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팩션이란 장르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만남은 사실이 주는 리얼리즘과 허구에서 비롯된 흥미가 교묘하게 어디에선가 그 접점을 이룬다. 18세기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보스턴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는 그래서 더더욱 흥미롭다.

주인공 옥타비안(로마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의 영어식 이름이다)은 아프리카 공주 출신의 어머니 카시오페이아가 13살 때 낳은 아들이다. 그리고 그와 그녀의 어머니는 영국의 식민지 아메리카 대륙의 미국석학협회 소속의 조사이스 기트니의 보호를 받고 있다. 옥타비안과 그의 어머니는 흑인이다, 당시 대륙의 흑인들은 모두 노예로 생각되지만 이 기트니의 저택에서 그들은 후한 대접을 받는다.

옥타비안은 마치 부유층 자제들이 받는 교육과 같은 고전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배우고,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심지어 모차르트와 같은 유럽의 고전 음악 교육도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배설물을 금접시에 달아 기록하는 것과 같은 평범하지 않는 실험도 수행하고 있다. 누가 봐도, 평범하지 않는 실험에 의문을 느낀 옥타비안은 자신에게 금지된 비밀을 깨닫게 된다. 신화에 등장하는 금기들은 예외 없이 깨지는 것처럼, 옥타비안 역시 기트니 씨의 금기[taboo]를 깨면서 신화적 결합을 이룬다.

그 비밀은 바로 식민지 치하의 지배층들이 효과적인 식민지 경영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잡아온 흑인 노예들을 상대로 아프리카계의 열등성을 입증하기 위해 옥타비안을 그 실험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그 와중에, 물주인 첼소프 백작과의 관계가 어그러지면서 새로운 후원자로 샤프란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 비인간적인 실험은 도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책의 부제로 달린 것처럼, 소위 천연두 파티를 통해 창궐하는 천연두에 대한 예방책으로 살을 째고 천연두 균을 몸에 투입시킨다. 이 과정에서 옥타비안은 사랑하는 어머니 카시오페이아를 잃고, 결국 준노예상태에서 탈출을 감행한다. 자신의 삶의 존재에 대한 극도의 절망감에 빠진 옥타비안은 도망노예로 전전긍긍하던 중에 영국의 폭정에 항거해서 봉기한 애국파 민병 대열에 동참하게 된다. 하지만 그를 사유재산으로 생각한 이들의 집요한 추격 끝에 결국 다시 사로잡히게 되면서, 이 기구한 젊은이의 운명은 다시 한 번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 소설은 상당히 정치적인 색깔을 지니고 있다. 미국 독립전쟁은 전제정치의 폭거에 대항해서 인류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 뒷면에는 식민지인들의 경제적 이권과 식민지 경영을 위한 노예 노동력 착취 그리고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그렇게 자유와 사유재산의 보장을 외쳤지만, 그 자유는 어디까지나 백인 지배계층에게만 해당된 이야기고, 같은 인간이었던 흑인노예들에게는 별개의 문제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백인들의 사유재산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에 대한 작가 매튜 토빈 앤더슨은 말미 부분에서 다시 잡혀온 옥타비안에게 일장연설을 하는 샤프의 궤변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샤프의 말들은 전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고, 심지어 옥타비안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철가면을 씌워 재갈을 물리는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다. 설득과 대화로 상대방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자들의 전가의 보도인 물리적 폭력이라는 방식이 이 장면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하게 된다.

자본주의에 천착한 아메리카 식민지의 부르주아지들은, 자기 편의적으로 해석된 기독교까지 들먹이면서 자신들의 노예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인종차별주의는 오늘날까지도 다른 인종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고착시키고, 미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되었다.

소설에 나오는 미국석학협회가 이성적 탐구라는 명목으로 실시한 생물학적 실험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그들이 열등하다고 주장했던 유대인들을 상대로 실시했던 만행을 연상시켰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들을 서슴지 않고 저질렀던 이들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해 투쟁한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과 충돌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어린아이 옥타비안이 자신이 배운 교육을 통해, 자아를 깨닫게 되고 또 형처럼 자신을 도와주던 프로 보노를 통해 자신이 처해 있는 비참한 상태를 자각하게 되는 과정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M.T. 앤더슨은 이런 계몽시대의 유산들을, 옥타비안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유감없이 분출시키고 있었다. 계속해서 출간될 2권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한과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스리게 된 옥타비안의 종횡무진 활약이 펼쳐질 것을 예감할 수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길버트 그레이프
피터 헤지스 지음, 강수정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책보다 먼저 영화를 접하게 됐다. 사실 영화를 볼 때만 하더라도 책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소설 <길버트 그레이프>는 피터 헤지스가 1991년에 발표한 책으로, 영화는 2년 뒤에 스웨덴 출신의 감독 라세 할스트롬이 메가폰을 잡고 만들어졌다. 영화도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역시 영화의 요소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말하는 현실세계의 가시성이, 책이 주는 문학적 감성을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아이오와 디모인 출신의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보통 처음 만나게 되는 인사인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을 때 선뜻 어디 출신이라고 말하길 꺼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시골 촌동네인 디모인보다도 훨씬 더 시골인 엔도라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은 올해 24살로 램슨 식품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가족들을 부양하는 길버트 그레이프다. 한창 세상에 대한 꿈을 꿀 좋은 시절에 길버트는 가족이라는 굴레에 철저하게 매여져 있다.

피터 헤지스는 길버트와 더불어 그의 17살 난 지적 장애우 동생 어니를 동시에 등장시킨다. 길버트는 진심으로 자신의 동생을 사랑하고 있지만, 대개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그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른다. 하긴 큰누나 에이미 역시 가족에 대해 최고의 사랑과 헌신을 베풀지만 그 감정들은 어느 순간에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리고 17년 전에 자살한 아버지와 그 이후 외출도 하지 않은 채 집에서 폭식과 운동부족으로 하루가 갈수록 살이 쪄만 가는 엄마 보니가 있다.

이미 그레이프 집안의 큰 아들 래리는 집을 떠났고,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어니의 생일에만 얼굴을 비춘다. 길버트의 또 다른 누나 제니스는 그레이프들 중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항공사의 스튜어디스로 근무하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막내 엘렌은 길버트에게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이 7명의 그레이프들이 빚어내는 슬프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들은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 진지한 질문들을 슬며시 내어 놓는다.

그리고 길버트에게 남을 사랑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미스터리한 소녀 베키가 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굴레 속에서,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그런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길버트에게 베키의 존재는 ‘천사’ 그 자체이다. 그녀의 키스 한 번에 길버트는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감에 젖어든다. 세상이 길버트를 속일지라도, 그는 그녀의 존재로 인해 행복해 한다.

영화에서는 줄리엣 루이스가 베키 역을 맡았는데, 책과 상당히 다른 이미지여서 조금 실망스러웠다고나 할까. 영화에서는 좀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면서도, 미스터리한 점을 가진 역할로 그려지는 베키가 영화에서는 그 세부묘사에 있어서 실패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긴 그런 캐릭터상의 문제라면 아예 길버트의 또 다른 누나인 제니스는 삭제되어 버렸다. 그리고 길버트의 존재감 없는 삶을 더 한층 초라하게 만드는 엔도라의 유명인사 랜스 닷지 역시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에서나, 성인이면서도 어린 아이의 마음을 가진 길버트의 묘사는 탁월했던 것 같다. 물론 영화에서 주연 배우 역할을 맡은 자니 뎁의 캐스팅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지적 장애우 어니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연기를 위해 실제 지적 장애우들과 함께 지내기도 했다고 하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길버트의 관점에서 진행하는 이야기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자신도 형 래리나 누나 제니스처럼 엔도라를 떠나고 싶은 충동 사이에서 갈등을 어니의 18번째 생일 파티의 시간적 배열과 동일선상에 배치하면서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그레이프 가족이 보여 주는 문제들은 그야말로 실마리를 풀 수 없는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서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아버지의 죽음으로 비롯된 불행의 그림자는 엄마 보니의 비만 그리고 통제 불능의 지적 장애우 어니의 존재로 나머지 그레이프들에게 그늘을 드리운다. 가족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살려고 하지만, 이런 상황 자체에 염증을 내고 있다.

확실히 영화에서는 제한된 상영 시간 때문인지 책보다 진행의 템포가 빠르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등장인물들의 풍부한 감정묘사들은, 비주얼이 보여주는 극적 요소들로 대체된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마을에 있는 워터타워에 어니가 두 번이나 올라가는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보안관이 어니를 단 방에 구치소로 끌고 간다. 그리고 피터 헤지스가 지적했듯이 가장 중요한 장면 중의 하나로 꼽은 어니 일병 구출작전은 지난 3년간 외출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고래엄마 보니가 지휘한다. 사실 이 장면은 소설보다는 영화의 연출이 뛰어났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푸드랜드와 버거반으로 대표되는 물질만능주의 역시 대량소비 시대에 편리와 작은 마을 엔도라 고유의 정신이 충돌한다. 길버트의 고용주인 램슨 식료품점의 사장 램슨 씨는 양심과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지역 공동체와 애환을 같이 한다. 하지만 라이벌 푸드랜드는 오로지 판매와 능률만을 추구한다. 어쩌면 그런 푸드랜드에 길버트가 출입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니가 에이미 누나가 정성껏 만든 자신의 18번째 생일케이크를 망쳐 놓자 어쩔 수 없이 생일 케이크를 사러 갔다가 램슨 씨와 마주치는 장면 역시 삶의 아이러니를 정확하게 포착해 내는 순간이었다.

겉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마을 엔도라지만, 그 안에서도 역시 요지경 같은 인간사가 펼쳐지는 것도 빼놓을 수가 없겠다. 마을에 유일한 보험회사 사장인 켄 카버는 자신의 직원 멜라니와 외도를 하고, 그의 부인 베티 카버는 7년째 길버트와 불륜 관계에 있다. 엔도라 주민들이 다녔던 고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폐쇄되고 결국 소방연습으로 불타 버리게 된다. 잊혀 가고 사라져 가는 장소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꿈도 희망도 요원할 따름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길버트 그레이프>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행복한 가정이길 소망한다. 그레이프 가족은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피폐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상적으로 보이는 가정들도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적 장애우 어니가 더러운 몰골로 트램펄린에서 펄쩍펄쩍 뛰며 행복해 하는 순간이야말로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길버트의 천사 베키는 길버트에게,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이들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아주 쉬운 비밀을 알려준다. 쉬운 길을 멀리 돌아온 나그네처럼 길버트는 자신의 주변에 흩어져 있는 삶의 행복들을 찾아 가기 시작한다.

지금도 자신들이 처해 있는 수많은 고민들과 씨름하고 있을 길버트들에게 격려 한 마디.
세상이 너를 속일지라도 힘내라구 친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GM(General Manager) 2차전 GM(General Manager) 2
최훈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네이버 웹툰으로 유명한 최훈 작가의 본격 야구계 그 중에서도 트레이드와 구단 경영을 다룬 만화 GM (General Manager) 2차전이 나왔다. 이미 전편을 통해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들이 자세하게 소개됐다. 그리고 우리나라 현 야구 판을 보는 것과 같은 현장감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GM 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이미 최훈 작가가 그전의 신문지상과 웹툰 연재를 통해 갈고 닦은 인물들이라 그런 진 몰라도 나름 색깔들을 가지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전작에서 만년 하위 팀인 수원 램즈의 신임사장으로 부임한 이윤지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당장에 램즈에게 우승컵을 가져 오고자 한다. 미스터리한 배경을 가진 그녀는 구단 사장의 딸이면서도, 선수 트레이드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 만화의 진짜 주인공은 램즈 팀의 전략분석가 하민우 대리다. 예전에는 끗발 날리는 현역 선수였지만 프로에 진출한 후 어깨고장으로 젊은 나이에 은퇴한 후, 램즈 구단에서 일하고 있다. 그 외에 최고의 FA로 꼽히며 시장에 나온 강타자 장건호가 버티고 있다. 모든 구단들이 탐을 내는 장건호 영입에 램즈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장건호 쟁탈전에 뛰어든다. 이윤지 사장은 하민우 대리에게 장건호 영입 프로젝트를 맡긴다. 이 정도가 전작의 간략한 줄거리가 되겠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는 본격적인 단장/사장들의 두뇌게임에 들어간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 비용을 들여, 자신들의 전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전력을 강화하느냐가 관건이다. 보통 팬들은 시즌 중에만 관심을 가지지만 열혈 팬들은 이미 오프시즌부터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간다. 그래서 오프시즌을 다른 말로는 스토브 시즌(Stove Season)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만큼 뜨겁다는 말일게다.

우선 램즈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카드라고 할 수 있는 극강의 마무리 손대범을 이용해서, 게이터스의 유망주들을 싹쓸이하는데 성공한다. 물론 돌핀스의 천재 단장 은종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말이다. 누가 봐도, 은종오의 모델은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를 수년간 적은 예산으로도 스몰마켓팀의 한계 가운데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던 빌리 빈 단장의 그것이었다.





한편 주전 마무리 투수를 트레이드한 램즈의 팬들은 분노하고, 그 중에서 야구용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열혈 팬은 구단 버스에 방화까지 하려고 한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등장해서 하민우 대리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최고타자 장건호. 독자들을 궁금하게 하는 스토리라인은 계속 진행된다. 이윤지 사장은 하민우와 애리를 광주로 파견해서 역시 FA로 풀린 박종연의 스카우트를 명령한다. 복잡한 관계가 얽힌, 박종연의 사연을 풀어 왔지만 오히려 사장으로부터 나무람만을 듣는 하민우. 게다가 이런 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는 애리와의 러브 스토리 라인까지 더해져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진다.





이 만화의 기본 핵심은 바로 미스터리에 있다. 미국의 유명 컨설턴트 출신으로 램즈를 최고의 구단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고, 움직이고 있는 이윤지 사장의 정체는 무엇이며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FA 장건호 역시 그녀와 같은 지향점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자신의 그것은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민우 대리는 좌충우돌하면서 자신 나름대로 움직이고 있다. 마치, 장기판의 놓인 말들처럼 철저하게 전략의 한 부분으로써 움직이는 걸까?




하지만 이야기들을 한 꺼풀 벗겨 보면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가 있다. 야구도 엄연한 비즈니스이다. 하지만 매우 인간적인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어서, 쉽게 계산적으로만 움직일 수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팬들과의 관계는 더더욱 그렇다. 수년간, 팬과 선수 그리고 팀으로 짜여진 무형의 관계가, 우승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뛰는 구단 경영진과 불화를 빚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또 한 가지, 기록의 경기라 불리는 야구의 통계를 통해 개인의 성향과 사생활의 문제점까지도 밝혀낼 수 있다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물론 가정과 사실의 경계점에 닿아 있는 것도 분명하지만, 아주 매력적인 설정이었다.

앞으로 최훈 작가가 진행시킬 이야기의 향방이 점점 더 궁금해지게 만드는 ‘2차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소설 신윤복
백금남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을 가지고 쓰는 팩션이란 장르는 매우 유혹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양날의 칼 같은 느낌이다. 얼마 전, 읽었던 로버트 해리스의 <임페리움>의 경우에 마르쿠스 키케로의 생애를 그리면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질 정도의 치밀한 고증이 상상에 날개를 달아주었었다. 자, 그렇다면 오늘 이야기할 <소설 신윤복>의 경우는 어떨까?

2008년 문화계를 휩쓸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신윤복이다. 텔레비전에서는 <바람의 화원>이, 영화에서는 <미인도>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시류에 편승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서로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나름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조선 후기 문화의 르네상스 시기였다는 영정조 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표암 강세황, 단원 김홍도 그리고 혜원 신윤복의 일대기가 백금남 씨의 구성에 의해 재탄생되었다.

궁금한 것은 이 소설의 핵심을 이루는 강세황-김홍도 그리고 신윤복의 관계가 정말로 큰스승-스승 그리고 제자의 관계였냐는 것인데, 아마 책의 제목에 붙어 있는 대로 “소설”이라는 단어가 이런 논쟁을 슬쩍 비켜나게 해주지 않았나 하는 추론을 해본다. 영조 대에 사도세자와 더불어 풍류를 즐겼던 강세황은 장차 보위를 이을 세자의 총기를 흐리게 하는 환쟁이라는 누명을 쓰고 영조 앞에서 진검승부를 펼쳐 보이게 된다. 그의 출중한 실력에 감탄하는 영조는 그에게 벼슬을 제수하고자 하나, 강세황은 짐짓 사양한다.

중국 남종화의 영향을 받은 강세황은 사실보다는 마음을 그려야 한다는 전통적인 문인화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시서화(詩書畵)의 조화를 이루고 먼저 예인(藝人)은 인격을 수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견지하며 제자들에게 가르친다. 단원은 그 스승의 도를 깨우치고, 풍속화를 그리면서도 속기(俗氣)를 배제한 자신만의 일가를 이루어간다. 반면, 역시 강세황과 스승 단원으로부터 그 뛰어난 재기를 인정받지만, 춘화를 그렸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버지와 몰락한 집안의 한을 그대로 이어받은 혜원은 직접적인 사물을 묘사하고, 당시 지배층이던 사대부 양반들의 위선을 폭로하는 그림들을 그려낸다.

시대정신의 발로인지 절대군주 정조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춘화들은 민간에서 계속해서 범람하고, 걷잡을 수 없을 수준에 다다른다. 한편, 단원은 자신의 제자 윤복에게 한(恨)을 가르치기 위해 최북 선생에게 애제자를 의탁한다. 스승 단원은 서치홍포, 쥐와 무가 그려진 그림을 불가에서 화두(話頭)를 던져 주듯이 내주며, 쥐와 무외에 다른 그림이 있다는 언질을 주며 윤복에게 깨달음을 얻으라고 주문한다.

무아(無我)의 경지에서 일가의 도를 깨우치기 위해 정진하는 표암이나 단원과는 달리 끓어오르는 젊음과 가족의 한에서 비롯된 정념을 안고 사는 윤복에게 그림은 유일한 탈출구였다. 게다가 집안이 몰락하면서 어쩔 수 없이 기녀가 된 누이와, 어려서부터 정분을 나누던 애인 송이와의 만남으로 빚어지는 상황 앞에서 윤복은 화원에서 그림만 그릴 수가 없었다. 결국 임금조차 말릴 수 없었던 윤복의 일탈이 시작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읽지 않게 된 ‘이문열’의 <금시조>가 떠올랐다. 그 글에 보면,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고죽을 그의 스승 석담 선생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비인부전(非人不傳:사람이 아니면 전하지 않겠다)의 왕희지의 일화가 <소설 신윤복>에서도 반복됨을 느꼈다. 옛 선인들은 그림을 그리는 재주보다도 서권기(書卷氣), 문자향(文字香)으로 대변되는 서화의 정신으로 쳤다. 그런 점에서 신윤복은 기예는 뛰어나지만, 서화의 정수에 득도하지 못하고, 지나친 속기가 그의 기예마저 망친다는 표암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팩션이 가진 장점 중의 하나는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을 가지고, 그 사실 중에 빠진 부분들에 작가의 상상력을 채워 넣는다는 점이다. 신윤복의 생애도 그가 그린 그림들 말고는 상당 부분에 물음표가 찍혀져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 이렇게 좋은 소재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러니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는 심지어 그가 여자라는 주장까지도 하지 않는가 말이다. 하지만 <소설 신윤복>에서는 불가한 이야기다. 조선조 여성성을 그리기 위해서라도 그의 존재는 반드시 “열혈대장부”여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바람의 화원>과 <미인도>의 대척점에 서 있다.

등장인물들의 세부묘사와 곳곳에 포진해 있는 지금도 볼 수 있는 그림들에 대한 설명들의 조화는 팩션 장르가 가진 장점을 만개해 주었다. 하지만 팩션에서 더 나아가 김홍도가 일본에 건너가 우키요에의 대가를 이룬 도슈샤이 샤라쿠라는 주장은 너무 많이 나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고증에 근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윤복의 사형으로 등장하는 김득신의 경우에는 17세기에 살았던 이로 화적 떼에게 살해된 김득신과 화가 김득신 동명이인을 한 사람으로 만드는 오류를 범했다. 이것은 명백한 실수인데, 작가가 어떻게 대답할지 못내 궁금하다.

그리고 김응환과 단원이 일본 지도를 그려 오라는 정조 임금의 명을 받고 대마도에서 일생을 마쳤다고 하는데, 네이버의 백과사전에서는 부산에서 죽었다고 나온다. 그 외의 연풍현감 발령 등의 시간적 구성에서도 역사적 사실과는 많은 차이점들을 보여 주고 있다. 물론, 전가보도의 무기처럼 이 책은 “소설”이다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말이다.

인간사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처럼 애증으로 점철된 관계도 또 없을 것이다. 스승에게 배우지만 스승의 그림자를 뛰어 넘어야 하는 것처럼 어려우면서도 반드시 이루어야하만 하는 일도 드물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들이, 청출어람의 고사처럼 문화와 예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하는 정수일 것이다. 회화가 품고 있는 정신세계의 구현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현현시키겠다는 아티스트로서의 자긍심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그 고통의 순간, 혜원은 궁극의 깨달음을 얻으면서 자신의 필생의 역작을 탄생시킨다. 지은이가 표현한 대로, “조선의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책을 읽으면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확실히 재밌는 책이긴 하지만, 팩션 장르에서 주는 즐거움만큼이나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보다 철저한 고증의 부족과 연대기적 시간 구성의 결여에서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49번째 책이야기 <국화와 칼> _ 을유문화사



북스토리 (http://www.bookstory.kr)

Photo Book 
http://www.bookstory.kr/board/com_photo_board_view.php?no=11&page=1&id=bookstory&sub=community

◆ 서평단 모집기간 : 2008년 12월 3일 수요일 ~ 2008년 12월 10일 수요일 (8일간)
◆ 모집인원 : 10명
◆ 서평단 발표일 : 12월 11일 목요일 (북스토리 홈페이지 -> 서평마을 -> 서평단 공지사항 참조)
◆ 서평작성기간 : 12월 15일 ~ 12월 29일(책수령후 평균 2주 이내)


국화와 칼 (을유문화사) / 루스베네딕트 (지음)
국화(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칼(전쟁)을 숭상하는 일본인의 이중성을 해부한 책.1946년,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 여사가 미 국무부의 의뢰를 받아 2년 간의 자료 수집과 연구 끝에 내놓은 이 일본 문화 연구서는 서구인이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일본인의 '이중성'을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적국을 현지답사할 수 없었던 베네딕트는 일본에 관한 기존 연구서와 2차문헌을 폭넓게 독파하고, 소설과 같은 문학적 자료들과 전시 선전용 영화까지 섭렵해 인류학적 데이터를 추출했다. 일본을 방문하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일본문화의 핵심을 지적해낸 이 책은 일본을 이해하는 고전으로 자리하고 있다. 

◆ 참가방법
1.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먼저 해주십시오.
2.서평단 가입 게시판에 "국화와 칼 서평단 신청합니다."라고 써주시고 간단한 서평단 가입의도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3.자신의 블로그에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스크랩(복사, 카피)해서 꼭 올려주세요.

◆ 서평단 참가를 위한 준비
1.블로그와 홈페이지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블로그 주소를 꼭 기재해 주십시오.
2.북스토리 회원가입시 집주소와 메일주소는 정확히 입력해 주십시오. 
3.선정후 배송되는 주소는 가입시 기재한 주소로 도서가 배송됩니다.

◆ 서평단 선정기준
1.북스토리 회원
2.북스토리 ‘북스토리 서평’ 게시판에 글을 충실히 써 주신분(자유서평단 작성 참조)
3.작성한 서평을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 홈페이지에 멋지게 포스팅 해주신 분.
옵션 : 블로그를 여러개 가지고 계신 분들은 제약 없이 포스팅 하셔도 됩니다. 
많은 블로그, 카페에 게시하시면 높은 점수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 도움주실 일
1.서평 및 덧글 작성은 출판사 책 수령 후 2주 이내에 북스토리에 해주셔야 합니다.
2.자신의 블로그(네이버, 야후, 다음, 파란, 앰파스 등 포털 1곳이상)에 서평을 남겨 주셔야 합니다.
3.인터넷 서점(YES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리브로 등) 중 2곳에 댓글을 남겨 주셔야 합니다. (3줄이상 해주셔야 하고, 자신의 ID를 꼭 기재해 주세요.)

※ 주의사항
1.서평단에 가입되신 분은 책 받으신 후 2주 이내에 위의 도움 주실 일을 해주셔야 합니다.
2.다른 ID 두개 신청하여 두권의 책을 받아가시면 안됩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도서를 배본 받고 서평을 쓸 기회를 주실 수 있도록 배려해 주세요.)
3.회원가입시 본인의 책 받을 주소, 자주 쓰는 메일주소, 블로그 주소는 정확히 적어주셔야 합니다.
도서가 잘못 배송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꼭 한번 더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4.서평단 완료 후 스크랩 한 블로그 주소와 인터넷 서점에 댓글 달아주신 ID와 주소를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5. 이전 서평단에 당첨되신분 중 서평 미작성하신 분은 서평단 가입이 불가합니다. 

◆ 문의 : 궁금하신 점은 lovebook@bookstory.kr 메일로 주시거나 북스토리 고객 게시판을 통하여 질문해 주시면 빠르게 답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