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Becky, 2020
감독 - 캐리 머니온, 조나단 밀롯
출연 - 루루 윌슨, 케빈 제임스, 조엘 맥헤일, 아만다 브러겔
병으로 사랑하는 엄마를 잃은 ‘베키’는 기분이 좋지 않다. 아빠가 엄마와의 추억으로 가득한 집에 ‘케일라’와 그녀의 아들 ‘타이’를 초대한 것이다. 거기다 조만간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발표까지! 베키는 화를 내며 숲에 있는 아지트로 향한다. 한편, 감옥에서 탈출한 범죄자 무리가 베키의 집으로 찾아온다. 그들은 아빠와 케일라, 그리고 타이를 묶어두고, 열쇠를 내놓으라 협박한다. 그들은 오래전에 베키네 집 지하실 벽에 열쇠를 숨겨두었고, 우연히 베키가 그걸 발견하여 갖고 있었다. 범죄자 무리는 숲에 숨은 베키를 찾기 위해, 그녀의 아빠를 고문하는데…….
어린아이가 집에 쳐들어온 범죄자 무리를 소탕하는 설정이라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명절 연휴가 되면 매년 방영하는 ‘나 홀로 집에 Home Alone, 1990’ 시리즈다. 명절에 틀어주는 영화답게, 그 작품은 영악한 꼬마 주인공 ‘케빈’과 멍청한 도둑들의 대결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그래서 거기에 나오는 도둑들은, 실제 상황이라면 중환자실이나 영안실 내지는 부검실로 실려 가도 이상하지 않을 공격을 받고도 잘 살아있다. 죽어나가는 건, 영화를 보면서 깔깔대고 웃는 관객들이다.
이 영화도 비슷한 설정이다. 케빈보다는 나이가 좀 더 먹은, 열 서너 살 정도 되는 소녀 베키가 아빠를 고문하는 잔혹한 탈옥수들과 대결을 벌인다. 케빈과 다른 점은, 유머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 영화, 주인공이 열 서너 살밖에 되지 않은 꼬맹이인데, 상당히 잔혹하다. 예전에 본, 나 홀로 집에의 다크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영화 ‘또마 Dial Code Santa Claus, 1990’도 이 정도로 잔혹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도대체 베키 아빠는 딸내미에게 뭘 가르친 것인지, 아니, 아빠는 힘도 못 쓰고 당하는 걸 봐서 가르칠 깜냥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도대체 이 꼬마 아가씨는 어디서 뭘 어떻게 배웠길래 우락부락한 탈옥수들을 각개격파로 죽여나가는지 모르겠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분노에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이용해 죽인다. 보면서 ‘어린애한테 이런 연기를? 너무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많았다. 아무리 주인공 벡키를 연기한 '루루 윌슨'이 전작에서 용감하게 겁 없이 악령과 싸우거나 악령에 빙의된 연기를 잘 했다지만, 이건 좀 너무한 게 아닐까? 쇠로 된 자를 눈에 박아 넣는다거나 목에 뾰족한 뭔가를 쑤셔 넣고……. 대장과 싸우는 장면에서 베키가 사용한 무기는,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보는 사람도 모르는 벡키의 숨겨진 비밀은 뭘까? 아무리 개연성 없이 무조건 죽고 부수고 조지는 게 액션 영화라지만, 어떻게 꼬꼬마가 망설임 없이 저런 짓을? 겁이 없는 애라는 설정인가?
혹시 제작진은 질풍노도의 사춘기 어린 소녀를 건드리면 좆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원래 그 아이가 그런 성향을 갖고 있었는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다가 아빠가 고문당하는 걸 보면서 표출된 걸까?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아이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그냥 주위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성격이 된 건지, 아니면 진짜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었다가 드러난 건지 잘 모르겠다.
성인이 베키처럼 싸운다면 통쾌했을 텐데, 어린아이가 싸우는 게 조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린아이는 아무래도 케빈처럼 싸우는 게 더 좋아 보인다. 아이한테 너무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고모의 마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