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지난 7월 24일에 발표된 2019년 부커상 후보작에 대해 디비 보도록 하자.
작년까지는 맨그룹이 후원을 해서 맨부커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올해부터는 후원이 끊어져서 바로 맨을 띠어 버렸다고 한다. 많은 작가들이 맨그룹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던 터라 그닥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예술과 돈의 관계, 그것 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가장 순수하다는 문학까지 자본에 종속되어 가는 게 아닌지 그런 걱정을 해본다. 사실 씨잘데기 없지만.
또 시작부터 삼천포였다.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올해 총 151편의 작품 중에 총 13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영국으로부터 엄청 멀리 떨어진 한국에 사는 독자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도 있고, 마거릿 애트우드나 살먼 루슈디처럼 잘 알고 있는 작가도 있더라. 13편 중에 8편이 여성작가가 쓴 책이라는 점을 어느 유튜버는 강조했다(사실 이 포스팅의 상당 부분을 두 편의 유튜브를 보고 쓴 거라는 점을 미리 알린다).

그리고 나서 인스타로 부커 후보작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는데 어떤 사람은 해마다 롱리스트에 오른 모든 책을 읽는 걸 책읽기 목표로 삼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좀 부러웠다. 일단 간단한 플롯을 제외한 소설의 모든 게 출간 전까지 엄격하게 비밀리에 통제되고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속편에 해당하는 <테스타먼츠>는 아직 시중에 나오지 않았으니 열 두편의 소설을 다른 나라 언어가 아닌 자기네 나라 말로 언제라도 읽을 수 있는 그들이 부럽더라. 나는 원서가 있어도 그 책들을 언제 다 읽는단 말인가. 북디파지토리로 호기심 생기는 책 두 어권을 나에 대한 선물로 살까도 싶지만 과감하게 패스. 당장 읽을 책들이 너무 많거든.
우선 13편의 선정작부터 소개한다.
1. 테스타먼츠 / 마거릿 애트우드 / 캐나다
2. 탠지어로 가는 야간 보트 / 케빈 배리 / 아일랜드
3. 내 여동생, 연쇄살인마 / 오인칸 브레인스웨이트 / 나이지리아
4. 덕스, 뉴베리포트 / 루시 엘프맨 / 미국
5. 소녀, 여성, 다른 나머지 / 버나딘 에버리스토 영국
6. 장벽 / 존 랜체스터 / 영국
7. 모든 걸 다 본 남자 / 데보러 레비 / 영국
8. 잃어버린 아이들의 기록 / 발레리아 루이셀리 / 멕시코
9. 소수의 오케스트라 / 치고지 오비오마 / 나이지리아
10. 래니 / 맥스 포터
11. 퀸초티 / 살먼 루슈디 / 영국
12. 이상한 세상의 10분 38초 / 엘리프 샤팍 / 터키
13. 프랑키슈타인 / 저넷 윈터슨 / 영국
어떤 유튜버는 이 13권의 책들 중에서 이미 10권이나 읽었다고 한다. 놀랍군. 아니 그들은 업자인가?
장장 반 시간에 걸친 유튜버 방송을 모두 이야기할 순 없고, 내가 들어보고 숏리스트를 넘어 올해 부커 수상작이 될만하다 뭐 그런 책들을 이야기해 보자. 참 13편 중에 독립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5권이라고 한다. 재작년과 작년에 비해 영국 작가들의 약진이 돋보리는 설렉션이라고 하던가. 그리고 세계적으로 골고루 안배도 되었다는 평이다.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의 책이 두 권이나 포진한 점도 흥미롭다. 예전에 인도가 그랬다면 이제 새로운 세기의 주목할 작가군은 나이지리아라는 말일까.
루시 엘프맨의 <덕스, 뉴베리포트>는 자그마치 천쪽에 달하는 책이라고 한다. 과연 이런 책을 누가 과연 도전이나 해볼지 궁금하다. 데이빗 포스터 월리스의 책이 생각나는 걸. 책 좀 읽는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막상 읽은 사람은 없다지 아마.
클래식 범주에 들어가는 책으로 이미 부커상을 받아 먹은 살먼 루슈디와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을 꼽을 수 있겠다. 그나저나 아니 아직 출간도 되지 않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이 롱리스트에 오른 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테스타먼츠>는 출간 예정일이 9월 10일인데 그렇다면 숏리스트 발표 이후란 말이 아닌가. 이건 좀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 행여라도 숏리스트에 오르게 된다면 대중을 철저하게 무시한 처사가 아닌지 싶다.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은 읽어는 보았겠지만, 다른 대다수 독자들은 그렇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시녀이야기>의 속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15년 뒤, 세 명의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살먼 루슈디의 <킨초티>는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바로 영원한 고전 미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현대판 리라이트(re-write)인 모양이다. 텔레비전 프리젠터와 사랑에 빠진 세일즈맨의 미국 횡단기 정도. 이 책도 아직 시중에 풀린 게 아닌 듯 싶다. 8월말 출간 예정. 트랜스젠더 주인공이 등장하는 저넷 윈터슨의 <프랑키슈타인>도 마찬가지. 한동안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가 유행하더니, 이젠 고전에 대해서도 서슴지 않고 리라이트 도전에 나서는 모양이다. 이미 설정된 강력한 캐릭터를 적당히 바꾸고 현대에 맞춰 개작하는 스타일이 유행인가 보다. 나로서는 좋은 건지 모르겠다.

13편의 소설 중에서 유일한 데뷔 소설은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오인칸 브레인스웨이트의 <여동생, 연쇄살인마>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데뷔 소설로 부커상을 먹기엔 역부족이 아닐까 싶다. 흥미롭긴 하지만 해당 유튜버의 추천작은 아니었던 것으로.
소개 동영상을 보고 난 뒤의 내가 고른 세 편의 유력 후보는 다음의 세 편이다.
1. 발레리아 루이셀리 / 잃어버린 아이들의 기록
2. 맥스 포터 / 래니
3. 케빈 배리 / 탠지어로 가는 야간 보트

인스타에서 이미 발레리아 루이셀리의 <잃어버린 아이들의 기록>에 대한 해외 리뷰어들의 글을 많이 보아서 그런진 몰라도 익숙한 느낌이다. 그동안 스페인 어로 소설을 발표하던 루이셀리가 처음으로 영어로 발표한 작품이라고 한다. 로드 트립 형식의 소설로 아름답게 쓰인 글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4년 만에 발표한 맥스 포터의 두 번째 소설 <래니>는 가족 드라마를 기본으로 해서 사회적 이슈를 다뤘다고 한다. 유튜버가 강력 추천하는 소설이라고 하니 더더욱 구미가 당긴다. 좀 더 자세하게 알아 보고 싶어서 맥스 포터의 책에 대한 NPR과 LA Times 리뷰도 출력해 두긴 했는데 읽어 보려니 막상 귀찮네.

두 명의 나이든 아일랜드 갱스터가 등장하는 케빈 배리의 <탠지어로 가는 야간 보트>에 나는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뭐 꼭 이제 아일랜드 선수가 상을 받을 때도 되지 않았나를 떠나 유머가 넘치고 흥미로운 이국의 땅인 탠지어(탕헤르)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본다. 2011년 데뷔작 <보핸 시티>를 발표한 케빈 배리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급하게 뉴스테이츠먼에 실린 리뷰를 보니 소설의 주인공 둘은 모리스 히언과 찰리 레드먼드, 두 명의 늙어가는 갱스터들이다. 보드빌 듀오 스타일의 주인공들이 빚어내는 유머가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 과연.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2018년 10월의 어느 밤. 그리고 1994년의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제목이 모로코 탕헤르로 가는 야간 보트지만 공간적 배경은 스페인의 오래된 항구도시 알헤시라스의 페리 터미널이다. 모리스의 딸 23세 딜리 히언도 등장해서 도망 중이라는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왜 그녀가 도주 중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모리스는 터미널에서 자신의 딸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예이츠와 베케트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책을 직접 만나 보지 않았으니 알 도리가 있나. 더블린의 한 극장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일년 전에 부커상을 받은 애나 번스의 <밀크맨>이 이제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이번 롱리스트 작품들은 또 언제 만나 보게 될지 알 수가 없다는 게 맹점. 일단 내가 꼽은 세 권의 책 가격이 USD 50.32, 한화로 환산해 보니 60,821.78원이다. 소장용이라면 당장 사지 말고 좀 묵혀 두었다가 할인 쿠폰이라도 뜨면 살까 고민해 보자.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