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Toshimaen: Haunted Park, としまえん, 2018
감독 - 타카하시 히로시
출연 - 키타하라 리에, 아사카와 나나, 코지마 후지코, 마츠다 루카
‘사키’는 유학을 떠나기 전, 고등학교 동창들과 하루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약속 장소로 가던 중, 사키는 몇 년 전에 실종된 친구 ‘유카’의 부모를 만난다. 떨떠름한 표정의 그녀에게 유카의 부모는 놀이동산 입장권을 선물로 준다. 사실 그곳은 유카가 사라지기 전에, 사키를 비롯한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같이 있었던 장소였다. 친구들은 기분전환을 위해 놀이동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거기서 뜻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지 말라는 금기가 있기 마련이다. 조상들이 남긴 생활의 지혜인지, 그 나라의 전반적인 대세인 종교적 영향인지, 아니면 오랫동안 내려온 무속 신앙 때문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하지 말라는 금기가 없는 곳은 거의 없다. 그리고 대개의 괴담이나 공포 영화는, 그런 금기를 어기는 아이들 때문에 발생한다. 왜인지 모르지만, 질풍노도의 사춘기 십 대와 이십 대 초반의 아이들이 주로 등장하는 작품이 그러하다. 아마 젊은 시절에 흔히 겪는 허세에 찌들거나 남들과 다르다는 자아도취 또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젊은 혈기와 조절하기 어려운 충동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의 아이들 역시 그냥 놀이 기구만 타고 놀다가 집에 가면 좋았을 텐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괴담으로 전해지는 놀이동산 금기를 어긴다. ‘오래된 건물의 문들 두드리지 말 것.’, ‘공포의 집에서 귀신이 불러도 대답하지 말 것.’ 그리고 ‘거울의 집에서 비밀의 거울을 바라보지 말 것.’이 금기였다. 사실 첫 번째만 빼면 남은 두 개는 뭔가 이상하다. 친구가 부르는지 귀신이 부르는지 어떻게 구분하고, 이 거울이 비밀의 거울인지 아닌지 관람객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하여간, 이후 아이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하나둘씩 사라진다. 그리고 왜 유카가 사라졌는지 그 이유도 밝혀지고 말이다. 여기까지 설정만 보면 영화는 꽤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국 영화도 있다. 예를 들면 ‘속닥속닥 The Whispering, 2018’ 같은 거 말이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이 공통점이 꽤 많다. 놀이동산이 배경이고, 어린 시절의 친구와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속닥속닥은 고등학생이 주인공이고, 이 작품은 고등학생 시절이 회상장면으로 종종 등장하여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그리고 둘 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없었고 말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여섯은 다 여자인데, 캐릭터의 개성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대응하는 방법이 너무도 똑같아서, 인물 구분을 하기 어려웠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입은 옷과 머리 모양 정도? 배우에게 연기력을 기대할 수 없어서 그냥 대충 똑같은 역할을 준 건지, 아니면 극본을 쓴 사람이 여섯 명을 구별 지어 쓸 역량이 없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으면 그 장소를 벗어나서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왜 울고 비명만 지르면서 도망 다니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자, 놀이동산이 시간이 지나 폐장했고,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관리 사무소에 가서 사정을 얘기하고 경찰을 불러야 한다. 아니면 부모에게라도 연락해서 데리러 오라고 해야 한다. 하다못해 손이라도 꼭 잡고 다니면 좋겠는데, 꼭 하나씩 떨어져 나간다. 이게 무슨 하나씩 탈락시키고 최후의 1인이 승자가 되는 게임도 아니고 말이다.
긴장감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무섭지도 않고, 그냥 지루했던 영화였다.
음, 이건 내가 너무 못된 성격이라 그럴지 모르겠는데, 아무리 어린 시절 친구라지만 애가 음침하고 다른 애들하고는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난 너만 있으면 돼.’라면서 나한테 집착하면 좀 무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