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만에 드라마를 한 편 봤다. 넷플릭스에서 지난주에 오픈한 <고요의 바다>. 모두 8편으로 구성된 SF 스릴러 장르라고하나 할까. 아 참, 다수의 스포일러를 첨부할 예정이니 시리즈를 나중에 보실 분들은 미리 참고해 주시길.
시기는 2070년, 지구별에 대가뭄이 들어 식수 부족으로 모든 인류가 고통 받고 있다. 대가뭄과 더불어 환경 오염도 심각한 문제다. 결국 정부는 식수 등급제를 실시한다. 그러니까 클래스에 따라 물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돈이 물로 바뀐 거라고나 할까. 물론 돈이 없어도 살 수 없지만, 물은 바로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 차원이 다르다고나 할까. 하긴 돈이 없어서 살 수 없는 건 마찬가지구나.
그렇게 밑자락을 깔고, 우주항공국인가 하는 조직에서 동물 생태학자 송지안 박사(배두나 분)를 달나라 탐험대에 스카웃한다. 송지안 박사의 언니인 송원경 박사가 5년 전, 달나라 발해기지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고로 백여명의 연구원들이 사망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정부에서는 송지안 박사에게 말로만 듣던 골드카드(물을 맘대로 쓸 수 있다!)를 발급해 주었다.
대장 한윤재(공유 분)를 필두로 하는 총 11명의 대원들이 스페셜 미션을 받고 발해기지로 출발한다. 지금은 우주선 하나도 못 쏘아 올리는 한국이지만, 지금으로부터 한 반세기가 흐른 뒤에는 달나라에 기지도 운영할 만한 그런 강소국이 된 모양이다.
탐험대의 임무는 24시간 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샘플을 회수해서 귀환하는 것이다. 물론 그 샘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안알랴줌. 이 정도야 기본이 아닌가. 그런데 달나라 탐험대는 출발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달착륙이 엉망이 되면서 대원들이 몰살할 뻔한 위기를 넘긴다. 다만, 대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달 체험이 있는 황차장이 죽었다.
이제 열명으로 이루어진 대원들은 발해기지에 도착하는데 성공한다. 이번에도 공기가 달랑달랑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리고 물론 지구별과의 통신이 두절된다. 이건 왠지 추리소설이 밀실 트릭처럼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발해기지에서 사망한 용병과 연구원들이 차례로 발견되는데, 하나 같이 익사체의 전형적인 증장을 보여준다. 이에 송지안 박사와 홍닥(김선영 분)은 즉시 부검을 요청하지만, 한윤재 대장은 그들의 의견을 거부하고 미션에 집중해야 한다며 다른 의견들을 제압한다. 하지만, 그들이 찾는 샘플은 모두 사라졌거나 훼손되었다.
이 와중에 맨 마지막에 합류한 이기수 부조종사가 외부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그는 RX라는 자원업체의 스파이였다. 제대로 된 스파이 활동을 펼쳐 보이지도 못하고 발해기지에 있던 괴물체에 의해 살해당한다. 이 광경을 목격한 송지안 박사. 그리고 대원들이 차례로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대원들이 희생되어 가는 와중에 대원들의 임무인 샘플이 바로 송지안 박사의 언니인 송원경 박사가 달나라에서 발견한 월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귀한 물질을 가지고 지구로 귀환하게 되면, 지구의 고질적인 식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5년 전, 방사능 유출 사고로 발해기지 연구원들이 죽은 게 아니라 바로 이 바이러스 성격을 지닌 월수 유출 사고로 희생된 거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야기가 좀 뒤죽박죽인데, 송원경 박사는 동생 송지안에게 “Find Luna”라는 비밀 메시지를 남겼다. 여기서 루나는 바로 지난 5년 간 발해기지에서 생존하는데 성공한 생체 실험체인 루나였다. 인간의 혈액에 반응하는 월수의 자가증식이라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지구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달기지에서 정부는 루나073에 달하는 숱한 비윤리적 생체 실험을 해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모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달나라 기지에서 루나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점이다. 그리고 기이하게도 공기 문제야 그렇다 치고, 드라마에서 대원들이 무언가를 먹고 마시는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과학적인 오류들이야 그렇다치고 생존이 필요한 요소들이 무시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조금 들었다.
발해기지의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RX에서 파견한 스파이는 이기수 뿐만이 아니었다. 훨씬 더 위험한 메인 빌런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류태석 대위(이준 분)였다. 그는 5년 전, 발해기지 봉쇄작전에 가담한 전력이 있었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해서 다수의 연구원들을 희생시켰는지 그 광경을 목격한 류태석 대위는 그럴 바에야 차라리 RX로 넘기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 다른 동료 대원들을 죽이면서까지 월수 샘플을 확보하고, 대원들을 방해하는데 전력한다. 결국 발해기지를 파괴시켜 버리는 파국적 결정의 주인공이 된다.
송지안 박사 역시 월수 바이러스에 오염되어 “고요의 바다”에 빠질 뻔한 위기를 맞지만, 월수에 항체를 가진 루나와의 잦은 접촉으로
결국 발해기지 작전에서 가까스로 생존하는 데 성공한 인물들은 송지안과 홍닥 그리고 루나 뿐이다. 심지어 루나는 달에서 우주복도 안 입고 돌아다니더라. 확실히 인간과 다른 존재일까. 그렇게 일단(?) 세 명은 지구별로 귀환하는 것으로 시즌 1이 끝난다.
관건은 마지막 영화 <부산행>에서처럼 자신을 던져 가며 다른 대원들을 살린 한윤재 대장의 생존에 관한 건데, 에피소드 8의 결말만 봐서는 그가 죽었는지 과연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다. 너튜브에서는 시즌2를 위한 자금이 제작을 맡은 정우성에게 입금이 되면, 한 대장이 극적으로 부활할 수도 있다는 말이 어찌나 와 닿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왠지 시즌 2가 제작되면 시즌 1만 못하지 않을까라는 그런 노파심이 살짝 든다. 무대는 제한된 공간이었던 달에서 지구별로 이동했지만,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대원들의 입을 막지 않는 이상 정부의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들을 언제까지나 감출 수는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루나의 존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월수는 잘 사용하면 인류에 도움이 되겠지만, 반대로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그런 물질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핵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물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상식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