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무술년이 가고 이제 기해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무술년에도 역시나 책과 함께 보낸 그런 시간들이었다.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하다가, 청소년기에는 그놈의 왬으로부터 비롯된 팝송에 미쳐 허송세월을 하면서 자연스레 책과 거리가 멀어졌다. 후발주자 동생은 청소년기에 책을 엄청나게 읽었는데 나는 어느 시절부터인가 책과 아주 멀어져 버렸다. 그런 시절에도 책을 놓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예 사람 취급하지 않는 시오노 나나미의 게스타이 로마니를 읽고 나서 로마도 찾았더랬다. 그렇게 찾은 로마는 개똥 천지였다. 차라리 파리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진정한 의미에서 독서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물론 소설만 파는 닝겡인지라, 다방면에 걸친 독서가 아닌 편식쟁이 독서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 그리고 보니 역사도 아주 좋아라하는 주제라 자주 파는 편이다. 연년에 구한 오함 선생의 <주원장전>이 바로 옆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군 그래. 언제 나를 읽어줄 것인가 군은? 기해년에는 꼭 읽도록 하겠습니다.

 

기해년은 벽돌서적 격파의 해로 삼아야 하나 싶다. 대표적인 벽돌 도서로 레비-스트라우스의 <슬픈 열대>가 서가 어디에 쳐박혀 있을 테지. 에릭 홉스봄의 시대 3부작도... 홍대에서 달궁 독서모임을 가진 뒤, 마욤님과 들른 합정에서 산 <모비딕>도 당당하게 벽돌책 대열에 들 수 있으리라. 도서정가제 시행에 즈음해서 사들인 토마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는 또 어떤가. 사서 고히 쟁여준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와 도끼 선생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도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으시려나. 에드먼드 윌슨의 <핀란드 역으로>도 산 지가 언제인데... 대미는 아무래도 볼라뇨의 <2666>이 아닐까 싶다. 다섯 권으로 분권된 메가픽션 중에 2권까지는 읽었는데 나머지 3권을 미처 다 읽지 못했다.

 

서가에 읽지 않고 마냥 사두기만 한 책들이 너무 많다. 새해 나의 목표는 서가에서 안읽은 책들 파먹기로소이다. 아마 새해에는 책을 단 한 권도 사지 않아도 일년 동안 읽을 책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무술년 나의 베스트 3를 선정한다 하고선 또 새해의 결단 기타 등등 헛소리가 길어져 버렸다. 간략하게 정리하고 나서 디비 자야겠다.

 

1. 아름다움의 선 / 앨런 홀링허스트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최초의 게이 작가 부커상에 빛나는 <아름다움의 선>이 드이어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동안 크리스 아이셔우드의 <싱글맨>이 최고의 게이 작품이라고 떠들어 댔는데 아니었다. 불초소생은 앨런 홀링허스트를 미처 모르고 그저 우물 안 개구리마냥 지가 아는 게 전부인 양 아는 척을 한 것이었다.

 

무지막지한 두께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못할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피쿠로스 정신을 추구하는 닉 게스트가 구사하는 그만의 세계에 침잠하게 된다면, 소설의 분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가속이 붙어, 후반으로 갈수록 아쉬움이 짙어진다. 1983년 시작된 소설은 대처의 재집권으로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도도한 물결 가운데, 영국 상류사회의 속살을 그대로 까발리는 고발에 가까운 면면으로 독자를 매혹시킨다. 같은 해에 의학계에 발표되어 전세계를 강타한 에이즈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다룬 점도 충격적이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서 <아름다움의 선>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올해의 최고의 책이었다. 창비는 속히 앨런 홀링허스트의 다른 책들도 출간해 주시길 바란다.

 

2. 석류나무 그늘 아래 / 타리크 알리

 

좋은 책들은 언제나 절판의 운명에 처한다. 독서인들이 그 책들의 가치를 알아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책은 조용히 절판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타리크 알리의 무슬림 5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인 <석류나무 그늘 아래>는 그런 운명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구입했는지도 모른 채 나의 서가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지질이 바래져 가던 <석류나무 그늘 아래>를 다시 펴는 순간(레콩키스타 이후 책의 벽이 불타는 장면은 그전에 이미 읽었었다), 타리크 알리가 펼치는 마술 같은 이야기 속에 빠져 버릴 수밖에 없었다. 팩션의 모범 같은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알안달루스를 자신들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이베리아 반도 무슬림의 최후에 대한 아름다운 서사는 상상과 기대를 초월해 버렸다. 타리크 알리의 나머지 무슬림 3부작도 이제라도 출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3.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보잘 것 없이 / 귄터 발라프

 

폭력적인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어느덧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이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어 버렸다. 무자비한 자본은 인간성을 말살하고, 모든 가치를 이윤의 재생산이라는 구호로 압도해 버렸다. 잔혹한 산업현장에서 하청업체에서 고용한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법을 준수하지 않은 원청업체의 관리감독 때문에 죽어 나가도, 기업이 결딴난다고 악을 쓰며 자칭 민의의 대변자라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산안법 개정은 원안과 다른 괴물이 되어 버렸다.

 

우리의 자본주의 선배이자 재벌그룹의 롤모델들인 독일의 기업들 역시 산업현장에 뛰어 들어 진실을 알린 르포전문 작가 귄터 발라프 같은 진짜 저널리스트가 없었다면 한국의 재벌 같은 괴물이 되어 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귄터 발라프와 그의 동료들이 취재한 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오늘을 읽을 수가 있었다. 내가 누리는 저렴한 택배와 온갖 배달음식을 운반하는 라이더들의 노동을 나도 부지불식간에 착취 알레고리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쉽사리 포기하기 쉽지 않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기가 아닌가 싶다. 나만을 위해 사는 세상이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한.

 

이상이 내가 올해 만난 최고의 3권이었다. 앞으로도 200권을 읽는 시절이 또 올지 모르겠다.

 

기해년에는 또 어떤 미지의 책들과 조우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모두들 새해에도 열심히 읽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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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31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글과 책소개 감사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2019년이 시작됩니다.
새해에는 항상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연말,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레삭매냐 2019-01-01 15:54   좋아요 1 | URL
새해인사 감사드립니다.

서니데이님도 부디 기분 좋은
무술년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8-12-31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01 15:55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들에 답글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도 좋은 책 많이 읽으시길
기원합니다.

카스피 2018-12-31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샥매냐님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레삭매냐 2019-01-01 15:55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

카스피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cyrus 2019-01-01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욤님. 정말 반가운 이름이네요. 역시 여전하시네요. 그 분을 만나서 콜린 윌슨의 책을 모으게 됐어요. ^^

레삭매냐 2019-01-01 15:58   좋아요 0 | URL
징하게 가는 달궁 독서모임입니다.
이제 9년 차로 달려 가나 봅니다.

얼마 전에도 마욤님이 콜린 윌슨의 책을
강추하셔서 하마터면 읽지도 못할 책들
을 땡길 뻔 했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19-01-01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이 뽑으신 올해의 책이라니 꼭 읽고 싶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도 레삭매냐님의 좋은 책 소개, 좋은 글들 많이 기대됩니다^^

레삭매냐 2019-01-01 20:52   좋아요 0 | URL
독특한 개인의 취향인지라 다른 분들도
좋아하실 지는 ... 보장 못할 것 같습니다만 :>

기해년에도 열심으로 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얄리 2019-01-01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서평덕분에 타리크 알리와 귄터 발라프를 만났습니다. 아주 값진 만남이었습니다. 이제 아름다움의 선을 만나야겠네요. 레삭매냐님의 서평들 덕분에 2018년 저의 책읽기가 풍요로웠답니다. 2019년에는 서평도 써보려는데 100자 넘기 쉽지 않네요.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레삭매냐 2019-01-01 20:53   좋아요 1 | URL
타리크 알리의 이슬람 5부작, 지금이라도
다시 내주면 안될까 싶습니다.

이렇게 좋은 책들이 절판의 운명이라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기해년에도 열심
으로 읽어 보겠습니다.

AgalmA 2019-01-01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혀 예상밖의 3권이라 더욱 빛나는 베스트네요. 레삭매냐님 격찬이면 더욱 신뢰가서 저도 기회되면 꼭 보고 싶군요!

레삭매냐 2019-01-02 09:15   좋아요 1 | URL
한 권만 신간이고 나머지 두 책은 다
절판책이네요...

요즘 너무 적게 책을 찍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장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으면
바로 아웃 -

그러니 책을 안 살 수가 없지요...
또 책사는 핑계를 대는 걸까요?

개인의 취향이 담뿍 담긴 베스트인지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게 약점입니다.

AgalmA 2019-01-02 16:03   좋아요 1 | URL
요즘은 뭐 좀 보려고 하면 품절, 절판이 뭐이리 많은지ㅎㅎ;;; 있는 책은 리커버로 풍년 잔치고...거 참 쩝;
레삭매냐님 취향이 있어도 중상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ㅅ-!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유쾌한 자력갱생 인생 구출 대작전
마에노 울드 고타로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어려서 아마 메뚜기를 잡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메뚜기 잡기를 아주 좋아한다. 포충망을 이용해서 잡는 건 일도 아니고, 손으로 잡는 것도 문제 없다. 방아깨비, 따닥개비, 팥중이, 송장메뚜기 등등... 내 손에 안 잡혀 본 녀석들이 아마 없지 않나 싶다. 추석 즈음에 증조할아버지 산소에 찾을 때가 연중 가장 즐거운 시간 중의 하나였다. 지천에 널린 메뚜기를 잡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시흥 갯벌생태공원에 갔을 적에도 메뚜기가 많아 몇 마리씩 잡으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아, 참고로 자고로 메뚜기가 많은 곳에는 천적 개구리가. 그리고 개구리가 많은 곳에는 역시나 뱀돌이가 우글우글대니 참조하시길.

 

나 역시 <파브르 곤충기>를 통해 곤충의 세계에 입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보다 고수가 이웃나라 일본에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마에노 울드 고타로, 사막메뚜기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작가 분이시다. 아키타 출신 고타로 씨는 파브르 선생을 동경하다 못해 아예 생업을 곤충학 연구로 정하고 삶을 매진해왔다. 일본에 사막메뚜기가 살지 않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고타로 선생은 어느 필드를 선택해서 실험실을 박차고 뛰어나갔을까? 그의 목적지는 서아프리카 끝에 위치한 모리타니였다. 말로만 듣던 누악쇼트라는 지명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리오.

 

해외연구원 자격으로 지원을 받아 바바 소장님의 메뚜기연구소에 안착하는데 성공한 고타로 박사는 바로 메뚜기 연구에 돌입한다. 문제는 아프리카 대륙의 대재앙으로 알려진 메뚜기 대군이 항상 출몰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연구와 관찰에 따르면 메뚜기 대군은 보통 기록적인 비가 온 뒤에 출몰한다고 한다. 이전에 독일의 대규모 연구단도 메뚜기 연구를 위해 오랫동안 모리타니에 머물렀지만 대군의 실체를 보지는 못하고 성과 없이 귀국했다나. 그런데 우리의 아마추어 박사님에게 그런 횡재가 주어질지 자못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참 회교국가인 모리타니 입국에 앞서 부러 준비한 소량의 비어들이 압수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사람 사는 곳에 술이 없을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 사막운전의 베테랑이자 영어 통역까지 할 수 있는 티자니는 고타로 박사의 최상의 파트너였다. 그와 함께 사막을 누비며 몇 안되는 메뚜기를 잡고 환호하는 모습을 비롯해서, 희귀한 사막메뚜기 대신해서 독메뚜기나 거저리 연구에 집중하는 장면도 재밌게 읽었다.

 

또 한편으로는 박사후 과정 그리고 2년 간의 유급연구생활이 끝난 뒤에 불안감에 대한 저자의 고민에서는 요즘 젊은 세대의 최대 고민거리는 취업에 대한 걱정근심도 엿볼 수가 있었다. 수많은 박사들이 넘쳐 나는 가운데, 논문 발표를 바탕으로 해서 제한된 연구직에 응모하려는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고 고타로 박사님이 친절하게도 알려 주신다. 우리의 메뚜기 박사님도 취업전선에서 예외는 아니어서 아프리카 대륙을 시시때때로 습격하는 메뚜기 대군의 습성을 연구해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방제작업을 해서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심대한 계획의 실현이 과연 자신의 안정적인 일자리 찾기와 매치가 되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그 외에도 모리타니 체류 중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프로방스 지역의 세리낭 마을에 위치한 성지 파르브 생가를 찾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같다고 해야 할까. 저자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모리타니에 좀 더 체류하기 위해서 무수입자 신분을 탈출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기도 한다. 그래서 고타로 박사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메뚜기 연구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홍보전에 나서게 된다. 몇 명 방문하지 않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비즈니스맨들이 구독한다는 <프레지던트>에 은인 이시이 씨의 권고로 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토대학에서 지원하는 대망의 하쿠비 프로젝트에도 응모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낸다. 게다가 모리타니에서는 고대해 마지 않던 대망의 메뚜기 대군이 출현해서 언젠가 메뚜기떼에게 잡아 먹히겠다는 신의 형벌프로젝트도 가동한다. 물론 초록색 쫀쫀이를 입은 고타로 박사님이 모리타니에 사는 사막메뚜기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멋잇감으로 보이지 않아, 허무하게도 신의 형벌은 내리지 않았다. 아 참, 그전에 한밤중에 메뚜기 유충 관찰에 나섰다가 불시에 전갈에게 물린 에피소드도 있었지.

 

사막 현장르포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는 생생한 현장의 리얼리티가 담긴 마에노 울드 고타로 박사의 모리타니 사막메뚜기 연구체험기다. 동시에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을 위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고타로 박사님에게는 조금 미안한 표현이지만) 또라이들이 진보를 이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웃 일본 과학계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과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모리타니의 메뚜기 방제사업에 자금지원을 하고, 누악쇼트 부근에 수산물가공공장을 세워 일본산 문어와 식감이 비슷한 모리타니산 문어를 일본의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즐긴다는 고타로 박사의 말이 지나가는 말로 들리지 않았다. 고타로 박사의 메뚜기 연구를 응원한다. 그의 블로그도 한 번 보고 싶은데 일본어를 할 줄 모르니 안되겠지.

 

어쩌면 이 책이 내가 2018년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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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30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메뚜기 매니아시네요~나비박사 석주영, 메뚜기박사 레삭매냐님 ㅎㅎ

stella.K 2018-12-30 18:10   좋아요 1 | URL
석주명으로 알고 있는데요...

카알벨루치 2018-12-30 19:09   좋아요 0 | URL
제가 계속 석주명을 석주영으로 기억하네여 스텔라님 오셔서 인제 안 헷갈릴 듯 합니다 무서버 ㅜㅜ

stella.K 2018-12-30 19:22   좋아요 1 | URL
아니 제가 뭘 어쨌다고...
근데 전 왜 이렇게 재밌을까요?ㅎㅎㅎㅎ

카알벨루치 2018-12-30 19:29   좋아요 1 | URL
원래 놀리면 놀리는 자는 잼나고 놀리킴을 당하는 자는 소송 들어갑니다 ㅋ

레삭매냐 2018-12-30 20:23   좋아요 1 | URL
매니아급까지는 아니구, 파브르 곤충기를
보고 곤충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시절이
떠올라서 아주 유쾌하게 읽었답니다.

syo 2018-12-30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올해도 레삭매냐님 리뷰 덕에 아무 망설임 없이 몇 권의 책을 손에 쥐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ㅎㅎ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2019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레삭매냐 2018-12-30 20:24   좋아요 2 | URL
시오님도 한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알라딘 북플을 통해 알게 된 많은 분들
과의 상호작용으로 저도 모르게 더 달리
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시오님
에게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지만요 ㅋㅋ

그렇게혜윰 2018-12-30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파격적이에요 ㅎㅎㅎㅎ

레삭매냐 2018-12-30 20:27   좋아요 0 | URL
‘신의 형벌‘이라 해서 메뚜기 떼에게
먹히는 게 꿈이었다고 하네요...

정말 일본에는 기인들이 많은 것 같
습니다. 그게 한 편으로는 국가발전
의 원동력이기도 하구요.

저희는 너무 순치되서 그런 또라이
정신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12-31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산매냐님의 깊이 있는 독서로부터 읽을 과제를 많이 부여받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레삭매냐 2019-01-01 16:19   좋아요 1 | URL
부족한 닝겡의 독서를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무술년에도 열심으로 읽겠습니다.

겨울호랑이님의 독서도 응원합니다.
 


오늘자 한겨레에 실린 출판계 전문가라는 양반의 헛소리를 다룬 기사를 읽었다. 전국에 알라딘 42곳의 기업형 중고서적을 내고, 후발주자 예스24까지 최근 기흥 아웃렛에 비슷한 형태의 기업형 중고서점을 내서 출판생태계를 망친다는 주장이다.

 

일견 참고할 만한 이야기도 있다. 나도 올해 알라딘 구입내역을 조회해 보니, 내가 산 책의 90%가 중고책이었다. 그런데 그 책들이 모두 신간이었을까? 아니다. 물론 신간도 있지만, 알라딘 중고서점의 새로운 정책 때문에 6개월은 기다려야 신간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게 돼서 난 도서관을 더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지금 소장하고 있는 책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지경이다. 물론 내가 애정하는 작가들의 책들과 아직 사두고 읽지 못한 책들이 부지기수다. 오늘도 한 보따리 쟁여다가 무기명으로 동네 서가에 기증하고 왔다. 모쪼록 좋은 주인 만나길 바란다.

 

중고서점은 내게 절판 혹은 품절되어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다. 지금 구하고 있는 호르헤 볼피의 <세계 아닌 세계>도 불과 출간된 지 4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절판돼서 구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책이 가고 싶다고 해서 어디 가서 훔치랴? 예전에 어느 독서 모임에 갔더니만, 한 선수가 자기는 도서관에서 빌린 다음에 분실했노라고 말하고 슈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충격이었다. 아니 책읽는 사람이 그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었다. 나만 좋으면 다른 사람은 어찌 되도 생각없다는 말 아닌가.

 

개인적으로 아주 많이 한 경험이긴 한데, 신간으로 사서 미처 다 읽지 못한 책을 중고서점에서 만나게 될 때의 그런 속쓰림을 아시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리고 내 돈 주고 산 책을 내 마음대로 처분하겠다는데 그 방식까지 간섭을 받아야 하나? 한겨울에 야영장 캠프에서 불쏘시개로 사용하든, 재활용 수거함에 넣든, 뻣뻣하지만 밑을 닦든, 중고서점에 팔든 뭔 상관이란 말인가.

 

자꾸만 이야기가 삼천포로 가는군. 어쨌든 예의 전문가라는 양반은 오로지 기업 윤리 차원에서 중고서점을 비판할 따름이다. 예전에 도서정가제 시행을 하게 되면서,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은 재정가 시스템을 적용시킨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책들이 몇 권이나 되더라. 항상 출판계와 정부만 나서서 날리부루스지 정작 소비자들의 의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리가 실제로 체감하는 책값은 여전히 비싸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서 최근 2만원이 넘는 책은 산 적이 없는 것 같다.

 

왜 업자들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지들 맘대로 제한하려고 하는 건가? 신간이 나오는 대로 바로 사서 읽고 싶은 사람은 제값 주고 사서 읽으면 될 것이고, 아닌 사람들은 시간을 좀 두었다가 중고로 사서 보면 되는 게 아닌가. 아니면 좀 번거롭기는 해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기업형 중고서점에 작가들의 인세를 물리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신박하구나. 왜 도서관에 비치되는 책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한 번 빌려갈 때마다 인세를 물리시지.

 

그리고 내가 업자가 아니어서 당당하게 말하는데, 내가 글밥 먹고 사는 이들의 통장 사정까지 내가 걱정해 주어야 하나. 우리가 마트에서 라면 사면서 농심이나 삼양 같은 기업 걱정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작가 양반들이 내 통장 사정을 걱정해주지는 않잖아. 내가 어떤 다른 기회비용을 소모해 가면서, 책을 사는지 말이다. 작가와 독자의 상호관계 타령을 하려면 부디 내 통장의 잔고 사정도 좀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 내가 어떤 희생을 하면서 책을 사고 읽는 지에 대해서.


어쨌거나 난 계속해서 중고서점을 애용할 것이다. 그게 기업형이든, 아니면 고전적 형태의 중고서점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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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9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층이 더 늘어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열받으셔서 맥주 한잔 하시면서 책읽으시는 건 아니신지 ^^ 화이팅입니다 2018년 마지막 주말 잘 보내세요~

레삭매냐 2018-12-30 09:14   좋아요 1 | URL
제 생각에는 독서인들에게도 부익부 빈익빈
의 결과가 도출되는 것 같습니다...

덧글 보고 순간 코히 비루가 생각나긴 했습니다 -

앞으로도 독서인구가 늘어나게 될 지 저는
왠지 부정적인 생각이 듭니다.

메리 해삐 뉴 이얼 되시길 기원합니다.

bookholic 2018-12-30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옳소!!!! 즐거운 연말 되십시오~~~~

레삭매냐 2018-12-30 20:14   좋아요 1 | URL
오늘도 가서 한 권 질렀습니다.

<사탄탱고> 올해 산 마지막 책이었습니다.
컬러는 무려 레드랍니다.

목나무 2018-12-30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정가제도 소비자의 목소리는 들은 체도 안하고 지들끼리 은근슬쩍 기간을 늘리고 책값만 잔뜩 비싸게 책정하고 살 사람은 사라는 식에다 결국 책좋아하는 독자들만 호구가 되란 것같아 씁쓸한데 중고서점 이용까지 걸고 넘어가는 전문가가 있다니 ㅡㅡ;
정말이지 우리나라는 출판관계자들이 독서인구를 줄이는데 한몫하는 것 같아요. --^

레삭매냐 2018-12-30 20:29   좋아요 0 | URL
맨날 하는 말이지만, 출판사-정부 그리고 정작
중요한 독자들은 항상 논의에서 제외시켜 버
리는 게 가장 아쉽습니다.

어쩌면 독서인이라는 게 실체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또 어떤 양반은 글로 책을 사서 읽으면서 밑줄
도 좍좍 긋고 해야 내 책이 된다는 주장을 하
시더군요. 도서관의 효용성을 몽땅 무시하는
발언이 아닌가요.

책의 존재가치는 모름지기 소장이 아니라 어디
까지나 읽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트레유 2018-12-31 0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문제의 한겨레 필자 아마 백소장님 아닌가 싶군요
도서정가제 하면 도서 재정가 통해서 책값 거품이 빠진다고 하시던...ㅎㅎ
도서재정가 된 책들이 적지는 않아요.
그 리스트도 있구요. 그러나 리스트 보시면 오히려 더 화나실 것 같아 추천은 못 하겠습니다.
아마 읽어볼 일 없을 책들만 잔뜩 가격인하 되었고, 오히려 가격인상된 책들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나저나 그 백소장님 이제는 완전도서정가제 해야 책값 거품도 빠질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어디 한 번 완전도서정가제까지 가면 어떻게 될런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레삭매냐 2018-12-31 11:38   좋아요 0 | URL
거품이 더 치솟고 출판사 영업이익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서점에 공급하는 단가를
낮추는 것도 아니고... 상생 타령하면서
실제로는 나만 살고 보자주의지요 -

네, 저도 보았는데 리스트 보았는데 기가
막혔습니다. 절판돼서 팔지도 않는 책들
도 있더군요. 무슨 놈의 가격인하랍니까
팔지도 않는 책으로.

완전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어쩌면 중고
시장이 더 활성화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반역의 책 - 옹정제와 사상통제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이준갑 옮김 / 이산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래 전에 산 책이다(2010년 12월 1일). 그리고 처음에 산 책은 찾을 길이 없어 결국 중고서점에서 4년 전에 다시 샀다(2014년 3월 31일). 그리고 내내 책꽂이에서 묵혀 두었다가 이번 크리스마스날 집어 들었다. 하루 저녁 사이에 절반을 읽어 내렸다. 미국 예일대 출신 중국사 전문가 조너선 스펜스 교수가 저술한 1728년 벌어진 쩡징의 역모사건을 다룬 <반역의 책>에 대한 출발이었다.

 

옹정 6년(1728년) 10월 28일 시안성의 촨산총독 웨중치[岳鍾琪]에게 역모를 도모하자는 비밀편지가 인편을 통해 전달된다. 전제국가 중국에서 천자에 대한 반란만큼 중요한 사건이 있을까? 중국 송대의 명장 웨페이(악비)의 후손 웨중치에게는 이미 전적이 있었다. 망한 명나라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15개월 전에도 비슷한 시도를 했었다. 이민족의 청나라가 중원을 제패한 상황에서 멸망한 한족국가의 부흥은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였다. 웨중치는 편지 심부름꾼 장시를 달래, 편지를 보낸 이가 후난성 융싱현에 사는 그의 스승 쩡징이라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성공한다.

 

당시 황제였던 옹정제는 선친 강희제 사후, 즉위 과정에서 순탄하지 않은 황위계승전을 치러야 했다. 제국을 계승할 후계자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많은 황자들은 제위에 오르기 위한 보위 쟁탈전을 통과해야만 했다. 4황자 윤진이 제위를 계승하는 과정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쩡징이 웨중치에게 거병을 권하는 편지에도 현재 황제가 부정한 방법으로 제위에 올랐다는 음모론을 필두로 해서 술고래에 황음무도하다는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에, 중국의 전통적인 화이론을 접목시켜 역모를 꾀했다.

 

쩡징의 왜곡과 달리 13년에 걸친 옹정제의 치세는 비교적 명군의 그것에 가까웠다. 45세에 황제의 자리에 오른 옹정제는 하루 평균 4시간의 수면만을 취하며, 나머지 시간들을 정사에 바쳤다. 즉위하면서 정치적 라이벌들이었던 형제들을 숙청하면서 황제권을 강화하기 시작한 옹정제는 군기처에 권력을 집중시키면서 신권을 지속적으로 약화시켰다. 광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데 있어서도, 지방 총독과 순무들이 황제에게 직접 보고하는 주접에 황제만 사용할 수 있는 붉은 먹물로 주비를 달아 지방통제를 강화했다. 쩡징의 역모 사건에 있어서도, 주비유지 제도를 활용해서 신속한 대응을 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조너선 스펜스 교수는 붉은 주비의 비가 내린다는 표현을 사용했던가.

 

통신과 정보 전달 시스템이 현대처럼 발전하지 않았던 18세기 초반, 황제의 명령이 지방에 전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독재권력을 자랑하는 황제의 신임을 얻고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지방관들은 자신이 가진 재량권을 총동원해서 황제의 명령을 수행해야만 했다. 쩡징의 역모 편지에 등장하는 13명의 인사들을 수배해서 체포하는 과정은 정말 한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쩡징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면서 옹정제는 그렇지 않아도 저장 지방의 불온한 움직임 때문에 편견을 갖고 있던 차에 이번에는 주모자 쩡징이 근거한 후난성에도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되었다. 오죽했으면 저장과 후난 지방에 풍속감찰관이라는 제도를 도입했을까 싶다. 쩡징 사건을 계기로 해서, 민간에 유포되는 터무니없고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단속하고자 했지만 역설적으로 황제의 해명은 유언비어 제작소에 땔감을 던져주는 격이었다. 한 마디로 절대통치자의 민간에 대한 사상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절대군주 시대 문자로 남긴 기록들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이미 죽은 지 오래인 주자학 해석에 탁월했던 학자 뤼류량[呂留良]이 남긴 일기와 문집을 접한 황제는 한족을 청나라 지배체제에 복속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다수의 한족 지식인들이 만주족의 청나라 지배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누가 뭐래도 청나라는 정통 중화론의 기준으로 볼 때, 오랑캐 다시 말해 금수의 가까운 존재가 아니었던가. 청의 황제들이 제 아무리 지배의 정통성을 강조하더라도, 한족들의 정신세계까지 지배할 수는 없었다.

 

옹정제가 파견한 조사관들을 체포된 쩡징을 심문한 결과, 그가 범용한 인물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쩡징은 진사 출신이라는 가짜 왕수가 퍼트린 유언비어와 항간에 떠다니는 청조 지배 아래 벌어진 자연 재해를 흉조로 판단해서 엄청난 사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가 장시를 시켜 웨중치에게 전달한 편지에서 청조의 혹정을 비판하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명나라 시절에는 무능한 한족 황제들의 혹정이 없었던가? 오히려 청나라의 안정적 지배 아래, 황제들은 천하에 재난이 발생하면 구휼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가. 현실세계를 도외시한 지식인들은 그저 고대 주나라의 정전제 같은 고법으로의 회귀야말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성인 공자가 언급한 화이론의 선구자 관중에 대해서도 이중적인 판단은 존재한다. 주자학적 질서에서 불사이군(不事二君)은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니던가. 하지만 관중은 처음에 공자 규를 보필하다가, 공자 규가 죽은 다음에는 소백을 주군으로 모셔 훗날 제환공의 재상이 되었다. 어떤 주군을 모시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억조창생을 위한 좋은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유가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니냐는 옹정제의 사고는 대단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강희 연간에 발생한 문자옥에 대한 청나라 조정의 대응은 강력한 탄압이었다. 하지만 선친 황제에 비해 정치적으로 고수였던 옹정제는 무자비한 탄압 대신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관용이었다.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반청사상으로 똘똘 뭉친 뤼류량의 경우에는 부관참시와 자손들까지 대청률에 따라 엄하게 처벌했지만, 정작 역모의 주모자였던 쩡징과 장시는 사면하고 심지어 천냥되는 은자까지 지급하는 대범함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황제는 자신의 상유와 베이징으로 압송되어 온 쩡징의 반성문을 엮은 <대의각미록>을 인쇄해서 천하에 배포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황제의 이런 정치적 프로파간다는 과연 성공했을까? 옹정제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간에 유포되는 유언비어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아니 민중은 오히려 구중궁궐에서 벌어지는 권력암투, 골육상쟁 같은 막장 스토리를 즐기지 않았을까? 어떻게 보면 천하의 독서인들의 생각을 통제할 수 없기에 오히려 맞대응에 나선 밀정정치의 달인이자 독재군주 옹정제의 시도가 옳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군주의 시대,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존재할 수가 없었다. 불온한 사상의 중요 전달 방법이었던 서책의 유통과 소장은 목숨을 담보한 위험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대현(大賢)으로 인정받는 뤼류량의 자손들도 결국 문자옥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던가.

 

옹정제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른 청년 황제 건륭제는 황고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작고한 옹정제는 역모자 쩡징과 장시에게 관용을 베풀었지만, 건륭제는 천하의 두 죄인들을 잡아 들여 능지처사로 처벌하고, 가산을 몰수해 버렸다. 아울러 천하에 유포된 수십만권의 <대의각미록>을 금서로 지정하고 회수해서 폐기해 버렸다. 이 또한 반대급부를 불러왔는데 선대에 민중들이 <대의각미록>에서 자신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부분들만 왜곡해서 수용했다면, 건륭 시대에는 민중들이 금서로 지정된 <대의각미록>의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기 때문에 황제가 폐기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책이 없어졌다고 해서 수년간 매달 두 번씩 강의 형태로 민중에게 유포되던 책의 내용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도 황제의 의도 대로 순식간에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대의각미록>은 일본에까지 유포되었다고 한다.

 

여담으로 사건 초기 중요한 역할을 하던 촨산총독 웨중치는 옹정제의 강력한 신임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준가르부 정벌 실패 때문에 삭탈관직 당한다. 1731년 가산도 몰수당하고, 사형 판결까지 받았다가 감형되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건륭제가 즉위한 뒤, 복권되었다. 독재 군주 시대에 제왕의 총애가 얼마나 덧없는지 웨중치의 경우를 통해 잘 알 수가 있었다.

 

수년 전 보수정권 아래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책들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단순한 자본주의 비판서 같은 서적들이 무슨 이유로 “불온서적” 다시 말하자면 현대판 금서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온라인 서점들에서는 그런 책들을 모아 활발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어떤 작가는 우스개 소리로 왜 내 책은 불온서적으로 지정이 되지 않았느냐고 항의를 할 정도였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위정자들의 어리석은 시도가 성공한 적이 없다는 걸 그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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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8-12-27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건성세에도 반역이 있었다는 건 이민족 왕조라 그런 거겠죠? 건륭제가 좀만 시야를 확장했다면 조선은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근자에 하던 참인데 이민족 왕조로서 내치를 잘 하기도 힘들었겠다 싶네요.

레삭매냐 2018-12-28 13:23   좋아요 1 | URL
청나라가 중원의 패자가 된 뒤에도 많은
이들이 정통 화이론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제국의 정통성에
반기를 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 중국에서 진행 중인
오족협화 정책도 다 허상이 아닌지 싶기
도 하구요.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 - 개정판
장한식 지음 / 산수야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부터 눈여겨 오던 책을 지난 주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다. 장한식 작가의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가 바로 그 책이다. 도도한 역사의 미스터리 중의 하나로, 고작 100만 남짓한 변방의 오랑캐가 1억 인구를 자랑하는 명나라를 정복하고 중원의 지배자가 되었나 하는 의문점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우리는 왜 병자호란으로 욱일승천하는 만주국, 훗날 청나라의 속국이 되었고 청나라는 중원의 패자가 되었는가. 21세기 시진핑의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시대에 우리가 꼭 한 번 되짚어 봐야할 역사의 기록이 아닌가 싶다.

  

KBS기자 출신 장한식 저자는 역사학자 찜 쪄 먹는 실력으로 16세기 후반, 인삼전쟁부터 시작된 농업국가 조선과 상업국가 여진족의 만주국(일본의 괴뢰국 만주국과 다른 나라다)의 대결로부터 시작해서 대국 명나라에서 독립국가를 세우겠다는 국가 정책이 중원공략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동아시아 질서 재편기를 정확하게 타격한다.

 

우선 출발점은 스페인의 신대륙 발견으로 인한 해양무역의 발전과 신대륙에서 채굴된 막대한 양의 은광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16세기 유통과 상업의 혁명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명나라는 세계 최강국이었다. 명나라에서 생산되는 비단을 비롯한 온갖 물자들은 서양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스페인 상인들은 앞 다투어 중국과 거래를 하고 싶어했고, 그 결과 신대륙의 어마어마한 은이 중국으로 향했다. 일조편법으로 대표되는 은본위제는 명대의 상업과 유통을 촉진시켰고, 국가재정 또한 번영일로를 달리게 되었다.

 

한편, 동아시아 최대의 국제전이었던 임진왜란을 즈음해서 만주 여진족의 족장 누르하치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원래 상인으로 출발한 누르하치는 조부와 부친을 명나라 장수 이성량의 판단착오로 잃게 되면서, 대국 명나라를 원수로 생각하게 되었다. 동시에 명나라의 상업 부흥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던 백두산 부근에서 채취한 인삼 거래에 절호의 기회를 부여했다. 명나라의 막대한 은이 여진족에게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은이라는 자산의 축적에 힘입은 누르하치는 팔기로 대변되는 군사력을 더해 세 개의 부족으로 나뉜 여진 통일에 나선다. 여진족을 복속하고 명나라와의 본격적인 대결에 나서게 되는 1619년 사르후 전투는 동아시아 질서 개편의 일대 신호탄이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누르하치는 국가 목표는 명나라의 기미체제를 벗어난 만주 지방에 독립국가 건설이었다. 욱일승천하는 기세의 동방 오랑캐에 대해 명나라 조정에서 사르후 전투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수성에 집중했다. 그동안 누르하치의 독점무역권을 보장하는 칙서경쟁은 사르후 전투 이후 명에서 만주국과의 교역을 금지하면서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유목 수렵민족인 여진족의 생산성은 농경민족인 한족의 그것에 비해 절대적으로 떨어졌다. 부족국가 정도로만 머물고 싶다면, 상시적인 전시 약탈경제로 만족하겠지만 만주의 독립국가 더 나아가서는 중원 경영이라는 웅대한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대국 명나라와의 교역이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중원의 진상(晋商)들은 조국의 안위보다 자신들의 명리에 더 중점을 둔 모양이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 특수는 상인들에게는 호기였다. 임진왜란이 첫 번째 전쟁 특수였다면, 명청 교체기의 막대한 군자금 투하는 진상들에게는 축복이었던 모양이다. 한국전쟁이 일본 기업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홍타이지가 등장하기까지 너무 서론이 길었다. 만주국의 창업군주 누르하치는 중원 공략에 나섰다가 영원성에서 버티는 명의 명장 원숭환의 저항과 홍이포라는 당시 핵폭탄급 무기에 가로막혀 전투 중에 부상을 입고 죽고 만다. 다음 후계자로 누르하치의 팔남이자 유력한 버일러 홍타이지가 등극하게 된다. 중원제국에서는 후계자 선정에 있어 장자상속이 원칙이라면, 유목수렵국가에서는 가장 능력이 뛰어난 자가 후계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당연한 일로 치부되었다. 권력욕에 있어서는 누르하치의 어느 아들보다 뛰어났던 홍타이지가 세력 간의 알력과 권모술수를 이용해서 제위에 오르는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누르하치에 이어 제위에 오른 홍타이지는 우선 만주족과 비슷한 성격의 유목민족이나 한 때 세계제국을 건설했던 몽골족을 복속시키는데 성공한다. 다음 목표는 소중화사상으로 똘똘 뭉쳐 후방을 위협할 수 있는 조선이었다. 정묘년에 용장 잉걸타이에게 3만 정병을 주어 여진족을 오랑캐라고 무시하는 조선을 따끔하게 혼내주고 형제지맹을 맺은 홍타이지는 비로소 중원 공략에 나서게 된다. 물론 홍타이지의 후금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즉위하는 순간부터 내부결속에 나서고, 만주족 뿐 아니라 몽골족 그리고 요동정벌 과정에서 포로로 잡은 한족들까지 아우른 팔기제로 소문난 만주 철기병을 육성해냈다.

 

현대판 선군주의 국가 후금은 총 인구의 10%가 병사들이었다고 한다. 중국의 명나라와 비교해 보면, 1,500만 명 정도가 군인이라는 것이다. 명나라 같은 농업국가에서 상비군의 존재는 국가재정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소다. 병사들의 급료를 비롯해서, 그들을 먹이는 비용 그리고 군마들의 마초 따위의 비용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반면, 약탈 전시경제를 추구하는 정복국가 만주국의 경우는 다르다. 병사들에게 전쟁은 약탈을 통해 전리품을 얻고 전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다. 한 마디로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는 것이다. 명나라 군대가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자면, 만주 군대는 상대방이 지키는 것을 빼앗는 것이 목적이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송나라를 비롯한 중국 제국들은 세폐를 오랑캐 국가들에게 제공했는데 이 또한 전쟁을 위한 비용으로 대치되길 일쑤였다. 한 마디로 말해 자신들이 제공한 세폐로 오랑캐들은 새로운 전쟁을 준비했다고 한다면 과언일까.

 

홍타이지와 만주 귀족으로 구성된 버일러들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중원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명의 마지막 황제였던 숭정제는 제국의 동방을 어지럽히는 홍타이지의 만주족에 대해 아무런 국가적 전략 없이 침략하는 대로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몽골족마저 복속시킨 홍타이지는 전통적인 서방침공 대신, 몽골족의 근거지인 막남을 통한 새로운 루트를 이용해서 금성, 북경을 공략하는 신묘한 전략을 보여주기도 했다. 명의 황성이 자금성 앞에 무적이라는 만주족의 철기병이 등장했을 당시 명나라 사람들의 충격과 공포가 어떠했을 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1636년 홍타이지는 마침내 대청의 설립을 선포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이 선언은 명나라 천하를 빼앗아 중원의 패자가 되겠다는 만주국의 새로운 국가 목표를 대내외에 알린 것이다. 영명한 군주였던 홍타이지는 부친 누르하치의 만한 차별정책 대신, 만주족과 몽골족의 통혼을 통한 민족적 결합을 시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다수의 한인 관료들을 등용하면서 본격적인 제국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다. 그 중에는 홍타이지의 참모로 제국의 실질적인 기초를 닦은 범문정의 존재감이 특히 부각되었다. 만주 문자를 만들 것을 주문하고, 미래의 중원의 패자가 될 것을 대비해서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법제들을 정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형사취수제 같이 대륙의 한족들이 오랑캐의 법도라며 무시하던 제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수차례에 걸친 중원 공략 과정에서 요서 회랑에서 눈엣가시처럼 자신을 저지하던 원숭환을 반간계로 처치한 홍타이지는 범문정의 계책을 받아 들여 자신이 직접 명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자성이나 장헌충 같은 유적들의 반란을 이용한 차도살인계를 이용해서 마침내 명나라를 멸망시키는데 성공한다. 사실 명나라는 막대한 군비를 동북 지방에 투입하는 바람에 국가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그 결과 각지에서 유적들이 봉기해서 국가권력에 도전했지만, 유능한 장수들의 부족과 농민반란 전략의 부재로 결국 궤멸 직전에 몰렸던 이자성이 극적으로 부활해서 명나라의 숨통을 끊는데 성공한다.

 

홍타이지는 중원을 통째로 먹어 치우는 대신, 권투로 표현하자만 강력한 스트레이트나 어퍼컷 대신 지저분한 잽을 수시로 구사하면서 강력한 대국 명나라를 그로기 상태로 몰고간 것이다. 그리고 만력제 이후 몰락의 길을 걷던 명나라는 내부의 농민반란으로 자멸하게 되었다. 물론, 명나라의 자멸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홍타이지가 이끄는 청나라의 집요한 침공이었지만 말이다. 중원정복 직전에 병사한 홍타이지를 대신해서 이복동생 도르곤이 어린 순치제(6)를 대신해서 섭정왕이 되어 중국 정복을 완성한다. 물론 완벽한 중원 대륙의 복속은 강희제 시대에 완성된다.

 

<책 속의 책> 코너에서는 병자호란이라는 청의 홍타이지가 계획한 국제적 이벤트를 우리의 시각에서 풀어준다. 변방의 오랑캐 군주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홍타이지는 첫 번째 이벤트로 조선 공략을 계획한다. 명나라 천하라는 기존 질서를 그야말로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조선을 철저하게 항복시키는 것은 중원 공략에 앞선 대내외적인 이벤트가 아닐 수 없었다. 치욕적인 패배로 가뜩이나 현실파악을 하지 못하는 척화론자들을 자극해서 현실적이지 않는 옥쇄전을 택하는 대신, 나름 종주권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군주 이종을 복속시키는 원대한 계획을 품고 홍타이지의 12만 대군은 압록강을 건넌다.

 

모두가 알다시피 조선조 최고의 못난 임금 인조는 즉위 기간 동안 세 번이나 수도 한양을 떠나 피난길에 오르는 신기록을 세운다. 문신 위주의 척화론자들은 나라가 결딴나는 한이 있어도 재조지은의 부모 나라 명을 배신할 수 없다는 철저한 사대주의 이데올로기를 버리지 못하고 국가를 존망의 위기로 몰고 간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전쟁 초기만 하더라도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강화할 수 있었지만, 남한산성에서 농성하면서 실기한 게 치욕적인 삼전도 항복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실리 보다는 그놈의 명분을 중시하는 자신도 명나라에게는 오랑캐 취급을 당하면서 사대주의자 행세를 하는 지식인들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그들이 국가 경영을 받은 위정자라면 더더욱 큰 문제일 것이고.

 

우리는 현재 G2로 부상한 이웃의 대국이 다시 한 번 한반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적 종속은 말할 것도 없고, 역사적으로 이웃국가의 굴기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본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모름지기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수성의 군주 홍타이지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마침내 중원 공략이라는 대망의 꿈을 이루는 초석을 닦지 않았던가. 우리도 작은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위기가 곧 기회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 재편기에 맞는 국가전략으로 다가오는 파고를 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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