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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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가 임신 중이다. 임신 33,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나오려면 한 달 반은 더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중태에 빠졌다.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폐렴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혈액검사를 해 보니,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초짜 아빠 톰은 패닉에 빠진다.

 

병원은 정말 가까이해서는 안되는 최후의 선택지라는 생각이다. 병원에서의 무력감이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메르스가 창궐하시던 시절 병원에 입원하셨던 아버지의 경우에도 그랬고, 꼬맹이가 신생아 시절에 20여일이나 입원했던 경험을 보면 정말 내가 무력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모습을 보여 주는 주치의 선생님은 나에게 구세주 같아 보였다.

 

어라? 그런데 이게 뭐지. 카린의 남편 톰은 급성 백혈병에 걸린 아내의 증상에 대한 의사의 설명을 자기가 먼저 듣겠다고 나선다. 그러니까 환자의 중요한 정보를 독점하겠다는 거다. 왜 이러지? 카린은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기 이전에 앞서 누군가의 딸이지 않았나. 나는 도대체 그런 톰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면, 카린의 부모님에게도 역시나 소중한 사람이 아닐까. 설사 카린과 사전에 그런 약속을 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의사가 카린의 증상을 설명해 주는 자리에 부모님과 형제를 제외시킨 결정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책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느낌이 좋지 않군 그래.

 

톰파는 왜 간호사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내가 모든 걸 통제하고 알아야 한다는 건가? 나하고 정말 생각이 다르구나 하는 느낌에 점점 더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미숙아로 태어난 딸 리비아도 그의 허락이 있어야 리비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볼 수 있다니... 할 말이 없어진다. 문득 미친 사랑의 노래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그리고 결국 아내가 죽었다. 법적으로 그들은 부부가 아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결혼할 계획이었다. 톰 말름퀴스트는 이야기의 시간을 꼬기 시작한다. 카린의 심장맥박이 0이 된 뒤, 리비아를 가졌을 당시로 돌아간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좀 신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가져야 하나 말아야 하는 고민들,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며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톰파는 아무리 봐도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임신해서 예민한 카린과의 관계도 삐걱거린다. 서사의 시작은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시간꼬기와 톰파의 삶에 대한 태도 때문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작가는 쉴 새 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카린과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한편 톰파의 아버지 말멘 역시 10년 전에 암진단을 받고 죽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막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홀아비에 한부모가 된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까지 건사할 상황이 될까. 복지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복지사는 카린이 자신에게 남긴 딸 리비아가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아라는 판정을 내린다. DNA가 같다는 의사의 진단이 법적으로 친자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상황이 한숨을 자아낸다. 의사들도 리비아가 톰파의 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행정절차는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구나 그래.

 

장인 장모인 스벤과 릴리메르와의 관계도 카롤린스카 병원에서 톰파가 병상에서 죽어가는 카린을 만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서먹하기 그지없다. 물론 그전에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부모님 때문에 카린이 의도적으로 그랬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톰파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카린은 뇌수술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병실에서 생일을 맞이할 카린을 위해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생일축하 카네이션을 준비했지만, 중환자실에서 수술을 기다리던 카린에게 꽃을 전달할 수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하던 간호사 덕분에 꽃다발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해야 했다. 물론 그런 톰파의 무심함을 먼저 지적해야겠지만. 바로 이게 남자 작가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사랑하는 아내와 아버지의 죽음을 4개월 상관으로 맞이해야 했던 남자 톰파의 이야기는 리비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장면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돈을 벌어 가정을 이끌어야 하는 남자의 숙명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죽음 앞에 선, 나로서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특이한 감정에 대한 내러티브는 복잡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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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1-21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첫 문장 내용을 보는 순간 레삭매냐님이 겪은 일인 줄 알았어요... ^^;;

레삭매냐 2019-01-21 21:40   좋아요 0 | URL
너무 자극적인 시작이었나요?

제가 싸이러스 브로를 지대 낚은
모양입니다 ㅋㅋㅋ
 
위대한 탐험가 마젤란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내금 옮김 / 자작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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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슈테판 츠바이크 전작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그의 책들부터 사서 모으고 있는 중이다. 20세기 가장 탁월한 전기 작가로 명성을 날린 츠바이크의 수많은 저작 중에서 일단 <에라스무스 평전>을 읽었고, 다음 주자는 16세기 불가능해 보였던 세계일주에 나선 모험가 마젤란의 일대기를 그린 <위대한 탐험가 마젤란>.

 

츠바이크는 서론에서 향료가 대항해시대의 출발점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성지회복이라는 모토를 앞세운 십자군원정 역시 향료 수입이라는 경제적 이유도 한몫했을 거라는 합리적 추론을 제시한다. 하지만 유럽은 동방의 인도에서 오는 후추 수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집트를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확보하는데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유럽의 후추를 비롯한 향료 수요는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유럽의 모든 부가 동방으로 흘러들어갈 심각한 무역적자 이슈가 대두되었다. 후추는 당시에 부르는 게 값이었다. 12단계나 거쳐야 하는 유통 상의 문제로 가격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유럽 사람들은 향료 무역을 장악한 이슬람 세력의 패권을 쳐부수기 위해 다른 방도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동방으로 가는 새로운 항해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유럽의 변방 포르투갈이 이 대모험의 선두 주자로 나서게 된다. 포르투갈의 엔리크 황태자(항해자 앙리)는 대항해를 위해 준비하는 데만 한 세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준비에 착수한다. 기존 우주론의 창시자였던 프톨레메우스의 지리 정보 대신 실제 항해에 나선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원양항해를 위한 새로운 선박 제조 기술개발에 나섰다. 결국 항해자 앙리의 적극적 후원 아래,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희망봉에 도착했고 뒤이어 바스코 다 가마가 대망의 인도에 상륙하는 개가를 올리게 됐다. 포르투갈은 비로소 아프리카와 인도 그리고 말래카에 이르는 세계정복을 시작했다.

 

전기의 주인공 마젤란이 등장한 시대적 배경은 대체로 이러했다고 츠바이크는 쓰고 있다. 4계급 귀족 출신의 24세 청년은 포르투갈 인도 원정대의 일원으로 역사 무대에 등판한다. 인도와 모로코에서 7년 동안 조국을 위해 싸운 영예로운 기사에게 포르투갈 국왕 마누엘 1세는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마젤란의 태도가 문제가 아니었을까? 절대군주 시대에 일개 군인의 무례한 태도에 국왕은 마젤란이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토르데시야스 조약으로 유럽을 제외한 전 세계를 제멋대로 분할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미지의 세계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포르투갈이 이미 아프리카 해안과 희망봉을 거쳐 인도에 이르는 항해로를 개발하자, 스페인도 몸이 달았던 모양이다.

 

이 때 포르투갈 국왕의 마수에서 벗어난 마젤란은 세계일주라는 중세적 아이디어를 일거에 쳐부수는 대원정을 스페인의 젊은 국왕 카를로스 1세에게서 허락받는데 성공한다. 이방인에게 그런 행운이 처음부터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조국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한 마젤란은 사방의 반대와 견제를 무릅쓰고 강철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치밀한 계획으로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그리고 미지의 동방의 세계로 가는 위대한 탐험에 나서게 된다. 265명 그리고 다섯 척의 함대로 구성된 마젤란 원정대는 세비야를 출발해서 대양을 향해 나선다. 그의 목적은 동방무역을 장악한 포르투갈의 방해를 받지 않는 새로운 무역 루트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메리카 대륙의 최남단을 돌아 태평양을 횡단하겠다는 당시로서는 무모해 보이는 계획이었다.

 

아무리 치밀한 성격의 마젤란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주로 스페인인들로 구성된 선상 반란의 불길은 막을 수가 없었다. 스페인 귀족 출신 장교들은 사사건건 함대 사령관에게 반기를 들었고, 잘못된 정보 때문에 마젤란 해협을 발견하지 못해 사령관마저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들은 공개적으로 반란을 도모한다. 타협을 모르는 사나이는 수하의 충성을 다하는 인원들을 동원해서 신속하게 반란을 진압하고 주모자들을 처형시켰다. 마젤란의 독재적인 리더십은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이상을 가지고 불멸의 신화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그의 부하들은 지도자의 이상과는 다른 속세의 욕망만을 추구했다. 막탄 섬에서 마젤란이 어이없게 전사한 뒤, 지리멸혈한 그들의 모습을 츠바이크는 정말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더 이상 부하들을 달랠 길이 없던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젤란은 태평양으로 가는, 훗날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마젤란 해협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지금도 통과하기가 어렵다고 소문난 그곳을 난파되고 반란을 일으켜 본국으로 돌아간 배를 제외한 세 척의 배로 통과한 건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젤란 원정대의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잔잔한 태평양 바다를 지나면서 심각한 식량 부족으로 수많은 대원들이 기아에 시달리다가 죽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필리핀 제도를 발견한 마젤란은 세계일주 완성이라는 신화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사령관은 연이은 성공으로 자만했던 걸까? 성공은 부주의를 낳는 법인가 보다. 막탄 섬에서 원주민들에 대한 작은 무력과시에 나섰던 사령관은 원주민들과의 소규모 전투에서 어이 없이 전사하고 만다. 성공과 신화를 창조하기란 어렵지만,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지도자를 잃은 원정대는 지리멸렬했다. 포르투갈의 방해공작과 난관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본국 스페인에 도착하는데 성공한 이들은 고작 18명 뿐이었다. 바스크 출신 배신자 세바스티안 델 카노와 그의 동조자들이 세계일주의 모든 영예를 독점한 것은 정말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영광의 마지막 순간에 마젤란은 함께 할 수 없었지만, 그는 인류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해 왔던 세계일주를 통해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이것은 중세적 세계관을 허무는 역사의 결정적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훗날 파나마 운하가 개발되면서 굳이 위험한 마젤란 해협을 통과해야 할 필요는 없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로 만든 마젤란의 위대한 업적이 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려서 읽은 마젤란 전기를 보면서 세계일주하는 꿈을 꿨었는데, 위대한 전기작가 츠바이크는 마젤란이 원정에 나서던 시절에 대한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시작해서, 이유와 원인을 파악하고 원정의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합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냈다. 이 책을 통해 왜 특별한 기록자가 위대한 사업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깨달았다. 아킬레우스에게는 호메로스가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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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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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에서 폴스태프님의 <사바나의 개미 언덕>에 대한 리뷰를 읽고 나서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치누아 아체베의 데뷔작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읽어 보니 과연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한다는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누아 아체베는 나이지리아 이보 족 출신으로, 방송국 PD 경력을 필두로 해서 시인, 소설가 그리고 대학 영문과 교수에 이르는 다채로운 편력을 쌓았다. 그가 28세에 발표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 백인들이 출몰하지 않던 조상들의 시대를 살았던 우무오피아 마을 출신 씨름 챔피언 오콩코를 주인공으로 삼아 시대를 관통하는 서사가 펼쳐진다.

 

이십대 아체베가 저술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아프리카 니제르 강 하류의 인민들이 감당해야 했던 19세기말 제국주의 시대 비극의 명백한 재구성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풍습과 전통에 따라 그들만의 삶을 영유해왔다. 대표선수로 등장한 오콩코는 우무오피아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씨름꾼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베짱이 스탈일의 삶을 산 아버지 우노카와는 달리 근면과 성실로 일군의 부를 이루어냈다. 그는 최고의 전사이자 농사꾼으로, 전장에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부족을 위해 싸웠고 일상으로 돌아오서는 남자들의 작물인 얌농사에 전념했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특성대로 오콩코는 자기 자식들을 비롯해서 누구도 게으름을 피우는 것을 용서하지 못했다. 자신의 장남 은워예의 유약한 성격이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쟁까지 불사할 정도의 위력을 과시해서 이웃 부족 출신 소년 이케메푸나를 포로로 잡아 자신의 집에서 3년 동안이나 데리고 있었다.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던 소년을 마을 회의 결과 처형해야 하는 비극을 겪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아버지 우노카로부터 아무런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오콩코는 특유의 담대함을 바탕으로 이웃에게 빌린 얌을 밑천 삼아 재산을 일구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언젠가 부족의 족장이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일상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일구고 모으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정상에서 나락으로 추락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마을 어르신의 장례식에서 실수로 오콩코가 쏜 총에 맞아 부족 소년이 죽으면서 오콩코는 재산을 압류당하고 우무오피아에서 7년 동안 추방당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부족의 리더가 되겠다는 오콩코의 꿈은 사라져 버렸지만, 와신상담해서 우무오피아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아프리카 대륙이 드디어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종교로 시작해서, 정부와 교육으로 백인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거의 하나의 방식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들 고유의 전통을 미개한 것으로 치부하고, 종교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백인들의 내습에 오콩코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백인들을 죽인 아바메 부족이 몰살당했다는 소문은 끔찍했다. 우무오피아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 우선 오콩코의 아들 은워예가 개종하고 이름마저 이삭으로 바꿔 버렸다. 전사의 후예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아버지 오콩코의 마음이 어땠을까.

 

한편 백인들의 종교를 받아들인 우무오피아 사람들도 다른 이들과 평화로운 공존을 유지했으면 좋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광신이 문제였다. 종교 지도자 브라운 신부는 그나마 우무오피아 마을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는 방식을 취했지만, 그가 병들고 귀환하고 제임스 스미스라는 신부가 오면서부터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무당의 아들 에노치는 광신도로 변신해서 마을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비단뱀을 죽이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에 격분한 오콩코를 비롯한 마을 대표 6명이 백인 치안판사를 찾아갔다가 얼떨결에 수갑이 채워지고, 교회를 파괴한 죄로 조가비 200자루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게 된다. 더 이상 백인들과 그들에게 부역하는 다른 마을 출신 전령들에 분노한 오콩코는 복수에 나선다. 예상한 대로 결론은 비극으로 끝난다.

 

과연 아체베 5부작의 시작이라 불릴 만큼 대단한 작품이었다. 폭력적인 방식으로 침탈하는 서구의 제국주의에 맞선 오콩코의 투쟁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윗돌을 치는 격이었다. 오콩코가 대변하는 아프리카 부족들은 서구 제국주의의 힘을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가진 어떤 방식의 무력으로도 그들을 이길 수가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칼과 도끼 같은 강경한 태도로 백인들을 대해도 그들은 더 폭력적인 방식으로 제압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무오피아 마을의 대다수 사람들처럼 유화적인 태도로 백인들을 대했어도 백인들의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소설의 말미에 등장하는 치안판사의 에피소드는 백인 제국주의자들의 아프리카 민중에 대한 시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니제르 강 하류의 흑인들에게 벌어지는 매일이 그에게는 흥미로운 주제였고, 재미있는 읽을거리일 뿐이었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는 존엄과 생사가 달린 문제들이 이방인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즐거움이었다니 입맛이 다 씁쓸하다.

 

내가 처음 만난 아체베의 작품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다만 왠지 이제 막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찰나에 끝나 아쉬운 생각이 든다. 아체베의 다른 책들도 속히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다음에 읽으려고 고른 책은 <사바나의 개미 언덕>으로 아체베 5부작의 마지막 권이라고 하던데, 흠 순서대로 읽어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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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1-16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극찬이라니. 당장 읽어봐야겠어요... 읽고 나신 다음에 다시 얘기해 주세요.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지요.

레삭매냐 2019-01-16 17:54   좋아요 0 | URL
아체베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걸까요?
저도 아리까리하네요 ~~~
 

 


그동안 책쟁이들의 염원이었던 도서구입비 공제가 드디어 작년 하반기부터 실시에 들어가게 되었다.

 

오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해서, 바로 접속해서 결과를 살펴봤다.

 

영화도 공연비에 넣어 주면 좋을 텐데 아마 영화는 공연으로 간주하지 않는 모양이다.

 

11월 12월 책구입을 많이 자제한 것 같은데, 공식적으로 잡히는 합계는 216,993원이었다. 이걸 6개월로 나누면 월간 3만 6천원 정도네. 새책으로 치면 한달에 신간 3권 정도 아닌가. 그런데 내가 작년에 산 책들의 90%가 중고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권수는 좀 늘지 않을까.

 

가만 보면 정말 책을 많이 사시는 책쟁이가 아니라면 소득공제가 도움이 되나 싶다.

 

그나저나,

폴스태프님의 치누아 아체베 읽기에 자극을 받아 오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원래 중고서점에 아체베 작가의 책이 있다면 바로 샀을 텐데 아쉽게도 한 권도 없더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도서관에 가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다>와 <사바나의 개미 언덕> 두 권을 빌렸다.

 

먼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재밌어서 단박에 50쪽이나 읽었다. 점심시간만 잘 활용해도 책 제법 읽겠는데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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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16 08:12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한 두 배 정도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

문화공연은 간 적이 없으니 순전히
책으로다가.

cyrus 2019-01-15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15만 원 정도 나왔어요. 헌책방에서 산 책들의 비용을 합하면 20만 원 조금 넘었을 거예요.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어요. 아무래도 독서모임 활동을 하게 되면서 도서 지출비가 줄어들었거든요. ^^

레삭매냐 2019-01-16 08:13   좋아요 1 | URL
도서관을 자주 이용해야지 싶습니다.

어제도 아체베의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기 시작했답니다.

헌책방에 저도 가보고 싶으나 가차운
데는 없더라구요...

scott 2019-01-22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북으로 읽고더이상 종이책 쌓아두지않으려고요껌값보다 싸게 매입해간 알라딘 껌공장보다 부자 ㅎㅎ

레삭매냐 2019-01-23 10:09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는 뻰찌 먹은 책들은 과감하게
누구나 가져 가라고 저희 동네 책장에
기부해 버립니다.

알라딘에게 헐값에 넘겨주긴 싫어서요.
 
살로메
오스카 와일드 지음, 오브리 비어즐리 그림, 권오숙 옮김 / 기린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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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책에 대한 정보수집의 주된 루트는 인스타그램이다. 예전에는 싸이월드나 페북이 인기였다면 이제 대세는 인스타다. 거의 모든 정보의 총집합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그리고 책쟁이들도 다수 인스타에서 활동 중이다. 넘쳐 하는 정보의 바다 항해는 언제나 그렇듯 정겹다. 책을 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어제 두 권을 샀다. 하나는 인스타를 통해 알게 된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 그리고 다른 하나는 테리 이글턴의 책이었다. 후자의 경우는 읽지도 않으면서 꾸역꾸역 사대고 있구나.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가 1891년에 프랑스 어로 쓴 희곡이다. 어, 오스카 와일드는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데 프랑스 어로 희곡을 쓸 정도였단 말인가. 놀랄 노짜로다. 기린원에서 11년 전에 나온 책은 지금 절판이다. 나같은 절판 사냥꾼의 아주 좋은 사냥감이 아닐 수 없다. 어제 달려가서 냉큼 사왔다. 성서에 등장하는 헤로데와 살로메 그리고 세례 요한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일본 회화 스타일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아 제작했다는 오브리 비어즐리의 그림 또한 희곡 <살로메>를 도 다채롭게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다. 간결한 선으로 비극을 재구성한 스타일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사람의 아들’(the son of god) 예수 그리스도에 앞서 지상에 와서 메시아의 도래를 예언한 세례 요한은 헤로데의 궁전에 투옥되어 있는 상태다. 갑자기 생각난 건, 로마에서 파견한 유대 총독 폰티우스 필라투스가 엄연하게 존재하는데 헤로데 왕의 존재는 또 무언가. 유대는 당시 로마의 식민지/속주가 아니었던가? 어쨌든 헤로데는 세례 요한의 예언을 믿는 것으로 보인다.

 

왕궁에서 헤로데는 바리새 인과 사두개 인 그리고 다수의 유대인들이 등장해서 예수 그리스도가 갈릴리와 사마리아 각처에서 이적을 행하고 있다는 보고를 듣는다. 다른 이적들은 모르겠으나,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만은 못하게 하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기독교 구속사에서 영생과 구원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부활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리가 아니던가. 지난주 설교에서 목사님이 ‘메멘토 모리’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어쩌면 헤로데 역시 자신이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뭐 이 정도가 당시 시대상에 대한 간략한 소개라면 곧 이어 등장할 팜므 파탈 살로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살로메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으로 병사들까지 현혹시킬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진 유대 공주다. 그녀의 어머니 헤로디아는 원래 헤로데의 부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헤로데의 형수였다. 그래서 옥에 갇힌 세례 요한은 헤로디아와 자신을 유혹하려는 살로메를 바빌론(70년간의 유수생활로 유대인들에게 바빌론은 타락의 상징으로 보인다)의 창녀라는 폭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헤로데의 자신의 의붓딸에 대한 관음적 태도는 뭇 사내들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이미 눈치를 챈 헤로디아는 살로메를 그만 쳐다보라는 핀잔을 준다. 헤로데는 살로메에게 자신을 위해 춤을 춘다면 왕국의 절반 아니 무슨 소원이라도 들어준다고 제안한다. 살로메는 이 제안을 덥썩 받아들이고, 왕이 흡족할 만한 춤으로 보답한다. 그리고 그녀의 소원은 바로 세례 요한의 목이었다. 좀 엽기적이지 않은가?

 

그나마 좀 의식이 있었던 헤로데 왕은 그것은 들어줄 수 없다며, 카이사르로 갖지 못한 큰 사이즈의 에메랄드, 50마리의 공작새, 진주, 사파이어 등등 각종 보석으로 살로메의 요구를 철회하려고 하지만 공주는 요지부동이다. 헤로디아까지 나서서 자신을 모욕한 광야의 예언자의 죽음을 요청한다. 어쩔 수 없이 헤로데는 공주의 소망을 들어주고, 세례 요한의 목은 은쟁반에 담겨 공주에게 전달된다. 죽은 세례 요한에게 죽음의 키스를 하는 장면 정말 이 희곡의 절정이 아닐 수 없다. 삽화를 맡은 비어즐리를 두 장을 이 장면에 할애한다. 자신이 가질 수 없다면 죽여서라도 소유하겠다는 걸까. 네크로필리아적인 성향마저 보인다.

 

결국 헤로데는 살로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병사들이 그녀를 잡아가는 것으로 희곡은 끝난다.

 

원조 팜므 파탈로서 살로메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유대 공주라는 고귀한 신분의 여성이 한낱 광야의 선지자에 지나지 않는 세례 요한을 사랑한다는 설정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신에게 관음적 시선을 보내는 의붓아버지 왕의 앞에서 요사스러운 한 춤을 추질 않나, 그 대가로 여느 공주처럼 자신의 품격을 높여줄 보석을 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한다고 고백한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하니 말이다. 이 한 컷만으로도 살로메 에피소드는 숱한 회화와 문학의 타깃이 되어왔다.

 

그런데 오스카 와일드가 이 작품을 발표하던 빅토리아 시대는 세계를 제패한 영국 사교계의 교조적이고 정숙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브람 스토커의 고딕 소설 <드라큘라> 같은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트란실바니아 출신 드라큘라 백작이 영국의 숙녀들을 유혹해서 날카로운 이빨을 그녀들의 목덜미에 박아 넣는 장면도 살로메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관능적 유혹과 다르지 않다. 정숙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뒤틀린 성적 욕망에 대한 리포트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에피쿠로스의 출중한 후예라고 할 수 있는 오스카 와일드 역시 한 숟가락 얹은 것 같다.

 

짧지만 강렬한 역사상 최고의 팜므 파탈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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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15 11:42   좋아요 0 | URL
다른 이야기에서 보면 구박받는 공주들도
많이 등장하던데, 살로메는 그런 공주들에
비하면 자의식이 굉장히 강한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Falstaff 2019-01-15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례 요한의 목을 자른 거 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쳐도, 반짝이는 은쟁반에 담긴 요한의 대가리를 들고(그게 생각보다 무겁거든요) 죽어 창백한 입술에 입 맞추는 거, 근데 이때 살로메의 나이가 열네 살? 열여섯 살? 하여간 소녀적 순진함과 팜므 파탈적 요소를 다 갖춘 여자를 골라 캐스팅하려면 캐스팅 담당자의 골은 또 얼마나 뽀개지겠습니까. ^^;

레삭매냐 2019-01-15 11:45   좋아요 1 | URL
적어주신 바에 격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

연극 무대나 혹은 영화화된다고 하면
어떤 스타일의 배우가 과연 캐스팅될
지 궁금하네요.

언급해 주신 씨퀀스는 정말 상상만 해도
쏘름이 쫙 끼치는 것 같습니다.

cyrus 2019-01-15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에 와일드의 <살로메>를 분석한 내용이 있습니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서 참고할 만한 해요. 저도 오랜만에 <살로메>를 읽어보려고 해요. ^^

레삭매냐 2019-01-15 14:27   좋아요 0 | URL
시상에 알라딘에서 <살로메> 검색해
보니 싸이러스님의 글들만 주루룩
뜨더라구요 ㅋㅋㅋ

페미니즘의 대가시니 참고하도록 하
겠습니다.

유부만두 2019-01-15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플로베르의 살로메 이야기도 읽어보세요. 설화가 새롭게 읽혀요. ‘세가지 이야기’ 단편집으로 나와 있어요.

레삭매냐 2019-01-15 14:30   좋아요 0 | URL
오홋 마지막의 <헤로디아>가 아마
살로메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네요.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아까 치누아 아체베의 책 빌리러
가기 전에 알았다면 바로 빌려다
봤을 텐데... 아까비입니다.

cyrus 2019-01-15 17:26   좋아요 0 | URL
To. 유부만두 // 레삭매냐님 어깨 너머로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

stella.K 2019-01-15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판 사냥꾼이시군요.ㅎ
참 사람이 묘하더라구요.
평소 같으면 나중에 사지 하다가도 절판이 붙으면
괜히 사고 싶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꽤 샀는데
요즘엔 조금 자제하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책이 많아서.ㅋ
이 책이 절판이라니 좀 아쉽군요.
저도 오래 전에 성경의 그 부분이 하도 흥미로워서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연극으로 올린 적이 있는데
이 책이라도 읽어보고 올릴 걸 그랬나 봐요ㅋ.

레삭매냐 2019-01-15 14:36   좋아요 1 | URL
책이 팔리지 않다 보니 점점 더
초판으로 찍는 책의 수량이 줄어
드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5천부 정도였었는데
이제는 2-3천부 정도라고 하네요.

절판본을 구하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습니다. 쌩쌩할 때 사두는 것
도 좋지만, 모든 책들을 다 그럴 수
없으니깐요.

나중에 구하는 재미도 갠춘합니다.

과연 교회 연극에서는 어떻게 구현
되었을 지 궁금합니다.

stella.K 2019-01-15 14:55   좋아요 1 | URL
아, 그거요...
예수님 탄생이 순탄치는 않았잖아요.
요한이 그렇게 목이 잘리고,영아 박해가 있었고.
정확히는 연출한 형제가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에
제가 쓴 대사를 쓰자고 해서 뮤지컬로 올렸습니다.
괜찮은 작업이었죠. 그 대본 쓴지 무려 3년만에 이루어진
성과였습니다.ㅋ

2019-01-15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15 16:50   좋아요 1 | URL
다양한 채널의 확산 환영하는 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