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어느 신문에 실린 통일보다 경제가 우선이라는 글을 읽고 나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어느새 밤이 되어 버렸네 그래.

 

그 칼럼니스트의 말대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줄창 불러대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왜 통일이 소원인 지도 모르고 그냥 그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어릴 적 뇌리에 새겨진 멜로디는 여전한 파워를 자랑한다. 지금도 얼핏 가사가 생각나는 걸 보면 말이다.

 

두 번의 보수정권 시절을 지내면서 공동체 의식은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바야흐로 도래했다. 어떻게 보면 자신보다 약자인 아파트 경비하시는 분들을 두들겨 패고, 서로 상충하는 이해를 대화보다 물리력을 동원해서 해결하려는 그런 움직임들이 각자도생의 시대가 초래한 부작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는 생각들, 언론을 장식하는 각종 대형 범죄들도 돈으로 무마할 수 있다는 의식이 은연 중에 만연된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통일 이야기로 돌아가서, 칼럼니스트는 독일의 예를 들면서 서독의 경제가 동독의 그것을 압도하면서 결국 통일에 이르게 되었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를 맹신하는 스타일의 논리를 전개한다. 하지만 나는 그의 시각이 외눈박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독일 통일의 요건이 오로지 서독의 압도적인 경제력 뿐이었을까? 서독의 우세한 경제력은 통일의 한 요소일 따름이었다. 우선 서독은 1945년 패전 이후,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과거사 청산을 이뤄냈다. 우선 국가운영을 맡은 고위 공직에서 나치 전범들이 설 자리가 없었다. 히틀러의 혹독한 국가사회주의 독재를 경험한 국민들은 다시는 극우 세력이 발붙일 수 없도록 국가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재정비된 독일식 민주주의는 지금까지도 민의를 대변하는 시스템으로 많은 나라들의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

 

동방정책의 선구자 빌리 브란트 총리가 이끄는 서독은 동독 주민들과의 교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독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이 동독의 공산주의를 압도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런 점들이 45년 분단의 딛고 마침내 통일을 이룩해낸 원동력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를 살펴보자. 36년 일제 지배의 잔재를 청산했던가. 패전국이 아님에도 우린 독일과 같은 과거사 청산을 이루지 못했다. 헌법기관이었던 반민특위의 실패가 단적인 예일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두 번의 걸친 군사 쿠데타로 혹독한 독재를 경험했다. 독재자들은 당연히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자신이 없었고, 북한 주민과 교류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북한과의 적대적 공존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걸 깨달은 수구 기득권 세력은 분단의 고착화에 매달렸다. 그 결과 분단 74주년을 맞는 올해도 우리에게 통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기술력으로 세계를 제패한 최고의 제조강국이라는 독일도 통일 후유증을 극복하는데 어마어마한 재원과 한 세대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민주주의 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소소한 공동체 의식마저 사라져 가는 마당에, 수십 년 떨어져 살아온 같은 민족에 대한 감정이 어느 날 느닷없이 다가온 난민에 대한 거부감과 과연 무엇이 다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뱀다리] 비슷한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카더라 뉴스를 기명 칼럼으로 쓴 소설가 뺨치는 칼럼니스트의 패기에도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그냥 지인들과의 술자리에나 어울리는 게 아닌가. 깜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공공 대중이 읽는 기명 칼럼으로 발표하다니, 정말 놀랍다. 자신이 아는 부장판사가 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거라는데, 그보다 훨씬 더 윗급의 전직 대법원장이 상상을 초월하는 사법농단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걸 보면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싶다. 2019년 쉬르리얼리스틱한 대한민국의 한 단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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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0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6-25 10:15   좋아요 1 | URL
역발상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데
항상 돈만 보는 천박한 천민자본주의
식 사고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 쿳시의 <철의 시대>가 나온 모양이다. 작년 봄, <페테르부르크의 대가>를 필두로 해서 그전에 들녘에서 나오던 쿳시의 책들이 재개정판으로 나오는 중이다.

 

그리고 보니 <페테르부르크의 대가>는 읽다 말았네. 어디 그런 책들이 한둘이던가.

 

마저 다 찾아서 읽어야 하는데, 쫌 귀찮다. 새로운 책들이 계속해서 나오니.

 

작년인가 쿳시의 책들을 좀 읽어 보겠다고 일단 책부터 수집하기 시작했다. 나의 고질병 중의 하나. 뭐 그래도 이언 매큐언의 케이스는 성공했으니. 로쟈 선생이 다음달에 영종하늘도서관에서 매큐언의 <체실 비치에서>와 <칠드런 액트> 강의를 한다고 하던데, 가보고 싶다. 아마 못가게 되겠지. 방법이 없을까나. 그럼 책을 다시 읽어야 하나.

 

<철의 시대>도 그렇게 이미 수집해 놓았던 터라, 오늘 아침에 엉망진창 서가에서 찾아내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나는 요즘 나오는 반양장보다 예전 들녘 버전의 양장이 더 좋다. 나는 말이 필요없다 무조건 양장이다. 난 책이 쩍쩍 갈라지는 페이퍼백은 정말 싫다규.

 

새로 나오는 쿳시의 책들은 모두 왕은철 교수가 번역을 맡은 모양이다. 일단 한 역자가 한 작가의 책을 번역하는 건 찬성이다. 다만, 과연 재개정판에서 얼마나 기존 버전과 달라졌는 지는 사실 좀 궁금하다. 이거 울궈먹기 아냐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 그렇다고 새로 나온 책과 하나하나 대조해 가면서 볼 그런 로열티는 전혀 없고. 뭐 그렇다고.

 

어젯밤까지 모시페그의 <아일린>을 읽고 있었는데, 쿳시의 <철의 시대>로 다이빙해 버렸다. 사실 후자는 좀 더 땡기니. 게다가 소장하고 있던 책이라 나의 서가파먹기 프로젝트로서도 그만이지 않은가. 중고서점에서 4,000원 그야말로 별다방 아메리카노보다 적은 가격으로 데려온 모양이다. 아마 10% 할인 받아서 더 깎아서 샀겠지. 적립금으로 산 책이라면 공짜인 셈 아닌가.

 

날이 덥다. 모기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이제 여름이 훌쩍 와 버린 모양이다.

 

[뱀다리] 아침 출근 길에 한 20쪽 정도 읽었는데, 어라 이 책 재밌네. 만사 제쳐두고 이 책부터 읽게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아직 사지 못한 쿳시 선생의 책들이 또 뭐가 있나 뒤져 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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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6-13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저도 저 책을 어디에선가 구해놓고는 잘 모셔만두었는데....ㅋㅋㅋ
중고서점에서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와 <철의 시대>를 잘 데리고는 왔는데 읽지 않는 사이 새단장을 한 책들을 보니 그게 또 욕심이 나고. ㅎㅎㅎㅎ;;;;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

레삭매냐 2019-06-13 11:51   좋아요 1 | URL
작년에 사서 묵혀 두었다가 오늘 아침
에 꺼내서 읽기 시작했는데 흥미진진하네요...

이제 얼핏 쿳시 작가의 스타일이 보이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우리는 왜 책을 사서 읽지 않고 묵혀 두는
건지 고 점이 궁금해졌습니다...

stella.K 2019-06-13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이 재밌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매냐님은 무슨 소설(전문)가의 독법이 느껴집니다.
아마 여느 소설가도 이렇게는 못 읽을 것 같습니다.
이참에 소설에 한 번 도전해 보시죠.
재밌는 책 만나면 신나죠. 사는 게 좀 났고.
그맘 저도 압니다.ㅋㅋ

레삭매냐 2019-06-14 10:57   좋아요 0 | URL
과찬의 말쌈이십...

근데 기분은 무지 좋습니다. 비행기
타는 기분이 이런 걸까요? 핫하

소설 쓰기, 참으로 매력적으로 들리네요.
다만 역량이 부족한 관계로 인하야 -0-
 
아리스토텔레스 - 에게해에서 만난 인류의 스승 클래식 클라우드 9
조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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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구인가.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의 스승 그리고 플라톤과 함께 서양 철학의 시조 정도가 전부가 아닐까. 조대호 작가의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나면서 좀 더 다층적인 위대한 지성의 면면을 접할 수가 있었다.

 

우선 책 표지의 등장하는 돌고래를 보자. 아테네의 플라톤 스쿨 아카데미아에서 근 이십년간을 보낸 아리스토텔레스가 레스보스 섬에 가서는 식물학과 동물학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지. 아리스토텔레스 덕분에 레스보스 섬은 서양 생물학의 탄생지가 되었다. 철학자로만 알고 있던 천재적 지성의 알려지지 않은 면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한 컷이 아니었을까.

 

현재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 근처 스타게이라에서 기원전 384년에 태어난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 궁정의 시의로 활동한 아버지 니코마코스 슬하에서 자랐다. 아테네 시민도, 마케도니아 왕국의 신민도 아니었던 아리스토텔레스 경계인 인생의 출발점이라고 해야 할까. 어린 시절, 아리스토텔레스의 모습에 대해 저자는 책벌레였다는 말로 위대한 지성을 표현한다. 아마 그는 열정적 독서가였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동양의 종이가 전래되지 않았으니 아마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끼고 산 모양이다. 태생적 배경으로 그는 평생 친마케도니아 인사 취급을 받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스승의 플라톤 사망 직전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반마케도니아 정서를 넘쳐나던 아테네를 떠났다. 아카데미아에서 학생으로 10년 그리고 강의자로 교육과 연구를 위해 10년을 보낸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처럼 자진 망명길에 오른 것이다. 스승이 그리스 세계의 서쪽 끝으로 갔다면, 제자는 동쪽 끝을 선택했다. 제자 시절부터 플라톤의 이원론적인 이데아를 추구하는 철학적 사변을 비판한 제자는 구체적 자연 현상에 대한 관찰을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소스의 참주였던 헤르마이오스에게 의탁해서 후원을 받았다. 2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속적인 학문 연구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런데 과연 아무런 대가 없는 후원이라는 게 가능할까? 그렇다면 자금을 대는 후원자도 연구자 못지 않게 학문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본주의 3.0 시대에 후원은 언제나 경제적 이득을 겨냥한 일종의 투자가 아니었던가. 어쨌든 아리스토텔레스는 헤르마이오스의 딸인지 조카인지 모를 퓌티아스와 결혼해서 부인의 이름과 동명의 딸을 낳았다고 한다.

 

사포의 고향으로 유명한 레스보스 섬에 머무르는 동안 500종에 달하는 동물들을 관찰하고, 철새의 이동과 태생 상어 같이 특별한 생물들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생명체의 사다리 모델 같은 현재 생물학과 견줄 만한 기록들을 남겼다. 물론 혼자 힘이 아닌 조력자 테오프라스토스(자신과 같은 거류민)의 도움을 받았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족적을 추적하는 과정 가운데, 그리스 부도 사태와 시리아 난민 그리고 지진 같은 일단의 사태들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특히 우연히 만난 이들에게서 그들 자신도 그리스-터키 전쟁 당시 난민이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는데, 그 점이야말로 세계시민으로서 우리가 난민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론과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뭐니뭐니 해도 아리스토텔레스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세계의 정복자 알렉산드로스의 가정교사였던 시절이 아닐까 싶다. 격정적 선동가 데모스테네스, 자연 현상의 탐구자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전제주의 국가 마케도니아의 필립포스 삼총사가 빚어내는 정치 드라마는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데모스테네스는 어떻게 해서든 아테네의 헬라스 세계의 맹주 자리를 되찾기 위해 전력투구했고, 대척점에 서 있던 필립포스는 마케도니아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헬라스 세계를 꿈꿨다. 그 꿈은 아들은 알렉산드로스가 이루게 되는데, 더 나아가 젊은 정복자는 오랜 기간 동안 헬라스 세계를 압박하던 동방의 페르시아 제국을 징벌하기 위한 대원정에 나서게 된다.

 

그전에 앞서 알렉산드로스는 사사건건 마케도니아에 반기를 드는 테베와 아테네를 정벌하고, 스파르타는 고립시키는 작전을 구사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한편 스승 플라톤이 추구하던 철인정치는 무력으로 패권장악을 기도하던 당시의 정치상황과는 전혀 맞지가 않았다. 게다가 세계정복자를 꿈꾸던 알렉산드로스에게 그런 여유작작한 이상적 정치론이 받아들여졌을 리가 없다. <호메로스>로 대변되는 그리스 영웅주의 핵심에 매료된 젊은 정복자에게 현명한 스승은 올바른 명예를 추구하는 방향 제시 정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은 실패로 귀결됐다. 끝없는 정복전쟁에 염증을 느낀 그리스 병사들의 항명은 알렉산드로스의 첫 번째 실패였다. 그가 추구한 동화정책 역시 그리스 동포들에게는 먹히지 않는 원대한 이상이었다. 천재적 전략가가 추구한 미래의 원대한 꿈을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짧은 기간에 이룩된 제국은 그만큼의 속도로 붕괴됐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명 역시 전도유망했던 제자의 때이른 죽음과 함께 몰락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몇 권의 알렉산드로스의 전기 혹은 평전을 읽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니 기억들이 다 휘발해 버린 느낌이다. 왜 이렇게 새로운 거지.

 

솔직히 말해서 저자가 공들여 다룬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핵심을 이루는 4원인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좀 더 탐구가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책 한 권 읽었다고 해서, 타인의 이해가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로부터 비롯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철학에 대해서도 상당히 할 말은 많지만, 나의 일천한 철학적 지식으로 분석하고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느낌 뿐이다. 인간 행동의 합목적성을 추구하는 아레테와 그렇게 확립된 목적을 실천하기 위한 실천적 지혜라니... 가까이 하기엔 아직 내겐 너무 먼 당신, 아리스토텔레스여.

 

서양 철학을 필두로 해서 과학과 정치학, 윤리학 거의 모든 학문의 시조로 추앙받는 위대한 지성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이 책을 저술한 저자의 노고에 감사한다.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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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6-10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리스토텔레스가 레스보스 섬에 갔다니 흥미로운 사실인데요. 레스보스 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고대 그리스 시인 사포가 있던 곳, 레즈비언들의 섬이거든요.. ^^;;

레삭매냐 2019-06-10 17:13   좋아요 0 | URL
저자도 레스보스 섬의 레즈비언 축제에 대해
이야기하더군요.

래스보스 섬이 서양 생물학의 탄생지라는 점
을 조대호 선생은 강조하더군요. 다양한 생물
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네요.

뒷북소녀 2019-07-07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처음에 표지에 돌고래 있어서 어떤 이유인가 했더니.

레삭매냐 2019-07-09 11:33   좋아요 1 | URL
철학 입문서로 아주 좋다는 평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네요.

전 철학에는 문외한인지라,,, 인물
위주로 읽었답니다.

뒷북소녀 2019-07-09 12:52   좋아요 1 | URL
우선 맛이나 보려고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어요.
읽어보고 괜찮으면 저도 소장해야겠어요.ㅋㅋ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오래 전부터 마스다 미리의 책을 꾸준하게 빌려다 보고 있다, 도서관에서. 선뜻 살 생각은나지 않아서. 비혼주의자로 여성의 소소한 일상을 저격하는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읽고 있는데, 우리 설해목님의 말쌈대로 변주 대신 반복을 택한 저자의 전략 때문인지 계속해서 시들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비슷한 경향의 작품이 너무 많다는 게 단점이랄까. 까다로운 나같은 독자들은 계속해서 무언가 새로운 걸 원하다고요.

 

주인공은 로바야마 로바코. 초급대학을 마친 저자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전, 오사카의 중소기업에 6년 정도 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만화로 발표한 모양이다. 원제는 <여사무원은 대단해> 정도인데, 시대에 맞게 제목을 바꾼 것 같다.

 

일본어로 로바가 노새를 뜻한다고 하는데, 의미심장하다. 그러니까 직장에서 노새처럼 일한다는 말이겠지. 로바는 딱히 고상한 취미도 없고, 결정적으로 애인도 없다. 비교적 칼퇴근을 하는 편이지만, 할 일도 갈 곳도 그리고 만날 사람도 없다. 집과 직장을 오가는 소소한 일상의 저격이 만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오봉 연휴에도 연말에 들뜨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로바는 거리를 쏘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역시 언제 어디서라도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곳은 집 뿐이라는 것일까. 세태가 아무리 변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나의 돌아갈 곳은 집 뿐이라는 걸까.

 

아저씨들과 함께 간 직원여행에서 남자 상사들은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술타령을 한다. 여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집적거리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 장면이 보기 싫다. 어려서 답사 다닐 적에 예비역 형들이 버스에 오르는 순간부터 술타령 하는 장면과 묘하게 겹쳤다. 40년 정년을 마친 회사 상사가 자신처럼 나이 어린 직원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며 깍뜻하게 인사하는 장면을 보며 노새로바는 자신도 저럴 수 있을까를 잠시 생각해 보지만,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여행길에서 1,000엔 짜리 과자 대신 700엔 짜리 폰폰 쿠키는 다른 이들의 외면을 받는다. 정말 인사치레만 해야 하는 직장 생활의 단면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예전에 자주 가지 못하는 해외여행이라도 할라치면, 직장 동료들이 눈에 밟혀서 여행지 기념품 가게에서 열쇠고리를 주물럭거렸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다. 사실 누가 요즘 열쇠고리가 필요한가 그래. 차라리 내가 모으는 현지 매그네트나... 그냥 웃음이 났다. 너무 리얼해서 말이지.

 

로바는 미혼여성이다 보니 언제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하는지, 결혼으로 직장을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무언가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영어학원에도 다녀 보고 그러지만, 열심히 예습과 복습을 하지 않다 보니 그것도 시들하다. 화끈하게 연애라도 하면 좀 더 직장생활이 활기차지지 않을까 하는 공상에도 자주 젖어본다. 아무 일 없이 남사친이 찾아와 자신과 여유롭게 술 한 잔하는 장면도 그려보지만 역시나 현실세계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 뿐이다. 돈도 안 드는 그런 공상을 안해본 직장인들이 있을까나. 내가 로또 사는 이유와 비슷하지 싶다. 적어도 발표하기 전까지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으니 말이다. 단돈 5천원으로 산 상상 티켓 정도라고 해두지 뭐.

 

어느 장면에선가 신입사원들의 시즌을 보며 직장에서 소모되는 젊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 자아의 실현을 위한 노동 그리고 노동을 해서 번 돈은 생존에 꼭 필요하다. 아마 그만큼 21세기에도 일자리와 노동은 중요하다는 말이겠지. 로바로 직장에서 자신만 아는 일이 있다는 점을 뿌듯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직장이고 모임이고 어느 자리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건 의미있는 일이지 싶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언제나 자신이 없더라도 시스템으로 돌릴 수 있게 만들라는 말을 해댄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 노동자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소모품이란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 바로 우울해진다. 뭐 그게 사실이어서 더 그럴 수도 있고.

 

간식으로 자비를 들여 컵수프를 달라고 하는 상사에게 똑 부러지게 회삿돈으로 산 게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직원, 여직원들이 그럴싸한 스테이크 먹게 기부금 상자를 마련하는 장면들은 나름 신선했다. 어떤 단면들은 모두 일본 경제가 호황기를 달리던 쇼와 시절이라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로바는 자조적으로 아무 일도 없었던 자신의 하루가 축적되어 인생이 된다고 한탄하지만, 지금의 나는 제발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아무도 아프지 않고, 누가 앙앙 울지도 않고 조용하게 하루가 갔으면 할 뿐. 무얼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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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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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연장 마지막 날이어서 그날 반납하지 않으면 연체 페널티를 물게 돼서 부랴 부랴 달려갔다. 아이 귀찮아. 그냥 올 수가 없어서 희망도서로 빌려서 결국 못 다 읽은 <제인스빌>(우리의 군산과 스토리가 비슷하다, 망할 놈의 지엠)과 신간 도서 그리고 마스다 미리 책 두 권을 빌렸다.

 

원래 같은 스피드였다면 그날 바로 읽었어야 했는데 맨날 자기 전에 읽다 보니 그리고 화장실에서 읽다 보니 무려 4일이나 걸렸다. 만화라고 쉽게 읽을 줄 알았는데, 수마의 유혹을 이길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울림도 좀 컸다.

 

<오늘의 인생>은 아마 비혼주의자로 보이는 저자가 노년의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세대 간의 갈등은 이제 우리 삶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마스다 미리 작가는 일상의 무지 소소해 보이는 장면들을 간략한 몇 컷 짜리 만화로 형상화해내는 선수다.

 

초밥집에 가서 본 접시에 쓰여 있는 글을 보고 감동하고, 택시 기사 아저씨가 무지개가 떴네요라는 장면에 감동을 한사발 먹기도 한다. 사실 그런 게 삶이지. 사는 게 별 거 있간디. 하지만 고런 뻔한 삶의 클리셰이를 우리는 잘 알면서도 무언가 아싸라한 그런 걸 기대하는 게 또 삶이 아니던가. 감동 한 사발은 지구별에서 82년을 사시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흠모하는 장면들이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걸까. 아버지의 부재 가운데 아버지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고구마를 보며 울컥하는 장면은 참 그랬다. 나는 나중에 아버지가 떠나시게 되면, 어떤 것으로 아버지를 기억하게 될까. 초등학교 때 편도선이 부어서 꼼짝 못하는 맨발의 아들을 업던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가장의 그런 물리적 무게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모양이다. 아버지의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은 그런 거지.

 

작가의 소심한 성격이 그대로 들어나는 장면들이 마음에 들더라. 관계는 처음부터 안 맞는 사람하고는 이어지지 않는 법이라던가, 언제부터 그랬을까를 반추해 보는 장면도 그렇다. 뭐 그래도 시간이 들고 나이가 먹으면서 누구러지면, 말도 섞고 싶지 않았던 이들과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게 되는 게 또 우리네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때로는 스킬도 필요할 테고. 어려서는 관계에 참 많이 투자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여유도 시간도 없더라. 그냥 하루하루 아무 일 없이, 아무도 아프지 않게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만족한다.

 

스마트폰이 일상을 지배하게 된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폐부를 찔러댄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다가, 카트를 모아두는 칸에 들어가게 된 어느 남자를 작가는 아마 스케치했었지. 편집자와 만난 시간에도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 게 상대방의 소중한 시간에 대한 예의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나도 가만 보면 마땅히 할 게 없거나 그럴 적에 수시로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도 하고, 메이저리그 정보도 검색하고, 새로 나온 책이 뭐 없나 하고 모바일 스타일의 랜선 라이프를 즐기니 말이다. 카페에 가서 수다를 즐기면서도 뭐야 다들 스마트폰질을 하잖아 그러면서도 나도 예외는 아니었지. 앞으로는 마스다 미리 저자의 조언을 받아 들여 타인과 함께 할 적에는 가능한한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것으로. 과연 얼마나 지켜질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의 인생>을 보면 자신 말고 타인은 모두 선으로 간략하게 그려져 있더라. 이유가 있나. 암튼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참맛으로 구성된 한 그릇의 비빔밥을 포식한 느낌이었다. 도서관에서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을 하나 더 빌려왔는데, 주말에는 그 책도 읽어야겠다. 그리고 늦지 말고 바로 반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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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6-07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 마스다 미리의 책들을 읽었을 때는 그 신선함에 반해 주욱주욱 읽었는데...
어느 때부터 너무 많은 책들이 출간되다보니 좀 멀리하고 싶더라구요.
요 책은 사두고 읽지는 않았는데.... 주말에는 찬찬히 부모님 생각하며 읽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미리의 어떤 책을 또 데려오셨으려나요? ^^

뒷북소녀 2019-06-07 12:59   좋아요 2 | URL
저도 설해목님이랑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읽고 싶었어요. 뭔가 따뜻한 느낌이.

레삭매냐 2019-06-07 20:57   좋아요 2 | URL
도서관에서 빌린 다른 책은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랍니다.

바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자들은...>의 원제가
직역하면 <여사무원들은 대단해>네요.

마스다 미리 씨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
려다 보는 것으로 핫하 -

붕붕툐툐 2019-06-07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제가 애정하는 북플 친구님들이 마스다 미리의 책을 많이 읽으시니 저도 관심이 생기네요~

레삭매냐 2019-06-07 20:58   좋아요 0 | URL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은 만화로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에세이
같은 책들은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독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읽으면
제격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