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도서관
앨런 홀링허스트 지음, 전승희 옮김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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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것 같은데 국내에 처음 소개된 <아름다움의 선>이 나온 지 3년이나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앨런 홀링허스트 문학 세계의 시원을 알 수 있는 데뷔작 <수영장 도서관>이 나왔다.

 

<아름다움의 선>이 좀 세련되고 다듬어진 느낌이라면, 역시 <수영장 도서관>은 데뷔작답게 거칠고 직설적이라는 느낌이다. 홀링허스트 저자가 인도하는 런던에 사는 게이들의 삶은 정말 낯설게 다가온다. , 같은 저자가 번역을 맡아 주어 일관성 유지라는 점은 합격이다.

 

시대적 배경은 1983, 마거릿 대처 수상이 이끄는 보수당이 포클랜드 전쟁의 승리로 6월에 있었던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의 경제적 성과는 미비했다. 주인공은 25세의 매사에 자신만만한 남자 윌(리엄) 벡위스다. 딱히 직업은 없고, 부모 특히 할아버지 벡위스 경을 잘 만난 덕에 런던에 아파트에서 잘 먹고 잘산다. 홀링허스트 작가의 다른 주인공들처럼 학벌도 끝내준다. 풍부한 교육의 수혜자라고나 할까. 옥스퍼드 코퍼스 칼리지에서 역사를 전공한 윌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대신, 쾌락에 탐닉한다. 디테일이 너무 강력해서 놀랐다. , 그야말로 스트레이트 포워드하구만 그래.

 

자신보다 8살 어린 아서를 집에 들이고, 그가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가스라이팅을 하기도 한다. 어째 그가 접하는 관계들이 나는 좀 탐탁지 않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가 다니는 코린시언 클럽은 쾌락주의자들의 사냥터이기도 하다. 특별한 일도 하지 않으면서 오직 쾌락을 쫓는 젊은이를 위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살던 윌은 어느 날 공중 화장실에서 노인 한 분을 구조하게 되는데, 그가 소설의 지분 절반 정도를 차지하게 되는 찰스 낸트위치 경이다. 소설이 그리는 삶 가운데 우연은 필연으로 다시 등장하기 마련이다. 코리 클럽에서 윌은 찰스 경(83, 1900년생)과 조우하게 된다. 특유의 무심하면서도 예리한 판단력으로 윌을 관찰한 찰스 경은 무위도식하던 윌에게 자신의 회고록을 써달라는 제안을 한다.

 

그 어떤 것도 자신의 방탕에 가까운 자유로운 삶의 저해가 되는 요소들에 저항하기로 작정한 윌은 처음에는 찰스의 제안을 거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절친 제임스는 찰스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 , 참고로 제임스와 찰스 경 모두 동성애자들이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찰스 경과 엮이게 된 윌은 찰스 경이 써둔 방대한 지난 시절에 대한 기록들을 접하게 되면서 현재와 달리 게이들이 억압받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 만나게 된다.

 

나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홀링허스트 저자가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디테일한 문학적 구사를 하는 이유가 무얼까 하고 말이다. 주인공 윌의 방탕한 라이프스타일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젊은이가 자기 나름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네들의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그런 진 몰라도 저자의 적나라한 묘사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것을 낯섦에서 오는 불편함이라고 해야 할까. 띄엄띄엄 건너뛰면서 반세기를 넘나드는 성적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오롯하게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그들 세계의 이야기를 홀링허스트 작가는 독자에게 알리고 싶었던 걸까?

 

윌 벡위스는 우연히 알게 된 아서의 주소를 알게 되어 자신을 떠난 그의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 갔다가 스킨헤드족을 만나 무차별 폭행을 당한다. 아름다운 코뼈와 앞니 그리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한다. 호모포비아라는 형태로 나타난 차별과 혐오였다. 그러면서도 윌은 찰스가 부탁한 회고록을 쓰기 위해, 그의 저널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60년도 전에 윌의 윈체스터 선배이기도 했던 찰스가 살아온 삶의 내력이 되살아난다. 문득 영국 특유의 사립학교 제도와 남성위주 클럽 시스템이 성적 소수자들의 발현과 관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애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낯선 로맨스의 전개와 노골적인 성애에 대한 묘사에 자꾸만 불편해진다.

 

윌이 당한 폭행에 더불어 이번에는 윌의 절친인 제임스마저 경찰에 체포된다. 오직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는 윌과 달리 제임스는 응급의로 타인에 대한 봉사만을 해온 사람이 아니던가. 잘나가는 윌의 자극을 받았는지, 자신만의 사랑을 찾겠다고 거리에 나섰다가 잠복근무 중인 경찰에게 체포되는 희비극을 겪게 된다.

 

찰스는 자신을 찾아온 윌에게 새로운 자료들을 건네주는데, 그 자료에는 찰스의 과거에 대한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어쩌면 찰스는 윌이 알게 된 그 순간을 위해, 이 모든 걸 셋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교적 느린 속도로 전개되던 소설은 후반부로 가면서, 급발진하고 어느 순간 갑자기 연소되어 버린다.

 

홀링허스트 작가가 <수영장 도서관>에서 추구하는 호모섹슈얼리티에 대한 이해도가 나처럼 떨어진다면 아마 상당히 불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은 그런 점을 제외하고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점증되는 갈등과 긴장을 유지하는 작가의 솜씨는 대단했다. 윌의 시선과 찰스의 저널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해서 전개되는 내러티브 역시 일품이다. 동성애가 범죄로 취급받던 시절을 거쳐 온 베테랑 게이 찰스와 게이 해방 시대에도 여전히 소수자로 핍박받는 존재로 스킨헤드 일당에게 구타당한 윌의 이미지는 기묘하게 공명한다.

 

나의 공감이나 이해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서사였지만, 대단한 작품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네 삶의 양태가 그러하듯, 그 또한 역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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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6-29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이 작가가 내용과는 별개로 문장이 굉장히 세밀하고 문학성이 있나보네요. <아름다움의 선>표지 때문에..안 읽었는데 또 부커상이니 땡기기도 하고 섬세한 묘사가 궁금도 하고~^^

레삭매냐 2021-06-29 13:11   좋아요 1 | URL
<아름다움의 선>보다 성적 묘사에 있어
한 술 더 뜨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컨텐츠도 충격적이었구요. 데뷔작답게
세련됨보다는 거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글발은 죽입니다.
 
마이클 K의 삶과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6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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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었던 존 맥스웰 쿳시의 책이 재출간되었다. 역자는 예전과 같이 쿳시 작가의 전문 번역가라고 할 수 있는 왕은철 선생이 맡았다. 이번에 앨런 홀링허스트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동일한 역자가 한 작가를 전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는 쿳시 작가의 1983년에 발표된 네 번째 소설로, 작가에게 첫 번째 부커상을 안겨준(1983) 작품이다.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이클 K. 그의 삶은 참으로 모호하기만 하다. 쿳시가 인도하는 소설의 줄거리 역시 몽롱하다고나 할까. 구순열의 입술을 가지고 태어난 마이클은 헤이스 노리니어스 시설에서 자랐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정원사가 되었다. 그가 31세가 되던 6월의 어느 날, 가정부로 일하던 마이클의 어머니 안나 K가 수종증에 걸리고 병원에서 쫓겨나게 되자 모자는 어머니의 고향인 프린스 앨버트로 향한다. 당시 나라는 전쟁 중이었고(내전?)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이라 모든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어 있었다. 처음에 모자는 기차를 예약해서 떠나려고 했지만, 이주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발이 묶인다.

 

마이클은 얼기설기 만든 수레에 어머니를 싣고 도보로 머나먼 프린스 앨버트로 가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모자의 로드무비는 어머니가 결국 고향으로 가던 길에 돌아가시고 한줌의 유골로 변하는 장면으로 귀결된다. 안나 K가 죽은 뒤, 마이클은 병원과 수용소 그리고 경찰유치장을 들락거리는 신세로 전락한다. 사내는 어머니의 고향 프린스 앨버트의 버려진 피사기 농장에서 조용하게 살고 싶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우리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영혼의 소유자인 마이클은 도주에 도주를 거듭하는 위대한 탈출 예술가가 될 수밖에 없는 팔자였나 보다. 케이프타운의 시 포인트(Sea Point)에서 시작된 마이클의 여정은 래잉스버그, 크루이드폰테인 같은 정말 낯선 지명을 거쳐 프린스 앨버트에 도달한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음식조차도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야생화된 염소를 손으로 잡아먹고, 도마뱀붙이와 새총으로 사냥한 새들 그리고 개미 유충까지 가리지 않는 식성을 보여준다. 마이클은 그렇다면 야만인인가? 세상은 직업과 신분이 뚜렷하지 않은 마이클을 어떻게 해서든 구속하려 들고, 마이클은 반대급부로 탈출을 계속한다. 물론 마이클이 거창하게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것도, 자유를 갈구하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마이클에게 탈출은 주어진 지상과제가 아니었을까. 시민의 재산과 안녕을 보호해야할 군인들에게 어머니가 남겨 주신 돈을 털리기도 하고, 강도당할 뻔한 위기도 경험하면서도 고향을 향한 마이클의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 마이클의 모습을 지켜보는 독자의 시선은 염려로 가득하다.

 

다시 한 번 피사기 농장에 돌아온 마이클은 타인의 시선을 피해 가며 호박과 멜론을 재배한다. 다시 한 번 인간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전혀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하는 점이 부각된다. 버려진 농가의 헛간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이클은 이번에는 아예 토굴을 파고 살기로 작정하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다. 이번에는 산사람들, 게릴라와 내통하는 부역자로 몰려 케닐워스 수용소로 끌려간다. 우리의 주인공이 겪는 수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1부가 마이클의 시선에서 전개되었다면, 2부에서는 케닐워스 수용소 백인 임시 군의관의 시선이 주를 이룬다. 사실 소설에서는 마이클의 인종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을 때, CM(Colored Male)으로 분류된 정보에서 마이클이 유색인종이라는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다. 지난 1년간의 갖은 고생 끝에 바싹 여윈 마이클에 대해 군의관은 그야말로 아무런 조건 없는 시혜를 베푸는 헌신적인 박애주의자로 등장한다. 경찰들은 마이클이 게릴라들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에게서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군의관은 그들의 주장을 일축한다. 갓난애 같은 남자가 무슨 깡다구로 그렇게 위험한 산사람들과 협잡해서 공공의 질서를 위협하겠냐는 주장이다.

 

한편 마이클은 케닐워스 수용소의 병원에서 제공하는 각종 음식을 거부하는데, 그것은 백인 제국주의와 남아프리카 공황국에 만연한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거부의 상징이다. 그리고 숱한 고통을 거쳐 주체적인 인간으로 거듭나는 순간으로 해석하고 싶다. 마이클은 그저 자기가 애써 키운 호박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있냐고 묻는 질문에, 마이클은 몸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셈이다. 밥이 되던 죽이 되던 간에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맡겨야 하는데, 전지전능하다고 믿는 백인들이 구축한 질서 때문에 원주민들은 고통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소설 <마이클 K의 삶과 시대>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구속하는 전쟁 역시 백인들이 초래한 갈등에서 기원한 것이다.

 

마이클과 다수의 억울한 사람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그들을 착취하는 국가권력 혹은 부유한 지주들의 모습에서는 비인간적이고 냉혹한 자본주의의 실체가 떠올랐다. 하긴 사적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가 언제는 인간적인 적이 있었던가.

 

소설에서 마이클이 겪는 구속과 탈출의 쌍끌이 내러티브는 우리도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체의 구속으로부터의 영원한 탈출을 꿈꾸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계의 압박에 문득 나는 서글퍼졌다. 쿳시 작가의 전작에 도전하고 있는데, 지난번에 읽다만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너무 어려워서 절반 정도 읽다가 중단했다. 마저 읽어야겠다.

 


이것은 외국 원서의 표지인데, 마이클 K가 자신의 엄마 안나 K를 자신이 직접 어렵사리 만든 손수레에 싣고 떠나는 장면이다.

 

케이프라는 거대 도시에서 소외된 모자의 떠남, 무엇이 그들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 채 모험에 나서는 컷을 형상화한 표지다. 이렇게 책의 내용을 압축해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담은 표지들을 볼 때 나는 전율한다. 너무 놀랍기 때문에. 판타스틱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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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09 09: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걸 벌써 읽었어요? 이 신간으로??

레삭매냐 2021-06-09 09:59   좋아요 6 | URL
이것은 오래 전 리뷰의 울궈먹기
입니다.

동지들의 혹시나 하는 땡스투를
노린 ㅋㅋㅋ

바람돌이 2021-06-09 09: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허걱! 이거 어제 신간 뜬거 보고 보관함에 넣었는데 벌써 읽으셨단 말입니까?
놀라워요!!!!!

레삭매냐 2021-06-09 10:09   좋아요 5 | URL
재독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분량이 적어서 한나절이면
다 읽을 것 같네요.

3년 전에 읽고 쓴 리뷰랍니다.

그레이스 2021-06-09 1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
쿳시!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ㅠ

레삭매냐 2021-06-09 11:13   좋아요 4 | URL
이번에 다른 출판사에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새롭게 나온다고 하니
기대해 봅니다.

구간만 번역되어 나오고 신간은 좀
지지부진하네요.

Falstaff 2021-06-09 11:0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 또 쿳시.
전 이 양반 책이 불편하다고요. 그래 읽기는 읽어야겠는데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 우라질 작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다행스럽게 별점이 세 개이긴 합니다만. ㅋㅋㅋ

레삭매냐 2021-06-09 11:19   좋아요 5 | URL
별 다섯 개를 줄 정도로 미칠
정도로 좋지는 않아서...

어쨌든 백인 작가의 시선으로
남아프리카의 현실을 세상에
알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공
감하는데, 결국은 백인의 시선
이라는 한계 때문이지 싶습니다.

Falstaff 2021-06-09 11:25   좋아요 6 | URL
그것보다요, 쿳시 이 작자가 좀 과하게 연출하는 경향이 있어서 말입죠.
야만인을 기다리며에서 야만인보다 더 잔인하게... 달군 쇠를 눈동자 가까이 대는 백인 군바리들, 추락에서도 오버가 분명한 여러 장면들, 이런 것들이 저한테는 불편하거든요. 그러면 좀 에로틱 하든가 말이지요.
하여튼 서사는 좋은데 마음에 들지 않아요.

잠자냥 2021-06-09 11:45   좋아요 4 | URL
그러면 좀 에로틱 하든가 말이지요22222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6-09 11: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리뷰보면 재밌을 것 같고
(표지도 근사하네요!!)
게다가 쿳시인데! 별이 세 개. 고민됩니다. ‘추락‘하나 읽었을 뿐이지만ㅋㅋㅋ

레삭매냐 2021-06-09 13:47   좋아요 3 | URL
다시 읽어 보니 처음보다 책은
재밌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쿳시 작가에 대한 내공이 쌓인
탓이지 싶습니다.

전작 중인 작가인지라 거북스
걸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초딩 2021-06-09 1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아이 쿳시요!!! 좋네요~~~~
아 근데 별이 3개 ㅜㅜ라 고민이네요 저도

레삭매냐 2021-06-09 13:49   좋아요 4 | URL
절판돼서 구할 수 없었던 책인데다가
부커상 수상작이라는 아우라까지 있
으니 소장각이지요.

별점은 개의치 말아 주시길...
쓰리~풔어 어딘가 쯤으로 생각해 주
시면 될 듯 합니다.

초란공 2021-06-09 14: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로 나온 작업인 줄 알았는데 절판 되었던 책이 있었네요^^ 소개글 감사합니다. Thanksto도 성공하셨습니다 ㅋㅋ 일단 책장에서 발견된 <철의 시대>를 읽어야 겠네요~ ^^

레삭매냐 2021-06-09 15:04   좋아요 3 | URL
17년 전에 <마이클 K>라는 제목
으로 나온 적이 있답니다 :>

저는 그동안 12권의 쿳시 작가 책
을 읽었는데, <철의 시대>는 8번
째로 만난 책이었네요.

coolcat329 2021-06-09 1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재출간 반갑네요~~^^

레삭매냐 2021-06-10 10:10   좋아요 1 | URL
그동안 구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새로 나와
아주 반갑네요.

mini74 2021-06-10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철의 시대 재미있게 읽어서 ㅠㅠ 레샥매냐님께 감사감사를 ㅎㅎ

레삭매냐 2021-06-11 17:57   좋아요 1 | URL
오 미니님도 쿳시샘 팬이셨군요.

전 반다시 쿳시샘 전작 읽기에
성공할 겁니다 넵.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지만,

또 매년 물을 먹고 있는 작가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하야 하비에르 마리아스다.

 

나는 기이하게도 그의 책들을 계속해서 컬렉션하면서 결국 한 권도 읽지 못했다.

신간을 구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신공이라고 해야 할까나.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를 제법 읽었었는데...

왜 마저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새하얀 마음>을 읽고 나면 다시 도전해 봐야지.

 

근데 램프의 요정 검색기를 돌려 보니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그리고 <새하얀 마음> 모두 절판이 되었다. 유일하게 주문할 수 있는 책은 근간 <사랑에 빠지기> 뿐이다. 판권의 시효가 다 된 모양이다.

 

위키피디아를 검색해 보니 단편소설집, 바이오그래피 그리고 소설이 15개 그리고 삼부작까지 해서 총 18개의 타이틀이 떠오른다. 계속해서 번역만 된다면 노다지인 작가다 싶다.

 

올해도 <토마스 네빈슨>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는데, 소설의 주인공은 4년 전인 2017년에 발표한 <베르타 이슬라>에 나오는 캐릭터라고 한다.

 

우리 책동네에서 명성이 자자한 <새하얀 마음>이 고작 출간된 지 6년 만에 절판이라니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의 시작도 엄청났는데,

<새하얀 마음> 역시 스타트가 화끈합니다.

 

이 정도의 충격은 주어야 독자가 딴짓하지 않고 오롯하게 책에 집중할 수 있게 맹글어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빨랑 <수영장 도서관>을 읽어야 하는데, 또 삼천포로 달려 가게 되었습니다.

고질적인 이 책 읽다 말고 저 책 읽기병이 도진 모양입니다.

 

우리 책쟁이들에겐 아무리 많은 책갈피도 소용이 없다죠. 그래도 지난번에 램프의요정 중고매장에서 산 플라스틱 책갈피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답니다. 공룡이 삼총사는 당최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고요. 튼튼한 사파리 책갈피가 가름끈이 없는 책에 안성맞춤입니다. 단가는 3,500. , 몽땅 적립금으로 사용해서 구매했습니다. 그러니까 거저로 산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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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6-07 20: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윽! 이게 벌써 품절이라고요? 아이고.... 재밌는데....

레삭매냐 2021-06-07 21:41   좋아요 3 | URL
갠춘한 책들은 이래 절판이 되기
때문에, 당장 읽지 않는다고 하더
라도 살 수 있을 때 사두어야 한
다며 주술을 걸어 봅니다.

잠자냥 2021-06-07 21: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지금 제 머리맡에 있습니다. ㅎㅎㅎ 3분의 1쯤 읽다가 그만둔 지 몇 년째..; 그새 절판이군요. <사랑에 빠지기>는 생각보단 걍 그랬습니다. 암튼 <새하얀 마음>이 가장 재미난 것으로..

레삭매냐 2021-06-07 21:42   좋아요 2 | URL
전 아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초반이
상당히 흥미로웠지요.

부디 <새하얀 마음>을 뛰어넘는
더 멋진 작품이 속히 번역되길
비나이다 비나이다.

mini74 2021-06-07 2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ㅠㅠ 저는 하비에르? 하비에르 바르뎀? 만 아는 ㅠㅠ 새로운 작가에 재미있다는 책까지 알게 되네요 *^^* 그렇지만 절판 ? 슬프네요.

레삭매냐 2021-06-07 21:43   좋아요 3 | URL
아마 저라면 책사냥꾼의 본능이
발동해서, 중고로라도 쟁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절판된 책을 수중에 넣는 재미도
어찌 아니 즐거울까요.

새파랑 2021-06-07 22: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중고매장에서 발견하고 새하얀 마음이 되어 구매했던 기억이 나네요 ^^ 책을 알게된건 잠자냥님 리뷰였는데...

레삭매냐 2021-06-08 07:49   좋아요 2 | URL
절판된 책을 중고서점에서 만나게
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레이스 2021-06-08 08:07   좋아요 1 | URL
가격때문에 깜놀한적 몇번 있었어요
새책의 5배.
중고책방은 아니구요
개인 판매자들.
알라딘에서 가격조정을 좀 해줬으면 해요.

레삭매냐 2021-06-08 09:07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알라딘 직영은 그나마
합리적으로 가격이 책정되는데 개인
판매자들의 경우에는 자율이라 아마
알라딘에서 통제할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1-06-08 09:23   좋아요 1 | URL
알면서도 ...^^;
한번 말해봤습니다.ㅎㅎ

바람돌이 2021-06-08 0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절판이 안되려면 부지런히 읽는 것 보다 부지런히 사야할듯하네요. ^^ 좋은 책들이 절판되는건 언제나 너무 슬퍼요. ㅠ.ㅠ

그레이스 2021-06-08 05:05   좋아요 1 | URL
동의!

레삭매냐 2021-06-08 07:50   좋아요 2 | URL
항상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앞질러서 문제인 것 같습니다 ^^
 
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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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알라딘 이웃인 잠자냥님의 포스팅 덕분에 읽게 되었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개인적으로 고스톱을 무척 좋아한다. 오래전에는 거의 매일 같이 치던 시절도 있었다. 늦게 배운 도적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7장의 패를 받아 한 장씩 볼 때의 쪼는 맛이란 정말! 얼마 전에 읽은 윌리엄 트레버 선생의 <펠리시아의 여정>이 딱 그랬다.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그것을 눙치고 조근조근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대가의 기술은 대단했다.


 


대략 5년 전 즈음에 <비 온 뒤>란 소설집으로 트레버 선생과 처음 만났다. 그리고 가끔 그의 책들을 컬렉션하면서, 하지만 읽지 않으면서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알라딘 북플 동지인 잠자냥님이 최근에 올린 포스팅을 보고는 원래 도서관에서 빌려다 볼 생각이었던 이 책을 사서 읽었다. 다른 서점에서 사는 바람에 잠자냥님께 땡스투를 하지 못했다쏘리 볼, 버디.

 

하라는 책 이야기는 안하고 만날 이래 삼천포로 빠지누 그래. 우리의 주인공은 아일랜드 출신 소녀 펠리시아다. 그리고 그녀는 조니 라이서트라는 놈팽이와 불같은 사랑을 나누다가 그만 덜컥 임신해 버렸다. 나중에 드러나게 되지만, 조니란 녀석은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원수 같은 영국군에 자원입대한 배신자다. 펠리시아의 아버지는 절대 녀석과 결혼하면 안된다고 딸에게 당부한다.

 

사실 소설은 이미 증조 할머니의 돈을 슈킹해서 고향을 떠난 펠리시아의 시점에서 출발한다. 그러니까 과거의 플래시들이 무시로 등장한다는 점을 고려해 주시길. 나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볼 테니까. 펠리시아의 어머니는 8살 때 돌아가셨고, 육가공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펠리시아는 설상가상으로 임신까지 한 상태다. 그녀의 다음 선택은? 그렇게 영국 버밍엄 어딘가 잔디깎이 공장에서 일한다던(그것도 거짓말이었나?) 조니를 찾는 미션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런 펠리시아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악당 하나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의 트레버 선생이 어련히 준비해 주실까 보냐. 미스터 힐디치는 원래 송장 업무를 담당하다가 구내식당 매니저로 보직이전해서 안성맞춤의 활동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50대 남자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런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말이다. 소설에서 트레버 선생은 노골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그는 이미 다섯 명을 희생시키고, 여섯 번째 희생자를 물색하고 있는 시리얼 킬러다.

 

소설의 한 축에 낯선 땅인 잉글랜드 버밍엄에서 자신에게 모든 걸 거짓으로 꾸민, 조니 라이서트를 찾고 있는 펠리시아가 있다면 다른 한 편에는 위험한 포식자(carnivore) 힐디치가 있다. 유년 시절의 학대 그리고 군인이 되고 싶었지만 모병관에게 거부당한 장애의 소유자 힐디치. 거절과 고독 그리고 자기애 넘치는 외로움으로 똘똘 뭉친 힐디치는 펠리시아 같이 소외된 친구들을 사냥하는 몬스터였다. 트레버 선생은 이런 미스터 몬스터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암시만 할 뿐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전개로 긴장과 공포를 증폭시킨다. 내가 책을 읽는 내내 경탄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수녀원 정원사의 딸인 펠리시아는 자신이 처하게 된 작금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전의 일들을 곱씹으면서 느린 속도로 성장이라는 궤도에 오른다. 미스터 몬스터는 펠리시아를 돕는 척하면서 그녀의 돈을 훔쳐,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 절대 서두르지 않고 아무런 도움을 얻을 수 없게 된 그녀가 자신을 찾아오길 기다린다. 거미굴에서 함정을 파고 먹이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함정거미처럼 말이다.

 

그동안 펠리시아는 거리에서 돌팔이 전도사 캘리거리를 만나 신세를 지기도 하고, 일단의 노숙자들을 만나 임시거처에서 불편한 하룻밤을 나기도 한다. 세상에 선행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 없이 그런 선행을 베푸는 이들은 없다고 트레버 선생은 꼬집는 것 같다. 펠리시아는 미스터 몬스터가 자신의 돈을 훔치고, 심지어 자신이 찾는 조니 라이서트의 소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녀가 미스터 몬스터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는 가공할 만한 위험이 코앞까지 닥친 상황이었다. , 우리 가련한 펠리시아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하시다면 꼭 한 번 읽어 보시라.

 

트레버 선생은 <펠리시아의 여정>에서 고전 빨간 망토의 원형을 차용한 서사를 현대에 적용한 변용을 보여준다. 나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이가 알고 보니, 사악한 악당이었다. 선과 악이 뒤엉켜서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그런 분별력을 기르는 건 정말 어려운 미션이다. 그런 건 사실 누구도 정확하게 판단해서 알려주지 않는 법이다. 내 스스로 성장의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일수록 차분한 판단을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 등장하는 도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결론이 도출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oldie but goodie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트레버 선생은 영국의 사실상 식민지였던 아일랜드 역사에 대해 살짝 맛보기식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스러운 샘이 다루기도 했던 로저 케이스먼트(그나저나 왜 그 책은 아예 출간되지도 않는 건지 모르겠다)의 이름이 나와 반갑기도 했다. 펠리시아의 증조할아버지가 독립 투쟁 중에 사망한 것도 트레버 선생의 세심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펠리시아의 여정>으로 트레버 선생을 다시 보게 됐다. 이참에 읽다 만 <루시 골트 이야기>부터 다시 읽어야지 싶다. 그나저나 책은 어디에 있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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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07 12: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땡스 투 마음으로 잘 받겠습니다. 쪼는 맛 대단한 작품이죠. ‘빨간 망토‘와 연결지은 부분 흥미롭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06-07 13:17   좋아요 5 | URL
모든 문학 작품은 상호간의
variation 이다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었으나, 표현력과 구성
의 전개가 딸리는 관계로...

그리하였다 합니다.

새파랑 2021-06-07 12:4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곧 읽을거여서 자세히 안보고 살짝 본 ㅋ 레삭매냐님ㅡ잠자냥님ㅡ폴스타프님으로 이어지는 삼축이 너무 좋으면서도 두렵습니다 ㅡㅡ

레삭매냐 2021-06-07 13:17   좋아요 5 | URL
나름 스릴러물인지라 최대한
스포를 안하고 리뷰를 쓰려고
했답니다.

진짜는 엔딩에 쿵야~ 기대하
셔도 좋습니다.

mini74 2021-06-07 13: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 뭔가 변사님의 목소리로 읽히는건 왜죠 ㅎ 쪼는 맛.~~

레삭매냐 2021-06-07 13:25   좋아요 5 | URL
미미님의 댓글을 보고 나서
제가 좋아하는 화투패들을
몇 짝 올려 보았습니다.

뭐 그런 거죠.

coolcat329 2021-06-07 13: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쪼는 맛~기대됩니다 ☺

레삭매냐 2021-06-07 14:27   좋아요 4 | URL
서서히 가속하다가 긴장
의 페달을 엔딩까지 유지
시켜 가는 장면 참 인상적
이었습니다.

페넬로페 2021-06-07 1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쪼는맛의 책 내용보다 쪼는 맛의 레삭매냐님의 리뷰가 무척 좋습니다^^
간만에 화투패도 왠지 반갑네요 ㅎㅎ
싸늘한데요^^

레삭매냐 2021-06-07 14:29   좋아요 5 | URL
좋고 즐거웁게 보아 주셨다면
더 바랄 게 없을 듯 합니다.

참고로 타짜는 아니랍니다.
간만에 기계 돌려 보고 싶어지네요.

페넬로페 2021-08-03 19:09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책을 읽고 다시 와 이 리뷰를 읽어보니 왜 그때 빨간망토로 이 소설을 비유하셨는지 알겠어요~~
그때 제가 좋아요도 누르지 않았네요 ㅎㅎ

바람돌이 2021-06-08 0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데 기대감이 더 커지네요. ^^

레삭매냐 2021-06-08 07:50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계기로 트레버
선생의 책들을 읽어 보려고
합니다.
 


 

우리집 근처에 새롭게 <플라테로북스>라는 독립서점이 하나 생겼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이 바닥에서 책이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고(물론 읽고 뭐 그러는 것보다 사는 것으로!) 자부하는 나로서는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다만 분주한 일상 가운데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며 방문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유월의 어느 주말 마침내 플라테로북스를 방문할 기회를 잡았다. 물론 그것도 단독방문이 아닌 그 앞 빵집에 들렀다가 방문했노라고 고백하는 바이다.

 

새롭게 생긴 베이커리 전문점은 그 앞에 초라하게 덜렁 문을 연 서점과 달리 휘황찬란하기 그지 없었다. 육신의 허기와 커피로 갈증을 채우기 위해 수만 원을 쓰는 사람들에게 작은 서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나도 그곳에서 육신의 즐거움을 누렸다. 나중에 남으면 집에 가서 먹어야지 하고 페이스트리와 여느 때처럼 아이스라떼를 시켜 2층 테라스에 올라가니 무더운 여름날의 선선한 바람이 나의 염통을 편안하게 맹글어준다. 아 신난다. 그리고 남으면 싸간다는 페이스트리는 그 자리에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나의 육신의 일부가 되었다.

 

그렇게 망중한을 즐긴 다음, 플라테로북스에 들렀다. 무엇 하나 쉽게 진행되는 법이 없다.

 


서점은 작고 아담했다. 누군가의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서점 주인장 양반이 서점에 비치해둔 책이 판매용이라기 보다 왠지 주인장의 인격과 독서 취향을 내보이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잠깐 스치고 간다. 그리고 내가 샀지만 읽지 않은 책들이 바로 눈에 내리 꽂혔다. 최근에 나온 제발트의 신간 그리고 로맹 가리의 책들.

 

이달의 작가로 아마 주인장 양반은 버지니아 울프를 선정하신 모양이다. 얼마 전에 중고서점에서 데려온 솔출판사 한정판인 <자신만의 방>이 있나 둘러 보는 나. 혹시라도 그 책이 있다면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죄책감이 덜어지려나.

 


작은 서점을 둘러 보면서 나는 왠지 어떤 책이라도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근데 내가 책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하나? 오늘 아침에도 도서관에 가서 책반납하면서 세 권의 책을 빌리지 않았던가. 욕심이고 모든 게 허망이다.

 

작은 독립서점이기에 재고로 책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내가 있는 동안, 두 팀 정도가 책방에 들렀는데 역시나 그들은 책방만 둘러보고 책은 사지 않고 나갔다. 아니 내가 왜 미안해 지는 거지? 나라도 뭔가 한 권이라도 사야 한다는 강력한 주술을 되뇌이게 된다.

 


거의 망가져서 사진이 잘 찍히지도 않는 핸드폰으로 사진 몇 장을 찍다가 주인장이 비치해둔 앙드레 케르테스의 원서 <On Reading>을 만나게 된다. 전형적인 외국에서 나온 사진집인데... 이거 울림이 보통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열화당에서 헝가리 출신 포토저널리스트의 책이 한 권 나와 있긴 한데 <온 리딩>은 아니었다.

 


<온 리딩>에는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책과 만나는 순간을 앙드레 케르테스 작가가 애용하는 라이카 흑백필름으로 찍은 사진들이 담겨져 있었다. 단가는 무려 USD 30였다. 하긴 미쿡이 책값이 우리나라에 비해 비싸긴 하지. 게다가 사진집이 더더욱. 이 포스팅을 날리기 전에 구글링으로 검색해 보니 <온 리딩>에서 만난 여러 사진들이 주루룩 올라 오더라. 그래서 매우 반가웠다.

 


그리고 나오는 길에 진짜 오랜 만에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주문했다. 오늘 도서관에서 빌린 에드거 모건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이었다. 어제 램프의 요정 쿠폰 써먹겠다고 주문했다가 취소했다가 나의 귀중한 적립금 2,500원이 날아가 버려서 결국 도서관에 가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 재밌다. 아무래도 포스터 선생의 책은 컬렉션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책방 주인장은 입고 되면 그 때 계산해도 된다고 하셨으나, 미리 결제하고 책방을 나섰다. 아마 다음 주초면 입고되겠지.

 

타이틀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소리만 했네 그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우리는 책방에 가는가냐고 묻는다면 책을 사러 간다고 말하고 싶다. 온라인 서점과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나의 책구매 패턴과 상이한 구매였지만, 이런 일탈이 있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게 아닌가 하고 내 마음대로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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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6-05 21: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독립서점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익과 상관없이 그냥 좋아서 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하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가 싶은데 과연 그럴 수 있나 싶어요.
나라에서 지원도 하고 그러면 좋을텐데.
그래야 선진국 아닙니까?ㅠ

레삭매냐 2021-06-05 23:23   좋아요 5 | URL
책산업이라는 게 철저하게 자본주의
시스템적이면서도 또 동시에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책방이 1도 신기한 게
아니었는데, 아까 보니 손님들이
책방의 존재 자체에 대해 신기해
하던 점이 참...

독서괭 2021-06-05 21: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 뒤지지 않으시는 거 맞는 것 같고요, 아이스라떼에 서점구경 부럽습니다😢

레삭매냐 2021-06-05 23:24   좋아요 5 | URL
아이스라떼도 좋았지만,
곁들었던 페이스트리가 정말
짱이었습니다. 아 또 먹고잡네요.

청아 2021-06-05 21: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작은 서점 둘러보셨다는 글만 읽어도 저는 이미 미안해지네요.^^;ㅋㅋ
저도 빈손으로 못나왔을 거예요!
아마 로맹가리의 책을 샀을 듯 합니다. 덕분에 구경 잘했어요!

레삭매냐 2021-06-05 23:25   좋아요 5 | URL
제가 달팽이 속도로 로맹 가리
의 전작 읽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 다섯 권의 가리
형님 책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답니다 :>

작고하신 지 40년이 넘었는데
도 새로운 책들이 꾸역꾸역
나오는 걸 보면 참 대단합니다.

새파랑 2021-06-05 23: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이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멋지네요. 역시 레삭매냐님^^ 저도 <전망좋은 방> 읽어야 하는데 ㅎㅎ
사진보니 줌파의 책과 스토너, 슬픔이여 안녕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저에게 별 7개짜리 책들~~)
검색해보니까 군포던데 저도 여기랑 그 옆에 있는 빵집도 가보고 싶네요 ~!!

레삭매냐 2021-06-05 23:27   좋아요 5 | URL
그만 어줍잖은 책부심이 폭발해
버린 모양입니다...

전 오늘부터 <전망 좋은 방> 읽기
시작했는데 프리뷰를 해서 그런지
술술 넘어 가더라구요. 뭐 책을
주문했으니 좀 쉬엄쉬엄 가렵니다.

낭중에 건너편 빵집 포스팅도 한
번 해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셔요.

붕붕툐툐 2021-06-06 00: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플라테로북스>를 먼저 찾아본 후 그 앞 빵집을 알아보고, 같은 코스로 방문한다.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6-06 18:07   좋아요 1 | URL
아마 빵집과 책방의 스케일
차이에 놀라실 거라고 장담
하는 바입니다.

페넬로페 2021-06-06 00:4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전엔 외출하면 서점에 꼭 한번씩은 갔었는데 요즘은 정말 안가는것 같아요~~
서점, 또는 독립서점에 가면 책을 하나쯤은 사들고 와야 하는데 그래서 좀 미안하네요^^
페이스트리에서 웃고 갑니다
사실 그게 남겨둘 양은 아닌듯해요 ㅎㅎ

레삭매냐 2021-06-06 18:09   좋아요 2 | URL
이제 책 구매의 패턴이 책방
에서 온라인으로 바뀐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대형서점에 가서 실물
은 보지만 실제로 구매로 이
어지지는 않더라구요.

작은 책방은 이야기가 다르
지만 말이죠.

페이스트리를 푸짐하게 판단
한 저의 오판이었습니다.

mini74 2021-06-06 13: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치킨하고 빵은 원래 남기는 거 아닙니다 ㅎㅎ 독립서점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북클럽이나 혹은 글쓰기 수업. 치유의 책읽기 등 다양한 행사를 하더라고요. 그렇지 않음 힘들다고ㅠㅠ

레삭매냐 2021-06-06 18:10   좋아요 2 | URL
예전에 일산에 있는 어느 서점
에서 션한 맥쥬도 판다고 하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
나 음주를 하게 되면 차를 데려
올 수가 없어서 방문을 포기했
던 생각이 문득 드네요.

말씀하신 대로 책방이 책의 유통
과 판매라는 고유의 업무보다
문화거점으로 거듭나는 상황이
요즘의 트렌드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