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제 – 저주의 시작
원제 - 人面鱼: 紅衣小女孩外傳, The Tag Along Sequel: Devil Fish, 2018
감독 - 장현유
출연 - 비비안 수, 정인석, 용소화, 고혜군
강에서 낚시한 물고기를 먹던 사람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며칠 후, 그가 자신의 가족을 몰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의 담당 형사는 호랑이 신령을 모시는 친구 ‘린지쳉’을 찾아온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린지쳉은 친구의 부탁을 들어 악귀를 몰아내는 의식을 치르기로 한다. 그의 몸속에 있던 악귀를 몰아내 물고기의 몸에 가두고, 그것을 튀겨 죽인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몰래 촬영하던 소년 ‘치아하오’가 물고기의 몸에서 나온 작은 새끼를 집으로 가지고 간다. 남편과의 이혼으로 비탄에 빠져있던 소년의 엄마는 이후 점점 더 이상해져만 간다. 급기야 학교 음악회 날, 그녀의 연주를 듣던 아이들이 기이한 행동을 벌인다. 린지쳉은 친구인 형사와 일가족 살인사건을 추적하며, 악귀의 정체와 그것이 노리는 것을 알아내는데…….
제목은 다르지만, 원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게 ‘마신자 The Tag-Along, 紅衣小女孩, 2015’ 시리즈와 연결된다는 것을. 하지만 제목이 ‘마신자 3’이 아닌 것은, 아마 프리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1편에서 하쯔웨이와 션이쥔에게 사건이 벌어지기 8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한, 2편에서 나왔던 ‘호랑이 신령’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 린지쳉은 2편에서 등장했던 ‘춘카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춘카이는 예지능력도 있고, 아버지보다도 접신 능력이 뛰어난 어린 꼬꼬마로 나온다. 하아, 이 귀엽고 똘똘한 꼬맹이가 2편의 그 멍청이가 되다니…….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악귀를 물고기에 빙의시키고 그것을 기름에 튀겨 죽인다는 발상이 독특했다. 그런데 튀기려면 잘 좀 하지, 제대로 튀기지 않아 악령이 부활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자고로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잘 튀겨야 하는……아, 그게 아닌 걸까? 새끼 물고기로 되살아난 악령이 사람의 절망과 불안 같은 부정적인 기운을 먹으면서 점점 자라는 장면도 의미심장했다. 그 물고기는 절망을 먹으면서 또한 어두운 기운을 내뿜어, 사람을 점점 무기력하고 불안해하며 무조건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게 했다. 그 때문에 치아하오의 엄마는 악령에게 더없이 좋은 제물일 것이다. 유능한 피아니스트였지만, 다른 여자가 생긴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고 아들의 양육권마저 빼앗길 상황이었다. 수조의 물고기가 커질 때마다 그녀의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보면서 조마조마하고 불안불안했다.
영화는 그 숲에 왜 악령이 많은지 얘기하고 있다. 원래 악령들이 몇몇 있었는데 이번 프리퀄에서 일어난 사건과 2편에서 빨간 옷의 소녀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더해지면서, 그들의 힘이 강해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숲으로 끌어들이고, 그 때문에 악령의 힘이 강해지고, 다시 제물을 끌어오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영화는 쿠키 영상이 두 개가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감독이 무척이나 꼼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1, 2편의 감독은 아니었지만, 쿠키 영상을 통해 1, 2편과의 연결 고리를 확실하게 만들어놓았다. 특히 2편과 연결되는 영상에서 인물의 의상을 어느 정도 비슷하게 일치시켜놓은 것에 놀랐다. 얼핏 보면 티가 안 날 정도로 옷이 똑같았다. 시나리오에 정성을 많이 쏟은 것 같았다. 그 부분에는 점수를 주고 싶다.
여기서는 세 명의 아빠가 등장한다. 떠나간 부인을 그리워하며 아들을 돌보는 아빠와 불치병을 갖고 태어난 아들을 부끄러워하고 가둬버린 아빠, 그리고 새로운 여자 때문에 가족을 버린 아빠. 2편이 엄마들의 이야기였다면 3편은 아빠들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아빠는 고통받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부인과 아들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다니!
그리고 치아하오, 네가 남의 쓰레기통에서 함부로 물건을 갖고 오는 바람에 이 난리가 난 거였잖아! 평생 춘카이에게 속죄하면서 살아! 음, 그렇게 따지면 물고기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린 린지쳉의 제자 잘못도…….
아! 비극은 한가지일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모르는 사이에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벌어진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