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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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은 작가들의 작가라는 호칭을 가진 제임스 설터의 소설집에서도 확인한 바가 있다. 정점이 지난 작가가 발표하는 책들이 이전의 작품들만 못하다는 사실을 잇달아 확인하는 것도 독자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작가가 전작을 하는 작가라면 더더욱.

 

오늘 나의 도마에 오른 작가는 바로 이언 매큐언이다. 워낙 유명한 작가이니 그에 대한 설명은 패스하련다. 사실 지난 작품은 <넛셸>에서도 느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이제 작가로서의 유통기한이 다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지난 작품에서 나의 의신을 사기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확신을 주었다.

 

아 간만에 혹평을 하려니 좀 그렇다. 어쨌든 분량도 얼마 되지 않는 책을 읽는데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도중에 다른 책들을 읽어서 그런가. 참고로 이 책은 구매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다. 사서 읽었다면 후회했을 것 같다. 아니면 곧바로 헌책방에 팔았던가.

 

지난번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명백하게 노대가는 문학적 오마주를 시도한다. 이번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그 유명한 단편인 <변신>이다. 그 작품에서 인간이 아마 벌레로 변신했지. 왜 그런데 하필이면 벌레였을까? 이번에는 우리 인간의 가장 업신여김을 받는 바퀴벌레가 인간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영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총리 제임스() 샌스로.

 

문제는 그게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는 브렉시트 투표를 실시한 즈음이었다. 노대가는 그 때의 결정이 빈곤층과 노년층의 연합이었다고 못 박는다. 당시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에 역행하는 그런 파국적인 결정이었다고 언론에서 난리가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 영국이 망했나? 그건 아니다. 어떤 결정이라고 해서 바로 국가 단위의 조직이 망하지는 않고 서서히 쇠퇴하다가 어느 순간, 국가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이류국가가 되는 거겠지.

 

이미 영국이 세계일류국가의 자리를 한 때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미국에게 내준 게 제법 되지 않았던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으로 미국의 맹방을 자처하며, 거의 똘마니 수준으로 미국이 창조해낸 세계질서에 협조해온 역사가 그런 점들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노대가는 도대체 이 정치우화소설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바퀴벌레가 한 나라의 총수가 되어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지우지할 결정을 내렸다는 말이었을까? 그나마 미국 정치에 대해서는 조금 알지만 민주주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그것에 대해서는 1도 아는 바가 없다. 그리고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당장 눈앞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정치 쇼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사유 체계는 버거우니 말이다.

 

바퀴벌레 총리의 인간 세계 습득과정은 놀라운 지경이다. 다리 여섯 달린 벌레에서 인간이 되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신속했다. 과연 지구별에 핵폭탄이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환경적응력의 문학적 현실화라고나 할까. 순간 너튜브에서 짤로 본 바퀴벌레와 사투를 벌이는 일본 B급 영화 <테라포마스><조의 아파트먼트>가 떠올랐다.

 

프랑스 해안에서 침몰한 어선을 정치적 위기로 비화하는 정치적 기술이나 대서양 바다 건너 동맹국의 수장인 아치 터퍼에 대한 언급도 상당히 유쾌하다. 소설에서 정말 끝장나는 장면 중의 하나는 바로 짐 샌스가 아치 터퍼(국가분열의 상징이 된 어느 코미디언 스타일의 전직 대통령의 희화화)에게 혹시 그쪽도 다리 여섯이냐고 전화로 묻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신랄하게 자국의 총리와 세계 최강대국의 수장을 마음껏 깔 수 있는 노대가의 패기가 부럽기도 했다. ,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별점을 하나 올려야 하나!

 

그런데 소설의 엔딩이 어떻게 되더라. 어쨌든 영국은 브렉시트로 세상에 온갖 종류의 혼돈을 초래했고 결국 유럽연합에서 자발적으로 탈퇴 아니 내쫓겼다. 이건 순전히 내 상상이지만, 유로 공동체가 출범하던 시절부터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자국의 파운드화를 고수하던 시절부터 어쩌면 이런 브렉시트는 예정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섬나라 특유의 고립주의 그런 건 고려의 대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냥 영국은 처음부터 대륙국가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게 나의 추정이다.

 

짐 샌스의 지휘 아래 행해지는 온갖 종류의 정치적 모략도 볼만한 관전 포인트다. 바퀴벌레 총리가 실시하는 모든 종류의 우스꽝스러운 정책과 역방향주의자들이 주도하는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그나마 제 정신이 박힌 이들의 시도는 카크라치총리의 치졸한 음모로 분쇄된다. 하긴 우린 이미 일 년 전쯤에 부정선거라는 해괴한 논리의 세례를 받은 일단의 극단주의자들이 어느 나라 의사당에서 난동을 부린 장면을 텔레비전 중계로 생생하게 보지 않았던가. 소설이나 영화를 능가하는 리얼리티의 재현이 아닐 수 없었다.

 

현실세계가 이렇게 소설이나 영화를 능가하는 스펙터클한 재미를 제공해 주니, 우리가 더더욱 책을 멀리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작가들은 분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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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08 0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존슨 영국 총리가 ˝파티˝로 공개 조롱 당하는 영상을 보았던지라 리뷰 마지막 문장에 더욱 공감합니다. 저는 몇 년전(3~4년 전일까요??기억 가물) 북플 선배님들께어 이언 메큐언, 이언 메큐언 하시기에 찾아 읽다가 반했습니다. 그런데 최신간은 예전 명성에 맞지 않는 작품인가 보네요....그래도 일단 이언 메큐언에 충성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08 09:09   좋아요 2 | URL
전성기의 이언 매큐언은 그야말로
넘사벽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저도 드물게 전작하는 작가 중의
하나랍니다 ^^

오랜 로열티로 그렇게 읽었답니다.

새파랑 2022-02-08 0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맘에 안들어서 안끌렸던 책인데 레삭매냐님에게는 별로였나보네요 <변신>까지는 아니었나봅니다~!

레삭매냐 2022-02-08 09:10   좋아요 3 | URL
출간 되기 전부터 뭐랄까
느낌이 쎄~하더라는 -

그냥 쉬엄쉬엄 읽으면
좋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 심각하게는 말고요.

mini74 2022-02-08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고민중이었는데 매냐님 별 두 개 ㅠㅠ 고민을 좀 해봐야겠어요. ㅎㅎ조의 아파트먼트.ㅋㅋㅋ넘 싫어요.

레삭매냐 2022-02-08 19:28   좋아요 1 | URL
분량이 적어서 읽는데 부담
은 없으실 것 같습니다 :>

전 전작하는 작가라 꾸역
꾸역 읽었답니다.
다른 책들이 넘 재밌어서
상대적으로 읽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안개의 왕자 - 오르페우스호의 비밀 안개 3부작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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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를 읽기 시작했다. 세상에 허명은 없더라. 역시 재밌었다. 결국 이 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책부터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와 사폰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는 거지. 그런데, 2년 전에 작가는 대장암으로 이미 작고하셨다네. 55, 한창 작가로서 책을 써주셔야 할 나이에, 안타깝다.

 

지난 토요일 영하의 날씨도 무릅쓰고 그의 책 사냥에 나섰다. 그리고 네 권의 책들을 업어왔다. 그 중에는 사폰의 소설 데뷔작인 <안개의 왕자>가 있었다. <바람의 그림자>도 다 읽지 않았는데... 그런데 데뷔작이라고 하니 자꾸만 손길이 간다. 결국 <바람의 그림자> 첫 번째 권을 절반 정도 읽다 말고 새책으로 점프했다. 그리고 어제 오늘해서 다 읽었다. 마지막 부분은 오늘 출근길 버스에서 허겁지겁 읽었다.

 

서두에서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안개의 왕자>는 청소년용 판타지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좋은 책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호소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나는 생각한다. 그런 기준에서 <안개의 왕자>는 새내기 작가치고는 정말 완성도가 높은 책이다. 작가는 나중에 대가의 반열에 오른 다음, 첫 책의 이곳저곳을 다시 쓰거나 고치고 싶었지만, 그대로 두었다는 말을 남긴다. 있는 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라고나 할까. 뭐 그렇다고.

 

소설 <안개의 왕자>의 주인공은 13세 소년 막스 카버다. 시계공이었던 아버지가 어느 날 바닷가 마을로 이사선언을 하면서 막스의 모험이 시작된다. 사폰은 카버 가족이 살게 된 집의 이전 내력부터 시작해서 촘촘한 구성으로 222쪽을 가득 메운다. 일단 <안개의 왕자>는 가독성이 뛰어나다. 십대 소년의 눈을 통해 새로 이사 간 집 근처의 조각공원에 대한 미스터리부터 시작해서 등대지기 할아버지(72)인 빅터 크레이가 양손자 롤랑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비밀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이 다양한 내러티브가 끝없이 등장해서 독자의 염통을 쫄깃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막스는 동네 형인 롤랑을 만나 우정을 쌓게 되고, 자신의 누이인 알리시아는 심지어 그렇게 만난지 얼마 되지 않는 롤랑과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삼총사가 된 십대 청년들은 25년 전 인근 바다에 침몰한 오르페우스호 그리고 미지의 주술사 미스터 케인과 맞서게 된다. 그리고 보니 침몰한 배의 이름이 오르페우스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수금의 명수로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저승에서 구해내온 이가 바로 오르페우스가 아니었던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들은 그렇게 제각각 작가가 부여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카버네 가족이 바닷가 집으로 이사한 이래 기괴한 일들이 잇달아 발생한다. 우선 막내동생 이리나가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막스 삼총사는 침몰한 오르페우스호 부근에서 잠수놀이를 하다가 바다괴물처럼 등장한 미스터 케인의 마수에 빠져 익사의 위기를 겪기도 한다. 물론 이런 사건들은 엔딩에 준비된 그야말로 화려한 대주술사와의 대결에 비하면 워밍업 정도라고나 할까.

 

모든 사건의 비밀은 롤랑의 할아버지 빅터 크레이가 알고 있었다. 미스터 크레이는 한 때 잘 나가던 영국 출신 엔지니어였지만, 운명이 인도한 미스터 케인과의 만남으로 인생이 지독하게 꼬여 버렸다. 첫 번째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미스터 케인의 음모를 막기 위해 승선했던 오르페우스호가 침몰한 뒤, 유일한 생존자로 마을의 등대를 세우고 현재 조용하게 살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늙은 영웅처럼 주술사 케인과의 대결에서 무언가 보여줄 거라는 기대는 아쉽게 무산되었다.

 

현대판 파우스트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 케인은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소원을 비는 이들에게 터무니없는 그런 요구를 한다. 현재의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소원 성취는 결국 소원을 말한 사람을 파멸로 인도한다. 그걸 눈으로 직접 목격한 빅터 크레이는 미스터 케인과의 거래를 한사코 피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운명 아니 숙명은 그를 옥죄어온다.

 

엔딩에 등장하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대주술사와의 대결 장면을 읽으면서 나는 곧바로 최근 전세계의 모든 이야기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넷플릭스 생각이 났다. 넷플릭스의 자본이라면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판타지 안개 3부작도 능히 영상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능력은 부족하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희생이라는 삼박자로 무장하고 거대한 악에 맞서는 막스-롤랑-알리시아 삼총사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넷플릭스, 빨리 영화를 만들어 줘요.

 

나는 그렇게 <안개의 왕자>를 다 읽고, 다시 <바람의 그림자> 읽기로 복귀했다. 세간의 평들을 보니 사폰의 대표작인 <바람의 그림자>의 아우라가 그의 다른 작품들을 모조리 잡아먹는 그런 형세다. <바람의 그림자>가 그렇게 대단한 작품인지 결국 다 읽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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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2-07 1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루이스 사폰 책이 꽤 있군요. 청소년 소설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주말에 책을 읽다 갑자기 나가서 책사냥을 하시다니 대단하세요 ㅎㅎ

레삭매냐 2022-02-07 10:45   좋아요 3 | URL
제가 생각해도 그러합니다 -
옆지기가 이렇게 추운 데
나가냐고 하더라구요 헷
재밌는 책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추위에 대한 보상이네요.

안개 3부작은 아마 청소년들을
위해 쓴 책이 아닐까나 싶네요.

페넬로페 2022-02-07 14: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아니지만 춥고 바람 부는 날에도 배드민턴 치러 나갔던 남편이 생각납니다~~
루이스 사폰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이 가득 하지만 올해는 집에 있는 책을 읽기로 결심했기에 도서관을 이용해서 차곡차곡 읽어 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07 14:51   좋아요 2 | URL
저도 집에 읽지 않은 책이
한가득이지만, 사폰 작가
의 책은 도저히 유혹을
이길 수가 없더라구요 ^^

옛날 책 파먹기 프로젝트
구동해야할 것 같습니다.
읽고 정리하기 !!!

mini74 2022-02-07 14: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너무 강렬해요. 내일은 추위를 뚫고 ㅎㅎ 루이스 사폰을 찾으러 도서관에 가야겠어요 ~~

레삭매냐 2022-02-07 14:52   좋아요 2 | URL
표지의 인물이 누구인가 했더니
바로 대주술사 미스터 케인이더
라구요.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면
정말 무섭지 않을까 싶네요.

라로 2022-02-07 1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는 알라딘 초기 시절 알라디너 분들이 막 재밌다고 해서 저도 읽고 너무 좋았던 기억 말고는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으니,, 저같은 사람 책은 읽어서 뭐하니? 라는 자괴감이 살짝.ㅠㅠ
암튼 데뷔작이 <안개의 왕자>ㅎㅎㅎㅎㅎㅎㅎㅎㅎ 번역가들이 일부러 사폰의 책 제목 번역을 그렇게 하는 걸까요?? <안개의 왕자>, <바람의 그림자>ㅎㅎㅎㅎㅎㅎㅎㅎ 아 넘 웃겨요. 암튼 매냐님의 별 5개는 의미심장합니다요!!

레삭매냐 2022-02-07 1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사폰 작가의 책들
너무너무 재밌습니다 -
역시나 저의 책사냥 수고
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
이 팍팍 드네요 ^^

아 이미 오래 전에 읽으신
책이로군요. 전 새로운 세
상을 이제사 만나서리 -
아주 신납니다.

2월은 사폰 책읽기의 달
이 될 것 같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이천이십이년 이월 오일 토요일 저녁 무렵.

갈 곳도 할 일도 없어서 집에서 뒹굴거리던 나는 마침 읽고 있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작가의 <바람의 그림자>가 너무 재밌어서 그의 나머지 책들은 모두 사냥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그 전날에 문동에서 나온 <바람의 그림자>와 민음사에서 나온 송병선 교수 번역의 <천사의 게임> 1권을 샀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렸다는 스페인 작가의 책이 바로 <바람의 그림자>라나 어쨌다나.

 

책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소설에서는 전쟁이라고 부르는 스페인 내전이 끝난 뒤, 세계대전도 끝난 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0세 소년 다니엘 셈페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느 너튜버는 이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하면 “50년 전에 걸친 라부스토리라고 하던데... 그렇게 마냥 단순하기만 하진 않다는 게 1권의 절반을 읽은 지금 나의 소감이라네.

 

이거 책사냥과 독후가 뒤죽박죽으로 엇갈리는 나의 페이퍼. 나의 삼천포행은 늘상 그렇다. 아 그리고 보니 말도 안되게 또 삼천포에 가보고 싶다는. 아주 오래 전, 진주 가는 길에 삼천포로 빠진 기억이...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작가는 2년 전인 2020년에 대장암으로 이미 작고하셨다고 한다. 이제 그럼 더 이상 이 작가의 새로운 책은 볼 수 없다는 말인가...

 

2년 전에 나온 <바람의 그림자> 합본은 작가 사후에 나온 책이었던 모양이다. 모든 책에는 그런 사연이 있는 법이다.

 

사폰 작가는 생전에 용가리와 치즈케익을 좋아하셨다고 하는데, 한국 독자들에게 직접 이렇게 용가리를 그려 주셨구나. 말미의 해삐 리딩이 왜 이렇게 마음에 와 닿던지.



안개 3부작의 1탄인 <안개의 왕자>는 사폰 작가의 소설 데뷔작이라고 한다. 영하 3.2의 맹추위를 뚫고 중고책방에 들러서 모두 네 권의 사폰 책들을 업어왔다. 원래 다니엘 켈만의 30년 전쟁을 다룬 책 <>이 목적이었는데 말이지.

 

이제 남은 사냥감은 절판돤 <한밤의 궁전>, <천사의 게임> 2권 그리고 <영혼의 미로> 2권이면 되나.

 

아직 <바람의 그림자>도 다 못 읽었는데, <안개의 왕자>를 슬쩍 집어 들고 싶은 그런 마음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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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2-06 14: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를 아주 예전에 읽었는데 단 하나도 기억나는게 없네요. ㅠㅠ
다시 읽어야 할 책인데 일단 레삭매냐님의 리뷰를 기다릴게요~

레삭매냐 2022-02-06 20:02   좋아요 1 | URL
<바람의 그림자> 달리다 말고
결국 <안개의 왕자>도 동시에
읽기 시작했네요.

빨랑 읽고 나서 리뷰 올리겠습니다.

얄라알라 2022-02-06 16: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름 날리시는 저명 작가가 저렇게 귀여운 용가리 친필을 넣어주시다니, 소장의 기쁨이 몇 배 크시겠어요^^ 레삭매냐님 주말에 사폰 책들 읽으시느라 외출 못 하심인가요?^^

레삭매냐 2022-02-06 20:03   좋아요 2 | URL
넵 한국 팬들을 위해 직접
용가리를 그려 주시다니 -

어제 책 사러 다녀 오고
오늘 뼈해장국 사러 갔다
온 게 전부네요.

주말 내내 열심으로 읽고
있답니다 냐하 ~

stella.K 2022-02-06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이, 영하 3.2도면 뭐 다닐만 합니다.
옛날에 한낮에도 영하 7.8도 했을 때도 사람들 버젓이
다녔는 걸요?
요즘 기상캐스터들 날씨 겁주는데 뭐 있더군요.
하긴 기상 캐스터들 2, 30대들인데 그들이 추운 걸 어찌 알겠습니까?
자가용도 히터 빵빵 틀고 다닐텐데...좀 춥게 사는 것도 건강을 위해 좋은 거라는데.ㅋ

저는 <마리나>가 끌리더라구요.
뭐 하나에 꽂히면 전작하시는 매냐님 같은 분들이 부럽습니다.ㅠ

레삭매냐 2022-02-06 20:04   좋아요 2 | URL
그니깐요 - 저도 소싯적에 추운
줄 몰르고 돌아 다녔지요 ㅋㅋ

어제 책 사러 가는데 귀가 시려
웠어요. 다른 데는 완전 무장을
해서리. 귀마개한 사람들이 부
럽더라구요.

일단 총알을 잔뜩 쟁여 두었으
니, 든든합니다.
 


 

오래 전부터 이름만 알고 있던 작가.

그러다 램프의 요정 북플을 통해 자극을 받아 바로 어제 달려 나가 중고서점에서 사들였다. 일단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의 출발점이라는 <바람의 그림자>1권과 2권 모두 수배했다. 그리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천사의 게임>1권은 득템. 나머지 2권은...

 

오후에는 다른 책들도 사냥에 나설까 생각 중이다.

다행인 것이 인근 중고서점에 있는 모양이다. 어제 주식 스캘핑해서 번 돈으로 사면 되겠다. 중고 책값은 언제나 착해서 마음에 든다. 오래된 책일수록 저렴한 것은 불문가지.

 

<바람의 그림자>는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우리 책쟁이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싶다. 스페인 내전 뒤, 바르셀로나에 사는 소년 주인공 다니엘이 우연히 훌리안 카락스라는 무명 작가가 쓴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을 얻게 되고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그야말로 실타래처럼 술술 풀려 나온다. 아마 미스터리도 한 웅큼 들어가겠지.

 

다니엘의 아버지 셈페레는 대를 이어 헌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언젠가 아들 다니엘에게 헌책방을 물려줄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요즘 같으면 어림 없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책을 점점 더 읽지 않아, 멀쩡한 책방들도 문을 닫는 판에 무슨 헌책방이... 그런데 책쟁이들에게는 참 슬픈 이야기다.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영혼의 미로>는 나름 시간이라 그런지 단가가 쎄다. 당장 급한 것도 아니니 기다리면 책값이 떨어질라나. 그나저나 바르셀로나에는 가보고 싶다 언젠가.


그나저나 이제 책은 주식해서 번 돈으로 사게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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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22-02-05 1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가 너무 강렬했어서 그 다음 책은 오히려 시들했던 기억이 있네요. 진짜 열광했었는데.. 스페인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우리나라로 치면 누구랑 가장 비슷할까 고민이 됩니다. 즐독하세요!

레삭매냐 2022-02-05 10:16   좋아요 2 | URL
아~ 시리즈의 첫 번째가
너무 강렬하면 기대치가
급상승하게 되는데... 걱
정이네요 ^^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래 스페인 쵝오의 작품
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북깨비 2022-02-05 10: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람의 그림자를 보관함에 오랫동안 모시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새책같은 중고 영혼의 미로 1,2권을 알라딘에서 싸게 구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바람의 그림자부터 차례대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바람의 그림자 1,2권을 주문을 하려고 보니 초판이 한 10년전이더라고요. 그럼 혹시 리뉴얼 표지로 다시 출판되는 건 아닐까 쫌만 기다려볼까 그냥 지금 사서 읽을까 고민하면서 나름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레삭매냐님 읽기 시작했다고 하시니 저도 그냥 살래요. 못 기다리겠어요 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2-02-05 10:19   좋아요 3 | URL
저는 일단 꽂히면 책부터 삽니다 -
그런 다음에 하나하나 차례로 읽기
시작한답니다. 그것이 절판된 책이
라고 한다면 더더욱 전투력이 상승!

아마 <천사의 게임>이 절판된 것
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려 송병선
교수님 번역을 맡으신 책이라 더
신뢰가...

말씀대로 <바람의 그림자> 새로
나온 책의 초판이 딱 10년 전이네요.

저도 스텔라K님이 사셨다는 말을
듣고 냅다 질렀답니다 ^^ 북플 동지
들의 연쇄 반응이라고나 할까요.

페넬로페 2022-02-05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돈키호테 다음으로 많이 읽힌 작가라고 하는데 기대가 큽니다.
이 책이 합본도 나와 있네요^^

레삭매냐 2022-02-05 11:50   좋아요 2 | URL
그니깐요, 합본의 두께가
후덜덜하더라구요 :>

전 중고책으로 얌냠 ~
재미지게 읽고 있답니다.

북깨비 2022-02-05 14:21   좋아요 3 | URL
그러고 보니 돈키호테도 빨리 집으로 모셔야 하는데 ㅋㅋㅋ

얄라알라 2022-02-05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에서 극찬 리뷰 읽고, 이름이 길어 다 못기억하니 사폰만 기억하겠다고 댓글 달았던 기억이 있는데 레샥매냐님께서는 행동으로 바로 옮기셨네요. 바로 중고서점, 바로 구매, 바로 읽기 시작!!! 역시 레삭매냐님^^

레삭매냐 2022-02-05 11:51   좋아요 2 | URL
삘이 오면 바로 달려 가서
책을 사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힌다는 ㅋㅋ

나머지 책들도 오늘 장난감
팔아서 사냥에 나설라구요 헷

아, 책 세 권도 당군마켓에
만원빵에 내놓았습니다.

바람돌이 2022-02-05 1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몰입감이 장난 아니었던 책이었어요. 바람의 그림자요.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내용은 이제 기억도 안나고 그저 푹 빠져서 읽었던 기억만.... ㅎㅎ

레삭매냐 2022-02-05 16:23   좋아요 1 | URL
말씀해 주신 대로 몰입감 하난
정말 끝장이네요 -

주말을 함께 하게 되었네요.

stella.K 2022-02-05 15: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찾으셨군요!
저는 어제 1권 끝냈는데 첨엔 재밌다 뒤로 갈수록
자꾸 혼수상태에 빠지려고 해요.ㅠ
이래서 나이들면 소설이 자신없어지는가 봅니다. .
자꾸 긴가민가하거든요. 더구나 남의 나라 이야기라...쿨럭~
괜히 급하게 <천사 게임>을 샀나 후회가 살짝...ㅠ

레삭매냐 2022-02-05 16:25   좋아요 2 | URL
네이, 스텔라케이님도 샀다는
말에 저도 냉큼 ~

제가 이 동네 이바구에 아주
관심이 많아서 그런진 몰라
도 흥미진진합니다.

스페인 현대사와 바르셀로나
라는 공간의 조화, 흡족하네요.
다른 책들도 사냥해야 하는데...

새파랑 2022-02-05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식해서 번 돈으로 책을 사야만 한다면 전 책을 당분간은 못살거 같아요 😅 레삭매냐님은 주식 천재시군요~!!

레삭매냐 2022-02-05 19:40   좋아요 2 | URL
천재는 아니고 소소하게 -

이번 엔솔공모로 째간이
수익이 나서 당분간 책
사는 비용 걱정은 ㅋㅋ

mini74 2022-02-05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식 ㅎㅎ 전 책 팔아야 할듯 합니다 ~ 스텔라님부터 이 책 괜찮다는 간증이 쏟아지니 북플교를 맹신하는 저는 또 믿고 사는 수 밖에 없네요 ㅠㅠ

레삭매냐 2022-02-05 19:41   좋아요 1 | URL
주말 온도 -3.2 도
원정을 뛰어서 사폰 작가
의 네 권을 업어 왔습니다.

코로나 창궐과 강추위로 거
리에 닝겡들이 보이지 않더
군요.

그리고 책도 두 권 팔았습
니다. 뭐 그런거죠.
 


작년부터 당근마켓을 통해 디지털 카메라를 사겠다고 노래를 불러 댔지만 결국 사지 못했다.

 

겨울 초입에 갠춘한 물건이 나와서 연락을 했더니, 판매자는 제주도에서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고 계셨다. 나중에 다시 연락하다고 하고 까묵어 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노리고 있던 저렴이 카메라는 다른이에게 팔려 버렸다. 그 후에도 같은 물건들이 종종 출현했지만 내가 원래 사려고 했던 녀석보다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 더 비싼 가격이라 다 패스해 버렸다. 이거 왠지 주식하고 비슷한 걸.

 

책장과 서랍장도 키워드를 걸어 두었는데 마음에 드는 녀석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장난감계의 샤넬이라는 브루더 스카니아 청소차! 쿠팡가 자그마치 29만원 빵이란다. 이 가격 실화냐? 놀랍쥬.)


그동안은 구매자였는데 지난 명절 기간 동안 나는 판매자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타겟은 꼬맹이가 예전에 사서 잘 가지고 놀다가 아니면 사서 한 번 정도 가지고 놀다가 방치한 장난감들이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우선 사진을 잘 찍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문제는 이게 다 헬로카봇이라는 변신 로봇들이라 도대체 변신 샷을 찍을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꼬맹이에게 도움을 청하니, 당당하게 판매가의 반까이를 요구한다. 뭣이라!!!

 

벌써부터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녀석에게 됐다하고, 내가 너튜브를 보고 변신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왤케 어려운 것인가 그래. 사진 찍으랴, 그리고 찍은 사진 포토샵으로 보정 작업하랴 힘들다 힘들어. 그렇게 몇 건 처리하다 보니 진이 다 빠져 버렸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당근 사진 픽셀인 410 X 410 (이게 맞나? 인스타랑 헷갈린다)로 커팅까지 하려면 더 시간이 걸린다.

 


(지금까지 최고가로 팔린 녀석들이다. 인기가 젤로 좋았다. 올리자 마자 문의 폭주!)


헬로카봇 럭키펀치 20,000

헬로카봇 우가바 10,000

헬로카봇 스피너블 13,000

헬로카봇 아머포스 12,000

헬로카봇 비트런 10,000원

옥토넛 탐험선 기프트 세트 30,000

옥토넛 야광피규어 멀티팩 8,000

 

그런데 확실히 사진을 잘 찍어서 올리니 확실하게 입질이 오기 시작한다. 역시 노동의 댓가를 달콤했다. 명절 기간 동안 모두 6건을 성사시켜서 총수익 93,000원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 꼬맹이는 6,000원을 자기 몫으로 땡겼다. 칼만 안 들었지 순전히 날강도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구매 희망자가 다짜고짜 네고를 걸어서 좀 당황했지만(처음이었다!) 15,000원에 내놓은 녀석을 2,000원 깎아 달란다. 그래서 어려우신가 해서 쿨하게 오케이를 날렸다. 나중에 보니 벤츠를 타고 오셨다. OMG! 똥차 타는 나한테서 2,000원을 털어 가시다니...

 

여전히 나는 당근마켓에서 12개의 장난감과 한복이 판매 중이다. 몇 번 끌올을 했는데 여전히 입질이 없다. 가격을 바꾸지 않고 그냥 올려서 그런가. 관심을 걸어둔 이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가격에 변환이 있으면 바로 달려올 그런 태세가 아닐까.

 


(꼬맹이가 옆에서 내가 사진 찍는 걸 보다가, 지가 좋아하는 놈들 몇 마리는 밑장을 뺐다. 못 말린다 증말.)


어제 저녁에도 공룡 20마리 정도와 동물 피규어들을 한 바가지 올렸다. 일단 당근마켓에서 무얼 팔려고 한다면 샀을 때 가격은 잊어야 하는 것 같다. 시세보다 싼 가격이라면 바로 달려 든다. 그리고 거리도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시흥 안양에서도 달려 오더라. 하긴 아들내미에게 요정옷 사주겠다고 차로 왕복 4시간 거리를 주차한 아부지도 있다고 하지 않던가.

 

참 옥토넛 피규어 메가팩을 팔 적에는 배달도 한 적이 있다. 마침 장 보러 나가야 하는 시간이라 근처라 배달한다고 하니 반겨 주시더라. 그리고 꼬맹이 주라고 사탕이랑 귤이 든 봉지도 건네주시는 센스란.

 

오늘이나 내일은 토머스 기차와 다른 기차 세트도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지 싶다.

이게 당근마켓 중독인가.

, 책은 아마 잘 팔리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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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다리> 당근의 야망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메신저 서비스 카톡으로 시작한 카카오가 카카오 플랫폼으로 국내 굴지의 문어발 재벌로 성장한 것처럼 당근 역시 넥스트 카카오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분석을 너튜브를 통해 보게 되었다. 오 전지전능한 너튜브시여!

 

우선 당근마켓의 월간사용자가 천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한국의 인구가 5천만이라고 생각한다면 5명 중의 한 명은 오늘도 당근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알?

 

근데 거래수수료도 받지 않는 당근이 우찌 막대한 서버 비용과 직원들 월급을 줘 가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걸까? 그게 바로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들은 누구나 단돈 십원이라도 수수료로 내는 걸 원하지 않는다. 네고에서 후려치는 것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당근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파고 들었다. 우리는 수수료 받지 않아.

 

대신 당근은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 아주 적은 비용의 광고료를 받는다고 한다. 시작은 최소 5천원부터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게 원대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당근은 무려 4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특히 20199월에는 손정의 아저씨로 유명한 소프트뱅크벤처스와 배민의 초기 투자자로 알려진 아토스벤처스를 비롯한 일군의 그룹으로부터 400억을 투자 받았다고 한다. 오 놀랍구만 그래. 이들이 돈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이들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그들은 당근의 무엇을 보고 이런 투자를 감행했을까? 다음의 두 가지에 주목해 보자. 하나는 월간 천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의 앱 실행횟수다. 당근 이용자들은 월 평균 63회 정도 당근앱을 켠다고 한다. 이건 하루에 두 번 이상 당근을 들락거린다는 말이다. 다음은 앱 체류시간으로 라이벌 번개장터에 비해 80% 이상이라고 한다. 한 번 들어오면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것 말고도 다른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거다. 이런 플랫폼내 락인(lock-in) 효과에 주목한 투자자들이 당근의 미래 가치에 그야말로 에인절 머니를 쏟아 부은 것이다.

 

당근의 주고객 타깃층은 30~40대 여성이라고 한다. 당근앱을 이용하는 성비는 여성 66 대 남성 33 정도이고, 여성 중의 40%30~40대 여성이다. 육아와 교육 그리고 지역내 소비의 핵심이 이들이라는 점에 주목하자. 당근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에 지역내 맘카페를 대신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근의 확장성에 대해서 최근에는 10대와 20대들도 중고거래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당근앱을 소비하고 있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종이접기 유머 등이 그러한 점으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당근은 지역내 소셜앱으로 진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의 매출은 미미하지만, 고도화된 중고거래 서비스를 너머 지역의 숨은 맛집 혹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새로 런칭하면서 지역의 직방이나 다방 같은 부동산 서비스는 물론이고 청소나 가사도우미 같은 인력 공급서비스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수익다변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모델을 창출해낼 수 있다면 넥스트 카카오라는 당근의 야망이 이루어지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뱀다리2] 당근의 패기

 

당근이 400억 투자를 받은 2019년에 기업 가치가 1,600억 정도였다고 하는데(뇌피셜입니다만) 작년에는 무려 2조원에 육박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국내 1위 앱이 쿠팡이라고 하는데, 당근마켓이 2위라고 하네요.

 

당근은 기존의 사기나라라고 불리던 중나라가 가진 택배 거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신규 시장을 창출해냈습니다. 그리고 반경 6KM로 거래 제한을 두면서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거래를 한다는 개념을 그리고 매너 온도라는 것을 개발해서 그야말로 대힛트를 쳤습니다.

 

물론 당근에서 최근 사기꾼들이 준동하고 있지만, 이웃 중나라에서처럼 오늘도 평화롭다는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기꾼들이 매너온도까지 관리해 가면서 사기를 계획한다면 그것도 또 방법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단한 정성이 아닐까요.

 

스타트업으로 당근이 결국 상장까지 가게 된다면 지금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기업 가치 2조는 훨씬 뛰어넘는 빅 띵(Big thing)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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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2-04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보니 벤츠를 타고 오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00원씩 모아서 벤츠 사셨나 봐요, 그 분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2-02-04 13:15   좋아요 2 | URL
땃스~ 이천원 모아모아서
벤츠까정 !!! 속물 닝겡인지라
자못 부러웠습니다.

페넬로페 2022-02-04 1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은 멀티 플레이어 이십니다.
일을 하시는데도 책, 주식, 다정한 남편(이건 아직 증명이 안되었군요), 좋은 아빠(이건 확실한것 같아요), 이제는 당근마케터로 변신하셨군요^^
근데 그 꼬맹이는 참 착한데요.
우리집 막가파는 모든 것의 출처가 부모의 돈인데도 그 모든 것의 소유자는 본인이라고 못박거든요~~
저는 귀찮고 게을러서 당근마켓은 못할것 같아요 ㅠㅠ
벤츠에 빵 터졌어요.
그래야만 벤츠를 탈 수 있군요^^

레삭매냐 2022-02-04 13:17   좋아요 3 | URL
맞삽니다. 저도 귀차니즘 닝겡
이랍니다.

그리하야 버티고 버팅기다가 결국
옆지기의 압박으로 당근마케터로
나서게 되었고요, 일단 한 번 시작
하면 제대로 한다는 주의로 마구
팔아제끼고 있답니다.

오우 82 피플~~~

저희 꼬맹이도 비슷한 논리로 제
피같은 돈을 슈킹해 갔습니다.
꼬맹인 아무리 봐도 사짜 같습니다.

구단씨 2022-02-04 12: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당근에서 일반도서는 안팔리더라고요. ㅠㅠ
어린이용 전집류는 종종 팔립니다. ^^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내가 살 때의 가격은 잊어야 정신 건강에 좋구요. ㅎㅎ

레삭매냐 2022-02-04 13:18   좋아요 2 | URL
아 제 예상대로군요 -

명절 당근82에 중독되어
내친 김에 책도 팔자 이런
투철한 정신으로 책82에
나설라꼬 그랬거든요.

책은 패수각으로다가.

전집류는 하도 안 가져가
서 나눔 하니 바로 땡겨
갔습니다.

2022-02-04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2-02-04 13:18   좋아요 3 | URL
넵 그렇다면 이번에는
용기 버프를 받아 도전
해 보는 것으로 ~

장기전으로 가보겠습니다.

청아 2022-02-04 1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ㅋㅋㅋ요기 사진까지 올려주셨음 올마나 좋았을까 살짝 아쉽습니다ㅋㅋ역시 있는 사람들이 더하네요. 벤츠타면서 2천원이라니요!!ㅋ 그리고 꼬마 날강도 왤케 귀여워요? 나름 경제관념에 밀당을 아는 친구같은데요🤭

레삭매냐 2022-02-04 13:25   좋아요 3 | URL
미미님의 응원 버프에 힘입어 사진
몇 장을 올려 BoAㅆ 습니다.

요즘 돈독이 자꾸만 딜을 치려고
해서 죽갔습니다.

그레이스 2022-02-04 1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2000원 깍는 그 분은 뭐든 그렇게 하실거예요
ㅋㅋ
책은 절대 안팔려요

레삭매냐 2022-02-04 13:27   좋아요 3 | URL
첫 챗을 네고로 시작하셔서
쫌 당황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군말 안하시고
가져가셨습니다. 벤츠 타고
나타나셔서 더 놀람요.

책은 우짤까요... 그냥 버리
기도 그렇고. 애물단지네요.
참말로.

초란공 2022-02-04 14: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 벤츠 탄 분도 힘드실거에요. ㅋㅋ 매달 차 할부비용 내야지, 보험료와 기름값 내야지요. 분명히 집에 갈때 꿀호떡 2개(1개 천원) 내지는 붕어빵 6개(울 동네 3개 천원) 사들고 가겠지요? 좋은 일 하셨어요 2천원의 소소한 기쁨을 선물하심. 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02-04 14:28   좋아요 1 | URL
아이고 제가 먹을 꿀호떡
과 붕어빵을 벤츠 구매자
에게 기부한 것으루다가...

그니깐요 보험료-기름값
등등이 들어가네요. 고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그렇게혜윰 2022-02-04 2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딱 필요한 호프자런의 새책같은 책을 3000원에 당근 구매했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ㅋㅋㅋㅋ 가격제안을 받지 말아요^^

레삭매냐 2022-02-04 20:30   좋아요 1 | URL
구러게요 또 가격 제안이 들어왔네요 힝 ~

오늘 저녁에도 한 건 올렸습니다.

이거 맛들이면 안되는디... 책도 팔아 보려구요.
당군은 고저 행복입네다.

coolcat329 2022-02-04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당근이 이렇게 인기군요.
전혀 관심이 없어서 몰랐네요. 저도 토마스 기차, 터닝매카드 자동차 이런거 엄청 많은데 추억의 장난감이라 그냥 놔뒀네요.
벤츠타고 와서 2000원 깍다니! 하긴 이렇게 살아야 돈 모으나봅니당.ㅎ

레삭매냐 2022-02-04 20:43   좋아요 3 | URL
당군에 그만 중독되어 버렸습니다.
마구 팔아 제낄라구요.

제 다음 매물이 토마스 기차와
터닝 메카드랍니다 ^^
가차 없이 팔아 버릴 겁니다 넵!

일단 사진을 잘 찍어야 한다네요.
뽀샵질도 엄청하고 있답니다.

mini74 2022-02-04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전 책나눔 한 적 있어요. 무료나눔인데 엄청 깐깐하고 좀 기분 나쁜게 하던 분이 차를 몰고 가지러 왔는데 ㅎㅎㅎ전 차를 잘 모르는데 남편이 저 차 1억 넘는다고 ㅋㅋ 저래야 1억 넘는 차를 사는건가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 아이때도 토마스기차 인기였어요. ~~ 당근의 야망 ㅎㅎ 넘 웃겨요 ~

레삭매냐 2022-02-04 21:54   좋아요 1 | URL
너튜브로 보니, 주로 나눔에
당근 빌런들이 자주 출몰하
는가 봅니다.

그래서 단돈 천원이라도 받
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나눔책을 받는데 깐깐
하게 굴다니욧! 그저 놀라운
세상입니다.

라로 2022-02-04 21: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오늘도 재밌는 글 잘 읽었어요!! 일단 사시고자 하시는 카메라가 얼렁 나타나야 하는데
정말 쉽지가 않은가 봐요? 어떤 카메라를 점찍으셨길래??^^;;
당근 구매,, 이름 잘 지었네요.ㅋㅋ
이제 슬슬 우리 매냐님의 꼬맹이가 더 자주 등장하는 건가요??^^
이제 저런 장난감 안 갖고 논다면 대강 8살?인가요?? 전 애 키운지 넘 오래 되어서 감이 안 와요.
저도 팔고 싶은 거 많아요. 우리 해든이 안 가지고 노는 거 천지삐까리,,ㅠㅠ
당근 중독,,,ㅎㅎㅎㅎㅎㅎㅎㅎ
당근에 대한 정보도 아주 유용한데 당근 주식은 아직 안 나왔나요??
나왔으면 저는 그 주식을 사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2-02-04 21:57   좋아요 1 | URL
오늘도 당근 마켓에
나왔는데 간발의 차이로 그만...
쏴니 A5100 나 A6000을 노리
고 있답니다. 저렴이루다가.

눈 딱감고 질러야 하는가 봅
니다. 재면 바로 아웃이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미국에서는
크레이그스리스트인가가 있었죠
아마 ^^지금도 있나 모르겠네요.

투자자들이 470억이나 꽂은 걸
보면 언젠가 상장하지 않을까 싶
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