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쟈쟈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서 ふしぎ馱菓子屋 錢天堂, 2013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

  그림 쟈쟈

 

 

 

  표지를 보면 동전문양의 전통 복장을 입은흰 머리카락 색 때문에 노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자세히 보면 손이나 얼굴에는 주름 하나 없는 여인이 그려져 있다또한과자 가게라지만이상한 이름이 붙은 과자들을 배경에서 볼 수 있다예를 들면 저주 인형이라든지 고양이 눈깔사탕’ 등이다이런 장르의 작품을 많이 본 어른들은 알 수 있다이 가게에서 파는 과자나 사탕들은 먹는 사람들에게 이상한 일을 겪게 할 것이라고그리고 그 예상은 책장을 넘기면서 맞아떨어졌다골목 후미진 곳에 있는 낡은 과자 가게그리고 손님이 가진 특정 동전을 대금으로 요구하는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주인 베니코’. 물론 아동용 동화이기에 어른들이 읽는 것처럼 잔혹하거나 뒷맛이 씁쓸해지는 그런 결말을 보이지 않는다악한 사람은 벌을 받고 선한 사람은 원하던 것을 얻는 전형적인 구조이다.

 

  『인어젤리는 물을 무서워하는 마유미가 등장한다수영을 제일 싫어하는 마유미는 어느 날 전천당에서 인어 젤리라는 과자를 산다주인이 어째서 자신이 가진 동전의 발행연도까지 알고 있는지 의아했지만마유미는 집에 와서 젤리를 만들어 먹는다그리고 진짜 인어처럼 수영을 잘하게 된다하지만 설명서를 꼭 읽으라는 주인의 말을 깜박한 마유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무엇을 사든지 설명서는 꼭 읽어보자.

 

  맹수 비스킷은 동생 에미를 따라 전천당에 온 신야가 주인공이다자신에게는 과자를 팔지 않겠다는 주인의 말에신야는 몰래 맹수 비스킷이라는 과자 한 상자를 훔쳐 가지고 온다그런데 집에 돌아오니상자 안의 과자들이 진짜 맹수로 점점 변하고 급기야 신야를 공격하려 하는데……도둑질은 나쁜 짓이다그런 짓을 해놓고 행복하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지.

 

  『헌티드 아이스크림은 어느 더운 여름날아이스크림을 사러 간 미키가 겪는 일을 그리고 있다전천당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을 먹다 냉장고에 넣어둔 이후로미키는 집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그리고 설명서를 보니 아이스크림을 먹다 두면집에 유령이 나온다고 적혀 있었는데……나 혼자 산다면 먹어보고 싶은 아이스크림이다.

 

  『붕어빵 낚시에서는 아빠와의 낚시 여행이 취소되어 실망한 게이지가 등장한다전천당에서 사 온 붕어빵 낚시 세트놀랍게도 안에 들어있는 접이식 양동이에 물을 붓자붕어빵들이 헤엄을 치는 바닷속이 나오는데……붕어빵 장사하면 대박 날 거 같다재료비가 들지 않아!

 

  카리스마 봉봉은 미용사인 노리유키가 주인공이다실력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던 노리유키는 우연히 전청당에 발을 들이게 된다이후 거기서 먹은 카리스마 봉봉덕분에 그는 엄청난 실력을 갖춘 유명 미용사로 변신한다하지만 전천당의 주인인 베니코가 다른 미용사를 찾아오자 불안해하는데……자기 능력과 노력에 맞는 성공을 거두는 게 제일인 것 같다안 그러면 언제 무너질지 몰라 불안해하는 삶이 될 테니까.

 

  쿠킹 트리에는 엄마의 학대와 방치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맞기만 하는 어린 두 형제가 등장한다둘을 찾아온 전천당의 주인 베니코는냄비에 씨앗을 심어준다뒤이어 금방 자란 나무에서는 열매가 열리고그걸 맛본 아이들은 놀란다자기들이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던 피자나 햄버거 맛이 나는 열매였다하지만 엄마에게 나무를 뺏기고 마는데……아동학대범들은 혼구녕이 나야 한다.

 

  위에도 적었지만선한 사람은 원하던 것을 얻고 악한 사람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른다그래서 전반적으로 통쾌하고 유쾌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좀 짧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보면 적당한 것 같기도 했다서점 사이트에서 이 책의 원서를 찾아보면표지가 한국 것과 반대로 되어 있다신기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Secret Obsession, 2019

  감독 피터 설리반

  출연 브렌다 송마이크 보겔데니스 헤이스버트애슐리 스콧

 

 

 

 

  교통사고를 당한 제니퍼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자신이 결혼했다는 것도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가 자신의 남편 러셀이라는 사실도그리고 부모님이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일도그런데 가끔 남편과 같이 있거나 접촉이 있을 때마다낯선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갈 때가 있다그때부터 제니퍼는 모든 것에 의심하기 시작한다한편 제니퍼의 교통사고를 조사하던 형사 프랭크는 그녀의 병원기록과 CCTV에서 미심쩍은 부분을 찾아내는데…….

 

  영화는 익숙한 설정의평범한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사실 주인공이 기억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거의 기본 규칙처럼 그런 상황에서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은 한 명밖에 없으니까거기다 감독은 아주 정석대로 흐름을 이끌어갔다. ‘사실 얘가 아니라 재였지라든가 비틀기라도 줬으면 오오약간 신선했어!’라는 기분이 들었을 텐데그게 아니었다.

 

  흔하디흔한 설정에 전형적인 흐름을 그대로 이끌고 가다니뚝심이 있는 건지 아니면 창의력이 부족한 건지 모르겠다아니면 너희가 반전을 생각할까 봐 그걸 역으로 노려 그대로 진행한다뭐 이런 건가그런 것 같기도 하다왜냐하면, ‘설마 초반부터 저렇게 대놓고 범인을 알려주겠어?’라는 생각으로 그 사람을 배제하고 영화를 봤기 때문이다그래서 모든 증거와 정황이 그 사람을 가리켜도 에이아닐 거야.’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소용없는 기대였지만 말이다.

 

  영화는 흔한 설정에친숙한 소재 그리고 전형적인 흐름을 보여줬다.

 

  그래서 제니퍼가 언제 자기가 당한 사고의 진실을 알아차릴지어떻게 범인에게 맞설지가 궁금했다그런 부분이라도 집중하게 만든다면어느 정도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이 작품은 그런 부분도 부드럽게 잘 넘어갔다그 말은 즉예상대로 흘러갔다는 말이다왜 그런지 말하면 어쩐지 스포일러가 될 거 같으니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하여간 무난했다.

 

  고어나 19금 장면으로 범벅이 된 자극적인 영화대신 평범한 범죄물을 보고 싶다면딱 어울릴만한 영화였다.

 

  그나저나 범죄자의 심리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과연 그 범인은 왜 그토록 제니퍼에게 집착했던 걸까그런 부분은 그리 자세히 드러나지 않아서 궁금했다그냥 회사에 보고 반해서 몇 년 동안 사랑을 혼자 키워왔다는데좀 오싹했다그동안 말 한 번도 안 걸고 혼자 상상 속에서 자식에 손자까지 낳아 길렀다는 이야기잖아문득 포털에서 본 한 남자의 망상글이 떠올랐다편의점 직원인가 은행직원이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응대하면서 웃어줬다는 이유로 결혼까지 상상했던 내용이다그 글을 읽은 사람들이 정신 차리라고 댓글을 달아줬지만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어쩌면 영화의 그 범인 같은 사람들이 현실에서도 존재한다는 생각에다시 한번 기분이 나빠졌다영화 자체보다는그로 인해 떠오른 글이 더 무서웠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운 어 다크 홀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안나소피아 롭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Down a Dark Hall, 2018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

  출연 안나소피아 롭우마 서먼이사벨 펄먼빅토리아 모롤레스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키트’. 그런 딸을 보다 못한 엄마와 새아빠는 문제 학생만 전문으로 가르친다는 기숙학교로 보내기로 한다키트는 엄마마저 자신을 버렸다고 비난하지만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학교라지만 학생 수가 다섯 명밖에 되지 않은 곳에서키트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을 시작한다그런데 그곳에서 학생들에게 차례로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자기들도 몰랐던 예술적 재능이 발현된 것이다.

 

  여학생들만 있는 기숙학교에갑작스러운 재능 발휘를 하는 학생들이런 비슷한 설정의 작품을 본 기억이 나는데뭐였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뭐였지동양 작품인지 서양 작품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볼 때마다 기록을 남긴다고 남기는데그게 천 편이 넘어가니까 검색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그래서 더 이상 궁리하기는 패스.

 

  영화의 기본 설정은 괜찮았다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호러도 될 수 있고 성장 드라마도 될 수 있었다하지만 아쉽게도이 작품은 둘 다 어정쩡하게 다루다가 말았다호러적인 면은 많이 약했고성장 드라마적인 면 역시 그럭저럭 보여준 것 같지만 어딘지 일 퍼센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호러라기보다는성장 드라마로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비록 초자연적인 일이 발생하지만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재능과 예술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타인의 재능을 자신의 것으로 하여 만든 작품이 과연 의의가 있을까자신의 작품이지만 타인의 이름을 빌려 낸다면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그건 재능이나 예술이라는 이름을 떠나집착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싶다과연 그런 상태에서 만들어낸 창작물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학생으로 등장한 배우 중에는 다른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들이 있었다예를 들면, ‘오펀천사의 비밀 Orphan, 2009’에서 주연을 맡았던 이사벨 펄먼이 있는데이번 작품에서는 전작과 같은 느낌을 주지 않았다아쉬웠다그녀의 이름을 보면서 어떤 오싹한 연기를 보여줄까 기대했었는데배우의 캐릭터가 하나로 굳어지는 걸 피한 걸까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맡아 연기의 폭이 넓어지는 건 좋은 일이다지금이야 아쉽지만나중에 더 멋진 연기를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니까.

 

  설정도 흥미로웠고 배우들도 기대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았지만어딘지 모르게 심심했던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
그레타 툰베리 외 지음, 고영아 옮김 / 책담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제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

  저자 그레타 툰베리스반테 툰베리말레나 에른만베아타 에른만

 

 

 

 

  스웨덴의 인기 있는 소프라노 가수였던 말레나와 작가이자 배우였던 스반테’. 그들은 첫째 딸 그레타를 얻는데아이가 성장하면서 남들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처음에는 아이의 병명도 확실히 알지 못해서 병원을 찾아다녔는데결국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렇게 큰딸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는 가운데둘째인 베아테도 역시 다른 아이들과 다른 증세를 보인다명성을 누리던 직업을 버리고부부는 아이들을 돌보는 데 전념하기로 하는데…….

 

  얼마 전에 리뷰를 쓴 그레타 툰베리 La Storia Di Greta’는 그레타 한 사람의 이야기만을 적은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었다반면에 이 책은 부모의 입장에서 적은다른 아이들과 다른 두 딸을 기르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일들과 기후 변화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담고 있다특히 그레타의 어머니인 말레나 에른만의 입장에서 주로 서술되고 있다비록 저자에는 온 가족의 이름이 다 적혀있지만 말이다그래서 그레타가 주도한 금요 학교 파업에 관한 얘기보다는남들과 다른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어떻게 보면 창의적이고 자신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좋은 뜻으로 들릴 수 있다하지만 아쉽게도요즘은 남들과 다른 사람들은 배척을 받기 쉽다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그런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말에 낯섦을 느끼고 불편해한다특히 장애가 있다면사람들은 그리 편안해하거나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한국 같은 경우에는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외출 한 번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지하철은 물론이고 버스도 제대로 탈 수가 없다온 가족이 다 매달려서 장애가 있는 가족 한 명을 돌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말레나와 스반테는 두 딸이 다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다심각한 섭식 장애와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증상을 보이는 그레타와 특정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스트레스와 분노를 느끼는 베아테두 부부 역시 그런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적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말레나 같은 경우에는 공연을 앞두고 기절할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그레타가 집중하고 있는 기후 변화 문제를 같이 연구하던 가족은 그 심각성에 놀라고 만다그레타의 끈질긴 노력 덕에 그들은 정부와 언론이 국민을 상대로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확신한다그리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작은 것 하나부터 실천하기 시작한다예를 들면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그레타를 비롯한 가족은 공연이나 강연을 하러 갈 때면 자동차나 배를 타고 이동을 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흔히 우리가 복지가 잘 되어있는 나라로 꼽는 스웨덴에서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100% 완비가 되어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그 때문에 그레타는 선생님이 없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 때도 있었다고 한다그 부분을 읽으면서이런 생각이 들었다그나마 복지가 잘 되었다는 스웨덴조차 그 정도면우리나라는?

 

  그레타와 베아테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고 말레나는 말한다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여러 의사와 상담가를 만나 정확한 병명을 알았기에 치료를 받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또한말레나가 유명한 소프라노 가수였고 스반테 역시 배우였기에둘 다 일을 잠시 쉬고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그러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이었다면병명을 몰라 치료를 받을 수 없고 집에 방치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같이 아슬아슬한 가족의 상태와 위기에 처한 지구의 상황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데무척이나 위험해 보였다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둘 다 사라질 것 같았다그래서 더 긴박한 느낌이 들었고읽는 내내 불안했다전에 읽었던 그레타 툰베리 La Storia Di Greta’가 용기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이 책은 절망과 우울처절함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희미하게 빛나는 출구를 향하는 기분이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록별 2019-11-1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책 알게되어 감사드려요~~^^
 



  원제 - The Perfection, 2018

  감독 리차드 셰퍼드

  출연 앨리슨 윌리엄스로간 브라우닝엘레이나 허프먼스티븐 웨버

 

 

 

 

  촉망받던 첼리스트였던 샬럿은 어머니의 병 때문에 음악계를 떠난다그리고 10년 후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다시 옛 스승인 안톤을 찾아온 샬럿그동안 그는 리지라는 새로운 제자를 들여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안톤은 샬럿을 환영하고리지 또한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다며 그녀를 반긴다중국에서 연주회를 마치고 샬럿과 오지 여행을 즐기던 리지는그 근처에서 발병했다는 유행성 질병에 감염 증세를 보인다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최악의 결정을 내리고 마는데…….

 

  어쩌면 이 리뷰는 스포일러가 곳곳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가능하면 여기서부터 스포일러!’라고 밝히겠지만그러기도 전에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영화의 초반은치명적인 질병으로 인해 당황해하고 어찌할 바 모르는 두 사람이 중심이다그 전에 두 사람의 간단한 성장 배경이라든지 어떻게 서로에게 빠져들어 갔는지에 대한 장면이 빠르고 감각적으로 흘러간다그러다 병에 걸린 리지를 보여주면서이제 어떻게 두 사람이 이 역경을 극복하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영화는 이후 엄청난 반전을 보여주며재난물에서 사회 고발물로 전환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가득 들어있는 리뷰를 시작하겠다.

 



  샬럿이 안톤에게 돌아온 이유는 복수 때문이었다그녀가 그의 곁을 떠나게 된 이유는 어머니의 병도 있었지만가장 큰 이유는 교육과 훈육을 빙자한 성폭력 때문이었다대를 이어 명문 음악 학원을 운영하는 안톤은 제자가 연습에서 실수할 때마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다른 남자 강사들과 함께 그녀를 강간했다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은 특별한 제자들에게는 문신을 새겨 넣었다그것은 샬럿은 물론이고 리지에게도 있었다그리고 안톤은 계속해서 세계 각국에서 재능 있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있었다샬럿은 그걸 막고 싶었다.

 

  그 문신은남들이 보기에는 가장 훌륭한 수제자에게만 건네주는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었다하지만 당사자에게는 그들의 성 노리개라는 걸 증명하는 낙인 같은 것이었다.

 

  요 몇 년 사이, ‘Me, Too’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미투 운동이라고도 한다. SNS에 자신이 당한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고발하는 것을 말한다이게 무슨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경기도 아닌데 왜 운동이라고 붙이는지 모르겠지만하여간 미투 운동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튀어나왔다가족은 물론이고 학교직장심지어 정부 기관에서도 성희롱과 성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또한최근에는 그루밍 성범죄라는 단어도 종종 접할 수 있다그루밍Grooming이라는 말은 길들이다다듬다라는 의미가 있다그러니까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자신의 말에 복종하고 따르도록 길들인다는 말이다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지배된 상태일 때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영화는그런 것들을 반영한 작품이었다안톤은 십대 초반 내지는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자신의 기숙학원에 들인다그것도 여자애들로만그리고 일대일 교육을 하면서그를 비롯한 다른 강사들이 하는 성폭력이 교육의 일환이라고 세뇌한다. ‘네가 연습에서 실수하면 모든 선배와 스승들을 실망시키는 행동이고이를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그리고 자신들은 너를 사랑하고 아끼니까 그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네가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라는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로 말이다어린 여자아이는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그의 눈 밖에 나면 음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신이 실수한 탓이라는 죄책감으로 그 모든 짓거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감독의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지만정도의 차는 다르지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러지 않는다면왜 미투 운동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루밍 성범죄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그리고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서 단 한 번이라도 성희롱을 당한 여성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외모나 체형을 불구하고 말이다.

 

  영화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하면서 끝을 맺는다사실 더 화끈하게 복수하길 바랐지만그러지 않아 좀 아쉬웠다좀 더 고문해도 좋았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