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읽는 순간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푸른도서관 83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6년 만에 외삼촌의 딸 영서가 등장했다.
친해지려 싶었더니 며칠 만에 영서의 이모에게 떠나는 그녀. 영서는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1인칭의 화자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이다. 작가는 정확한 의도를 에필로그 부분에서 언급한다.

영서는 16년 만에 만난 고모의 딸 ‘연아‘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작은 이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진교, 영서의 ‘파라다이스‘와도 같아던 도서관과 그곳의 사서, 친구 소란과 유리에 이르기까지 외로움을 품에 안은 채 많은 사람들과 짧은 인연을 이어간다. 분명히 외롭고 힘겨운 십 대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지만 어려운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문제를 극복하려는 마음은 심지가 강한 아이 영서의 특징 같다. 필요할 때 강단 있게 할 말을 하거나 양보가 우선일 때는 고집을 부려서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강한 십 대 아이의 모습 자체이다.

하지만 영서에겐 분명 교도소에 있는 아빠와 ‘파라다이스‘란 이름의 모텔에서 함께 생활했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표현하기 힘든 아픔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꾸준히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영서의 주변 인물들은 그녀에게 작은 관심과 배려를 나누려 하지만 어린 영서에겐 사실 부담스러움이 더 가득해 보인다. 여러모로 생각할 것과 관심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지금 시대에 많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소설이란 정적인 면과 동적인 사실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거나 각각의 감정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 두 가지 기능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이야기는 드물다. 그런 면에서 이‘너를 읽는 순간‘ 은 영서와 그녀의 주변을 스쳐가는 중심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준다. 마치 한 편의 성장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의 끝은 각 에피소드의 인물들이 다시 등장해 결론에 이르는 상황에 대한 각자의 감정을 표출한다. 과연 결말이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될지,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더라도 당황해하지 말길 바란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완결된 이야기의 종결보다 독자 개개인에게 영서의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생각 확장의 틀을 남겨 둔다. 세상은 누군가를 외면하기보다 좀 더 감싸 안을 사랑의 힘이 남아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길 바라며 나만이 아닌 타인, ‘너를 읽는 순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분의 ‘파라다이스‘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과 함께 이 소설 작품과 꼭 만나 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이 초심 독서가들에게 냉혹한 제목처럼 보인다. 시장을 교란해 긍정의 효과를 얻어 내자는 것인지, 혁명을 혁신을 뛰어 넘는 '교란'이 답이 될까? 의문스러움도 묻어난다. 결국 그 문답을 찾기 위해 책을 펼쳐 보는 독자들이 많으리라 여겨진다. 껍질을 파괴하고 세상에 나오는 독수리 새끼처럼 창공을 지배하는 원대한 포부 이전부터 파괴의 영역과 확장은 시작된다. 우리 인간도 그럴 수 있는 존재이므로 저자 '데이비드 로완'은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예전의 생각 기준이 이성적 판단이었다면 '로완'은 비이성적인 것이 새로움의 혁신이며 교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즉, 고정관념에 박힌 사람은 그 틀에서만 이성적 판단을 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애초에 하나도 모르고 시작했던 사람들의 혁신이 교란이 되어 새로움을 창조해내고 있음을 대변해 준다. '에어비앤비'의 탄생과 음악과 레코드 산업을 모르던 이가 대표성 넘치게 일을 수행하는 것도 비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자리매김한 사례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총 14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체계적 순서로 읽어나갈 수도 있고. 뒤부터 앞으로, 자신의 눈이 가는 대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다. 굳이 정형화되고 바른 이성적 판단에 의한 책 읽기가 아니어도 된다. 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다른 부분에도 관심이 가게 되고 그렇게 취향의 확장성을 늘려가는 것도 비이성적 측면 발견이자 특성이란 생각이 든다.



에피소드 처음부터 파괴적인 발상으로 독자의 뇌를 진동케하는 세계적 건축 설계 엔지니어 기업인 '오베 아룹'의 사례가 등장한다. 영국의 오성급 호텔 '클라리지스'의 운영 중에도 지하 5층 규모의 설계 기술을 보여준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가 새로움을 보여준다는 교훈을 얻게 한다. 이어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서울의 DDP에 이르는 설계까지 그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인재들이 몰리지만 그들 각자의 독창성을 인정하며 한곳에 안주하기보다 독립성을 배우길 원한다. '아룹'의 '부의장 카프래'의 말이 더 압권이다. 전통을 계속 유지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조직을 싹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안다는 생각을 깨뜨리고 싶어요. 그게 우리의 과제입니다."

그들은 계속 부수고, 파괴하며 다시 조직의 재창출을 위한 놀이터, 창의적 씨앗을 심기 위한 재창조란 이름의 교란작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업체 다우어처럼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내려는 공통분모를 지닌 팀도 존재한다. 상부에서의 강압적인 지시가 아니라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뭉쳐진 개발팀이므로 모든 과정과 결단은 팀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단, 대표자는 상황을 파악하고 가벼운 피드백을 통해 개발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보조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선이나 경계가 없는 가장 합리적인 현대 사회가 바라는 업무 형태일 수도 있겠다. 또 하나는 전문 영역을 아우르는 팀을 고객과 엮어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아룹의 '디네시 파텔'은 전한다. 한 쪽의 일방적인 파괴, 교란이 아닌 쌍방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강조해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의 중요성은 미 국방부를 비롯해 백악관에까지 전파되고 있다. 그 중심에 DDS 문화가 존재한다. 최고의 인재를 두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조직. 상향식 조직이 아닌 수평적 조직 사회의 이상향이 대두되고 그렇게 변화하는 요즘, 필요한 조직 문화의 가치관이기도 하다. 해군이 되지 말고 해적이 되라는 의미도 한 세력 안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것보다 해적처럼 변화무쌍한 모습을 강조하는 의미라 하겠다. 이것이 기존의 틀에 대한 파괴이자 교란을 통한 새판이 만들어지는 시작이라 생각한다. 단, 책임자이자 리더는 이 조직을 적절히 돌아가게끔 하는 순간의 리더십만 보이면 된다. 자율성의 강화, 우선 믿고 맡기면 사고가 쳐지고, 그 안에서 깨어나는 껍질을 통해 새로운 탄생도 의미의 변화도 불러일으키는 날이 오고 말 것이다.

'환자가 얼마나 빨리 치료받고 성공적으로 퇴원하는지와 환자의 만족도다.'

금융 기업인 'OP'에서 운영하는 핀란드의 '포횰라 병원'에서 추구하는 가치이다. 왠지 국내 병원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영리 병원을 막는 이유가 그중 하나처럼 느껴진다. 건강보다 병원의 영리 목적이 앞선다면 단순히 의료 수가를 높이는데 급급할 텐데 빠른 치료와 만족도라니...... 의술의 기본 앞에서 왜 이리 마음이 초연해질까. 챕터의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사람들에겐 건강보험이 아닌 건강이 필요하다] 가장 당연한 일이지만 우린 건강보다 보험료에 더 민감했던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이것도 파괴의 시작이며 새로운 각성처럼 느껴진다. 북유럽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의료, 건강의 중요성은 일 순위여야 한다. 이 기업 또한 기존의 건강과 웰빙 산업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현 산업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폰'에 뒤진 '노키아'가 거짓 안정감을 표방하다가 퇴보한 것처럼 관점을 바꿔 기회를 노림을 희망하는 것이다.

알고리즘 대신 휴먼리즘을 선택한 '헤이우드 힐 서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왕에게 책을 공급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인터넷 서점 등과 같은 거대 기업과의 경쟁이 날로 어려워지는 시기이다. 대신 '힐'의 대표 던은 독자들의 취향에 맞는 책을 선정하는 서비스, 독자 각각의 서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경영 방침을 바꾸게 된다. 직원들 또한 열정적인 독서가이므로 고객 독자들의 책을 선정할 땐 신중의 신중을 기한다고 한다.

요즘은 이 방식과 흡사한 방식이 많아지고 있지만 알고리즘에 의존하기보다 인간의 정서와 감정을 통해 책을 선정하고 배송해 주는 서비스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것도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교란 중 하나가 아닌지 생각해본다. 조금만 달리하면 변화하는 세상의 룰에 도전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것을 쏟아부어 쉽지 않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할 일에 사람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구글 X에서 진행하던 문샷 프로젝트, 즉 바닷물을 탄소중립 액체 연료로 만들던 연구를 단 번에 중단한 팀장 해넌의 킬 판단법이다. 단기간의 손해가 따르겠지만 더 이상의 투자와 실패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오히려 팀 전체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너스를 선사하고 경영진들에겐 정직함에 의한 결단이란 칭찬까지 듣게 된다. 억지로 일을 끌어가거나 담고 있는 것보다 아니다 싶을 때 내리는 결단의 중요성이다. 기존의 어긋난 틀을 파괴, 교란하고 좀 더 나은 것으로 새 판을 짜는 경영이자 리더십도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좀 더 긍정적인 생각과 낙관주의로 새로 달리다 보면 그간의 성과와 실패는 더 큰 교훈이 되며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이가 구글 X 이자 문샷의 책임자 '아스트로 텔러'는 킬 판단된 실패작들을 전시한다고 한다. 성과주의 보다 과정을 중요시하고 기념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이러한 작고 적나라한 것 혹은 징표에 반응한다고 말한다. 실패는 감추기 좋아하고 찬란한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누리려는 우리 일부 기업들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하는 내용이었다. 저자 또한 아스트로 텔러가 '공학보다는 심리학을 활용하는 것처럼 느낀 것'처럼 이젠 직원들 개개인의 마음가짐, 심리적인 안정이 성과를 위한 과정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시대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기계적인 차가운 감정보다 정서가 우선 되는 사회, 지금이 그러한 시대이다.

다양한 성공 방식에 따른 경영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한 가지의 과정으로만 험난하고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상을 파괴하고 교란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각국, 굴지의 리더들과 전문가들이 혁신과 변화란 기존의 틀을 어떠한 방법으로 깨고 도전해왔는지, 한 장, 한 장의 의미를 생각하며 또 다른 나만의 세계 교란 정책을 펼쳐가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수직적인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전환돼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영진, 신세대들에게 더 큰 중요성으로 다가오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물론 막무가내로 기존의 것을 파괴시킬 수 없다. 서두름이 조금 더디더라도 판을 엎고 새롭게 짜 나가는 '교란'의 시대를 고민해보자.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파고, 교란'의 리더십을 잘 활용해보길 권한다. 열네 개의 키포인트 중 전부를 사용할지 그중 일부를 활용하지는 독자들의 몫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ora 2020-03-1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어 보여요 딸기~~

웃는식 2020-03-1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났어요ㅎ
 
캡틴 언더팬츠 4 - 똥빤스 교수의 음모 Wow 그래픽노블
대브 필키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조지와 해럴드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그냥 장난기가 넘치는 창의력을 지닌 재롱둥이라고 해두자. 아이들에게 편견을 두는 것 자체가 교육적 차원에서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 편에선 과학자 똥빤스 교수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시작은 좋았다. 세계 쓰레기 문제와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발명품이 한순간에 세계 정복의 무기로 변한다.

 

 

음모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이름!! 고유한 전통으로 웃긴 이름을 지니고 살았던 사람들. 똥빤스 교수 또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웃긴 이름을 지니고 살아왔다.

우선 자신이 만든 발명품을 미국에 선보이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결국 돈까지 줄어들고 새 직장을 찾게 되던 교수는 조지와 해롤드가 다니는 학교 과학 선생님으로 취직한다.

불같은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름에 대한 얽힌 사연 없이 자란 과거의 어린이. 지금의 어른은 드물 것이다. 똥빤스 교수도 이름으로 인해 놀림감이 되고, 자신이 발명한 기계를 이용해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 학생들과 건물을 작게 만들어버린다. 여기서부터 음모는 시작되고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이름을 우스운 이름으로 바꾸게 한다. 결국 조지와 해롤드도 복실이와 치즈볼이란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갖게 된다. 이때 출동하는 캡틴 언더 팬츠. 애니메이션 효과를 보여주는 책의 후반부 격투신이 압권이란 생각이다. 독자인 나도 몰게 책의 설명을 꼼꼼하게 읽고 따라 해보니 더욱 생동감이 났다.

 

 

 

 

결국 정의는 불의를 이겨내고 똥빤스 교수도 지은 죄를 통해 감옥에 갇히고 만다. 남의 이름을 바뀌기보다 자신의 이름을 바꾸라는 조지와 해롤드의 충고로 다시 이름을 바꾸는 똥빤스 교수. 어찌 된 일인지 감옥 제소자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만 간다. 바뀐 그의 이름은 자신의 외할아버지 이름이었던 '꽉 끼어 똥꼬바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포복절도의 그래픽 노블. 아이와 부모가 이름에 담긴 사연을 이야기해가며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을 작품이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에 대한 존중도 꼭 필요하고 중요한 교훈임을 얻게 하는 일석이조의 만족도 넘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욱 매번의 시리즈가 기대되고 미소를 잃지 못할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90년생은 이해 못하는 70년생 부장님의 회심의 한마디 “라떼는 말이야” - 어느 90년생의 직장생황 1년 보고서
조기준 지음 / 활자공방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때......‘​



경청과 조화와 화합이 묻어나는 세대를 희망하는 작가의 바람이 ‘스토리 텔링화‘되어 보다 빠르고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프롤로그부터 90세대와 소통하려는 노력, 하지만 70세대의 어쩔 수 없는 말투가 묻어 나오는 저자의 글에 공감과 미소가 동시에 발사된다.
세대 차이를 모르던 내게도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공감대 형성의 교본이 되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최근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에 이어 세대 공감과 관련된 책에 푹 빠져 보는 계기가 마련된 듯하다. 그만큼 세대 간의 불통과 조화가 지금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90세대의 직장 진출기. 축적되어 온 스펙이 당연히 사회에서 인정될 것이라 믿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취업에 성공했으나 세대 간의 갈등 더하기 직장 생활의 위계질서에 조금씩 함몰되는 느낌이다. 아직도 꼰대들이 넘쳐나는 21세기에 90세대가 선택한 것은 개인주의가 바탕이 된 ‘내가 아니면 말고‘이거나 꼰대들의 지시나 강압적인 상황에서 적절한 쿨함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일 수 있다. 주인공의 에피소드 끝부분에 부록처럼 등장하는 우리 역사 위인들의 명언이 보약 같다. 우리가 지금-각 세대별로 말이다-어떻게 세대 간의 갭을 조금이나마 줄여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해결해갈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90세대가 과연 이전 세대와 다른 삶으로 자신의 회사 생활을 개척할지, 아니면 조직 사회에 묻어가는 일원이 될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호기심을 더하게 하는 작품이다.



인간적으로 다가가 그의 마음까지 공유하자.‘​



유대 철학자 부버의 예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와닿는 문장이다. 부버 역시 인간 간의 만남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단순한 만남 이상의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태도, 이것도 세대가 서로 간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자신의 일 외에 능동적인 행태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평생직장이 그냥 개인의 직업이 되고, 회사의 부속품이 아니므로 적절한 선을 그어야 하며, 인권이 강화된 만큼 스스로의 존엄도 지켜야 하는 시대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유익한 것은 공유하고 공감대를 넓혀주는 것도 좋은데 이것이 또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부버의 ‘마음까지 공유하자‘라는 의미는 깊이 새겨 보며 고민해 볼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어느 한 곳에 매몰되지 않고, 주체성을 찾아가며 마음으로 공유하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도 이 시대에 한 인간상으로 존재해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삶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90년대생이 직장 생활에 적응해 가는 것인가? 세대를 떠나서 모든 직장인의 초년 시절은 비슷하지 않을까? 여길 다녀야 해 말아야 해...... 그러다가 버티다 보면 믿을만한 선배가 나오는 것이고, 회사 어딜 가나 다 똑같다는 조언들이 동어반복처럼 넘쳐 날 것이다. 서서히 90년대생도 자신의 휘몰아치던 개성을 부여잡고 회사의 부속품이 아닌 몸의 일부 제 기능을 다 하기 위한 시작을 앞두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단, 어디로 튈지 모를 그들의 개성, 끝까지 지켜보는 것도 선배 세대로서의 혜안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무조건 상대의 의견이 틀린 것이 아니란 것은 방송을 통해서 나 책을 통해서도 보고, 읽어 온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 사실을 우리는 게 눈 감추듯 쉽게 잊어버린다. 그러면서 뱉어 놓은 말에 돌아서서 후회하는 것이 우리이자 사회생활의 조직 관계이기도 하다. 책에서도 ‘뫼히하우젠‘의 글을 이용해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함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개성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것도 서로 간의 다름 이해법임을 설명하고 있다. 60억의 개성과 외모가 다르듯 각자의 살아온 방식이 다를 때 조금씩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다름을 받아들이는 해법이란 생각도 해본다. 90년생과 70년생이 같을 수 없고, 환경이 다르므로 가치관이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거절하는 일도 허락하는 일만큼 중요하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지만 그의 생각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필요할 때는 적극적인 조처도 필요하다. 단, 정말 하기 어렵고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는 부분에서 거절하기는 필요하다. 얼마나 거절이 힘들면 거절하기의 힘, 거절하는 법에 대한 책도 나왔을까. 기성세대보다 좀 더 거절을 잘하는 세대에게도 또다시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이들이라 위치는 것보다 그들의 단호함에 박수를 보내야겠다.



‘적절한 토의와 업무 분배를 통해 민주적으로 의사결정... 중략‘



세대 간의 격차는 이렇게 시작하고 별것 아님에도 자신의 기득권을 구워삶아가는 위 세대의 문제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주의적이라고 비방하지 않고 민주주의 사회답게 유교주의 사상을 벗어던지는 적절한 배분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담백한 라떼 마시듯 세대의 갈등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1년 차 90년세대 정현 또한 믿음의 씨앗이 쌓여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 회사에서 1년을 보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주인공 정현은 다양한 세대의 고민과 걱정,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잘 버티고 말았다. 결국 책의 마무리는 나 자신에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타인과의 경쟁은 단지 일부분이란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낀 세대이든, 신세대이든 각자의 경쟁과 불신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기는 과정. 내 스스로 경쟁하며 나를 일깨워가는 삶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것은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일 수 있으며,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문제의 해결일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우유의 담백함이 더하는 라떼 한 잔 나누며 ‘라떼는 말이야‘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희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의 쓸모 (윈터 에디션)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역사에 담긴 교훈을 그냥 휘발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고 쓸모 있게 재활용하는 것은 후세의 몫입니다. 역사 교육가 최태성 작가는 우리 역사에 담긴 쓸모 가능한 일을-역사는 무엇이든 교훈이 되지만-인간의 생에 적용 가능하고 읽기 쉽게 풀어줍니다.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가려진 진실 속에 우리의 역사는 더욱 찬란한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정조와 정약용의 우정을 통해 우리가 누리거나 혹은 누리지 못했을 현재를 가늠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과연 불행한 이별을 겪지 않고 조선을 더 큰 중흥기로 이끌어 갔다면 조선의 미래는 어떠했을까요? 때를 기다리던 신라가 역전의 명수처럼 거대했던 고구려 신라를 제치고 삼국을 통일한 기적 같은 결과의 이면에 무엇이 깔려 있었을지...... 역사란 모든 게 힘의 논리가 지배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스포처럼 반전의 묘미도 선사한다는 것을 저자의 연구적 성과와 생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승승장구하던 철혈 정치의 연개소문도, 잉카 제국의 태양의 왕도 결국 안일한 현재의 모습 그대로 제국을 통치하고 지금을 누리려다 멸망이라는 블랙홀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관성의 법칙이란 말도 적용됩니다. 너무 익숙하다 보면 지금의 상황이 어떠하고 주변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도 귀찮아지며 편안함에 스스로를 매몰시키고 마는 것입니다.

실리와 명분 중 여러분은 무엇을 더 선호하시나요? 저자는 고구려 중흥기의 장수왕을 소개하며 실리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북위와 북연, 송나라에 둘러싸여 있던 고구려는 물론 강대국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각국에 조공을 바치며 평화로 태평성대를 누렸다고 합니다. 물론 위기도 있었죠. 북위와 전쟁을 치르다가 패망한 북연의 왕을 망명을 받아주는 과정에서 북위와의 관계가 소홀해질 상황에서 자세를 낮추며 위기를 모면하게 됩니다. 세상일도 마찬가지라고 하지요. 상대의 생각을 먼저 파악하고 이해해 관점을 달리 보면 되지만 체면과 위신으로 화를 더 크게 만드는 사례도 많습니다. 저자의 우스갯소리지만 100세 이상 장수 가능했던 장수왕의 수명이 98세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북연왕의 망명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는데, 조금 자신을 내려놓고 낮추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전해주는 위대한 장수왕의 역사적 쓸모였습니다.

말의 쓸모도 역사의 교훈을 통해 확장해갈 수 있습니다. 관계는 소통이란 것이 중요하죠. 업무적이고 사무적 지시로만 일관된 소통은 불통이 될 수 있습니다. 역사 전공자인 저자를 벤처기업 강연회에 초청한 CEO의 의도도 마찬가지라 여겨집니다. 역사를 통해 회사에 닥친 해결과제와 적절히 결부시키는 아이디어. 몰랐던 일화이지만 목화씨를 고려에 처음 가져온 문익점과 문재인 대통령을 연관시켜 이야기했다던 북한 김영남 위원장과의 소통의 노력이 사례입니다. 역사라는 주제가 연결 고리가 되어 무거운 회사의 업무 지시, 회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진 것이죠.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었던 역사 교육이 이렇게 실용적이란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소통은 내가 아닌 상대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게끔 해야 한다는 저자의 방법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여러분의 멘토는 누구입니까? 없을 수도 있고, 현존하는 유명인 누구일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멘토가 나락에 떨어지게 되면 그를 존경하던 멘티들은 절망감에 빠지겠죠? 그런 점이 아니더라도 최태성 저자는 역사의 인물 안에서 멘토를 찾아보라고 추천합니다. 이미 검증된 인물이니까요. 그중 가장 유명한 조선 개국의 공신 정도전과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를 소개합니다. 둘 다 실은 미천한 출신의 서자 혹은 평민이었지만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었죠. 여기에 더해 삶의 원대한 목표 한 가지로 대동법을 완성하려 했던 조선의 학자이자 정치가 김육을 소개합니다. 이처럼 우리 국민 대다수가 존경하고 멘토를 여기는 세종, 이순신처럼 역사의 인물을 찾아 멘토로 내 삶에 적용시켜보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존경하는 인물은 끊임없는 연구와 업적으로 백성들의 평안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임을 상기시켜 봅니다. 그분의 몰랐던 부분을 더 공부하고 저작들도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우리는 역사를 통해 사회 문제를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 인물이자 관능적(?) 이미지로 게임이나 영화에 등장했던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딸이었던 어우동. 그뿐만 아니라 신여성으로 불리던 작가 나혜석도 우리가 생각하는 다른 방식으로의 오해와 남존여비 사상의 피해자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투 운동과 위드 유 운동의 결과 일치합니다. 남성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는 간과하고 오히려 여성의 잘못과 결과물로 인식되게 했던 사례들을 살펴보며 지금의 시대와 비교해봅니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당당하였으며 남녀의 불평등한 상황을 극복하고 먼저 이 틀을 깨려 했던 나혜석 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나혜석 생가터를 방문하며 그녀의 전시물과 삶 또한 떠올라 책과 역사의 내용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의지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주는 역사. 예송 문제로 시끌시끌했던 인조, 효종, 현종, 숙종에 이르는 조선왕조실록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적자이냐 장자이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예법의 정의는 무엇이 옳고 그름을 떠나 계파-서인과 동인-간의 정쟁으로 이어집니다. 역사가 현실의 거울이라는 게 딱 이럴 때이구나 느껴지게 합니다. 당리당락이나 이념에 따라 자신의 논리를 펴더라도 역사적 관점의 객관성을 바탕으로 내가 주장하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태도와 자세가 필요합니다. 역사란 그러한 의지를 적절히 조절할 힘을 줍니다. 역사를 그저 쉽게 넘길 것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삶을 현실에 정당하게 적용하는
가치 정립을 위한 역사 공부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건 역사이지만, 결국은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큰 것부터가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요? 저자의 다짐처럼 아주 소소한 것부터 주변의 관심을 두는 시작이 역사 공부이자 인생 공부십니다. 그래서 그 의미가 더 가승 깊이 새겨집니다. ‘경주 최부자‘의 노블레스 오브리주도 좋지만.] 우리 평범한 사람들도 세상을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나눌 수 좋은 기회가 역사의 활용입니다. 배움을 통한 소통, 관계 맺음의 진전이 한 분, 한 분의 인생 역사이며 세상의 쓸모로 이루어질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역사의 쓸모‘, 저자가 느껴 온 그간의 역사의 방향성과 생각이 담백하고, 솔직하게 담아 있어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풍미 가득한 독성의 시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