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갤 가돗은 3,15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이 버는 여배우 3위에 올랐다.
넷플릭스에서 자그마치 2억 달러를 들여 제작한 <레드 노티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우선 주연을 맡은 드웨인 존슨과 갤 가돗에게만 각각 2천만 달러의 출연료를 지급했다고 한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스케일이 정말 대단하다.
로마의 산탄젤로 성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발리의 바닷가, 러시아의 고립된 요새 같은 감옥, 스페인 발렌시아의 고급 빌라, 아르헨티나의 정글 그리고 사르디니아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 전 세계를 누빈다. 그러니까 이 정도의 잘 차린 상인데 늬들이 거부할 수 있어? 이렇게 묻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1세기 영화 기술의 놀라운 발전 중의 하나는 아마도 드론의 사용이 아닐까 싶다. 예전 같으면 비용과 기술적 측면에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원거리 샷부터 시작해서, 주밍아웃에 이르기까지 이제 영화 기술에 불가능은 없어 보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서사에도 많은 신경을 쓴 듯, 배우들이 지나가면서 던진 떡밥 같은 이야기 하나 허투루 들으면 안된다. 모든 것이 나중에 다 써먹게 되니 말이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코디미 액션 스릴러 장르로 구분을 했는데, 일견 이해가 가는 분류가 아닐까 싶다.
로마 산탄젤로 성에 삼엄한 경비 속에 귀중하게 모셔진 클레오파트라의 세 개의 알 중 하나를 노리는 첩보다 있다는 전언과 함께 FBI 프로파일러 존 하틀리(드웨인 존슨 분)와 이태리 인터폴 요원 어바시 다스(리투 아리아 분) 요원이 다짜고짜 들이닥친다. 하틀리는 이미 클레오파트라의 알이 바꿔치지기 당했을 거라는 말을 하면서, 꼬마 관람객이 들고 있던 콜라를 냅다 클레오파트라의 알에게 붓는다. 그리고 바로 녹아내리는 클레오파트라의 알. 이것은 콜라 선전인가?
바로 그 때, 누군가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하틀리 요원은 그를 쫓기 시작한다. 그는 바로 미술품 절도 업계의 1인자로 불리는 놀란 부스(라이언 레이놀즈 분)다. 산탈젤로 성 내부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인 끝에 부스는 클레오파트라의 알을 들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리고 이번의 무대는 발리. 자신의 은신처로 돌아온 부스를 기다리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하틀리 요원이다. 어떻게 추적했는지 무장한 다스 요원 일행이 부스를 체포해서 탈옥이 불가능한 모처로 이송시킨다. 이미 인터폴 적색 수배 목록에 오른 부스는 18개국에서 추격당하고 있는 중이라, 주어리딕션이 가능한 지역을 고르기만 하면 될 정도다.
안전하게 되찾은 클레오파트라의 알은 또다시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다. 그의 이름은 바로 비숍(갤 가돗 분), 일명 새러 블랙으로 알려져 있다. 진품 클레오파트라의 알로 바꿔치기하고, 하틀리 요원에게 누명을 씌워 혹한의 로씨야 감옥으로 하틀리 요원을 이송시킨다. 그리고 그의 범털 동지는 바로 부스다. 오 놀랍군! 이런 걸 운명의 연속이라고 해야 할까?
드디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비숍은 그들에게 제안을 하나 한다. 자신이 첫 번째 클레오파트라의 알을 가지고 있고, 곧 교살과 무기상으로 악명 높은 소토 보체가 소장하고 있다고 알려진 두 번째 알도 수중에 넣을 거라는 계획을 두 명의 죄수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 클레오파트라의 알의 소재를 알고 있다는 부스에게 소재지를 불라는 거다. 그러면 자신이 클레오파트라의 전설적인 알 세 개를 구해서 의뢰인에게 가져다 주는 댓가로 받게 될 3억 달러의 10%를 주겠다고 했던가.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갤 가돗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팜므 파탈의 그것이다.
하지만 부스가 누구였던가? 바로 탈옥 전문가가 아니었던가. 하틀리 요원과 옥신각신하며 치밀하게 세운 탈옥 계획을 실행하면서, 바윗돌 젱가로 가볍게 도저히 탈옥이 불가능해 보이는 로씨야 가막소를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총격전은 기본이고, 부스와 하틀리가 탄 헬리콥터에 버주카포를 날리는 장면은... 아무래도 좀 너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재밌긴 했지만 말이다.

적으로 만났지만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서로 정이 든 파트너들은 의기투합해서 소토 보체가 가지고 있다는 두 번째 클레오파트라의 알을 탈취하기로 합의한다. 하틀리는 자신에게 덫을 놓은 비숍을 잡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을 불태운다. 다음 무대는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소토 보체의 스페인 발렌시아 빌라다. 소토는 자신의 집을 누추한 집(humble home)이라고 명명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탱고 음악이 플로어에 퍼지는 순간 등장한 하틀리와 숙적 비숍은 멋들어지게 댄스를 한 판 땡긴다. 아, 그리고 보니 부스와 하틀리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발렌시아로 향할 때, 하틀리가 입고 있던 ‘아이 갓 어 댄스’였던가 어쨌던가. 더록의 댄스 실력을 보여줄 거라는 예고였던가. 이렇게 <레드 노티스>는 정말 하나도 놓치면 팔로우업이 힘든 영화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두 번째 클레오파트라의 알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천신만고 끝에 알을 손에 넣는가 했지만, 비숍과 소토가 동맹 사이였다는 것을 확인하며 부스와 하틀리는 그들의 포로가 되고 만다. 그리고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지는 투우장 지하에서 깨어난 부스와 하틀리. 스페인하면 연상되는 투우 시퀀스를 집어넣는 클레셰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만 또 이런 게 영화의 맛이 아닌가. 그동안 코로나로 지친 관객들에게 가보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들에 대한 진기한 장면들을 가능하면 많이 선사해 주겠다는 데 팬으로서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 우리 너무 까칠하게 굴지 말자고 그래.
이제 정식 파트너가 된 하틀리에게 엄청난 전기 고문을 해대면서 결국 부스의 자백을 받아내는데 성공한 비숍. 그녀는 소토에게 뒷통수를 치고, 부스가 알려준 이집트로 마지막 알을 구하기 위해 떠난다. 간신히 빈사 상태에서 일어난 소토가 비틀거리며 여전히 고문대에 묶여 있던 하틀리와 부스에게 총질을 해댄다. 흥분한 소뿔에 하틀리가 받치는 수난을 겪으며 탈출하는데 성공한 두 파트너들. 그들의 다음 목적지는 부스의 아버지가 남긴 시계 단서를 이용해 찾게 된 총통 히틀러의 예술품 수집가였던 작자가 기계 부품이라는 명목 아래 2차세계대전이 끝난 다음, 아르헨티나로 밀반출한 진귀한 예술품들을 찾는 것이었다.
아르헨티나 정글에서 헤매던 하틀리와 부스는 우연히 나치의 보물창고를 발견하게 된다. 부스는 비밀 계단을 내려 가면서 <인디애너 존스>의 노래를 아마 휘파람으로 불었지. 지하 저장고는 <인디애너 존스> 1편의 엔딩 시퀀스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여기서도 한판 액션이 펼쳐지는 건 기본이다. 자, 과연 쫓고 쫓기는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클레오파트라가 남긴 세 개의 알들은 과연 무사히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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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제작한 <레드 노티스>의 전개는 무척이나 빠르고 팔로우업이 쉽지 않다. 간간히 보이는 서사의 구멍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몰아닥치는 액션 씬으로 대체된다. 그리고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구성된 해외유람식 볼거리로 관객들의 ‘이건 뭐지?’라는 사고를 봉쇄한다.
인디애너 존스가 사라진 언약궤를 찾아 이집트의 사막을 누빈다는 설정에 착안해서 이번에는 클레오파트라의 알이라니... 사라진 언약궤의 전설은 들어 보았지만, 클레오파트라의 알들은 참 낯설다. 로마와 발렌시아까지는 몰라도, 아르헨티나는 아무래도 너무 멀리 가버린 그런 느낌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오뎃사 프로젝트로 수많은 나치 고위 관계자들이 라틴 아메리카로 숨어들어 이름과 정체를 숨긴 채 생존했다는 썰도 <레드 노티스>의 각본을 맡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게 아닐까 싶다.
비꼬기가 난무하고, 아무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끝까지 유지된다. 결국 이놈도 저놈도 다 믿어서는 안된다. 나쁜 놈, 이상한 놈 그리고 더 나쁜 놈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부스와 하틀리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는 그 정도면 애교지 싶다. 물론 부스의 경우, 아버지가 그렇게 애타게 찾던 시계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이 나름 신선했다고나 할까.
이런 영화가 속편이 나오지 않는다면 너무 아쉽지 않을까? 기껏 결성한 더록, 갤 가돗 그리고 데프풀 트리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뱀다리] 엔딩 시퀀스에 나오는 왕년의 밴드 듀런 듀런이 부른 ‘노아~ 노아~ 노토리어스’는 내게는 듀런 듀런의 마지막 힛트곡으로 기억된다. 요즘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알랑가 모르겠다. 한창 잘 나가던 듀런 듀런이 내분으로 박살내고 3인조로 거듭나서 발표한 곡이다. 지금 다시 들어도 너무 좋다. 팀의 리드 보컬 사이먼 르본이 뮤비에서 신나게 탬버린 흔드는 장면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