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 - 낯선 길에서 당신에게 부치는 72통의 엽서
변종모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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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여 년 전에 변종모 작가의 여행 에세이집을 읽은 기억이 있다. 동남아를 배경으로 사진과 글이 함께 어우러진 사진 에세이집이었다. 이런 유의 에세이집도 있구나.라고 신기한 듯 바라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오랜만에 변종모 작가의 신작을 만나게 되니 감회가 더욱 새롭다.


‘낯선 길에서 당신에게 부치는 72통의 엽서‘라는 부제처럼 여행을 하며 느끼고 경험한 솔직한 감정을 독자와 나누는 글들이 쉽게 공감된다. 여행자란 이름으로 현장에서 체험한 겪은 에피소드에 대한 사유를 생생하면서도 정적으로 풀어 낸 문장들이 특징인 작품이다.


쉬운 듯하지만 내면에 담긴 정서를 따라가는 행위. 이것이 여행 에세이집을 읽는 방법이며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동질감을 갖게 해준다. 이런 점에서 감수성 풍부한 글, 현장의 순간을 포착한 작가의 사진들이 사실적으로 독자의 마음에 안착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이란 문득 생각을 내려놓고 떠나지만 생에 있어 많은 것을 느끼고 얻게 해준다는 교훈을 던져 주는 작품이다.

여행이란 미묘함,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타인들과의 조우를 통한 시적 감정을 글로 승화시키는 힘이 독자에겐 울림이 된다. 여행자이자 작가인 변종모가 거닐던 길은 그저 투박한 일상이 아니라 인생의 흔적이 되는 것 같다. 독자들은 현재의 엄혹한 상황에서 그의 글을 통해 현재라는 시점에 대리만족을 느낌과 동시에 미래라는 계획으로 여행을 꿈꾸게 될 것이다. 작가의 글처럼 여행 안에서 누군가를 위해 엽서 한 장 적어보내며 나란 여행자의 흔적을 남겨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 작품도 물론이려니와 작가의 새롭게 시작될 또 다른 여행의 사유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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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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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제작자 티나는 일 년 전 하나밖에 없는 아들 대니를 버스 사고로 잃고 만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은 일 년이 지난 지금도 믿기지 않는 미스터리이다. 어느 날 밤 우연히 집 안에서 들린 ‘쿵‘하는 소리에 놀라 방 밖으로 나온 티나는 검은 칠판에 적힌 ‘죽지 않았어‘란 문구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분명 죽은 대니의 글씨이지만 분명히 처음 목격하는 글자, 문구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죽은 대니의 방을 정리하기 위해 방문하는 가정부 비비언의 눈에도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난다. 대니의 방에서 들리는 정체 모를 소리와 꺼지지 않는 라디오 주파수 채널. 비비안은 이 사실에 대해 절대로 다른 이들에게 발설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녀를 혹시 노망에 든 노인네로 여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켜지는 라디오 소리, 위아래로 펄떡이는 침대, 끊임없이 열었다 닫히는 옷장 문 등 알 수 없는 현상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따뜻했던 방이 한 겨울 날씨를 방불케 하듯 성에까지 끼어가며 따스함과 차가움이 대니의 방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티나의 사무실에서도 차갑고 서리 가득한 기온과 알 수 없는 공포스러운 문구들이 티나의 눈에 나타난다. 잘못된 공상이자 상상인지 아니면 죽었다던 아들이 죽지 않았다는 암호를 글자화해 티나에게 보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비밀 같은 호기심이 끊이지 않게 계속된다.
하지만 티나가 제작한 첫 대형 공연의 프로모션 공연에서 만난 변호사 엘리엇은 그녀의 삶에 일대 전환기를 마련해 준다. 유능한 조력자로서 새로운 사랑의 정열을 불태우며 죽음을 목격했던 동반자로서 말이다. 어둠 속 미궁으로 향해가는 길에 희망과 확신을 위한 조력자로서 문제를 헤쳐 나갈지 어둠 언저리 보이지 않는 눈이 그들을 주시하고 있다. 그들에게 얼마나 은밀하고 감춰진 어둠 속 이야기가 전개될지 가독성 높은 작품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를 전율과 함께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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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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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임현의 추천사처럼 [현실의 불합리를 지적하고 고발하는 일을 놓치지 않는 소설] 우리는 늘 부정과 부패, 힘의 논리에 의해 때론 피해를 당하고, 정의란 이름마저 부정 당하는 사회에 억눌린 채 살아가고 있다. 많은 것들이 발설되는 21세기임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을 때 더 큰 목소리로 진실됨을 세상에 고백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이다. 허구와 가공이 단순히 소설 속 세계가 아님을 인식하고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이다. 책을 읽기 전 저자의 다른 작품들이 출간된 흔적이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아직 제대로 된 발견을 하지 못했다. 소설가이자 언어학자로서 활약하는 일인 다역의 저자답게 작가의 많은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돼 길 희망한다.

하루에 100단어 이상을 사용하지 못하면 어떨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이 미션이 왜 선을 반으로 나누는 남녀의 차별적 행위로 여성에게만 주어진 사회적 테두리로 제한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게 한다. 당연한 것이 아님에 대한 정당성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치 과거 국내로 따진다면 조선시대, 유럽의 절대왕정 시대에 권력자들 간의 힘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했던 시대를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물론 현대의 사회가 발전적 의미로 봐서 더욱 편리하고, 윤택한 생활을 가능하게 하지만 남녀 차별이란 사라진다고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잔재들로 인해 그때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았으리란 끔찍한 결론도 상상 가능하다.

[1984]를 능가하는 [빅 브라더] 이상의 권력과 불합리적 상황이 소설 속의 세상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서게 된다. 여기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답답스러운 현실과 이를 무릎 쓰고 침묵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당연스러운 정당함임을 표출하려는 세력들 간의 보이지 않는 암투가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침묵과 발화(發話)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강제적으로 선택, 강요받을 수 없는 당연함이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생이 우리에게 어떤 현상으로 다가올지에 대한 불안요소를 고민해보며 침묵에 대한 갈증을 해갈하는 방법론적 관점의 다양한 추론도 나눠보는 독서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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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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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소설에 대한 환상, 우선 신비로움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요 네스뵈를 대표로 아이슬란드 작가 인드리다손의 ‘저체온증‘이란 소설을 읽어오며 느낀 차가움과 처절함. 이상야릇하게 뭔가 다른 느낌의 북유럽 스타일 소설의 장르적 특성에 매료되다 보니 ‘실버 로드‘ 또한 독자로서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렐레는 ‘실버 로드‘에서 자신의 소중한 딸 ‘리나‘를 잃고 만다. 실종 사건이 일어난 상황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며 궁금증을 가중시켜준다. 사건에 대한 진실과 실마리를 풀어가는데 집중하는 주아공 렐레와 그를 조력해 주는 인물들의 등장이 책을 읽는데 집중력을 더해주고 소설의 시작부터 몰입하게 된다. 실버 로드에 대한 배경적 지식 또한 상세하게 묘사해 장소의 이미지마저 그림으로 상상할 수 있게끔 한다. 작가의 데뷔작이지만 그렇게 느끼기 힘들 만큼의 짜임새 있는 내용이 장점인 소설이다.

렐레의 이야기와 함께 교차되며 전개되는 중년의 토르비요른과 그의 집에 기거하기 시작하는 동거녀 실리에와 그녀의 딸 메야. 일상적인 생활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북유럽 동거가족의 모습이지만 실종된 리나를 찾는 렐레와 중요한 연관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 외에 독자적인 가족 공동체를 구성하는 스바르트리덴의 가장 비르게르와 부인 아니타와 삼형제. 어떤 모종의 사건을 암시하게끔 하는 스릴러의 장점이 책을 읽어가는 집중력을 높여준다.

우연히 비르게르의 막내인 칼 요한을 비롯한 두 형제와 만난 실리에르의 딸 메야의 인연이 리나의 실종과 어떤 연관성 있는지도 추리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나의 실종과 뒤 이어 3년 뒤 발생하는 10대 소녀 한나의 실종 사건이 과연 동일 인물의 범죄였는지도 흥미롭다. 여러 명의 용의자 중 누가 과연 그 범인이고,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인물의 심리적 상태 등을 통해 추리할 수 있는 것들이 스릴러물의 매력이 되는 것이다. 사건의 향방이 마무리로 달려 갈수록 어떤 접점을 찾게 될지 혼란스러우면서도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스토리. 이것이 범죄, 스릴러 추리 소설을 끊임없이 찾게 하고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재미이자 특징이란 생각이 든다. 소설가 스티나 약손의 처녀작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실버 로드‘란 상징성 있는 제목을 통해 현 사회 문제점을 밀도 높게 풀어 내고 가족의 의미 또한 재확인할 수 있게 하는 교훈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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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 스마트폰은 어떻게 우리의 뇌를 망가뜨리는가
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박종대 옮김 / 더난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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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스몸비란 용어는 지나치게도 익숙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개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사용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사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곤 한다. 어린 자녀들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디지털 세대의 폐해와 긍정적 방향성을 제시한 책들을 출간한 전문가이므로 이 작품 또한 기대가 크다. 안 쓸 수 없는 스마트폰,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폰 중독에 대처하는 방안을 이 작품에서 얻어 가길 희망한다. 인간이 절대 스마트폰의 노예가 될 수 없다.
독일 학자가 언급한 국내 20세 이하 청소년층의 근시율이 90퍼센트임에 주목하자. 일반적으로 1~5퍼센트가 평균이라는데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저자의 조언이다. 잠시 아이를 다독이려는 장치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문제와 해법이 그냥 읽고, 생각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까지 올곧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스마트폰이란 작은 존재가 어쩌면 인류 역사에 가장 큰 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니더라도 미래의 자녀 세대에게 말이다.

이 책은 총 15장으로 정리되어 있다. 기승전결의 구성이 아니다 보니 ‘스마트폰이 만든 전염병‘의 시작에서부터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법‘, ‘유령 진동 증후군‘ 등 흥미로운 장부터 읽어보며 스마트폰의 올바른 사용법, 단점을 극복해가는 과정의 조언을 습득해도 좋을 것 같다.
전문적인 내용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각계각층의 사례와 그림, 도표를 통해 책의 내용을 어렵지 않게 정리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생존‘, ‘왜 IQ가 점점 떨어지는지‘의 이유까지 읽어보며 스마트폰 활용의 장단을 잘 혼합해 주도적인 스마트폰 사용의 전문가가 늘어나길 기대한다.

스마트폰의 사용은 세대 간의 불화는 물론, 심각한 우울 증상, 흡연가들이 금연을 할 때 느껴지는 금단현상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증상도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이런 이유가 스마트폰으로 인한 자살률 급증을 설명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일일 평균 2~3시간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니, 대개가 SNS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웃픈 경우는 게임에 빠진 성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다가올 것이다. 오히려 디지털화된 스마트폰 및 PC를 활용한 교육 등에 대한 긍정적 학습 효과는 그에 못 미친다니 기술과 시대의 전환이 빠르게 발전한다지만 인간의 정서적 측면은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애플의 투자자마저 스마트폰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염려를 표했으며, 생전 스티브 잡스도 본인의 자녀에겐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했다니, 스마트화된 기기의 잘못된 사용이 전 세계 아이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악영향을 던져 줄 것인지 불 보듯 뻔한 일에 걱정이 앞설 뿐이다. 이 책이 스마트폰의 공포증, 중독 일보 직전까지 가는 이들의 최악의 순간에 방패막이가 되는 안정제가 되는 작품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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