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맹 가리 전작읽기 돌입
2018년 7월 6일 이래
내가 지금까지 읽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책들은 다음의 네 권들이다.
1.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2010.1.19)
2. 유럽의 교육 (2010.3.5)
3. 그로 칼랭 - 에밀 아자르 (2010.7.21)
4. 별을 먹는 사람들 (2018.7.11)
그 외에 가지고 있는 책들도 제법 된다. 아무래도 작품도 많이 발표해서 그런지 헌책방에 갈 때마다 한 권씩 데려와서 당분간 따로 사지 않고 있는 책만 읽어도 될 법하다.

아마 내가 로맹 가리의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정혜윤PD의 어느 책 소개에서 <새벽의 약속>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였지 싶다. 물론 <새벽의 약속>과 공쿠르상에 빛나는 <하늘의 부리>는 샀다. 다만 아직까지도 읽지 못했을 뿐. 소설가 김영하의 팟캐를 듣고서도 <새벽의 약속>에 도전했건만 번번히 완독에 실패했다. 이렇게 불운한 책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완독을 못하고 있다. 이번 여름에야 완독을 성공시키고야 말리라.
이상한 게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책들은 국내에서 마음산책, 문학과 지성사 그리고 문학동네 세 출판사에서 따로따로 나오고 있는 중이다. 뭐 독자의 입장에서 출판만 되면 문제는 없지만. 아마 저작권 이슈 때문이겠지 싶다. 그중에서도 요즘에는 마음산책이 독보적으로 로맹 가리의 나머지 저작들을 꾸준하게 펴내고 있다. 제임스 설터의 표지 때문에 그렇게 증오하는 곳이지만, 로맹 가리 책들은 계속해서 내주고 있으니 내 맘대로 용서해 주련다. 표지는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네.

2010년에만 세 권의 로맹 가리를 읽고 나서는 아예 읽을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았다. 지난 주에 중고서점에 가서 <별을 먹는 사람들>이랑 <인간의 문제>를 사서 읽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묵혀 두었던 로맹 가리 전작읽기 숙제에 나서게 되었다. <별을 먹는 사람들>은 내가 좋아라하는 주제들인 중남미 독재, 콘키스타도르 같은 주제들이 등장해서 그나마 쉽게 완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아메리칸 희극 시리즈에 해당하는 <게리 쿠퍼여 안녕>도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별>만한 몰입감은 생기지 않는다.

해서 역시나 몇 번이나 표제작만 죽어라 읽었던 소설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오늘 아침 뒷간에서 펴들었다. 아 역시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다. 내친 김에 두 번째 <류트>까지 내달려 읽었다. 모두 15편의 단편들이 들어 있는 책인데, 표지갈이를 하고 나온 양장본이라 더 마음에 든다. 그전에 나온 책은 사고 싶지가 않더라. 재작년에 사서 쟁여 두었던 책이다.
<솔로몬 왕의 고뇌>도 역시나 제법 읽고 나서, 아마 반절 정도, 결국 완독하지 못했다. 주인공 남자가 예전에 한자락하던 할머니 배우(맞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하고 관계하는 장면까지 읽고 나서 무언가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끝까지 못다 읽은 기억이 난다. 왜 이렇게 다 읽지 못한 책들이 많은 건지. 유난히 로맹 가리의 책들이 나에겐 그런 책들이 많아 문제다. 아예 읽지 않은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읽다 말아서 기시감은 드는데 또 리뷰로 마무리짓지 못한 그런 느낌적 느낌이랄까.
뭐 어쨌든 소장하고 있는 책들부터, 그리고 오래 밀린 숙제들부터 하나씩 풀어나갈 계획이다. 그 첫 출발은 나쁘지 않다.

이후 업데이트
5. 새벽의 약속 (2018.7.16)
6. 마지막 숨결 (2018.7.16)
7. 레이디 L (2018.7.18)
8. 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다 (2018.7.19)
9.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2018.7.23)
10. 흰 개 (2018.7.23)
11. 내 삶의 의미 (2018.7.23)
12. 여자의 빛 (2018.7.25)
13. 징기스 콘의 춤 (2018.7.31)
14. 솔로몬 왕의 고뇌 (2018.8.3)
이번에 로맹 가리 전작읽기에 도전하면서 좋았던 책 둘
하나, 별을 먹는 사람들 - 영어제목 탤런트 스카웃(책을 읽어 보면 그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다)
드디어 로맹 가리의 책을 읽는데 성공했다. 알라딘 북플 이웃분들의 의견은 내가 무려 세 번이나 완독하는데 실패한 <새벽의 약속>이 진입장벽이 높은 책이라는 거다. 그랬구나, 적잖이 위로가 된다.
콘키스타도르 이래 억압과 착취 받은 쿠혼 인디언 출신 독재자 호세 알마요가 지배하는 중앙 아메리카 어느 나라에 대한 희비극적 설정이 어찌나 웃겼는지 모르겠다. 잘 나가는 TV전도사, 복화술사, 속임술사, 오토 스코르쩨니를 사칭한 가짜 군사 고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자신만의 별(마스탈라 혹은 환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떠들어 댄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알마요의 여자 친구라는 미국 여자, 그녀가 강력하게 주장해서 만든 전화망과 도로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체제 전복에 전면에 나서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 내린다.
물론 놀라운 기인들의 재능에 굶주린 알마요는 집단 최면의 대가 잭을 자신이 운영하는 나이트클럽 <엘 세뇨르>에 올리기 위해 적들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역시 로맹 가리의 책답게 군데군데 책을 놓을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올 하반기 로맹 가리 전작주의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그 첫발을 내딛었다.
둘, 레이디 L - 나의 로맹 가리 읽기 그 일곱 번 째 책
요즘 마구 달리고 있는 중이다. 8년 전에 세 권 밖에 안 읽의 작가의 책을 이달에만 무려 네 권이나 읽었다. 오늘 아침에 회사 컴퓨터가 안된다는 핑계에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레이디 L>도 마저 읽을 수가 있었다. 진도가 쑥쑥 나가는구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만난 로맹 가리 책 중에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입문서로도 이만한 책이 있을까 싶다. 영국 귀족 부인인 레이디 L이 자신의 여든번째 생일날 계관시인인 퍼기 로다이어 경에서 들려주는 지난 60년 동안 꽁꽁 숨겨 왔던 아나키스트 동조자, 테러리스트였던 자신의 과거는 쇼킹 그 자체였다.
아네트 부댕이라는 아가씨는 모든 인류를 위해 싸우는 혁명적 전사 아나키스트이자 이데올로그 아르망 드니의 애인이 되어 이중혁명으로 서구 사회의 실질적 지배자가 된 부르주아지 계급에 선전을 포고한다. 실존했던 아나키스트 아르망 드니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이런 멋진 이야기를 빚어낸 로맹 가리에게 다같이 박수 쨕쨕쨕.
너무 재밌게 읽었다. 내가 좋아라하는 19세기 말 혁명시기가 등장하는 것도,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에 도전한 공상적 사회주의자/아나키스트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에 대해서도 한 수 배웠다네. 나의 다음 타겟은 소설집 <새페죽>이다. [뱀다뤼] 이 소설은 정말 오래 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소피아 로렌, 폴 뉴먼 그리고 데이빗 니븐이 주연으로 나온다나.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1965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감독은 무려 피터 유스니노프. 한 번 구해서 보고 싶네. 소피아 로렌은 올해로 연세가 83세라고 한다. 언제까지나 나에게는 영화 <해바라기>의 주인공으로 기억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