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2012년이 왔다. 2012년은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신종 바이러스로 온 인류가 좀비로 변하여, 최후의 인간 단 하나만이 살아남는 해로 그려졌었고, 동시에 각종 연이은 종말들로 지구가 남아나지 않을 것으로 기록된, 그래서 롤란드 에머리히가 발빠르게 <2012>라는 타이틀로 만들어낸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혹여 운좋게 재앙들을 피하게 된다 하더라도 아마도, 그 2년 후에는 사도들은 지구를 점령하려 들 것이고(<신세기 에반게리온>), 그 다음 4년 후에는 인간들과 기계들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며(<터미네이터-미래 전쟁의 시작>), 다시 그 1년 후에는 데커드 형사가 복제인간들을 잡으러 다닐 것이다(<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다시 그 2년 후에는...아니 이제 쓸데 없는 이야기는 그만 집어치우자.

 

어쨌든, 2012년이 왔고,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 볼 수도 있는 때가 왔다. 인생을 살다보면, 아마도 가장 좋았던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가장 좋았던 날들'이라는 말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말은 어쩌면 가장 슬프기도 한 말일 것이다. 지나간 후일의 어떤 시점에서야 뒤늦게 돌아보는 그 '가장 좋았던 날들', 그것이 가장 슬픈 이유는 이제 앞으로 그런 날들은, 그것과 상당히 비슷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과 동일한 어떤 날들은 이제 앞으로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그 좋았던 시간들 속에서, 그것이 가장 좋았던 날들이라는 사실을 그 때는 결코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다른 하나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가장 좋았던 날들은 대학 시절일 텐데, 그 때는 그것이 그렇게 좋았던 때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으니까. 아마도 그 때의 우리들은 다 그랬었던 것 같다. 그러니 바보 같이 '나이 서른에 우린...'으로 시작되는 노래 같은 것을 함께 불렀겠지. 다시 돌아가라면, 그런 바보 같은 노래로 시간을 때우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좋았던 시간들을 앞에 두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나이 서른의 불안한 미래를 미리 추억하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나빴던 날들'을 생각해보는 것이 나은 걸까. 과거의 언젠가가 '가장 나빴던 날들'이라면 적어도 지금은 가장 나쁜 쪽은 아닐테니까. 그러나 또 그것도 그렇게 쉽게 가능하지 않은 것이, 좋은 것과는 달리, 나쁜 것은 언제나 지금이 가장 나쁜 것 같다는 사실이다. 그러니...아니 더 우울해지기 전에 이 이야기도 그만 집어치우자.

 

러니 2012년을 시작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2011년의 베스트 영화 같은 것을 돌이켜보는 것 같은 것은 그만두자. 그 영화를 보았을 때의 가장 좋았던 처음의 그 감정은 아마 그 영화를 나중에 어디선가 다시 보게 되더라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그보다는 차라리 2011년에 보아야 했으나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여전한 기대감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늘상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법이고, 먹을 수 없었던 포도는 너무나도 달콤해 보이는 법이어서, 보지 못했으나 너무나도 괜찮아 보이는 영화들은 셀 수도 없이 많으니, 그 중에 10편을 골라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골라보는 작년 극장 개봉작 중 보지 못했으나 앞으로 보고 싶은, 아마도 보아야 할 영화 10편('극장 개봉작'으로 한정하는 것은 극장에 개봉하지 못하고 영화제 상영이나 반짝상영으로 그치는 영화들까지 모두 포함시키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또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극장에 걸리지도 못한 채 사라졌는지...우리는 비열하게도 그것을 '시장논리'라 부른다). 언젠가 보기 위해서 기록을 해둔다.

 

 

1. 사랑을 카피하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편의상 번호는 붙였으나, 순서는 없음)

 

2. 두만강, 장률

 

3. 달빛 길어올리기, 임권택

 

4. 안티크라이스트, 라스 폰 트리에

 

5. 짐승의 끝, 조성희

 

6. 세상의 모든 계절, 마이크 리

 

7.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8. 히어애프터, 클린트 이스트우드

 

9. 종로의 기적, 이혁상

 

10. 웨이 백, 피터 위어

 

 

덧.

 

막상 적어놓고 나니까, 이 영화들이 딱 특정 시기가 겹치는 것이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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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1-01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2012년이 왔네요^^
맥거핀님, 2012년 흑룡의 해,좋은일만 계시길 바라며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그리고 신년 새해 용꿈 꾸시라고 용 한마리 선물로 보냅니다
\▲▲/
( ^^ )
<(..)>
<(▶◀)>
<( = )>
<( = )>

━┛┗━

맥거핀 2012-01-02 21:39   좋아요 0 | URL
아..감사합니다. 카스피님!
그쵸..올해가 용의 해였죠. 카스피님 덕분에 용 구경하면서 올해를 시작하네요.^^ 용을 봤으니, 이제 로또 구매를...(응?)

반딧불이 2012-01-0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터에 이끌려 '사랑을 카피하다'를 달랑 두사람이 입장한 영화관에서 봤네요. 영화가 끝나고 뒷좌석에 앉은 낯선 여자에게.. 같이 봐서 참 다행이에요. 라는 말을 했던것 같아요.
챙겨보시면 리뷰 올려주실거지요? 기대하겠습니다.

맥거핀 2012-01-03 17: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항상 사람이 가득한 극장만 있는 곳에서 보는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작은 극장에서 아주 사람이 없을 때 보면, 괜히 이상한 연대감이 생겨나는 경우가 있어요. 괜히 말이라도 걸고 싶고, 한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그래도 막상 그렇게 되는 경우는 좀체 없는데, 참 마법같은 일을 겪으셨네요. 정말 좋은 영화는 그 스크린을 벗어나 일상에서도 때로 마법을 만듭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본 [JAM 다큐 강정]이라는 영화에서도 그런 일이..)

복되고, 좋은 새해 되셔요. 반딧불이님.


마녀고양이 2012-01-0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가 가장 좋았던 때인지는,
죽을 때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 저는 항상 '현재'가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012부터 영화나 애니에서 나온 수치들을 보니
진짜 흥미진진하네요. 애반게리온의 연도가 2년 밖에 안 남았나요? 저는
항상 에반게리온의 엔딩 곡을 들으면 아련해지곤 합니다, 이상한 그리움이랄까요.

맥거핀님, 올해 건강하시고 좋은 일 가득하셔요.

맥거핀 2012-01-02 21:5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말씀대로 인생을 좀 겸손하게 살면서 오랜후에야 그런 걸 생각해봐야 할텐데..제가 좀 경망스러워서..ㅋ (하기는 또 십년 후에는 지금을 생각하며, 그 때가 참 좋았어..그러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서재에서 보니, 종말론에 대한 책을 소개하셨는데, 저도 기회되면 그 책을 한번 보려고해요. 올해 시작부터 종말이 어쩌구 하는 이야기들이 많던데, 저도 흥미가 생기더라구요. 하필이면 왜 올해에..? 그러면서 말이죠. (저는 에반게리온은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참 복잡해요. 차례로 안보고 정신없이 본 탓도 있고..이야기가 뒤죽박죽 섞여있어요. 그래도 그 세계가 정말 거대하고 (묘하게도) 아름다운 세계라는 것을 인정합니다.ㅋ)

마녀고양이님도 늘 건강하시고, 올해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에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바랄께요. 시작은 항상 밝게~!

아이리시스 2012-01-0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히어애프터는 놓친 건데 좀 뻔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맥거핀님이 꼽으시면 잘 챙겨둘게요! [사랑을 카피하다]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히어애프터]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저는 작년에 어디에다 정신줄 팔고 살았을까요( ") [웨이백]은 그때 [웰컴] 볼 때 찜했었는데 사실 [웰컴]이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좀 지루해가지고..

그리고 음, [에반게리온]이 아름답습니까?^^ 맨날 챙겨만 가서 죄송합니다ㅋㅋㅋ

맥거핀 2012-01-03 19:21   좋아요 0 | URL
뭐 빼갈게 있으면 얼마든지 빼가시구요. 저도 그럴테니.ㅋ
이런 글은 아이리시스님 신년 특집처럼 좀 성의있고 열심히 써야 하는데, 목록만 죽 나열하고 당최 성의가 없어요 흐흐. 작년 영화들도 영화지만 며칠 전 어떤 블로그가 올해 개봉 예정작들을 써놨던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로운 다크나이트하고, 박찬욱, 봉준호의 신작들..쥬라기공원4에 새로운 맨인블랙이 나온다고 하질않나..엄청 기대하고 있어용.

2012-01-2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1 못 본 목록'을 보니, 외려 '2011 본 목록'이 아주 알찰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어 저의 못 본 목록에는 모두가 극찬하는 '북촌 방향' 같은 것도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못 본 목록' 중에 제가 본 것 한 개가 있네요. "히어 애프터". 씨네21에서 2011 개봉 영화 중 '저평가된 영화'에 속해 있던데요. 사실 저평가된 감은 있지만, 영화가 그렇다고 아주 좋다고도 할 순 없었습니다.

보고픈 영화, 스펙트럼이 넓으시군요. 저는 1, 2, 6. 땡깁니다.
어쩌다보니 장률 영화를 저는 하나도 못 봤네요. 아쉽게도. 하나도 안 보고도 여러 모로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그나저나 도입부 두 문단을 정말 잘 쓰셨잖아요!

맥거핀 2012-01-27 00:36   좋아요 0 | URL
위에도 썼지만, 저 영화들 개봉일을 살펴보면 2-3월에 집중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이걸 쓰면서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걸 다 놓쳤을까 이 생각이 들었어요. 개봉영화도 개봉영화들이지만, 영화제나 시네마테크에서 하는 고전들 중에서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들도 많았는데 그건 다 언제나 볼 수 있을지..장률 영화 안보셨으면 한번 챙겨서 보세요. 아마도 섬님이 어느정도는 마음에 들어하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정도'라는 말은 장률 영화는 한 번 보고 나면 사람을 참 힘들게 하는 게 있어서, 한 개 보고 난 후에 다음 영화를 볼려고 마음을 먹는 게 쉽지 않아요. 옛날에 '중경'과 '이리'를 하루에 본 기억이 있는데, 그날 참 힘들었습니다.

<히어애프터>도 챙겨서 봐야겠군요!

2012-01-27 11:07   좋아요 0 | URL
세번째 문장을 보니 맥거핀 님은 역시나 현역 영화광이십니다.. 그리고 수도권에 사시니 마음껏 욕심내셔도 되겠어요.^^ 장률 영화는 인천 살 때 동네 영화관에서 개봉했던 '망종'을 놓친 이후로, 보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구요. 심지어 DVD도 다 절판.. 시립도서관 디비디 목록에 봐도 '이리' 하나 있던가 그렇구요. 언젠가 보게 되겠지요.
히어 에프터는 일부러 꼭 볼 만 하지는 않아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범작 또는 이작(異作) 쪽입니다.(생각해 보면 범작이라기보다 異作에 가깝지요.) 그래도 맥거핀님께서 흥미롭게 읽어내 주실지 모르니 굳이 말리진 않겠습니다만..^^

맥거핀 2012-01-29 00:48   좋아요 0 | URL
장률 감독 같은 경우는 DVD 세트가 나왔어도 벌써 나왔어야 하는데, DVD 자체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니..(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중경>의 경우는 아직 DVD도 안나온 걸로 압니다.) 그러니까 영화를 볼 때 마음이 조급해지는 게 있어요. 어떤 영화들은 향후에 개봉일정이 없을 게 거의 확실시되는데다가, DVD로 나올 가망성도 거의 없는 영화들이 많으니, 나중에 쉽게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같은 것은 또 영화관에서 해도 잘안보게 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근데 블록버스터 같은 것은 또 큰 스크린으로 봐야 좋은 것들이 많으니, 이거 참 딜레마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영화들은 보고 실망해본 적이 없어서, <히어애프터>도 봐야지 생각은 하고 있어요. 섬님의 추천이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볼 기회가 있으면 꼭 챙겨서 보겠습니다.

네오 2012-01-3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들이 뭘랄까요? 컽트적이네요^^ 블랙스완이 안보여요 헤헷~

맥거핀 2012-01-30 17:33   좋아요 0 | URL
컬트적이라는 얘기는 리스트가 엉망이라는 얘기죠?^^ 근데 약간 오해가 있으신게 이건 제가 앞으로 보고 싶은 영화라..(아..보아야 할 영화가 컬트적이라는 건 더 안좋은 건가..?) 얘기한김에 네오님의 베스트도 얘기해주시지..

네오 2012-01-31 09:43   좋아요 0 | URL
아~ 전혀 아닌데요^^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매우 신선했다는 말이었답니다~ <고백>을 선택하신게 너무 용기가 있으셨고 물론 이분의 컬렉션을 놓치지 않고 보는 저로서는 당연히 반갑지요~ 그리고 <짐승의 끝>,<종로의 기적>은 너무 의외였어요..사실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작품일거라고 생각했거든요...그리고 피터 위어의<웨이백>요~ 아 피터 위어의 작품은 제가 좋아하는 세계를 잘 다루는 것 같아요~ 남자다움, 그리고 남자, 그리고 마초 이런거요^^ 아 저의 베스트10는 다 합쳐서 사랑을 카피하다, 북촌방향, 안티크라이스트, 블랙스완, 트리오브라이프, 무산일기, 히어애프터, 달빛길어올리기, 세상의 모든 계절, 환상의 그대, 그리고 아직 개봉전인 멜랑콜리아요 ㅋㅋㅋㅋ

맥거핀 2012-01-30 18:26   좋아요 0 | URL
ㅋㅋ 실시간 댓글놀이. 피터 위어의 작품은 극장에서 예고편을 봤는데, 우와 이랬거든요. 이건 분명히 괴작이거나, 명작이다! 이건 극장에서 꼭 봐야해..절대 브라운관이나 디지털TV 따위로 이걸 봐서는 안돼..그랬는데, 아직도 못보고 있네요.ㅋ
네오님의 베스트(본 영화에 대한)도 저의 생각과 매우 다르네요..겹치는 게 북촌방향 딱 한 작품.(저의 본 영화 베스트는 북촌 방향, 만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보라, 비우티풀, 카페느와르, 돼지의 왕, 드라이브 정도..) 여러 영화 리뷰어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꼽는 베스트에 안티크라이스트, 사랑을 카피하다, 세상의 모든 계절 이 세 영화는 들어가는듯..꼭 챙겨봐야겠습니다.

네오 2012-01-31 09:43   좋아요 0 | URL
ㅋㅋ 실시간 댓글놀이 너어무 좋아하죠 ㅋㅋ 영화이야기 한지도 꽤 됐구요^^ 사실 제가 그동안 미국에 가있어서 거의 알라딘활동을 못했어요 ㅋㅋ 그래서 잠시 휴지기가 ㅋㅋ 너무 지금 이야기 하고 싶은 작품은 <드리아브>이구요 ㅋㅋ 왜냐하면 음~ 맥거핀님의 리뷰는 읽어봤어요..그런데..과연 이것이 새로운 발견이러고하는 문제에서 음 ~ 물론 님의 글에도 잘 나왔지만~ 거의 그 작품에 대한 원본을 본 저로서는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지금 저의 페어버리트 노래는 < a real hero>이고 100번도 넘게 들었죠~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궁금한게 고슬링이란 멜리건이 과연 만냐는거예여 저한테는 ㅋㅋㅋㅋ 마지막 장면만 놓고 볼때 거의 뭐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걸작이라고 생각되네요~ 님의 ps는 정말 동감해요..저는 그것이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아쉽지만 놓쳤네요 ㅋㅋㅋㅋ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누군가가 작년의 어떤 영화가 좋았냐고 하면은 당연히 이 영화라고 대답할 거예요..보라는 음~ 걸작입니다..난..이 영화가 그냥 아무불평없이 모두다 봤으면 해요 그리고 비우티풀이랑, 돼지의 왕 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시네요 ㅋㅋ 그리고 카페느와르가 있는데 이건 도대체 어떤 영화로 봐야 할까요 ㅋㅋㅋㅋ 애정은 식지 않았는데..지금에서는 그냥 그래요 ㅋㅋㅋㅋ 아마도 저 님의 블로그에서 이왕이렇게 된 마당에 영화이야기로 수다스러울지 몰라요 ㅋㅋㅋㅋ

맥거핀 2012-01-31 21:53   좋아요 0 | URL
아..그랬군요. 미국에 계셨군요. 어쩐지 뜸하시다 했습니다. <카페 느와르>가 이제는 그저그렇다는 말씀을 들으니 어쩐지 실망인데요?^^ 그 영화에 대한 리뷰 중 가장 좋았던 리뷰 중의 하나는 네오님의 리뷰였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온 어떤 생생한 느낌, 체험이 글에 절절히 느껴져서, 다른 이들은 쉽게 쓰지 못할 그런 리뷰였다고 생각이 되는데..그러니까 <드라이브>나 <카페 느와르>, <비우티풀> 등은 이견이 있으시다는 얘기죠? 뭐 그런 재미(이견을 보는 재미)로 다들 베스트를 꼽으니까요.^^ 예를 들어 저는 네오 님의 리스트에서 <트리오브라이프>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네오님 같은 분이 좋다고 하시는 것은 제가 보지 못한 어떤 것을 보았다는 얘기가 될텐데, 그게 뭘까요..궁금해지는 밤입니다. 개인적으로 <트리오브라이프>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 덧붙이자면, 저는 테렌스 맬릭이 훨씬 잘만들 수 있는데, 왠지 대충 만든 듯한(물론 맬릭 기준으로) 느낌이 있거든요. 어떤 장면들은 너무 좋았지만, 어떤 장면(숀펜이 나오는 장면들이 주로)들은 너무 무성의하다는 느낌이 조금 있었어요. 저도 수다스럽게 한마디...

네오 2012-02-01 21: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우선 <트리 오브 라이프>는 그냥!! 음악이 멋있게 나와서요~ 말러나 브람스 스메타니같은 클래식 곡들요~ 할말이 너무 많아요~ 흐음~ 이에 대한 답글은 댓글형식이 아닌 일 반글로 쓰는게 낳겠네요~ 카페느와르때문에 실망하셨다니 조금은 멋지게 보이기도 하고 싶구요 ㅋㅋㅋㅋㅋ

맥거핀 2012-02-01 23:05   좋아요 0 | URL
저는 <트리오브라이프> 보고 영상에서 너무 스케일이 큰 얘기들을 하셔서 그것을 생각해보는 통에 음악들에는 통 집중하지 못했어요. 다음에 볼 기회가 또 있으면 음악을 집중해서 들어보겠습니다. 혹시 글 쓰신다면 기대하고 있을께요.^^

아이리시스 2012-01-31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저도 당연히 맥거핀님 베스트로 읽고 지금까지 '히어애프터'를 봐야하는데 이러고 있었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글 읽는 능력이 좀 떨어지나 봐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맥거핀 2012-01-31 21:54   좋아요 0 | URL
아..아이리시스님도 그렇게 생각을..벌써 두분이나 그렇게 생각하셨다는 건 쓰는 제가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죠. 저야 말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떨어지나 봐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하얀 정글 - White Jung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의사는 너무 늦었다고 했다.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나는 뭐라고 말을 좀 더 듣고 싶은 눈길을 의사에게 애타게 보냈지만, 그는 이제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제 그만 나가달라는 투로 문을 힐끗 바라보았을 뿐이다. 불과 몇 주 전의 일이다.

 

그 몇 주 전의 경험. 기침이 너무 심해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고, 목은 부어 올랐다.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었지만, 버티다 못해 종합병원에 갔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신청했더니, 진료가 가능한 의사가 특진의사뿐이라며, 그래도 괜찮으면 진료를 받으라고 했다. 특진이라는 게 그 이름이 보여주는 만큼의 그런 '스페샬'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의사는 내 목구멍을 아주 잠깐 들여다보더니 감기는 이미 다 나았는데 병원에는 뭐하러 오셨냐는 투로 이야기하고는, 처방전을 적어주었다. 1분 남짓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아마도 내가 입을 잘 벌리라는 의사의 지시에 조금 더 효과적으로 따랐더라면 그 시간은 훨씬 단축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특별한 시간을 입 하나 제대로 벌리지 못해 몇 십초나 잡아먹다니, 아주 죄송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나는 아주 효과적이고, 게다가 효율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기본진료비에 거의 준하는 특진비가 추가된 처방전과 진료권을 손에 쥔 채 병원을 나왔다. 정말 스페샬한 것은 이제 막 만들어져 반짝반짝 빛나는 마그네틱 진료권뿐이었다.

 

의사이기도 한 송윤희 감독의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은 그 짧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의 중반부, 감독은 대형종합병원의 진료실에 들어가는 각각 환자의 진료 시간을 카운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러한 대형병원의 형식적이고도 짧은 진료를 비판하는 인터뷰를 그 위에 작게 붙인다. 위의 인터뷰어가 몇 마디 채 끝내기도 전에 들어갔던 환자가 나오는 것이 보인다. 30초도 안되는 시간. 연이은 환자들의 진료 시간은 모두 1분에 미치지 못했고, 이 5명의 환자의 평균 진료 시간이 계산되어 자막에 뜬다. 평균 31초. 물론 이것은 이 영화의 여러 이야기들 중 그나마 가장 애교있는 편에 속한다. 당연히 위에 적었던 내 짧은 경험은 그런 애교축에도 못 들어간다. <하얀 정글>은 간단히 말해서 '의료판 도가니'이다. 여기에는 현재 병원들이 저지르고 있는 여러 다양한 행태들이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소개된다. 나쁜 짓의 향연, 스페샬한 퍼레이드. 그것은 일일이 적기에도 지치는데, 병원 광고가 허용된 이후, 광고 회사에 의뢰해 만들어지는 각종 후기 식의 광고들, 돈을 더 벌기 위해 행해지는 과잉검진과 과잉시술, 그에 비례해서 줄어드는 환자당 진료시간들, 부당한 과다 의료비 청구, 일반실을 줄이고 특실을 늘리는 병원의 새로운 재테크,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와의 커넥션으로 이루어지는 특정약품과 특정기구들에 대한 거의 반강제적 강요... 급기야는 부당 의료비 청구를 제소하였다는 이유로, 다행히 병이 다 나아 돌아간 환자에게 "나중에 재발하였을 때 보자"는 식의 폭언, 또는 부당한 진료에 대해 항의하면 "아니 다른 가족분들도 다 우리 병원 다니시는데, 나중에 어쩌실려고 그러세요"는 식의 멘트를 날리는 경우를 보고 있으면, '아 이게 병원일까, 아니면 조폭집단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본 분들은 '그런 이야기는 요즘 점점 여러 다양한 논의들이 나오는 의료 민영화가 되었을 때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현재 우리의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영화 전반부에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한 후, 영화 후반부에 앞으로 우리 현실로 다가오게 될지도 모를 의료 민영화나 건강보험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세하게 소개되는데, 그러므로 그것을 본 내 느낌은 의료 민영화란 "지금까지 뒷구멍으로 해오던 나쁜 일을, 이제는 대놓고 떳떳하게 하겠다"라는 소리로 들린다. 영화 속에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답변에서 말한다.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데, 서비스가 나쁘면 안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자연히 도태되지 않겠습니까. 아이고, 정남아, 정남아, 아니 증현아, 증현아, 이거 마 궁둥이를 확 주차삐까. 당신이 이해를 잘 못하는 듯 하니, 예를 하나 들어주겠다. 당신이 지금 엄청난 설사로 집을 향해가는 매시매초마다 예수님과 부처님을 번갈아 영접하는 중이다. 그 때 가까이에 상당히 더러워보이는 화장실이 보인다. 당신은 더럽다며 그걸 멀리하고 꼭 집에 가서 일을 치르겠는가. 괄약근의 기능이 좋은 증현 씨는 가능할지 몰라도, 나라면 불가능하다. 의료 서비스는 산업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마이클 무어는 <식코>에서 간단하고도 효과적으로 이야기했다. 당신이 지금 막 강도를 당했는데, 운좋게 바로 앞에 경관을 만났다. 그런데 그 경관이 "이봐요, 특별근무수당을 지금 내셔야, 저 범인 쫓아드릴 수 있는데요."라고 한다면? 아니면 지금 막 집에 불이 붙어 소방서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소방서에서 "일단 출동비부터 결제하세요. 그럼 출동합니다."라고 한다면? 그러나 현재 병원이 하는 행동은 어떤가. 사람이 죽어가도, 일단 원무과가서 '정산'부터 하라고 한다. 아니면, 나가세요. 이게 병원의 행태라는 것이다. 병원이라는 것이 소방서나 경찰과 같은 공공서비스와 같음을 보여주는 즉, 소방서나 경찰서나 병원이나 사람의 목숨, 생활과 직결되어 있다는 효과적인 비유.

 

 

한편으로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이것을 단순히 선과 악의 대비로만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부당하게 당하기만 하는 환자가 선이고, 의사들이 무조건적인 악은 아니라는 점(실제로 영화 중 좋은 의사를 만난 경험을 들려주는 환자 부모의 이야기도 있다). 의사들을 무조건적인 악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그들 역시 압박과 유혹에 시달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자세하게 이야기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의료수가(酬價) 역시 상대적으로 낮으며, 의사들은 끊임없이 더 많은 환자를 상대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것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현재시각 병원에 내원한 환자수가 일정한 간격으로 의사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되며, 연속되는 회의에서는 각 과별로 수익이 비교되어 1등부터 꼴찌까지 등수가 매겨진다. 그리고 동시에 MRI를 한 번 촬영할 때마다 월급이 만원씩 올라간다고 노골적으로 의사들을 회유하기도 한다. 의료수가는 낮고 환자들을 많이 상대해야 수익이 올라가니 각 환자별 진료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과잉검사와 시술이 늘어날밖에(과잉검사는 한편으로 의료사고와 관련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만이 악일까. 문제는 시스템이다. 그들을 둘러싼 거대한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고 운영하는 정부. 영화는 영리하게 그 시스템의 기원을 밟아 그것의 문제점을 파고 들어간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에 의해 탄생한, 태어나기는 태어났으나 아무도 신경쓰지 않은 건강보험제도. 그것이 노태우, 김영삼을 거쳐 진보정권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이제 '그분'에 의해 어떠한 운명에 처했는지.

 

다큐멘터리라는 관점으로만 보았을 때, 이 영화 <하얀 정글>은 아주 좋은 다큐멘터리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내러티브는 산만하고, 이야기는 때로 중심축을 조금 잃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고, <식코>를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식코>만큼 재기발랄하지는 않다. 어떤 부분은 더 설명이 필요할 듯 싶은데, 그냥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손바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컷들이 몇 번 삽입되는 것은 의료에 있어서 낙수효과(落水效果, trickle down effect : 쉽게 표현하면 ‘번짐’ 을 의미한다. 물이 번짐처럼, 어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소득이 증가하여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듯 한데, 그 의미를 설명하지 않으니, 조금 쌩뚱맞은 컷으로 보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다큐의 문제라고 보이는 것은, 문제의 제시와 강조에만 그칠 뿐 그 다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다큐가 해결책을 제시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결국 제시하는 결론은 '민영화 반대'인데, 그렇다면 민영화만 안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미 병원들은 각종 나쁜 짓을 하고 있다. 중간에 그 대안으로 스치듯이 제시된 것이 '주치의 제도'인데, 그것도 설명이 상당히 빈약한 감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것은 이 영화의 모호한 지향점과도 관련이 있다. 이 영화에서 결국 관객에게 요구하는 것은 분노와 행동이다. 그러나 분노와 행동 이전,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공포'가 될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의사이고, 동시에 그 남편도 의사이다. 그런데 이들 역시도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 대해 일종의 두려움을 보여준다. 부부 의사도 이럴진대, 그렇다면 일반 우리들은? 일반인들은 의료에 있어서는 영원한 약자이며, 병원에서 우리의 생각을 마비시키고, 의사의 지시에 거의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근원에 있는 것은 결국 공포감이다. 분노를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 공포감부터 제거해야 한다. 단순한 감정적인 분노가 아닌 필요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분노는 결국 이성의 힘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 <하얀 정글>은 우리의 의료 현실이 하얀 정글임을 보여준다. 우리들은 그 정글에 놓여진, 놓여질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다. 중요한 것은 그 정글의 묘사에 치중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정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지막으로 할 말은 이것밖에 없다. 보아라, 무조건 보아라. 내부 고발자들의 통렬한 내부 고발이 줄줄이 이어지는 이런 이야기를 아마도 브라운관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찾아서 볼 수 밖에. 누군가는 이것은 이미 다 아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크린으로 다큐멘터리를 볼 때, 관객이 미리 지녀야 할 오로지 한 가지의 마음가짐이 있다면, 불꺼진 극장에서 넓은 스크린으로 한 시간 이상을 집중해서 보는 것은, 거의 대부분 상상 이상의 체험이 되며, 동시에 당신에게 새로운 관점의 가능성을 던져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섣불리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 한 해, 여러 영화들에 대해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잘도 떠들어댔지만, 그 영화들 모두 안 봐도 좋고, 지금 쓰는 이 리뷰도 엉망진창의 거지 같은 리뷰라고 생각해도 좋으니, 보아라.

 

어디든 안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피할 수도 있다. 우리는 자유가 있으니까. 우리는 영광스럽게도 '새로운 자유주의'라고 이름붙여진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아마도 우리가 끝끝내 피하지 못할 것은 병원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하얀 정글에서.

 

 

덧.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0923.html

http://goo.gl/XRKV5

 

링크한 글은 <한겨레 21>과 <라포르시안>에 실린 송윤희 감독과 의사이자 영화평론가인 황진미 씨의 '자칭' 설전. 그러나 어차피 황진미 씨에게 비판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뭔가 다른 비판적인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본 글도 봤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현직 의사의 글도 좋고. 그런데 의사 분들은 30초 진료로 워~낙 바쁘셔서 이런 영화는 안보시는 듯 하다. 찾아보기는 하는데 영 눈에 안 띄네.

 

 

추가 덧(2012.1.3.).

글쓴분의 허락을 얻어, 블로그 글을 하나 링크해둔다. 의사분의 글인 것 같은데, 아마도 현직임상의이신듯한 글쓴이의 이야기가 영화의 이해에 있어 또다른 관점을 줄 수 있을 듯. (확실히 의사분들 입장에서 보는 것과 일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온도차가 있는 듯.)
http://ayako.egloos.com/465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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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ing 2011-12-3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양한 영화를 보시는군요. 저는 영화관에서 다큐멘터리 본지가 언제인지;
이런 세상에선, 아프지 않는게 최선인 것 같구나 싶기도 하네요.. 이제 감기는 다 나으신거죠? 아프지 마세요ㅠ

맥거핀 2012-01-01 15:28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좀 골골대는 편이라 감기를 겨울에는 늘 달고 살아요. 그래도 이번 겨울에는 초반에 크게 넘겼으니 좀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아..그리고 이 영화는 꼭 챙겨서라도 보셔요. 영화가 좋으니 보라 이런 것 보다도, 요즘 세상에 어떻게든 버틸려면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이 됩니다. 나중에 상영이 끝나더라도 다운받으셔서라도(아마 인디플러그 같은데에서 다운로드 가능할 겁니다) 보세요.

마녀고양이 2011-12-3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식코를 보고 싶었는데, 아직 하나도 못 봤네요. ^^

얼마 전 동네 약사께서 막 화를 내고 계시더라구요. 아마 약을 편의점에서 파는 것과, 그리고 약의 의료보험 수가 때문인거 같았어요. 그리고 저도 입을 잘 못 벌려서 이비인후과 의사가 엄청 짜증을 내던, 비슷한 경험을...... ^^

절대 산업화가 되면 안 되는 것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의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요. 거기다
의사들 역시 버는 사람은 벌고 뺑이치는 사람은 치고... 엄청난 성형외과들 보셨죠!

맥거핀님, 오늘도 좋은 영화 리뷰 읽고 갑니다.
새해에 즐거운 일 가득하시고, 건강하세요.

맥거핀 2012-01-01 15:3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새해가 오기 전에 잊지 않고 들러주셨네요(저는 이렇게 새해가 온 후에 댓글을 달고 있지만..). 희망찬 새해 맞으시고, 늘 서재에서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물론 건강도 잘 챙기셔야하구요.

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건강에 대한 걱정을 조금은 더 하게 되었어요. 본문에도 썼지만, 현재와 같은 한국 사회에서 아프게된다는 것은 단순히 본인의 건강 문제 이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다른 건 신뢰할 수 없어도, 법관이나 의사, 교육계 등등은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법조계도, 의료계도, 한편으로는 교육계도 점점 균열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참 걱정이 됩니다. 2012년 첫날에 희망찬 얘기를 하고 싶은데, 올해에는 또 어떤 일들을 보게 될지 걱정부터 되네요.

맥거핀 2012-01-03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글 추가.
 
드라이브 - Driv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결말부 내용이 '약간' 있음)

 

 

 

아무래도 이 영화는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봐야지 싶어서, 영화가 거의 씨가 마르려는 시점에 극장에 다녀왔다.

 

개봉 이후 이 영화 <드라이브>에 대한 평은 대체로 두 개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수많은 걸작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장면들과 환상적인 씬들이 가득한 영화광을 위한 영화라고 말하는 평과 다른 하나는 관습적이고 뻔한 스토리의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유럽 영화의 소스와 멋진 음악을 살짝 얹어 그럴듯하게 포장한 영화라는 평(이러한 것은 영화 속 '버니'가 자신이 예전에 만들었던 영화들에 대해 자조적으로 냉소하면서 말하는 것과 정확하게 겹친다)이다. 물론 이 두 가지 평들이 공유하는 지점도 역시 두 가지 정도 있는데, 그 하나는 그야말로 멋지고 환상적인 음악들이 영화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영화는 유독 '폼'을 잡는 영화라는 점이다. 그것을 <씨네 21>의 김도훈은 다음과 같이 재미있게 표현했다(<씨네21> 829호). "<드라이브>는 그저 개폼의 영화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뭔가가 존재하는 영화인가. 물론이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드라이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폼으로 달려가는 영화다. 다만 우리는 좋은 개폼과 나쁜 개폼을 구분해야만 한다." 과연 '좋은 개폼'이란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쳐두고라도, 이 말은 적어도 한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이 영화 <드라이브>가 그 '폼'을 영화 내내 전혀 숨길 생각이 없다는 점, 도리어 그 폼을 영화 내내 과시하면서 뻔뻔하게 (거의 일부러) 내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많은 액션 영화, 누아르 영화에서 그 폼을 일부러 내보이던 것은 거의 일종의 장르적 관습과도 같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과도한 '폼' 즉 허세 또는 '젠체'는 영화 전체를 너무 뒤덮고 있어, 약간은 기이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를 영화 <아저씨>와 비교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설정상의 여러 부분을 <아저씨>와 공유하고 있다. 정체가 전혀 설명되지 않은 한 남자가 이웃집의 여자와 어린 아이를 위해 전모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사건에 끼어든다는 것. 그러나 내 생각에는 그것은 설정상의 부분일 뿐이고,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아저씨>와는 조금은 다른 측면들이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아저씨>는 거대한 조직과 일인의 대결 양상이다. 사건은 처음에 커다란 무게로 몰아닥치고, 주인공은 하나 하나의 미션을 클리어해가며 적의 심장부로 잠입해 들어간다. 반면, <드라이브>는 처음에는 아주 작아 보였던 사건이 점점 혼란스럽게 꼬여간다는 인상이 짙다. 예전 숀 펜이 나왔던 영화 <유 턴>처럼, 주인공의 사건은 조금씩 비틀어지며,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악화되고, 처음의 작은 사건은 나중에는 그야말로 주인공의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커다란 사건이 되어 버린다. 보다 근본적인 차이는 이 영화를 도대체 어떤 영화로 보아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아저씨>의 경우 전형적인 액션물이다. 즉 관객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원빈의 머리깎기나 몸매이기도 하겠으나) 주인공의 액션이다. 그러나 사실 이 영화 <드라이브>를 액션물로 보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따른다. 결정적이고 무자비한 액션이 몇 군데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액션 장면은 몇 장면 되지도 않을 뿐더러, 거의 눈깜박할 새 지나가 버린다. 도리어 '액션 그 자체'보다 영화가 중시하는 것은 액션의 전후이다. 예를 들어 그 액션이 막 시작되기 이전의 숨막히는 긴장감, 액션이 시작되기 이전 그가 뒤집어 쓰는 가면, 적을 만나러 가면서 꺼내드는 장도리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액션 그 자체가 아니라, 액션을 둘러싼 아우라, 다시 말해서, 액션의 '폼'이다.

 

이것을 이렇게 비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저씨>는 대전 액션 게임, 혹은 슈팅 게임이다. 스테이지를 거쳐갈수록 적은 강해지며, 최종전에는 그 적의 보스를 무너뜨리고 '클리어'를 쟁취해야 한다. 물론 대전 액션 게임에도 스토리는 있다. 그러나 그 스토리는 사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그저 뒷 배경에 불과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각 스테이지에서 적과 싸우는 것을 만끽하는 것, 그 자체이다. 그에 반해서 이 영화 <드라이브>는 전략 시뮬 게임이다. 전략 시뮬 게임 같은 것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전략적인 사고, 빠른 판단력, 민첩한 행동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폼'이다. 즉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의 시뮬성, 현실감이다. 예를 들어 전장(戰場)을 배경으로 한 전략 시뮬 게임에서 헤드셋을 쓰고, 분대장의 지휘를 받고, 서로 무선교환을 하며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는 것. 그런 게임을 전혀 좋아하지 않거나, 겉에서 단순하게 볼 때는 그것은 그저 바보 같아 보이는 개폼일 뿐이다. 그러나 그 게임을 행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은 적을 잘 조준해 총을 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 실제의 전장에 있는 것 같은 시뮬성, 아우라, 폼을 느껴보는 것. (예를 들어 바로 그런 것을 위해서,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하는 사람들이 마치 실제의 전쟁인 것처럼 그렇게 피를 토하고, 게임에 임하는 게이머들에게 우주복처럼 생긴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단순히 '게임을 잘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그 옷은 도리어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뮬, 아우라, 신화화를 덧붙이는 것은, 그것에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려면, 다른 말로 해서 고도로 '상품화'하려면 필수적이다.) <드라이브>도 비슷한 전략을 쓴다. 그 폼을 지속적으로 관객들에게 주입시켜, 영화 속 어떤 것들을 거의 체험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 영화의 첫 장면, 카메라는 드라이버(라이언 고슬링)의 시점에 맞추어져 있다. (이것은 예를 들어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내일만 사는...' 하는 유명한 대사를 하는 장면과 비교된다.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운전하는 원빈을 정면으로 잡는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그 멋있는 대사를 내뱉는 원빈의 얼굴을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운전하는 라이언 고슬링을 정면으로 잡는 시점은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그 차에 타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라이언 고슬링의 얼굴을 정면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수정 주: 2-3개의 정면샷은 거의 라이언 고슬링의 얼굴을 반쯤 가리고 눈깜빡할 사이 지나가버린다. 반면 원빈의 정면샷은 조명의 도움을 받고, 길게 지속된다.)) 경찰 무선과 농구 중계를 동시에 틀어놓고, 드라이버는 운전대를 잡고 5분의 시간 안에 '일'을 마치고 의뢰인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5분이 거의 다 되어, 그들이 나오고 경찰의 추격을 받기 시작하는 순간, 영화의 모든 관객들은 드라이버와 같이 경찰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입장이 된다. 도로에서의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는 전략 시뮬 게임. 자 이제 어떤 전략으로 추격을 따돌릴 것인가. 물론 드라이버는 멋지게 미션을 클리어하고, 곧이어 환상적인 음악과 함께 제목이 스크린에 떠오른다. (아마도 상당수의 관객은 여기에서부터 입이 떡 벌어졌을 것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영화적인 체험', 말 그대로 영화로 느낄 수 있는 것의 극대로구나!)

 

 

 

 

그러나 영화가 흥미로워지는 것은 한편으로 이 이후이다. 대부분의 시뮬이 그 시뮬성을 자연스럽게 중화시켜 그 시뮬을 현실에서 체험하는 데에서 느끼는 모순을 최대한 덜 인식도록 하는 데에 비해, 이 영화는 그 시뮬성을 거의 의도적으로 드러내보이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시뮬을 이야기하는 시뮬레이션, 일종의 메타 시뮬이 된다. 그것은 영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데, 예를 들어 라디오 속 농구 중계가 현실의 농구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아까 말한 처음의 장면도 그러하거니와, 주인공의 직업을 스턴트맨이라고 하면서 그에게 가면을 쓰도록 하거나, 버니와 같은 영화제작자를 등장시키는 것이 그러하다. 영화 속에서 스턴트맨으로서 가면을 쓰고 (주인공 대역으로서) 가상 영화의 스턴트를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뮬 속의 시뮬이며, 동시에 영화라는 것이야말로 그 시뮬을 지속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의 최후의 액션이 그의 그림자로 보여지는 것이 이것의 일종의 상징은 아닐까. 그림자야말로 우리 가까이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뮬이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당신이 손으로 '그림자 개'를 만든 경험을 떠올려 본다면 말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다른 것을 연상하게끔 하도록 한다. 이 주인공의 기이한 무표정들과 대사를 처리하는 방식들이 불러오는 이상한 SF의 뉘앙스들 말이다. 마치 우리가 시뮬로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를 볼 때에 오는 이상한 착각. 예를 들어 마지막 주인공이 그러한 공격을 받고도, 별 충격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것은 이상하게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도리어 일종의 해피엔딩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게임의 가상 캐릭터가 죽어도 다시 돈을 넣으면, 다음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따라서 이 영화를 누아르로 보기에도 뭔가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누아르라면 주인공의 비극적인 파멸이 뒤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영화 전체적으로의 보여지는 '시뮬임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시뮬레이션'은 단순히 몇 장면만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기이한 모순의 화법을 쓴다. 시뮬레이션은 결국 모순적인 성격을 지닌 것, 즉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만들어져야만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현실이 아님을 그 시뮬을 행하는 자들에게 최후에는 인식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 시뮬레이션 속의 시뮬성을 드러내는 방법은 그것이 가진 기이한 모순성을 자꾸 끄집어내어 관객들에게 인식시키는 방법이다. 위의 김도훈의 말을 다시 가져와 본다면, 이 영화는 분명 개폼의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개폼임을 지극히 잘 알고 있는, "나 개폼 맞아. 그러니 이 개폼을 더 잘 보도록 해"라고 하며, 자꾸만 드러내는 개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좋은 개폼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고 하겠다.) 그것은 장병원이 리뷰에서 말한(<씨네 21> 830호 전영객잔) 신화적 세계의 히어로가 가질 수 밖에 없는 경계의 모순, 즉 인간에 가까운 내면과 초인에 가까운 외면이 보여주는 모순이 이 주인공 캐릭터에 투영되어 있다는 사실로도 나타나고, 로맨스와 극도의 폭력이 결합된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뇌리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씬에서도 나타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깔리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80년대 레트로 풍의 음악과 이 긴장감을 자아내는 폭력적인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화면들과의 불균질한 매치로서 보여지기도 한다.

 

그 음악들 중 처음 주인공 드라이버와 아이린(캐리 멀리건)과 아이가 차로 드라이브를 하는 장면과 나중에 영화 후반부에 다시 한 번 흐르던 'A Real Hero'라는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 그 반복되는 후렴구 "Real human being and a real hero". 가사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리얼의 인간과 리얼의 영웅. 진정한 인간만이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다. 시뮬레이션 속 가상의 드라이버는 리얼한 'Human Being'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리얼한 'Human Being'은 아닐지라도 리얼한 'Hero'였다. 캐릭터는 떠나갔지만, 나는 다시 동전을 집어 넣고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게임 속 캐릭터는 결코 죽지 않으니까. 이게 바로 게임이라고. 아니, 이게 바로 영화라고.

 

 

덧.

 

누군가가 올해의 가장 멋진 영화가 <드라이브>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뭐 그럴 수도...라고 하겠지만, 누군가가 올해의 가장 멋진 캐릭터가 이 영화 속 '드라이버'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화가 날 것 같다. 라이언 고슬링은 새로운 형태의 마초맨을 만들어냈다. 캐리 멀리건도 그 덕분에 아주 아름답게 나온다(상대역이 멋있어야 역할이 빛이 나는 법이니까). 라이언 고슬링에게 '올해의 캐릭터'를, 라이언 고슬링과 캐리 멀리건에게 '올해의 커플'을 내맘대로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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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2-22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그냥 달리는 영화로 보이는데, 저는 스릴러를 가장 좋아하고 그담이 범죄나 공포고, 사실 액션도 고만고만/멜로나 드라마는 거의 안봤어요, 지금까진. 올해의 가장 멋진 영화가 될 수도 있을까요, 이 영화. 드라이버는, 제가 운전 자체를 못해서 논할만한 것도 못되고.. 아하! 영화음악은 맥거핀님을 떠올리며 볼 수도 있겠어요!^^

맥거핀 2011-12-23 12:05   좋아요 0 | URL
매우 추운 날,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아..서울이 아니라서 좀 덜 추우실 수도 있겠네요. 서울은 이번 겨울들어 간만에 매우 추운 날씨. 아무 대비없이 밖에 나갔다가 귀가 떨어져나갈뻔..ㅎㅎ

사실 이 영화는 제목이 드라이브지만, 드라이브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은 아니구요. 뭐..개인적으로 멜로물로 볼 수도 있지 않나..생각됩니다. 저는 초반에 이 영화처럼 쭉 빨려들어가는 느낌은 간만이었어요. 거의 영화관에서 몸을 앞으로 빼고, 어...거리면서 봤지요. 나중에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 번쯤 보시는 게 어떨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영화음악도 좋구요.^^

Shining 2011-12-23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 읽지 않았습니다!(당당히 말하기) 왜냐하면 저는 이 영화 언제라도 꼭 보고 말거니까요ㅠ 그러니까 이 글은 영화 본 후에 읽을래요, 그래도 되죠?^^ 얼핏 듣기만 해선 모르지만, 이 영화 왠지 완전 제 스트라이크존 같거든요. 보고말테야..라고 타오릅니다ㅋ

맥거핀 2011-12-23 12:08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카피가 `당신의 심장에 드라이브를 건다..` 뭐 그런거였던 거 같은데요. 네..드라이브 겁니다. 강력 회전 스핀 드라이버 뭐 그런거. 저 같은 경우는 영화 후반부보다 전반부가 훨씬 좋았던 것 같아요. 그 불안하고, 두근두근한 뭐 그런거. 영화 초반 30분까지는 거의 올해 영화 중 넘버원급이네요.

뭐 리뷰야 영화본 이후에 읽어주시는 게 저로서는 좋죠. 할 얘깃거리도 있구요. 영화를 안 본 분에게 아무리 얘기해봤자, 그거 뭐 결국 아저씨랑 똑같네..이런 소리밖에 못 듣죠. 대신 나중에 꼭 읽기로 합의합시다.-_-;

Shining 2011-12-24 14:12   좋아요 0 | URL
네, 합의할게요ㅋㅋ 영화 보고나서 꼭 읽겠습니다-_-*

2011-12-2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도무지 언제쯤 이 영화를 보게 될지 몰라서, 일단 읽었습니다.
대놓고, 끝까지, 개폼 잡는 영화. 그런 영화 좋아해요. 게다가 음악과 장면이 모두 아름다운 영화라면 더 좋아해요.
시뮬을 얘기하는 시뮬이라.. 어떤 영화일지 궁금해집니다. 관심 가졌으니,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욧.^^

맥거핀 2011-12-28 12:50   좋아요 0 | URL
음..좋은 크리스마스를 보내셨는지, 괜찮은 연말을 보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언제쯤이 될지 모르지만 이 영화 꼭 한 번쯤 보셨으면 좋겠네요. 특히 더구나 개폼을 좋아하신다면 말입니다.^^ 이 영화는 뭐 개폼을 빼면 영화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정도니까요. 음악도 정말 좋구요.

ICE-9 2011-12-28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정말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멜빌의 `사무라이`를 강하게 연상시키기도 하더군요^ ^ 아무튼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한 영화에요.

맥거핀 2011-12-28 12:5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헤르메스님.^^ 평론가들이나 리뷰어들 사이에 멜빌의 그 작품을 비교하여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조금 있더라구요. (저는 사실 그 영화를 보지 못해 할 말이 없지만요. 고전영화 잘 몰라요.;) 저도 올해의 베스트에 뒤늦게 넣어 봅니다. 초반부 몰입감이 상당했어요.

Shining 2012-02-2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약속대로 <드라이브> 보고 맥거핀님의 리뷰 읽었습니다-_-*
예상대로 제 스트라이크 존이었어요.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도, 캐리 멀리건의 샤방한 얼굴도 영화에 적합했다는 것에 동의하구요. 오오, 헤르메스 님의 댓글을 보니 멜빌의 <사무라이>를 떠올린 것이 엉뚱한 예측은 아니었군요.

그나저나, 저는 언제나 맥거핀님처럼 일관성있고 조리있게 글을 쓸까요(휴).

맥거핀 2012-02-21 00:02   좋아요 0 | URL
네..모두들 이렇게 Shining님처럼 약속을 잘 지킨다면, 우리 사회가 정말 따듯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될텐데, 라는 국정홍보처스러운 뻘생각을 뜬금없이 해봅니다.

그쵸..이 영화 상당히 괜찮습니다. 처음에 음악이 깔리고, 제목이 화면에 떠오를 때 두근두근하지 않았나요? 여러 분들이 멜빌 영화를 이야기하시니 한번쯤 봐서, 저도 나중에 다른 영화 얘기할 때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Shining 2012-02-21 10:1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 아이리시스님한테도 의지짱이란 소리 들었는데ㅋ
저는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응원합니다-_-(이러기ㅋ)

맞아요, 두근두근하면서 뭔가 빠져드는 느낌. 엘리베이터신도 좋지만,
그래도 역시 이 영화의 백미는 오프닝+_+

맥거핀 2012-02-22 01:25   좋아요 0 | URL
요새도 오프닝에 깔렸던 음악을 가끔 듣고 있어요. 들을 때마다 뭔가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 기분이 묘해집니다. 이런 말은 오바인듯도 싶지만, 영화가 뭔가 아름다워요.
 

글: 원승환(전직 독립영화인) [2011.10.11]

(원문 주소: http://www.kmdb.or.kr/indie/board/column_list.asp?seq=49&GotoPage=1)

 

 

영화를 접하는 것은 점점 쉬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과거 영화관 같은 상영 공간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영화는 TV의 등장으로 관람 공간이 확대되어 집에서도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비디오 매체의 등장으로 관람 시간 마저 자유로워졌습니다.(보고 싶은 때에 재생할 수 있고, 관람 도중 중단하고 재개할 수도 있습니다.) 케이블 TV의 등장으로 영화전문채널도 생겼고,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WEB으로, VOD로 영화를 접하는 것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최근엔 VOD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케이블TV나 IPTV를 통해) 개봉과 동시에 영화를 접할 수도 있습니다. 독립영화를 접하는 방법도 훨씬 많아졌고 편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영화관에서 찾아볼 수 없었지만,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이 시작된 이후 개봉 상영도 많이 보편화되었고, 지상파 TV에서도 방영되며(KBS [독립영화관], EBS [독립다큐관]),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도 선보였으며(인디플러그), (아직은 많은 지역에서 서비스되고 있지 못하지만) 독립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인디필름)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보면 마음만 먹으면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은 한국 전체 스크린의 1%도 되지 않으며, 예술영화전용관이 존재하는 지역이 아니면 개봉되는 독립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란 언감생심입니다. 개봉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말은 '영화관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외'한 기회가 늘어났다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를 영화관을 통해 관람하는 관객들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워낭소리>처럼 엄청난 관객을 모으는 영화가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2011년엔 1만명 이상의 관객이 찾은 독립영화가 많아졌습니다. 독립영화인들이 영화관을 통해 상영하는 기회를 늘이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독립영화를 보고 싶어하며 찾아주기 때문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이런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존경이라는 말이 과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단한 분들인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주류의 취향과는 다른 취향으로 영화를 선택하고 보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독립영화 관련 일을 그만 두고 관객으로 돌아가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봐야하는 상황이 되자,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새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가는 일에 대해 상상해봅시다. 대부분 이런 식이겠지요. 영화를 먼저 선택하고 영화관을 찾거나, 가기 편한 영화관을 먼저 선택하고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중 볼 영화를 선택해서 봅니다. 인기 있는 주류 영화의 경우, 매진이 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도 관람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영화관들은 몇 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이기 때문에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도 많고, 이에 따라 상영 시간 역시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편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영화를 보러가는 일은 이와는 많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보는 일처럼 행동해서는 곤란합니다. 아무 영화관에 찾아가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립영화를 자주 상영하는 예술영화관 같은 곳을 찾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곳을 찾는다고 해서 보고 싶은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를 선택하고, 영화관을 찾더라도 상영시간이라는 장벽을 만나게 됩니다. 상영시간과 자신의 일정이 맞지 않으면 영화를 볼 수가 없습니다. 최근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의 숫자에 비해 개봉하려는 영화가 많은 탓에, 대부분의 예술영화관들이 하루에 여러 편의 영화를 상영하여 영화당 1회씩 상영하는 경우가 잦아 무작정 영화관을 찾아서는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없습니다. 어느 사이 개봉 독립영화를 보러 가는 일이 영화제나 시네마테크를 찾는 일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주로 스크린이 하나인 예술영화관이 보다 많은 영화를 상영하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멀티플렉스는 어떨까요? 유감스럽게도 멀티플렉스의 상황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러 개의 스크린이 있다 하더라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스크린이 하나 뿐이라 하루에 여러 영화를 교차상영하기 때문에 상영시간에 내 일정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보는 것은 영화관의 사정에 내 일정을 맞춰야 하는 조금은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원하는 영화를 꼭 보기 위해서 희생해야하는 것들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분들이 존경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만족스럽지 않은 상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를 찾아주시는 관객 분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독립영화 관객이 된 후, 상영 시간의 아쉬움 말고 또 다른 아쉬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예술영화 스크린을 찾으면서 알게된 것인데요, 다른 영화와 똑같은 관람료를 지불하고 영화관이 지정한 시간에 자신의 일정을 맞춰 영화관을 찾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를 보는 관객에 비해 '항상'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를 봐야합니다.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 스크린은 해당 극장의 스크린 중에서 좌석수가 가장 적은 곳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영화들 처럼 넓은 스크린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주 상영하지 않는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과 영화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뜻일텐데, 보러가는 영화가 시장성이 떨어지는 영화란 이유로 늘 홀대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예술영화 스크린을 운영하는 멀티플렉스들은 관객에게 대단한 혜택을 돌려주고 있는 마냥 스스로를 홍보합니다.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예술영화 스크린을 운영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사실 예술영화스크린의 좌석수는 각 멀티플렉스 체인이 가진 전체 좌석수의 1%에도 미치지도 못하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무비꼴라쥬라는 브랜드로 가장 많은 9개의 스크린을 운영한다는 CGV의 무비꼴라쥬 좌석수는 9관을 다 더해도 1천석에 미치지 못하며, CGV 전체 사이트 좌석수의 1% 미만입니다.) 그리고 그 스크린의 관객들 역시 동등한 입장료를 내고 영화관을 찾습니다. 시장성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보다 수익이 낮을 수는 있지만, 대단히 많은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스크린이 존재에는 사업자 측의 배려도 있겠지만, 다른 영화에 비해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를 감수하는 관객들의 배려 역시 중요한 근간임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일까요? 그렇게 삐딱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공간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과거 독립영화가 애초에 개봉 상영을 못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환경이 얼마나 나아진 것인지 생각하며 행복해야 마땅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의 조건을 무조건 긍정해야 한다는 것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습니다. 멀티플렉스가 한국에 등장한 이후, 각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영화관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과 새로운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영화관객수는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이전보다 늘어났습니다. 이런 변화가 독립영화와 무관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영화를 선택하고 찾아보는 환경이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아진다면, 개인의 일정을 영화의 일정에 맞추지 못해 관람을 포기한 관객들이 영화를 찾게 될 것이고 보다 많은 새로운 관객들 역시 유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CJ E&M 픽쳐스의 계열사인 필라멘트 픽쳐스가 배급한 <파수꾼>은 영화관이 배려한다면 독립영화 역시 조금 더 많은 관객이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작은 스크린, 작은 상영관 크기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스크린은 관객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공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관을 사랑하는 관객들도 매우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이 이런 열성적인 관객들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개선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영화를 공짜로 보는 것도 아니고, 영화관람료 이상의 개인적 비용을 지불하고도 기꺼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조금 더 신경쓰는 일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때엔 지금보다 큰 상영관의 넓은 스크린에서 독립영화를 보게 되는 날이 오기를 살며시 바래봅니다.

 

 

어떤 자기위안으로 이 글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글의 두 가지의 문제의식에 적극 공감하기 때문이다. 일단 하나는 멀티플렉스에 대한 것인데, 현재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많은 멀티플렉스는 대부분, 독립영화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 한 개의 영화를 몇 개의 스크린에 동시에 걸어, 멀티플렉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관객의 선택권을 빼앗아버리는 것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고, 대부분의 멀티플렉스의 경우 독립영화나 '소위' 예술영화들을 거의 상영하지 않는다. 서울을 예로 들자면, CJ CGV의 무비꼴라쥬나 대한극장 등이 그나마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는 극장인데, 그 라인업을 보면 거의 구색맞추기에 가깝고, 또 상당수의 영화들이 1-2주의 상영으로 그치거나, 심한 경우에는 개봉 하루이틀만에 교차상영(2개 이상의 영화를 번갈아 한 관에 상영하는 것)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작은 영화들에 대한 정보를 겨우 찾아야만 알 수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더라도, 이미 상영관을 확인해보면, 상영이 끝난 이후인 경우가 허다하다.

 

보다 문제는 이런 영화들이 작은 상영관, 작은 스크린, 불편한 관람 환경에서 상영되는 것이 거의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작은 영화들은 지하 1-2층, 혹은 아주 꼭대기의 아주 작은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독립 영화들과 예술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극장들은 일단 극장을 찾는 교통편에서부터 고역을 치러야 하며, 작은 스크린과 좁은 의자에, 앞사람의 머리가 스크린을 가리는 불편한 환경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글쎄. '좋은 영화'를 보여주므로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좋은 영화'를 상영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관객들의 '호의'로 웃어넘겨야 하는 것일까. (요즘 왠만한 멀티플렉스에서 앞 사람의 머리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스크린을 가린다면, 아마도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칠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작은 영화관에 갈 때는 도리어 사람이 많다면 걱정부터 되기도 한다. 평소와 같이(?) 사람이 없다면,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때로는 웃어넘길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경우도 많다. 단순히 '자리'의 불편함을 넘어, 형편없는 영사 환경에서 영화가 상영될 때가 그런 경우인데, 예를 들어 대한극장을 관리하는 분들은 작은 영화가 주로 상영되는 지하 1층 상영관이 거의 1년 내내 핀트가 나간 상태에서 영화가 상영되며, 그래서 때로는 심할 정도로 뿌연 화면을 보여주는지를 알고 있는지, 그리고 CGV 관계자들은 대학로 CGV 지하에 있는 작은 상영관인 5관의 스크린 가운데에 미세한 찢어진 틈이 있어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서울이라서, 이런 영화들이라도 볼 수 있으니 낫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작은 영화관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나마 버텨주고 있어서 고맙다고 해야하는 것일까(그간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던 많은 영화관들이 사라졌으므로). 구색맞추기라도 멀티플렉스들에서 독립영화들을 (아주) 가끔 상영해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정말 잘 모르겠다.

 

 

덧 1.

 

그래서 요즘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두 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주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들을 상영하면서도 거의 최상의 상영환경을 자랑하는(멀티플렉스들과 비교해도 동급최강의), 건대에 있는 KU시네마테크이고, 다른 하나는 큰 영화제는 물론이고, 작은 영화관들에서 상영되는 자잘한 영화제들이나 상영 소식들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여기 '알라딘 무비 어드바이저' 서재이다. 개인적으로 작은 영화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전전하는 편인데, 어느 사이트를 보더라도 여기 서재처럼 총망라하여 잘 전달해주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담당자님의 성실한 노력에 감사를 표할 뿐이다.

 

덧 2.

 

 글이 링크가 된 트위터에 다음의 추가 문구가 달려 있던데, 적극 동감한다. "새롭게 안 사실인데, 이 나라에서 독립영화 따위를 극장에서 보려면, 우선 졸라 자유업이거나 백수거나 둘중에 하나여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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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1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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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1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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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2 17: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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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3 0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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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3 1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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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4 14: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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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5 1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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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관이라도, 온전히 독립영화에 할애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교차상영, 조기종영.. 어찌나 짠지 말입니다. 대기업 멀티플렉스들, 16개관이나 되고 그러면, 작은 관 하나쯤 시원스레 통째 내줘도, 여러 모로 손해보단 이익이 많지 싶은데... 라고 인천 살 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아랫동네로 내려오고 보니, 아예 접근불가능인 영화가 아주~ 많네요.
독립영화 따위를 보려면, 졸라 자유업 + 백수 + 수도권 거주..여야 하는 거지요.-.-

맥거핀 2011-12-22 17:39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대기업들이 영화 사업에 뛰어들면서 작은 영화관들이 많이 사장되었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극장들보면 독립영화에 대한 배려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 그래도 뭐 하고 있음..이런 수준이지요. 가끔은 멀티플렉스가면 서글플 때가 있어요. 니네는 지하가서 봐! 이러는 거 같아서..그렇다고 독립영화 관객이 돈을 적게 내는 것도 아닌데요.

하기는 또 이것도 분명히 배부른 소리일 수 있겠지요. 저도 확실히 다른 분들보다는 일이 자유로운 편이라 그나마 몇 개의 영화를 보는 거니까. 거기다가 수도권 거주구요. 다른 분들에 비해 상당히 좋은 조건이네요.^^; 지방에도 시네마테크나 독립영화 전용관들이 많이 생기면 좋으련만, 이 나라의 문화정책이란 게 점점 퇴보하고 있으니..독립영화라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더 지원을 해줘야 상영도 하고, 영화를 제작할 수도 있는데, 뭐 거의 자유방임이거나 도리어 방해하는 측면도 있고..좀 다른 얘기겠지만, 얼마전 씨네21에서 대기업들의 영화 사업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한 글을 보았는데, 조금 걱정이 되더라구요. 통합과 거대화가 도움이 되는 사업도 있겠습니다만, 영화에서 만큼은 거대화와 그에 따른 계량화란 다양성을 무너뜨리는 지름길인데, 다양함이 없는 문화란 곧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마련이죠.

ICE-9 2011-12-2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사실 멀티플렉스가 도입될 초창기 부터 영화의 선택권이 오히려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더욱 지배적이었죠. 몇 년 전 있었던 김기덕 감독의 항변 역시도 그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구요. 사실 영화에 대한 비평 담론에 사람들이 무관심해지고 더이상 영화가 오락거리 이상의 의미가 되지 못하게 된 것도 영화 산업이 대자본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되면서 맞물려 일어난 현상이 아닌가도 싶어요. 박정희가 보여주었던 압축적 근대화 그대로 헐리우드 영화 따라잡기 식의 산업적 주도와 그로 인한 유행이 그 전까지만 해도 풍부했었던 유럽 영화적 경험을(타르코프스키의 `희생`에 대한 우리나라 관람객수는 유럽 영화계까지 놀라게 만들 정도였죠.) 점차 일소시켰고 그렇게 더욱더 획일화되고 협소화된 영화적 경험의 창구로 인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가지지못한 대중이 이제 거기에 길들여져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구요. 생각해보면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것도 언제였나 싶네요. 길은 영화를 더이상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에 맡겨두어서는 안되고 말씀하신대로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정책이 있어야 할 듯 한데 참으로 요원한 게 사실이고 보니 그저 답답한 마음만 가득이로군요. 영화팬들은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적 경험을 위해 게릴라가 되어 각개격파할 수 밖에는 없는 걸까요?

맥거핀 2011-12-28 13:17   좋아요 0 | URL
네..동의합니다. 최근 대기업들이 영화 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영화는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대기업들은 오로지 산업에 기반한 사고만을 하니까요. 예를 들어 대기업 제작사들의 경우 시나리오를 신별로 모니터링을 하여 점수를 매겨 수정한다고 하던데, 참 우려되는 일입니다. 그렇게되면 필연적으로 `적당히 좋은` 시나리오만 살아남게 될 테니까요. 5점과 0점이 공존하는 영화가 매력적이지, 4점만 줄줄이 보여주는 영화는 무슨 매력이 있을까요.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김지운..등등의 새로운 작가주의 감독들과 특유의 프로듀서 시스템이 결합하여 만들어냈던 한국의 영화 르네상스는 지금으로서는 쇠퇴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박찬욱과 김지운은 할리우드로 갔고, 김기덕은 지쳐버렸고..새로운 박찬욱, 새로운 봉준호가 점점 튀어나와야 하는데, 현재의 대기업 시스템에서 가능할까요? 회의적입니다.

뭐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창구의 숫자 자체가 줄어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소위 `예술관`들이 선호하는 영화는 또 그 중에서도 따로 있다는 거죠. 지금 있는 영화들을 예로 들자면 그런 예술관들은 <르 아브르>나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은 틀지 몰라도, <잼 다큐 강정>이나 <하얀 정글>, 혹은 지나간 고전 같은 영화는 안 틀겠죠. 그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영화를 우리도 튼다` 이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하니까. 그래서 저는 대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들에 손 뗐으면 좋겠어요. 그런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정부의 지원 하에 독립된 상영관, 시네마테크에서 충분히 상영이 되는 시스템. (멀티플렉스들은 그토록 좋아하는 블록버스터나 잔뜩 하라죠. 뭐.)

근데 문제는 헤르메스님도 말씀하셨듯이 이게 가능해지려면 문화를 보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는 집어치우고, 보호와 지원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현재 이 정부 밑에서 가능할까요.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무엇인가 달라질까요. 현재로서는 억지로 영화들을 찾아보면서, 최대한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수밖에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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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12-1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의 중독음악.

맥거핀 2011-12-13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갖은 노력으로 새로운 편집기의 기능을 사용하여 동영상을 올리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예전의 방법으로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