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소나타
로즈 트레마인 지음, 우진하 옮김 / 문학사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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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트레마인,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필력이 오래 되셨는지 비블리오그래피에 작품들이 상당하다. 국내에는 아마 처음 소개된 작품으로 보인다. 여름에 읽기 좋은 책 추천을 어디선가 보고 도서관에서 일단 빌렸는데, 왠지 사서 읽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8월의 첫날 주문장을 날렸다. 그리고 이틀 묵혀서 오늘(8월 3일)부터 읽기 시작했다. 나의 예상은 빗나가는 법이 없구나. 예전에는 책에 메모나 밑줄긋기 이런 건 절대 하지 않았는데 산 책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대해지기로 했다. 포스트잇도 붙이고, 메모도 달고 밑줄도 쫙쫙 그으면서 말이다.

 

소설 <구스타프 소나타>의 주인공은 당연히(응?) 구스타프 펠러다. 전후 스위스의 가상도시 마츨링헨에서 에멘탈 치즈 공장에서 일하는 싱글맘 에밀리에와 같이 산다. 아버지 에리히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다가 전쟁 중에 돌아가셨다. 어머니 말로는 유대인들을 돕다가 돌아 가셨다고 하는데, 가난과 궁핍에 시달리는 에밀리에는 뒤에 등장할 우리의 조숙한 구스타프의 절친 안톤 츠비벨(독일어로 양파)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해 반유대주의의 가정적 실천이라고 해야 할까.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에서 이미 그려진 가난과 궁상에 대한 이미지가 세련되게 재현되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스위스적인 모습으로 살라는 엄마가 자신의 아들에게 보충수업을 해주시는 막스 호들러 선생님에서 보충수업비를 내지 않는 장면, 꽃가게 일자리를 알선해 주려는 안톤의 어머니에게 거지들이 무슨 선택이 있겠냐며 비아냥거리는 모습은 정말 마음에 안들었다. 한 마디로 가장의 부재와 가사의 궁핍을 초래한 원인제공자에 대한 증오라고 해야 할까. 어머니 에밀리에가 폐렴에 걸려 구급차에 실려 가자, 홀로서기를 위해 준비하는 구스타프의 모습은 정말 슬펐다.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피아노 영재 안톤의 무대 공포증 징크스도 그만큼 안타까웠고. 그러니까 구스타프에게 아버지의 부재가 가져다준 가난이 불행의 근원이었다면, 상대적으로 유복한 가정의 안톤에게는 자신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었던 무대공포증이 문제였던 셈이다.

 

로즈 트레마인은 그렇게 구스타프와 안톤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한 뒤, 과거로 독자들의 시선을 돌린다. 그러니까 구스타프의 엄마 에밀리에가 어떻게 에리히를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었는지 말이다. 바젤 출신의 에밀리에는 그저 소박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구스타프 같은 아이를 낳아 기를 꿈에 젖어 살았지만, 에리히가 시시각각 전쟁 국면으로 돌입하는 유럽의 정치상황을 고민하고 있었다. 임신 중이던 에밀리에를 밀었다가 아이가 사산되는 비극이 벌어지면서, 부부 사이는 영원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부서장 에리히가 서장 로거 씨가 부재 중인 동안, 히틀러의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어온 유대인들에게 불법서류를 발급해 준 것이 들통나 해고되면서, 펠러네 집안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러니까 에밀리에의 반유대주의는 그녀로서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시간은 다시 점프를 해서 현재로 이동한다. 한 시절 피아노 영재를 꿈꾸던 안톤은 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그리고 어린 시절 꿈도 없이 자란 구스타프는 펠러 호텔의 주인이 되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강조한 대로, 절제와 겸손 그리고 균형을 중요시하는 스위스인이 되어 객실 12개 짜리 자신의 호텔을 찾는 손님들에게 그야말로 가족같은 분위기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멋진 호텔리어가 되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갔으면 좋았으련만, 로즈 트레마인은 한 차례 평지풍파를 준비한다. 먼저 펠러 호텔에 찾아온 영국 대령 출신 애슐리 노튼 씨가 있었다. 그는 전쟁 당시, 영국군으로 베르겐-벨젠 수용소를 해방시키는 가운데 사진사로 현장을 기록하는 임무를 맡았었다. 당시의 비극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게, 그의 망막과 기억 속에 사진 같은 영상들을 현상시켰다. 구스타프 역시 유대인 구조에 나섰다가 비명횡사(?)한 아버지 에리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대령으로부터 더 늦기 전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을 찾아 보라는 조언을 듣는다. 그 와중에 구스타프는 독자들은 2부를 통해 알고 있던,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도대체 누가 에리히가 스위스 연방정부의 방침에 위배되는 위조서류를 발급한 사실에 대해 스위스 법무부에 누설을 했는지도. 어쩌면 이 미스터리야말로 정말 궁금한 점이 아니었을까.

 

다음 중년의 위기는 제네바의 한스 히르슈라는 음반업자의 꼬임에 넘어가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등지고 떠난 안톤에게 들이닥친다. 자신이 가르친 영재가 세계무대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본 50대의 안톤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음반 취입을 미끼로 자신에게 접근한 한스의 부추김에 지난 세월을 후회하면서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향을 떠난다. 자기파멸적 삶으로 치닫는 안톤에게 구스타프는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구스타프 소나타>는 1938년 스위스의 장크트갈렌의 경찰 서장파울 그뤼닝거(1891~1972)의 실화를 모티프로 삼은 소설이다. 소설에서처럼 파울 그뤼닝거는 수많은 유대인들을 불법적으로 구조했다는 혐의로, 경찰서장에서 직위해제되고 해고되었다. 물론 연금지급도 없었고, 죽을 때까지 가난하게 살았다고 한다. 어려움 가운데 평생을 살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소설에서처럼 전쟁 중에 죽은 건 아니었다. 물론 로거 씨의 부인 로티와의 로맨스도 작가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유대인도 아니면서 순수하게 인도적인 차원에서 유대인을 돕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한 그뤼닝거의 의로운 행동에 대한 보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스위스 연방정부의 방침대로 행동했다면, 그뤼닝거에게 어떤 피해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했고, 그가 감수해야 할 고통은 심대했다.

 

한편 소설에서 에밀리에가 안톤과 츠비벨 가족에 보이는 적대감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유대인 난민협회에서 어느 정도 도움을 제공했자면 그녀의 반유대주의 감정은 훗날 그 정도로 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핑계거리가 너무 좋지 않은가. 당시는 전쟁 중이었고, 히틀러의 막강한 전차부대가 중립국 스위스를 언제 짓밟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라는 유용한 방패막이도 있지 않았던가. 솔직히 스위스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던 많은 수의 유대인들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밀려온 동포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던 게 사실이 아니었던가. 누가 옳고 그른가를 다투기에 앞서, 과연 그런 상황에서 어떤 양심의 호소에 따를 것인가는 정말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평생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어머니 에밀리에에게 구스타프는 보답 없는 사랑의 실체를 알려 주고 싶었지만, 그에게 남은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유년시절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구스타프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준 이들이 바로 유대인 츠비벨 가족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왜 에밀리에는 그들의 도움을 선의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까? 어쩌면 에리히의 선행이 다른 방식으로 펠러 가족에게 보답해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던 걸까. 마지막에 평생 친구 안톤을 돕기 위해 구원의 길에 나서는 구스타프의 모습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에리히의 모습이 오버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스타프 소나타>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런 소설이었다. 실제 의인이었던 파울 그뤼닝거의 삶에 로티와의 불륜이라는 코드가 적합했는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들었다. 소설적 구성을 위해 어쩔 수 없었겠지만, 과연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까 싶다. 결말 부분에 가서 김이 좀 빠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모든 게 다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정과 보답 없는 사랑에 대한 <구스타프 소나타>는 나에게 참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뱀다리] 소설에 등장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이 궁금해서,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이 연주한 음반을 구해서 들으면서 리뷰를 썼다. 건반 위에서 그야말로 한 마리 송어가 통통 튀는 듯한, 격정이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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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8-06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찾아내고 꼼꼼하게 짚어주시는 레삭매냐님 사랑합니다....

레삭매냐 2018-08-06 11:28   좋아요 1 | URL
국립 중앙도서관 여름 추천 도서로 읽은 걸요...

고수들이 즐비한 독서강호에서 그저 다른
이들의 초식을 흉내낼 따름입니다.
 
솔라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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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왜 이렇게 재밌는 거지? 어제(8월 3일)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한 이언 매큐언의 신간 <솔라>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그야말로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래리 고닉의 미국사부터 (순전히 분량 때문에) 먼저 읽었다. <솔라>는 후일을 도모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폭염이 한풀 꺾였나 싶을 정도로 집 앞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래 <솔라>를 조금만 읽자는 기분으로 책장을 펴들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나. 기존의 진지근엄한 이언 매큐언의 스타일과는 다른 흥미진진한 요소들로 가득한 게 아닌가. 재밌어서 단박에 절반을 읽어 내렸다.

 

표지에 보이는 것처럼 무언가 싸이파이 소설이 아닌가 싶은 소설 <솔라>는 노벨상을 받은 이론물리학자 마이클 비어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무려 5번의 결혼 생활 중인 50대 비어드는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이자 매력적인 30대 아내 퍼트리스를 놔두고, 5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11번째 바람을 피웠다가 당찬 아내에게 망신을 톡톡히 당한다. 그러니까 니가 바람을 피워, 나도 맞바람으로 대응하겠다며 얼마 전 집수리를 맡긴 복근이 탄탄한 남자 로드니 타핀과 맞바람 질에 나선 것이다. 항상 버스가 출발한 다음에 후회는 밀려오는 법, 오쟁이진 남자 비어드 씨는 그제서야 아내 퍼트리스가 자신에게 과분한 여자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보다 훨씬 어리고 물리적으로 강력한 타핀과 맞서 싸울 생각은 전혀 없다. 아니 한 번 그런 시도를 했다가 뺨 싸다구를 맞고 혼이 나갈 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비어드의 전문 영역인 물리학은 바로 그런 실질적인 인간과의 물리적 싸움에서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지각을 제공하는 원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비어드의 자수에 따르면 자신의 노벨상 수상 이론인 비어드-아인슈타인 융합은 기존 아인슈타인의 논리에 올라탄 것이라는 것이다. 한 때는 잘 나가는 이론물리학자였을 진 몰라도 장강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를 순 없는 법. 실제로 정부의 보조를 받아 운영되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센터에서 일하는 젊은 포스닥 직원들이 말하는 최신 이론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을 옥죄는 주변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비어드는 기후변화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체험한다는 핑계로 북극에 가까운 스피츠베르겐 행에 도전한다. 스노모빌을 타고 가던 중에 오줌을 누겠다가 나섰다가 봉변(!!!)을 당하는 장면은 정말 이언 매큐언식 블랙유머의 최고봉이었다. 물론 이런 에피소드들은 2000년 1부에 후미에 등장하는 일대 사건을 위한 준비운동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누군가 한 명 죽어 나가야 이야기가 끝날 판이다.

 

2005년, 우리의 주인공 마이클 비어드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문명의 유지와 가난으로부터 해방을 위해 미래의 세대에게 꼭 필요한 과제는 바로 무한공급이 가능한 에너지원의 창출이다. 더블 오쟁이 진 비어드는 마지막 아내 퍼트리스와 바람난 톰 올더스가 자신에게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광전효과를 이용한 인공광합성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한 비어드는 수년 전의 재난으로부터 벗어나 꽃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나 오산이었다. 이번에는 낸시 템플이라는 과학자에게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따른 신우생학적인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신나치 교수’로 낙인이 찍혀 버린 것이다. 자신을 반대하는 시위대 중에 한 명이 던진 썩은 토마토를 받아, 그대로 언더핸드로 던져 얼굴에 적중시키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오, 맙소사! 노작가에게 이렇게 격렬하면서도 냉소적인 유머를 창출해낼 능력이 있었단 말인가. 놀랍다 놀라워. 현장에서 경찰에게 긴급체포되는 장면이 미디어의 도움으로 전 세계로 타전되면서 비어드의 악명은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물론 그것도 잠시였을 뿐, 또다른 스캔들로 비어드의 스캔들은 대중에게 망각의 재료가 되었을 따름이다.

 

비어드의 성과 음식에 대한 탐닉은 궤도를 벗어난 열차처럼 폭주하기 시작한다. 베를린 테겔공항에서 연설을 위해 부리나케 런던으로 돌아온 우리의 교수님은 오래 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지상과제를 망각해 버리고 그만 감자칩의 유혹에 넘어가 버렸다. 문제는 열차 안에서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슴지 않고 집어먹은 감자칩 봉지가 바로 타인의 것이었다는 점이다. 나에게 비어드는 마치 한 명의 빼어난 저글링 선수처럼 보인다. 자신의 분야에서 만들어진 스스로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 중년을 지나 노년으로 접어든 나이에도 성욕과 식욕을 절제할 줄 모르는 남자 그리고 새로운 여자친구로부터 처음으로 아빠가 될 예정이라는 선언에 경악하는 남자의 모습 사이에서 쉴 새 없이 공을 허공으로 주고받는 그런 모습 말이다.

 

이언 매큐언이 8년 전에 발표한 소설 <솔라>에서 그가 보여주는 걸출한 문학적 오케스트레이션은 정말 대단했다. 자신의 평생을 좌우할 노벨물리학상을 바탕으로 삼아, 유년시절 바람난 어머니의 부재를 보상이라도 하듯 수많은 여성들을 꾀고, 음식에 탐닉하는 캐릭터 마이클 비어드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비어드가 거둔 성공에서 처음부터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에 무임승차하고, 나중에는 타인의 아이디어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포장해서 신에너지를 개발해서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거창한 꿈에(그의 모습은 마치 에너지 메시야처럼 보인다) 부풀어 미국의 사막으로 향하지 않았던가. 이미 매력적인 댄스 스튜디오 운영자 멜리사 브라운에게 임신 사기를 당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이제 전락(轉落)일 뿐이다.

 

대가가 준비한 전락의 요소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진행된다. 미국 현지에서 새로 만난 미국 애인 달린과 이제는 진짜 자신의 아이 엄마가 된 멜리사의 아내가 되겠다는 경쟁, 법정에서 16년형을 받은 전직 건설노동자 로드니 타핀이라는 존재의 위협(그는 비어드가 모르는 비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도용한 아이디어의 원저자가 제기한 법정 소송에 이르기까지 비어드의 추락을 위한 무대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우리의 스타 과학자는 과연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이언 매큐언은 현재에서 출발해서 과거를 오가는 플래시백 구성으로 성공의 정점에 오른 한 인간의 실체 해부에 나선다. 존 밀턴을 연구했던 첫 번째 아내와의 실패한 결혼 생활은 물론이고, 언제나 자신의 삶(심지어 불륜까지도)에 뻔뻔할 정도로 당당했고 매력적인 여성들과 지속적인 애정전선을 향유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면서도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어떤 책임도지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했던 한 남자의 초상의 진실은 허무 그 자체다. 게다가 그의 성공의 비밀 또한 초라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이언 매큐언은 바로 그 허술한 지점을 노리고 예리한 타격을 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세속에서 추구하는 그런 성공과 사적 욕망이라는 것이 어느 한순간 무너져 버릴 수도 있는 신기루 같은 것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이번 <솔라>까지 해서 국내에 소개된 이언 매큐언의 모든 책들을 읽었다. 그런데 이번 책처럼 그야말로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고 폭염 속에서 매달릴 정도로 매력적인 책이 있었던가? 아니 아마 <솔라>가 유일했던 것 같다. 특히나 그가 소설에서 구사하는 특유의 블랙유머와 냉소주의는 정말 대단했다. 아니면 저자의 그런 부분이 나의 독서 취향에 딱 맞아 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매력적인 소설을 읽느라 8월의 첫 번째 주말의 밤들을 그야말로 하얗게 세웠다. 너무 피곤하다. <솔라>를 부지런히 읽느라 각성된 뇌활동은 멈출 줄을 몰랐고, 내친 김에 로즈 트레마인의 <구스타프 소나타>까지 달리게 만들었다. <솔라>는 이언 매큐언 최고의 걸작은 아닐지 몰라도, 최고로 재밌는 작품에는 분명하다.


[뱀다리] 책을 다 읽고 나서 구글링으로 <솔라>의 다른 표지를 찾아냈는데, 이게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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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8-05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더위에 단번에 읽히는 책은 정말 좋은 책인 듯 합니다^^:)

레삭매냐 2018-08-05 23:11   좋아요 1 | URL
이언 매큐언의 책 중에 재미로는 당연
top level 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08-05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주문넣었습니다! ㅋ

레삭매냐 2018-08-05 23:11   좋아요 0 | URL
읽어 보시면 절대~ 후회하시지 않을 거라고
믿슙니다 !!!

카알벨루치 2018-09-13 12:36   좋아요 1 | URL
비어드 너무 불쌍한거 아니예요? 봉변땜에 ㅋㅋㅋ

마키아벨리 2018-08-06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문 넣었습니다.

레삭매냐 2018-08-06 09:14   좋아요 0 | URL
널리 전파되어 많은 분들이 읽어 봤으면
좋겠네요.

Breeze 2018-08-07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언 매큐언의 책을 거의 다 읽은 것 같습니다. 주문하려고 리스트에 넣어둔 작품인데 레샥매냐 님 리뷰 덕분에 얼른 사야겠습니다. ^^

레삭매냐 2018-08-07 09:24   좋아요 1 | URL
그동안 이언 매큐언의 책들을 보면 진지근엄한
이슈들을 다루어 왔는데, <솔라>에서는 좀 더
색다른 작가의 단면을 본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아주~ 재밌습니다.

AgalmA 2018-08-11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서관에 신청해봐야겠어요.ㅎㅎ!

레삭매냐 2018-08-11 21:28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정말 신속한 속도로
수급해 줘서 따끈따끈하게 읽었네요.

자주 애용해 보려구요.

카알벨루치 2018-08-23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솔라 드뎌 제 손에 대여되었습니다 ㅎㅎ근데 로맹 가리 첫 스타트 책으로는 뭐가 좋을지 추천 좀 해주세요 장바구니 넣어놓게요^^

레삭매냐 2018-08-23 11:08   좋아요 1 | URL
저는 <레이디 L>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의 문학적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먼저 <새벽의 약속>이 정답이겠지만
이 책의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서 장벽이 높다
고 하네요. 저도 곤욕을 치렀습니다.

다음에는 <흰 개>도 좋습니다. 그런데 아마
알라딘에서는 품절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문지에서 나온 <내 삶의 의미>도 갠춘합니다.

단편선으로는 <새페죽>을 추천해 드립니다.

<솔라>는 재미로서는 이언 매큐언 최고의 책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합니다.

카알벨루치 2018-08-23 11:11   좋아요 1 | URL
<새벽의 약속> 번역이 완전 엉망이라고 하더라구요 로맹가리 필독서라고 하긴 하던데...암튼 추천한 것 꼭 챙기겠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솔라>읽고 느낌 나눌께요 감사해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 - 만화로 배우는 미국의 모든 것
래리 고닉 지음, 노승영 옮김 / 궁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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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간을 읽는 재미는 언제나 쏠쏠하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래리 고닉의 신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은 제법 두툼한 분량을 제공한다. 오늘 도서관에서 이언 매큐언의 <솔라>와 함께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듣고는 폭염을 뚫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도서관에 다녀왔다. 그야말로 땀이 줄줄 났다. 마침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한 그 재밌는 로즈 트레마인의 <구스타프 소나타>를 잠시 보류하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부터 읽기 시작했다. <솔라>는 제법 두꺼워서 당장 읽을 수가 없으니 일단 다음으로 읽기를 미뤘다. 바쁘다 바빠.

 

미국 역사의 시작은 정말 오래 전, 아시아 대륙에서 알류션 열도를 거쳐 몽골계 사람들이 북미 대륙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후에도 서유럽에서 바이킹들과 수도사들이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갔었다는 썰들이 무성하게 전해진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이 역사에 등장하는 건 역시나 불한당 컬럼버스의 신대륙 발견(1492)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나 다 알듯이 서유럽 국가들은 향신료를 구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신항로 개척에 나섰다. 아마 그만큼 돈이 된다는 방증이겠다. 그런데 그렇게 발견된 신대륙에서 향신료 대신 더 가치 있는 것들(금과 은)이 나와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가문을 한시절 유럽 최강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훗날 대영제국으로 알려지게 되는 잉글랜드는 스페인보다 100여년 정도 늦게 식민지경영에 나서게 됐다. 자국내 사정으로 해외 식민지 경영은 사실 역부족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북미대륙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버지니아였다. 그런데 버지니아에서는 무엇이 돈이 되었던가? 바로 담배였다. 전 세계 담배제국의 아버지 필립 모리스의 출발을 이곳에서 찾을 수가 있을까. 인디언들에게 신성한 풀이었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절호의 기호식품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정부에서는 여전히 담배산업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지.

 

그 외에도 방대한 아메라카 대륙의 천연자원인 숲도 한몫했다고 한다. 풍부한 목재를 바탕으로 뉴잉글랜드 지방에서는 조선업이 발전했다고 하는데, 당시 북미대륙 베이 식민지 최대 제조업 상품은 바로 럼주였다. 아니 청교도들이 문화 사회적으로 지배하는 곳에서 술이라니. 게다가 베이식민지와 바베이도스의 당밀 그리고 아프리카 흑인노예무역의 삼각축을 그대로 래리 고닉 저자는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 시절의 핵심으로 지목한다. 미국 건국의 역사에서 흑인 노예의 노동은 빠질 수 없는 그런 요소였던 것이다.

 

영국 국교회에 밀려 다수의 청교도들이 정착한 곳이 지금의 뉴잉글랜드 지방이라고 하는데, 저자가 구사하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여전히 정치적으로 상당히 진보적이었지만 사회적으로는 남부의 주들만큼이나 보수적인 그네들의 실상이 이해가 갔다. 지금은 철폐되었지만, 보스턴 리쿼스토어에서 일요일에는 술을 팔지 않았지만, 일반 주점에서는 무제한으로 술을 팔지 않았던가. 만 21세 미만의 사람들에게 술을 팔았다가는 큰 일이 나는데, 정작 술집에서 서빙하는 사람들은 언더 에이지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흔히 보스턴 티파티 사건으로 미국 독립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미 그전에 인지세 문제로 영국 아메리카 식민지와 영국 본국 간의 갈등은 최고조로 달려 가고 있었다. 타르와 깃털로 대표되는 조롱이라는 방식으로 무장한 식민지 이주민들의 자치권과 대표권 문제도 역시나 쟁점 중의 하나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 패트릭 헨리, 내가 좋아하는 맥주 샘 애덤스 브라더스, 토마스 제퍼슨 같이 쟁쟁한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그들은 수차례에 걸친 대륙회의를 거쳐 천부인권이 담긴 독립선언문이라는 걸출한 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래리 고닉 저자가 날카롭게 꼬집는 문제 중의 하나는 과연 흑인의 인권도 해당하느냐다. 아마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라는 이데올로기로 적당히 타협한 무장한 식민지 민병대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영국군을 상대로 새라토가 전투와 요크타운 전투를 승리로 장식하면서 마침내 독립을 쟁취하는데 성공한 게 아니었을까. 인종주의 문제는 그러니까 미국 건국부터 유래된 복잡한 문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아, 그리고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미국독립전쟁에서 신생국가인 아메리카 합중국 편을 들었는데, 그렇게 당겨진 혁명의 도화선이 훗날 자신의 목을 기요틴에 날리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럴 줄 알았으면 불구대천의 원수 영국에 맞서지 않았겠지만.

 

영국 귀족 스타일의 재무장관 해밀턴이 이끄는 연방당과 이중인격을 지닌 민주주의자 토마스 제퍼슨의 공화당(훗날 민주당)의 대결은 건국 시절부터 예고되었다. 건국 이래 미국의 팽창주의는 위헌 시비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내륙으로 뻗쳐 나가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으로부터 광대한 루이지애나를 매입하고, 좀 이르긴 하지만 서부개척이라는 미명 아래 토착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강제이주시키면서 그야말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를 국시로 삼았다. 멕시코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는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 애리조나 그리고 텍사스까지 집어 삼키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북부연방주와 귀족 스타일의 대농장 노예제를 고수하는 남부연방주 간의 대결은 마주 보고 달려오는 기차 같은 형세였다. 여러 번의 타협으로 연방에 가입하는 신생주에 대해 노예제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자유주 선언을 할 것인지 선택하게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타협은 남부 제주의 고립을 불러왔다. 남부 노예지지 이데올로그들의 논리는 절대적으로 역부족이었고, 도덕적으로도 청교도 북부인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즈음에 등장한 공화당 출신 대통령 링컨의 실제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노예해방의 선구자와는 많이 달랐다. 그가 노예해방은 지지한 것은 어디까지나 연방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흑인 노예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남부 제주들이 연방 잔류를 한다면 그들의 노예제 유지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링컨의 생각이었다.

 

어쨌든 남북전쟁 초기 남부 출신의 뛰어난 장군들인 로버트 리와 스톤월 장군의 뛰어난 활약에 연전연승을 거두던 남부군은 해방된 흑인노예 병사들이 전선에 투입되어 가공할 만한 능력을 보여주고, 북군의 남군 동서분리 작전이 성공하고 해군의 해안봉쇄마저 효율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게다가 노예해방이라는 선전전에서도 남군은 밀리지 않았던가. 저자는 미국의 남북전쟁이 다가올 현대식 세계대전의 전초전이었다고 하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18세기 제도를 지키기 위해 20세기 방식으로 19세기 전쟁을 치렀다는 표현이 정말 정확한 남북전쟁에 대한 진단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멋지군 그래.

 

여기까지가 미국 건국에서부터 시작된 미국 역사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나머지는 오늘날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고 이제 겨우 절반인데 분량이 장난이 아니군 그래. 조면기 발명 이래 남부 제주의 목화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흑인 노예 수요를 폭발시킨 것처럼, 남북전쟁을 기점으로 미국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광대한 미국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태평향횡단 철도 사업이야말로 미국식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게 되는 발화점이 아니었을까. 막대한 자본과 기술 그리고 노동력이 필요한 철도사업은 태생적으로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재벌, 트러스트의 탄생을 예고했다. 실제로 미국의 산업을 지금까지도 지배하는 거대 트러스트들의 탄생이 1860년대에 즈음해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명심해야할 것 같다. 우리에게도 너무 흔한 정경유착이라는 방식으로 자본계급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축적하기에 이르렀다. 그나마 미국에서는 그런 트러스트를 형식적으로 나마 막기 위한 법안 제정들이 이루어졌지만, 자본가 계급이 국가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양태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 되어 버렸다. 조금 부언하자면, 미국에서는 영화 산업에서 제작과 배급을 철저하게 분리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작자가 배급까지 겸하는 시스템이 안착되면서 비정상적인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괴물이 등장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제작과 배급은 미국식으로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건 안 배우고, 하지 말라는 나쁜 건 역사에서 그대로 배우는 데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자본 계급의 득세에 맞춰 미국 노동계급의 각성에도 저자가 상당히 관심을 기울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8시간 근무제, 급여인상과 노동 조건 개선 등의 문제가 그 시절에 등장했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아마 당시 유럽사회를 휩쓸던 마르크스 사회주의 영향과 그 세례를 받은 다수 유럽 이주민들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추정을 내세운다. 충분히 연관성이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물론 자본가들은 불법 파업이라고 여론전을 주도하면서 군대 혹은 경찰력이라는 공권력을 동원해서 물리적으로 노동자들의 파업을 분쇄하라는 주문을 계속한다. 어쩌면 이렇게 시대가 지나도 똑같은 방식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그 땐 그랬다 치고 지금은 상상력의 빈곤 때문에 고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워런 G 하딩으로 대표되는 흥청망청의 시대는 곧 지나가고, 미래의 수요를 예상하지 못한 공급과잉으로 그 유명한 대공황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남북전쟁 이래 가뭄에 콩 나듯이 선출된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루즈벨트가 등장해서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에 맞서지만 완전한 경기회복은 요원하기만 했다. 역시 경기회복에는 전쟁만한 게 없다는 속설 대로 전쟁국가 미국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2차 세계대전에 뛰어 들게 되면서 인플레이션 억제, 완전고용의 신화를 달성하면서 바야흐로 대영제국의 세계 지배를 뒤로 하고 세계 최강국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아무래도 현대 소련을 상대로 한 냉전 이야기라 그런지 1부만큼의 다이내믹한 스토리들 같은 재미가 떨어졌다. 한국전에서 처음으로 소련을 상대로 한 냉전을 치른 미국은 공산주의의 전 세계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CIA를 동원해서 과테말라과 이란에서 재미를 보기도 했다. 물론 쿠바와 베트남에서는 뜨거운 맛을 보기도 했지만, 남북전쟁 당시 남군을 상대로 한 소모전과 유사해 보이는 소련과의 군비경쟁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한 번 세계의 주인이 누구인지 만방에 팍스 아메리카나의 실력을 과시했다.

 

미국 건국 이래 서부개척, 흑인 노예제 문제 그리고 국가통합 같은 커다란 이슈들이 미국 역사의 줄기를 이루었다. 하지만 현대 미국에 인권문제, 흑백통합, 생태 및 환경문제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 같이 정말 다양한 문제들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미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복잡다단한 사회적 진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득 토마스 제퍼슨의 후예로 대중정당을 표방해온 미국 민주당이 부자들과 은행가, 산업가 및 소수 엘리트를 전통적으로 대변하는 공화당과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의 대항마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이야말로 최상위 대학출신의 엘리트 변호사, 대통령 영부인,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 역임한 전혀 대중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던가. 물론 트럼프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이미지로 승부를 거는 계급 투표에서 적어도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에서 대한 정체성 혼란은 없을 테니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의 부제는 “만화로 배우는 미국의 모든 것”이라고 되어 있는데 충분히 공감한다. 아주 재밌고 심지어 교훈적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뱀다리1]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가운데 한 명인 재무장관 출신 왕당파 알렉산더 해밀턴이 결투로 사망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결투가 금지된 뉴욕주에서 결투를 벌일 수가 없어, 이웃 뉴저지주에서 결투를 벌였다지. 해밀턴의 아들도 역시 결투로 사망했다고 한다. 달러 지폐 중에 유이하게 프랭클린과 함께 대통령 출신이 아닌 인물(10달러)이라고 한다.

 


[뱀다리2] 1812~13년 영미전쟁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터미네이터’ 앤드루 잭슨(미국 7대 대통령, 아일랜드계 비귀족 출신)은 인디언 대학살의 주범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훗날 남부에세 악명을 떨치게 되는 strange fruits 못지 않게 병사들을 가혹하게 다루었던 모양이다. 래리 고닉에 따르면, 그가 지나간 길마다 병사들의 시신들이 매달렸다고 하는데, 그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탈영, 명령 불복종 그리고 짬밥에 대한 불만. 마지막은 진짜 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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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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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구나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 <솔로몬 왕의 고뇌>가 발표되던 시절만 해도, 모두가 두 명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전자는 <자기 앞의 생>으로 그야말로 떠오르는 프랑스 문단의 총아였고, 후자는 한물간 늙다리 호색한 작가였으니 말이다. 그 점을 감안한다면, 소설의 주인공이자 내레이터 장/자노 라팽 혹은 마르셀 케르모디는 노년의 로맹 가리가 꿈꾼 젊은 시절 자신의 페르소나가 분명하다.

 

2014년에 읽다만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의 <솔로몬 왕의 고뇌>를 이제야 다 읽었다. 이제 로맹 가리 읽기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는데, 사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솔로몬>은 생각처럼 재밌는 소설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2쇄나 찍었네? 주인공 청년은 25세의 장 혹은 자노 라팽이라고 불리는 아미엥 출신의 택시운전사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운전하는 택시에서 기성복 바지의 왕, 그가 솔로몬 왕(본명은 솔로몬 루빈슈타인 84세)이라고 부르는 부유한 노신사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세련되고 현명한 솔로몬 왕에게 발탁되어 잔금이 남은 택시 할부도 대신 납부해준 대가로 그의 전속 택시운전사로 활동하게 된다.

 

노신사 솔로몬 왕의 곁에서 밀착경호하면서 그의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둘씩 벗겨진다. 현직에서 은퇴한 선한 사마리아 인 솔로몬은 신의 대리인으로 변신해서 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우정의 구조회’라는 단체를 통해 대신한다. 자원봉사자들을 고용해서 전화선을 타고 들어오는 온갖 고민을 가진 이들의 우환을 들어주는 조직을 운영하고, 파리 시내에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과일바구니 혹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제공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노신사에게 고뇌가 존재할까. 로맹 가리는 단언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뇌를 안고 산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솔로몬 왕의 고뇌 중의 하나는 바로 사랑이었다. 그 중심에는 한물 간 60대 샹송 레알리스트 가수 마드무아젤 코라 라므네르가 있었다. 독자들은 곧 알게 되겠지만 그녀는 나치 독일 점령 시절에 한가닥 샹송가수였다. 자신을 사랑하는 솔로몬 왕 대신, 나치 꼴라보 모리스에 사랑보다는 열정과 광기에 빠져 솔로몬을 걷어차 버렸다. 문제는 폴란드 출신 유대인이었던 솔로몬은 나치의 유대인 절멸정책을 피해 샹젤리제의 지하에서 4년 동안이나 숨을 죽여야 했다는 것이다.

 

그후 몰락한 마드무아젤 코라는 화장실 마담으로 전락해 버리고, 35년의 세월이 지나 마침내 그녀를 발견하게 된 솔로몬 왕은 그녀에게 아파트를 마련해 주고 두둑한 연금으로 복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더 복잡해 지는 것은, 자노 라팽 청년이 연민에서 시작된 마드무아 코라에 대한 감정이 자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랑으로 발전해 갔다는 것이지. 게다가 우리의 우락부락하고 프랑스 전통적 골족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상남자 장이 서점에서 일하는 예쁜 아가씨 알린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삼각관계 아니 이건 사각관계로 보아야 하나.

 

겨우 초등학교 졸업한 독학자 장은 도서관과 사전을 통해 새롭게 세상을 배우기 시작한다. 가끔은 서점 직원인 알린을 놀라게 만들 정도로 놀라운 독서력을 자랑하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은 모름지긴 겉모습만 보고서 사람을 예단하면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솔로몬 왕이 장을 채용한 이유가 그의 겉모습 때문이 아니었던가. 어느 순간 주인공 장이야말로 내가 보이게는 전형적 프랑스인의 초상 같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오염된 브르타뉴 바다에서 석유를 뒤집어 쓴 갈매기나 캐나다에서 사냥꾼의 몽둥이에 곧 죽을 운명인 새끼 바다표범을 곧 멸종될 운명에 처한 샹송 레알리스트 마드무아젤 코라에 비견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이런 서술이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경험한 노년의 작가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그런 내러티브가 아닌가 말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 예전의 전성기 같은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여전히 사랑을 꿈꾸는 마드무아젤 코라의 모습은 어쩌면 남자 로맹 가리의 현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로맹 가리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여성성에 대한 찬미도 변주되어 반복된다. 불로뉴 숲으로 뱃놀이를 가자는 깜찍한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 마치 인상파의 그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의 재현에 호기심이 발동한 장의 친구들이 총출동한다. 심지어 장의 애인 알린은 콧수염까지 준비해 두지 않았던가. 혼란에 빠진 장이 모든 걸 다 집어치우고, 솔로몬 왕에게 돈을 좀 빌려 앤틸러스에 가서 책방이나 하자는 제안에 현실주의자 알린은 완곡하게 거절한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 균형감은 그렇게 위태로워 보리는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만큼이나 아슬아슬하다. 물론 소설의 긴장감이 솟구쳐 오르는 지점도 바로 그 곳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제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한 솔로몬 왕이 새로운 찾아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연애대상 찾기란을 뒤적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오래전 신문에 실린 암호 같은 글들을 풀어 보려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땐 그랬지. 솔로몬 왕의 진정한 고뇌는 가까이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라기 보다, 모든 것을 잃는 게 두려워 포기하는 거라고 우리의 장은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의 다른 이름은 두려움이라고. 어디 그게 솔로몬 왕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인가. 우리 인간이라면 모두 하는 고민이지.

 

나의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14번째 독서가 끝났다. 이제 앞으로 6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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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08-03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과 사전을 통한 배움이라... 장처럼 저도 열심히 책으로 꾸준하게 배움을 이어나가고 싶네요!

6권만 더 읽으면 전작 완성인건가요! 왠지 8월 안에 이 대업을 이루실 것만 같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18-08-03 11:44   좋아요 1 | URL
제가 얍삽하게도 진짜 어려운 책들은 뒤로
미루어 두어서 가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 최고봉은 <하늘의 뿌리>가 되겠죠.

이미 책으로 탁월한 ‘닝겡‘이 되어가고 있
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stella.K 2018-08-03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셔요.
저는 너무 더워 모든 걸 작파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요즘 하고 있는 일이란
이렇게 알라딘을 돌아다니는 일이고,
낮시간 한창 더울 때 주민센터 도서관을 가는 일이죠.
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보겠습니다.
이런 더위에도 꾸준히 독서하시고 글 쓰시는 레님께 그저 경의만 표할뿐입니다.ㅠ

레삭매냐 2018-08-03 15:35   좋아요 1 | URL
알라딘 나들이 너무 재밌어요 !!!

댓글도 달고 다른 분들이 올린 글 읽는 재미
도 쏠쏠하구요.

저도 오늘 도서관에 가서 희망도서 업어왔
습니다. 다만 가는 길에 아주 쩌죽을 뻔했
지 뭡니까. 어찌나 덥던지요 캬오 ~

몇 도만 내려 가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더울 수록 열독을...
 
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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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누군가 죽은 시신의 머리를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간다. 그리고 1986년과 2016년이라는 30년이라는 시간을 넘나드는 주인공 에디 애덤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포커를 쳐본 적이 있으신지. 자신이 손에 쥔 카드를 보면서 다른 이들은 도대체 무슨 카드를 쥐고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판돈이 크면 클수록 고뇌는 깊어진다. 로맹 가리는 자신의 책에서 고뇌는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잃어 버릴 지 모른다는 두려움의 다른 표현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소설 <초크맨>에서 주인공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마지막 패까지 떠야 결판이 나는 게임이다.

 

올해 42세 에디 애덤스는 자신이 열두살이던 1986년부터 숱한 죽음을 목격해 왔다.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 메탈 미키의 형 션 쿠퍼의 익사, 댄싱 걸 일라이저 렌델의 참혹한 죽음 그리고 알츠하이머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조금씩 이승을 떠나는 장면들을 목격했다. 한 마디로 말해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거다. 소설 <초크맨>은 성장 소설의 테를 두르고 있지만 또 한커풀 벗겨 보면, 인간은 누구나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주제의식을 은연 중에 전파하고 있다. 그 중에 중심은 바로 에디다. 동시에 결코 예단하지 말라는 주문을 스스로 외우며 지낸다.

 

그런데 난 왜 자꾸만 보지도 읽지도 않은 스티븐 킹의 <그것>이 연상되는 걸까. 스티븐 킹은 넉살 좋게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신예작가 C.J. 튜더의 작품도 좋아할 거라고 했는데 말이다. 살인사건, 이제 성년이 된 소년들이 시간을 오가며 들려 주는 과거사에 얽힌 비밀들을 풀어 나가는 방식 등등. 재밌긴 한데 <그것>과 유사한 구조로 전개되는 내러티브가 영 찜찜하기만 하다.

 

아마 작가도 그런 점을 예비해 두어서인지, 에디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다양한 썰들을 부비트랩처럼 준비해 두었다. 그러니까 작가의 실력이 발휘되는 점은 바로 인간 관계다. 어느 누구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면 안된다. 소설에 아무런 의미 없이 등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다만 페이크 모션도 조심해야 한다. 결정적인 단서라고 생각한 것들이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야말로 뻥카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아, 다시 포커 생각이 난다. 혹시 작가가 친구들과 둘러 앉아 맥주와 감자칩을 즐기면서 포커 게임을 하는 낙에 사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친구들과 친목을 다지는데 포커 만한 게 또 없지. 지나치게 승부욕에 불타서 지가 이겨야 성이 차는 선수들만 없다면 말이다.

 

에디가 사는 앤더베리는 참 작은 마을이다. 그래서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나 있는지 서로 다 안다고 생각할 정도로 비밀이 없어 보이는 동네다. 하지만, 진짜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이 있기 마련이다. 소설 <초크맨>은 바로 그 비밀의 카드를 쥔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지 밝히는 그런 작품이다. 누가 “왜” 그랬는가에 대한 질문이야말로 소설을 이끌어 가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독자는 흔히 범하는 예단의 함정에 빠져 누가 범인일까에만 관심을 둔다. 바로 나처럼. 그런데 정작 소설의 초점은 누구보다 왜에 맞춰져 있다.

 

우리는 에디와 클로이 같이 비정상적 관계에만 관심을 갖게 되는데, 또 따지고 보면 <초크맨>에서 정상적으로 보이는 관계 혹은 가정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왜 초크맨이 주인공 에디에게만 나타나는가에 대한 질문은 또 어떤가. 뚱뚱보 개브나 호포, 메탈 미티 그리고 니키 오인조 중에서 꿈 속에서 초크맨에게 시달리는 친구가 또 있었던가. 그게 바로 문제의 핵심일 지도 모르겠다.

 

숱하게 초고 원고를 퇴짜 맞은 작가는 <초크맨>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지 그렇게 꾸준하게 쓰다 보면 언젠간 쥐구멍에도 볕이 든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많은 나라에 판권이 팔리고, 이렇게 스릴 넘치는 시나리오를 그냥 둘 리 없는 할리우드까지 달려 들었다니 축하할 일이 아닌가. 신예작가 답게 어떤 경로를 통해 책을 만나게 되었던 감사하다는 말도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초심을 잃지 마시고 앞으로도 정진해 주시길. 재밌게 읽었으니 그것으로 만족.


[뱀다리] 리뷰까지 다 쓰고 나서 유투브 동영상을 보고서야 작가가 여자라는 걸 알게 됐다. 소설을 읽는 내내 왜 난 작가가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을까. 책소개에서 작가가 짚어준 몇 가지 포인트들. 유년 시절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 작은 마을에 도사린 비밀들, 어린이들이 마냥 순수하지는 않다라는 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일들이 나중에 가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포인트들을 제대로 짚어낼 수 있다면 성공한 독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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