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고 초라한 베란다 정원을 사진에 담아 봤다.

통일성도 없고 그야말로 어중이 떠중이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여전히 나의 해바라기들은 지난 겨울의 혹한을 뚫고서 비실비실 그렇게 잘 자라나고 있는 중이다.

 

씨앗을 받은지 오래되서 그런진 몰라도, 절반 정도는 싹을 틔우지 않는 것 같다.

기회가 있을 때 더 받았어야 했는데...

지난 해에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이목동에 해바라기 씨앗을 더 받으러 갔었는데 그해에는 해바라기가 보이지 않았다.

 

한 녀석을 발견하고 좋아라하며 씨앗을 받으러 가려고 했는데 주차 때문에 결국 못 받았다. 활동의 제약이 너무 심하다.



이제 네그리타의 황홀한 시간들을 끝물이다.

구근 다섯 개를 나누어 심었더니, 순차적으로 피면서 나의 작고 초라한 정원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었지. 나에게는 올해 네그리타 녀석들이 봄의 전령이었던 셈이다. 고마워.



작년 10월에 여주에 은퇴해서 사는 대학 동창네 집에 갔다가 받아온 채송화 씨앗도 심었다. 이 녀석들도 겨울을 나고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건 뭐 어딜 갈 적마다 씨앗들을 받아 오니, 아예 작은 씨앗통 같은 걸 들고 다녀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나는 채송화라고 생각하는데 꽃 이름이 다를 수 있다는 건 안 비밀.

화분이 좀 작은가 싶기도 하다.



작은 화분에 있던 식물(? 이름을 모른다)에 물을 주다가 그만 꺾여서 대충 화분에 넣어 두었는데 다시 뿌리를 내린 모양이다. 말라 죽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식물의 대단하다.

 

작년 가을 광명동굴에 다녀 오면서 주운 도토리 하나를 화분에 심었는데 이 녀석도 싹을 틔운 모양이다. 그것 참 신기하구나. 이제 하다하다 도토리까지 심는구나 그래. 아주 가느다란 싹이 올라오고 있는데 잡초인지 도토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잡초라면 가차 없이 가위로 김을 매고 있는데 말이지. 특히 클로버 녀석들은 내 작고 초라한 정원의 적이다.



이번엔 아보카도다. 오래 전에 아보카도를 먹고서, 씨앗을 수경재배하면 좋다는 글을 보고서 시도했는데 이쑤시개를 이용해서 수경재배한 녀석들은 모두 말라 죽었다. 진짜 몇 개월이 걸린다 했는데... 나의 보살핌이 부족했겠지.

 

그런데... 두둥, 드디어 화분에 심어 놓은 녀석이 두터운 껍질을 깨고 싹을 내밀었다네. 놀랍군 놀라워.

 

덩그러니 아보카도 녀석만 있는데 좀 그래서, 인근에 나가서 이끼를 좀 캐다가 심었더니만 세상에 잡초들 천국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가위로 잡초들을 가차 없이 발라냈다.

 

어제 후안 리드 선생의 <반란의 멕시코>를 한 달 걸려서 다 읽었다. 사실 작정하고 있으면 일주일이면 끝냈을 책인데, 이 책 저 책 읽다 보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리뷰는 내일 써야지.

 

어제는 도서관에 희망도서가 도착해서 받으러 갔다 왔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흰 옷 입은 여인> 그리고 에르난 디아스의 <트러스트>. 보뱅의 책은 바로 읽기 시작했다. 여성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에 대한 글인가. 그렇다면 그 작가의 시도 좀 읽어봐야 하나 어쩌나. 오늘 도서관에 다시 가니 디킨슨의 시집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


 

어제 연안부두 <인천항구>란 횟집에서 먹은 60첩반상이다.

단가는 좀 쎘지만, 음식들이 끝없이 나와서 아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비슷한 가게들이 즐비했다.

유독 우리가 간 집만 사람들이 바글바글.


 

밥 먹고 나서 찾은 월미도.

날이 쌀쌀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많았다.

 

디스코팡팡도 여전했고.

디제이 아재의 입담만 듣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아재의 장난질에도 꿋꿋하게 철봉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도 재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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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3-03-19 14: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보카도는 다들 한번씩 심어보나 봐요ㅋㅋㅋㅋ저도 제 주변 사람들도 아보카도 먹고 씨를 다 심어본적 있거든요ㅋㅋ 전 아보카도 무릎높이까지 기르다가 밖에 내놓고 잊어버려서ㅋㅋㅋ다 죽였어요😂

레삭매냐 2023-03-19 15:35   좋아요 1 | URL
오호라, 아보카도가 그렇군요.

입사귀가 멋지다고 해서 저도
혹하는 마음에 하나는 심고,
다른 세 개는 수경재배한답시
고 하다가 다 말려 죽였네요.
그냥 심을 것을.

후보로 로즈마리와 방울토마토
가 있는데 곧 도전해 보려고
화분도 하나 수배해 두었답니다.

페넬로페 2023-03-19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라색 네그리타 우아하게 예쁘네요.
식물 키우기도 쉽지 않아 저는 전혀 키우지 않지만 기회된다면 동물은 좀 부담스러워 식집사가 되고 싶은 로망이 있어요.

도서관 희망도서를 신청하고도 안 읽는게 많아 당분간 신청 자제하기로 했어요^^

레삭매냐 2023-03-19 19:00   좋아요 1 | URL
아니 저 말씀하시는 줄 알고
식겁했지 뭡니까 그래 ㅠㅠ

저도 희망도서 신청하고 아예
빌리지도 않았더라는. 가서
보고 쓰담쓰담하고는 사알짝
내려 놓는 시츄 -

식물이 동물보다는 손이 좀
덜 가지 않나 싶습니다. 심리
적 부담도 덜한 것 같구요.

저의 봄을 즐겁게 해준 보라
돌이들이었답니다.

coolcat329 2023-03-19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도 좋지만 전 저 60첩 반상이 너무 부럽네요. ㅋㅋ
매냐님은 전원주택 생활을 하시면 좋으실 거 같은데 근처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없어서 안되겠죠? 😅

레삭매냐 2023-03-19 19:02   좋아요 0 | URL
아 그렇네요. 램프의 요정
서점이 근처에 없으면 불안
장애를 겪을 지도요 ㅋㅋㅋ

전 똥손이라 아무래도 전원
주택은 안되지 않을까 싶습
니다. 무언가 고장 나면 죄다
불러서 수리를 켁

60첩반상은 무언가가 계속해
서 나와서 언능 먹고 치우고
의 무한반복이었답니다. 먹느
라 다른 사진은 아예 찍지도
못했네요 키힝

자목련 2023-03-20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화무쌍할 매냐 님의 작은 정원 기대합니다.
네그리타의 자리를 누가 차지할까 궁금하고요!

레삭매냐 2023-03-21 09:44   좋아요 0 | URL
네그리타 만큼 화려함은
이제 기대난망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뭘 심을까 고민 중이랍니다.

자목련 2023-03-21 15:41   좋아요 1 | URL
살짝 추천하자면 저는 키우지 못하지만
몹시 애정하는 동백이나, 치자를 들이시는 건 어떨까요?

레삭매냐 2023-03-21 18:56   좋아요 0 | URL
아놔, 떡밥을 던져 주시다니요.

동백나무보다는 치자나무가
땡기네요. 동백나무는 치자나
무보다 비싸서요 ㅋㅋㅋ
 


지난 주에 강화도로 회사에서 워크샵을 다녀왔다.

그전에 다음달 이전 예정인 송도 사무실을 방문했다.

뷰는 끝장이구만. 단 집에서 멀어지게 되었다는. 그리고 그동안 20분 거리를 버스 타고 다녔지만 이젠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운전을 하게 생겼다.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다른 조건은 좀 갠춘해 지나. 일단 송도에도 걸어갈만한 거리에 알라딘 중고매장이 있어 다행이다. 책도 팔고 사고 해야지.



점심 먹고 나서는 집라인과 고카트를 타러 갔다.

한 열댓명이 타러 갔는데, 다 해서 비용이 90만원 정도 들었나 보다.

점심으로는 갯배생선인가 뭔가를 먹었는데, 입맛만 버렸다.

 

차라리 소머리국밥이나 꽃게탕을 먹으러 갈 것이지 에잉 그지 같애라.

생선구이가 일인당 16,000원이었는데 아까뷔이.

같이 간 동료는 소대가리 키스를 보고는 좀 살벌하다 했다.

난 기괴하다고 생각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 친구는 무당벌레다.

평소 같으면 무당벌레에 올라타보고 싶었겠지만...

다 옛날 얘기다. 옛날에 사진 찍을 적에는 좋은 컷을 위해서 순간의 쪽팔림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다 귀찮다.



액티비티 하러 가는 길에 만난 카페 벽화다.

이런 아기자기해 보이는 것들이 많은 걸 보면 아해들도 많이 찾는가 보다.

우리 팀 앞에 한 가족 세 명이 결제를 했는데 16만원을 내더라. 가격이 착하진 않다.

  


팀원들이 다 도착하지 않아서 일단 카페에 들러서 커피 한 잔씩 마시기로 했다.

내부가 길쭉하게 되어 있는데 사람도 없고 아주 조용하니 마음에 들었다.

 

날이 너무 좋아서 밖으로 나갔다.



카페 내부의 디피도 갠춘했다.

카페 오디오에도 상당히 많은 비용을 투자한 것 같다.

아니 그리고 보니 처남이 이달에 천안에 카페 오픈한다고 해서 다음 주에는 거기에도 가봐야 하는데... 그전에 중고 카메라라도 하나 땡겨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들어가기 전에 카페 이름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다 귀찮다. 예전에는 사진 하나하나 찍을 때마다 크로니컬하게 촬영을 했었는데 -

이젠 뭐 필카 시절도 아니니, 사진 찍는데 하나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냥 마구 찰칼찰칵 셔터를 눌러댄다.

 

그러니까 막 찍고 나서 그 중에서 하나 골라내는 시스템으로 간다.

예전에는 필름이 아주 비쌌기 때문에 한 컷을 촬영할 때도 사냥꾼의 심정으로 아주 신중하게 촬영했었지. 그땐 그랬지.

 

그리고 현상-인화할 때의 그 설레임이란 정말...

어떤 사진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촬영에서 현상 그리고 인화까지가 하나의 총체적 과정이었지. 지금은, 찍고 나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설레임이 사라져 버렸다.



카페 바리스타분이 한 분이셔서 우리 주문받으시느라 쩔쩔 매셨다.

기다리는 동안 밖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랬다.

카페의 외부 벽면에 요런 조각(?)들이 있어서 또 이건 못 참지.

 

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소프트 아이스크림인데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참을성 없는 나는 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을까나. 나중에 액티비티 하고 나서도 또 음료수를 마셨는데 그 땐 자몽에이드를 마셨다네.



무려 4,000원 짜리 아이스크림이라네.

가격은 사악했다.

 

난 어제 저녁 먹고 나서 토스 만보기 40원 벌겠다고 천보를 걸었고, 비루 한 캔을 사기 위해 동네 편의점, 슈퍼를 제치고 결국 홈플러스까지 가서 150원을 아꼈다. 그게 아낀 건진 모르겠지만. 어제 5천보 걸어서 아보카도 하나의 열량을 태웠다나 어쨌다나.



원래 이번 워크샵은 삼척 쏠비치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게도 먹기로.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멀다고 불평불만 그리고 투정을 부려서 강화도로 꺾였다.

 

아이고 내 팔자야. 쏠비치, 너무 좋은데. 내돈 내고 가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그러니 이번에 가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못가게 되니 더 가고 싶어지네 그래. 평생 쏠비치에 다시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건 워크샵 다녀와서 가족들이랑 일월저수지 쪽으로 밥 먹으러 갔다가 만난 곳이다.

이런 데서 사진 찍으면 제대로인데, 꼬맹이의 거부로 결국 촬영 실패.

 

아쉬워서 기록으로 남녀 두었다.



그리고 또 그 부근에서 만난 카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 다시 보니 아인슈페너를 파네. 아인슈페너 마시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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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3-03-17 14:29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미처 몰랐습니다.

송도에서 치열한 책 경쟁 기대
해 보겠습니다 :>

2023-03-17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3-17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이사 가는 곳에서도 알라딘 중고책방부터 찾는 ㅋㅋㅋㅋㅋ
그러나 여기 서재분들은 다들 그럼그럼 공감하겠죠.

레삭매냐 2023-03-17 14:30   좋아요 1 | URL
알라딘 중고책방은 물론이고,
심지어 교보문고도 근처에 있
더라구요.

집에서 출퇴근 거리는 멀어지
지만, 다른 여건은 좀 나아지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 삶에서 책이 가장 중요하
다고 선언하고 싶습니다.

stella.K 2023-03-17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좋으셨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첫 웤샵 아니십니까?
저도 오래 전에 송도 드라이브한 적 있었는데
완전 딴세상이더라구요.
쭝국 상하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던데...ㅋㅋ
그럼 서울에서 송도 출퇴근 하시는 건가요?

레삭매냐 2023-03-17 16:19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
고저 일 안하고 순전히
놀고 먹는 건 언제나
대환영인지라 ㅋㅋ

저의 서식지는 서울은
아이고, 의왕 옆의 촌이
랍니다. 이제 그짝으로
출퇴근하게 되었네요 ㅠㅠ

stella.K 2023-03-17 16:22   좋아요 1 | URL
아, 의왕이었죠? 어머, 실수! ㅋ
의왕에서 송도까지 괜찮은가요?
서울 보다 가까운가요?

레삭매냐 2023-03-17 16:42   좋아요 2 | URL
아마 서울 진입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ㅋㅋ

거리는 왕복 62KM네요.

페넬로페 2023-03-17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송도로 이사가시면 드라마에 나오는 실장님 방같은 뷰에서 일할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 ㅎㅎ
좋으시겠어요~~
강화도 다녀온지도 꽤 오래 되었어요.
조만간 한 번 가고 싶네요^^

레삭매냐 2023-03-17 16:43   좋아요 2 | URL
너무 높아서 아찔하지 않을까 싶네요.
자그마치 27층이라고 하더라구요 ㅠ

저희는 외포항 근처에 갔었는데 석모
도에도 가볼 걸 그랬습니다...
 
그때 프랑스는 그랬다
파비앙 뉘리 지음, 실뱅 발레 그림,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에디시옹 장물랭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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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내내 미래로 향하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에 만난 파비앙 뉘리의 <그때 프랑스는 그랬다>를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이었다.

 

그래픽 노블은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한 시절, 나치부역자였던 조제프 조아노비치(1905-1965)라는 문제적 인간에 대한 보고서다. 1905년 당시 러시아령이었던 루마니아의 키시너우에서 출생한 조아노비치는 당시 러시아를 휩쓸던 있던 포그롬에 의해 양친을 잃고 고아가 되었다. 그리고 같은 처지의 에바와 만나 결혼식을 올린다. 조아노비치 부부의 다음 무대는 프랑스였다.

 

1920년대 세계대전이 끝난 뒤의 프랑스는 유대인들의 피난지였던 모양이다. 에바의 삼촌네 고물상에서 일하게 되는 금속노동자 출신의 조제프 조아노비치는 특출난 사업수완과 횡령을 바탕으로 해서 결국 삼촌의 고물상을 인수하게 된다. 드디어 문맹자인 조아노비치가 사업가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조아노비치의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비서인 뤼시 슈미트와 사업 파트너를 넘어선 내연 관계를 맺게 된다. 이는 훗날 부인과 두 딸들과 파국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조아노비치에게 그야말로 떼돈을 벌게 해준 계기가 발생하게 되는데, 프랑스는 동방에서 베르사유 조약을 헌신짝 걷어차듯 내팽개친 나치 독일의 위협에 맞써 마지노선을 건설할 계획을 세운다. 이에 막대한 금속 물자가 필요하게 되면서 조아노비치는 그야말로 돈방석에 올라서게 된다.

 

철저한 사업가였던 조아노비치는 돈 앞에서는 조국도 없었다. 나치 출신의 정보요원이자 사업가였던 코드명 오토와 접촉하면서 훗날 독일 점령시기에 다시 한 번 막대한 재물을 끌어 모으게 될 계기도 마련하게 된다.

 

그래픽노블은 현재와 대과거 그리고 과거를 부지런히 넘나들면서 현재 레지스탕스 훈장까지 받은 조제프 조아노비치의 불안한 삶의 그림자를 들춰낸다. 그는 부인할 수 없는 나치 부역자였다.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했을 당시, 그는 유대인임에도 국외로 탈출하는 대신 프랑스에 남아 독일군과 계속해서 거래를 유지했다. 한창 전쟁물자가 필요하던 독일군에게 국적을 가리지 않는 사업가 조아노비치야말로 가장 유용한 파트너였다.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아내 에바와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업을 핑계로 뤼시 슈미트와 아예 살림을 내고 가족을 찾는 횟수는 반대급부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말로는 가족을 위한다고 하지만, 자본가의 변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작자는 독일이 유럽을 모두 점령할 것처럼 보이던 시기에 이미 나치의 몰락을 예견하고 이번에는 나치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지원에 나선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박쥐같은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유대인을 검거하기 위한 신체검사도 통과하고, 심지어 게슈타포 증명서까지 발급받아 종횡무진 이중첩자로 활동한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사용해서, 유대인들을 구하기도 하고 가짜 증명서를 발급받아 레지스탕스 활동도 지원한다. 게슈타포에게 체포당해 처형 위기에 처한 레지스탕스와 경찰들을 구하기도 한다. 이는 나중에 그가 레지스탕스로 인정 받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결국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하고 곧 이어 파리가 해방되면서 나치부역자에 대한 응징과 처벌이 뒤따랐다. 그는 공식적으로 프랑스 정부에 의해 레지스탕스 활동을 인정받아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의 어두운 면이 모두 가려질 수는 없었다. 결국 그를 처벌해야 한다며 끈질긴 추격을 벌인 인사들 덕분(?)에 그는 체포되어 재산몰수형과 5년 징역형을 살게 된다. 노련한 기회주의자답게 수형생활을 하는 동안 조아노비치는 글을 배웠던가.

 

자유의 몸이 된 뒤, 다시 한 번 사업의 재기를 노렸지만 그의 말년은 전성기와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했다. 유대인이었기에 이스라엘로 망명을 시도하지만 그조차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입국 당시 조아노비치는 가짜 여권을 사용했는데, 이를 알게 된 이스라엘 당국은 그의 체류 자격을 연장해 주지 않았고 결국 프랑스로 추방되었다. 결국 레지스탕스 영웅과 민족반역자 사이를 오가던 조제프 조아노비치는 가난하게 살다가 1965년 클리시에서 사망했다.

 

내 관점을 볼 때, 문제적 인간 조제프 조아노비치는 철저한 기회주의자였다. 자신에게 돈벌이를 할 기회가 왔을 때,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래에 나섰다. 결국 전후 재판에서 그의 발목을 잡은 건 그의 영웅적레지스탕스 활동에도 불구하고 나치 독일에 경제적 협력을 했다는 지울 수 없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위험한 레지스탕스 활동에 투자한 건, 반은 성공했고 절반은 실패한 셈이다. 아니 그나마 정의를 추구하고자 했던 프랑스의 양심적인 인사들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나치부역자 가운데 이제 거의 생존한 사람이 없겠지만, 여전히 역사 바로 세우기에 진심인 프랑스에서 부역자들이 처벌받게 되었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생존자들이 강제징용을 당했다고 증언을 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어느 나라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2007년 잘츠부르크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일본 사람이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를 시작으로 해서 평화여행을 한다는 말을 듣고 기함했던 기억이 난다. 자신들이 가해자(심지어 전쟁도 먼저 시작했다)면서 전쟁 막판에 원폭 맞았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모습에 할 말이 없었다. 평화 타령하기에 앞서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 그리고 식민지배에 대해 통렬한 사과와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의 부재 탓으로 돌려야 할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 어찌나 와 닿았는지 모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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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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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이언 매큐언이 6번째로 발표한 소설이다. 그 다음에 나온 <암스테르담><속죄>로 매큐언은 정상급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지금까지도 매큐언 작가는 계속해서 집필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전성기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예전에 <이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가 이번에 <견딜 수 없는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돌아왔다.

 

소설 <견딜 수 없는 사랑>에서 다루는 사건의 발단은 헬륨 기구 풍선을 타고 날아가던 소년을 구하기 위해 풍선에 5명의 매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47세의 주인공 조 로즈는 과학 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로 키츠 전문가인 애인 클래리사 멜런과 피크닉을 즐기던 중이었다. 5명의 힘으로 헬륨 기구 풍선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차례로 손을 놓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그 중의 한 명인 존 로건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다가 추락사했다는 점이다.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주인공 조는 훗날 현장에서 만난 제드 패리라는 남자가 자신의 삶을 얼마큼 망가뜨리게 될지 몰랐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언 매큐언 작가가 구사하는 특기 중의 하나가 등장한다. 소설 초반부에 아주 강력한 사건으로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어 나가듯이 주인공들 삶의 이모저모를 하나씩 소개하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부친을 잃고 사회부적응자로서의 삶을 영위하던 청년 제드 패리는 역사 학도로 영어 교사로 살던 중, 막대한 유산 상속을 받으면서 소위 도끼병으로 알려진 드 클레랑보 신드롬의 발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사건 현장에서 처음으로 만난 조 로즈와 단박에 사랑에 빠지게 된 패리의 조에 대한 본격적인 스토킹이 막을 올린다.

 

당연한 수순으로 클래리사와의 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도끼병 환자 제드 패리는 조의 주변에서 신경을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만 절대 공권력의 개입을 불러올 만한 도를 넘어선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편지 및 전화 공세, 조가 친 아파트 커튼이 자신에게 보내는 어떤 메시지를 담은 신호라고 착각한 남자의 편집증에 조의 신경은 폭발하기 직전이다. 이언 매큐언 작가는 드 클레랑보 환자의 개입으로 파괴되어 가는 조와 클래리사의 관계에도 소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패리가 조의 삶에 깊숙하게 개입하면 할수록, 조와 클래리사의 관계도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초반의 지루한 전개에 비해 패리가 본격적인 액션을 개시하면서 소설의 재미는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 패리의 스토킹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클래리사의 반응을 조는 이해하지 못한다. 사건 당일 날, 조에게 걸려온 전화에 대해 클래리사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함께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봤더라면 둘의 파국을 막을 수 있었을까. 막무가내로 조의 삶에 개입하는 패리의 행동을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아마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무신론자 조가 예전에 발표한 모든 글들을 섭렵하면서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추려내는 광적인 행동 그리고 자신이 믿는 하나님에게 그를 인도하겠다는(나중에는 어처구니 없는 방식을 동원하게 되지만) 제드 패리의 맹목적 신념은 공포 그 자체였다.

 

문학적 대가의 경지에 오른 이언 매큐언 작가는 기본 삼각구도라는 갈등에, 한 가지 더 기가 막힌 요소를 첨가한다. 바로 기구 사건으로 추락사한 존 로건이 당시 현장에서 내연녀와 외도 중이었다는 미망인 진 로건의 추론이다. 사고 후, 자신에게 양도된 고인의 차량에는 여자 스카프와 피크닉에 먹을 샌드위치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의사 존 로건이 위험에 처한 소년을 구하겠다는 단순한 박애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내연녀에게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려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는 추정은 확실히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설정이었다. 그렇지 드라마가 되려면 이 정도는 써야겠지 싶었다. 물론 결론에서는 처음의 추정과는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패리의 보이지 않는 스토킹에 진절머리가 난 조는 경찰서를 찾아가 민원도 넣고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보지만 모욕이나 직접적인 협박에 대한 물증이 없는 이상 스토커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온다. 사랑의 주도권을 쥔 조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제드 패리는 살인청부업자를 동원해서 조를 정말 하나님에게 인도하려는 무리수를 둔다. , 이쯤이면 막 가자는 거지요. 클래리사의 생일을 맞아 대부 조슬린 교수님을 모신 자리는 괴한들의 총격으로 엉망이 되어 버린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조는 히피 박애주의자 마약거래상 조니 B. 웰에게 은밀하게 부탁해서 총기를 마련하는 계획을 세운다. 그들이 총기를 사러 간 곳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전혀 예상못했던 상황이라 너무 재밌었다)을 뒤로 하고, 드디어 직접 행동에 나선 패리의 인질이 된 클래리사를 구하기 위해 조는 차를 돌려 런던으로 돌아온다.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에 비해 훨씬 더 재밌어지고, 제드 패리의 광기가 빛을 발할수록 소설은 긴장감을 더해간다. 소설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주로 조 로즈의 시선에서 전개가 되지만, 제드 패리의 감정을 담뿍 담은 그의 편지, 클래리사의 결별 편지 등의 다채로운 방식으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이 걸작 역시 당연히 영화로도 이미 제작되었다. 주인공 조 로즈 역은 007 대니얼 크레익이 맡았는데, 원래 소설 속 주인공의 나이 보다 열 살이나 어린 배우가 맡다니, 좀 그랬다. 멋지면서도 지적인 역할 그리고 나중에 자신과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기 위해 총까지 들어야 하는 역할 변신까지 그가 어떻게 해냈을지 궁금하다. 시간 여유가 되면 영화도 한 번 봐야겠다. 2004년에 발표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사랑을 견뎌내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결말에 붙임 1,2로 학술 리포트 형식으로 망상적 사랑으로 확장된 제드 패리의 드 클레랑보 신드롬에 임상분석 그리고 패리의 마지막 편지로 대가는 소설 <견딜 수 없는 사랑>을 마무리짓는다. 그 전에 진 로건이 죽은 남편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읽고 나서 곰곰 생각해 보니 내가 읽은 이언 매큐언 작품 가운데 베스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연세가 드셔서 필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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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15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어서 띄엄띄엄 읽었습니다. 베스트 중 하나라 하시니 기대되네요 ^^

레삭매냐 2023-03-15 17:50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가 보고 싶네요.

작가가 연세가 드시면서 필력
이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아쉽
습니다.

stella.K 2023-03-15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이의 글은 그게 특징인 것 같아요. 처음엔 지루하게 섦명이 이어지다 어느 순간부터 가독성이 붙는거. 예전에 두권짜리 중 1권 읽다 포기했는데 다시 도전하면 읽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ㅠ

레삭매냐 2023-03-15 17:57   좋아요 1 | URL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

매큐언 작가는 뭐랄까 처음부터
빵~터뜨리는 그런 스탈이 아니
라 슬로우 스타터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책이 문동에서 나오지
않고 복복서가라는 곳에서 나왔
더군요. 대신 가격은 사악하게
52% 정도 올리구요...


자목련 2023-03-16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사랑>의 개정판이군요. <첫사랑, 마지막 의식>은 한겨레에서 개정판이 나와서 문동에서는 빠지는 걸까요. 생뚱맞은 궁금증. 저는 단편집이 참 좋았던 기억이...

레삭매냐 2023-03-17 09:4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개정판이 나왔네요.

번역은 미세하게 다른 느낌입
니다. 아주 초큼요.

매큐언 선생은 이제 소설집은
내시지 않는가 보더라구요.

표지는 미디어 2.0 시절이 더
좋지 않나 싶습니다.

물감 2023-03-17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안읽었는데, 음 슬로우 스타터라고요...
제가 예열이 긴 작품을 정말 못 참는데 매냐님 리뷰보고 도전은 해보렵니다 ㅋㅋ

레삭매냐 2023-03-17 09:42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에는 좀 적응이
되지 않았었는데 또 계속해서
읽다 보니 갠춘해졌습니다...

물감님의 도전을 응원하는
바입니다.

북노마드 2023-04-10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복복서가.. 제가 알기론 소설가 김영하 님과 부인(?),아니면 부인이 차린 출판사로 알고 있습니다.아마 판권을 다시 해서 출간힌듯요.

레삭매냐 2023-04-10 19:16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군요.

어쩐지 문O에서 나오던 작가
의 책들이 복복서가에서 나온
다 싶어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네요.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나 그래.

지난주에 <사나운 애착>을 읽으면서 비비언 고닉이 소개한 브루클린 출신의 유대인 작가 버나드 맬러머드의 존재를 알게 됐다.

 

당장 그의 저작들을 찾아 나섰다. 아쉽게도 국내에 나온 그의 책들은 하나같이 절판의 운명에 처해 있었다. 심지어 도서관에도 달랑 한 권만 비치가 되어 있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좀 오래된 곳들이 많은데도 구간들은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처치해 버리는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라스 까사스 신부의 <인디아스 파괴에 관한 간략한 보고서>도 사라져 버렸지. 빌렸을 때, 읽었어야 하는데 아까비.

   


그래도 퓰리처상에 빛나는 <수선공>이 있어서 일단 빌려서 야금야금 읽고 있는 중에, 타라~! 오늘 일상처럼 신간을 뒤적거리다가 을유문화사에서 버나드 맬러머드의 두 번째 소설 <점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미리보기로 바람처럼 30쪽을 다 읽고 나서, 주문장을 날렸다. 단가가 무배 15,000원이 되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램프의 요정에서 선심 쓰듯이 주는 2,500원 쿠폰을 사용했다. 아 사람이 왜 이렇게 구질구질해지는 거지 그래.

 

그 다음에는 <점원>이 너무 궁금해서 대략적인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 오프라인 교보에 이 책이 깔렸다면 당장 달려가서 샀을 텐데 아쉽다 아쉬워.

 

소설 <점원>의 주인공은 올해 60세의 모리스 보버다. 그는 브루클린에 살고 있으며 허름한 식료품점을 21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의 아내는 51세의 이다. 슬하에는 23세의 헬렌이 있다. 아버지는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돈을 까먹고 있고, 딸내미가 돈을 벌어 위태로운 가계를 지탱하고 있는 중이다.

 

모리스의 식료품점은 지난 3년 동안, 세 번의 강도를 맞았고 바로 앞에 하인리히 슈미츠의 가게가 문을 열면서 매출이 반토막나는 위기를 맞았다. 결국 앉아서 망하지 않으려면 가게를 헐값에 파는 수밖에 없는 걸까.

 

그런 순간, 소설의 실질적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랭크 알파인(25)이 등장하면서 소설 <점원>은 비로소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된다.

 

어디선가 보니 비슷한 문학적 궤적을 그린 솔 벨로나 필립 로스와 달리 버나드 맬러머드는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은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아직 초반부까지만 달려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알 수 없지만, 1910년대 오쟁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키예프로 이주한 수선공 야코프 복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수선공>보다는 순한 맛이라고나 할까. 반유대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러시아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일자리를 찾아 나선 주인공의 이야기가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점원>에 등장하는 모리스 보버 역시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였다. 그리고 작가의 아버지도 브루클린에서 식료품상을 했다지. 그러니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작가 역시 자신이 나고 자란 분위기로부터 완전히 분리 독립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버나드 맬러머드의 데뷔작은 1952년에 나온 <내추럴>이라고 하는데, 맞다 1984년에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은 그 야구영화다. 책도 예전에 나왔었는데 지금은 절판됐다. 이번에 계속해서 맬러머드의 책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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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3-09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럼 저도 장바구니로!~^^

레삭매냐 2023-03-10 09:39   좋아요 1 | URL
그럼 저 이제 맬러머드 전도가
가 되는 건가요 ㅋㅋㅋ

Falstaff 2023-03-10 0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희망도서신청으로! ^^

레삭매냐 2023-03-10 09:39   좋아요 1 | URL
네 좋은 선택이십니다.

근데 도서관 수급이 너무 늦어서
고닉의 신간 2월말에 신청했는데
이제사 주문한다고 하네요 그것
참.

건수하 2023-03-10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출간되었다는 건 봤는데,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에 나온 건 몰랐어요.
다 읽었는데 왜 모를까....

레삭매냐님 글 읽으니 관심이 가네요 :)

레삭매냐 2023-03-10 09:40   좋아요 1 | URL
전 <사나운 애착>의 어디에선가
보고설라무네, 바로 찾아 보았는
데 자그마치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을 받은 작가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도서관으로 책 빌리러
갔답니다. 일단 <점원>부터.

건수하 2023-03-10 09:44   좋아요 2 | URL
저희 동네에는 <수선공>은 없고 요즘 책은 잘 안사주고… <내추럴>만 있네요 :)

자목련 2023-03-10 12:01   좋아요 1 | URL
저도 읽었는데 왜 모를까요. ㅎ

coolcat329 2023-03-11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나드 맬러머드 어디서 들었나 쥐어짜보니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제가 너무나 강추하는 책입니다. 매냐님도 분명 좋아하시리라 믿는..)라는 책에서 봤네요. 1장 ‘소설 속 나타난 생존자‘ 에서 다룬 다섯 개의 소설 중 하나가 <수선공>이었어요.
아 참으로 기분 좋은 경험이셨겠어요. 그다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읽고 있는데 마침 신간으로 그 작가의 책이 나오다니~무조건 읽으셔야 겠어요. 저도 <수선공>부터 읽어봐야 겠습니다.

레삭매냐 2023-03-15 14:30   좋아요 1 | URL
쿨캇트님이 강추하시는 책이라
고 하시니, 저도 호기심이 마구
달아 오릅니다.

아, 맬러머드의 <수선공>이 다
른 곳에도 등장하는군요 :>
다시 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새로 나온 <점원>을 거북
이 걸음으로 읽는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