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Dark, 2017
제작 - 바란 보 오다어, 얀톄 프리제
주연 - 루이스 호프만, 올리버 마수치, 외르디스 트리벨
2019년 6월, '미카엘'이 자살한다. 부인 ‘한나’와 아들 ‘요나스’만 남겨두고. 요나스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심리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한나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울리히’와 불륜관계가 된다. 2019년 11월, 울리히의 막내아들인 ‘미켈’이 사라진다. 울리히는 33년 전에도 어린 동생 ‘미츠’를 잃었었다. 한편 숲에 있는 동굴로 들어갔던 미켈은 겨우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니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당황한 소년의 눈에 들어온 신문. 놀랍게도 그 날짜가 1986년으로 되어 있었는데…….
언젠가도 말했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이제는 집에서 편안히 앉아서 저 멀리 있는 나라의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외국 드라마, 예전에는 외화라 불리었던 것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거의 미국 드라마 위주였고, 요즘처럼 일본이나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나 유럽의 드라마를 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음, 전에 본 범죄 수사 드라마에서 인터넷의 발달로 집에서 앉아 온 세상의 사이코들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의 대사가 나왔었다. 그건 사건 관련자들에게 해당하는 일이고, 일반인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작품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과학의 발전이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
이 드라마는 독일 작품으로, 어느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소년의 실종 사건과 그에 얽힌 사람들 간의 불신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거기에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그 마을에서 나고 자라 또 자식을 낳고 살고 있어서, 거의 다 아는 사이였다. 그러니까 소꿉친구나 동창들이 각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또 그 아이들이 친구가 되고 그런 식이다. 문제는 친구의 부인이라든지 동창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의 비리라든지 신분 사칭 같은 문제까지 이어지면서, 사건은 복잡해졌다.
여기까지 보면, 평범한 막장 주말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여기에 한가지 설정을 더 집어넣었다. 바로 ‘시간 여행’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33년 전인 1986년, 또 거기서 33년 전인 1953년인 세 개의 시간대가 연결된다. 그런데 시간 여행이 아무 때나 되는 건 아니다. 특정 시간대에 특정 상황이 맞춰져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간 미켈은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누군가는 인위적으로 시간대를 여닫으려 했으며, 또 누군가는 그걸 막으려고 했다.
드라마의 중심인물은 울리히와 요나스라고 할 수 있다. 울리히는 동생을 잃은 데 이어 아들까지 잃는다. 동굴을 통해 시간 여행을 한 그는 미래를 바꾸고자 과거를 바꾸려고 한다. 요나스는 아버지의 편지로 사건의 경위를 알아차리고, 어찌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울리히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가 역습을 당했고, 요나스는 우물쭈물하다가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어쩔 수 없는 게, 그들이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행동을 하다 보니, 거의 모든 걸 알 수 있는 누군가에 의해 이용당하는 건 자연스러운 진행이었다.
처음 이 드라마를 봤을 때, 무척이나 헷갈렸다. 세 개의 시간대에 주요 등장하는 집안은 네 개나 되고, 각 집안의 삼대나 되는 구성원들이 과거 현재의 모습으로 등장하니, 누가 누군지 파악하는 게 힘들었다. 그러니까 한 인물이 1953년엔 어린이, 1986년엔 성인 그리고 2019년엔 노인으로 등장한다는 말이다. 거기다 네 집안 말고도 그런 식으로 등장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인가? 이 드라마를 두 번이나 보았는데도 아직도 누군지 잘 모르겠는 인물이 있다. 2시즌을 보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설마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해서 더 헷갈리게 만드는 건 아니겠지?
음, 똑같이 과거로 돌아가 엄마와 아빠의 풋풋한 연애 초기를 본다는 설정은 비슷한데, 영화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 1985’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백 투 더 퓨처’가 말랑말랑 밝은 유원지 느낌이라면, 이 드라마는 ‘다크’라는 제목 그대로 암울하고 한 삼십 년 전에 문 닫고 폐허가 된 놀이동산을 보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