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수 레드삭스 팬으로 어제 무키 베츠가 다저스로 트레이드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뭐 예상하고 있던 바라 크게 놀라지 않았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환영하는 바이다. 그런데 레드삭스가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 보낸 게 이번이 처음이던가? 아니다.
시간을 16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2004년 7월 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충격적인 뉴스가 빈타운을 뒤흔들었다.
레드삭스의 주전 유격수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컵스로 트레이드되었던 것이다.
그가 누구였던가. 보스턴의 암울했던 시절을 함께 한 그야말로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던가. 신인왕 그리고 우타자로 2연속 타격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노마를 트레이드하다니!
새로 부임한 냉철한 젊은 단장 테오 엡스타인은 숱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정책을 밀어 붙였다. 그것은 바로 86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깨는 것이었다.
그 저주를 깰 수만 있다면 프랜차이즈 스타의 트레이드는 그에게 금기가 아니었다.
노마가 보스턴에서 지낸 9년과 무키 베츠의 6년은 비교 불가다.
사실 노마는 숙명의 라이벌 양키즈의 데릭 지터에 비해 전혀 딸리는 실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양키즈는 데릭 지터에게 10년 2억 달러에 달하는 화려한 금액을 선사했고, 보스턴은 냉정하게 노마에게 5년 6천만 달러라는 초라한 연장 계약을 스프링캠프에서 제시했다. 다시 한 번 야구가 냉정한 비즈니스라는 점을 강조해야할 것 같다.

잦은 부상으로 많은 필드 레인지를 커버해야 하는 주전 유격수에게 수비 부담은 크게 다가왔다. 더불어 강점을 가진 타격에서도 빛을 발하지 못하던 상태에서 결국 노마는 레드삭스와 비슷한 처지의 컵스로 트레이드된 것이다.
그 다음의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2004년 가을, 노마 대신 올란도 카브레라를 주전 유격수로 삼은 레드삭스는 양키즈를 상대로 모든 프로리그에서 전무후무한 리버스 스윕을 완성하고, 월드시리즈에서 1946년과 1967년 두 번이나 물먹은 카디널스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고 86년 묵은 저주를 뽀갰다.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그리고 모두가 노마를 잊어 버렸다.
다시 2020년으로 돌아와 보자. 보스턴 수뇌부는 이미 올해가 끝나면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무키 베츠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지난 스토브 리그에서 선수들의 몸값 폭등을 목격한 베츠는 연장계약 대신 프리 에이전트 시장에 나갈 것을 공언했다. 전언에 따르면 연장계약에서 보스턴은 10년 3억 달러를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베츠는 메이저리그를 상징하는 마이크 트라웃 수준의 연장 계약을 원했던 모양이다. 12년에 4억 2천만 달러. 바이 바이 무키.
한 선수에게 그런 돈을 주는 건 정말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팀의 총 연봉을 2억 달러라고 간주했을 때, 선수 한 명이 팀 연봉의 20%를 가져 가는게 정상인가? 말이 되지 않는다. 레드삭스가 올릴 수 있는 최대 승수를 100승으로 잡았을 때, 그러면 베츠에게 기대하는 WAR가 20.0 되어야 한다는 말인데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팀에 마음에 떠난 선수는 그나마 값어치가 있을 때 트레이듷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아도 망한 계약인 데이빗 프라이스의 계약을 털어 내고 사치세 기준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보스턴 경영진이 짝수해와 홀수해를 오락가락하는 선수에게 그런 계약을 내줄 리가 없었다. 결국 고육책으로 베츠와 프라이스를 묶어 다저스와 극딜에 나선다. 더 이상 팀에 머무를 생각이 없는 선수와 망한 계약을 상징하는 선수 대신 베츠의 자리를 대신할 (하지만 허리 부상으로 건강에 물음표가 달린) 알렉스 버두고와 미네소타와의 삼각 딜로 유망주 한 명을 얻었다.
미래보다 현재를 중시하는 데이브 돔브로우스키가 보여준 팜을 털어 먹고 돈을 잔뜩 들여 우승한 2018년 우승 모델(게다가 사인 스틸링까지!)보다는 괜찮은 준척 선수들과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응집력으로 우승한 2013년의 우승 모델이 2020년 레드삭스가 추구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보스턴은 이번 트레이드에서 다저스의 개빈 럭스나 더스틴 메이 둘 중의 하나는 꼭 데려왔어야 하는데 그 점이 좀 아쉽다. 아마 베츠 트레이드만으로는 가능했을 지도 모르겠는데, 프라이스를 덤으로 끼워 넣는 바람에 아쉬운 딜이 된 것 같다. 버두고가 부디 건강해서 베츠의 몫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No one is bigger than the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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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MLB를 뜨겁게 달구었던 배추 트레이드 건은 루키 단장의 탬파베이 스타일의 트레이드 결과를 손에 쥐고 현타한 보스턴 수뇌부의 결정으로 막판에 엎어질 위기에 처했었다. 오죽했으면 보스턴 팬들이 팀의 이름은 보스턴 레이 삭스라며 놀려댔을까.
그러니까 팀의 가장 강력한 타자인 배추와 썩어도 준치라는 1억 달러 연봉이 남은 사나이 프라이스에 연봉보조 5천만달러까지 해서 손에 쥔게 ‘메이크업’(선수의 생활방식 혹은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알렉스 버두고와 아직 실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신인 투수 그라테롤이라니! 믿어지는가.
그러니 당연히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다저스와 보스턴의 딜을 주축으로 미네스타에 에인절스까지 낀 빅 딜은 난항에 부딪혔다. 딜이 무한정 길어지자 성질이 솟구친 에인절수 구단주 모레노는 결구 나가리를 선언했고 에인절스로 가게 되었던 우완투수 ‘후두러 패기’ 작 피더슨(우투수 상대 홈런 36, 좌투수 상대 홈런 0)과 로스 스트리플링은 그대로 다저스에 주저 앉게 되었다. 프리 에이전트가 1년 남은 피더슨은 팀을 상대로 한 연봉조정 분쟁에서 패하면서 사단을 냈지만... 뭐 그렇게 가는 거지.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는 배추가 다저스로 트레이드 되기 전, 연장 계약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끝내 배추는 프리 에이전트 시장에서 자신의 가격을 알아볼 심산인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가 원하는 10년 4억 2천만 달러는 말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설마 이미 3번의 MVP에 빛나는 트라웃과 비교하는 건 아니겠지. 사실 배추의 실력은 이제 정점에 달하고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는데 그런 선수에게 장기계약은 절대 안된다. 길어야 1-2년이 배추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일 것이다.
어쨌든 딜은 성사되었고, 부디 보스턴이 받은 버두고 외에 지터 다운스와 코너 웡이 팜에서 무럭무럭 자라 피디와 캡틴 베리텍의 왕년의 모습을 재현해 주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