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급행열차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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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라고 해서 모든 작품이 좋을 수 없다는 걸
<아메리칸 급행열차>가 입증해 주었다.
설터의 팬으로 그의 작품을 꾸준하게 읽었다는 것으로 만족하련다.
표지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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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1-20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별점 두 개를 준 레샥매냐님의 리뷰를 처음 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레샥매냐님 리뷰 중에서 제일 낮은 별점이 세 개였어요. ^^

레삭매냐 2018-01-20 21:34   좋아요 0 | URL
다른 작품에 비해 수준 이하여서 원래 별 세 개였고, 책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화가의 표지 뚝심을 높이 사서 하나 더 깎았습니다.
 
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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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비트코인 붐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중이다. 88세대를 넘어 78세대 그리고 실업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는 뉴스에 너도나도 그리고 20-30대 젊은이들조차 가상화폐 투기장에 뛰어 들고 있다는 소식이 우울하기만 하다. 결국 냉혈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신분제 사회로 고착되고 마는 걸까하는 상상이 끔찍하기만 하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신분상승을 이룰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초상이라고 해야 할까. 앤디 위어의 달나라 이야기 <아르테미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26세 처녀 재즈 바샤라는 용접공의 딸로 달나라 도시 아르테미스에 거주 중이다. 지구별도 마찬가지겠지만, 달나라 역시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부자놈들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본으로 온갖 향락을 누리지만, 가난뱅이 노동자들은 관처럼 생긴 숙소에 살면서 겅크라는 형편없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고작이다. 소설에서는 재즈가 수학 천재라고 하는데, 과학에 전혀 지식도 없고 관심도 없는 문학 소비자로서는 알 바 아닌 듯 싶어서 건성으로 건너 뛰면서 읽었다. 그리고 보니 앤디 위어의 전작 <마션> 영화에 등장한 비과학적인 기술을 지적한 이들도 있었지 아마. 존경하는 바이다. 아, <마션>에 대한 한 줄 평으로 <화성판 삼시세끼>를 명명한 이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한조각의 존경심을 격하게 날린다.

 

한 2,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달나라 도시 아르테미스에서는 사람들이 기즈모라는 장비를 가지고 다니며 슬러그라는 가상화폐를 사용한다고 한다. 어디나 그렇듯 사람사는 곳에서라면 상품과 용역의 교환을 위한 화폐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아니 그런데 아르테미스에서는 그런 화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공기다. 진공 상태의 달나라에서 인간이 생존하려면 공기가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닌가. 그런데 이 공기는 산체스 알루미늄에서 수확기로 채굴한 달나라 광석을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거의 무한정으로 산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대가로 산체스 알루미늄은 달나라 도시를 운영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의 80%를 거의 무상으로 사용하다시피 한단다. 이거 정말 수지 맞는 사업이 아닌가.

 

특히나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인 독점 사업인 마당에야. 노르웨이 출신 갑부 사업가 트론 란비크라는 작자가 아르테미스의 밑바닥 업종인 짐꾼이자 밀수꾼 재즈를 고용해서, 산체스 알루미늄의 수확기 네 대를 뽀사 버리고 그동안 잉여로 쟁여둔 산소를 가지고 사업을 독점하려는 기획에 나서면서 문제가 생긴다. 다시 말해 기똥찬 범죄 프로젝트가 아닌가. 특히 416,922 슬러그가 반드시 필요한 재즈에게 강렬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재즈는 자신이 목표하는 슬러그를 벌기 위해 달나라 도시 아르테미스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을 그런 가공할만한 범죄에 뛰어든 것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 빤하다. 원대한 범죄를 기획한 사업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게 살해당하고, 재즈 역시 범인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단순하게 브라질 범죄집단이 가세한 산체스 알루미늄의 사업을 방해했다는 이유 말고도, 달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는 정보 통신업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광섬유 케이블 ZAPO까지 얽힌 그런 방대한 스케일의 이야기가 가속을 붙인다. 게다가 무중력 상태의 달나라에서 벌어지는 액션 활극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전작 <마션>의 대성공으로 아마 분명 <아르테미스>도 곧 영화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에 아랍계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는 누가 캐스팅이 될 지 궁금하다. 반항적이면서도 수학 천재라는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냉소적인 유머 감각도 탁월해야 한다는 조건이 수반된다. <마션>에서는 맷 데이먼이 모든 걸 다 해냈다면, 이번에는 재즈 바샤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니 과연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버금갈 만한 그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지구별에서 이식된 재산 정도에 따른 계급 사회가 범우주적으로 확산된다는 점도 딱히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다. 산소와 중력이 없는 달나라에 세금과 경찰력과 같은 국가적 통제가 없는 무정부적인 상태로 출발했다는 설정은 좋았지만, 도시가 성장하고 도시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각종 규제와 세금이 필요하다는 역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행정 규제 같은 행위들은 없을지 몰라도, 우주를 관통해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부의 축적을 위한 인간의 욕망의 신기루를 본 것 같은 기시감에 씁쓸해졌다.

 

어쨌든 소설은 재밌었다. 영화는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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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지음, 정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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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언 머과이어의 두 번째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2016년에 발표된 <얼어붙은 바다>(The North Water>는 미국문학 전문가인 작가가 10년만에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머과이어 씨는 영국 출신으로 작가와 비평가이기도 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허먼 멜빌의 <모디빅>을 떠올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작가의 <모비딕>에 대한 오마쥬라고 해야 할까. 장르는 역사소설 그리고 스릴러다. 포경선 볼런티어 호를 타고 고래를 잡으러 떠난 남자들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일랜드 출신 군의관(오, 베테랑 메딕!) 패트릭 섬너의 시점에서 기술된다. 그가 선한 캐릭터라면 작살수 헨리 드랙스는 그야말로 악의 화신이다. 이 악당은 소년 사환 조지프 해너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그렇다고 해서 섬너가 마냥 착한 인물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볼런티어 호가 항해에 나선 것은 1859년, 2년 전 세포이 항쟁 당시 델리 포위전을 체험한 섬너는 군의관이면서 동시에 아편쟁이기도 하다. 고래와 물개 사냥이 주임무라고 생각하고 볼런티어 호에 승선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케미컬 할러데이(chemical holiday)"를 즐기면서 시나 쓰고 싶어 하지만, 그의 동료들은 음흉한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다.

 

볼런티어 호의 선장 브라운리, 일등항해사 캐번디시 그리고 작살수 드랙스는 배를 고의로 침몰시켜 보험금을 타먹을 궁리를 하는 중이다. 21세기도 아니고 자본주의가 발흥하던 시절에도 그런 범죄가 있었구나 싶었다. 드랙스는 보험회사 직원인 제이콥 백스터와 공모해서 배를 침몰시키고 어쩌면 목격자가 될 수도 있을 가능한한 많은 수의 선원들을 죽이는 계획을 세운다.

 

한편, 어이없게도 섬너 선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어쩌면 그것도 작가가 고안해낸 영국 북쪽의 차가운 바닷가에서 벌어지는 모종의 음모에 대한 거리두기 기법이었을까. 원양 항해 중인 포경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가공할 만한 경력을 지난 범죄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릴러과 폭력에 대한 작가의 탁월한 서술에 대해 서구 언론들은 높이 평가해 준 모양이다. 그 결과 2016년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 탑10 책으로 선정되었고, 같은해 맨부커상 롱리스트에도 오르는 쾌거를 올렸다. 이때 수상작은 폴 비티의 <셀아웃>이었다.

 

현재 포경선 볼런티어 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소설 <얼어붙은 바다>의 한 축이라면, 또다른 축은 몰핀 중독자가 되어 즐기던 유급휴가가 악몽으로 바뀐 섬너의 과거사다. 세포이 항쟁 당시 델리 포위전에서 부상 입은 메딕이 경험하는 그야말로 북극과 열대 사이의 냉온탕을 오가는 이야기, 어때 이 정도면 궁금하지 않은가.

 

줄거리를 더 썼다간 스포일러가 될 판이니 이 정도에서 자제하는 것으로.

그리고 아직 읽어 보지 않았기에, 일단 별은 기대별 네 개로 정했다.

아마 맨부커상이 미국 작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언 머과이어 씨가 2016년 맨부커상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만. 폴 비티 씨 운빨이 좋으셨네요.

 

자꾸 덧붙이게 되는 하드커버 원서의 표지가 국내 번역판의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그런 느낌. 기회가 닿는다면 원서로도 만나 보고 싶구나.

 

유튜브에서 먼저 읽은 외국 리뷰어들이 반드시, 제발 읽어 보라고 절규하는 장면이 왜 이렇게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는지 모르겠다. 제임스 설터의 새로 나온 소설집부터 시작해서 아서 페퍼, 어제 막 시작한 <여덟 개의 산>, 앤디 위어의 <아르테미스> 등등 읽어야 하는 책들이 많은데 어쩌란 말인가. 일단 책부터 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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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1-17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책고민이 이만저만 아니군요ㅎ;
<모비 딕>도 에이허브부터 주요 인물이 그리 선한 캐릭터만 아닌 것이어서 이 책의 주인공 설정도 재밌네요. 책 교통체증으로 저는 여름쯤 읽어 볼래요ㅎ

레삭매냐 2018-01-17 14:20   좋아요 1 | URL
연초부터 책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중이랍니다.

읽을 책들이 갑자기 너무 많아져서요.
작년에 읽다만 책들도 읽어야 하고...

속히 읽고 또 책 사고 그래야겠습니다.

moonnight 2018-01-20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십니까 레삭매냐님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습니다. 요즘 이 책에 대한 얘기가 자꾸 들려서 일단 사야겠군 싶었는데 레삭매냐님 글을 읽으니 막 안달하게 됩니다. 못 읽고 쌓여 있는 책이 너무 많지만 어쩔 수 없어요ㅠㅠ; 말씀대로, 속히 읽고 또 사고 할 수 밖에^^;

레삭매냐 2018-01-20 20:21   좋아요 0 | URL
이언 머과이어 씨가 십년 만에 낸 책이라는
점만으로도 대단하지 싶더라구요.

책이 나오기 전에 유튜브에 올라온 서양 리뷰
어들의 추천을 들었는데 꼭 읽어야 한다고 하
니 정말 회가 동하더군요 :>

그만큼 강렬하다는 말이겠죠. 기대작입니다.
 
붉게 타오른 1917 - 만화로 보는 러시아 혁명
존 뉴싱어 지음, 팀 샌더스 그림, 김원일 옮김 / 책갈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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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지난 주에 읽는 책에 대한 기억도 잘 나지 않다니. 요즘 너무 이 책 저 책 점프해 가면서 읽는 부작용이 생긴 모양이다. 러시아 혁명 발발 100주년으로 작년에 이런저런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한 권도 읽어 보지 못했다. 물론 다양한 책을 사모으긴 했지만, 읽지 않고 사두기만 하는 책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난 금요일날 도서관에 들른 길에 존 뉴싱어의 그래픽 노블 <붉게 타오른 1917>을 빌려서 읽었다.

 

1917년 2월, 독일과의 장기간에 걸친 전쟁으로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페트로그라드의 노동자들이 드디어 봉기하기에 이르렀다. 무능력한 차르는 군대를 동원해서 노동자 인민들을 탄압하고 무력진압도 마다하지 않지만, 노동자들의 편인 군대는 인민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한다. 페트로그라드의 각 공장에서는 노동자 대표를 선출하고 소비에트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이미 1905년 러일전쟁의 와중에 평화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차르에 분노한 대중은 이번에는 로마노프 왕조를 무너뜨려 버렸다. 만화에도 등장하는 시민들이 차르의 거대한 동상을 무너뜨리는 장면은 어쩌면 소비에트 시대 독재자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상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수호하는데 급급했던 지주와 자본가들은 시대가 바뀐 줄 모르고 절대 권력자가 등장해서 기존의 질서를 지키려면 총검에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인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소비에트는 수백년 동안 러시아 사회를 지배해온 계급 질서를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한편 영국에서 파견되어온 노동당 의원이자 노조지도자인 윌 손은 러시아 대중들에게 독일과의 전쟁에서 러시아가 전열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의 적은 독일이고 임시정부와 협력해서 전쟁을 계속할 것을 종용한다. 이에 남자 주인공 표트르는 동지들에게 무산계급 대중에게 아무런 의미 없는 전쟁을 잘 하기 위해 혁명을 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혁명을 한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어쩌면 제국주의 영국 왕실 역시인민에 의해 강제로 폐위된 사촌 니콜라이 황제의 전례를 따라 분노한 대중의 혁명으로 왕실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게 아닐까.

 

무산자 계급혁명을 원하는 볼셰비키들을 두려워한 임시정부 지도자들은 갖은 꼼수로 대중을 호도하지만, 각성한 인민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전선의 러시아 병사들은 자신들과 마찬가지인 무산 계급 독일 병사들이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쟁으로 엄청난 이윤을 챙기는 자본가 계급과 애국주의로 포장된 선전, 선동으로 서로에게 증오심을 품고 끝없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러시아 혁명 지도자 레온 트로츠키는 러시아에서 시작된 혁명이 세계로 전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대 내의 불온한 움직임을 알아차린 임시정부 전쟁장관 케렌스키는 독일군을 상대로 도발을 감행하지만, 독일군의 반격으로 러시아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후퇴한다. 페트로그라드의 노동자와 병사들은 권력 장악을 도모하지만 역시 혁명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잠시 숨을 죽인다. 이 때 병사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가상의 인물 표트르였다면, 팔토 공장의 나탈리야는 각성한 노동자를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다수 대중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임시정부를 대신해서 소비에트 대표로 볼셰비키를 선출했다.

 

미국 출신 사회주의자이자 저널리스트 존 리드는 당시 페트로그라드에서 급변하는 정세를 기록했다. 그의 기록은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라는 제목으로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와 에드가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과 더불어 세계 3대 르포 문학으로 간주된다. 빵, 토지, 평화라는 간단명료한 슬로건으로 무장한 러시아 민중은 결국 케렌스키 정부를 전복시키는데 성공한다.

 

이상이 존 뉴싱어가 간략하게 다룬 1917년 러시아 혁명의 개요다. 물론 그 이후의 사태 발전과정에 대해서는 정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서구의 어떤 학자는 스탈린의 독재정치까지도 러시아 혁명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 주장은 아무래도 너무 멀리 나간 게 아닐까 싶다. 러시아가 대독일 전선에서 이탈하면서 동부전선의 위협으로 해방된 독일군이 서부전선으로 집중한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러시아 혁명에 대한 개요로는 어떨지 몰라도, 좀 더 집중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러시아 혁명에 대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지금 읽기 시작한 책들부터 다 마무리 지은 다음에 그래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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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나래바! - 놀아라, 내일이 없는 것처럼
박나래 지음 / 싱긋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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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뭐 이런 가사가 담긴 노래를 어려서 술과 함께 살던 시절에 자주 불렀었다. 그 시절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저 젊음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더랬다. 아주 한참 시간이 흐른 뒤인 지금에야 그게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드니, 뭘 해도 재미가 없더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우리에게 놀 수 있는 시절은 정해져 있단 말이다. 그러니까 놀 적에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놀란 말이다 제군들!

 

개그맨 박나래 씨의 바 이야기는 오늘의 박나래 씨를 만들어준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처음 들어봤다. 그리고 어느 프로그램인가 국민MC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유재석 씨가 술 마시고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했었지 아마. 양세형 양세찬 브라더스와 함께 한 술자리에서 김치싸다귀 사진도 보며 즐거워 했던 기억이 난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박 작가는 아예 집에 바를 차려 놓을 정도로 애주가라고 한다. 그러니까 박 작가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다. 친구들을 불러다 모아 놓고, 술과 안주를 무한정으로 공급하고 덤으로 재미지기까지 하니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사실 술자리가 매번 뻔하지 않은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게 함께 한 시간들이 쌓여 두고두고 이야기거리를 생산해 내게 되지 않은가 말이다. 게다가 주조상궁이 쉴 사이 없이 빚어내는 소맥에 온갖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동원한 안줏거리들이 끊이지 않고 조달되는데 마다할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다만 중간에 실린 게임 소개는 그랬다. 개인적으로 술자리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아무래도 개인적 호불호의 문제일 것이다.

 

말이 필요 없다, 놀 땐 컨셉이고 나발이고 아무 생각 없이 놀라규

 

지금은 그야말로 잘 나가는 연예인이 되었지만 박 작가 역시 수년간 무명 시절을 경험했다고 한다. 돈이 없으니 그 좋아하는 술도 마음 대로 마시지 못하고 선배들의 술자리에 따라 다니면서 인맥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했던가. 객지 목포에서 올라와 안양예고에 입학하게 된 사연도 범상치 않다. 일단 아무 것도 없어도, 무언가 있는 것처럼 쎄게 나가면 통하는 법일까. 다른 건 몰라도 박 작가의 도전 정신 하나만큼은 높이 사야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읽은 건 바로 압생트 제조법이었다. 초록요정, 초록악마라 불리는 압생트는 지지난 세기말 불란서에서 예술 좀 한다하는 이들이 즐겨 마시던 그 독주가 아니었던가. 무려 알콜 도수가 55도나 되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식도가 타 버릴 정도라니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있었다. 주조상궁이 개발한 혹은 배운 기법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나저나 언제나 이 지긋지긋한 감기가 나서 음주세계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전에 일이 없을 적에는 음주가무를 마음껏 즐겼었는데, 돈은 풍족해졌지만 이젠 잘 나가는 연예인이 되어 방송촬영 때문에 놀 시간이 없다는 말에 여행을 즐기던 시절 생각이 났다. 시간이 넉넉하게 있을 적에는 여행을 떠날 돈이 없었으며, 돈이 생기자 시간이 없더라는. 하긴 지금은 돈도 시간도 그리고 마음의 여유도 없는 시절이라 방구석이 제일이라는 생각만 들지만. 그래서 더더욱 나래바를 차린 박 사장님이 부러울 따름이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시라. 늙어지면 못 노나니 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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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1-09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어보니까 욜로 문화 유행에 편승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래 바가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까지는 좋았다고 생각해요. ^^

레삭매냐 2018-01-09 17:54   좋아요 0 | URL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
방송에서 가십으로 다뤄지는 정도가
딱 좋았을 것 같습니다.

책까지 나온 건 오바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에세이집을 낼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