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2 : 너를 위한 시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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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편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도 작품의 흐름과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소설이다. 고교생 네 명이 뭉쳐 함께 하는 시간을 파는 상점.

온조, 혜지, 난주, 이현 등 네 명의 주인공 외에 그들의 조력자 불곰 선생. 그리고 2편의 임무는 학교에서 부당 해고된 것으로 의심이 가는 학교 지킴이 아저씨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사건의 발단 이전 상점 참여자들이 다니는 학교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학교는 이를 감추기 위해 나무를 심지만 아이들은 나무를 없애고, 그 자리에 죽은 학우를 추모하기 위한 각자의 글귀가 새겨진 돌탑을 쌓기 시작한다. 지속적으로 사라지는 식수용 나무를 대신 한 돌탑을 무마해준 학교 지킴이의 책임이 빌미가 되어 가위손 아저씨라 불리던 학교 지킴이 아저씨는 해고된다. 권력이라는 학교, 마땅히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지만 그 희생양은 학생들이 되고, 권력은 어른들의 특권인 양 불리게 하는 학생부란 살생부를 이용해 제자들을 조종한다.

'시간을 파는 상점... 내가 쓴 시간이 누군가에게 소용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내 남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상상. 과연 그 시간을 타인에게 활용할 사람이 솔직한 심정으로 얼마만큼 될지 파악할 수 없지만 의뢰인은 사건 해결을 위해 투자한 시간만큼 또 다른 3자에게 그 시간을 제공하거나 그 누구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행동은 아름다워 보인다. 어찌 보면 혼자 사는 것을 즐기는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 안에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 면에서

시간을 파는 상점의 인물들을 통해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우린 서로의 시간이란 공간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공유하고 혼자만이 아닌 다수라는 사회적 동물의 당연성도 재인지할 수 있는 각성도 필요함을 배우게 된다. 십 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설의 구조이지만 어느 세대이건 타 세대의 거울이 인간이란 동물이라 생각되기에 좀 더 깨어있는 순수성에 집중해 소설을 읽어 본다면 색다른 묘미와 생의 변화도 바람직할 때가 있음을 배우게 될 것이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가는 것'

의뢰를 한 '란'이란 사람의 비단 아버지가 이현에게 던진 질문이자, 이현이 온조에게 돼 묻는 대사의 내용 중 일부이다. 인생 각자의 의미, 그 시간의 가치를 그저 단순히 호흡하고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과 살아가는 것에 의미와 함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이 시간을 올바르게 활용해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지 생각을 갖게 한다. 각자의 시간을 체크하고 사용 가능하게 하는 시간을 파는 상점 2.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을지언정 그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호기심 어린 탐구로 함께 하는 행동. 그것이 참된 시간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며, 작품의 주요 사건이 되는 보안과 지킴이 아저씨의 해고가 부당함을 정당하게 주장하는 자발적 행위도 그 증명 중 하나인 것이다.

서로의 시간을 소유하고, 나누며 공감해주는

시간을 파는 상점. 친구가 될 수 있고, 너를 위한 시간을 내가 쓸 수 있으며, 나의 시간을 타인에게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들. 학생들과 어른들의 도움으로 복직하게 되는 학교 지킴이 가위손 아저씨. 그 또한 자신의 시간을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뢰자 '란'의 아버지 비단 아저씨에게 활용하며 나눔을 실천한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 시민 활동가 온조의 엄마도 시간을 파는 상점의 도움으로 두꺼비의 산란 생태를 돕고자 하는 인간띠 운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우리를 위한 시간. 그래서 '시간을 파는 상점 2'의 부제가 너를 위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간을 사서 저장하며 나누는 기발한 발상이 다시 7년 만에 부활하여 온조, 난주, 혜지, 이현의 활약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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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허리 아픔 혹은 디스크와는 무관하다고 여기는 독자이지만 미리 알아두면 좋을 의학 상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조금만 허리가 쑤시거나 목이 뻐근하면 바로 디스크가 아닌지 의심하고, 병원에 가기 전부터 온갖 두려움과 잡념에 쌓이기도 한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작은 통증에도 허리 디스크를 생각하는 환우들에게 그것이 올바른 판단이 아님을 환기시키며, 자신의 몸을 알아가는 과정과 잘못된 상식에 바른 교정을 해주기 위해 이창욱 원장은 이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몸에 대한 체계적 프로파일링을 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되어 있다. 1장은 디스크 통증 유발의 원인, 2장은 환자들의 궁금했던 내용 정리. 3~5장은 허리 디스크의 원인과 잘못된 생활 습관과 마음가짐 등이 상세하게 정의되어 있다. 그리고 실생활에 도움 되고 허리 디스크 예방을 위한 운동법이 6장에 담겨 있다. 다양한 교정 자세의 사진과 간결한 설명 등이 종합되어 있어 어느 독자나 읽고 이해하기 쉬우며 따라 하기 쉬운 안성맞춤의 정보 교양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허리 통증에 대한 공포를 이겨 내며, 사전에 허리 디스크를 예방 가능한 팁을 얻어 가길 기대한다.


전반적으로 읽기 쉽고 이해하기 편한 글들과 예제들이 등장해 마치 TV 영상을 책에 담아 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그만큼 작가의 노하우와 사례 등이 사실적으로 증명되고, 허리에 불편함을 느끼는 디스크 환자분들의 고충을 녹여낸 글이란 측면에서 공감도가 큰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한 올바른 내 몸의 이해, 잘못된 상식과 소문은 던져 버리고 좀 더 전문가의 의견에 충실하되 내 몸에 맞는 운동법과 허리 관리법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내 몸, 아직 아니라도 지금 이 책을 통해 가꿔 나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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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여태현 지음 / 부크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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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누군가는 발이 시려울 때 낮은 조도로 타고 있는 내 생의 글자들을 쬐고 그곳으로부터 일말의 온기를 느끼고 있을까. 여러 해 동안 생각했다. 그럼 난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을 텐데.‘

제목과 반대되는 책의 서문이자 작가의 바람이지만, 실은 행복을 모를수록 행복을 좇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우리이다. 시작부터 독자들의 심리를 자극해 줄 만한 제목과 내용으로 책은 시작된다. 한 손에 아담하게 잡히는 책. 언제나 꺼내보며 외로움과 그리움을 연기처럼 사멸시킬 수 있는 작품이 여태현 작가의 일상 속 사랑과 연애, 헤어짐과 만남이 교차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약간의 여유, 서두름이 아닌 느림의 미학으로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을 마련해보길 기대한다. 그것이 여유이고 독서를 하는 나만의 세상 만들기에 동참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요즘 이야기하는 소소한 행복인 것이다.

연애 끝은 설거지와 닮았다. 깨끗이 설거지를 마치고 잊은 듯, 씻은 듯 가지런히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마무리하며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무엇이든 완벽한 것은 없어 보인다. 연애를 할 때, 식사를 할 때 풍성함에도 아쉬운 점과 스크래치는 남는 법이다. 이것을 잊고 씻으며, 정리하는 방법이 닮을 수 있지만, 확실히 같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작가의 생각과 독자로서의 정리. 그래서 이별을 잊고, 또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설거지의 잔여물도 다시 이전의 깔끔함으로 돌아가거나, 보다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비슷한 점이 아닌가 생각을 덧대어본다.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의 감정. 그리고 이별이 남기고 간 사랑에 대한 상처들. 어느 날 문득 익숙하게 느껴지던 길이 어색해질 때도 있으며, 일상화된 공간이 다시 못 올 공간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발생. 그것이 사랑이 던져 주는 여운이자, 쓰라린 상처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사랑을 하거나 어색한 만남으로 일순간에 타인이 되어버린 사이. 작가 또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스치듯 지나가는 반복이란 쳇바퀴 안에서 연애 혹은 인간적 감정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그것을 감성적인 글로 완성해낸 것이다. 공감이 되는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다양성에 대해서도 논해볼 수 있는 독서였다.

행복에 대한 의미, 연애를 하고 사랑을 느낀 이성과 기약할 수 없을 이별에 대한 공허한 상상보다 애정이 가득한 현실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실제론적 진실성. 그것이 인간이 지닌 가장 원초적인 태어남의 이유이자 하나의 가치 체계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상처도 입고, 눈물도 흘리며, 자신을 자책할 수도 있지만 또다시 사랑에 대한 이별을 던져 버리고 따스함을 추구하는 남녀 사이. 그렇게 간혹 나의 어려움 속에 모두가 불행하길 바라지만 다시 사랑이 찾아
오면 남녀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급선회하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작가는 사랑과 이별에 쌓인 과거란 기억을 반추하며, 세상이 따스해지길,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온기 가득한 위안이 이어지길, 쓸쓸함과 외로움까지도 느껴지길 바라는 글을 써 내겠다고 다짐한다.
독자로서 추억을 묻어 둔 채 살아온 지난날을 회상하는 시간, 바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약간의 여유를 포함한 휴식과 길게 숨호흡할 수 있는 사이가 주어지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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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삶
정소현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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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소현이 창작의 침묵을 깨고, 오랜만의 현실 외출을 했다. 그 작품이 바로 소설집 '품위 있는 삶'이다. 언제나 품위 넘치고 자신감 있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던 주인공. 돈을 쓸 시간도 부족했던 병원 원장이었던 그녀는 그렇게 품위 있는 여생을 위해 최고급(?) 보험에 가입한다. 보험이 자신의 삶에 있어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며, 정확히 알 수 없는 마무리를 어떠한 방법으로 선사할지 모른 채 그녀는 30년 동안 보험에 의해, 아니 보험이란 족쇄에 조종되듯 살아가는 삶에 영위된다. 모든 것이 시스템화되어가듯 변화하는 보험 특약과 적재적소에 그녀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덕에 겉으론 평화롭지만, 인간은 더욱더 기억을 망각하는 동물이 되어가고, 무엇이 주가 되는지 모를 자신의 자아 정체성마저 위협받는 존재 불명의 개체로 전락해가는 건 아닌지 두려움도 더하다. CC-TV를 비롯해 각종 영상 기록물로 개인의 사생활 또한 지극히 무가치화된 요즘, 품위 있는 삶을 보장한다는 허울 하의 주인공 나윤승의 30년 기록들도 차곡히 보험사 정보 시스템에 저장되어 간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 인간은 그저 도태해가고 기억의 망각 곡선 속도 또한 빨라진다. 갈수록 아이러니한 세상살이에 지쳐갈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에게 가장 흔한 심적 안정의 담보물인 보험이란 상품을 통해 그려진 인생의 단편이 씁쓸하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독자 스스로가 느끼는 '품위 있는 삶'이 무엇인지,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화무십일홍-중략-어차피 관뚜껑 닫고 안로 들어가면 다 똑같아.'

짧지만 확실한 인생에 대한 정의. 작가의 글을 통해 인생의 의미, 과거 혹은 어제의 일들을 기억하며 떠올리는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은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어제의 일들 주인공 상현은 사고로 부모를 잃고, 조부모 틈에서  자라난다. 또한 사실적 기억인지, 의미를 정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과거의 아픔인지에 대한 상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하꼬방 같은 주차장 작은 안내 부스에서 그림을 그리며 현실에 맞닿은 삶을 살아가는데 만족한다. 그러나 그녀를 매번 찾아오는 지난 기억의 친구들. 어제의 일들은 아픔 속에 그저 묻혀 둔 채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지, 죽으며 다 똑같은 더미로 변해가는 우리들이지만 지금이 아닌 과거의 것들에 너무 집착하고 추리하며, 지나친 상상력과 거짓된 증거들로 인생을 왜곡시킬 수 있는 극단적 결과도 보여줄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상현 이 모두를 받아들 일뿐이다. 어머니라 부르는 간병인 아주머니의 삶을 대하는 태도처럼...... 모두가 아픔 안에 존재한다. 주인공 상현도, 친구 율희도, 대성한 자녀를 둔 간병인 어머니마저도. 그럼에도 인생이 각자의 노선에 따라 굴곡은 있긴 마련이다. 하지만 어제의 일들은 우리가 관 뚜껑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게 된 이후는 다 똑같기 마련이란 대사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더욱 '어제의 일들'에 지나친 상처 혹은 환상에 사로잡히지 않길 바라게 된다. 그렇다고 정말 필요하고 영원히 기억될 모두의 기억을 사멸하는 것은 반대한다. 세월호의 기억 같은......

삶과 죽음, 기억과 망상 등 이성을 지닌 인간이 존재하는 증명성에 접근하는 방법. 그 해답과 실마리를 비롯해 어떻게 생의 의미를 구현하고 매조지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정소현 소설가의 작품들이다. 어려움 없이 잘 읽히지만 생각하는 시간을 던져 주는 작품. 올바름과 그릇됨의 결과에 대해 갈팡질팡하며 뜻 모를 함정에 빠질 수 있을 우리 인간들에게 과거와 미래 사이 틈바구니에 현재를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설집 정소현 작가의

'품위 있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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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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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라는 죄명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남자, 제임스 메레디스.
그리고 누군가 지속적으로 찾아와 만나기를 원하는 켈트족 여인 리디아 베일. 그녀에겐 돌아가신 아버지의 짐이자, 족쇄인 수많은 빚이 존재한다. 반면, 30세 이전 결혼을 하지 않으면 전 재산을 자신의 사촌 자녀에게 주기로 약속한 제임스 메레디스의 아버지.
결국 제임스 메레디스는 자신의 약혼녀이자,
살인 사건의 증인으로 나선 천사 같은 미모를 지닌 사촌 진 브리거랜드의 증언으로 무기징역을 언도받고, 재산마저 그녀의 가족에게 빼앗길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때 그의 변호사 친구 잭과 레넷이 문제 해결을 위해 리디아 베일과 마주 서게 된다.

인간의 욕심과 탐욕,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적절하게 마주 선 그들. 모두가 최선의 결과를 바라지만 어차피 그들 누구도 선이란 이름보다는 불법과 악행에 가까운 모종의 거래라는 이름하에 계획은 수립된다. 이 가운데 인간이 가장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금전적 연결 고리가 둘러싸여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렇게 불안한 악연과 사건은 또다시 발생하기 마련이다.
의외로 이야기의 범죄자는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를 무마하고 자신의 승리로 마무리하려는 살인자 집단과 이를 막으려는 변호사 잭과 끝까지 버티어내는 리디아의 숨 막히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또한 추리물의 특징 중 하나인 개성과 디테일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 소설엔 나이 많은 보디가드 재그스의 말투와 행동이 돋보이게 드러난다. 그렇게 공포의 천사 진 브리거랜드와 상대편 잭, 재그스의 리디아 살리기는 펼쳐진다.

살인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가나 브리거랜드 부녀의 음밀한 술수는 리디아의 자택 불법 침입을 시작으로 하여, 프랑스의 별장으로 여행을 떠난 곳에서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누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게 브리거랜드 부녀의 음모는 보이지 않는 손-그는 재그스(?)-에 의해 제거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리디아는 그 상황을 넘기고 만다. 계속되는 리디아 죽이기에 실패한 진 브리거랜드는 과거 처절하고 어렵게 살 수밖에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자신의 아버지 앞에서 단호하게 거부한다. 항상 타인에게 추앙받고 써도, 써도 돈이 멈추지 않는 부와 지금의 안락함을 놓치기 싫은 인간의 욕망이자 과거의 아픈 트라우마로 다시 돌아가기 싫은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살인은 그저 행위일 뿐 죽음이란 두려움의 실체보다, 돈이 없음으로 인한 삶의 파괴와 불안이 더 큰 두려움이라는진 브리거랜드의 말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정의(?)가 자리 잡는 법은 언제 어디서든 불현듯,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 나타나는 흑기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라진 것 같지만 어딘가에서 위급 상황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그. 훤칠하고 잘 생긴 용모의 인물이 아니라 절름발이에 시크한 웃음, 좋지 않은 목소리의 소유자 늙은 노인과도 같은 재그스가 리다아의 곁에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리디아를 처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살인의 도구와 결과물을 만들려는 브리거랜드 모녀 보다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리디아를 구원해 두누 재그스의 활약이 흥미진진하다. 베일에 가린 리디아의 명콤비, 혹은 짝꿍이 아닐까 하는 상상까지 하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자신을 죽음의 문턱으로 몰고 가는 그림자이기도 한 브리거랜드 부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리디아. 그럼에도 진 브리거랜에 대한 동정은 끝나지 않는다. 그 결정적 증거가 프랑스 여행 당시 전염병에 걸린 별장 아이의 소지품이었던 은색 십자가로 인해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잭과 재그스의 활약과 진 브리거랜드 주변 인물들과의 두뇌 싸움은 온전한 힘의 승리로 돌아가게 될 것인지? 범인은 이미 밝혀졌지만, 이들을 응징하고 살인 증거를 밝혀 내려는 악마와 영웅들의 사투는 계속된다. 까도 까도 새로운 양파처럼 알 수 없으면서도 진지한 범죄 추리물로 가을 독서를 수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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