 한 대목은 공격적 성향에 대한 연구였다. 공격적 행동에 처벌을 받는 걸 본 아이들은 그런 행동을 자제하려고 했고,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받는 걸 본 아이들은 곧바로 따라했다. 단지 게임이나 랩 가사로 어린애들이 폭력적이 되는 게 아니었다.


  요즘처럼 약자에 대한 온갖 폭력이 흘러넘치게 된 것은, 가해자는 떵떵거리고 피해자가 목숨을 끊는 이상한 풍조는, 예전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처벌이 약해서 애들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줄만 잘 서면 장관도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사회 구조가 범죄를 조장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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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oltergeist III, 1988

  감독 - 개리 셔먼

  출연 - 톰 스커릿, 낸시 앨런, 헤더 오루르크, 라라 플린 보일



  어찌된 일인지 캐롤 앤은 부모와 오빠를 다 잃고, 친척인 가드너 가족의 보호 아래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살고 있는 고층빌딩의 거울과 유리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심지어 손거울까지. 바로 1,2편 내내 캐롤 앤을 데려가려고 했던 케인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거울을 통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케인을 막기 위해, 영매 탄자냐가 돌아온다. 케인의 힘은 점점 더 강해져, 물체를 비추는 곳이면 다 나타날 정도이다. 가드너 부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리고 그들의 딸 도나가 친구들과 몰래 파티를 여는 동안, 케인은 캐롤 앤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가드너 부인으로 나오는 사람은, 영화 ‘드레스드 투 킬 Dressed to Kill, 1980’에서 멋진 엘리베이터 장면에 나오던 그 배우이다. 게다가 가드너 부부의 딸로 나온 소녀는 미국 드라마 ‘트윈 픽스 Twin Peaks, 1990’에서 주인공 절친으로 나왔었다.


  2편에서 케인을 맡았던 배우와 인디언 심령술사로 나왔던 배우 그리고 캐롤 앤 역을 맡았던 헤더 오루르크가 3편의 개봉을 얼마 앞두고 병사했기에, 이 영화에 대한 온갖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2편 제작 전에 큰딸로 나왔던 배우가 살해당한 사건도 있었고 말이다. 물론 헤더 같은 경우에는 지병이 있었는데 그걸 의사가 발견하지 못했기에 급성으로 발전하여 사망한 사례였고, 다른 두 배우는 영화를 찍을 때부터 이미 병이 진행되던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연달아 배우들이 죽어나가니, 저주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만하다.


  그나저나 케인의 캐롤 앤에 대한 집착은 휴……. 어쩌면 빛으로 가는 건 핑계이고, 그냥 애를 괴롭히고 싶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단순히 어린 여자애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케인이 그녀를 데려가려면 몰래 들키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거울이나 물에 캐롤 앤이 다가갔을 때 괜히 ‘으하하하, 드디어 널 찾았다!’ 이러면서 난리치니까, 반항할 시간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이 구해주겠다고 달려드는 것이다. 원래 납치는 은밀하고 신속하게 하는 게 진리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그냥 어린 여자애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게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니면 빛으로의 인도 어쩌구하면서 그냥 자기 옆에 두고 싶다거나.

 

  그렇다. 그들이 원한 것은 캐롤 앤이 자기들을 빛으로 인도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그 세계에서 이 세계로 넘어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그 난리를 피운 것이다. 나쁜 놈들, 서로를 보호하려는 가족의 마음과 어린 소녀를 이용하다니! 그러면서 은근슬쩍 자기네가 질 것 같으니까 원래 우린 빛으로 가는 안내자만 있으면 된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선다. 하여간 잔머리는 엄청 잘 굴리는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도나 남자친구는 어떻게 된 거지? 가족이 아니라 아무도 신경 안 쓴 건가? 불쌍하다. 그 녀석도 자기 집에서는 귀한 아들일 텐데…….


  이 시리즈는 주연급인 어린 헤더 양이 요절하는 바람에 여기서 끝이 났다.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계속 나왔을까? 안 그랬길 빈다. 1편보다는 2편이, 2편보다는 3편이, 갈수록 엉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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