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HULU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던 마거릿 애트우드 여사의 원작 <시녀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미드 시즌 1이 끝났다. 시원섭섭하다고 해야 할까. 이제부터 원작소설의 이야기들은 끝이 나고, 앞으로 시즌 2에서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즌2는 언제 당장 방영이 되는지 궁금하다. 버라이어티 온라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HULU의 어떤 시리즈보다도 많은 최다 시청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시즌 2는 2018년에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좀 더 제작을 앞당겨서 빨리 방송해 주시길 바랄 뿐.

열 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역시 마지막 편이라 그런지 긴장감이 거의 최고조에 달했다는 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세레나 조이(소설에서 묘사된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이지적이며 젊고 악독하게 그려진다)는 남편 커맨더 프레드가 오프레드를 데리고 밤나들이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의상에 오프레드의 메이크업이 묻어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 오프레드를 찾아가 이마가 찢어져 피를 흘릴 정도로 강력한 싸다구를 날린다. 그리고 암시장에서 구한 임신 테스터 기로 오프레드의 임신여부를 확인하는 세레나 조이. 기적이 일어났도다. 거의 동시에 커맨더 프레드를 찾아가 밤나들이에 대한 추궁을 하고, 오프레드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새로운 생명이야말로 기적이라며 기뻐하는 커맨더 프레드에게 그녀는 잔인하게도 남편의 아이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편, 지저벨을 탈출한 모이라는 천신만고 끝에 미국 캐나다 국경을 넘어 온타리오에 도착한다. 난민캠프에 도착한 그녀는 비로소 재생산을 위한 “국가적 자원”이 아니라 인간적인 배우를 받게 된다. 어느 친절한 난민 센터 직원의 도움으로 재활을 위한 기초 자금과 셀룰라폰, 옷가지 일체 그리고 간단한 생활방식 등을 소개 받는다. 신정국가 길리어드에 적응해야만 했던 자유주의자 모이라에게 캐나다는 신세계였다. 어쩌면 이런 설정은 트럼프가 통치하는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진보적 방송의 냉소적 비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레나 조이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닉과 그녀의 관계를 눈치챈 듯 다른 차량으로 오프레드를 어딘가로 데려간다. 그곳은 바로 오프레드를 그녀가 그렇게 애타게 찾던 딸 해나가는 사는 곳이었다. 오프레드를 차에 가두고, 해나의 모습을 보여준 세레나 조이는 자신의 아이가 안전하면 해나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오프레드의 아이가 자신이나 커맨더 프레드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의 위선적인 태도에 정말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격분한 오프레드는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세레나 조이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욕들로 대응하고 저주한다. 이어지는 커맨더 퍼트냄에 대한 재판에서 커맨더 프레드는 용서해주자는 소수의견을 제시하지만, 퍼트냄의 아내는 남편에게 최고형을 가해 달라는 청원을 했다는 소식에 커맨더 프레드는 경악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왼손 손목 절단형은 정말 디테일했다. 물론 끔찍하기도 했고.

오프레드는 디 아이(The Eye)인 것으로 추정되는 닉을 찾아가지만 그는 부재 중이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커맨더 프레드에게 자신이 임신한 아이가 그의 아이라고 거짓말한다. 오프레드가 몰래 건네받은 패키지는 자신의 경우처럼 강제로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고 폭행당하고 짐승 같은 취급을 받은 동료 시녀들의 이야기가 담긴 편지묶음이었다. 그것들을 밤새도록 읽으면서 오프레드는 일종의 위안감을 느낀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길리어드에서 가장 끔찍한 범죄인 아이들을 해치는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처벌하는 석살형(stoning)이 벌어지는 장면이다. 세상에 구약의 율법에나 등장하는 처벌을 시녀들에게 시행하라니 놀랍기 짝이 없다. 세 명의 수호자들이 나타나서 돌을 실은 카트를 부린다. 그녀들에게 묵직한 돌을 하나씩 들라고 명령한 리디아 아주머니는 오늘의 형벌을 받을 사람을 끌어 오라고 명령한다. 주인공은 바로 오프다니엘, 아니 전편에서 자신의 딸(샬럿)을 데리고 다리 위에 올라가 인질극을 벌였던 재닌이었다. 거의 정신줄을 놓고 횡설수설하는 재닌을 둘러싼 시녀들에게 리디아 아주머니는 처형을 명령한다. 처음으로 명령을 거부한 시녀는 수호자에게 가격당해 피를 뿌리며 땅바닥에 넘어진다. 하지만 오프레드를 필두로 다른 모든 시녀들은 재닌의 처형을 거부한다. 길리어드에서 명령에 대한 거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면서도 그녀들은 인간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해산명령을 받고 무리를 지어 보무도 당당하게 자신들의 집으로 귀가한다.

장면은 다시 전환되어 캐나다의 안전한 난민캠프에 수용된 모이라가 오프레드의 남편 루크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리스트에 기입해 두었던 모이라의 탈출 소식을 알게 된 루크가 한달음에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의지할 데 없는 모이라는 자신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루크의 말에 뜨거운 포옹으로 대답한다.
물론 이런 시녀들의 집단 불복종에 길리어드가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검은밴이 오프레드를 잡아가기 위해 출동하고, 소리 없이 등장한 닉은 오프레드에게 자신을 믿고 그냥 그녀를 잡으러 온 수호자들을 따라가라고 말한다. 오프레드는 엄동설한에 제대로 된 복장도 갖추지 못한 채, 두 명의 수호자들을 따라 자신의 운명에 어떤 일이 닥칠 지도 모른 채 검은색 밴에 올라탄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인터넷에 떠도는 <시녀 이야기> 시즌 2에 대한 잡다한 정보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오프레드는 여전히 시즌 2에서도 자신의 빛나는 역할을 이어 나갈 것이다. 모이라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원작자 마거릿 애트우드가 속편을 쓰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직 소설을 다 읽은 게 아니어서 과연 맨 마지막 부분에 정상화된 길리어드에서 과거를 연구하던 이들이 던진 10가지 질문인가(아직 못 읽어봐서 확실하진 않다) 대해서 어떤 식의 대답이 나올진 모르겠지만 얼마나 흥미로울 지 모르겠다.
페어 더너웨이가 세레나 조이(배역으로는 적당하다는 느낌이다)로 나오는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해서 어떨진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볼 때, 아마 영화 버전보다 이번 드라마가 완성도나 스토리 전개의 짜임새에 있어서 훨씬 더 감각적이고 재밌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작에서 다루는 페미니즘 혹은 젠더 이슈를 비롯해서, 전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소수의 포퓰리즘이 정치를 지배하게 되는 디스토피아적 발상 등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녀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메시지의 진폭은 상상 이상이다. 가임기의 여성들을 치욕적인 재교육 과정을 거쳐 인간이 아닌 “국가적 자원”으로 간주하는 신정국가 길리어드 전체주의의 실체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채 10년이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렇게 완벽하게 국가를 바꿀 수가 있을까.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1930년대 합법적인 방식으로 국가권력을 획득한 독일의 국가사회주의자들이 어떤 국가를 만들어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집단지도체제로 길리어드를 지배하는 10명의 커맨더들 역시 일체의 자유주의를 배격하고, 신의 뜻(정말 자의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이라는 특정한 계급이 사회적 존재로서 누릴 수 있는 일체의 자유와 재산을 배제시키고 “국가적 자원”이라는 미명 아래 미래세대의 재생산에 투입시키지 않았던가. 그들은 타인에게는 엄격한 종교적 규칙들을 강요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지저벨이라는 환락의 공간을 만들어 억눌린 욕망을 해소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리바이어던들의 모습에 대한 비판이야말로 소설에서 마거릿 애트우드 여사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주인공 오프레드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모스는 이번 칸느 영화제에서 스웨덴 영화 <스퀘어>에도 출연했다고 하는데, 사실 잘 모르는 배우였는데 이번 기회에 인생작을 만났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길리어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순종적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사랑하는 딸 해나를 봤을 때 그 절규하는 장면는 정말 최고였다. 커맨더 프레드를 기만하기 위해 그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거짓말하는 장면은 또 어떤가. 최소한 자신이 임신한 동안만은 세레나 조이가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아는 영민함으로 신에게 워터포드 가정에 아이를 내려 달라고 기도했겠느냐고 세레나 조이에게 되묻는 장면은 또 어떤가. 그 외에도 커맨더 프레드 역의 조셉 파인즈(셰익스피어 전문배우라고 했던가), 우아하면서도 냉혹한 이미지의 딱 어울리는 세레나 조이 역의 이본느 스트라호브스키 등의 열연은 어쩔 수 없이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역시나 우울하고 잿빛 이미지의 길리어드에서의 삶을 정확하게 타격하고 있는 배경음악도 칭찬하고 싶다.
올해 지금까지 만난 최고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