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Absent One, Fasandræberne, 2014
감독 - 미켈 노르가드
출연 - 니콜라이 리 카스, 파레스 파레스, 요한 루이스 슈미트, 쇠렌 필마르크
1편에서 사건을 해결해낸 이후, ‘미결처리반 Q’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나아졌다. ‘로즈’라는 신입도 들어오고, 수사권까지 받게 된다. 모두 들떠있던 어느 날, ‘칼 뫼르크’에게 한 술에 취한 남자가 찾아와 자기 아이들의 사건 파일을 봤냐고 질문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칼이었지만, 이후 그 남자가 자살한 채로 발견되자 충격에 빠진다. 그의 정체는 은퇴한 형사로, 20년 전에 아들과 딸이 강간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칼과 ‘아사드’ 그리고 로즈는 형사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을 조사한다. 사건을 수사하던 중, 그들은 이 사건 뒤에 그 당시 부유층 자제들, 현재는 정·재계의 유력인들이 엮어있다는 단서를 발견한다. 그와 동시에 고위층에서 사건을 중단하라는 압력이 들어오는데…….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주요 목격자이자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인 ‘키미’의 회상을 통해, 20년 전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그녀가 저지른 일은 용서할 수 없었고, 그녀에게 벌어진 일은 어떤 방법으로도 치유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반성과 후회를 하고 있었다.
영화를 몇 년 전에 봤다면, 분명 충격적이었다고 적었을 것이다. 십 대 후반의 애들이 저질렀다고 보기엔, 그 사건들은 무척이나 잔혹했다. 부유층 자제들이라 처벌도 받지 않고, 혹여 재판에 넘겨졌다고 해도 비싸고 유능한 변호사를 불러서 형기도 제대로 채우지도 않았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평생을 고통받으며 살아야 했지만, 가해자들은 떵떵거리면서 부모의 부를 그대로 물려받아 내로라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키미와 달리 그들은 반성도 후회도 없이, 자기들의 지위를 이용해 수사를 방해하기에 바빴다. 그들이 저지른 죄와 그 후속 조치들은 보는 내내 분노를 자아내고,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남겼다.
그러나 영화는 충격적이지 않았다.
이미 한국에서는 더 끔찍한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로 정신을 잃게 해서 여자들을 강간하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유포하는 거로 돈을 벌고, 여자아이들의 돈으로 인기를 얻는 남자 연예인들이 여자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으며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영상을 공유하면서 유희 거리로 삼고……. 영화에서 나오는 애들은 자기들 넷이서만 사건을 기억하고 공유했는데, 한국에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사건을 공유하고 그걸로 돈을 벌어들인다. 어떻게 보면 영화의 범인들이 한국의 범죄자들보다 더 어수룩한 것 같다. 어려서 그런가? 아니면 인터넷이 한국처럼 빠르지 않아서 그랬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작가의 상상력이 한국의 범죄자들보다 사악하지 않았던 걸까?
보면서 조마조마하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또 어떻게 사건이 흘러갈지 궁금해하고, 화도 냈다가 욕도 했다가 ‘어우, 왜 !’하면서 탄식을 내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신 뉴스 때문에 충격은 반으로 떨어져 버린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