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23일 불금 저녁, 만국의 책쟁이들이여 단결하라!

 

그리고 나에게 온 책은 바로 바실리 그로스만의 <코미짜르>라고 쓰고 <인민위원>이라고 읽는 바로 그 책이었다.

 

나는 <삶과 운명>을 기대하고 있건만, 그 책은 언제 번역돼서 국내에 출간될지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고 만나야겠다 싶어, 서울책보고에 주문장을 날렸다. 그리고 오늘 도착했다.

 

책의 상태는 아주 메롱하다. 지난 번 아민 말루프의 <사마르칸드>의 상태에 만족해서 더 그런 걸까. 책은 갈색으로 변색되었고, 책의 겉투리도 아주 나달나달하구나. 아 슬프다. 너무 상태가 좋지 않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코미짜르>199028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래서 이렇게 책의 상태가 후진 걸까? 출판사는 세진출판사, 단가는 2,800. 내가 산 가격은 라떼 한 잔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돈 3,000원이니 정가보다 200원 비싸게 산 셈이다. , 배송료 3,000원을 잊어 버렸군.

 

선전은 볼셰비키의 나라답게 아주 자극적이고 선동이 넘쳐흐른다. 탄압과 수난의 작품이라니! 당장 집어서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이 친구는 한 번 딱 읽고 나서 보내는 것으로. 아 고민이다. 일단 책의 컨텐츠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도전해 보련다. 오늘은 전세계 만국 책쟁이들의 염통을 쫄깃하게 맹그는 바로 그 책의 날이 아니던가.

 

, 인천 집에 들러서 쟁여온 몇 권의 책들이 있는데 고 녀석들의 영롱한 자태도 공개해 보련다. 다만, 당장은 귀찮아서 추후에 보여 드리는 것으로.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청아 2021-04-23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중고에 59000원 한 권 있네요. (쩝) 메롱이면 어떻습니까 득템하신거예요.
표지 글귀들 저도 매우 혹하네요!😳 도서관에 있어야 하는데..!!

레삭매냐 2021-04-24 09:32   좋아요 1 | URL
지금 한창 읽고 있는데, 편역이라고
하네요. 아니 정본도 아니고 편역이
라니오...

너무 오래 전 책이라 아마 도서관에
는 비치되어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21-04-23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4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4-23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 포스만 봐도 선배님격인 책인데 ˝메롱˝하다고 표현해주시니, 혼맥하다가 그 귀여운 표현에 웃고 갑니다^^

레삭매냐 2021-04-24 09:34   좋아요 3 | URL
어제 저녁으로 포장 족발을 사다
먹었는데 어찌나 비루가 생각나던
지요 ㅋㅋ

저희 동료는 제가 추천한 그롤쉬
비어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하
더군요.

바람돌이 2021-04-24 00: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피에젖은 땅에 잠깐 소개됐던 책 같네요. 이런 책을 진짜 찾아내서 기어이 득템하시다니 정말로 책의 날 책쟁이 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상자는 당연히 레샥매냐님!!!

라로 2021-04-24 06:34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의견에 찬성!!! 알라디너들이라도 상을 드려야 할 듯요!!^^

레삭매냐 2021-04-24 09:35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피에 젖은 땅>은 못 다
읽고 결국 반납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블러드랜드의 개념과 바실리
그로스만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부족
하지만 짧고 강렬했던 그런 독서였습
니다.

책쟁이의 날 상!!! 감사합니다.

bookholic 2021-04-24 08: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책의 날 기념 24시간 full 책읽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레삭매냐 2021-04-24 09:36   좋아요 2 | URL
책의 날 트웨니포 아워즈 릴레이
독서, 이런 거 하면 재밌을 것 같
네요 ㅋㅋ
 


 

소비에트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19051212,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주 베르디비치에서 태어나 위암으로 19649145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후 모스크바 서쪽 외곽의 Troyekurovskoye(발음을 모르겠다)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나는 이 작가를 이번에 만난 티모시 스나이더의 <피에 젖은 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같이 짝으로 언급되는 작가는 아서 쾨슬러. 우리에게는 <한낮의 어둠>이라는 책으로 소개된 바 있는 작가다. 나도 사두긴 했으나, 아직 읽지는 못하고 있다.

 

그로스만의 아버지는 화학 엔지니어였고 어머니는 프랑스어 교사였다. 유대계 가정 출신의 바실리 그로스만은 러시아혁명 와중에 키예프와 모스크바에서 물리와 화학 그리고 수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모스크바 국립대학 시절에서부터 그로스만은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이름은 이오시프 솔로모노비치 그로스만이었다. 아마 볼셰비키 혁명을 거치면서 좀 더 러시아 스타일의 이름인 바실리로 개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돈바스 스탈리노의 광산에서 화학실험을 하는 엔지니어로 일했다.

 


19281월에는 안나 페트로브나 마트석과 결혼해서 2년 뒤에는 어머니의 이름인 예카테리나를 딴 딸을 낳았다. 안나와의 결혼은 5년 만에 끝이 났고, 그 뒤에는 친구의 부인과 재혼했다.

 

글쓰기라는 악덕에 매료된 그는 1930년대부터 본격적인 집필활동을 시작했는데, 1934년 첫 소설을 발표했다. 애국전쟁으로 알려진 독소전(1941-1945) 당시에는 종군기자로 세계대전의 대전환을 가져온 스탈린그라드에 파견되어 명성을 떨치게 됐다. 한편, 그의 어머니는 1941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나치 독일군에 의해 고향 베르디비치를 탈출하지 못한 다른 2~3만 명의 유대인들과 함께 살해당했다.

 


병역을 면제 받았지만, 그로스만은 자원입대해서 1,000일 정도를 근무했다. 종군기자로서 그는 모스크바 공방전, 스탈린그라드 전투, 쿠르스크 전차전 그리고 베를린 전투에 이르는 동부전선의 주요한 전투를 모두 취재했다. 종군기자로서 전설적인 명성을 쌓은 그로스만은 전쟁영웅 대우를 받았으며, 1950년에는 자신의 스탈린그라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스탈린그라드>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소설 <스탈린그라드>의 오리지널 원고가 영어로 번역되었다. BBC에서 라디오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그는 나치 인종청소의 초기 기록들을 수집한 아마추어 역사가이기도 했다. 붉은 군대에 의해 해방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트레블링카와 마즈다네트 절멸수용소의 실상을 밝혀냈다. 1943년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절멸수용소에 대한 그로스만의 기사 <트레블링카의 지옥>은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증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전후, 체제친화적이었던 그로스만은 반체제 작가로 전향하게 되는데 그 계기는 1953년 스탈린의 사망이었다. 1961년에는 악명 높은 KGB가 그로스만의 집에 들이닥쳐 그가 십년간 집필해온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능가하는 역사상 최고의 전쟁소설이라는 <삶과 운명>의 원고를 압수해갔다. 이유는 그가 저술한 소설이 반소비에트적이라는 점이었다. 이 위대한 원고의 사본을 보관하고 있던 그로스만의 시인 친구 세미온 리프킨이 마이크로필름으로 된 원고 사본을 서방으로 빼돌려 스위스에서 1980년 처음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 러시아어로 출간되었고, 1986년에는 로버트 챈들러가 영어로 번역했다. KGB가 보관하고 있던 오리지널 원고는 1988년 해금되었다.

 

영어 번역으로 912쪽에 달하는 이 방대한 분량의 소설 <삶과 운명>은 총 3부로 각각 74, 64, 6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그로스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빅토르 시트룸으로 핵물리학자다. 히틀러에게 스탈린은 스승이었다는 말은, 스나이더 작가의 블러드랜드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묘사다. 히틀러보다 먼저 집권한 스탈린은 인위적인 사회주의 혁명 단계를 조성하기 위해, 막대한 농민의 희생 위에 노동자계급 중심의 프롤레타리아 천국의 조성을 기도했다. 1933년 우크라이나 대기근은 스탈린에게 권력기반을 다지고 노동자 천국을 만드는데 일조했을 지는 몰라도 아무런 죄 없이 죽어간 인민들에게는 대재앙이었다.

 

다시 소설 <삶과 운명>으로 돌아가 소설의 핵심은 215장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한다. 어떠한 고난이 인간에게도 닥쳐도 우리 인간들은 인간성과 선함의 회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볼셰비키 혁명과 최악의 전쟁이라는 독소전의 거친 파도에서 살아남은 위대한 작가의 깨달음이라고나 할까.

 


바실리 그로스만의 대표작 <삶과 운명>은 소련(아니 이제는 러시아라고 불러야 하나)에서 201212부작으로 제작되어 첫 회에 18%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너튜브에서도 제공되고 있는데, 소련말을 모르니 자동번역을 골랐더니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당최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어서 포기해 버렸다. 미니시리즈의 시작부터 숙적 소련과 독일이 가열차게 맞붙은 스탈린그라드 시가전에 투입된 두 명의 병사가 등장한다. 자막만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아쉽기 짝이 없구나.

 

너무 방대한 분량 때문에 국내에 소개되기는 아무래도 요원할 것만 같다. 그렇다고 해서 천쪽에 육박하는 책을 영어 번역으로 읽을 자신은 더더욱 없고... 드럽게 보고 싶으나 나의 역량이 따르지 못할 뿐이다. 이래서 우리 닝겡은 배움을 위해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걸까.

 

부디 바실리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을 용자가 나서서 번역해 주시고 출간해 주시길.

 

[뱀다리] 뉴요커에 실린 영어 번역가 로버트 챈들러의 기사를 보니 <삶과 운명>이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오류다. 언제 번역이 되었단 말인가. 아니면 혹시 현재 판권이 팔려서 번역 중일 수도... 제발 현실이길 바라는 나의 망상이다.


[뱀다리2] 바실리 그로스만의 책이 혹시 국내에 출간된 게 있나 해서 뒤져 보니, 30년 전에 <코미짜르(인민위원)>라는 단행본이 출간된 적이 있다. 서울책보고에서 한 권 찾아서 바로 주문장을 날렸다. <삶과 운명>은 만나볼 수가 없으니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잠자냥 2021-04-22 1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피에 젖은 땅> 읽고 <삶과 운명>하고 <한낮의 어둠>이 콕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매냐 님처럼 <한낮의 어둠>은 사놓았으나, 정말 <삶과 운명> 드럽게 보고 싶습니다.

레삭매냐 2021-04-22 11:17   좋아요 2 | URL
이렇게 삘~이 받았을 적에 바로 바로
읽어야 하는데...

너무 어마무시한 분량이라 아마 출간
이 되어도 수익성이 너무 떨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일단 아쉬운 마음에 <한낮의 어둠>
부터 만나 보는 것으로.

청아 2021-04-22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낮의 어둠>저도 샀습니당!
아..<삶과 운명> 궁금하네요.이런 문제들 때문에 최소한 영어는 해야 하는데ㅠㅇㅠ
한국어가 글로벌 언어가 되는 쪽이 아무래도 빠를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1-04-22 11:19   좋아요 2 | URL
제가 너무 웃기는 게...
<피에 젖은 땅> 읽기는 지지부진
한데, 다른 책들에게만 이렇게 열
렬한 애정을 보이네요 세상에나.

맞는 말쌈입니다. 로씨아어를 배워
야 하는 걸까요. 사실 영어도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만...

페크pek0501 2021-04-23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떠한 고난이 인간에게도 닥쳐도 우리 인간들은 인간성과 선함의 회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 멋지군요. ^^

레삭매냐 2021-04-24 09:35   좋아요 0 | URL
번역이 되면 1빠로 살텐데...

어마무시한 분량이며 단가
그리고 판매가 되지 않을 것
같더라는.

홈즈 2021-12-22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마전에 바실리 그로스만의 두 소설 Stalingrad, Life and fate 를 샀답니다. 일단 1권에 해당하는 스탈린그라드부터 읽고 있는데 문장 자체는 상당히 쉬워요. 특히 독소전 관련 지식이 조금 있으시면 더 읽기 편하실거에요. 스탈린그라드도 890페이지 정도 되는데 지금 절반 정도 읽은터라 Life and fate를 읽으려면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아요.

날아라거북이 2021-12-2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바실리 그로스만의 두 소설 Stalingrad, Life and fate 를 샀답니다. 일단 1권에 해당하는 스탈린그라드부터 읽고 있는데 문장 자체는 상당히 쉬워요. 특히 독소전 관련 지식이 조금 있으시면 더 읽기 편하실거에요. 스탈린그라드도 890페이지 정도 되고 지금 절반 정도 읽었는데 아직은 그렇게 대단한 소설인지 모르겠어요. 아마 Life and fate와는 좀 다른가봐요. 물론 그랬으니 당시 소련에서 출판 가능했겠지만요. 정확한 비교는 두 책을 모두 읽어본 뒤에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위에 있는 댓글은 로그인 안한 상태로 쓰다 만거라 삭제하려고 했는데 비번을 잊어버려 삭제 못했습니다.양해 부탁드려요 ㅠㅠ)
 

얼마 전에 열린책들에서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이 거의 천쪽에 육박하는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장바구니에 조용하게 담아 두었다.

그런데 어젠가 들어가서 찾아보니 절판되었다고 한다. 아예 서지 정보도 보이지 않는다.

 

이기 머선129?

당장 살 것도 아니지만 왠지 아쉬운 느낌이랄까 그것 참.

 

그래서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교보문고하고만 책의 날 콜라보를 진행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열린책들의 <신곡>은 교보문고에서만 판다는 말이다.

 

기독교 문화에 기반한 서양 사람들에게는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왠지 우리에게는 좀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도 최민순 신부님의 버전이 최고라고 해서 상권만 일단 구해서 읽다가 실패한 적이...

 

살 것도 아니면서 왠지 알라딘에서 팔다가 팔지 않는다고 하니 아쉽다.

뭐 그랬다고 한다.

 


- 덧달기 -

 

하도 궁금해서 교보에 가서 미리보기로 맛만 조금 봤다.

번역을 맡은 김운찬 역자가 2년 전 <신곡> 강의를 바탕으로 해서 새롭게 개역을 했다고 했던가.

 

고전읽기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그 당시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사실 내가 단테 알리기에리가 살던 시대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러니 주석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신곡은 나같은 가톨릭 교리와 용어에 대해 문외한들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본문은 고사하고 주석 읽다가 나가 떨어져 버릴 지도 모르겠다.

 

참 올해가 단테 선생 서거 700주기라고 한다. 그리고 보니 도끼 선생도 읽어야 하는데...

지금으로부터 700년 전이면 조선시대도 아니고 고려시대 아니었나. 그리고 보니 고려시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물며 중세 이탈리아야...

 

집에 고이 모셔둔 최민순 신부님의 <신곡>을 다시 꺼내 들어야 하나 어쩌나.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황금모자 2021-04-21 1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합본판은 번역이 한 번 더 개정됐다고는 하는데, 이 이전 판본은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으로 분권되어서 나왔어요.

레삭매냐 2021-04-21 15:00   좋아요 2 | URL
교보에 가서 미리보기를 보니 개역해서
새롭게 냈나 보더라구요 :>

아직 신곡을 읽지 못한 사람으로 한 번
만나볼까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다만 후덜덜한 분량에 소생의 무지함으로...

청아 2021-04-21 13: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점 한군데 독점판매 이런거 웃긴것 같아요. 마케팅 전략이고뭐고 책은 좀 안그랬으면 좋겠어요. (귀찮아서 알라딘만 이용하는 미미ㅋㅋ)

레삭매냐 2021-04-21 15:01   좋아요 2 | URL
언제부터인가 표지갈이한 리커버가
대세가 되었더라구요. 사실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죠.

그럴 시간에 아민 말루프나 타리크
알리 같은 양반의 저서들을 번역해
서 내주면 얼매나 좋을까 싶습니다.

붕붕툐툐 2021-04-21 14: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말씀에 완전 동감~ 좀 웃기다용~~

레삭매냐 2021-04-21 15:02   좋아요 2 | URL
뭐랄까, 색다른 맛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는 리커버판
이 대성공이었습니다 ㅋㅋ

잠자냥 2021-04-21 14: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교보 가서 저도 좀 구경하고 왔는데.... 음... 살짝 사고 싶다가도 결국 신곡 안 읽을 거 같아서 포기하고 왔습니다. 이기 머선129 ㅋㅋ

레삭매냐 2021-04-21 15:03   좋아요 2 | URL
일단, 가격이 ㅎㄷㄷ하더라구요.

어쩌면 저랑 그리도 똑같은 심정
이시진요. 다 읽을 자신이... ...
 



어느 너튜브 방송의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추천하는 아민 말루프 작가의 <레옹 아프리카누스>라는 책에 대해 알게 됐다. 역사소설가로 일가를 이룬 아민 말루프의 데뷔작이었다. 그리고 그가 실존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들을 자신의 종특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어젯밤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 레옹 아프리카누스는 실존했던 인물이었다니 놀랍군 그래.

 

무슬림이 지배하던 알안달루스의 그라나다(가르나타)에서 태어난 레옹 아프리카누스의 본명은 알하산 이븐 모함메드 알웨자즈 알파시였다. 옴마 길기도 하여라. 카스티야 왕국의 레콩키스타 운동으로 알안달루스 전역이 에스파냐 가톨릭 세력의 수중에 넘어갈 즈음, 에스파냐 정복자들이 한 종교의 자유 보장이 순전히 구라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모조리 알안달루스 탈출에 나선다. 정복자들이 하는 말을 믿으면 안 된다는 걸, 그들은 미처 몰랐단 말인가.

 

알와잔 가문의 망명지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파스였다. 누구에게나 나고 자란 조상의 땅에서 생면부지의 곳으로 이주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하지만, 카스티야 왕국의 치하에서 사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더 문제가 아니었을까. 유대인 개종자들인 마라노나 무어인 개종자들이었던 모리스코에 대한 에스파냐 가톨릭 원리주의자들의 차별과 박해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파스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알하산 알와잔(레옹 아프리카누스)은 그곳의 마드라사에서 수학하면서 다양한 학문을 배운다. 와타스 왕가의 외교관이 된 숙부를 따라, 사하라 이남의 송하이 왕국의 사절단의 일원이 되어 여러 곳을 여행하기도 했다. 훗날 그가 펴내게 되는 <아프리카 우주지리지>의 유용한 정보가 되지 않았을까. 그전에 유년 시절에는 페르시아, 바빌로니아, 아르메니아 그리고 타타르 사람들이 사는 중앙아시아까지 여행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 부분은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송하이 왕국 사절단행을 경험한 뒤, 탄력을 받은 알하산은 소금장수, 대추야자장수로 변신해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누비는 여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상은 내가 어제 알게 된 내털리 데이비스의 저술 <책략가의 여행>의 초반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니까 레옹 아프리카누스에 대한 책은 아민 말루프의 저술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너무 읽고 싶은 그 소설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미시사의 대가인 내털리 데이비스는 몇 개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그간 레옹 아프리카누스 연구의 집대성을 시도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서론에 아민 말루프의 역작 <레옹 아프리카누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술탄의 군인, 정보원, 밀사, 관리이자 사절로 활동하던 레옹 아프리카누스는 1518년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튀니스로 귀환하던 중 시칠리아 해적에게 포로로 잡혀, 로마로 압송되었다. 그리고 산탄젤로 성에 투옥되었다가, 당시 교황이었던 레오 10세에게 노예로 진상되었다고 한다. 정말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아닌가.

 

2년 뒤인 1520년에는 기독교로 (강제)개종하고, 조반니 레오네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서는 레오 아프리카노라는 별명으로 불린 모양이다. 별명에 세례명에 정말 다양하기도 하여라. 프랑스식으로 장 레옹 라프리켕이라고 하던가. 프랑스사 미시사 전문가인 내털리 여사는 그를 장 레옹으로 호칭하기도 한다.

 

9년 동안의 이탈리아 거주 기간 동안, 장 레옹은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창작활동은 기본이고, 라틴-히브루-아랍어 사전 편찬은 물론이고 로마의 고관들을 대상으로 아랍어를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 다수의 번역을 작업도 한 모양이다. 1527년 신성로마제국 군대의 로마 약탈(Sacco di Roma) 사건이 벌어진 후, 장 레옹은 튀니스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1550년에 발표된 <아프리카 우주지리지>는 그의 대표작으로, 유럽인들에게는 미지의 대륙이었던 아프리카를 알려준 책이라고 한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과연 장 레옹이 소개된 여행지에 갔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작가 아민 말루프는 바로 이 장 레옹을 주인공으로 삼은 걸작 소설 <레옹 아프리카누스>를 자신의 데뷔작으로 창조해냈다. 역사의 빈 공간이 많은 만큼, 역사소설을 장기로 삼는 작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그런 소재가 아니었을까. 사실 내털리 데이비스의 <책략가의 여행>도 소설에 가깝다는 평이 있다. 과거를 입증하는 사료나 유물을 중시하는 실증사학에서는 얼토당토않은 서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런저런 기사와 서평(<책략가의 여행>)을 만나다 보니 다음의 질문들이 떠올랐다. 장 레옹이 만약 뛰어난 학식과 경험이 없었다면 가톨릭 세계였던 이탈리아 로마에서 그렇게 환대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런 배경이 없었다면 그냥 평범한 무슬림 노예로 생을 마치게 되었을 것이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양서조라는 이미지를 내털리 데이비스는 제시했는데, 원제에 등장하는 Trickster 라는 표현에는 야바위꾼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더라. 30년 이상 무슬림으로 살아온 남자가 순간의 협박에 못 이겨 기독교도로 개종했다는 걸 믿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장 레옹은 왜 아프리카 튀니스에 가서는 이탈리아 시절만한 왕성한 창조적 활동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점들이 의문이다.

 


보신의 달인인 책략가(라고 쓰고 다른 말로는 야바위꾼?)답게 장 레옹은 자신에게 불리한 기록은 남기지 않거나 혹은 침묵이라는 전략을 구사한다. 아마 그것은 타의에 의해 서로 적대적 진영인 기독교의 세계와 무슬림 세계를 넘나들어야 했던 자신의 숙명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 않을까.

 

16세기 기독교 문명과 무슬림 문명이 강력하게 충돌하던 시기에 두 세계를 왔다리 갔다리 하며 일신의 영달을 구하던 야바위꾼 같은 사나이의 삶에 나는 매료되었다. 선택적 역사 해석이 넘실거리는 우리 시대에, 거시사니 미시사니 하는 논쟁의 빈 틈을 문학이 열심히 메꾸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금 해봤다. 아민 말루프 선생은 과연 자신의 데뷔 소설에서 장 레옹의 이 기구한 운명을 어떻게 취사선택해서 요리하셨는지 너무 궁금하다. 아무래도 북디파지토리에 10% 할인 쿠폰이 뜨면 이 책의 영문판을 하나 주문해야지 싶다. 설사 완독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소장각으로라도 만족하고 싶다는 마음에. 참고로 내가 사랑하는 작가 고 루이스 세풀베다는 이 책을 자신이 무인도에 가져 가고 싶은 세 권의 책 중의 하나로 꼽으셨다고.

 

[뱀다리] 속설에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의 주인공이 장 레옹을 모델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좀 웃기는 게, 아민 말루프의 <레옹 아프리카누스>로 출발해서 좀 엄하게 돌아왔다.

구글북을 검색해 보니 영문판 장 레옹에 대한 소설이 아주 친절하게도 소개된다.

 

1: 그라나다 / 에피소드 6

2: 파스 / 에피소드 19

3: 카이로 / 에피소드 6

4: 로마 / 에피소드 9

 

4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위키피디아 전기에는 그라나다에서 태어나고 곧 파즈로 이주했다고 하는데 에피소드가 6개나 되네. 역시 메인은 파스 시절인가 보다.

 

아민 말루프는 완벽하게 주인공 장 레옹에 빙의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첫 번째 챕터를 지금 거북이 속도로 읽기 시작했다. 한글이라면 정말 금방 다 읽을 텐데... 어렵군 어려워.

 

다시 한 번 세상에는 내 인식의 세계를 벗어난 사실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레옹 아프리카누스의 삶을 추적하면서 알게 됐다. 세상은 여전히 넓고, 내가 모르는 것들은 부지기수이며 못 읽은 책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oolcat329 2021-04-20 1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라비안 나이트도 잘 모르는데 이 글은 이따 저녁에 집중해서 읽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레삭님 글 읽으면 늘 성경 이 구절이 떠오르네요.
구하라 주실것이요...☺

Falstaff 2021-04-20 12:14   좋아요 5 | URL
굳이 아라비안 나이트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그거 완독하고 얻은 게 딱 하나, 알라딘이 글쎄 중국 서부의 회교지역에 살던 인물이었답니다. 아이고야.....

coolcat329 2021-04-20 14:11   좋아요 3 | URL
정말루요?! ㅋㅋㅋㅋㅋ 아 매우 쇼킹한 정보에요~~

Falstaff 2021-04-20 14:18   좋아요 3 | URL
아 글쎄 삽화에는 청나라 변발까지 했더라니까요.
알.라.딘이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4-20 14:21   좋아요 3 | URL
헉!🤣🤣🤣🤣🤣🤣 변발이라뇨?! 세상에 ㅋㅋ 아 폴스타프님! 지금 입 틀어막고 고개 숙이고 있습니다.🤣

레삭매냐 2021-04-20 17:59   좋아요 3 | URL
일단 구하긴 했는데 영어책이라
진도가 겁나 느리네요...

300쪽이 넘어가는 데 이걸 언제 다
읽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NYT
리뷰로 만족해야 어쩌나 싶네요.
 
나는 독일인입니다 - 전쟁과 역사와 죄의식에 대하여
노라 크루크 지음, 권진아 옮김 / 엘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은 정말 은혜로운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자본주의 3.0 시대에 어떤 비용도 없이 수 시간을 마음껏 머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심지어 책도 공짜로 볼 수가 있다. 목표했던 책들을 고르러 갔다가 순전히 운빨로 걸린 책이었는데, 그렇다 책 권수도 늘릴 겸 나는 종종 그림 소설을 애호한다, 아주 마음에 드는 그런 책이었다.

 

저자는 미국 파슨스 스쿨의 부교수라는 독일 퀼스하임 출신의 노라 크루크. 아니 출신지는 칼스루에였던가? 뭐 그건 중요하지 않다. 전후 독일 2세대로, 그나마 과거 청산 세대에 해당하는 저자가 자신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에 저지른 끔찍한 전쟁범죄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가족사를 통한 과거와의 화해가 담긴 그런 책이었다.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는 독일이 만든 세계적인 자랑거리들을 그림 소설 곳곳에 포진시킨다. 서류 보관으로 골머리를 앓는 나에게도 익숙한 바인더의 본고장이 독일이란다. 라이츠라는 사람이 만든 바인더는 정리정돈에 이골이 난 독일 사람들에게 아주 제격이었던 발명품이었다. 그리고 독일산 빵, 독일어로는 브로트라고 하던데 역시 한국 사람들에게 밥이 있다면 아마 독일 사람들에게는 브로트가 있던 모양이다.

 


그림 소설의 전반부에는 저자의 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형 프란츠-카를 크루크(FKK)의 과거 행적을 쫓는 이야기다. 작은 프란츠-카를이 태어나기 전에 큰 프란츠-카를은 이탈리아 전선에서 1944년에 가슴에 총탄을 맞고 전사했다. 수백만의 독일 젊은이들이 죽어나간 당시 일반 독일 가정의 비극이라고나 할까. 1926년에 태어난 프란츠-카를은 나치 시대의 세례를 받고 성장했다. 어린 프란츠-카를에게 나치들은 수세기 동안 같은 독일의 하이마트(heimart:고향)를 공유해온 유대인들을 독버섯이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보니 퀼스하임 동네는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의 고장이기도 했다. 중세 이래, 기사들이 앞장서서 죄 없는 유대인들을 죽이는데 앞장섰다.

 


세뇌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저자가 찾아낸 큰 프란츠-카를이 남긴 그림일기나 편지 등등에 잘 나타나 있다. 농부였던 큰 프란츠-카를은 17세에 징집되어 18세에 전선에서 연합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건, 그가 다른 부대도 아닌 바펜-SS, 그러니까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던 무장친위대 소속이었다는 점이다. 노라의 아버지 작은 프란츠-카를은 가족과 함께 했던 이탈리아 여행에서 큰형님의 묘를 찾는다.

 

저자 노라 크루크는 브루클린에서 유대인 남성과 만나 결혼했다. 아니 어쩌면 유대인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 자신의 민족이 지난 전쟁에서 저지른 범죄와 화해하고, 어떤 면에서는 속죄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추정해 본다. 미국에서 굳이 자신의 독일 억양에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하는 그런 에피소드들도 자주 등장한다.

 

다음 인물은 좀 더 복잡하다. 그는 바로 노라 크루크의 외할아버지 빌리 로크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수양어머니에게 내쫓겨 어려서 동생 에드빈과 험한 세상의 풍파를 헤쳐 온 사나이다. 운전 기술을 배워 유대인 동업자에게 운전 교습소 사업을 물려받은 빌리. 히틀러가 집권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회민주당(SPD)에 투표하던 그가 놀라운 변신을 하게 된다.

 


이 사실을 노라 크루크는 종전 후, 미군이 남긴 기록을 통해 알게 된다. 빌리 로크는 나치 당원이었던 것이다. 131가지에 달하는 질문 중에 1위는 나치당 소속이었나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다음 순서는 일반 친위대 혹은 무장 친위대였다. 그러니까 노라의 가족 중에는 1번과 3번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신을 동조자(미트로이퍼)라고 분류하지만, 그는 동조자보다 좀 더 심각한 단계인 부역자로 분류되었다. 과연 유쾌하지 않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저자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운전 교습소를 운영해야 했던 빌리 로크에게 부역자라는 딱지는 치명적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자녀를 부양해야 했던 그는 필사적으로 적극적인 나치 당원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미군 점령군들에게 증명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의 지인들이 나서서 그를 변호했다. 특히 공인된 반파시스트 운동가였던 알베르트 W.의 증언은 결정적이었다. 비로소 노라 크루크는 안도하기 시작한다. 비록 자신의 할아버지 빌리 로크가 나치 당원이긴 했지만, 심각한 부역자는 아니었노라고.

 

다시 미국에 돌아온 노라 크루크는 작고한 알베르트 W.의 자손들과 연락을 취한다. 그리고 구원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러니까 노라 크루크 작가가 그리고 쓰고 기록한 <나는 독일인입니다>는 결국 자기 구원에 대한 서사인 셈이다. 한사코 자신들이 전쟁 중에 저지른 가공할 만한 범죄에 대해 반성과 사과는커녕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부인하는 이들의 그것과 너무 다른 자세가 아닌가.

 


마지막에는 독일의 또다른 자랑거리로 강력접착제로 기네스 신기록을 보유한 우후(UHU)가 소개된다. 무엇이든 강력하게 붙일 수 있는 제품이지만, 과연 자신들의 끊어진 기억들도 그렇게 이어 붙일 수 있는지 저자는 담담하게 묻는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1-04-19 16: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만쉐!!!!

레삭매냐 2021-04-20 09:16   좋아요 1 | URL
도서관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붕붕툐툐 2021-04-19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진짜 은혜로운 곳!! 저도 도서관 러버라, 도서관에 투자 안하는 시와 시장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ㅎㅎㅎ
가끔 이런 뜻하지 않게 좋은 책을 만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잖아요~ 도서관 그만 가야 하는데-빌린 책은 이미 쌓여 있음- 또 갈 것만 같아 불안해요~ㅎㅎ

레삭매냐 2021-04-20 09:18   좋아요 1 | URL
제가 사는 동네 전임 시장님은 정말
도서관 뿐 아니라 소장 도서에 대해서
도 신경쓰시는 분이셨는데 지난 번에
다른 사람으로 바뀐 다음에는 그 분
이 하시던 도서관 정책들이 죄다 사라
져 버려서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온통 개발과 부동산 값만 올리라는
그리고 도서관을 독서실로 만들어
내라는 이들 때문에 기가 찰 지경이
네요.

전 오늘도 읽고 싶은 책을 하나 만나
서 일단 사기 전에 살만한 책인지 관
찰하러 가야 하나 어쩌나 싶습니다 :>

라로 2021-04-20 09:52   좋아요 2 | URL
레샥매냐님,, 이런 님의 글을 읽으면 님의 직업이 너무 궁금해져요. ^^;;;
암튼 덕분에 모르는 책을 알게 되는 좋은 점도 있지만, 어떻게 책을 고르시고 대하시는 지 종종 느껴져서 더 신뢰가 갑니다. 레샥매냐님도 만쉐!!!^^

2021-04-20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