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Purity of Vengeance, JOURNAL 64, 2018
감독 - 크리스토퍼 보에
출연 - 니콜라이 리 카스, 파레스 파레스, 쇠렌 필마르크, 모르텐 키르크스코브
미결처리반 네 번째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있어서, 보다가 한눈을 팔면 많이 헷갈린다. 이번에는 의료계에 얽힌 추악한 비밀을 다루고 있다.
1961년, 사촌과 사랑에 빠진 소녀 ‘네이트’는 부모의 강요로 문제 여성을 교화한다는 수용소로 보내진다. 그런데 그곳의 원장과 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교화라는 명목으로 가혹한 짓을 서슴없이 행한다. 네이트는 고문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믿었던 동료 환자에게 배신까지 당하는데….
현재, 미결처리반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다른 부서로 전근을 갈 예정인 ‘아사드’와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를 보내려는 ‘칼’ 그리고 둘 사이에서 나름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며 새로운 인원을 뽑으려는 ‘로즈.’ 그런데 한 낡은 아파트 벽 속에서 미라가 발견된다. 식탁에 둘러앉은 세 구의 미라와 식탁에 놓인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가 담긴 에탄올 병. 미결처리반은 그들이 악명 높은 여성 수용소와 관련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사건을 수사하던 미결처리반은 오랜 시간 동안 이루어졌던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예전에, 그러니까 몇십 년 전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부가 자기들과 다르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법적인 시술을 자행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다르다는 말의 의미는, 유전병이 있는 사람, 중독자,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인종까지 해당이 되었다. 다르다고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특히 여성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임 수술을 받게 되었다. 나치의 우생학에 입각한 인종 청소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런 일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일을 결정한 사람들에게 그런 조치는 어떤 의미였을까? 다른 국민의 안전과 나라의 번영을 위한 필수적인 행위? 눈에 거슬리는, 자신들의 기준에 못 미치는 인간을 걸러내기 위한 채?
언젠가 들렀던 식당이 생각난다. 꽤 오래전에 있었던 일인데,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틀어놓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때 거기서 지체장애인 부부가 나오고 있었는데, 부인이 임신 중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식사하던 다른 손님이 저런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아이를 가지면 어떡하냐는 말을 내뱉었다. 같이 있던 다른 손님도 낳은 애도 장애가 있으면 큰일이라며, 저런 사람들은 애를 갖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대꾸를 했다. 또 몇 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역시 식당이었는데, 모 대학 근처에 있는 번화가였다. 그때 대학생 서너 명이 정부를 비판하며 떠들고 있었다. 그들이 나간 뒤에, 중년의 손님이 자기 일행과 저런 입만 살아서 불만투성이인 것들은 다 삼청 교육대로 보내버려야 한다며, 자기들이 누구 덕분에 먹고 사는지 모른다고 버럭 화를 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살아가는 목적, 가치관, 성적 취향, 종교, 피부색, 인종 등이 나와 다른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게 나와 다르다고, 내 기준과 다르다고 ‘제거’할 수 있는 걸까? 막말로 삼청 교육대 운운했던 손님들은 자기들이 그곳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장애인들은 아이를 가지면 안 된다고 한 사람도 나중에 자손 중에 누군가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영화에 나오는 의사들도 그러했다. 자기들이 하는 일이, 국가의 안전과 번영에 도움이 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정부의 시책에 반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가, 나중에는 이민자를 대상으로 불법적인 시술을 한다. 이민자가 많아지면, 자국민들의 복지와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명목으로 말이다. 왜 이민자들이 자기들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걸까? 누가 그들에게 너희가 더 우월하니, 너희와 다른 사람들을 제거하라는 사명을 내린 걸까? 그렇게 기준을 유전병이나 장애에서 점점 확대하다 보면 나중에는 어디까지 범위가 갈지 모르겠다. 이미 인종을 넘어서 국적으로까지 범위가 확장된 전적이 있으니 말이다. 인간은 동식물을 여러 종류나 멸종시킨 거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 어쩌면 인간은 스스로 자기 파괴를 하도록 유전자에 입력된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