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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Fall from Grace, 2020

  감독 타일러 페리

  출연 크리스탈 폭스시슬리 타이슨아드리안 파스다타일러 페리

 

 

 

 

  ‘재스민은 오직 형량 협상에만 능한 국선 변호인이었다그러던 중그녀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중인 그레이스의 변호를 맡게 되었다이번에도 그녀는 대충 형량 협상을 하고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그런데 너무도 쉽게 포기한 듯한 그레이스의 태도와 사건 개요를 살펴본 재스민은 사건의 뒤에 뭔가 더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그녀는 그레이스가 무죄라는 심증을 굳히고생애 처음으로 재판정에 서는 변호사가 되겠다 결심하는데…….

 

  이 작품에는 두 여자가 등장한다한 사람은 무기력증에 빠져 자기 일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변호사 재스민이다그녀는 학자금 대출을 갚겠다는 일념으로 억지로 변호사를 하고 있었다당연히 의지도 열정도 있을 리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법정에는 가보지도 않고모든 사건을 다 형량 협상으로 끝내버렸다하지만 이번엔 다르다재스민은 처음으로 발로 뛰면서 증거를 모으고 사람을 만나고재판정에 선다물론 그 때문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건 기본이다그러면서 그녀는 진정한 변호인으로 거듭난다.

 

  두 번째 사람은 그레이스다남편의 외도 때문에 이혼했지만은행에서 일하며 중간 관리자 자리에 오르고 하나뿐인 아들도 무사히 결혼시켰다그러던 중 지인의 권유로 간 사진전에서 그녀는 섀넌이라는 남자를 만난다아들뻘에 해당하지만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그둘은 결혼을 하지만이후 모든 것은 바뀌었다섀넌은 그녀의 모든 것집과 직장 그리고 저축까지 다 빼앗아간다심지어 그녀가 있는데도 여자를 불러들이기까지결국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를 공격하고 만다평생 모은 모든 것을 잃은 그녀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자신이 남편을 죽였노라 자백한 것이다.

 

  영화는 상영시간이 두 시간에 해당하는상당히 긴 작품이었다초반에는 그레이스와 재스민의 만남을 다루고중반에는 그레이스와 섀넌의 상황에 대해 보여준다그리고 후반에는 재판으로 이루어져 있다그런데 영화는 뭐랄까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특히 재스민의 고뇌 장면이 너무 이어지고그레이스의 불행한 결혼 생활이 너무 자세히 보여서 짜증이 나기까지 했다새년이 죽일 놈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주기 위해서인 건 알겠는데으아……몇 장면만 잘라내도 좋았을 것 같았다.

 

  거기다 어떤 부분은 설정이 너무 억지가 아닐까 싶은 점도 있었다그레이스는 은행에서 횡령했다고 의심받아 해고당했는데나중에 재판 준비를 할 때 그런 점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도리어 그레이스를 설명하면서 범죄 한 번 저지르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뭐지게다가 섀넌과 그레이스가 다투는 장면에서 충분히 경찰에 신고해도 명의도용으로 신고해도 될 거 같은데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그리고 재판 장면에서도다른 법정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던 이상한 부분들도 있다뭔가 대충 넘어가는 그런 느낌이 영화가 재판을 중점적으로 다루기보다는여자들의 관계에 더 많은 비중을 줬기 때문인 모양이다그렇다고 두 여자 사이에 뭔가 정이 싹트고 의리!’를 외치는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이 영화에는 반전이 있다그리고 말하지 않은 세 번째 여자도 있다세 번째 여자라니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생각난다하여간 왜 그녀를 언급하지 않았는지는 잘 알 것이다그녀가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으니까.

 

  영화의 반전은 좋았는데그걸 위해 너무 오랜 시간을 쏟아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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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Rough Draft, Chernovik, 2018

  감독 세르게이 모크리츠키

  출연 니키타 볼코브세베리야 야누사우스카이테율리야 페레실트올가 보로브스카야

 

 

 

 

  새로운 게임 출시를 앞둔 시릴’. 어느 날 회사 파티에 참석하고 집에 오니낯선 여자가 자기 집에 있었다심지어 가구 배치라든지 벽지까지 완전히 싹 바꿔놓고 말이다그런데 이상하게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파티에서 찍은 사진을 봐도 그만 사라졌고부모님 역시 아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다시 집으로 돌아가 거기 있던 여자와 싸우던 중 그만 시릴은 그녀를 죽여버리고 만다도망치던 그는 휴대 전화에 나온 한 탑을 찾아가고거기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시릴은 탑의 관리인이자 세관원으로 선택되었고그 탑은 다른 차원을 연결해주는 공간이라는 사실이었다그러던 중그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헤어진 전 여자친구 안야를 만나게 되는데…….

 

  이 영화는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은책의 내용을 한 편에 담기 위해 긴 상영시간을 갖거나 많은 내용을 빼버리는 경우가 많다원작을 읽어보지 않아 확신은 못 하겠지만이 영화는 두 가지를 다 채택한 것 같다.

 

  그래서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내용은 큰 대바늘로 뜬 얼기설기 목도리처럼 구멍이 숭숭 나 있다다음 편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영화를 보고 나면 풀리지 않은 의문이 가득하다탑의 기능은 무엇인지탑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의 특수성은 무엇인지왜 탑과 관련된 사람들은 시릴과 안야를 떼어놓으려 하는지 등등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또한시릴이 왜 그리도 안야에게 매달리는지도 잘 모르겠다영화 초반에 보면 둘은 이미 끝난 사이인데시릴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아니집착이라고 해야 하나그의 안야에 대한 사랑은 엄청나서다른 차원을 돌아다니며 찾아 헤맬 정도였다그런데 과연 안야는 그걸 바랐을까시릴의 집착은 아니었을까그의 감정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어서이해하기 어려웠다시릴이 안야에게 접근하지 않았으면그녀가 그런 고초를 겪을 일이 없었는데 말이다.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구멍이 보였지만이 영화의 CG는 괜찮았다차원을 보호하기 위해 등장하는 여러 장치는 !’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기발하고 좋았다하지만 설정 부분에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기에멋진 장면이 나와도 하고는 그냥 끝이었다이야기의 흐름과 장면이 잘 어우러져야 영화를 본 다음에도 기억에 남을 텐데그런 거 하나도 없었다분위기로 보면 다음 편으로 이어질 거 같은데만약 나온다면 볼지 안 볼지는 잘 모르겠다솔직히 그렇게 매력적인 영화는 아니었으니까. 1편에서 회수되지 않은 떡밥이 풀린다면 생각해볼지도?

 

  원작을 읽어보고 싶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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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작가를 위한 법의학 Q&A 크리에이터스 라이브러리 1
D. P. 라일 지음, 강동혁 옮김, 강다솔 감수 / 들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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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urder and Mayhem: A Doctor Answers Medical and Forensic Questions for Mystery Writers, 2003

  저자 - D. P. 라일

 

 

 

 

  이 책의 저자는, ‘로 앤 오더 Law & Order, 1990’이나 하우스 House, 2004’ 같은 미국 드라마에 의학 자문으로 활약했다고 한다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이왕 드라마 작가들에게 자문하는 김에 출판 작가들에게도 자문을 해보겠다는 그런 마음아니면 너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서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 유형을 안내서로 만들어보겠다는 그런 마음무슨 심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이 책은 미스터리 장르의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저자에게 물어본 질문들을 수록하고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이건 작가들뿐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왜냐하면이 책에서 작가들이 저자에게 물어본 질문들을 다른 시점에서 보면 생존 방법이기도 하니까 말이다그러니까 누군가를 베개로 누르거나 약물을 먹이려고 할 때차를 호수나 연못에 밀어 넣을 때계단에서 밀어버릴 때 또는 차로 밀어버릴 때 등등으로 죽이거나 생명의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건 반대로저런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하며 목숨만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누군가에게 살해위협을 받지 않고 살아가면 좋지만꼭 원한을 사지 않고도 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비가 온 날이나 눈이 온 날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질 수도 있는 거고잘못해서 다른 약을 먹을 수도 있다원래 사건·사고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다가오기 마련이다.

 

  읽으면서 작가의 상상력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질문도 있었다어떻게 저런 사건·사고를 만들 생각을 하지저게 가능해너무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거 아니야예를 들면 뇌진탕을 겪고 거의 익사할 뻔한 상황에서도 임신을 하고 있는 등장인물과 배 속의 태아가 살아남을 수 있나요?’라든지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수영할 수 있나요?’ 또는 전기충격기는 피해자와 몸이 닿아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충격을 주나요?’ 같은 것들이 있었다그리고 제일 끔찍한 질문이라고 생각한 건 바로 불을 먹는 묘기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그 연료에 어떤 물질을 첨가해야 갑작스럽고 극적인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나요?’였다진짜 요즘 유행하는 말로 악마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질문이다그런데 그걸 또 의학적 관점에서 가능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열심히 답해주는 저자의 성의에 감동했다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예를 들어주면서제일 적당한 게 뭔지 추천해주는 배려까지!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때 참고해도 좋은 책이란 말인데……혹시 작가가 아닌살인 계획을 짜는 누군가 저자에게 문의한 적은 없을까 하는 의문이 아주 살짝 들었다특히 ‘10장 검시관과학수사연구소부검’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거기 나오는 몇몇 질문들의 관점을 바꾸면검시관에게 들키지 않고 자연사 같은 살인을 만들어낼 방법이 될 수도 있어 보였다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총이나 약물 구매가 자유롭지 않으니까그런 사건·사고들이 발생할 확률이 미국보다는 낮다는 점이다.

 

  몇몇 장은 따로 떼어서 응급 치료법이라고 집에 갖고 있으면 괜찮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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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 : 일반판 (1disc)
제임스 완 감독, 제이슨 모모아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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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QUAMAN, 2018

  감독 제임스 완

  출연 제이슨 모모아앰버 허드니콜 키드먼패트릭 윌슨

 

 

 

 

  어느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등대지기인 토마스 커리는 해변에서 정신을 잃은 한 여인 아틀라나를 발견한다둘은 결혼하여 아서라는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그러나 아틀라나를 노리는 해저 인간들의 공격 때문에가족은 이별하게 된성장한 아서는 바닷속 동물들과 의사소통을 하고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나쁜 무리를 퇴치하는 삶을 살게 된다한편 바닷속 아틀란티스의 왕 은 지상을 공격해 인간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그는 아서에게 원한이 있는 블랙 만타와 손을 잡고다른 왕국 왕국을 습격하는 척하여 자신의 뜻을 관철한다. 이를 알아차린 아서의 스승 벌코는 메라를 보내 아서에게 아틀란티스로 와달라고 부탁한다아서는 옴의 계획을 막기 위해 바닷속으로 떠나는데…….

 

  이 영화의 스토리는 무척이나 단순하고 전형적이다출생의 비밀에 운명의 아이형제의 난 같은 것이 적절히 섞여 있었어디서나 먹힐 것 같은 안정적인 이야기 구조로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그래서 아마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에만 중점을 둔다면아마 꽤나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아침 드라마가 한 편 완성될 것 같다


  부잣집 딸이 정략결혼을 피해 가출했다가 평범한 회사원과 결혼해 아들을 하나 낳았다하지만 이를 알아차린 집에서 남편의 밥줄을 가지고 협박을 하자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 정략결혼을 한다그리고 또 다른 아들을 낳는데얘는 자신의 의붓형을 싫어하여 그가 사는 동네를 재개발해서 없애버리려고 한다그런데 둘째와 결혼하기로 되어있던 다른 회장 딸이 우연히 만난 의붓형에게 반해서그와 도망쳐버린다둘째는 그 회장 딸와 결혼하지 않으면 회장 자리를 잡음 없이 이어받을 수가 없다또한주변에서는 그가 제대로 일을 못 하면 의붓형에게 회장 자리를 넘길 수도 있다고 떠드는데……회장 자리를 두고 벌이는 형제간의 시기와 질투죽고 죽이는 추격전음모흉계 등등이거 어디서 안 만드나재미있을 거 같은데.

 

  하지만 이 작품의 장점은 스토리가 아니었다바로 CG로 구현된 바닷속 세상이었다해저 왕국 장면이 나올 때마다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화려하고 정교했으며 인상적이었고 웅장했다특히 전투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제임스 완이 호러만 잘 만드는 줄 알았는데이런 스케일의 작품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그리고 인간의 상상력에다가 최첨단 과학 기술을 결합하면, 구현해내지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최근 들어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히어로 영화들이 대세를 이루는 모양이다.

 

  주인공인 아쿠아맨이 인간과 아틀란티스인의 혼혈이라 인간 편을 들고 있지만난 옴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어린 시절 의붓형 때문에 엄마와 강제로 떨어져 있어야 했고바닷속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와 오염물질 때문에 나날이 황폐해져 갔왕으로 고민하고 결정을 내려야 했을 것이다이 지구에 자기들만 살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자연을 망치는 인간들을 용서해야 할 것인가그들과 공존하는 게 과연 가능할 것인가처지 바꿔서해저 인간들 때문에 우리가 사는 지상이 나날이 소금에 찌들어 황폐해지고 망가지고 있다면우리도 해저 인간들을 죽이자고 하지 않을까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자세히 쓰지는 않겠지만어쩐지 한쪽에게만 너무 참으라고 하는 결말인 것 같았다.

 

  감독 제임스 완의 대표작인 컨저링 시리즈의 주연인 패트릭 윌슨이 옴으로 출연했다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제임스 완의 페르소나가 설마그리고 니콜 키드만은 하아진짜 여신 여왕님이었다어쩌면 그리도 우아하고 멋지신지…….

 

  2시간 반에 달하는 시간이었는데, CG로 구현된 멋진 장면들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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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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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黑面, 2016

  작가 – 미쓰다 신조

 

 

 

 

  2차 대전이 끝난 후, ‘모토로이 하야타는 목표를 잃고 방황한다전쟁 때는 일본과 만주 그리고 한국까지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국가를 꿈꿨지만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었다마침내 그는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며일본의 재건에 보탬이 되겠다고 결심한다우연히 만난 아이자토 미노루의 소개로그는 한 탄광에서 일하게 된다갱도가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불안함과 힘든 일에 따른 피로가 누적되던 어느 날갱도가 무너지고 광부 한 사람이 갇히는 사고가 일어난다그리고 광부들이 하나둘씩 목을 매 죽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산마처럼 비웃는 것 山魔うもの, 2008’에서 처음 알게 되어한동안 열심히 읽었던 작가 미쓰다 신조의 신작이다이 작가의 책은 읽으면서 슬쩍 뒤를 돌아보고다 읽고 주변을 둘러보고자기 전에는 엄마랑 잘까 말까 고민하게 하고혼자 자려고 누웠을 때는 저절로 이불을 뒤집어쓰게 만드는기이하고 어쩐지 오싹함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작가의 다른 시리즈그러니까 도조 겐야 시리즈나 집 시리즈는 일본 전통적인 관습이나 풍습미신 등이 잘 녹아 있었다특히 도조 겐야 시리즈는 일본의 무속 신앙을 아주 무시무시하게 그려내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일본하면 호러가 자동적으로 연상될 정도였다그런 이유로 이번 신작은 또 어떨지 궁금했다이번에도 엄마랑 자야할 정도일까?

 

  가능하면 스포일러를 쓰지 않고 감상을 적으려고 하지만 그게 꼭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이 작품도 그런 경우였다이 책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말해야 하는데그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100%는 아니지만, 50%는 될 것 같다따라서 원하지 않으면 여기서 읽는 것을 멈추는 게 좋다.

 

 



***스포 방지선*****

 



 

***미리 경고했음*****

 

 



  이 책은,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강제 징용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당한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담겨있다일본의 거짓말에 속아 강제로 탄광에 끌려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가며 조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던하지만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컴컴한 갱도 속에서 죽어간 이들의 한이 드러나 있다또한 그들을 가혹하게 대한 일본인뿐만 아니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일본의 앞잡이가 된 이들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살로 꾸며져 죽은 이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언제가 돼야 전쟁이 끝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책 속에서는 전쟁은 진행 중이었다.

 

  화해를 암시하면서 끝나는 결말을 보자니뭔가 기분이 그냥 그랬다하야타가 진범을 놓아주면서 둘이 화해하는 장면은뭐랄까……가해자가 자기가 저지른 과오를 털어놓은 다음 피해자의 범죄를 눈감아주고둘이 악수를 하면서 화해했다고 하면……그게 훈훈한 결말이 되는 걸까?

 

  물론 일본 정부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2차 대전 당시 식민지국들에게 한 만행을 일본 작가가 적나라하게 글로 표현하면서그 일들이 잘못이었다는 뉘앙스로 서술한 건 놀라운 일이다일본에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있다면아마 그 명단에 오르지 않았을까하는 우려도 살짝 들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의 결말이 과연 진정한 화해를 보여주는지는 잘 모르겠다내가 느끼기에는 우리가 너희 사람들 데려다가 가혹한 짓 많이 했어그건 미안해그런데 너도 우리 사람들 죽였잖아그러니까 살인은 눈감아줄 게지난 일들은 여기서 묻자.’ 이런 분위기였는데 말이다그래도 가해자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 사람을 하나 알았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이런 식으로 하나둘씩 진실을 알아가는 거겠지.

 

  이번 작품은 다행스럽게도 전과 달리 뒤를 돌아보지도엄마와 잘까말까 고민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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