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쇼트리스트가 발표되었다. 그 정보는 인별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여튼 정보 하나는 빠르다.

 

롱리스트 12권 중에서 절반이 떨어져 나가고 이제 6권이 남은 모양이다. 이 중에서 한 권이 대망의 수상작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 소개된 작가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마리아나 엔리케스와 프랑스 소설가 에리크 뷔야르 뿐이다. 후자는 그나마 공쿠르상 수상빨로 국내에 소개된 것 같다. 국내에는 두 권의 책이 소개되었는데 그 책들은 모두 읽었다. 서사가 너무 짧고 아예 모르는 부분들이 아니라 좀 아쉬운 느낌이었다. <콩키스타도르><콩고>도 읽고 싶다. 이번에 노미네이션이 된 작품은 2019년에 발표된 <가난한 사람들의 전쟁>이다.

 

 

영어로 된 번역서를 찾아보니 달랑 80쪽이다. 왜 너튜브 리뷰어들이 책이 짧아서 아쉽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종교개혁 당시 천상에서의 평등이 아닌 현세에서의 평등을 주장한 토마스 뮌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모양이다. 리뷰를 한 번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열린책들은 이 책의 분량도 적은데 신속하게 번역해서 내야 하는 게 아닐까?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기존에 나온 책의 저자 소개에 책 제목이 나온 걸 보면 아마도 판권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데 말이다.

 

 

쇼트리스트에 오른 6권의 책 중에서 나의 우선 픽은 프랑스 작가 다비드 디옵이 2018년 발표한 <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영어제목 At Night All Blood Is Black)>. 디옵은 1966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세네갈에서 자랐다고 한다. 보통의 경우, 반대가 아니었던가. 그의 책 중에서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된 책이기도 하다. 디옵은 대학에서 예술과 언어 부서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전문 분야는 18세기 프랑스 문학과 17세기 아프리카 연구라고 한다.

 


 

불어를 할 줄 알면, 저자가 출연한 프랑스 대담 프로그램을 좀 들어 보겠는데 아쉽다. 좀 들어 보니 어느 외계어 같다는 생각만 든다. 놀라운 건, 프랑스에 저자가 직접 출연해서 자신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는 아예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닌가. 과거에 있었다면 나의 무지의 소산이고.

 

 

1914년 그레이트 워라고 불린 1차 세계대전에 230만 명에 달하는 프랑스와 영국 아프리카 식민지 출신 병사들이 참전했다. 그 중에서도 세네갈 출신 병사들은 유럽 전선에서 프랑스로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빌헴름 카이저의 독일군과 맞서 싸웠다. 히틀러 시대에 만연한 인종주의 정도는 아니었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프랑스 식민지 병사들을 두고 라인 강의 검은 공포라는 말로 선전을 해댔다. 나중에 참전하게 되는 미국도 40만 명 정도의 흑인 병사들을 동원했는데, 비슷한 시기 미국 남부에서는 짐 크로우 법으로 수많은 흑인들이 차별당하고, 인종주의자들에게 희생되고 있었다.

 

<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는 굉장히 어두운 색채의 전쟁 소설이다. 주인공이자 화자는 알파 엔디아예(발음은 내 마음대로 정해봤다, 나중에 번역이 되면 달라질 수도 쿨럭). 소설은 피와 살이 튀는 전장에서 내던져진 알파의 내적 고백으로 시작한다. 형제 이상이었던 전우 마뎀바 디옵이 전투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내장이 튀어 나와 죽어 간다. 마뎀바는 알파에게 세 번이나 자신의 고통을 끝내 달라고 간청한다. 더 이상의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 마뎀바는 알파에게 자신의 목을 그어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마치 번제물로 받쳐진 희생양처럼 말이다. 전장에서 자신은 인간이 아니었노라고, 알파는 고백한다.

 

알파의 후회가 이어진다. 마뎀바가 처음 부탁했을 때 그의 청을 들어주었어야 했다고. 나의 브라더가 산 채로 하이에나에게 잡아먹히던 늙고 외로운 사자처럼 죽게 만들지 말고, 그의 고통을 자신이 끝냈어야 했다고. 이보다 더한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을까. 친구의 시신을 소중하게 자신의 코트와 셔츠로 단단하게 감싼 알파는 참호로 되돌아간다. 죽어가는 친구의 마지막 요청을 들어주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마뎀바에게 용서를 구하며.

 

참호에서 병사들의 두목인 아르망 대위는 독일놈들이 검은 아프리카의 쇼콜라 병사들을 야만적인 니그로, 식인종 그리고 줄루로 생각하고 두려워한다고 사기를 북돋는다. 그가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백인 프랑스 병사들 역시 쇼콜라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르망은 또 쇼콜라들에게 사기를 친다. 프랑스가 그들을 존경한다고. 훗날 식민지를 모두 잃은 프랑스는 세계대전에서 한때 그들의 조국이었던 프랑스를 위해 싸운 알제리 출신 병사들에게 연금 지급을 거부했다. 백인 제국주의자들의 허위와 위선은 그렇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소설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그렇게 친구를 잃은 알파는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며 복수심에 불타 폭주하기 시작한다. 독일군 진지로 넘어가 마체테로 적군을 죽이고 그들의 손을 잘라 오는 패기를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동료 병사들은 그야말로 용감무쌍하다며 칭송하지만,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알파의 영혼을 살인이 계속될수록 피폐해져 갈 뿐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나라 세네갈이 아니라, 자국을 수탈하고 억압하는 식민 모국 프랑스의 용병이 아니었던가. 도대체 그들이 그레이트 워라고 불리는 유럽 대륙에서의 패권 경쟁이 평생 자신의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던 알파와 마뎀바 같은 시골 청년들에게 무슨 의미란 말인가. 동료들은 그를 영웅이라고 칭송하지만, 알파가 네 번째 손을 가져오자 그를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동료 쇼콜라 병사들은 전쟁의 광기에 물든 알파를 디몬 혹은 소서러라고 부른다.

 

영어 번역서로 160쪽 정도 되는 다비드 디옵의 <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는 그의 두 번째 소설이다. 첫 소설인 <1889, l'Attraction universelle>2012년에 발표됐다.

 

다음에는 에리크 뷔야르의 <가난한 사람들의 전쟁>에 대해 디비 보자.

 

 

오늘의 점심 메뉴, 존슨네 고기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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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5-14 10:2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멋진 소식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세상엔 작가와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고 많아서... 장수해야해요;;;; (홍삼을 마시며)

레삭매냐 2021-05-14 11:38   좋아요 3 | URL
도무지 스토리텔링의 세계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만
나기 위해서라도 부디 장수만세!!!

잠자냥 2021-05-14 1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정보 빠르셔~ ㅎㅎ

레삭매냐 2021-05-14 11:39   좋아요 3 | URL
인별그램을 겟하고
여기저기서 퍼온 정보로
다가 구성해 봤습니다.

아마존 킨들 맛보기로 소설
서두를 본 것은 안 비밀입네다.

청아 2021-05-14 10: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핫한 뉴스를 실어다 주셨습니다.ㅋㅋ👍<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빨리 번역되면 좋겠네요!!!전쟁때 귀,코...저런 기념물?들 많이 챙겼다는데 죽음에 대한 공포도 한몫했을것 같아요. 으..

레삭매냐 2021-05-14 11:40   좋아요 3 | URL
급한 마음에, 아마존에서 제공
하는 맛보기를 조금 읽었는데
정말...

해외 너튜버들이 작년에 읽은
최고의 책 중의 하나로 꼽는
이유가 있었네요 기래.

페넬로페 2021-05-14 1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신선하고 핫한 뉴스~~
감사합니다^^
‘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
넘 기대되는 작품이예요

레삭매냐 2021-05-14 13:37   좋아요 3 | URL
이 책이 얼렁 번역이 돼서
출간되었으면 바램입니다.

분량도 적으니 속히 -

새파랑 2021-05-14 13: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정보력이네요. 전 항상 정보만 얻어가는데 ㅎㅎ 저기에 있는 작가는 아무도 모른다는데 반성합니다 ㅜ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1-05-14 13:38   좋아요 4 | URL
저도 에리크 뷔야르 외에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그런 작가들이랍
니다.

아,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들어는
보았군요.

세계문학은 정말 파고들수록 대단
하다는 느낌입니다.

바람돌이 2021-05-14 14: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고급정보를 알려주시다니요. 레삭매냐님 항상 감사!!!
저는 맨부커상 수상작들은 거의 다 좋더라구요. 올해도 설레면서 기다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1-05-14 16:14   좋아요 1 | URL
올해는 인터내셔널 부커상
이 어느 작가에게 돌아가게
될 지 궁금합니다.

다음달 6월 21일 발표네요.

coolcat329 2021-05-14 15: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님 이런 정보 늘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

레삭매냐 2021-05-14 16:15   좋아요 2 | URL
부족한 정보가 도움이 되셨
다니 다행입니다.

mini74 2021-05-14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디비보자. 너무 좋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05-15 08:23   좋아요 0 | URL
에리크 뷔야르의 <가난한 사람들의 전쟁>
위해서 토마스 뮌처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잘 디비~보도록 하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05-14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메냐님 정보력 갑!!
지금 번역이 안 된 작품이라도 상 받으면 바로 번역되어 나오겠죠?
올해도 완전 기대!! 행복한 기다림 주셔서 감사해용~ 언제 상 받는지는 몰랐어요~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5-15 08:25   좋아요 1 | URL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상 받은 작품은 아니지만 마이클
온다치의 <워라잇>이 여적 뭉개
고 있는 걸 보면 말이죠.

<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는
분량이 적어서 번역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외전인 인터내셔널은 봄이고,
본상은 가을에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니 분주한 하루였다. 지금은 SealCrazy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듣고 있다. 기타 사운드가 정말 죽인다.

 

어제는 퇴근하고 집 근처의 타잔목물공방으로 젓가락을 만들러 갔었다. 달궁 오프라인 모임이 스탑된 이래, 이런 모임은 아마 처음이지 싶다. 그것은 하나의 자극이자, 즐거움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녀석들을 만들고 싶다규!!!)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그렇게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그런 존재인가 보다.

 

처음으로 도전한 나의 젓가락 깎기는 나의 예상처럼 그렇게 멋들어지게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난 만족했다. 명상음악을 들으며, 나무를 깎는 동안 그야말로 무념무상이었다. 그러다 나무를 너무 많이 깎아 낭패를 보기도 했다. 우드카빙의 단점 중의 하나는 되돌릴 수 없다는 거였다. 우리가 인생에서 하는 어떤 결정들처럼 말이다. 좀 거창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점에서 우드카빙은 우리네 인생의... 뭐 알아서 해석하시라.

 

타잔목물공방의 두목님은 두 시간을 예상하셨지만, 두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네. 집에 와서는 주차 자리가 없어서 고생했다. C'est la vie.

 

간만에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전리품으로 얻어온 보성녹차 막걸리는 참 맛있었다. 아 배불르다. 이제 자야지 아디오스.



이 두 권의 책들은 어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냥해 온 녀석들이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우루과이의 양심 에두

아르도 갈레아노 작가는 지난 2015년에 천국

으로 가셨다고 한다. 미처 몰랐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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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12 06: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젓가락 우드카빙 재미있을거 같아요. 그곳에서 인생의 배움을 느끼시기 까지~! (알라딘 우주점은 사냥터죠. 완전 좋음^^)

레삭매냐 2021-05-12 10:19   좋아요 3 | URL
젓가락 깎기는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더라구요.

젓가락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하셨는데 말이죠 ㅋㅋ

어제 업어온 녀석들은 컨디션이
상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영 꽝
이었습니다 에잉~ 퀄리티 판정
을 우짜 하는 것인지.

바람돌이 2021-05-12 09: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렇게 공을 들여서 젓가락을 만들면 그걸로는 절대 밥도 못먹고 반찬도 못먹고 그냥 장식용으로 둬야 할 거 같은데요. ^^ 나무를 깎아서 모양을 만들어 내는 과정 재밌을 듯하네요. 거의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를듯요. ^^

레삭매냐 2021-05-12 09:42   좋아요 3 | URL
제가 한 젓가락 셋트가 다른
동지들의 그것 중에서 가장
후졌다는 건 안 비밀입네다.

두목님의 말쌈 대로 나무탓
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나중에 라면 먹을 때 잘
이용하는 것으로 ㅋㅋㅋ

청아 2021-05-12 0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젓가락 모양이 좋은데요?^^ (써보기만 한 사람) 문진도 보이는데 깎다 만 듯한 느낌이 묘하게 눈에 들어옵니다.ㅋㅋ

레삭매냐 2021-05-12 09:52   좋아요 3 | URL
우왓, 네모진 모양의 무엇인가가
문진이었군요. 기록을 위해 기계적
으로 셔터를 누르다 보니 피사체가
뭔지도 몰랐네요 ㅋㅋㅋ

대충 깎은 것 같은데 엣지가 솟구쳐
오르는 것 같습니다. 저 정도는 저도
할 수... 쿨럭.

blanca 2021-05-12 10: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젓가락이라니. 근사합니다. ^^ <시간의 목소리>는 소설인가요?

레삭매냐 2021-05-12 10:13   좋아요 3 | URL
젓가락 우습게 봤다가 어제
된통 고생했답니다.

칼 다루기가 정말 조심스러
라구요. 아이들은 1/3 정도
가 다쳤다고 하더군요.

<시간의 목소리>는 333개
의 짧은 이야기를 담은 에세
이집입니다.

페넬로페 2021-05-12 11: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무를 깎아 뭔가를 만든다는게 쉽지 않을것 같은데~~
젓가락을 매끈하게 잘 만드신것 같아요^^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을 차단하고 사는것 같아 아쉬워요**

레삭매냐 2021-05-12 13:54   좋아요 1 | URL
저의 첫 시도는 무지 허접했답니다.

갈수록 균형감 있게 깎는 데 그만
실패했습니다. 삐뚤빼뚤 ㅋㅋㅋ
결 따라 깎기,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피엔스들은 고저 모여서 털고
그래야 제 맛이지효. 저희 달궁 두목
님께서 저의 저세상 드립이 그리우시
답니다.

coolcat329 2021-05-12 1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다음 도전 작품은 무엇인가요? 요리도구들 만들면 음식할때마다 뿌듯할거같아요.

레삭매냐 2021-05-12 13:59   좋아요 1 | URL
일단 도마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클라스 참가비가 7만원빵이었습니다.
디자인도 마음 대로 할 수가 있구요.

저는 찻잔을 추천했습니다. 숟가락
만들기가 생각보다 재밌다고 하시네요.

후보작으로는 버터 나이프도 뒤집개
도 있었습니다.

mini74 2021-05-12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젓가락은 도저히 못 쓸거 같아요 아까워서. ㅎ 저는 가끔 심난할땐 연필을 깎습니다. 그럼 아침에 아이가 짜증냈지요. 누가 연필 이렇게 못생기게 깎았냐고 ㅎㅎㅎ

레삭매냐 2021-05-12 15:41   좋아요 1 | URL
전 균일하게 깎는 건 아닌가봐요...
연필은 스테들러 연필깎기로 깎는
답니다. 균일하게 깎기에는 아무래
도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이 ㅋㅋㅋ

조그만 메모수첩 2021-05-12 14: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같은 💩 손은 생각도 못할 큰 일입니다 ㅠ 북플 통해서 매냐님 작품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요~ 젓가락 너무 예쁩니다 👏

레삭매냐 2021-05-13 09:12   좋아요 0 | URL
원타임 이벤트라 계속해서 유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평일에
시간 내기도 쉽지가 않네요.

부끄러운 조각 좋게 봐주셔서 감
사합니다.
 
댄서
콜럼 매칸 지음, 성귀수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인터넷으로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을 본 적이 있다. 이게 사람의 발인가 싶었다. 루돌프 누레예프의 삶을 그린 칼럼 매캔의 <댄서>에서도 오페라단 소녀들의 발에서 흘린 피로 하수구가 피로 물들 거라는 표현이 오랫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사실 그동안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라고는 미디어나 영화에서 본 바츨라프 니진스키나 영화 <백야>에 등장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그리고 강수진 정도가 전부였다. <댄서>를 통해 전설적 발레리노 누레예프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댄서>는 기이하게도 대독일전쟁, 구소련에서는 애국전쟁이라 부른다, 이 한창이던 혹한의 전쟁터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같은 밀덕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하겠지만, 예술 중의 예술이라는 발레 무용수에 대한 이야기가 전쟁으로 시작하다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타타르계 무슬림 집안 출신 누레예프의 삶이 그런 전쟁 같았다는 하나의 비유일까.

 

천부적 재능을 가졌지만 아직 다음어지지 않은 원목 같은 소년 누레예프를 가르친 것은 소비에트의 소도시 우파에서 추방생활을 하던 전직 발레리나 안나와 사샤였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부부는 미래의 전설이 될 타타르 소년에게 발레의 기초를 가르친다. 혁명과 뒤따른 숙청의 엄혹한 시대를 경험한 이들에게 재능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 그에게 정식 발레를 가르치는 건 삶에 하나의 활력소가 된 게 아니었을까. 아, 서두에 파리 무대에서 수많은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 발레계의 스타가 된 누레예프에 대한 간략한 초상으로 시작하는 점도 기억해 둘만하다.

 

물론 누레예프의 발레 인생이 순탄하기만한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 하멧은 아들 루딕이 의사나 기술자 혹은 공산당 정치위원이 되길 원했다. 그것도 어쩌면 소비에트 혁명을 경험한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년은 춤이 좋았고, 그 대가는 아버지의 혹독한 매질이었다. 항상 삶에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등장하는 법이다. 하멧의 매질은 오히려 춤에 대한 루딕의 열정을 밀어 붙이는 계기가 된 게 아닐까. 자고로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한 것처럼 하멧은 결국 루딕에게 레닌그라드로 가는 차비를 마련해준다.

 

<댄서>를 흥미롭게 해주는 요소 중의 하나는 메인 캐릭터인 루디 누레예프의 목소리가 아니라 전적으로 그의 주변인들이 들려주는 그에 대한 서사다. 칼럼 매캔은 이 소설의 스타일을 빌린 위대한 발레리노의 평전의 객관성을 더 높이기 위해 그런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뇌피셜이 종종 공식적인 서사로 인정받는 이 시대에, 그런 점에서 칼럼 매캔은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선구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타인의 존중과 숭배를 통해 깨닫게 된 천재의 오만함이 소설을 그대로 관통한다. 물론 그런 점들은 <댄서>를 통해 그려지는 누레예프의 초상을 가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의 전설에 광휘를 빛나게 만들어준다.

 

거의 야만에 가까울 정도로 매력적인 야성미를 자랑하는 이 타타르 남자에 대한 내러티브는 황홀하다.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성격이야말로 루디 누레예프를 상징하는 그 무엇일까? 그는 또한 주변인들에게 요즘 대세인 힐링의 원천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우파의 안나에게는 제자에게 발레를 가르침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매너리즘에 빠진 안나의 딸 번역가 율리아에게는 영감을 제공한다. 발레 아카데미의 동료들에게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그들의 발끝을 저릿저릿할 정도의 노력과 희생을 자극한다.

 

1부에서 누레예프에 대한 주변인들의 탐색전이 주를 이루었다면, 드디어 2부에서는 주인공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설에서는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지 않지만 1961년 6월 16일, 빈번하게 파리 공연 중에 게이 바를 드나든다는 첩보를 입수한 KGB는 그들의 인민예술가 누레브(Noureev:누레예프의 프랑스식 표기)를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핑계로 모스크바로 소환할 계획을 꾸민다. 이에 눈치를 챈 누레브는 문화상 앙드레 말로의 아들 지인이었던 클라라 세인트와 파리 경찰을 협력을 받아 결국 망명을 시도한다. 1부 말미에서는 그렇게 서방세계로 망명한 인민예술가를 회유해서 조국으로 끌어 들이려는 공안요원들의 가족을 동원한 공작이 펼쳐진다. 한창 서방세계와 체제 경쟁을 하던 소련에게 천재적 안무가의 정치적 망명은 그야말로 국가적 망신이 아니었던가. 누레브는 결석재판에서 결국 7년 금고형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조국의 배신자라는 오명이 뒤따른다.

 

다른 예술 장르가 아이디어를 실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특정한 도구(회화와 음악)를 필요로 한다면, 발레는 태초의 인간의 모습 그대로 가능했다. 물론 토슈즈나 발레부츠, 무용벨트 그리고 발레 복장이 필요하겠지만. 아, 연습을 위한 사방에 거울이 달린 댄스 스튜디오도 필요하겠구나. 결국 예술이란 장르는 어떤 식으로든 비용이 든다는 걸까.

 

인기의 정점을 달리던 순간, 서방세계로 망명한 누레브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일약 안무계의 슈퍼스타로 등극한 미스터 누레예프는 온갖 기행으로 주변인들을 서슴지 않고 놀라게 만든다. 예전에 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가 그랬던 것처럼 느닷없이 닥친 명성과 불나방으로 달려드는 여성들의 물질 공세는 천재를 나락으로 인도하는 모양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파리와 런던 그리고 뉴욕을 비롯한 전 세계 대도시를 누비며 누레예프가 유명인사들의 찬사에 휩싸여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아들의 공연을 보지 못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소비에트 체제에 갇혀 있는 어머니와 누이 타마라의 빈곤한 경제적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누레예프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건 당연지사였을까.

 

전성기를 지나 은퇴할 무렵의 마고 폰테인(1919년생)과의 만남은 누레브 전설의 시작이었다. 자그마치 19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이십대의 야성미 넘치는 타타르 청년과 원숙미를 자랑하는 로열 발레단 출신 발레리나의 만남은 그야말로 한 시대를 가름하는 하나의 이벤트였다. 1964년 마고 폰테인의 남편 파나마의 국회의원이자 국제변호사, 저널리스트 출신 로베르토 아리아스(전직 대통령의 아들)가 파나마시티에서 정적에게 저격을 당해 평생을 하반신 마비로 살게 됐다. 그 결과 그녀는 나이 예순이 될 때까지 남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야 했다고 한다. 소설 <댄서>에서는 그런 에피소드들이 자세한 설명 없이 무심하게 넘어가기를 반복한다. 케네디 대통령의 저격사건으로 추모 열기에 쌓인 미국에서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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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예전에 미리 써둔 리뷰였다. 아마 이렇게 써두지 않았다면 난 아마 다시 <댄서>를 펼 생각도 하지 못했으리라. 성공의 정점에서 이 바닥의 관종이라 불릴 수 있는 미스터 누레예프는 온갖 기행을 일삼는다. 특히 당시만 하더라도 금시기되던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누레예프가 서방 세계에 알려지기 전까지 최고의 발레리노였던 덴마크 출신 발레리노 에릭 브룬과의 스캔들은 시작일 뿐이었다. 오로지 무대 위에 공연 밖에 몰랐던 누레예프는 밤이 되면 쾌락의 노예가 되어 에버라드를 드나들고, 노즈캔디(nose candy:코카인)를 즐기는 엽색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이 부분은 베네수엘라 출신 빅터 파레치의 증언 형식으로 이어진다. 구두점이 없고, 너무 자극적인 부분들이 많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 외에도 파리의 저택에서 그의 시중을 든 가정부 오딜, 그리고 솜씨 좋은 영국 출신 제화공 톰 같은 주변인들의 증언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1975년 6월 뉴욕에서 마사 그레이엄이 연출한 <루시퍼> 공연을 앞두고 방탕하기 짝이 없던 누레예프의 그것은 피크를 친다.


모든 서사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난 책을 다 읽고 나서 전설적인 미스터 누레예프의 무대 위의 퍼포먼스들을 찾아봤다. 나같이 발레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 보더라도, 그의 퍼포먼스는 완벽 그 자체였다. 그보다 더 선배격인 니진스키는 무대에서 공중을 나는 동안, 잠시 쉬라고 했던가. 발끝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누레예프의 육신은 그렇게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 40대를 넘긴 누레예프의 몸은 도저히 정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1980년대를 휩쓸 AIDS로부터 누레예프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가운데 망명한 지 사반세기가 지나 드디어 소련 당국은 조국의 배신자 누레예프에게 48시간짜리 비자를 발급해 주었다. 꿈에 그리던 어머니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아들이 우파를 찾아왔건만 어머니는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칼럼 매캔은 1991년 영국 브라이턴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앞에 배치하고, 어머니와의 마지막 만남으로 그야말로 풍운아 누레예프의 불꽃같았던 삶을 그린 전기소설을 끝맺는다.


내가 어떻게 해서 처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년 전에 이미 책은 절판된 상태였다. 아주 추운 겨울날, 중고서점에 버스를 타고 가서 책을 산 기억이 난다. 퇴근 길 버스에서 마지막 몇 장을 결국 다 읽는데 성공했다. 3년 걸려서 책을 다 읽어서 그런지 너무나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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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11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년에 걸쳐서 읽은 책이어서 더 뿌듯하실거 같아요. 표지에서 절판의 냄새가 납니다^^

레삭매냐 2021-05-11 14:53   좋아요 1 | URL
넵, 2년 전에 이미 절판된
책이었답니다.

다 읽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답니다.
리뷰로 쓱싹쓱싹.
 


 

어제 그전에 보다만 영화 <화이트 타이거>를 마저 봤다.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엔딩타이틀을 보니 a film by 어쩌구 하는 걸 보면서 이게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구나 싶었다. 그래서 타이틀도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로 정정했다.

 

여기는 다시 델리다. 오늘 아침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스러운 샘의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읽었는데, 배우는 게 많다. 소설가가 될 걸 아니지만, 소설 소비자로서 무언가 영업 비밀을 하나 깨우친 느낌이랄까. 영화의 화자 발람 할와이에게 드디어 위기가 닥친다.

 

핑키 마담의 벌쓰데이에 술에 잔뜩 취한 마담이 마하라자 분장을 한 발람 대신 굳이 운전을 하겠다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달을 낸 것이다. 여러분, 절대 음주운전은 하지 마시라! 새벽 두시 경에 노상에 있던 어린아이를 친 것이다. 소위 미국에서 교육받았다는(심지어 핑키 마담은 박사님이시다!) 이들이 정당한 사고 수습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꼼수를 쓴다. 그러니까 뺑소니를 친 것이다. 물론 충성스러운 하인 발람은 앰뷸런스나 경찰을 부르자는 주인님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고 수습에 나선다.

 

뭐 거기까지는 좋다. 소식을 들은 고향 락사만다르의 황새 아저씨와 장남 무케시/몽구스가 델리로 상경한다. 그리고 느닷없이 그동안 막대하던 발람에게 친근 모드를 시전한다. 굳이 발람이 끊었다는 맛있는 빤까지 제공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자술서를 하나 들이미는데, 그건 바로 뺑소니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조작된 자술서였다. 락사만다르의 가족들에게는 모두 말을 잘해 놓았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등등 변호사를 동반한 황새 패밀리의 회유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마스터들에게 그렇게 헌신적으로 충성을 다했는데, 자신은 이제 교통사고를 저지른 살인자가 되어 감옥에 갇히고, 전과자가 될 판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 막바지로 몰린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발람 할와이의 고뇌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예의 교통사고가 소리 소문 없이 무마되자 동생이라고 부르며 그렇게 친근하게 굴던 마스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로 다시 차가운 주인 모드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이런 마스터들의 행위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닐 것이다. 황새 아저씨의 이율배반적 행동에 진저리가 난 핑키 마담은 개판(shit)이라고 외치며 시아버지와 아주버님과 대판 싸운다. 그리고 자고 있는 발람을 깨워 뉴욕으로 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 좋은 NRI(Non-resident Indians) 아쇽은 발람을 구타한다. 이거 정말 사람 미치게 만드는구만 그래. 한 번 마스터는 마스터일 뿐이다. 아무리 포장을 한다고 해도, 마스터의 DNA는 바뀌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발람은 힌디 무비의 전형적이라는 어떤 서사를 완성하고, 미스터 아쇽이 노래 부르던 뱅갈로르로 가서 시작한 사업이 대성공을 거둔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에는 현대 인도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대부분의 인도 문학이 다루는 카스트 제도는 오히려 심각한 빈부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오죽했으면 발람이 수탉장(the rooster coop)이 인도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말을 했을까. 법률적으로는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고질적 카스트 제도에 의한 차별은 인도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소이다. 그렇다고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상위 카스트에서 순순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리가 없겠지.

 

대놓고 농민들을 착취하는 지주 계급에 돈을 요구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무자비하게 정치 헌금의 상납을 요구하는 이가 위대한 사회주의자의 수하라는 점이 역설적일 뿐이다. 잘못 베팅했다가 낭패를 본 아쇽 일가가 위대한 사회주의자 양반을 만나 100만 루피 제공의사를 전달했더니만, 네 배로 뻥튀기해서 내놓으라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런 정치권에서 작금의 최악으로 치닫는 코로나 사태의 해결을 바라기는 요원하기만 하다. 그들은 코로나 사태를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1도 없다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황새로 대표되는 지주 계급은 하인들의 가족들을 볼모로 삼아 수탉장을 공고하게 만든다. 집안의 어르신이자 절대반지를 휘두르는 쿠숨은 발람에게 색시를 보내, 닭장에 가둘 생각만 한다. 미스터 아쇽은 발람의 대체(replacement) 운전사를 찾기 시작한다. 자신들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발람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델리에서 그를 시골쥐라고 부르는 하숙집 아저씨(으응?)는 해고는 죽음보다 무서우며, 종착지는 판잣집이나 노숙자 신세라는 말에 발람은 대오각성하기에 이른다. 오만가지 잡생각들이 그를 괴롭히는 가운데 시장에서 만난 걸인 할머니는 집요하게 발람에게 적선을 요구한다. 우와,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하고 팔짝 뛸 일이다. 내 문제도 감당이 안 되는데, 거지까지!!! 막판에 몰린 발람은 그야말로 버럭쟁이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동안 생각도 못했던 일을 결행에 나서게 되는 거지.

 

발람은 자신이 뭔 짓을 했을 때의 후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원래 락사만다르에서 보내온 조카 다람을 두고 혼자 튀려고 했으나, 그의 불쌍한 운명 때문인지 어쩐지 다람을 데리고 뱅갈로르로 튄다. 쿠숨 할머니의 편지 한 장을 들고 달랑 상경한 다람에게 다짜고짜 손찌검을 하는 못난 삼촌. 에라이! 그는 뱅갈로르에서 북부 인도의 어느 마을에서 일가족 17명이 몰살되었다는 신문기사를 보게 된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이미 결행 이전의 판타지로 처리된 영상으로 시청자는 잘 알고 있다. 지주들이 파견한 청부업자들은 일가족을 소총까지 동원해서 처리한다. 너무 잔인한 장면들을 무음으로 처리해서 희화화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영화는 소설의 풍부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발람 역을 맡은 아르다시 구라브는 고뇌하는 영혼을 지닌 청년 역을 충실하게 완수했다. 그의 프로필을 뒤져 보니 거의 인도판 아이돌급의 스타였다. 소설에서 발람이 쇠파이프를 시멘트 덩어리에 내리치며 울분을 토로하던 장면이 있었나? 비굴하게 마스터들의 비위를 맞춰 가며 요리사, 발마사지사 그리고 운전사를 오가며 결국에는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하게 되는 팔색조 같은 연기를 펼친다. 미스터 아쇽 역의 라지쿠마르 라오 역시 NRI 지식인이면서도 결국에는 미국에서는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조국에 남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게 결국 자신의 파국을 가져 오긴 했지만. 핑키 마담 역의 프리앙카 초프라는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 건지. NYC 출신 박사님답게 거의 네이티브 뺨치는 실력의 영어를 구사한다. 결국 다 때려치우고 미국으로 야반도주하는 장면으로 영화에서 아웃.

 

영화 <화이트 타이거>에는 발리우드 영화의 특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노래와 춤이 1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도 놀랍지 않은가. 모든 발리우드 영화의 공식 같은 흥겨운 노래와 춤이 등장하지 않는다니 말이다. 영화를 딱 절반으로 갈라 전반부가 빛의 인도를 다뤘다면, 나머지 절반은 어둠의 인도를 그리고 있다. 소설도 만족이었지만, 넷플릭스 영화도 상당한 수작이었다.

 

됐고, 아라빈드 아디가의 다른 책들이 어서 우리나라에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바로 사들일 텐데. 그리고 좀 더 심각한 차원에서 인도 사회를 그린 로힌턴 미스트리의 <적절한 균형> 같은 작품들도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너무 방대해서 그게 과연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영화가 하는 일이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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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5-07 12: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밤 3분의 2까지 봤어요. 책 속의 문장들 그대로 많이 나오더라구요. 이 영화 추천할수 있는 점이 발리우드 영화 특징인 그 춤과 노래가 안나오는거죠! ㅎㅎ

이 책 읽고 미스트리의 <적절한균형>을 집어들기까진 했는데 , 너무 무거워서 다시 꽂아두었네요. 😅


레삭매냐 2021-05-07 13:08   좋아요 6 | URL
인도 관련 독서가 일천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만난 인도를 다룬
책 중에서 단연 로힌턴 미스트리
의 <적절한 균형>이 최고라고
말씀드리겄습니다.

버겁긴 하지만 완독하시고 나면
정말 뿌듯하시리라고 믿슙니다.

저도 어젯밤에 <화이트 타이거>
좀만 보고 자려다가 결국 엔딩
까지 달리게 되었더라는.

새파랑 2021-05-07 1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세는 인도 ㅎㅎ 재미있을거 같아요 ㅋ 저도 책으로 먼저 읽고 영화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7 13:09   좋아요 4 | URL
인도 출신 작가들의 영어 쓰기
능력이 출중하야, 세계화에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한 것
같습니다.

인도 작가들이 좀 더 많이 소개
되었으면 하는 그런 바램입니다.

얄라알라 2021-05-07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발리우드 영화를 제대로 본 건 없지만, 춤과 노래 화려한 의상을 빼고는 상상할 수 없던데 <화이트 타이거>는 보다 사회비판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인가요?
˝수탉장(the rooster coop)이 인도 최고의 발명품˝ 읽고도 바로 감이 오지는 않았어요. 실리콘벨리에서 대체육으로 주가를 올리는 분이 인도의 닭장을 보고 깨달으을 얻었다고 했던 에피소드는 얼핏 떠오르지만 그런 의미는 아닌듯^^;; 저도 더 찾으며 덕분에 공부해보아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7 15:55   좋아요 2 | URL
dark side of India
라고나 할까요?

발리우드가 춤과 노래로 인도의 비참한
현실을 감추었다면, <화이트 타이거>
는 날것 그대로의 인도를 생생하게 전
달합니다.

아, 주인공 발람이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바지를 내리고 길똥을 시전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웃기면서도 참 슬프더라는.

‘수탉장‘은 영화나 책을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답니다. 더 디테일하게 까면
스포일러로 욕을 먹을 수가 있어서...
 
인도로 가는 길 열린책들 세계문학 253
E. M. 포스터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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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읽을 책은 읽게 된다는 게 나의 지론 중의 하나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 에드거 모건 포스터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작품이었던 <인도로 가는 길>을 읽었다. 이 책이 나온 게 1924년이니 딱 97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구나.

 

공간적 배경은 1920년대, 아직 영국이 제국으로 전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 식민지 인도의 가상의 공간인 찬드라푸르다. 그리고 별 특별할 게 없는 곳의 마라바르산의 어느 특별한 동굴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저자는 독자를 인도한다.

 

당시 식민지 인도는 복잡한 상황이었다. 우선 무굴 제국에 이어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들은 치안 유지를 위해 어떻게 보아도 속물일 수밖에 없는 치안 판사 로니 히슬롭 같은 이들을 현지에 파견했다. 그 목적은 철저하게 식민지 인민의 치안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식민 통치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없었다면 인도 국가는 혼란으로 빠져들 거라는 주술을 인도 인민들에게 걸었다. 그 결과, 훗날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벌어진 혼란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인도 사람들이 영국인들에게 자신들을 언제 통치해달라고 부탁이라도 했단 말인가? 절대 아니다. 순전히 자국의 원료 생산지이자, 산업혁명으로 과다 생산된 면직물을 팔아먹기 위한 시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뿐이다. 풋내기 관료인 치안 판사 히슬롭은 현지인들에게 친절하면 안된다는 이상한 신념과 편견으로 똘똘 뭉친 인종주의자일 뿐이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주어진 권력 때문에 독단은 디폴트로 장착하고 있었다.

 

소위 영국물을 좀 먹은 하미둘라나 주인공 닥터 아지즈 그리고 마무드 알리 같은 인사들은 영국 식민지배의 본질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 투쟁 대신 그들에게 비굴하게 협력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들이며 그들의 그늘 아래서 부스러기나 주워 먹는 그런 신세였다고나 할까. 물론 때때로 벌어지는 차별은 감수해야 했다. 특히, 아지즈 같은 의사 선생은 자신의 상관인 캘린더 소령보다도 뛰어난 의술을 자랑하지만 순전히 인도인이라는 이유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백인들만의 리그인 클럽에도 출입할 수가 없었다. 이 장면에서는 읽다만 조지 오웰의 <버마 시절>이 연상되기도 했다.

 

카스트 제도라는 엄격한 신분 제도와 더불어 영국의 식민지배 계급으로 나뉜 찬드라푸르에 두 명의 영국 여성들이 등장하면서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치안 판사 히슬롭의 어머니인 무어 부인과 로니의 약혼녀인 아델라 퀘스티드가 그들이다. 개화된 인도주의자들을 자처하는 이 두 명의 여성들은 징세관 터턴이 주관한 브리지 파티에서 보여지는 가식적인 연기에 진력을 낸다. 그들은 가짜가 아닌 진짜 인도를 만나고 싶어한다. 사실 영국인들이 만들어낸 허상이 불과한 진짜 인도 역시, 조금의 시간만 있다면 알 수 있겠지만 무어 부인과 퀘스티드에겐 그럴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저 빨리, 어쩌면 로니와 결혼해서 자신이 평생을 보낼 지도 모를 곳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있을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아이 셋에 상처한 남자 닥터 아지즈가 아주 적절한 상대로 부상한다. 브리지 파티가 있던 날, 무슬림 사원에서 닥터 아지즈와 처음으로 만난 무어 부인은 아지즈의 인격을 높게 평가한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아지즈 역시 다른 이들과 다를 게 없는 그런 속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다만, 영국 신민인 저자 에드거 모건 포스터 저자가 그런 평가를 한다는 건 하나의 역설일 수밖에 없는 그런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결국 그 역시 지배계급의 일원인 영국 출신 백인이 아니었던가.

 

한편, 아지즈는 궁극적으로 나중에 경솔한 선의로 판명이 났지만, 무어 부인과 미스 퀘스티드를 마라바르 동굴로 초대했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퀘스티드 양이 동굴에서 아지즈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기소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찬드라푸르는 발칵 뒤집혀 버렸다. 어디 감히 검둥이 원주민이 고귀한 영국 부녀자를 희롱했단 말인가? 식민지에 거주하던 영국 제국의 신민들은 사건의 자세한 전후경과도 알아보지 않고, 자신들이 모욕받은 것처럼 광분하기 시작한다. 반면 지역의 명망 있는 의사인 아지즈 역시 만만치 않은 동지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리고 영국의 양심을 대표하는 시릴 필딩이 조국의 배신자라는 비판을 들어가며 아지즈 편에 섰다.

 

마라바르 동굴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김빠진 콜라처럼 진행되던 서사는 아지즈 재판을 정점으로 폭주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이 너무 재밌기 때문에 스포일링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끼지만, 미래의 독자들을 위해 그럴 수 없음을 널리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어쨌든 에드거 모건 포스터 선생의 절묘한 소설적 배치에 대해서는 정말 극찬을 할 수밖에 없다. 아지즈 재판에서 악의 근원, 죄수, 문제의 인물 그리고 피고로 불리는 아지즈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수 있었던 무어 부인은 소동을 피해 배를 타고 본국행을 선택했다. 해당 재판은 히슬롭의 부하이자 인도인 판사인 다스 씨에게 맡겨졌다. 그에게는 솔로몬 이상 가는 지혜가 필요한 판국이었다. 유죄나 무죄를 선고해도, 어느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그런 역설적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아지즈와 필딩의 강력했던 결속와 우애 그리고 상호간의 신뢰는 투옥과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격렬한 반영주의자로 변신한 아지즈의 오해로 무산되어 버렸다. 자신의 선의가 철저하게 배신당한 아지즈는 도저히 이전의 그런 선하고 쾌활한 남자로 돌아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런 아지즈를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런 일련의 자기피해 의식이 망상으로 이어지면서 아지즈의 필딩에 대한 오해는 극단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결론은 대영제국와 식민지 인도의 공존을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델라 퀘스티드나 무어 부인이 알고자 했던 레알 인도의 모습들은 그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것들이었다. 굳이 동서양의 차이를 말하지 않더라도, 서로 다른 문화와 관습에서 오는 차이들을 선의로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을 포스터 선생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퀘스티드가 로니 히슬롭을 정말로 사랑하는지 계속해서 물었던 것처럼,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던 퀘스티드 양은 어쩌면 자신이 평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를 그런 인도 국가와 그곳에 사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아닐까. 그런 애정은 어쩌면 시간이 해결해 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에게는 그럴 시간이 너무 없었던 게 문제였다.

 

요즘 일일 코로나 발생자수가 경이적인 40만 명을 넘고 매일 같이 3천여 명이 코로나로 사망하는 가운데 인도의 공공 의료 시스템은 붕괴되었다는 외신을 보고 듣는다. 코로나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실력도 없는 21세기 인도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한 때, 그들을 지배했던 사람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소설에서 아지즈는 힌두교도와 무슬림 그리고 시크교도가 공존하는 하나의 인도 타령을 해댔지만, 영국제국의 기획한 분할통치라는 특유의 식민지 지배정책으로 훗날 인도는 유혈 속에서 두 조각이 나고 말았다.

 

1984년에 데이빗 린 감독의 연출로 동명의 영화가 발표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데이빗 린 감독의 마지막 영화였다. 소설에서는 아델라 퀘스티드 양이 못생겼다고 나오는데, 영화에서 아델라 역을 맡은 주디 데이비스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음악은 모리스 자르가 맡았다. 이제 소설을 다 읽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되겠지.

 

소설의 전반은 상당히 고전했지만, 마라바르 동굴 사건을 기점으로 <인도로 가는 길>은 막장드라마를 능가하는 그런 읽는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포스터 선생의 유작인 <모리스>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열린책들에서 새롭게 포스터 전집을 내면서 중고시장에서 포스터 선생의 책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졌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냥하는 맛에 하나씩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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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07 01: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다 읽어도 내가 본 인도로 가는길 영화 내용이 생각이 안난다는.... ㅠ.ㅠ 책 표지의 저 장면만 기억이 나요. 영화보면서도 아 참 영화보기가 참 힘들구나 했던 생각만.... ㅎㅎ
왠지 책이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찜 해놔요. ^^

레삭매냐 2021-05-07 09:11   좋아요 3 | URL
저도 그럴 때가 많답니다.
예전에 하도 영화를 봐서 그런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니 디테일
이 하나도, 심지어는 무슨 내용인
지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구요.

아직까지 책보다 더 나은 영화를
못보았습니다.

페넬로페 2021-05-07 01: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똑같아요~~
분명 ‘인도로 가는 길‘ 영화를 봤는데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아요.
그러니 책을 읽어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을것 같아요^^
인도에 관한 얘기들이 흥미로워요
천천히 읽어보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1-05-07 09:12   좋아요 4 | URL
배낭여행족에게 인도는 최상위
난코스의 그런 여행지라고 하더
군요.

요즘은 여행을 갈래야 갈 수가
없으니 넷플릭스 영화 <화이트
타이거>로 대신해 보려구요.

새파랑 2021-05-07 07: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드거 모건 포스터의 작품이 최근에 많이 보이네요. 리뷰만 봐도 너무 재미있을거 같다는 ㅎㅎ
‘모리스‘ 읽고 이 책 읽어봐야 겠어요^^

레삭매냐 2021-05-07 09:14   좋아요 3 | URL
저도 오늘 아침에 쟁여둔
<모리스> 바로 집어 들었습니다.

다른 책들도 구해야 하는데...
<전망 좋은 방>이 가장 땡깁니다.

coolcat329 2021-05-07 07: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소설이었군요. 😅 저는 포스터의 인도 기행문인줄 알았어요. 포스터의 책이 한 권도 없는데, 하나 들여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7 09:16   좋아요 3 | URL
워낙 유명한 작가라 작품이
많을 줄 알았는데 달랑 6개
밖에 없네요.

제인 오스틴 보다 하나 적다는.

청아 2021-05-07 0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표지도 너무 예쁘죠ㅋ
어제 말씀하신 <화이트 타이거>도 소설부터 읽으려고 넷플에서 예고만 봤는데
예고만으로 이렇게 감탄하기도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7 09:22   좋아요 3 | URL
영화에 나온 아지즈 일행이
코끼리를 타고 마라바르 동굴로
가는 컷을 표지로 사용한 것 같
습니다.

책이 먼저 나오고 나중에 나온
영화 스틸컷을 표지로 쓰는 순환
구조인 것 같네요.

Falstaff 2021-05-07 08: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너무너무 싫습니다. 완벽하게 영국의 신민주의 적 입장에서 글을 쓴 전형적인 식민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에 의한 식민지배 덕택에 인도에 철도가 깔리는 등 근대화 됐다는 빌어먹을 이야기는 이젠 귀에 딱지가 앉었습지요. 궁극적으로 식민이라고 함은, 식민지 대중은 간신히 굶어죽지 않는 상태에 머물게 하고, 굶어죽지 않은 그들을 식민모국을 위해 노예로 만드는 악마적 일입니다.

레삭매냐 2021-05-07 09:25   좋아요 5 | URL
어제 마저 본 <화이트 타이거>
의 주인공 발람 할와이가 영화에서
언급한 인도 최고의 발명품 수탉장
이 연상됐습니다.

공감합니다.

잠자냥 2021-05-07 09:41   좋아요 5 | URL
그래서 제가 포스터 작품을 좋아함에도 이 작품을 여태 안 읽고 있다능.... 그래도 읽어 보긴 할 겁니다. (언제?) ㅋㅋㅋ

coolcat329 2021-05-07 10:03   좋아요 3 | URL
영국인들이(특히 백인남성) 식민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면 이 책을 읽으면 되겠네요.

예전 비정상회담 광복절 특집인지..그 때 식민지배 가해국과 피해국이 마주보고 앉아 각자 입장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영국남자가 식민지배 나쁘지만 그래도 인도 발전에 큰 영향 줬다고 헛소리해서 인도대표 ‘럭키‘씨가 정색을 하고 반박하던게 생각납니다.

Falstaff 2021-05-24 13:59   좋아요 4 | URL
˝결론은 대영제국와 식민지 인도의 공존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저는 뭐가 씌었는지 한 발 더 나가서, 역설적으로 영국과 인도의 화합, 이해와 관용, 동서양 가치관의 조화 등을 주장하는 게 결론이라고 읽었거든요.
사실 별로 놀랄 필요가 없는 게 이런 결론이 1920년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식민모국의 지식인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의식이었기 때문입지요. 물론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지만 말입니다. (행동은 개판이었지만 하여튼 글 속에서는)앙드레 말로, (전쟁 긍정론자라서 저한테 억수로 미움을 받지만)조지 오웰....

포스터가 마음에 드는 건, 왕실에서 작위를 주겠다니 삼빡하게 거절했다는 거. ㅋㅋ
이거 말은 쉬운데 아무나 못하는 거잖습니까.

초딩 2021-06-04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메냐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서니데이 2021-06-04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6-04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이 책도 너무 읽고 싶은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