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년부터 도끼를 읽겠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계획이 변경되어 오늘부터 읽을 예정이다.

 

내가 유일하게 읽은 도끼의 작품이 <죄와 벌>이다. 아주 오래전 유시민 선생의 책을 보고 분발해서 읽었다.

하지만 리뷰를 남기지 않았기에 무언가 찝찝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번에 나의 선택은 <지하로부터의 수기>.

작년엔가 헌책방에 가서 산 푸른색 도끼전집 시리즈다. 예전에 파주 열화당에 가서 주욱 늘어서 있는 도끼 전집을 보고 전율을 했던 기억이 난다.

책쟁이라 책을 읽는 것보다도 수집에 열을 올렸었는데.

 

그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도끼 전집의 낱권을 만났을 때의 환희란.

나중에 가서 다시 픽업해 오리라 다짐했지만 아직까지도 뭉개고 있는 중이다.

다른 낱권으로 나온 전집도 쓸어 와야 하는데. 아직까지 있다는 보장도 없고 뭐 그렇다.

 

사실 지난번에 존 맥스웰 쿳시의 <페테르부르크의 대가>를 읽으면서 전범이 된 <악령들>을 읽고 싶어서 검색도 했더랬지. 그리고 보니 아직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리뷰를 쓰지 않았네. 역시나 숙제로 남아 있는 것.

 

이미 열린책들에서 나온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열린책들 버전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동에서 나온 걸 또 사는 건 무언가. 그렇다고 읽지도 않으면서.

 

어쨌든 자기 전에 조금이라도 읽어야지. 나는 도끼를 읽기 시작했다.


근데 웃기는 건, 책부터 읽을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책을 좀 사서 모아야 하나 뭐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더라는. 어제 세 권 덜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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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분량으로 가장 만만해 보이는 <지하로부터의 수기(1864)>를 간택해서 읽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차원에서 밑줄 긋기는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4B 연필로 좍좍 긋는다. 그리고 메모도 하고.

 

도끼 선생의 책을 새로운 눈으로 보려니 왜 이렇게 그을 밑줄이 많은지 모르겠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에 빠져드는 순간인가 보다.


, 그리고 산 책은 언젠가는 읽고 만다는 실천에 옮기는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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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12-03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까라마조프 열린책들 책이 제꺼랑 똑같네요. ㅎㅎㅎㅎ 도끼 읽기를 인생 숙제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레삭매냐님 도끼 읽기에 큰 박수와 환호와 화이팅을 보내드립니다!!!

레삭매냐 2019-12-03 23:05   좋아요 0 | URL
저에게도 하나의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적 도끼도 안 읽고 뭘했는지 그것 참.

얄븐독자 2019-12-03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백 판형 도선생 전집 몇권과 빨간 양장 지하로부터... 가 너무 오래 꽂혀있어서 부식이 될 지경인 한 사람으로써 뭔가 뜨끔하네요 --; 그나마 카라마조프 ... 유일하게 읽어봤습니다 ㅋ

레삭매냐 2019-12-03 23:07   좋아요 0 | URL
카라마조프가 그렇게 좋다던데...
그리하야 도전장을 드밀게 -

이렇게 선언이라도 해야 읽지 않을까
싶어서리.

그나저나 ‘부식‘ 언급하신 시퀀스에선
저도 식겁했습니다. 원죄이지요.

북프리쿠키 2019-12-03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끼읽기 응원합니다.
다 읽진 못했지만 도끼의 모든 글을 사랑합니다^^; 전 빨강색 전집으로 들고 있어요~~

레삭매냐 2019-12-04 08:53   좋아요 1 | URL
저도 워낙 도끼 샘의 책들의 분량이
후덜덜한지라 전작하겠다는 말을
차마... 다만 힘 닿는 데까지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페넬로페 2019-12-03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도끼‘ 가 뭔가 했어요^^
그렇게 쉽게 부를 수 있었네요~~
레삭매냐님은 항상 제가 처음 들어보는 작가에 대해 글을 쓰셨는데
이제야 제가 아는 도끼책이 나와서
반가워요~~

2019-12-04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12-04 09:01   좋아요 1 | URL
ㅇㅇ 도스토옙스키 너무 길어요 ~
러시아 작가와 주인공들이 다 그렇지만.

오늘 세어 보니 단편 제외하고 도끼 샘
소설이 16개더군요. 그 중에 유일하게
완독한 건 <죄와 벌> 뿐.

하나하나 읽어 보렵니다.

120퍼센트 2019-12-04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ㅎㅎ 저는 죄와벌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었는데 몹시 힘들게 읽었어요, 두번 읽으면 나아질까요? 가난한사람들은 쉬이 읽었고요 ㅋ도끼 선생 다른 책들도 구비해뒀는데 지하로부터의 수기 빼먹었네요, ㅋㅋ 레삭님 리뷰보고 질러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19-12-05 09:19   좋아요 1 | URL
말은 거창하게 늘어 놓았지만...
과연 도끼 샘들의 책들을 읽을 수 있을
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좀 엉뚱하지만 도끼 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예전에 어느 책모임에서 한글로
글쓰는 분이신데, 도끼 샘을 칭송하면
서 자기는 한국 작가들이 쓴 책은 읽
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떠벌이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뒷북소녀 2019-12-23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톨스토이 올해 정복해서 내년부터 도끼를 전작해 볼 예정인데...
기대됩니다. 매냐님. 리뷰^^

레삭매냐 2019-12-23 15:01   좋아요 0 | URL
말은 그럴싸 하게 해 놓구설라무네
다른 책에 정신이 팔려서리...

과연 도끼샘 책들을 정독할 수 있을
지 어떨지 모르갔습니다 지금으로선.
 
대리석 절벽 위에서 대산세계문학총서 121
에른스트 윙거 지음, 노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도대체 언제 산지도 기억할 수 없는 에른스트 윙거의 <대리석 절벽 위에서>를 세 달에 걸쳐 읽었다. 분량은 정말 적은 데 왜 이렇게 오래 시간이 걸렸을까. 푸르르메리트 훈장에 빛나는 전쟁 영웅 윙거의 이번 저술은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 지배에 대한 상징을 모호하게 다루고 있어서 더더욱 그랬던 게 아닐까.

 

아무리 봐도 윙거는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모호함의 극단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과 오토 형제가 거주하는 평화로운 마리나는 세계대전 이전의 평화로웠던 시절에 대한 윙거의 회상이다. 소설의 첫 문장인 행복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총아들이던 산업가들이 득세하게 되면서, 무지막지한 이윤의 추구를 위해 획기적인 전기가 필요했다. 특히나 자본주의 후발주자였던 독일은 경쟁자인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식민지가 없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전쟁뿐이었다. 전쟁이 다수의 민중에게는 불행의 근원이었지만 극소수의 거대 자본가들에게는 축복이었다.

 

최근 읽고 있는 수정주의 시각에서 독일의 역사를 다룬 책에서 히틀러는 산업자본가들의 고용인이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 있는 불한당들의 우두머리 산림감독원장은 총통 히틀러나 그의 숙적이었던 스탈린 혹은 제3제국의 2인자였던 헤르만 괴링으로 봐도 무방하다.

 

독일을 상징하는 슈바르츠발트라고 명명하고 싶은 캄파냐의 지배자인 산림감독원장 일당과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그것은 마치 다가오는 2차 세계대전의 전운과도 같았다고 할까. 곤충과 식물을 사랑하고, 그것들의 표본과 색인을 다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기던 이들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등장한 인간의 박피 헛간은 그야말로 야만과 폭력의 상징이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산림감독원장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나와 동맹군들은 무참하게 짓밟히고 만다.

 

마리나의 동맹군이자 용감한 전사였던 벨로바르 노인의 최후는 죽은 전사들이 간다는 발할라의 제단을 떠올리게 했다. 윙거가 반전을 주장하는 작가였다면, 이런 피비린내 나는 전투 대신 협상이나 대화를 통해 평화를 추구해야겠지만 5년간의 대전쟁을 몸소 겪은 전사는 반대로 그런 영웅적인 죽음을 찬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명징한 사유의 저변에 깔린 저자의 본질을 슬며시 엿본 듯한 느낌이랄까.

 

결말 부분에 야만적인 산림감독원장 일당의 추격으로 죽음의 순간을 맞이한 주인공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장면은 독일 민족의 뇌리에 각인된 붉은 수염의 전설, 절체절명의 위기로부터의 기사회생한다는 기적적인 행운을 문학적으로 재현해내지 않았나 싶다. 화염에 싸인 수도원과 마리나에 대한 묘사는 책이 발표된 후 6년 뒤에 총통이 약속했던 천년제국 게르마니아의 수도 베를린이 불과 집권 12년 만에 적군의 손에 화염에 휩싸이게 되는 장면을 예언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해를 넘기지 않고 <대리석 절벽 위에서>를 다 읽게 되어 다행이다. 결국 못 읽을 책은 없다는 건가. 문득 나의 서가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도끼 선생들의 책들이 눈에 밟힌다. 아무래도 내년은 도끼 읽기의 해로 삼아야지 싶다. 첫 도전은 내가 유일하게 읽었다고(리뷰는 쓰지 못했다) 자부할 수 있는 <죄와 벌>로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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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19-12-03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이 책 읽은 줄 알았는데 아닌 거 같은데요. <강철폭풍 속으로>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패스했었나, 아리송.... ㅎㅎㅎ

레삭매냐 2019-12-03 16:06   좋아요 0 | URL
<강철 폭풍 속으로> 굉장히 기대를 하고 도전
했었는데 무려 세 번이나 도전한 끝에 다 읽었
네요.

이 책도 쉽지 않더라구요.

북프리쿠키 2019-12-03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뒤에 한길그레이트북스 책은 몬가요??ㅎ

레삭매냐 2019-12-03 16:06   좋아요 1 | URL
어제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랍니다.

북프리쿠키 2019-12-03 16:13   좋아요 1 | URL
ㅠ 아~저도 아렌트 누부야 글 앞에서 좌절하고 반틈 읽다가 덮어두었답니다.^^
 

2019년 기해년에도 부지런히 달렸다.

오늘까지 해서 모두 160권을 읽었다.

원래는 10권을 뽑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 그리하여 올초부터 정리해둔 책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을 만한 책들 7권을 골라 봤다.




1. 바보의 알파벳 - 시베스천 폭스


가히 인생책이라 부를 만하다. 내년에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이다.

A부터 시작해서 Z에 이르는 삶의 여정 그리고 내 삶의 근원을 찾아 가는 구도의 과정에서 구원 비스무레한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무언가 거창하게 표현하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의 능력 밖이지 싶다. 이 책으로 단박에 시배스턴 폭스 작가의 팬이 되어 버렸다.

 

<파리 에코> 원서도 샀지만, 어디선가 먼지를 조용하게 뒤집어 쓰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읽지도 않을 책은 왜 샀냐고 묻지 마라.


2. 보라색 히비스커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한 시절 인도가 세계 문학을 이끌어 나가리라는 전망이 있었다. 다음 주자는 검은 대륙의 나이지리가가 될 모양이다. 그런데 조국을 떠나 미국에 둥지를 튼 아디치에 작가를 나이지리아 작가로 칭해야 할지 아니면 미국 작가로 불러야 할지 고민이다.

 

먼저 소개된 <아메리카나>는 읽다 말았는데, 데뷔작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놀라운 흡입력으로 단숨에 읽어 버렸다. 아마 폭스의 <바보의 알바벳>이 아니었다면 올해 내가 만난 최고의 책으로 꼽아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싶다.

 

포스트콜로니얼 시대 전통과 현대의 충돌, 예의 갈등을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가정 문제가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서사에 그만 반해 버렸다. 정녕 이게 데뷔작이란 말인가. 그저 놀랄 뿐이었다.


3. 빅 브러더 - 라이오넬 슈라이버


이제 연락이 안되는 내 동창 친구는 술자리에서 가족이 원쑤라며 한탄을 했다. 그녀의 가족사에 얽힌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 듣고 이해가 됐다. 가족이 진짜 원쑤였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 원쑤까지는 된 것 같지 않다. 어쨌든.

 

나의 피붙이가 나에게 빌붙으려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고 살자가 나의 삶의 모토 중의 하나인데. 재즈 피아니스트 오빠가 엄청나게 살이 찐 상태로 나를 찾아온다. 오빠 때문에 나의 결혼 생활이 위기에 빠져든다.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모든 사회적 출발의 원점에 해당하는 가족 문제를 예리하게 해부한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탁월한 분석에 그리고 매 고비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유형의 갈등이 새콤달콤 쌉싸름하기까지 하다. 오래 동안 묵혀 두었다가 읽은 보람이 있었다. 그전에 읽다만 슈라이버의 <내 아내에 대하여>도 읽어야 하는데.


4.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 - 카를로 레비


말이 필요 없다. 우리에게는 정말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에서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 반파시스트 운동에 나섰다가 시골 마을로 유배된 청년 지식인의 값진 기록이다.

 

모든 민중을 사랑하는 그리스도 마저 에볼리에서 멈출 정도라는 표현이 심금을 울린다. 신마저 민중을 외면한다면 그들의 희망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중앙 정부에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던 진짜배기 이탈리아 민중 사이에서 지내며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을 취합해서 펴낸 레비의 글이 국내에 소개된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가족어 사전>과 함께 읽어볼 것을 권한다.


5.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사람들이 애정하는 책이라면 다 이유가 있는가 보다.

인스타에 끝도 없이 올라는 피드에 떠밀리다시피 해서 읽게 된 책인데 놀라웠다.

천조국의 자연과학자는 소설도 잘쓰는가 싶었다.

 

바닷가에 아무도 없이 홀로 살게 된 카야의 고독하고 외로운 삶에 공감이 갈 수 있도록 델리아 오언스 작가는 정교하게 짜인 플롯으로 독자를 유혹한다. 삶은 그렇게 무지갯빛으로 오색찬란하게 비추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진실인 것을 말이다. 진실은 정말 아프고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그것이 인정하고 싶진 않은 진실의 이면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어떤 종류의 깨달음이든지 제공해 주는 책이라면 책쟁이가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6.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 리처드 플래니건


모든 것은 시절인연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어떤 책을 기를 쓰고 읽으려고 해도 안되고 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 않은가.

 

리처드 플래니건의 <먼 북>은 세 번의 도전 끝에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책의 어딘가에 나오는 인간 존재의 한없음이야말로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랑한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백년해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이 사는 부대낌이 사랑의 감정을 휘발시켜 버릴 지도 모를 노릇이 아닌가. 그러기에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더 애절하고 뭐 그런 것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재료에 전쟁포로로 시암에서 버마로 가는 철도 부설공사에 내몰린 오스트레일리아 전쟁포로에 대한 고통의 연대기 한 자락을 깐다. 기아, 고문, 학대 같은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은 불굴의 정신을 저자는 예리하게 짚어낸다.

 

하이쿠를 사랑하는 민족인 일본인들이 가해자인 전쟁에서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악을 쓰며 대드는 장면을 대표적인 피해자 민중들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 들이란 말인가. 이것 역시 하나의 폭력이 아니던가. 역사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플래니건의 서사는 강렬한 진실의 힘으로 때로는 논쟁적 주제를 피하지 않는 당당함으로 독자에게 어필한다. 대단한 책이다.



7.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 실레스트 잉


좋은 책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 지난봄에 만났다가 <타임>이 도와줘서 지난달에 결국 읽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기시감 아니 기독감은 레알이었더라. 그리고 반가웠다.

 

이제 더 이상 하나의 나라가 아닌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들로 갈려 버린 미국 사회의 오늘에 대한 정밀보고서가 아닌가 싶다.

 

1997년에서 1998년으로 넘어가는 미국 사회는 그 유명한 클린턴 스캔들로 몸살을 앓았다.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케네스 스타 리포트에 등장하는 포르노소설을 능가하는 슈퍼리얼리티는 진짜 끝장이었지. 당시 신문 지상에 나온 케네스 스타 리포트 전문이 실린 신문을 어디에 보관해 두었을 텐데.

 

또 한편에서는 생산수단 유무에 따라 초래된 부의 불평등은 양극화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미아 워런과 펄이 한 편이라면, 리처드슨 가족은 상위 그룹을 형성한다. 태생부터 다른 이방인인 펄과 미아가 차례로 리처드슨 가족의 삶에 개입하면서 빚어지는 인생 드라마는 정말 압권이었다.

 

21세기 미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의 분배문제, 인종주의, 입양문제, 십대의 섹스 이슈 등등 거의 전반을 소설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는 정면에 대고 선전포고를 날린다. 그 어떤 주제도 피해갈 의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실레스트 잉 작가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아닐까. 작은 불씨치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큰 불로 번질 수 있다는 게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의 알파와 오메가를 장식하는 그 무언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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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까비 3


1.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 치누아 아체베


나이지리아 출신 대가의 작품이 내뿜는 아우라는 대단했다.

대선배의 뒤를 딸 신예 치고지에 오비오마도 아마 그의 작품에서 타령을 한다지.

미지의 대륙에서 연이어 터지는 젊은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2. 광대 샬리마르 - 살만 루슈디


이 한 편으로 집에 있는 살만 루슈디의 책들을 찾아 나서게 됐다.

여러 권 있지만 제대로 읽은 책이 없다는 게 함정.

대표작 <한 밤의 아이들>은 읽다 말았다.

카슈미르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샬리마르의 슬픈 서사.


3. 올드 스쿨 - 토바이어스 울프


오랫동안 고대해 마지않던 토바이어스 울프 쌤의 책이 드디어 출간됐다.

말이 필요 없다. 부디 계속해서 울프 쌤의 작품들을 뽑아내 주시길.

파라오와 그의 특기라는 <단편집>을 속히 만날 수 있길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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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11-30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빨리 뽑으신 것 아닙니까?
아직 한 달이 남았는데...
그래도 책 많이 읽으시는 매냐님께서 이렇게
7권을 뽑으신 걸 보면 꽤 실하고 좋은 책인가 봅니다.
참고하겠습니다.^^

레삭매냐 2019-12-01 19:22   좋아요 0 | URL
이런 걸 선빵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ㅋㅋ

다른 분들의 베스트와 차별성을 강조하고나
좀 이른 시점에서 쓰게 되었네요.

참고,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19-11-30 1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7권 중 2권 읽었네요. 근데 160 권! 대단하세요. 저는 앞에 1을 빼야하는데... 다른 책들도 기억해두겠습니다. 남은 한 달 12월 책도 기대할게요.

레삭매냐 2019-12-01 19:23   좋아요 1 | URL
이달에는 그전에 벌려두고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그렇게 일년이 또 지나가 버렸네요.

120퍼센트 2019-11-30 1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읽어보고싶습니다

레삭매냐 2019-12-01 19:24   좋아요 1 | URL
지극히 주관적인 독서라 다른
독자들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12-07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올리시면 책추가가 어렵습니다 ㅜㅜ상품추가가 안되서~레삭매냐님 스탈^^오홋!

레삭매냐 2019-12-07 22:39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사진만 떨렁 걸 게 아니라 링크가
필요했군요.
사진에 링크를 거는 법은 없을까요 :>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레스트 잉 지음, 이미영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타임>이 선정한 지난 십년의 소설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익숙한 거지. 이거 내가 처음 읽는 게 아닌가봐. 알고 보니 지난 2월에 도서관에서 빌린 기록이 있더라. 아마 어느 정도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한 모양이다. 결국 중고서점에서 사다가 다시 읽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인근의 부자들이 사는 동네 셰이커하이츠가 공간적 배경이다. 그리고 시간적 배경은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재직 중이던 1997년과 1998년 즈음이다. 그게 벌써 20년 전의 일이구나. 워터게이트로 깨끗한 정치지도자라는 미국 대통령의 위상이 만천하에 공개됐다면, 클린턴 스캔들은 대통령 역시 보통의 인간들과 같은 욕망의 존재라는 걸 드러냈다고나 할까. 실레스트 잉은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추잡한 스캔들을 다이너마이트 오럴 섹스라는 도발적인 문구로 저격한다.

 

완벽해 보이는 리처드슨 네 집에 불이 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누가 이 멋진 집에 불을 지른 걸까? 이 사소해 보이는 불씨는 모두가 가지고 있었을 뿐, 언제고 도화선이 당겨지면 불타오를 수 있다는 방증이다. 완벽한 보이는 중산층 가정인 리처드슨 네 집에 이질적인 이방인 미아 워런과 펄이 침투하면서 위선과 가식으로 포장한 그네들의 삶이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미아와 펄 모녀는 자그마치 46곳이나 되는 미국의 곳곳을 누빈 그야말로 방랑자의 전형이다. 그들은 워낙 가난했기 때문에 비싼 물건을 소유할 수도 없었고, 이동을 위해 최소한의 것들만 폭스바겐 래빗에 실어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사진 예술가 미아는 주거지와 먹을 것을 장만하기 위한 비용을 벌기 위해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했고, 딸 펄은 중고 상점에서 구제 옷을 구해 빈티지 마냥 입고 다닌다. 리처드슨 가정이 미국의 빛을 상징한다면, 워런 네는 그림자 정도라고 보면 될까.

 

자 그런데 빛과 그림자가 만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걸까. 바로 이 지점을 실레스트 잉은 정확하게 타격한다. 리처드슨 가정의 아이들은 렉시, 트립, 무디 그리고 방화범이자 말썽꾸러기 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펄에게 관심을 갖은 무디의 초대로 펄은 완벽한 가정에 이방인으로 참여하게 된다. 지역신문 기자로 활동하는 박애주의자 엘리나 리처드슨 여사는 미아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세를 놓는다. 그들을 돕고 싶었던 엘리나는 미아에게 자신의 집에 와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면, 세를 면해 주겠다는 관대한 제안까지 하기에 이른다. 미아는 이 제안이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직감한다.

 

이렇게 정교하게 설계된 리처드슨 가정과 워런 가정의 관계는 미아의 친구 베베 초우의 아기 미라벨 아니 메이링의 입양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고등학교 3학년 렉시는 미아의 도움으로 예일대 합격증을 받게 되지만, 남자친구 브라이언과의 불장난으로 낙태 수술을 받게 된다. 펄은 친구 무디의 형 트립과 첫경험을 하게 되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는 무디는 펄과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다. 사진 예술가 미아가 가진 매력에 빠진 말썽꾼 이지는 미아의 조수를 자처해서 사진 기술을 배운다.

 

한편, 빌리 리처드슨은 너무 형편이 어려운 나머지 미라벨을 유기한 베베 초우에 맞서 소송대리에 나선다. 베베 초우 사건은 가정마저도 두 편으로 가를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지역공동체의 핫이슈였다. 어쩌면 대통령 탄핵의 버금갈 정도의. 미아가 베베의 조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엘리나는 미아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왜 실레스트 잉이 엘리나의 직업을 기자로 설정했는지 알 수 있었다.

 

미국의 양심을 대변하는 68세대였던 엘리나는 기득권층에 편입되어 자신이 보고 싶은 진실만을 추구한다. 젊은 날의 이상은 휘발되어 버리고, 부모 기성세대의 허위와 위선을 공격하던 베이비부머들은 그들의 부모세대가 보여준 것 이상의 위선을 삶 가운데서 시전하게 된 것이다. 그녀가 미아의 과거를 추적하던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진실들은 부메랑처럼 날아와 리처드슨 가정을 강타한다. 문학에서 작가가 곳곳에 설치한 오해라는 장치야말로 진실을 극대화하는 그런 요소가 아닐까. 결국 엘리나의 선택은 현실안주와 이지 같은 껄끄러운 존재의 배제였다. 엘리나에게 교정은 처음부터 선택지가 아니었으니까,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었다.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는 부의 불평등으로 점점 더 계급사회가 되고 있는 21세기 현실에 대한 정밀 보고서다. 20년 전, 케네스 스타 공식 리포트로 미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시대상을 바탕으로, 절묘하게 구성된 실레스트 잉의 서사는 이 소설이 왜 지난 십년을 대표하는 소설로 꼽히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 절묘한 서사 그리고 시대상까지 반영한 다음, 화끈한 한 방의 불꽃놀이로 대단원을 장식하는 결말까지 거의 완벽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저물어 가는 기해년 말미에 <먼 북>에 이어 이런 수작을 만나게 되어 즐거웠다. 새벽까지 책을 읽느라 몸은 좀 피곤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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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11-30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 아침부터 우와~👍👍👍

레삭매냐 2019-11-30 14:49   좋아요 1 | URL
다 읽고 나서 기억이 생생할 때
리뷰를 날리는 게 나중에 쓰는
것보다 낫더라구요.

다 이자뿌기 전에 언능.
 
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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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홍적세 시대에 에드워드란 이름의 원시인 과학자가 인류의 발원지로 알려진 아프리카 초원에 살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호모 사피엔스 부족은 맹수들의 위협을 받으면서 살았다. 아직까지 그들은 불을 사용할 줄도 몰랐고, 다른 맹수들에 비해 나을 것도 없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인류의 앞날이 아주 어두웠다.

 

이야기는 다양한 발명과 시도로 인류 발전에 이바지한 에드워드의 두 번째 아들 어니스트의 시선으로 전달된다. 알파벳도 없던 시절에 에드워드니 어니스트니 하는 이름들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단박에 눈치 빠른 독자들은 눈치 챘겠지만, 원시인들의 삶에 대한 현대적 접근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바로 그 지점이 이 소설을 흥미롭고 재밌게 만드는 킬포다.

 

인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불을 얻는 것이었다. 불을 이용하게 되면서 날고기를 섭취하면서 만성소화불량에 시달리던 인류는 부드러운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이 말은 곧 많은 열량을 섭취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예언이었으며, 인류의 뇌는 획기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사유를 하게 되면서 생존을 위한 사냥 외에 다양한 문화 예술 그리고 발명 활동이 가능해졌다.

 

수렵으로 살던 시절에 사냥꾼의 목소리가 가장 컸을 것이다. 부족원들에게 안정적인 먹이를 공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을까. 하지만 불의 사용과 다양한 도구의 발명은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선수들도 공동체 생활에 다양한 방식으로 공헌할 수 있게 되면서 나름 민주적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오랜 진화의 결과물인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서 놀라운 속도로 진행 중인 비인간화에 그저 놀랄 따름이다. 발명가 에드워드가 지속적으로 주창하는 대로, 과학문명(물질문명)과 사회과학의 발전은 동면의 양면 같은 게 아닌가 싶다. 물질문명의 발전이 모든 이들에게 공평한 분배를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니니까 말이다.

 

또 한편으로 불의 사용 같은 기술의 진보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교훈도 제시된다. 에드워드가 화산에서 건져온 불이 먹이를 찾아 초원을 홀랑 태우고, 에드워드 가족마저 삼킬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는 이 책이 발표될 당시 세계를 위협하던 핵전쟁에 대한 신랄한 경고라고 생각된다. 원시인의 부싯돌에서 발화된 초원을 태우는 불길과 지구별을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는 핵전쟁 버튼이 갖는 함의는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흥미로운 비교가 아닐 수 없다.

 

원시인이 사유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에드워드는 네 명의 아들들에게 더 이상 근친결혼을 하는 대신, 족외혼을 강권하는 장면은 또 하나의 문명의 진보에 대한 저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출발해서 사하라와 지중해를 건너 자바를 거쳐 저우커우디엔의 북경원인들과 접촉에 성공한 이안 삼촌의 존재는 여전히 나무 위의 삶을 고집하는 보수주의자 바냐 삼촌의 그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인류는 호기심에서 나무에서 내려와, 저 초원 너머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촉발한 모험으로 세상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혁신에 대한 추구가 결국 인류를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소설의 전개 방식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주었다.

 

한편 에드워드 집단의 갈등은 구세대와 신세대 간에 벌어진 발명의 인류 공헌에 대한 상이한 견해에서 촉발된다. 불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된 진취적 사고의 보유자이자 과학자 에드워드는 다른 인류들에게 불의 사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지만, 어니스트로 대변되는 자식 세대는 해당 발명에 대한 특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에드워드의 설득 작전에 다른 구성원들이 넘어가나 싶었으나, 어니스트의 교란 작전이 효과를 거두는 순간 봉합된 갈등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그리고 홍적세 시대에는 이른 활의 발명이라는 획기적인 시도가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것으로 원시 서사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위대한 발명을 돈벌이나 상업화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모든 인류에게 이바지해야 한다는 발명가 에드워드의 생각은 자본주의 3.0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그런 이상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로이 루이스 작가는 홍적세의 원시인보다도 못한 현대 발명가들의 생각을 저격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불치병에 대한 독점적 발명 권리를 바탕으로 해서 수익을 내는 다국적 의학기업의 횡포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가. 오직 이익만을 추구하는 냉혹한 자본주의 논리가 원시인 에드워드의 그것만도 못하다는 점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읽어낼 수가 있었다.

 

흥미진진한 <에볼루션 맨>을 읽으면서 1992년에 발표된 브랜던 프레이저 주연의 <엔시노 맨>이 떠올랐다. 어쩌면 과거에서 현대 캘리포니아에 온 원시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엔시노 맨>의 제작자들은 32년 전에 발표된 이 코믹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게 아니었을까. 참고로 이 소설의 부제는 <나는 어떻게 아빠를 먹었는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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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건축가 2019-11-29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감사해요. 읽어보고 싶은데요.

레삭매냐 2019-11-29 14:04   좋아요 0 | URL
아주 재밌더라구요.

어제 저녁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단박에 몽땅 읽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