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가게 소년
로베르트 제탈러 지음, 이기숙 옮김 / 그러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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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고대해 마지 않던 로베르트 제탈러가 돌아왔다. 이미 영문판으로 사서 읽다가 포기해 버린 <담배 가게 소년>이 바로 그 작품이다. 1년 전에 만났던 <한평생>은 정말 아름답고, 삶에 대해 되돌아 보게 해주는 그런 소설로 기억하고 있다. 한편의 소설로 난 오스트리아 드라마 스쿨 출신 작가 로베르트 제탈러의 팬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어제 우연히 <담배 가게 소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맨발로 달려 나오다 시피 해서 입수했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2007년 5월 13일,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구트 할슈타트, 이런 호수 부근에 살았단 말이지.)


때는 1937년 오스트리아의 잘츠캄머구트. 17세 소년 프란츠 후엘의 삶은 어머니 후엘 부인의 피후견인 역할을 하던 지역 유지 알로이스 프라이닝거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변곡점을 그리기 시작한다. 프란츠가 숲에서 일하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거친 육체노동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후엘 부인은 아들을 빈으로 보내기에 이른다. 빈 시내에서 담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이용사 오토 트르스니에크에게 하나 뿐인 아들을 맡긴다. 어머니의 곁을 떠나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하는 프란츠는 성인이 되는 도전에 직면한다. 익숙했던 고향 환경을 떠나 이방인으로서 삶을 개척해야 하는 운명을 고대 <오디세이아> 이래 인류의 영원한 과제가 아니었던가. 프란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프란츠의 고용주 오토는 자신의 담배 가게에서 신문, 담배 그리고 문구를 파는 오스트리아가 제국이었던 당시 세계대전에서 다리를 잃은 상이용사로, 견습생 프란츠에게 신문을 통해 세상을 읽는 법을 가르친다. 호수에서 헤엄치다가 죽은 프라이닝거가 프란츠의 재정적인 면을 담당했다면, 트르스니에크는 청년의 교육 분야에서 유사(pseudo) 아버지 역할을 대신한다. 한편, 프란츠가 새로 둥지를 튼 빈에서는 안슐루스(나치의 오스트리아 합병)1년 앞둔 빈의 살벌한 풍경이 이어진다. 쿠르트 슈슈니크(위키로 검색해 보니 극우주의자라고 한다)로 대변되는 사회주의자들과 히틀러에 찬성하는 소독일주의 나치 협력자들 사이의 반목과 반유대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프란츠는 무의식의 세계를 발명한 세기의 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와의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설 <담배 가게 소년>은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에서 특별한 단계로 도약한다. 정신분석학의 대가가 조언한 대로, 소년은 정체불명의 보헤미아 처녀 아네스카와 첫만남부터 사랑에 빠진다. 그 둘의 만남은 정착민과 유목민의 사랑을 연상시킨다. 종잡을 수 없는 보헤미아 처녀의 행동에 절망한 프란츠는 아바노 시가로 애연가 프로이트 박사님을 매수해서,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처방전을 요청한다. 오랫동안 베일에 쌓여온 인간 무의식의 세계를 세상에 알린 대가조차도 한 사람의 마음을 분석하는 건 쉽지 않은 미션이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그동안 연구해온 업적들이 어쩌면 사랑이라는 무도한 파도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을 거라는 자조 섞인 고백이 어찌나 그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프란츠를 새로운 섹슈얼리티의 세계로 인도했던 아네스카는 다시 사라져 버리고, 사랑에 애끓는 청년의 순애보가 시작된다. 자신의 카우치에서 부유한 고객들을 상대하던 프로이트 박사는 프란츠와의 만남을 삶에 있어 하나의 활력소로 받아 들이면서, 이제 막 성에 눈뜨기 시작한 십대 소년과 노년의 교수님은 신뢰를 쌓아 가기 시작한다.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스무살 난 보헤미아 처녀가 소설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적어지는 대신, 빈 시내에서 점증하는 국가사회주의 나치즘이 득세하는 과정과 노골적인 반유대주의 열풍에 대한 제탈러의 문학 분석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트르스니에크 씨의 신문읽기 훈련으로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유대인들과 거래한다는 이유로 트르스니에크 씨가 게슈타포에게 폭행을 당하고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끌려간다. 체포 당시의 표면적 이유는 야릇한 애정 잡지를 유포했다는 혐의였는데, 훗날 그가 심장 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설명과 함께 기소된 이유 중의 하나는 무시무시한 국가 전복 활동 혐의였다. 조국을 위해 나선 전쟁터에서 다리를 잃은 상이용사조차 이런 혐의를 받는 판이니, 나치들에게 눈엣가시 같았던 공산주의자들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붉은 에곤 역시 트르스니에크 씨의 운명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하우 강제수용소로 끌려 가는 대신 붉은 에곤은 다른 방식으로 나치즘에 대한 저항으로 삶을 마감했다.

 


(2007년 5월 15일, 독일 다하우 수용소 앞에서)


프로이트 박사가 냉정하게 말한 대로, 1938년 봄의 빈은 그야말로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비록 프로이트 박사만큼의 지식은 없었지만 우리의 주인공 프란츠 역시 나치가 벌이는 비극의 전조를 읽어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빈의 지성은 사라져 버리고, 그 자리를 메꾼 것은 바로 공포를 위한 폭력이었다. 자신의 고용인 트르스니에크 씨의 행방을 알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갔던 프란츠는 게슈타포의 물리적 폭력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전에 등장한 나방의 사체가 아네스카와 가졌던 관계의 종언이었다면, 부러진 이빨은 이제 더 이상 어머니를 비롯한 타인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주체적 존재로서 프란츠의 비상을 예고한다. 그렇게 성장한 존재는 다시 되돌아 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게슈타포의 감시와 나치의 핍박에 견디지 못한 프로이트 박사 가족은 재산의 1/3에 해당하는 금전을 망명세로 지불하고, 오랜 고향이었던 빈을 떠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직장 상사, 사랑한다고 믿었던 애인 그리고 그동안 믿고 따랐던 정신적 지주를 잃게 된 프란츠는 게슈타포에게 체포당하는 위협마저 무릅쓴 채 프로이트 박사와의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인생에서 이별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겠지만, 이제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프란츠와 말년의 프로이트 박사가 나누는 대화들은 세대와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상징한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제탈러 작가의 문학적 상상이겠지만, 유대인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이 난무하던 야만의 시대를 그려내는 데 있어 상당히 효과적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사서 없는 시간을 쪼개서 읽은 끝에, 24시간이 되지 않아 <담배 가게 소년>을 모두 읽고 책장을 덮었다. 깊어가는 가을에 만난 수작(秀作)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모름지기 좋은 작품이라고 한다면, 자꾸만 그 내용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베르트 제탈러의 <담배 가게 소년>은 나에게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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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0-26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그 책이로군요.
아름답다고 하시니 정말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기억하겠슴다.^^

레삭매냐 2017-10-26 13:58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어 보시기 전에 같은 작가의
<한평생>을 만나 보시는 것도 더더욱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

sprenown 2017-10-26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우연히 <담배 가게 소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맨발로 달려 나오다 시피 해서 입수했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책에 대한 리뷰보다 전 이 부분에 감동했습니다. 이정도의 열정은 있어야 책을 좋아한다. 책좀 읽는다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추천하는 책 읽어보고 싶네요..기회되면은.^^

레삭매냐 2017-10-26 16:07   좋아요 1 | URL
다행이 근처 서점에 책이 비치되어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예의 열기가 다 식어
버리지 않았을까요 ㅋㅋㅋ

비록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로베르트
제탈러의 애독자라고 자청하겠습니다.

sprenown 2017-10-26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베르트 제탈러..저같은 책초보는 들어보지도 못한 작가 입니다만, 기억해서 읽어보겠습니다. 님을 통해 겨우 알게된 줄리안 반스의 ‘예감은~‘을 겨우 입수해서 읽으려던 참이거든요.^^

레삭매냐 2017-10-26 17:42   좋아요 1 | URL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줄리언 반스보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고 사료됩니다.

무엇보다 분량이 적어 독서에 부담이
없답니다. 부디 빠이팅!!!
 
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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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님의 신간을 읽기 시작했다. 어린날 책을 가까이하던 소년이 어찌해서 책에서 손을 떼게 되었는지 그리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해서 자신을 구원에 이르게 하였는지를 그린 서문은 인상적이었다. 모름지기 마태우스님 정도 되는 저자라면 그 정도 스토리는 있어야 하는 법. 폴 비티의 <배반> 때문에 골치가 아프던 차에, 마태우스님의 술술 읽히는 <서민 독서>는 초여름의 한줄기 소나기 같은 기분이었다.

 

가장 먼저 맨부커상과 도서정가제에 대한 꼭지부터 읽기 시작했다. 우선 최근 발표된 맨부커상을 소설 한 편으로 냉큼 집어 먹은 조지 손더스 아저씨의 경우를 보더라도, 역시 진입장벽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무조건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좋은 책이라는 의견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마태우스님이 말하는 대로, 역시 눈밝은 독자라고 한다면 타인의 추천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그런 수준의 책들을 읽어야 하는 법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그런 점에서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 선생의 책들은 다른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베스트셀러 열풍에 동참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그의 주요 저작들이 모두 국내에 사전 출간된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수상 즈음해서 출간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바로 조지 손더스의 케이스처럼. 아마 국내 출간이 되도 맨부커상 약발이 다 떨어진 다음이겠지만.

 

자, 다음 주제는 도서정가제. 마태우스님은 열렬한 독자이면서 동시에 업자인지라 아마 이 주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겠지. 그러니 나같은 독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적어도 업자는 아니니까. 솔직히 말해서 그놈의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신간 서적을 사는 횟수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게다가 조금만 기다리면 곧 중고서점에 신간이나 진배 없는 녀석들이 줄줄이 출몰하는 마당에 굳이 신간을 사서 읽어야 하나? 물론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책 같은 경우엔 바로 산다. 퓰리처상에 빛나는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가 그랬고 지금 악전고투 중인 폴 비티의 <배반>이 그렇다.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독자들을 위한 시스템은 아닌 것 같다. 마태우스님의 글에서도 출판사와 서점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고 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패스한 그런 느낌. 이 점에 대해서도 뭐 필요한 사람들은 사서 읽을 것이고, 아니라고 생각해서 책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면 도서관을 이용하겠지. 누군가에게 필요한 책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읽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난증(인터넷 난독증) 시대에 다른 즐거움들을 뒤로 하고 오롯하게 책에 집중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어디서나 들려오는 흥겨운 음악 소리를 비롯해서 손 안에 든 모바일폰에서 나오는 오만가지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득시글거리는 판에 왠 책?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열혈독자 마태우스님은 인류를 새로운 시기로 이끌어 가고 있는 진짜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같이 쟁쟁한 인사들의 유년 시절에 절대적 영향을 준 독서 일화를 소개한다. 아니 이미 열 살 때, 하루에 열시간씩 책을 읽는 남자가 세계의 리더가 되는 게 너무 당연한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여왕의 독서 일화를 소개하는 순간, 예전에 알쓸신잡에 등장한 대사가 생각났다. 독서가 진정한 쾌락이 되는 순간,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공공의 의무를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읽는 독서야말로 우리 무지몽매한 독서가들이 꿈꾸는 최고봉, 열락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넘쳐 흐른다. 개인적으로 열심히 알라딘 북플 활동을 해서 그런 진 몰라도 알라딘에서 추체험한 이야기들도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업자(!)답게 번역에 관해서는 을유문화사가 최고라는 깨알같은 홍보도 마태우스님은 잊지 않는다. 세문 홍보는 또 어떤가. 그렇지 다시 부활한 을유문화사 세문 1번 타자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었지. 조금 읽다가 집어 치워 버렸다. 나도 마태우스님과 비슷한 경로를 겪었던 모양이다. 세계적 고전이라고 해서 도전했다가 아, 정말 나하고는 맞지 않아 하고 때려 치운 게 몇 번이던가. 최근에 허버트 멜빌의 <모비 딕>에 도전했지만 역시나 지지부진하다. 그리고 어렸을 적에 읽었던 축약본 때문에, 읽었다는 착각으로 세르반테스의 원전 <돈키호테>도 사두기만 하고(판본이 두 개나 된다) 다시 읽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 위대한 원전에 달린 한 줄 요약을 보라. 정신병자가 풍차에 돌진하는 이야기라고 했던가. 축약본에 대한 비판은 아무리 해도 지나칠 것 같지가 않다. 원전을 읽고 난 다음에 느끼게 될 성취감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 하랴.

 

일론 머스크나 버락 오바마 같은 세계적 리더들도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데 하루 평균 3시간 44분이나 스마트폰에 소모하는 인난증 시대에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핑계는 최소한 말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휴대폰 대신 그 시간에 책을 읽는 건 어떨까. 물론 책을 읽기 위해서는 독서 근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훈련이 안된 독자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독서모임에 나오는 업자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다. 항상 다음에 읽을 책이, 아니 읽어야 하는 책이 대기 중인데 그런 고민을 할 틈이 없다.

 

마지막으로 피해야 할 책에 대한 에피소드에서는 정말 빵 터져 버렸다. 어느 독재자의 회고록 논란은 말할 것도 없지만, 법학도 출신으로 신문사 영업부장을 하시던 분이 느닷없이 의학저술가로 변신해서 현대 의학의 진료를 거부라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운 따름이다. 최근 이슈가 된 안아키만큼이나 독자에게는 충격적이었다. 나무위키에서 ‘사이비 의학가’가 명명한 저술가가 결국 당뇨병에 의한 결핵이라는 병명으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는 글을 보고는 그저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었다. 이래서 사이비를 판단할 수 있는 독서 근력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평소 마태우스님이 경향신문에 기고하는 칼럼들을 재밌게 읽어서 그런지 마태우스님의 글이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너무 재밌어서 도저히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빨랑 읽고 나서 어제 막 달려 나가서 산 로베르트 제탈러의 신간 <담배 가게 소년>을 읽고 싶어서 더 그랬는 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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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25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서민교수님이 ˝마태우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알라디너 시군요..근데, 얼굴과 매칭이 진짜 안되는 군요..기억은 오래가겠습니다.ㅋㅋ

레삭매냐 2017-10-25 10:44   좋아요 1 | URL
제가 알기로는 서민 교수님이 그전에 마태우스
라는 소설도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강연에 가셔서도 얼굴 이야기로 시작을 하신
다고 하더라구요 ㅋㅋ

싸이러스님께서 자세히 알고 계신 것으로 사료
됩니다.

sprenown 2017-10-25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그렇군요..저도 티비서 본거 같아요.말씀도 재미있게 하시고..

레삭매냐 2017-10-25 14:13   좋아요 1 | URL
기생충업계의 이단아라고나 할까요? ㅋㅋ
새로운 사실들은 흥미로웠고, 알고 있던
부분들은 복기할 수가 있어 좋았습니다.

cyrus 2017-10-25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쓸신잡 2기에 마태우스님이 고정 출연했으면 정말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올 거예요. 음식 먹고 있는데 능청맞게 기생충 이야기하는 마태우스님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ㅎㅎㅎ

레삭매냐 2017-10-25 15:35   좋아요 0 | URL
그 아이디어 좋습니다 !

나PD에게 추천해 주심이 어떨실런지요 :>

단발머리 2017-10-25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째요~~~ 알쓸신잡 2기 이미 1회 녹화 다했어요. 건축가랑 뇌과학자가 새로 들어왔다고...
마태우스님 투입 참...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쩝....
도서정가제에 대한 이야기나 인난증 이야기도 흥미롭네요.
저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레삭매냐님 돈키호테 사두신 판본 어디어디껀지 궁금해요.
전 집에 창비 있는데 열린책들 아니라서 안 된다고 여지껏 안 읽고 있거든요^^

레삭매냐 2017-10-25 16:08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 나피디는 부지런하기도 하여라.

개인적으로 도정제는 출판사하고 서점만 관련
된 법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제외된.

시공사 판본으로 산 건 도대체 어디에 두었는
지 못 찾겠더라구요. 예전에 할인해서 싼 가
격에 샀는데 말이죠.

최근에 창비 버전으로 하나 구입했습니다.
어려서 축약본 본 게 전부여서 말이죠.

정신병자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이야기,
기대해 봅니다.

stella.K 2017-10-25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전 읽기 정밀 힘들죠.
그래도 남는 건 고전이어요.
쉽게 읽힌 책은 쉽게 잊혀지는 법이죠.
막 고통스럽게 읽어야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도대체 폴 비티의 <배반>이 어떻길래...ㅋ

아, 정말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알라딘에도 독서 고수들이 참 많죠.
그에 비하면 저는 정말 반성을 많이 합니다.
이런 사람이 책을 다내고. 공햅니다. 공해...ㅠㅠ

레삭매냐 2017-10-25 17:07   좋아요 1 | URL
너무나 공감하는 바입니다.
즐겁고 재밌긴 한데 그만큼 휘발성도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모든 고전이 다 저하고 맞지는
않지만 말이죠. 자신과 맞는 고전을
찾는 게 미션일 듯 합니다.

폴 비티의 <배반>은 미국 사법 시스템과
인종차별의 역사, 흑인 하위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작가가 구사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패러디를 이해할 수 없다면 무척이나
재미 없는 독서라는 느낌입니다.

그런 점에서 말런 제임스의 책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결국 다 읽지
도 못했네요.
 
담배 가게 소년
로베르트 제탈러 지음, 이기숙 옮김 / 그러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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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작년 이맘 때쯤 아마 로베르트 제탈러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한평생>과 만나게 됐다. 그렇게 인상적일 수가 없었다. 마치 예전 <스토너>를 만났을 때의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한평생>을 읽고 난 뒤의 감동에 힘입어, 읽지도 못한 독일어 원서 대신 영어 번역판을 구입해서 한 두 페이지 읽다 말고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오늘,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로베르트 제탈러의 신간 <담배 가게 소년>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느 서점을 이용하면 가장 빨리 받을 수 있을까 잠시 고민을 해봤다. 요즘 온라인 서점의 당일배송은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돼서, 그럴 바에야 포인트라고 쓰자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북셀프 서비스가 있었지. 마침 집 부근에 새로 생긴 반가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해봤다. 아니 이렇게 기쁠 수가 !!! 두 권 소장 중이었다. 냉큼 달려가서 샀고, 그 자리에서부터 바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이 시작되는 공간적 배경은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구트의 누스도르프라는 마을이다. 유럽의 그 많은 곳 중의 몇 안되는 가본 곳이라 그런진 몰라도 왜 그렇게 친숙하게 느껴지던지. 소금광산에서 바라보던 오스트리아 알프스(라고 믿는) 풍경이 희미한 기억 속에서 소환되었다. , 그 땐 그랬지. 우리의 주인공은 17세 소년 프란츠 후엘이다. 소년은 어머니 후엘 부인의 후원자이자 마을의 유력자였던 알로이스 프라이닝어의 죽음 때문에 안락했던 고향을 떠나 사회주의세력과 나치의 대결장이었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대도시 빈의 어느 담배 가게에 일자리를 얻어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의 초반 전개다.

 

출판사가 제공한 소개글을 바탕으로 추론해 보면, 당대 빈에서 유명세를 타던 세계적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교류하며 첫사라에 눈을 뜨게 된다 뭐 이런 전개가 이어질 모양이다. 과연 유대인 프로이트가 영국으로 망명하기 전, 그리고 안슐루스가 이루어지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것 같은데 1년 남짓한 기간 프란츠 후엘과 프로이트가 어떻게 만나고, 의미있는 시간들을 갖게 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말이 필요 없다. 일단 읽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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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10-25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지는 책이군요. ㅎㅎ

레삭매냐 2017-10-25 14:14   좋아요 0 | URL
강추하는 바입니다.

고향 아터제 호숫가를 떠나 세기의 수도
였던 빈에 둥지를 틀고, 보헤미아 여인을
만나 고뇌하는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소년이 고민을 상담하는 이가 세기의 학자
프로이트라는 점에서 아주 적절한 배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래도 나하고 줄리언 반스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세상에 6월에 읽기 시작한 책을 10월달에야 마무리를 짓게 되다니. 사실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금세 다 읽을 줄 알았건만, 정확하게 나의 오산이었다. 소설 <시대의 소음>은 스탈린 시대, 파란만장한 굴곡의 삶을 살았던 구 소련의 위대한 음악가 드리트미 쇼스타코비치가 1936년, 1948년 그리고 1960년 윤년마다 겪어야 했던 소극처럼 보이는 비극을 그려냈다. 바로 그 점이 내가 이 책에 주목한 이유였는데 악전고투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혹자는 번역 탓을 하기도 하는데, 원서를 접하지 못해 비교할 수가 없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소련이 자랑하는 천재 작곡가 미트 쇼스타코비치는 이미 십대 시절에 자신이 직접 작곡한 교향곡을 발표한 바 있고, 그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위대한 소비에트 작곡가다. 문제는 모든 소련 인민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희대의 독재자 스탈린의 비위를 맞춰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시기를 살았다는 점이다. 한 때 ‘붉은 나폴레옹’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투하쳅스키 원수조차도 스탈린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숙청의 회오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는데, 붉은 나폴레옹과 친분이 있었던 일개 작곡가가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시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게다가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가 ‘붉은 베토벤’이 야심차게 작곡한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에 혹평을 가하자, 숙청의 시기에 곧 자신의 차례가 될 거라고 짐작한 우리의 주인공 미트는 가방을 싸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언제 자신을 찾아올 줄 모르는 비밀경찰을 기다린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1948년, 이번에는 미국을 방문한 미트에게 또다른 차원의 시련이 닥친다. 그것은 바로 나치 독일을 상대로 한 애국전쟁에서 승리한 소련은 사회주의 진영을 대표선수가 되어 자본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에 미트를 문화사절단의 일원으로 파견해서 사회주의 음악의 우월성과 체제 선전에 이용하고자 한다. 우리가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서 보듯이, 정치를 배제한 순수한 예술이 과연 존재할 수 없는가 하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예술이 보여주는 연성적 코드야말로 대중의 호응을 열렬하게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였을까? 자신 스스로도 20세기 최고의 작곡가라고 생각하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를 공식 석상에서 비난해야 하는 미트의 심정을 줄리언 반스는 소설가적 차원에서 뛰어난 심리분석을 통해 제공한다.

 

모든 것이 독재자의 심기경호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시대에 과연 음악이 순수하게 음악으로 대중에게 호소할 수 있었을까? 음악이 어쩌면 시대가 원하지 않는 소음은 아니었을까라는 근원적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예술이 아니라, 독재자가 지시하는 방향에 맞춰 혹은 특정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도구로서 사용되었다는 점으로도 충분히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트 쇼스타코비치의 마지막 시련은 1960년, 독재자가 죽고 나서 흐루시초프 시절에 찾아왔다. 암울한 시절은 이제 모두 지나가 버렸지만, 권력의 주구에 봉사하던 잔존 세력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예술가에게 새로운 시대는 공산당에 가입할 것을 강요하기 시작한다. 사회주의 소비에트를 대표하는 예술가가 공산당원이 아니라는 게 말이 되냐고 덤비는 이들에게 미트는 하는 수 없이 굴복하고 만다. 스탈린 시절에도 꿋꿋하게 당원 가입을 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자존심이 부러지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바로 이 점 때문에, 드미트리 스쇼타코비치가 훗날에도 공산당에 부역한 예술가였다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게 아니었을까.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예술가의 실존적 고뇌를 그렸다는 점에서 줄리언 반스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사상 가장 잔혹한 독재를 휘두른 이오시프 스탈린 시절을 복기해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왜 그렇게 정치권력은 집요하게 예술을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용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피상적 접근보다 보다 실존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그 내면을 파고드는 마치 일종의 르포르타쥬적인 형식이 마음에 들었다.

 

소극처럼 보이는 비극이 소용돌이치던 시기에 살아남은 예술가에 대한 줄리언 반스의 서술은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접근장벽이 의외로 높았던 게 아닐까 싶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사실 냉전 기간 동안 우리에게 금지되었었고, 다른 클래식 작곡가들과는 달리 우리에게 낯설었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마지막에 가서는 마치 못다한 숙제를 하는 것처럼 읽고 나서, 미안한 마음에 인터넷에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에 대해 조사해 보기도 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아는 바가 전혀 없었던 작곡가를 알게 된 흥미로운 독서였다.



[뱀다리] 난 특히 이 문장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


그는 새우 칵테일 소스 속의 새우처럼 명예 속에서 헤엄쳤다(171쪽).


He swam in honours like a shrimp in shrimp-cocktail sauce.


[뱀다리2] 구글 번역기로 돌려 보았습니다.


그는 새우 칵테일 소스로 새우처럼 우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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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23 14: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읽다 만 책이나 읽기 진행이 느린 책을 완독하려면 최소 두세 달 걸리잖아요. ㅎㅎㅎ

레삭매냐 2017-10-23 15:00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
어떤 책들은 아무리 페이지 수가 많아도
며칠이면 거뜬하게 읽어 내는데 말이죠 ~

단발머리 2017-10-23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정리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저는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이후로 줄리언 반스 좋아라 했지만.....
했지만... 이 책은 어려워서 리뷰도 안 쓰고 패쓰했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레삭메냐님 덕분에 잘 읽고 갑니다.^^

레삭매냐 2017-10-23 15:03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뭘 읽었는지 몰라서
얼결에 리뷰를 적은 느낌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할 말은 참
많았었는데, 리뷰로 풀어 내려니
답답하기만 하네요.

무지한 독자의 부끄러운 글쓰기
였습니다.

stella.K 2017-10-23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어려워하는 독자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이 사람은 독자를 위해 쉽게 쓸 마음도 없는 사람은
아닐까 싶어요. 콧대가 워낙 쎄서.
너 아니어도 읽어 줄 사람 많고,
내 책 어려워 못 읽겠다면 뭐라고 하지말고
니 수준을 생각해.
뭐 그러는 것 같습니다.ㅋㅋ

레삭매냐 2017-10-23 15:33   좋아요 1 | URL
만만하게 보고 덤벼 들었다가 큰코
다쳤습니다.

에잇 이런 불친절한 작가 같으니라구.
저처럼 무지한 독자를 위해 쉽게 쉽게
가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ㅋㅋ

sprenown 2017-10-23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하다는 ‘줄리언 반스‘가 쓴 책이군요..리뷰나 댓글을 보니 아무래도 이 책은 저에게 무리일 것 같네요. 이 작자가 쓴 좀 더 쉽고, 감동적인 작품은 뭘까요? 진짜, 마지막 새우관련 문장은 압권이군요! 고추장에 고추를 찍어 먹었다는 뜻인가? ㅋㅋ

레삭매냐 2017-10-23 17:27   좋아요 1 | URL
예의 문장이 자주 등장하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아 먹을 수가 없더라구요.

줄리언 반스, 개인적으로 안 맞는 것 같아요 ㅠㅠ

비로그인 2017-10-24 0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저는 있는 그대로 이해했어요... 새우칵테일 속의 새우, 처량해 보이지 않나요? 넓고 푸른 바다가 아닌 좁디 좁은 붉은 소스 안에 푹 담겨 있는 모습. 권력층에 기대어 살아남은 쇼스타코비치 자신의 처지가 그렇게 느껴졌다는 것으로요. 아, 게다가 마침 새우칵테일 소스가 붉다는 것도 의미심장하게 볼 수도 있겠네요, 쓰다 보니~~

레삭매냐 2017-10-24 10:16   좋아요 0 | URL
원작자의 글보다 아이다호피쉬님의 해석이
더 유려한 것 같습니다.
한 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Falstaff 2018-01-31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앞에서 같은 비유를 하는 문장이 95쪽에 나옵니다. 비행기 기내식 이야기군요.
˝그들은 자기에 담긴 음식과 리넨 천에 싼 묵직한 커트러리를 날라왔다. 새우 칵테일 소스 속에서 헤엄치는, 정치인처럼 살이 찌고 매끈한 엄청나게 큰 새우. 버섯과 감자.....˝
이 문장과 연결해 읽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좋은 글 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

레삭매냐 2018-02-01 09:36   좋아요 0 | URL
아마 제가 대가의 비유 혹은 은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찾아봐야지
싶네요.

미트 쇼스타코비치와 스탈린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도전했는데 기대만
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Falstaff 2018-02-01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스가 대가라기 보다....
흔히 작가들은 독자가 자신이 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몰두, 집중해서 읽어줄 것이라 착각하는 거 같아요. 반스 역시 독자가 95쪽에서 사용한 (2부가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자기 생각엔 기막힌 묘사였던) 문장 또는 묘사를 171쪽에서도 기억하고 있기를 바랐던 것처럼 보입니다.
칵테일 소스 안을 헤엄치는 살찌고 엄청 매끈한 새우처럼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뜻 아닌가 싶네요.
 

 

기대했던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아토믹 블론드>를 봤다. 개봉하기 전부터 고대하던 작품이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좀 그랬다. 아무래도 기대만 못하다고 해야 할까. 우선 28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시절 베를린을 무대로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젠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 냉전 시기 영국 MI6, 소련의 KGB 그리고 미국 CIA 3파 첩보전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아무래도 약점이었던 것 같다.

 

리메이크된 <매드 맥스>에서 퓨리오사라는 여전사로 줏가를 올린 샤를리즈 테론이 이번에는 매력적이면서도 못하는 게 없는 유능한 영국 MI6 소속 스파이 로레인 브로튼으로 등장해서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장신의 여배우가 보여 주는 액션 시퀀스는 이제 하도 영화를 많이 봐서 닳아 버린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 세계 모든 스파이들의 정보가 담긴 시계, 그 다음에는 그 모든 정보들을 암기해 버린 동독 슈타지 출신 스파이글래스를 호위해서 안전한 서방세계로 넘기겠다는 로레인의 야심찬 계획은 이중스파이 역할을 맡은 배우 덕분에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도대체 누가 누굴 믿어야 하는지 모르는 아사리판 같은 베를린 첩보세계에 대한 짤막한 정보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압도적이고 역사적 사건 앞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가 없다. HBO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신출내기 배우로 출연했던 제임스 맥어보이는 이중스파이 데이빗 퍼시벌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준다. 하지만, 샤를리즈 테론 원탑에 사이드킥을 하다 보니 비중이 떨어지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샤를리즈 테론은 베를린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그녀의 정체를 이미 파악한 KGB 브레모비치 휘하 스파이들의 집중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미 소련에서는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요즘 같이 않게 몸에 마이크를 장치하고 비밀을 상대방보다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에서는 역시 과거로 돌아가는 무리수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영화가 느슨해지려는 순간마다, 샤를리즈 테론의 시원시원한 액션 씬들이 무시로 등장한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대로 스파이글래스를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져 가며 자신을 쫓는 스파이들과 계단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최고였다.

 

영화는 그렇게 격투로 만신창이가 된 로레인 브로튼이 CIA 참관 하에, MI6지부로 와서 베를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보고를 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존 굿맨이 CIA 연락관으로 등장한다. 영국 정보 담당관은 예전에 드라마 셜록에서도 등장했던 분인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모든 작전을 총지휘한 C라는 양반은 거울 뒤에 앉아서 자신의 눈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정황을 치밀하게 듣고 있다. 뭐 그렇게 가는 거겠지.

 

<킹스맨> 1편에서 냉혹한 킬러로 등장했던 소피아 부텔라가 프랑스 정보요원 델핀 라살 역을 맡아 이중스파이의 정체를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동시에 샤를리즈 테론의 동성 애인으로 고혹적인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영화 <아토믹 블론드>의 결말에 준비된 반전에 반전은, 아무래도 오래 전 영화 <노 웨이 아웃>에서 케빈 코스트너가 보여준 숨막히는 긴장과 반전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반전은 나름대로 신선했지만, 이미 샤를리즈 테론의 액션 장면을 숱하게 경험하다보니 마지막에 준비된 앙뜨레에서 이미 배가 불러 제 맛을 몰랐다고 해야 할까. 혹시 시퀄이 나오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듯 싶다.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그랬을까? 이야기 구조가 어느 순간, 뚝뚝 끊긴다는 느낌도 들었다. 샤를리즈 테론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탓일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맥이 빠졌다.

 

영화에서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악으로, 뉴오더의 <블루 먼데이> 리메이크 버전(by Health), 퀸과 데이빗 보위의 <언더 프레셔> 그리고 조지 마이클의 <파더 피겨>, 클래시의 <런던 콜링> 같이 한 시절을 풍미했던 음악들이 등장한다. 잘 나가던 뮤지션들이 이제는 모두 고인이 되어 버렸으니 지난 28년이란 시간이 더더욱 실감이 났다. 그 시절에는 이런 뉴웨이브 사운드가 대세였구나. 여담으로 <언더 프레셔>의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서주를 들으면서 난 바닐라 아이스의 <아이스, 아이스 베이비>를 생각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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