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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루벤 플레셔 감독, 톰 하디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Venom , 2018
감독 - 루벤 플레셔
출연 - 톰 하디, 미셀 윌리엄스, 리즈 아메드, 스콧 헤이즈
대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 소유의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하던 도중 추락을 한다. 거기서 샘플 하나가 밖으로 유출되고, 나머지는 본사 연구실로 옮겨진다. 샘플에서 나온 것은 ‘심비오트’라 불리는 외계 생명체로, 기업 대표인 ‘칼튼’ 박사는 그것을 이용해 생체 실험을 시작한다. 기자인 ‘에디’는 기업이 벌이는 일에 의문을 품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들이 뭔가 불법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던 도중, 그는 언론사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러던 중, 칼튼 박사가 인간과 심비오트의 융합 실험에 회의를 느낀 연구원이 에디에게 제보한다. 몰래 연구실에 숨어 들어간 에디의 몸에 심비오트가 옮겨가고, 칼튼 박사는 그를 사로잡으라 명하는데…….
설정을 보는 순간 떠오른 것은 일본 만화 ‘기생수 寄生獣, 1988’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생수의 ‘오른쪽이 ミギー’는 인간을 먹지 않지만, 베놈의 심비오트는 인간을 먹는다는 정도? 숙주의 몸에 기생하고 전투 능력이 뛰어나며 몸을 변형시켜 싸우고 옮겨 다닐 수 있다는 설정은 비슷하다. 또한, 둘 다 인간을 죽이려고 지구로 왔다는 설정 역시 흡사하다. 물론 주인공 둘이 도리어 자기 동료와 맞서 싸운다는 기본 설정 역시…….
아, 물론 세세하게 따지면 오른쪽이는 인간에게 감화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베놈은 그렇지 않다는 부분이 좀 다르다. 자기 입으로도 말했지만, 베놈이 자기 동료와 싸우는 이유는 간단히 말하면, 이 지구에서 혼자 짱을 먹기 위해서이다. 자기 동료들이 다 지구로 오면 자신은 평범한 심비오트이지만, 혼자 남았을 때는 지구상에서 제일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아, 써놓고 보니 좀 많이 찌질하다. 아니, 계산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영화에서 보이는 베놈의 대사나 행동을 보면, 계산적이라고 보기보다는 뭐랄까, 찌질한 사춘기 꼬꼬마? ‘내 오른쪽에는 흑염소, 아니 흑염룡이 잠들어 있지, 쿠쿠쿠, 빌어먹을 자동완성, 어이어이! 날 자극해서 깨우지 않게 조심하라구, 인간들아.’ 뭐 이런 느낌?
포스터를 보면, 악당인가 영웅인가라는 카피가 적혀 있다. 인간을 죽이는 걸 보면 악당인데, 그 죽이는 인간이 다 나쁜 놈이다. 문득 드라마 ‘덱스터 Dexter, 2006’가 떠올랐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망을 피해 가는 악당을 죽이는 경찰의 이야기다. 덱스터는 양아버지의 혹독한 훈련 끝에, 자신의 살인 본능을 그런 식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베놈 역시, 숙주가 된 에디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조련의 결과였다. 에디와 같이 있을 때는 그나마 악당까지는 안 되겠지만, 만약 에디가 늙어 죽거나 사고로 죽으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를 일이다.
영화의 컴퓨터그래픽은 훌륭했다. 사실 이런 장르, 그러니까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물은 거의 CG가 살려준다고 볼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허술함도 잊을 정도로 CG의 효과는 대단했다. 그 때문에 영상을 꺼놓고 리뷰를 쓰게 되면, 여기도 이상하고 저기도 이상하고 왜 거기서 그렇게 했는지 의문이 자꾸 든다. 특히 왜 가게 주인이 뻔히 보고 있고 가게 CCTV가 있을 게 확실한데, 거기서 대놓고 사람을 죽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에디에서 베놈으로 변하는 과정이 다 녹화되었을 게 뻔한데 말이다. 이미 미국 정부로부터 면죄부라도 받은 건가? 그게 아니면 가게 주인이 CCTV 지워주기로 약속을 했던가? 그리고 심비오트가 생명체와 융합하는 게 까다롭다고 나오는데, 나중에 보면 개나소나 다 융합된다. 아마도 칼튼이 연구소에서 가둬놓고 실험을 할 게 아니라, 그냥 거리에 풀어놨으면 더 성공할 확률이 높았을 거 같다. 아, 그러면 윤리적인 면에서 문제가 되겠구나!
CG가 살린 영화였다. 그리고 2편이 나온다고 해도 굳이 찾아서 볼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