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드의 물고기 책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유나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맨부커상 수상에 빛나는 리처드 플래니건의 책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월에 바로 두 권의 책을 샀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과 <굴드의 물고기 책>. 둘 다 각각 백 쪽 그리고 이백 쪽씩 읽었었는데 미처 다 읽지 못했다. 10월에 나의 서가에서 집어 올린 <굴드의 물고기 책>은 단 3일만에 다 읽을 수가 있었다. 그 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상당히 재밌었다. 왜 그 때 미처 다 읽지 못했던 건지 궁금하다.

 

현재 시점에서 호주의 태즈메이니아를 찾는 부유한 관광객들을 상대로 골동품 사기를 치는 화자 시드 해밋은 어느 날, 윌리엄 뷜로 굴드라는 영국 출신 기결수가 쓴 <물고기 책>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책에 실린 다양하면서도 기교 넘치는 물고기 그림들과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아마 처음에 책을 읽을 적에 아무런 정보 없이 무턱대고 읽기 시작해서 그런지 9달 전의 기억들은 파편으로 존재했다. 그래서 새로 읽어야만 했다.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 이중혁명으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19세기 밴디먼스랜드(오늘날의 태즈메이니아)가 공간적 배경이다. 영국 출신 윌리엄 뷜로 굴드(이하 빌리 굴드)는 지금 물고기 감방에 갇혀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는 간수 팝조이에게 그림을 그려 주고, 그의 묵인 아래 모종의 기록을 남긴다. 자신의 피로 때로는 갖가지 재료들을 이용해서. 우리도 현재 치열한 기억의 투쟁을 하고 있지만,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도전이었다. 심지어 그 기록자가 사형수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본토에서 위조죄로 잡혀 1825년 7년형을 받고 태즈메이니아 세라섬에서 형을 살게 된 빌리 굴드의 인생역정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한 때 신대륙 미국에 건너가 조류학의 대가 장바뵈프 오듀본 아래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지 않은가. 사실 유형지에서 그림 그리는 기술이 필요할까 싶지만,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서고 기록을 위한 그림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미적 감상을 위해서도. 지금은 핸드폰에 달린 카메라로 누구나 쉽게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지만 수년 전만 하더라도 불가능한 상상이었다.

 

문명세계를 대표하는 제국 영국에서 건너온 이들이 문명인이었냐고 묻는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계몽주의 사조가 서구사회를 휩쓸고 있던 시기,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애버리진 원주민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하고 있었다. 순전히 과학에 근거한 인류학적 관점에서 그들의 신체를 훼손하고, 수집하는 야만에 가까운 행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었다. 하긴 유형수들도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마당에 원주민들에게 그런 대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세라섬의 사령관 가짜 호러스 대위는 죄수들의 교화라는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노바 베네치아(Nova Benezia)를 꿈꾸면서 섬의 자원들을 팔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급급하다. 윗대가리가 이 모양이니 수하의 부하들은 어떨지 상상에 맡기겠다. 성병을 치료하겠다고 수은에 중독된 얼굴을 가리기 위해 황금가면을 쓰고, 갖은 기행을 저지르는 그의 모습에서 코폴라 감독의 걸작 <지옥의 묵시록>에 등장하는 커츠 대령이 연상되기도 했다.

 

어쨌든 빌리 굴드는 섬의 또 다른 권력자 토비어스 아킬레스 렘프리어 선생에게 픽업되어 그의 하인이자 전속화가가 되어, 영국 본토의 코즈모 휠러 박사에게 제공할 물고기 그림을 그리게 된다. 재밌는 건, 각장마다 등장하는 12마리의 물고기들이 제각각 등장인물들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 퉁퉁한 렘프리어 선생은 가시복에 비유하지 않던가. 그리고 불과 십 수 년 전에 있었던 나폴레옹 전쟁에 관련된 인물들이 무시로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을 격파하는데 일등공신 중의 하나였던 프로이센의 블뤼허 원수의 이름이 등장하고, 최초의 흑인 공화국이었던 아이티 반란의 주모자들도 차례로 등장한다.

 

다양한 차원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나는 여전히 소위 과학의 영구한 진보를 믿는다는 계몽주의의 세례를 받은 지식인들이 밴디먼스랜드에서 벌이는 지옥의 카니발 같은 행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형수들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고문과 처벌은 일상적이었다. 닥터 렘프리어가 죽은 뒤, 코즈모 휠러 경에게 보내진 그의 두개골이 애버리진 원주민의 퇴화를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로 채택되는 장면은 이 소설 최고의 블랙유머의 현현이었다.

 

소설의 후반으로 갈수록, 자신과 물고기를 동일시하게 되는 빌리 굴드의 환각인지 망상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착란성 섬망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보기 좋게 물고기 감방에서 탈출해서 맷 브레이디와 호응해서 무언가 유의미한 반란의 시도를 기대해 보았지만, 소설은 나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빌리 굴드를 궁지에 몰아넣은 토비 렘프리어의 어이없는 죽음으로부터 시작해서, 카푸아 데스, 늙은 덴마크 서기이자 위조기록 전문가 요르겐 요르겐센과 사령관 호러스 대위까지 정말 기이한 죽음을 맞는다. 리처드 플래니건은 그들의 죽음을 통해 다시 한 번 독자들에게 ‘메멘토 모리’를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 기록에 집착하던 빌리 굴드가 시시포스처럼 요르겐센의 비밀서고에서 발견한 기록들을 썰매에 지고 가다가 결국 모두 다 태워 버리지 않았던가. 다시 한 번 느낀 점이지만, 언제나 기록은 승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아예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을까.

 

<굴드의 물고기 책>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이야기는 매혹적이었다. 반면 소설에서 리처드 플래니건 작가가 구사하는 면면과 전개를 온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지난 1월에 못 다한 숙제를 마친 것 같아, 기분은 후련하다. 바로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을 읽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메리카 - 실종자
레알 고부 지음, 양혜진 옮김, 프란츠 카프카 원작 / 이숲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꽤 오래 전부터 별러 오던 카프카의 <아메리카> 그래픽노블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시 쉬면서 읽을 만한 정도의 적당한 분량이었다. 아무래도 만화다 보니 쉽게 읽을 수가 있었다.


라스 폰 트리에는 미국에 가보지 않고서도 <도그빌>이라는 미국 문화를 비판하는 걸작을 만들었는데, 1920년대의 프란프 카프카 역시 비슷한 케이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왜곡도 있고 오류도 보이는 것 같다. 그래픽노블 <아메리카>의 주인공 카를 로스만은 16세의 보헤미아 출신 독일 소년이다. 고향에서 하녀의 유혹으로 스캔들이 발생하자 어머니는 미국으로 떠나 자수성가한 외삼촌 에드워드 제이컵에게 도움을 청하라며 아들을 먼 이국으로 보낸다.

 

배에서 내리다 짐을 잊은 카를은 대서양 횡단선의 화부로부터 자신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말에 선장을 찾아가 항의한다. 그 자리에서 우연히 성공한 자신의 외삼촌 에드워드 제이컵 상원의원을 만나 초년운이 대박 터진다. 기업가 삼촌은 당장 카를에게 필요한 영어를 가르치고, 사교계 데뷔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다. 호사다마라고, 삼촌을 찾은 지인 폴런더 씨의 별장 초청을 아무 생각 없이 승낙했다가 원리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삼촌에게 퇴출명령을 받는다. 폴런더 씨의 별장에서는 그의 딸 클라라의 유혹을 받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아무런 학위도 기술도 없는 청년 카를은 이제 미지의 신대륙에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고단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떠돌이 생활 중에 만난 자칭 아일랜드인 들라마르슈와 로빈슨은 카를 삶에서 두고두고 말썽거리를 만드는 요인들로 작동하게 된다. 우연히 찾은 옥시덴탈 호텔의 주방장이자 동향인 그레테 미첼바흐 여사의 도움으로 호텔 엘리베이터 보이로 일하게 되면서 카를은 자리를 잡나 싶었지만, 적절하게 맞춰 등장한 로빈슨 덕분에 호텔에서 해고된다. 경찰에 쫓기기도 한 카를은 하는 수 없이 들라마르슈가 모시는 오페라 가수 브루넬다의 하인이 되는 수모도 겪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들라마르슈와 로빈슨은 브루넬다의 귀중품과 돈을 훔쳐 달아나고 가구나 세간 따위를 팔며 근근히 지내던 카를은 브루넬다를 ‘25상사’라는 곳에 데려다 주고 새출발에 나선다. 오클라호마 자연 대극장에서 아무나 고용한다는 말을 듣고는, 까다로운 심사 끝에 서부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고 떠난다.

 

자신을 독일인이라고 소개하지만 이름에서 보듯 유대인 청년 카를 로스만의 신대륙 정착기는 고난으로 점철되어 있다. 처음에 뉴욕의 유력한 기업가이자 정치가 삼촌 에드워드 제이컵을 만나면서 탄탄대로를 걷는가 싶었지만, 그의 전력이 말해주듯 가족들과 인연을 끊은 이유가 있었다. 그는 철저한 원리원칙주의자로 자신의 뜻에 반하는 행위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 그런 냉혈한이었다. 조카를 그렇게 내칠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폴런더 씨의 초대를 반대한다고 했어야 했는데 나중에 가서야 그런 내용을 타인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카를은 청년답게 그런 수모를 견디면서도 훗날 다시 삼촌에게 의탁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부랑아 친구 들라마르슈와 로빈슨이 삼촌의 회사 제이컵 주식회사를 욕할 때,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다. 상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제이컵 주식회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악덕기업으로 보인다. 카를의 삶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두 친구와의 관계도 그렇다. 카를은 그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진작에 그들과 연을 끊었어야 하지 않을까. 카를의 선의가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걸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신대륙에 이주해서 성공한 대다수의 이민자들처럼, 카를 역시 고된 호텔의 엘리베이터 보이 생활을 하면서도 착실하게 돈을 모으고 상업통신문 공부를 하는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그를 둘러싼 주위환경이 적대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뉴욕 엘리스 섬의 자유의 여신상이 횃불이 아니라 검을 들고 있다는 장면이 너무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아무래도 외국에서 온 이주민에 대한 생래적 공포의 반영이라고 할까? 카를을 ‘검둥이(Negro)’라고 거리낌 없이 부르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지난 세기에 이미 고정화된 편견과 인종차별의 역사가 얼마나 뿌리 깊은 지 다시 한 번 알 수가 있었다.

 

소설 <아메리카>는 원래 <실종자>라는 제목으로 1911년에서 1914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카프카 사후인 1927년에 발표되었다. <소송>, <성>과 함께 카프카 소설 삼부작 중의 한 편이다. 카프카는 수많은 많은 단편들을 썼지만, 정작 소설은 이렇게 세 편 뿐이라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 카를 로스만은 신대륙에 도전하는 당찬 청년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후반에 브루넬라의 하인으로 전락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들라마르슈와 로빈슨의 감시에서 벗어나 도망칠 수 있었는데 그 자리에 안주했는지 모르겠다. 카프카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결말이 미완성이라 과연 카를 로스만의 운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궁금할 따름이다. 캐나다 출신 만화작가 레알 고부가 2013년에 그래픽노블로 제작한 것이 바로 이 책 <아메리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10-12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보스턴 디비전 승리에 춤추시겠네요~^^

레삭매냐 2018-10-12 14:50   좋아요 1 | URL
영원한 숙적 양키즈를 ALDS에서 꺾어서
좋긴 한데, 영 불펜이 미덥지 않네요.

DP의 선발 투구력과 킴브럴이 아무래도
ALCS에서 대형 사고를 치지 않을까 염려
가 됩니다...

카알벨루치 2018-10-12 14:51   좋아요 1 | URL
킴브럴이 멘탈강화되서 나올지도 모르죠~ㅋㅋ보스턴 넘 쎕니다 ㅎㅎㅎㅎ
 
던바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에는 <리어 왕>이다. 지난 주말에 요 네스뵈가 쓴 <맥베스>로 호가스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 시리즈를 접하고 삘이 온 모양이다.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 이번에는 <던바>를 빌려서 읽었다. 얼마나 재밌는지,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아무래도 이 시리즈의 팬이 될 모양이다.

 

요즘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이라는 우리에게는 낯선 작가지만, 영국에서는 한 자락하는 작가라고 한다. 구구절절하게 던바 트러스트라는 미디어 제국을 세운 헨리 던바가 어떻게 해서 자신의 딸인 애비게일과 메건에게 밀려났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바로 정신 병원에서 출발한다. 올해 여든 살의 노익장을 자랑하는 캐나라 출신 헨리 던바는 야심찬 딸들에게 강제로 제국의 수장 자리에서 퇴위되어 유폐된 운명이다. 유산상속에서 내쳐진 막내딸 플로렌스만이 자신을 찾아 나선다.

 

맨체스터의 고립된 요양원에서 희극 배우 피터 워커의 도움으로 탈출해서 자신의 제국을 회복하려고 하지만, 딸들의 추적은 집요하다. 특수부대 출신 경호원들로 구성된 추적대가 폭풍우와 폭설이 몰아치는 영국의 황무지를 누빈다. 형편 없이 추락한 처지에서 보니, 돈의 노예가 되어 성공만을 추종할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다만, 절망에 빠지고 요양원에서 피해망상 때문에 주입된 다량의 약물 탓인지 가끔씩 착란에 빠지는 자신의 모습에 헨리 던바는 좌절을 겪는다. 오로지 자신의 딸들이 수십 년 동안 자신이 공들인 던바 트러스트를 인수하지 못하는 게 막는데 전력을 다한다. 플로렌스는 사랑으로 아버지를 쫓지만, 애비게일과 메건은 아버지를 다시 파멸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기 위해 추적한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 진실이란 말인가.

 

양쪽 모두 충실한 조력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전자는 오랫동안 측근 변호사로 제국 건설에 일조한 윌슨과 그의 아들 크리스가 버티고 있다. 후자는 던바의 주치의이자, 두 딸의 노예 같은 존재 닥터 밥이다. 전자가 세상의 미덕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라면, 후자는 악덕의 화신이다. 닥터 밥은 두 딸이 요구하는 기괴한 성적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헨리 던바를 정신 이상으로 요양원에 가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막대한 보너스와 상당한 양의 스톡옵션도 덤으로 얻었다. 문제는 던바 트러스트를 합병하려는 라이벌 유니컴에게도 정보를 흘려 양쪽을 배신했다는 점이다. 이런 악당에겐 신의나 양심 따위는 전혀 필요없다, 오로지 자신의 계좌에 찍히는 숫자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헨리 던바는 정신을 되찾은 뒤 플로렌스를 유산 상속에서 제외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에게 충실하게 봉사해온 윌슨을 해고한 사실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왕좌를 찾기 위해 도전에 나선다. 정신 병원을 탈출했을 때, 그를 유지해준 것이 분노와 복수심이었던 것처럼 애비게일과 메건을 응징할 차례다. 문제는 이제 간신히 화해한 플로렌스를 기다리고 있는 비극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많이 접해 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이 대가는 희극보다 비극에서 더 진가를 발휘한다는 느낌이다. 왜 우리 인간들은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걸까? 나이가 여든이 되어서도 손에 든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속세에 미련을 둔 헨리 던바의 모습이 어찌나 그렇게 쓸쓸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수십억 달라의 재산 그리고 40만 명이나 되는 직원을 거느렸던 권력자의 말년이 얼마나 초라하게 무너졌던가. 그들이 그렇게 원하지 않았던 추악한 권력 투쟁은 던바 가문을 그야말로 초토화시켜 버렸다. 그런데 그 원인제공자 역시 헨리 던바였다.

 

애비게일과 메건을 혹독하게 교육한다며, 계승 과정에서 제외시켰던 사건은 그대로 자신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전 세계에 화려한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면서 자신의 불륜을 합리화시켰고, 자녀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애비게일과 메건이 패륜적 악녀들로 거듭나게 된 것에 대해 그의 책임은 없었던가? 플로렌스의 진심을 몰라주고 자신이 건설한 제국에서 쫓아난 것도 결국 자신의 오판에 의한 것이었다. 그녀가 던바에게 돈을 요구했던가?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천박한 자본가의 모습이 얼마나 처연하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셰익스피어가 500년 전에 구성한 영국식 막장드라마의 주제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다가온다.

 

<던바>의 말미에서 역자가 요약한 원작은 훨씬 더 큰 스케일의 비극으로 끝나지만, 천신만고 끝에 제국을 되찾는데 성공한 던바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개인적 비극과 직면하면서 끝을 맺는다.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어쩌면 그렇게 현대극에 걸맞는 상황에 <리어 왕>을 집어넣었는지 경탄할 지경이다. 정신 병원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한겨울의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으로 독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기도 하고, 주인공 던바의 치명적 실수와 판단착오에 대한 회한으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요 네스뵈의 <맥베스>에서도 그랬지만, 이 시리즈를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겨우 2편을 읽었지만, 셰익스피어 시리즈를 위해 호가스 관계자들이 선택한 작가들의 역량은 기대이상이었다. 다음 주자는 어떤 책으로 정할지 벌써부터 기대감에 즐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9년 만에 다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을 읽었다. 내가 처음으로 읽은 요사 샘의 책이다. 그리고 그 후에 바로 그의 팬이 되었다. 그게 벌써 9년 전의 일이로구나. 원래 가지고 있던 책은 어느 행사에서 다른 이에게 주었고, 어제 중고로 다시 샀다.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요즘 계속해서 무언가 재밌는 책이 읽고 싶었는데,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그런 책이었다.

 

1950년대 중반, 페루 아마존 지역의 이키토스란 곳에서 사단이 벌어진다. 국경 수비를 위해 젊은이들을 변경에 배치하다 보니, 섹스에 굶주린 청년들이 인근 마을의 아낙네들을 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페루의 수도 리마에 있는 고명한 전략가들은 부대원들을 위해 비밀리에 특별봉사대를 만들 것을 결의한다. 그리고 그 책임자에 최근 중위에서 대위로 진급한 전도유망한 병참부대 소속 행정장교 판탈레온 판토하(판티, 판타, 판티타 등으로 불린다)를 임명한다. 이런 황당한 특별임무를 스카비노 장군과 군종 벨트란 신부/중령은 결사반대하지만 군대가 어떤 곳인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곳이 아닌가. 그렇다면 좀 덜 유능한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삼 대째 군문에 종사하는 판탈레온은 지나치에 유능했다.

 

그 결과, 판타 대위는 자신의 특기를 발휘해서 엄청난 과업을 수행하는데 성공한다. 우선 8,700명에 달하는 사병들의 한 달 욕구를 10만 번으로 추정하고, 특별봉사대원을 수급하는데 나선다. 이키토스 사창가의 짱꼴라 포르피리오를 비롯한 추추페 하우스의 마담과 젖빨개들을 동원해서 우선 4명의 인원을 선발하고, 점차 증원에 나선다. 특별봉사대원들은 봉사대원들대로, 그리고 마침내 욕구를 발산할 수 있게 된 사병들의 환호는 대단했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얼핏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블랙유머를 적절하게 배합하고, 탄탄한 스토리라인으로 힘차게 이끌어 나간다. 때로는 대화체로, 때로는 판타의 아내 포치타의 구구절한 편지사연으로 또 냉정하면서도 웃음이 넘치는 판타 대위의 군내부 보고서를 이용한 이야기는 정말 포복절도할 만하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굴러 간다면, 다른 한 쪽에서는 아마존 민중의 마음 속 깊숙하게 침투한 이단 프란시스코 형제에 대한 흑마술이 대기하고 있다. 십자가 고난을 안은 예수 그리스도를 뒤따르겠다는 프란시스코 형제의 추종자들은 개구리와 도마뱀, 원숭이 같은 동물을 십자가에 못을 박다가 드디어는 멀쩡한 사람들을 못 박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보면, 특별봉사대와 프란시스코 형제를 추종하는 방주 형제단의 실체는 비슷하지 않은가. 인간의 육체적 혹은 정신적 고뇌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심지어 평소에 종교와 거리를 두던 판타의 어머니 레오노르 여사까지도 아이 순교자의 기도문을 외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철저하게 민간인으로 위장하고 특별봉사대 사업에 나선 판타는 너무나 효율적이고 유능했다. 특별봉사대원 역시 예전의 포주들에 비해, 일이 고되긴 했지만 자신들의 인권을 지켜주는 판타의 모습에 감동받기도 했다. 특별봉사대원들의 서비스에 대한 소식이 아마존 정글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일반 사병들뿐만 아니라 하사관과 장교들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성적 타락과 방종의 증거라고 본 벨트란 신부 아니 중령은 이에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결국 군복을 벗기도 했다. 아마존 라디오를 진행하는 신치라는 DJ는 여론을 부정적으로 조성하겠다며 판타를 협박해서 뇌물을 뜯기도 한다. 한편, 이키토스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술과 여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판타는 추추페 하우스에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아내 포차의 말대로 그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한 마디로 말해, 너무 군이 자신에게 부여한 임무에 충실하다 보니 진짜 본업이 무엇인지 모르게 된 것이다. 사실 그가 하는 일이 매춘알선과 다를 게 무어란 말인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아마존 정글을 배경으로 해서 인간의 들끓는 욕망을 그대로 독자들의 마음에 각인하는 작업을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판타가 최고의 특별봉사대원 미스 브라질올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제 아무리 규율과 명령, 명예와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군인이라고 하더라도 그 역시 욕망 덩어리인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키토스에 부임한 초반까지만 해도 그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아내 포차를 탐하면서 후끈한 열기와 습한 기후 탓을 해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격적인 무대를 위한 사전작업일 따름이었다.

 

비행기와 선박 그리고 최신 통신시설까지 갖춘 판티랜드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진정한 군인인지 아니면 실력 좋은 포주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정체성 위기를 겪는 장면이야말로 이 소설에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하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병사들의 생리 욕구를 해소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개발해 놓고서, 비밀리에 추진하면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던 이율배반적인 페루 군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일 지도 모르겠다. 이단 방주 형제단을 따르는 민중 심리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덧붙여지지 않으면서 균형을 잃은 점이 좀 아쉬웠다. 결국 올가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특별봉사대가 공중분해되고, 판타의 실력을 인정한 추추페 사람들이 판타에게 군을 떠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자는 제안은 정말 최고였다. 그야말로 토박이 업자들도 인정한 실력이 아닌가!

 

오랜만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책을 읽으니, 그동안 사두고 미처 읽지 못했던 그의 다른 책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후 작품들은 국내 출간이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모두 절판된 초기 작품들에도 관심이 많은데, 아무래도 국내출간은 어렵겠지 싶다. 너무 오래 전에 나온 책들이라 도서관이나 헌책방에서도 도통 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1993년에 발표된 <안데스의 리투마>란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영문판이라도 구해서 읽어야 하나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뒷북소녀 2018-10-11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거의 9년동안 눈독만 들이고 있었던 것 같은데... 특별봉사대가... 이런 특별봉사대였군요.ㅋㅋ

레삭매냐 2018-10-11 10:50   좋아요 1 | URL
어디선가 읽어 보니 좌파인사였던 요사 샘이
이 책을 기점으로 해서 우파로 변신하기 시작
했다고 하는군요...

그전에는(1960년대) 상당히 좌파 스타일의 글
들을 발표했었다고 하는군요. 그 시절 책들은
도대체 구할 수가 없네요. 그리하여 책바다 서
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답니다 :> 자그마치
청주도서관에서 !!!

다시 읽어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 마젤란펭귄과 철부지 교사의 우연한 동거
톰 미첼 지음, 박여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존재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책 소개 글을 통해 알게 됐다. 네 컷의 동영상을 통해 펼쳐지는 개략적인 소개에 그만 빠져 버렸다. 당장 사거나 빌려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은 예약판매 중이고 도서관에는 모두 빌려가서 없더라. 그런데 왜 하필 펭귄이었을까? 우리집 테라스에 멍멍이나 야옹이가 사는 이야기를 썼다면 아마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펭귄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보기 쉬운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간 거다. 그런 점에서 톰 미첼 작가의 홍보 전략과 타이틀은 정말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모름지기 잘 모르는 작가라면 독자를 낚을 수 있는 타이틀이 중요한 법이니까.

 

영국 출신 나는 뼛속까지 제국주의자였던 러디어드 키플링의 모험담을 듣고 자라났다. 나의 어머니는 한 때 악어를 키우기도 하셨다고 한다. 젊은 날, 저 멀리 아르헨티나에서 기숙학교 교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두말할 필요 없이 모험을 향해 떠날 수가 있었다. 군 출신 페론 대통령이 통치하던 당시 아르헨티나의 정정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거리에서는 폭력 시위가 넘쳐났고, 납치와 유괴가 횡행하던 어지러운 시절이었다. 그 와중에 저자는 친구의 호의로 이웃나라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 아파트에서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그 때 바닷가에서 청어 떼를 쫓는 펭귄들을 목격한다. 얼마 뒤, 충격적이고 비통한 장면을 목격한다. 기름 때에 절어 죽은 수천 마리의 펭귄 사체더미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 북새통에 살아남은 마젤란 펭귄 후안 살바도르를 만나게 된다.

 

타르로 그냥 놔두면 죽을 펭귄을 숙소로 데려와 잘 씻긴 다음, 다시 바닷가로 돌려보내려 하는 작가의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결국 녀석을 데리고 아르헨티나로 돌아와야 했다. 저자는 버스에서 만난 가브리엘라에게 오해를 받아 가며(녀석의 실례 때문에), 군사쿠데타로 가뜩이나 예민한 아르헨티나 세관원의 뇌물 공여 요청을 거부해 가면서 후안 살바도르를 무사히 자신이 근무하는 세인트 조지 학교로 데려 오는데 성공한다. 녀석은 청어를 좋아하는 타고난 사냥꾼이자, 사람들의 애정을 한 눈에 앗아가는 너그러운 성직자 같은 모습과 매력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다.

 

저자 톰 미첼은 이야기의 다른 한 축에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의 실정을 배치한다. 영국인들은 포클랜드로 그리고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말비나스라고 부르며 전쟁까지도 불사한 바 있는 예민한 정치적 주제를 거론했다가 아르헨티나 사람들과 싸우게 된 일화는 물론이고, 가히 살인적인 당시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진술한다. 군부는 정치권력을 장악했을지는 몰라도 역시나 민간 부분인 경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누군가 손해를 보면, 누군가에는 득을 보지 않았던가. 세인트 조지에서 산타 마리아라 불리는 친절한 세탁 담당 아주머니 같은 대다수 가난한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고, 대신 대지주와 자본가들만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번영을 구가했다고 저자는 조용하게 알려준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후안 살바도르를 자연에 풀어 주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황무지를 선배 체 게바라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누비다 맞닥뜨리게 되는 장면을 이 소설 최고의 한 컷으로 꼽고 싶다. 초반에 마젤란 펭귄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이유가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남획이라고 했던가. 저자는 아르헨티나 동물원에 후안을 데려다 주려던 계획은 인간의 구경거리로 전락한 동물들의 실태를 보고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세인트 조지에서 후안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낫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여행 중에 볼리비아 포토시를 찾은 경험담도 인상적이다. 소매치기를 당해 하는 수 없이 지역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기도 했다지 아마. 돈 몇 푼에 기꺼이 잠자지를 내주는 호의에는 감사했지만, 자신과 그들 그리고 여기저기서 나는 냄새 때문에 도저히 같이 잠을 자지 못하고 한데서 잠을 자려다가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는, 언젠가 들은 미국 출신 아프리카 선교사들이 다른 건 몰라도 물 부족으로 마음대로 샤워를 하지 못해 결국 선교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모든 게 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았겠지만, 우리의 핑귀노 후안은 저자가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그만 죽었다고 한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무언가 끝내주는 특별한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그런 건 사실 없었다. 23살의 젊은이 눈에 비친 테러와 폭력이 백주대낮에 횡행하는 불안한 아르헨티나 정정에 대한 기술도 깊이는 없었고, 피상적인 관찰이 주를 이룬다. 혹독한 군부독재에 대한 상세한 리포트를 기대했는데 좀 아쉬웠다. 예상한 대로 마젤란 핑귀노 후안 살바도르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게 되었더라는 이야기 블라 블라. 이십대 영국 출신 젊은이가 무언가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찾아 제3세계를 찾았다가 만난 마젤란 펭귄과의 스토리는 과연 책으로 엮어낼 만한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