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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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같은 작가의 <인간, 즐거움>으로 시작해서 <환희의 인간>으로 끝을 맺었다. 처음의 열광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왠지 모를 그런 쓸쓸함이 남았다고나 할까.

 

번역 탓으로 돌려야 하나, 나는 보뱅 작가의 문장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에 대해 설명할 수가 없었다. 아니, 무언가 나를 가로 막는 것 때문에 그의 문장 밑에 숨겨진 그곳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고 고백을 해야겠다. 내가 읽은 문장을 오롯하게 소화해낼 수가 없었다.

 

문장이 어려워서 그런가?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아마 그가 구사하는 그 어떤 감정들에 공감할 수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도대체 이런 문장들은 어떻게 해야 쓸 수가 있을 걸까라는 질문이 책 읽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내가 구사하는 평이한 문장처럼 바로 알아먹을 수가 없어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다. 고작 하루 이틀이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무려 보름이나 걸려서 읽었다. 나중에 가서 진이 다 빠져 버렸다.

 

모르겠다, 그냥 내가 곳곳에서 발굴해낸 파편들을 내 삶에 적용시켜 보는 수밖에. 아주 오래 전에 이메일이 처음 나왔을 때,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보잘 것 없는 나의 일상을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구구절절하게 적어서 보냈다. 신기했던 게, 다시 생각해 봐도 나의 일상은 그렇게 아스트랄하거나 판타스틱하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A4 용지도 두세 장은 너끈하게 썼던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친구에게 나의 일상을 들려주기 위해, 아무 것도 아닌 나의 일상을 복기하지 않았나 싶다. 또 어쩌면 스펙터클한 무언가를 첨가했을 지도.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그런 아주 평범한 일상들이 모여 나의 삶을 이루게 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아니 어쩌면 내가 죽어라고 읽고 쓰고의 무한반복에 갇혀 지내는 것도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내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무언가를 사냥하고 싶다는 심리의 발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적어도 책에는 도저히 내가 체험할 수 없는 것들과 무궁무진한 서사로 차고 넘치니 말이다.

 

나도 보뱅처럼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한 그런 글들을 써낼 수가 있을까. 책에서 북극으로 간 캐나다 피아니스트 굴드가 나오던가. 띄엄띄엄 읽다 보니 이젠 기억마저 희미해진 모양이다. 나에게 글렌 굴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치기 위해 피아노 건반을 뚱땅거리는 기인이다. 레코딩 중에도 흥얼거리길 멈추지 않고, 손을 따뜻하게 위해 보온병을 들고 다닌다고 했던가.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구해 놓긴 했는데 보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집을 꽃으로 채웠다고 했던가. 아직 그런 지독한 상실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로서는 어쩌면 하나의 팁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겨울부터 계속해서 늦가을에 수원 이목동의 어느 해바라기 꽃밭에서 받아 놓은 해바라기 씨를 심고 있다. 처음의 한 번은 겨울을 나고 꽃까지 피우는데 성공했고, 두 번은 실패했다. 지금 세 번째 시도는 그럭저럭이다.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나의 해바라기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나가서 해바라기 씨를 받아야 하는데... 주변에 핀 해바라기가 없어서 새로운 친구들을 못 구하고 있다. 지금 막 생각이 난 곳이 하나 있는데 거길 가려면 차를 타고 가야 한다. 오늘 저녁에 원정을 뛰어야 하나 어쩌나.

 

어쨌든 나와 보뱅의 첫 만남은 짜릿하면서도 동시에 아련하기도 하고, 수려한 문장을 읽었음에도 간절하게 와 닿지 못하는 그런 안타까움과 애절함으로 점철되었지 싶다. 그래도 집에 더 읽을 그의 책이 네 권이나 쟁여 두어서 다행이다.

 

고요함, 천사가 보내준 이 선물을

사람들은 더는 원하지도 열어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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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2 16: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일상이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그게 바로 나의 삶을 이룬다는 말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매일이 스펙터클하면 우리 심장마비로 일찍 죽지 않을까요? 왜 남편이 당신 아직 나보면 설레?라고 물으면, 지금까지 설레면 그거 심장병이야. 빨리 병원가자라고 한다잖아요. ㅎㅎ
그래서 뭔가 에세이가 애절하고 문장이 너무 수려하면 저는 좀 멀리하게 되더라구요. 보뱅 작가의 글 좋다고 많이 올라오는데 아직은 선뜻 손이 안가네요.

레삭매냐 2022-09-23 09:36   좋아요 2 | URL
만날 어제가 오늘 같고, 또
오늘이 내일 같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그런 일상이라
그런가 봅니다.

가끔은 스펙터클하면 좋을
것도 같습니다 :>
살짝 설렜어 = 심장병
빵 터져 부렀습니다.

보뱅,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서니데이 2022-09-22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서가 외국작가의 외국어로 쓰인 책이라면, 번역이 잘 된 책도 놓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우리가 그 언어의 문화를 잘 모르기도 하고, 보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잘읽었습니다. 레삭매냐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9-23 09:39   좋아요 2 | URL
<인간, 즐거움>과 <환희
의 인간>은 같은 책인데
번역이 다른 느낌입니다.

그러니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할라구요.

아무래도 번역서이다 보니
낯선 장면들이 제법 되더
라구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라로 2022-09-23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가의 책 단 한 권 읽었는데요, 정말 문장은 너무 아름답다는 건 알겠지만,
가슴에 다가오진 않았는데 그게 번역 때문일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군요,, 사실 그래서 이 사람의 책은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더라구요.^^;;

레삭매냐 2022-09-23 16:51   좋아요 1 | URL
저는 지금 보뱅의 다른 책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를
읽고 있는데, 또 다른 차원
의 책이네요 정말.

전 보뱅의 책들을 잔뜩 쟁
여 두어서, 읽지 않고 배길
재간이... 그렇다고 합니다.

mini74 2022-09-23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기해바라기가 햇빛을 따라다니는 모습이 좋아서. 다 큰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인 모습이 좋아서 저도 해바라기 좋아해요 매냐님. 울언니는 해바라기가 돈을 불러온다고 좋다네요. 그건 어디서 나온 소릴까요 ㅎㅎ 매냐님 북플에 남기신 글도 참 좋은데요 뭘. 책 읽기 좋아하고 글 잘 쓰는 친구가 무심히 원고지 한 켠에 연필로 써내려간 좋은 글 *^^*

레삭매냐 2022-09-24 01:18   좋아요 1 | URL
해바라기가 돈을 불러 온다구요?
더 열심히 좋아해야겠네요 ㅋㅋㅋ

저희 집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녀
석들도 해만 보려고 하더라구요 :>

감사합니다, 미니님.

jesu-tangle 2025-03-1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솔한, 훌륭한 답글입니다! 보뱅의 글은 ‘글쓰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삶의 문제예요. 숭산스님이 인용한 성경의 구절 ‘고요하라, 그리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라‘의 그 고요함에서 나오는 글이예요. 보뱅은 그 고요함에 이른 사람으로 보이고 그 자리에서 그런 글이 나오는 겁니다... 스님들이 화두를 드는 것도 고요함에 이르려는 거지요. 삼매... _()_
 
얼굴 없는 살인자 쿠르트 발란데르 경감
헨닝 만켈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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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헨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 말이다. 일단 집에 소장각이었던 시리즈 3탄인 <하얀 암사자>를 구입한 지 8년만에 읽었다. 그리고 나서는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시리즈 시초격인 <얼굴 없는 살인자>를 대출해서 읽기 시작했다. 3일만에 다 읽었고, 오늘 오후에 2<리가의 개들>이 도착할 예정이다. 평소에 다른 일에는 게으름으로 충만한 내가 한 번 이렇게 책읽기에 빠지면 촥촥 이어지는 다음번 읽기 프로젝트에는 이런 열정을 보이는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소설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199017일이다. 스웨덴 남부의 스코네주 룬나르프라는 작은 마을 농장에 사는 뢰브그렌 부부 가운데 한 명은 참혹하게 살해를 당하고, 다른 한 명은 올가미가 목에 걸린 채 고문을 당했다. 이 사건의 해결에 투입된 경찰이 바로 우리의 빛나는 주인공 쿠르트 발란데르 경위가 되시겠다.

 

올해 42세의 베테랑 형사 발란데르 아저씨는 위기의 중년이다. 일단 아내 모나와 이혼했고, 딸 린다는 아버지와 말도 섞지 않으려고 한다. 화가인 아버지는 치매기에 시달리는 중이며, 자신의 뜻과 거슬러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발란데르는 전형적인 꼰대 형사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런 개인적 위기 가운데, 자신과 경찰이라는 조직이 새로운 시대에 잘 적응하지 못하리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시점에서 발란데르가 사는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대해 궁금해졌다. 우리는 보통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천국이라고 알고 있다. 물론 굉장히 피상적인 개념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그 나라들에 가본 적도 없고, 그 나라가 빌드업한 사회복지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언론을 통해 얻은 파편적 지식이 전부다. 우리나라도 심각한 인구위기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인구 천만의 나라 스웨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1930년대 뮈르달 보고서를 통해 인구 위기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그리고 스웨덴 국가의 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구사해서, 현재는 EU 국가 중에서 인구증가율 3위라고 했던가.

 

그중에서는 오랫동안 지속해온 이민 정책도 한몫했다. 현재 스웨덴 인구의 1/10이 타국적자라는 기사를 읽었다. 왜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느냐고? 쿠르트 발란데르 형사가 추적하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 1990년대 이미 스웨덴은 세계 각국의 난민들을 수용하는데 적극적이었고, 책을 읽으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헨닝 만켈 작가는 단순하게 살인사건 추리물을 다루는 그런 평범한 작가가 아닌 사회파 작가로 분류할 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경찰 회의 내부에서 병원에서 결국 작고한 피해자 마리아 뢰브그렌이 남긴 외국인이라는 말이 내부 누설자를 통해 언론에 누출되면서 그야말로 지역 사회에서 제노포비아가 폭발해 버린다. 심지어 극단적 인종 혐오 범죄로까지 분출되면서 하게홀름의 소말리아 난민이 살해되기도 한다.

 

평범한 농장주로 보였던 요하네스 뢰브그렌이 알고 보니, 전쟁 중에 부당한 방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축적하고 아내와 두 딸들 그리고 이웃 몰래 정부와 아들까지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도대체 누가 범인이란 말이지? 헨닝 만켈 작가는 능구렁이답게 약점투성이 형사 발란데르를 통해 독자들을 호도하기도 하고, 엉뚱한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지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끝내면 안되지. 비틀기야말로 추리물의 기본 중이 기본이 아닌가. 너무 쉬우면 독자들이 흥미를 금방 잃어버릴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어려워도 독자는 버거워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헨닝 만켈은 때로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동료 경찰들에게 걸리기도 하고, 매력적인 검사 아네테 브롤린에게 집적거리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하는 인간쿠르트 발란데르를 창조해냈다. 심지어 그는 십대 시절, 오페라 가수를 꿈꾸던 친구 스텐 비덴의 매니저가 되길 꿈꾸었다지 않던가. 그런 그가 마리아 칼라스의 아리아를 즐겨 듣고, 신상 스테레오에 관심을 갖는 건 너무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다. 1편에서 주인공을 조력하던 동료 형사 뤼드베리가 전립선암으로 고생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3편에서 이미 죽은 뤼드베리의 부재를 그렇게 아쉬워하던 이유를 1편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쿠르트 발란데르를 통해, 올드 스쿨 스타일의 범죄 해결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걸까. 마약과 총기로 무장한 흉악 범죄라는 폭력의 올가미 앞에 주인공을 죽을 위기를 몇 번인 넘기기도 한다. 하긴 이런 액션 정도는 추리물에서 기본이 아닐까 싶다. 인종 차별에 반대하면서도 동시에, 스웨덴 국가가 추구해온 관용적인 이민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발란데르의 작은 목소리도 경청할 만했다.

 

<얼굴 없는 살인자>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이민 정책은 또 어떤지 생각해 보게 됐다. 인구 절벽은 미래의 일이 아닌 당장 우리에게 도달한 미래가 되었다. 지난 십여 년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정부 주도의 출산장려정책은 실패라는 게 작금의 출산율로 증명이 되었다. 보육과 육아, 주택문제, 양성평등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등등 관련된 문제들을 턴키로 해결할 수 없다면, 대안으로 이민자 수용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우리와 다른 문화와 관습을 지닌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또 다른 문제의 근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자.

 

간만에 즐길 만한 형사추리물을 만나 기뻤다. 오늘 오후에 도착할 <리가의 개들>을 고대해 본다. 범죄자들을 쫓는데서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는 발란데르 경위처럼 어쩌면 나도 다른 발란데르시리즈 사냥에 나설 지도 모르겠다.




[뱀다리] <리가의 개들> 도착, 바로 읽기에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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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1 16: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만켈의 3대 작품(유럽 최고 히트 기록! 영상으로도 제작)

방화벽-얼굴 없는 살인자-피라미드
입니다

웃는 남자-다섯 번째 여자-사이드 트랙- 문제적 인간
도 재밌습니다

한 십여년 전 전 유럽 서점마다 만켈의 책으로 뒤덮였고

영쿡 국민(독서인들만) 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외국인 작가 로 일등!^^


레삭매냐 2022-09-21 17:20   좋아요 3 | URL
제가 추리물은 잘 안 읽는데
만켈의 책들은 아주 따봉~이네요.

인기만점이었나 보네요.

여러 출판사에서 중구난방식으로
출간했다는 피니스아프리카에
싸장님? 편집자님의 썰이 흥미로
웠습니다.

드라마도 구해서 봐야 하나 어쩌
나 고민 중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09-21 21:37   좋아요 4 | URL
저도 마르틴 베크 시리즈 끝나면 만켈로 넘어가야겠네요. 스웨덴에 엄청 친근해지고 있습니다!

scott 2022-09-21 22:03   좋아요 4 | URL
이 책 출간 되기 시작 한게 첫번째 번역가가 독일 유학 중에 용돈 벌이로 (독일에서 만켈 인기가 엄청 났었음) 번역을 했다가
한국 독자들에게 별 반응이 없었는데

이렇게 수년 만에 다시 제대로 번역 되어서 다행입니다

만켈은 추리 서스펜스 미스테리 픽션, 에세이 논픽션 등 광범위한 작품을 쏟아낸 대 작가!
매냐님 야금 야금 책 탑 쌓으실지 몰라여 !ㅎㅎㅎ

안탑깝게도 암으로 세상을 떠나 셨는데
사망 직전 까지 난민들을 위해 살다 가쉼

애플 티비에서 볼 수 있는 발란데르 시리즈 추천 합니다(캐너스 브랜던 감독제작 출연)

영국에서는 셜록급 인기였고
의외로 영국인들은 만켈의 The Troubled Man을 좋아합니다 ^ㅎ^

청아 2022-09-21 17: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을 예정이므로 앞쪽 리뷰는 실눈뜨고 봤습니다.
뒷부분 읽어보니 역시 제취향일것 같아요.
레삭매냐님 마르틴 베크 시리즈도 혹시 읽으셨나요?
그 시리즈의 작가들도 사회파거든요.
헨닝 망켈이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좋아하실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2-09-21 17:45   좋아요 3 | URL
아무래도 추리물이다 보니 가능
하면 스포를 안하려고 노력하
였으나... 그랬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헨닝 만켈 아자
씨를 파다 보니, 결국 마르틴
베크까지 도달하더군요.

일단 발란데르 파고 난 뒤에
생각해 볼라구요 :>
감사합니다, 미미님!!!

coolcat329 2022-09-22 0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전까지 보뱅에 빠져계셨다가 갑자기 헤닝 만켈과 바람을 피우시니 ㅋㅋ 아 아침부터 웃음이 나옵니다. 레삭매냐님!

레삭매냐 2022-09-22 11:05   좋아요 1 | URL
아웅 우리 예리하신 쿨캇트님 같으니라굽쇼.

그렇지 않아도 지난 연휴 동안, 보뱅을 읽겠
다고 빌리고 사고 잔뜩 쟁여 두고 미처 한
권을 못 읽었네요.

그래도 일단 오늘 <환희의 인간> 마무리
지을 생각이랍니다.

그런 다음에는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도
읽을라고 가방에 고이 모셔 두었답니다 ^^

나는야, 책 바람둥이~~~

근데 헨닝 만켈의 책들 너무 재미져요.
오늘은 1991년 1월 리가의 <바리케이드 사
건> 공부를 했답니다. 책 읽는 게 쉽지 않네
요.

mini74 2022-09-22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리가의 개들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어요. 과연 받아들여줄것인가 ㅎㅎㅎ 받아주겠죠. 만켈의 책들이 따봉이라 하시니 얼릉 읽고싶어집니다 *^^*

레삭매냐 2022-09-22 13:07   좋아요 1 | URL
저희는 만화(그래픽 노블)만 아니면
다 희망도서로 받아 주는 분위기랍
니다.

저도 희망도서로 신청할라구 그랬는
데 이미 누가 신청을 해서, 못 참고
주문장을 날렸지요.

쿠르트 발란데르 형사님, 너무 재밌어요.

바람돌이 2022-09-22 16: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저도 취향저격인데요.
절판된 발란데르 시리즈 우리 동네 도서관 검색해보니 다 있어요. 아 진짜 우리 동네 도서관은 너무 좋아요. ㅎㅎ 새책도 벌써 다 있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2-09-22 16:25   좋아요 2 | URL
우와 부럽삽니다 :>

한 번 보시기 시작하시면
단박에 빠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넘나 재밌는 것이지요. 고고씽~

Forgettable. 2022-09-25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가의 개들 대기중이에요. BBC 시리즈를 진짜 재밌게 봤는데 월랜더라고 해서 책 읽으면서 아 발.. Wal!!! 했던 기억이 ㅋㅋ 마르틴베크도 즐겁게 읽으실 듯 합니다.

레삭매냐 2022-09-27 10:10   좋아요 2 | URL
아 BBC 드라마 저도 보고 싶네요.

<리가의 개들>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영국 스타일로 개작된
거라 아마 주인공 이름도 월랜더
로 바뀌지 않았나 싶습니다 :>

scott 2022-10-07 14: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이달상 추카!

만켈옹 다음 작품들

완독을 향해 ~@@@

새파랑 2022-10-07 16: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주말에는 맛집으로~!!!

mini74 2022-10-07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축하드려요 ~~~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22-10-07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강나루 2022-10-10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이달의 당선작으로 선정된 것 축하새요^^
 


오늘 저녁의 일용할 양식은 바로 샌위치와 샐러드였다.

안 그래도 어제 그전에 있던 카페가 망하고 샌위치 샵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염통이 살짝 설렜어 나안~~~

 


타라, 이게 바로 메뉴 되시겠습니다.

예리하신 눈의 주인은, 새로 맹근 메뉴인데 지우고 새로 글귀를 적은 티가 팍 난다고 속삭인다. 어라, 진짜네. 그렇다면 가오픈이라고 하는데 아마 가격대를 조사 중인가 싶기도 하고. 여튼 그전에 가던 샌위치 샵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점은 킹정.



그리고 보니 우리 달궁 모임에서 니나님에게 예전에 무자비하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할 적에 왜 자기는 그렇게 안 찍어주냐며 항의하던 생각이 났다. , 그건 오래 전의 일이고요 이제는 사진에 대한 열정이 식어 버려서요라고 핑계를 댔지 아마. 그래 사진에 대한 열정이 식은 건 사실이지 뭐.



일단 샌위치 재료가 소진되는 바람에 달랑 하나 남은 따따블햄치즈 샌위치 하나를 일단 집어 들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샐러드만 먹을 게 아니면 말이지. 그 다음에 수비드 닭가슴살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1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밖에서 샐러드 패킹을 기다리는 동안, 책쟁이답게 가방에 넣어온 책을 꺼내든다.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의 신호탄인 <얼굴 없는 살인자><하얀 암사자>를 읽고 나서 바로 집어 들었다. 너무 재밌어서 결국 <리가의 개들> 희망도서 신청 대신 구입을 결정했다. 아마 <얼굴 없는 살인자>를 다 읽기 전에 <리가의 개들>이 도착하겠지. 너무 재밌어서 다른 걸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 시리즈부터 일단 다 끝낸 다음에 다른 책들을 만나야겠다. , 나의 크리스티앙 보뱅은...



예상 시간보다 더 걸려서 수비드 닭가슴살 샐러드가 준비되었고, 친절하신 싸장님이 쿠폰까지 찍어서 주셔서 샐러드 봉다리를 들고 집으로 개선장군처럼 돌아와서 흡입하기 전에 찰칵찰칵.



이 녀석이 바로 수비드 닭가슴살 샐러드의 영롱한 자태가 되겠습니다. 왼쪽에 있는 작은 병이 올리브 소스다. 아마 내가 막손놈이라 그런지 양을 많이 주셨다고. 결국 소스가 모질라서 집에 쟁여둔 발사믹 소스를 추가로 때려 부어서 먹었다. , 극락의 맛일세 그래. 지금 이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아이돌 아이브의 <After Like>를 듣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멜로디인가 싶었더니만 40년도 더 된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를 샘플링한 곳이라고 한다. 정말 전주 3초만에 바로 때려 박는 게 레알?



막샷을 올리면서 보니, 이건 뭐 샐럽98의 로고가 너무 적나라하게 나왔네 그래. 누가 보면 광고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100퍼 내돈내산이라고. 따따블햄치즈 단가 오천원, 수비드 닭가슴살 샐러드 칠천원 해서 총 일만이천원 되겠습니다.

 

, 집에 오면서 무얼 빼먹었나 싶었더니 편의점 냉장고에서 시아시된 깡통 비루를 빼먹었네 그래. 나중에라도 사다 묵어야 하나. 보뱅의 <인간, 즐거움>/<환희의 인간>은 오늘 마저 읽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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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9-20 2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굴없는 살인자>저도 빨리
읽고 싶어요!! 아아 이 밤에 레삭매냐님
군침도는 메뉴에 푸짐한 사진까지ㅠㅠ

아보카드 샐러드도 맛있겠네요^^*

레삭매냐 2022-09-21 07:55   좋아요 2 | URL
그렇죠, 아주 사라다가 기냥 ㅋㅋ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 아주
재밌네요. 빨랑 더 나왔으면 좋겠
어요. 지금 삘로는 1년에 한 개씩?

새파랑 2022-09-20 2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격대비 양이 엄청 많네요. 세명이서 먹어도 될거 같아요. 역시 책쟁이는 항상 가방에 책이 있군요 ^^

레삭매냐 2022-09-21 07:56   좋아요 2 | URL
쥔장이 좀 더 많이 주셨다고
하더라구요 :> 감사합니다 ~!!

가방에 책이 두 권이나 있다는
건 안 비밀이라지요.

서니데이 2022-09-20 2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샐러드랑 샌드위치는 반으로 자른 모양도 예쁘고 맛있어서 좋아요.
개업하고 나면 처음에는 가격 정하기 어려울 거예요.
요즘 식재료 가격이 올라가서 더 그렇기도 하고요.
가까운 곳에 좋은 가게 생겨서 좋으시겠어요.
레삭매냐님, 좋은 하루 되세요.^^

레삭매냐 2022-09-21 07:59   좋아요 3 | URL
샌드위치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더라구요. 다른 주력 상품
들도 나중에 먹어봐야겠네요.

아마 가오픈으로 시장조사에
나선 게 아닌가 싶네요.
그렇죠, 음식값이 너무 올랐어
요.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2-09-21 1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샌드위치에 적양배추가 들어있어 더 건강,든든한 느낌입니다.

레삭매냐 2022-09-21 10:47   좋아요 1 | URL
닭고기가 아주 푸짐하게 들어 있어서
대만족이었답니다.

문득 치킨이 먹고 싶어졌더라는 -
그랬다고 합니다.

라로 2022-09-21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염통이 설렌다~~에서 빵 터졌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역시 매냐님 답다나 뭐래나 생각하면서!!ㅋㅋㅋ
그나저나 저도 이 글을 읽고 사진을 보니
늦은 시각인데 갑자기 허기져요!! ㅠㅠ

레삭매냐 2022-09-21 14:04   좋아요 0 | URL
정성 들여 준비한 멘트
였는데, 역시나 라로님이
낚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따따블 햄치즈 샌위치
너무 맛났어요. 아 츄릅~
또 먹고잡네요.

그레이스 2022-09-21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샌드위치 가게가 삶의 질을 높이다!
그런건가요?
글에서 팍팍 풍기는 소확행!!^^
책이 있어서 더욱더!

레삭매냐 2022-09-21 14:06   좋아요 0 | URL
네 정확하십네다. 소확행!!!

저희 동네가 그동안 먹거리
의 불모지였었는데, 부근에
업체들이 들어오면서 반가운
먹거리 집들이 하나둘씩 생
기고 있답니다.

책이 빠질 수 없지요 고저.
 


난 여기에 왜 왔을까? 그는 또다시 생각했다. 예전, 오래전에 우리는 친구였지. 우리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공유했는데. 그 꿈이 환영(幻影)처럼 사라지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우리 둘 다 오페라를 사랑한 것은 사실일 터였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 역시 판타지였을 뿐인지도 몰랐다. - P87

폭풍에 전기가 나간 것 같았다. 그는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겼다. 살해된 부부에 대해, 라르스 헤르딘에 대해 생각했고, 올가미의 이상한 매듭에 대한 생각이 스텐 비덴고 모나, 린다와 나이를 먹어 가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과 섞였다. 어둠 속 어딘가에서 어마어마한 허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조소하는 듯한 얼굴이 그가 삶을 견뎌 내려 할 때마다 경멸적으로 웃어 댔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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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암사자 발란데르 시리즈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쿠르트 발란데르 경위. 그는 1948년에 태어난 스웨덴 남부 스코네 지역 이스타드(위스타드?) 경찰서 소속 경찰이다. 발란데르는 자신과 같은 해에 태어난 작가 헨닝 만켈(2015년 작고)가 창조해낸 캐릭터다. 저자는 스톡홀름 출신이라고 하던데, 발란데르는 어디 출신이었더라. 말뫼였던가. 이번에 피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과 장정으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오래 전에 사둔(무려 8년 전에!!!) 발란데르 시리즈 3<하얀 암사자>를 책장 구석탱이에서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책무덤에 갇혀 있지 않아 다행이라고나 할까.

 

제법 두툼한 녀석이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주말끼고 단박에 읽는데 성공했다. 이 책은 다 읽는데 무려 8년이나 걸렸구나. 돈주고 산 책은 언제고 읽는다라는 독서의 모토가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시작은 남아프리카 형제단 소속 세 명의 보어인들의 비밀결사로 시작되었던가. 어떤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젖어 사는 이들의 어처구니 없는 이데올로기가 근 수세기 동안 위력을 발휘했다는 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음 무대는 본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스웨덴 남부의 스코네 지역으로 이동한다. 어느 날 부동산업자 루이제 아줌마가 실종되고, 우리의 주인공 쿠르트 발란데르가 투입된다. 투입되는 순간부터 경찰의 직감으로 발란데르는 그녀가 살아 있지 않으리라는 걸 깨닫는다. 다만 유족들을 위해 자신의 직감을 외부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 다음에는 동네 주택에서 폭발사고가 나서 집이 전소하고, 그 부근에서 흑인의 손가락 하나가 발견된다. 아니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려고 이렇게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서사가 전개되는 걸까. 한 마디로 소설 <하얀 암사자>는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인종차별주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던 남아프리카가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던 1992년의 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세계 역사에 문외한이다 보니 영국의 식민지로 알고 있던 남아프리카에서 극단적인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주도한 게 영국계 백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들보다 앞서 남아프리카에 뿌리를 내린 보어인, 아프리칸스들이야말로 평화롭게 살던 다수 남아프리카 흑인들을 굴종과 치욕 속으로 몰아넣은 주범들이었다. 어쩌면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일 지도 모르겠다.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들의 흑인들에 대한 지배를 영속시키기 위한 극단적 인종차별주의자 대표로 얀 클라인과 프란츠라는 인물을 헨닝 만켈은 배치한다. 그들은 대통령 프레데리크 빌럼 더 클레르크의 영도 아래, 새로운 시기로 접어드는 남아프리카(소설에서 암사자는 남아프리카를 상징한다고 밝힌다)의 미래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그들의 망상에 동조하는 이들이 사회 곳곳에 포진해서,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고 유혈을 통한 내전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암살을 모의하기 시작한다. 정보부 출신의 빌런 얀 클라인은 암살 대상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남아프리카 최고의 킬러 빅토르 마바사를 고용한다.

 

그리고 그를 멀리 스웨덴의 오지에 보내 전직 KGB 장교 아나톨리에게 장거리에서 타겟을 처리하는 암살교육을 맡긴다. 그 와중에 그들이 지내던 외딴 집을 찾아온 루이제 아줌마를 냉혹한 빌런 아나톨리가 살해하면서 이야기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무엇보다 만켈이 인종차별이라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장소, 스웨덴과 남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그것이 마치 하나의 나비효과처럼, 스웨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남아프리카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하나의 권력투쟁 혹은 반동에 대한 역작용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만켈의 치밀한 구성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30년 전, 세계화 초기 시절에 새로운 사고가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바꾸게 강요할 거라는 점을 지적했다는 점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발란데르 경위의 경우에는 스웨덴 경찰 세계에 국한되어 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지닌 난민들이 지속적으로 그네들의 사회 속에 유입되면서 발생될 미증유의 사태에 대한 저자의 직감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이러한 갈등들이 소설 속에서 발란데르와 아나톨리가 격렬하게 투쟁하는 장면처럼 폭력적인 방식으로 분출될 수도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구소련제국 출신 KGB 아나톨리가 피지컬 영역을 맡았다면, 두뇌 플레이를 맡은 배후의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을 지휘하던 얀 클라인이 지닌 치명적 약점의 의도적 배치는 탁월했다. 결국 우리 인간은 완벽할 수 없는 그런 존재라는 것일까. 얀의 미란다에 대한 일방적 사랑이 궁극적 파멸의 원인이 되어 가는 과정이 조금 평면적이지 않나 싶다. 갑자기 무대에서 사라져 버린 줄루족 전사 빅토르의 퇴장도 아쉬웠다.

 

전작들과 다른 스케일의 서사를 구사한다고 하는데,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얼굴 없는 살인자><리가의 개들>을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사러 가야 하나.



[뱀다리] <하얀 암사자>를 다 읽고 나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영국 BBC에서 2008년부터 계속해서 헨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게 아닌가. 한 시리즈 당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발란데르 소설을 극화한 모양이다.


어제 책으로 국내에 소개된 헨닝 만켈의 발란데르 시리즈를 검색해 보았는데 <사이드트랙>, <리가의 개들> 등등이 모두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 같다. 아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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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19 17: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전 판형 번역자가 독일 유학중에 번역해서(만켈 작품 독일 최고베스트셀러기록)
새번역본 추천합니다 ☺

레삭매냐 2022-09-19 18:42   좋아요 3 | URL
오오 그랬군요 :>

역시 스케일이 커서 그런지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마 <리가의 개들> 후속편
으로 나오나 보네요 :>
기대해 보겠습니다.

mini74 2022-09-19 18: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 읽는데 8년. ㅎㅎ제게도 해넘긴 묵은지 같은 녀석들도 수두룩합니다. 이럴거면 책들을 항아리에 담아둘걸 그랬어요. 발효라도 잘 되라고 ㅎㅎㅎ 하얀 암사자 기억하겠습니다 *^^*

레삭매냐 2022-09-19 18:54   좋아요 2 | URL
그나마 산 걸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

묵은지 항아리를 저도 한 댓개
준비해야지 싶습니다.
일케라도 읽는 맛에 일단 질러!
를 외쳐 봅니다.

누군가 그랬다매요, 책을 사서
닐는 게 아니라 집에 쟁여둔
책을 닐는거다라고요 ㅋㅋㅋ

독서괭 2022-09-19 19: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은 사두면 언젠가 읽게 된다 ㅎㅎ 묵은지 항아리! ㅋㅋㅋ 저도 묵은지 꽤나 있는데 언젠가 읽으리라 믿어봅니다^^;
매냐님이 너무 재밌었다 하시니 기억해두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9-19 19:54   좋아요 2 | URL
절판된 책인데 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지 않아서 걱정
했는데 제 책더미에 떠억하
니 버티고 있을 줄이야 :>

피니스아프리카에 버전 기
대해 봅니다.

책은 묵은지 항아리다라는
타이틀로 뻬빠 하나 써봐
야겠습니다.

coolcat329 2022-09-19 19: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저 이 책으로 발란데르 시리즈 입문했습니다. 발란데르 말뫼 출신 맞습니다. 일하는 경찰서는 스코네 지역 Ystad 인데 발음이 제 귀엔 이스타드에 더 가깝게 들립니다.
피니스아프리카에에서 또 나온다면 이번에 하얀 암사자 차례인데 나오면 꼭 다시 읽어보려구요.

레삭매냐 2022-09-19 20:02   좋아요 3 | URL
오호 저도 그럼 쿨캇트
선밴님의 길을 따르는 거임?
ㅋㅋㅋ

피니스아프리카에 버전에서
는 지도에 위스타드로 표기
되어 있더라구요. 오늘부터
1권 읽기 바로 돌입합니다.

하얀 암사자, BBC에서 케네스
브래너 기용해서 맹근 도라마
시리즈가 있네요. <리가의 개들>
도 시리즈에 들어가 있네요...
아 급 보고 싶어졌습니다.

coolcat329 2022-09-19 20:06   좋아요 3 | URL
아마도 레삭매냐님이 저보다 앞서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요즘 책 읽을 시간이 없거든요ㅠㅠ

네~드라마 있습니다. 케네스 브래너 주연인데 거기는 배경이 영국이라 이름도 커트 월랜드입니다. 스웨덴 분위기가 아니라 저는 안봤습니다.

리가의 개들 도서관 신청도서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기대됩니다!

바람돌이 2022-09-19 2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추리소설 시리즈들은 왜 이렇게 많은걸까요? 다 보고싶어요. ^^
산 책은 언젠가는 읽는다굽쇼. 집에 있는 책들을 보면서 음 용기를 내봅니다. ^^

레삭매냐 2022-09-20 09:5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깐요, 아마 매력적인 캐릭
이라 작가들이 최대한 뽑아 먹으
려... 그랬다고 합니다.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도 자그
마치 14권이나 되는 것 같더라
구요. 스핀오프도 있는 것 같고 -

산 책 다 읽는다에는 다소 뻥이
섞여 있지 않나 ㅋㅋ
여튼 읽고자 노력 중입니다.

라로 2022-09-21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발렌데르 시리즈 남편이랑 다 봤지요!!
넘 재밌었어요!!!

레삭매냐 2022-09-21 14:07   좋아요 1 | URL
저도 찾긴 했는데 돈 주고
사서 봐야 하나 어쩌나 고민
중이랍니다.

어떤 분들은 스웨덴 이야기
인데 영국에서 맹근 거라고
패스했더라는 야그가... 아
넘나 강렬한 유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