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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조규장 감독, 이성민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9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Witness, 2018
감독 - 조규장
출연 - 이성민, 김상호, 진경, 곽시양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상훈’. 회사 동료들과 이사 기념 회식을 하고 늦게 돌아온 날, 그는 누군가의 비명을 듣는다. 아래를 내려다본 그는, 여자를 마구 때리는 검은 옷의 남자를 보게 된다. 갑자기 나온 부인이 불을 켜는 바람에 남자는 상훈의 집이 있는 층수를 세는 듯 손가락을 움직인다. 이를 본 상훈은 악몽을 꿀 정도로 겁에 질린다. 다음 날, 여자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 수사가 시작한다. 하지만 상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경찰은 이런 그를 눈여겨본다. 그러던 중, 4층에 살던 ‘서연’이라는 여자가 상훈을 찾아와 같이 경찰서에 가자고 부탁한다. 그녀 역시 사건이 있던 날 밤, 뭔가를 본 것이다. 하지만 상훈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거절하고, 서연은 검은 옷의 남자에게 살해당한다. 이제 그는 상훈을 쫓기 시작하는데…….
전에 이런 괴담이 있었다. 아파트에서 살해현장을 목격했는데 살인범이 손가락을 움직이더라는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보니, 목격자가 있던 층수를 세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그 도시 괴담을 발전시킨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전에 본 ‘도어락 Door Lock, 2018’도 괴담을 응용한 영화였다.
하도 주변에서 망작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얼마나 망작인지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고른 영화다. 그리고 깨달았다. 망작이 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냥 다 엉망이면 된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영화의 연기자들은 엉망이 아니었다. 너무도 연기를 잘 해서, 모든 것이 엉망인 이 영화를 그나마 볼 만하게 만들었다.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말이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구멍이 숭숭 뚫린 내용인데, 배우들의 연기가 그 구멍을 겨우겨우 메우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보면, 말이 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진짜다. 뇌를 비운 상태에서 복선이나 암시 따지지 말고, 논리 같은 건 저 멀리 던져버리고, 그냥 마음 편히 보고 있으면, 영화는 괜찮아 보인다.
상훈 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은 진짜 고구마 천 개는 먹은 거 같이 답답하고 소심하며 짜증 나는 연기를 보여줬고, 부인 ‘수진’ 역을 맡은 ‘진경’은 할 말 다 하고 눈치 보지 않으며 강단 있고 용기 있는 모습을 잘 드러냈다. 영화를 다 보고, 상훈이 제일 잘 한 건 수진과 결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상훈이 범인과 맞서는 장면보다, 수진이 싸우는 장면이 더 스릴 있고 긴장감이 넘쳤다. 형사 ‘재엽’ 역을 맡은 ‘이상호’ 역시 한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집념 있는 형사로 등장했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람? 주연 격인 상훈과 재엽의 행동과 대사는 말이 되지 않고 엉성하기 짝이 없었으며 전혀 공감 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인물이 엉망이니 이야기 진행은 어쩐지 억지로 꿰어맞춘 것 같고, 장면 하나하나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그런 설정과 내용으로 가득 찼다. 새로울 것이 없으면 있는 거라도 잘 정리하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이 영화는 그러지 못했다. 구멍이 너무 크고 많아서, 연기로 메우려고 해도 메워지지 않았다. 그걸 하나하나 다 적으면 내 졸업 논문보다 더 많은 분량이 나올 거 같아서 패스하겠다. 망작 리뷰에 졸업 논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열정 등등을 할애하는 건 시간 낭비 같으니까. 그 시간에 포켓몬을 한 마리 더 잡거나, 일렉트로 드래곤이나 뽑아서 다른 마을을 공격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을 비우고 보면 적당할 영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